넥타이는 사람의 기호에 따라 다양하게 만들어져 셔츠를 파는 매장에는 어디에고 더불어 판매가 되고 있습니다.  조금 지난 이야기지만 오늘 하루종일 옷을 정리하다보니 특정 상표의 넥타이가 많은것이 생각이 나서 이 특정 상품의 넥타이를 제가 갖게된 사연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집사람이 어느날 넥타이 하나를 사들고 왔습니다. 진 초클릿 색상의 넥타이인데 잔잔한 다이아몬드 무늬가 그리 작지도...크지도 않게 바탕으로 깔려있어 은은하게 뒤를 바쳐주는 그런 넥타이였습니다. 넥타이의 목에 닿는 부분에는 "One man is a Million!"이라고 새겨진 덧대어진 천이 따로 붙어 있는 비교적 고가의 넥타이인데 가격은 둘째치고 우선은 색상이 너무도 마음에 들어 정장 차림의 양복에는 와이셔츠의 색상이 어떠하든 이 넥타이만을 목에 걸고 다니게 되었고 어느덧 이 넥타이는 거의 제 트레이드 마크가 된듯 싶었습니다.

 상표를 이용한 광고의 문안에는 당신만을 위하여 정성을 다하여 수를 놓듯 만들었다는 나름대로의 컨셉이 "정말 그런가?" 라는 의문속에 하고 다닐수록 제 멋이 우러나기에 광고의 멋진 문구가 다정한 목소리처럼 가끔 생각나고는 했습니다. 오래전에도 이 상표의 넥타이를 메고 다닌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어머니께서 아버님께 선물하셨던 오리지널로 아버님은 상당히 애지중지 하시다가 제게 물려주셨었는데 그 때는 양복을 입을 기회가 별로 없다보니 그 넥타이를 멜 기회도 별로 없었고 그러다보니 이제는 어디에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넥타이는 소모품이라고 하기에는 그리 쉽게 헤지거나 못쓰는 경우가 거의 없는 반 영구적인 코디용 소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금은 유행을 타기도 하여 목이 넓었다 좁았다 한다거나 또는 아랫단이 넓었다 좁았다 하는것과 특이하게 아랫단이 잉크를 쓰는 펜촉처럼 뾰족하지 않고 잘라진 형태의 모양이 한 때는 유행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트레디셔널한것이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것 같습니다.

 이렇게 애지중지 사용하던 넥타이가 어느날인가부터는 슬슬~ 뒤틀리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목에 메고 거울을 보면 넥타이의 양쪽이 보기 흉하지는 않지만 조금 울기 시작한 것입니다. 넥타이가 쫙 펴진 상태라야 하는데 조금 너울거리는 형태이다보니 메고 다니기가 조금 거북하기는 한데 그렇다고 특별히 어디가 헤지거나 못쓰게 되어 버려야 하는것은 아니기에 넥타이의 안쪽에 조그맣게 붙어있는 제조사의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어보았습니다. 사정을 이야기 하였더니 한번 가져와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전화를 할 당시만 해도 써비스를 해 주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모처럼 시간이 나서 성남에 있는 제조사인 "C"사를 찾아갔습니다. 사무동과 물류창고가 있는 그 회사는 넥타이뿐만 아니라 외이셔츠나 손수건, 양말 등등 남성용 의류를 생산, 판매하고 있었으며 "C'브랜드는 이 회사가 미국의 본사와 계약을 맺고 생산을 하는 제품이었습니다. 찾아온 용건을 설명하니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잠시후 제법 나이가 든 남자분이 나오셨습니다. 제가 넥타이를 보이며 양쪽이 조금씩 운다고 하며 수리가 가능한가를 물었더니 그 남자는 "이 넥타이 10년이 넘었군요..." 하는 것입니다. 잘은 모르지만 상품에는 제조자만 알 수 있는 무슨 표시가 있는것 같아 잠시 살펴보더니 제게 하는 말입니다. "녜...상당히 오래 사용했습니다"  그리고는 이 넥타이가 색상이나 품질이 좋아 조금 고치면 오래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그 남자는 직원을 부르더니 "이런 색상의 넥타이 하나만 찾아다 줘..." 하는 것입니다. "비슷한거 있으면 찾아 가져와..."  저는 조금 의아하게 생각을 했습니다. 고칠 수 있으면 고쳐쓰겠다고 먼 길을 찾아왔음을 알렸음에도 고치는것에 대한 설명은 없이 비슷한 넥타이를 찾아오라니??

 그 남자는 제게 얼굴을 돌리면서 "이거는 이제 버리시죠...제가 비슷한것으로 하나 바꿔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저는 모욕감과 더불어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화를 꾹 참으면서 "이거 고치는게 힘이 드나요??"라고 물으니 "아닙니다. 이 속에 있는 실오라기를 당기면 바로 펴지도록 되어 있습니다" 라고 말하며 넥타이의 넓은쪽 아래를 뒤짚어 두 개의 가는 실을 잡아당기는데 언제 울었냐는듯이 양쪽의 약간 너울거리는 모습은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버리라고 하시는거죠?"

"아..오래 되었고 여기까지 직접 오셨으니 제가 새것으로 선물하겠으니 새 넥타이를 쓰시지요..."

"아니...이 멀쩡한 넥타이를 버린다구요??"

"녜...오래 하셨으니 이제는 버리시지요.."

 사실 넥타이를 오래했지만 제 눈에는 결코 낡은것으로 보이지 않았고 넥타이로 허리춤을 동여맨적도 없으니 특별히 낡을 일도 없는데 전문가인 그의 눈에는 낡게 보였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버릴 물건이 아니었으며 특히 아내의 선물이기에 더더욱 버리기 싫었기에 수선을 받으러 왔던 것이었습니다. 제가 미리 전화로 양쪽이 너울거린다는 내용을 설명했음에 간단하게 너울거림을 잡는 방법을 전화로 알려주면 되는데도 구태어 한번 방문해 달라는것도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그 때 넥타이를 찾으러 간 직원이 너 댓개의 비슷한 색상의 넥타이를 가지고 와서는 저와 그 남자가 앉아 있는 테이블위에 펼쳐 놓았습니다. 새 넥타이건만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넥타이와는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끌리지 않는 것들이었습니다. 아마도 오래 사용해서 마음의 정이 담겨서인가 라는 생각을 해 보았는데 바닥에 놓인 넥타이는 무엇인가 부족한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마음에 드시는것으로 하나 고르시지요..."

"저는 싫습니다. 지금 넥타이만한것이 없군요"

"아...여기까지 오셨으니 선물로 하나 가지고 가십시요.."

"아니요...그냥 쓰겠습니다...그런데 한가지 말씀드릴것이 있습니다. 이 회사분들은 자사제품을 오래 사용하는것이 싫으신가요?  멀쩡하게 사용할 수 있는 넥타이를 버리라고 하니 말입니다.."

"........."

" 저는 소비자 입장입니다만, 저도 오랜시간 사용을 해 왔고 나름대로 이 제품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데 댁은 이런 제품을 버리라고 하시면서 새 제품을 선물로 주신다는것이 그만큼 이 회사분들은 자사 제품에 애정이 없으신 모양이죠?"

"........"

" 아니시라면, 새로운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서인지요...제 것이나 새 것이나 이 회사의 로고가 앞에 있으니 어느회사 제품이라는 것은 다 아는것일텐데...그리고 제가 사용하던 넥타이는 누구에게라도 좋은 넥타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

 아무말이 없이 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 남자는 얼굴이 조금씩 벌겋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잠자코있던 이 남자는 갑짜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요..."  하고는 여직원에게 "여기 차좀 드려요..." 라는 말을 던지고 자리를 떴습니다.

잠시 그 남자는 자신의 사무실에 다녀 온 모양입니다. 제게 자신을 소개하는데 부사장격이라면서 명함을 건네주더군요 "k이사" 명함에 있는 그의 직책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제가 그런 생각을 못했었습니다"

"아...아닙니다...저는 아직도 멀쩡해서 더 쓸 수 있기에 고치기를 바랬던 것입니다.

"녜...정말 죄송합니다. 사용하시던 넥타이는 사용하다보면 양쪽이 조금 말려올라가 우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가운데 실을 잡아당기면 울었던 것이 펴지도록 되어 있습니다"

"녜....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기왕 여기 왔으니 넥타이 하나만 사고 싶은데 가능한지요?"

"여기 매장은 없고 창고만 있는데 제가 손님의 취향을 아니 창고에서 몇 개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그 중에서 고르시면 되겠습니다"

"녜...그렇게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k이사는 사람의 성격을 파악하는 재주가 있는 모양입니다. 아니 이런 업종에 있다보면 사용하는 물건을 보고도 개인의 취향을 금방 파악할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직원에게 뭐라고 설명을 하자 직원은 바로 창고로 달려갔습니다. 차를 나누며 직원이 물건을 가져오는 동안 아까의 일은 다 잊고 잠시 대화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넥타이와 지금 여기있는 넥타이와는 느낌이 다른데요?"

"어떻게 다르게 느껴지시는지요?"

"제것은 뭔가 묵직함이 담겨있는것 같은데 이 넥타이들은 조금 가벼워서 붕붕 떠다니는것 같아보입니다"

"잘 보셨습니다. 물론, 원단도 예전보다 좋아졌지만 제품을 만들어 놓으면 조금 가벼운 느낌이 들더군요"

"예전에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요..."

"녜...아마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하는것 같습니다. 특히 저희 제품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데 트레디셔널한 제품으로 컨셉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는데도 조금씩 다르게 느껴지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k이사는 자기네 회사에서 만든 옷입는 법과 코디에 관하여 정리한 책을 한 권 줬습니다. 그러는 동안 창고에 갔던 직원이 10개의 물건을 들고 올라왔습니다. 정말 골라가지고온 넥타이들은 특별히 싫다고 거부 할 정도의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특별히 마음에 쏙 드는것은 없었지만 그만큼 K이사는 정확한 취향을 파악하고 직원에게 지시한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침 추석이 얼마 안남은지라 저는 선생님께 선물도 할겸해서 서너개를 고르겠다고 했고, K이사는 필요한 만큼 고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어찌어찌 선물할분과 제가 사용할것을 고르다보니 10개 모두를 취해야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고 저는 10개 모두를 사고 싶다고 하였는데 쾌히 그렇게 하시라면서 직원에게는 이븐 선물용 상자에 담으라고 지시를 하였습니다.

 금액을 치루려고 물으니....얼마입니다 하길래 그 금액을 치르고는 인사를 나누고 "C"사를 떠나왔습니다. K이사는 죄송하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을 전해왔습니다.

 이 일이 있은 후 저는 까맣게 잊고 있다가 어느날 그 "C"사의 매장 앞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30% 세일을 한다기에 언뜻 지난번의 일도 생각나고 해서 매장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본사 직영매장이 서울에 단 두곳이 있는데 이곳이 그 중 한 곳이었습니다. 저는 넥타이 매장에 갔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매장의 물건중에는 제가 구입했던 넥타이도 많이 있었는데 넥타이에 붙어있는 30%가 할인된 금액만도 상당한 액수였던 것입니다. 대충 계산을 해도 제가 구입한 넥타이는 여기 붙어있는 금액의 1/3도 되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사무실에 돌아와서는 즉시 명함첩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K이사의 전화를 찾아 연락을 하니 바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니..K이사님 지난번에 제가 구입했던 넥타이의 금액이 잘못 계산된것 같습니다"

"아닌데요...제대로 계산을 하셨잖아요?"

"오늘 직영매장에 가서 보니 30% 할인된 금액만해도 제가 치른 금액보다 3배 이상이 비싸던데요??"

"하하하~~  지난번에는 말씀을 듣고 제가 잘못생각해서 미안해서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넥타이를 구매하신다고 하시길래 미안한 마음에 선물로 드리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냥은 받지 않으실것 같아 그냥 개당 1만원에 드린것입니다. 잘 사용하시지요??"

 완전히 할말을 잊고 말았습니다. 특별히 넥타이를 자주 사는것이 아니었기에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를 몰랐었고, 또 당시에는 그래도 "가격이 싸네?" 라는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본사에 왔으니 차비 정도는 빼주는 모양이라는 생각만 했었는데 사실은 K이사가 완전히 써비스를 한 것이라는것을 이제야 알게 된 것입니다.  투정 반 꾸중 반 식으로 K이사에게 나무라는 시늉을 하고는 늦었지만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하였습니다. 덧붙여서 오래오래 잘 사용하겠노라는 말도 곁들여서 말입니다.

 그후 K이사와는 통화를 하지 못했었습니다. 벌써 많은 시간이 흘러갔는데 그 때의 K이사는 저와 같은 경우가 발생한다면 다시 "버리시지요..."라고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제 생각에는 절대 그런말을 하지 않을것 같습니다.

 오늘 옷장을 정리를 하면서 한곳에 가지런히 늘어뜨린 넥타이....그 넥타이 속에 K이사가 선물처럼 싼 가격으로 판매한 넥타이는 지금도 변함없이 그 회사의 트레이드 마크를 뽐내고 있습니다. 마치도 K이사의 웃는 얼굴처럼 말입니다

                                                                                   < 如         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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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녀 2005-01-03 0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알라딘을 좋아하는 이유는... 우연히 알게 된 분들이지만 글을 읽다 보면 삐딱한 자세를 바로하게 되는 뭔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수수께끼님이 올려주신 글을 읽고, 마침 기회가 닿아 뉴질랜드에 며칠 다녀왔답니다. 다녀와 보니 백번째 리뷰도 올리셨고...ㅠㅠ

늘 수수께끼님께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아, 이런 인사도 윗분께 하는 게 아니라고 들었는데...)

늘 행복하시고, 소망하시는 것 이루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조선인 2005-01-03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수께끼님도, K이사도 추천받을 자격이 있답니다. *^^*

수련 2005-01-03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낵타이는 그 사람의 취향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소품중의 하나라고 생각해 봅니다. 저는 늘 문양과 가까이 있는 사람이라서 가끔 우리의 전통문양으로 낵타이 디자인을 해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 왔었고.... 세상에서 가장 귀한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디자인한 넥타이를 메게 해 주는것이 작은 소망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실천에 옮기지 못해서 안타까웠는데....언젠가는 꼭...제가 디자인한 문양을 넥타이나 손수건 등에 프린트해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을 만들어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해 주고싶은 충동이 느껴지는군요. 수수께끼님도 그 넥타이가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소중하셨을것입니다.

법정스님의 무소유의 삶이라는 책에서 읽은건데

살가운것 하나면 족하지 둘이되면 둘다 시들해져 버린다는 말이 생각나는 시간입니다. 작은 일상의 일을 정리하신글 이지만 감동 받게 해 주셨음에 추천해 드립니다.




2005-01-03 1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05-01-03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또 추천을 누를 수 밖에 없겠습니다. ㅜ_ㅜ 추천, 꾸욱,,,
 

어느날....

모든것이 다 싫어집니다. 오랫동안 몸 담았던 직장도 싫어지고 오랫동안 사귀었던 사람도 싫어집니다. 떠나고 싶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지배하게 됩니다. 어디 강원도 산속 깊은 외딴집에라도 들어가서 한 동안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고 살아가고 싶습니다.

아니...차라리 무인도에라도 들어가 움집을 파고 그 속에 살고 싶습니다. 적어도 "나"라는 존재의 망각 기간동안만이라도 말입니다. 일체의 외부인과의 접촉도 없이 책이나 한 배낭 짊어지고 떠나고 싶습니다. 수염이 자란들 어떻고 양치를 안한들 어떻겠습니까?  세상을 잊을수만 있다면 그렇게 떠나보고 싶습니다.

곰곰 생각해보면 제가 필요로 했던것은 아무것도 없었던것 같습니다. 그저 솔솔하지는 않더라도 큰 빚 지지않으며 살아가면서 무엇을 더 필요로 하지 않으니 큰 돈을 탐하지도 않았습니다.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살아왔는데 없다고 안달복달 한적도 없는것 같습니다.

제가 필요로 하는 물질이 제 손안에 들어왔다고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제가 필요로 하는 물질이기에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나름대로의 의미를 담고 있었겠지만 저는 그런것도 없으면 없는대로 있으면 있는대로 입니다.

무엇이 가장 소중할까를 늘상 생각해 봅니다. 말로서 말 많다고 합니다. 옛 시조처럼 말로는 귀를 달랠수는 있어도 마음을 달래지는 못합니다. 말에는 늘 모순이 배어있음을 알 수 있으니 말입니다. 말과 행동이 다르다면 실망 또한 커 집니다. 말을 믿는 잘못도 크지만 그 믿음에 역행하는데 따르는 실망은 믿음의 몇 배나 되는 아픔을 가져다 줍니다.

사람의 행동에는 그 사람의 사고가 알게 모르게 드러나게 됩니다. 그냥 단순하다 할지라도 작은 행동에서 그 사람의 사고를 느낄 때...사람이 두려워 집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사고를 간접적인 방법으로 나타낸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고가 드러나 보임에도 태연한척 한다는것 자체가 모순일 수 있지만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음이란 바로 불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실망의 골이 점점 깊어만 갑니다...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절망의 깊은 계곡으로 빠져들지도 모를 정도로 말입니다.

"나"라는 존재를 아는 사람의 뇌리속에서 지워질수만 있다면 허공으로라도 달려가 버리고 싶습니다. 영원히 虛와 空으로 살 수 있다면 훨훨 날라가 버리고 싶습니다. 차라리 사물을 느낄줄도 모르는 바보였더라면 더 좋았을것 같습니다. 느낄줄 안다는것도 병은 병인 모양입니다. 기왕 알아야 하는 병이라면 죽도록 앓다가 깨어나서 백짓장 같은 하늘이라도 만나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아직도 사물에 대한 통찰력의 부족으로 사물을 느끼기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문득.....가벼운 차림으로 집을 나서서는 개구리가 동면하듯 한 겨울을 지나고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 길을 돌아가는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그 먼 길이라도 아무 생각도 없이 돌아다녀 보고 싶습니다. 가는 걸음걸음마다 머릿속에 담긴 세포들을 하나 하나 던져버리면서 말입니다. 그래야만 무겁던 머리의 무게에서 해방이 될것 같아서 말입니다.

차라리 제게 명령이라도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필요없으니 떠나..."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하는것이 제게는 조금이라도 가혹감을 덜어주는것이 아닐까 합니다. 세상은 무엇때문에 붙들어 두려고 하는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간단하게 한 마디로 "떠나..."하면 될텐데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려는 마음만 가득하답니다. 무엇이 발목을 그리도 꽉 조여 잡고 있는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거짓과 위선과 허울의 탈을 벗어나려고 노력을 해도 떠날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허공이 문을 열어주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꿈이었나 봅니다. "허공처럼 여유있고...바람처럼 자유롭게..."라는 꿈 말입니다. 허공으로 떠날수는 없을지언정 제 소박한 꿈만은 버릴수가 없답니다...

"허공처럼 여유있고....바람처럼 자유롭게..." 살아가고픈 무소유의 삶의 꿈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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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상 두리번 거리는 사람은 불쌍하다

자신의 손에 무엇을 들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늘상 두리번거린다. 그 손에 무엇인가를 더 들고싶어서도 아니다.  늘상 비교를 하기에 늘상 두리번거린다. 손바닥에 움켜잡은 물건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늘상 두리번거린다.

돈이라면 늘상 돈을 늘릴 궁리만 한다. 손에 들고있는 돈이 적어보여서 늘상 남의 돈만 쳐다보며 산다. 남의 돈이 다 내돈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저 돈이 다 내돈이라면 하는 마음으로...

사랑도 마찬가지다. 늘상 더 큰 사랑을 갈구한다. 옆에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도 늘상 또 다른 사랑을 갈구한다. 그것이 그냥 지나가는 일상일지라도 늘상 손바닥에 곱게 감싸인 사랑을 외면하며 또 다른 사랑이려니 생각한다.

늘상 두리번 거리는 사람은 사물을 보는 눈이 이중의 눈을 가지게 된다. 늘 천평에 놓인 눈금마냥 저울질을 한다. 눈금 하나하나의 민감함에 반응하며 이것도 아쉽고 저것도 아쉬워 두 개를 다 취하려고 양다리를 걸친다.

늘상 두리번 거리는 사람은 물건 하나도 제대로 고를줄 모른다. 이것이 좋은것 같은데도 다른 물건을 보면 그 물건이 더 좋아보여서 마음을 놓지 못한다. 늘상 두리번 거리는 사람은 결국은 늘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물건만을 고르게 된다.

늘상 두리번 거리는 사람은 물건을 잘 두고 다닌다. 두리번 거림에 정신이 팔려 집중력을 잃기 때문이다. 늘상 두리번 거리는 사람의 뒷자리는 언제나 흔적이 남게 마련이다.

늘상 두리번 거리는 사람은 정말 귀한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늘 더 좋은것을 찾는데만 정신이 팔려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이 얼마만한 가치를 담고 있는지를 쉽게 망각하기 때문이다.

늘상 두리번 거리는 사람은 쉽게 결정한다. 늘상 그래왔듯이 또 다시 새로운것을 찾으면 된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늘상 두리번 거리는 사람은 아무것도 손에 잡아두지 못한다. 늘 그랬듯이 또 다시 새로운것을 찾으면 된다는 생각에서 언제나 구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늘상 두리번 거리는 사람은 실상은 늘상 빈손일 뿐이다.

늘상 두리번 거리는 사람을 만나면 늘상 걱정이 된다. 늘상 그래왔듯이 또 언젠가는 저울질하며 늘상 다른 사람을 찾기 때문이다.

늘상 두리번 거리는 사람은 그래서 불쌍하다....결국은 빈손이라는것을 모르기 때문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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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12-29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제 자신이 투영되는 부분도 있구요.

퍼가고 싶은 욕구를 꾹꾹 누르며...으...

sunnyside 2004-12-30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반성하게 되네요. 세밑에 어울리는 글인 것 같아요 ^^
 

100번째 리뷰에 댓글을 달아주신 다섯 분께는 제가 준비한 선물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조선인님, 수련님, 가을산님, urblue님, 알료사님....다섯분과 알아야 댓글을 달지 않겠느냐는 푸념을 해 주신 어떤 분까지 선물을 보내 드립니다.

 많은 기대하지 마시기 바라며, 가급적 금년내로 보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더하여...댓글을 달아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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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굼 2004-12-26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번째 리뷰 축하드려요: ) 저는 내년엔 달성할 수 있으려나^^;;
 



  나나무스꾸리는 대학 시절 처음 만난 가수였습니다.

두떠운 안경에 커다란 눈....결코 이쁘다고 할 수 없는 그녀의 목소리는 존바에즈와 더불어 가장 좋아하는 가수였는데, 그 목소리의 감미로움은 7송이 수선화에서 극치를 이룬다고 하겠습니다. 

 

   겨울날....

 눈내리는 시골길을 천천히 달려 정처없이 떠난 길에 만난 길거리의 허스름한 카페...

 다듬어지지 않은 통나무들로 대충 만든것 같은 작은 통나무집의 작은 창에는 누구라도 속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는듯 성애가 나무틀을 주변으로 옅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좁고 작은 서너 계단은 발을 딛는 순간마다 금방 무너질듯 삐그덕 거리고

 겨우 한 사람이 드나들 정도의 작은 문은 사람의 인기척을 알리려는듯 작은 종 소리를 내면서 삐걱 거립니다. 너무 오래되어 내려 앉았는지 문 아랫쪽은 아귀도 맞지 않고...

 어두운 실내는 작은 백열등 하나가 겨우 사물을 알아볼 정도이지만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은 그래도 제법 실내를 밝게 해 주고 있습니다.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는 볼품없는 무쇠난로 위에서는

 오래되어 검뎅이가 눌어붙고 여기 저기 찌그러진 모습의 커다란 양은 주전자가

 숨가쁘게 수증기를 뿜어내고 있읍니다.

 작은 나무 의자 몇개가 난로 주변에 놓여 있고

 두꺼운 안경너머로 흔들의자에서 책을 읽던 주인 할아버지가 고개를 들어

 왔느냐는 물음을 대신합니다.

 주방 한켠에 아무렇게나 놓여진 레코드 판 속에서 그녀의 커다란 얼굴이

 그려진 자켓을 꺼내 그나마 이 집에서는 가장 신품에 속하는 플레이어에

 조심스럽게 올려놓고는 볼륨을 올립니다.

 

 밖에는 언제 그칠지 모르는 함박눈이 지근거리지만

 노래가 한없이 흘러나오는 이 집에서는 기다림에 지친 사람처럼

 아무때나 낡은 주전자에서 둥굴레차를 따라 마시면서 안주를 합니다.

 

 가끔 난로 주변에 있는 채 마르지 않은 통나무를 난로속에 집어던지면

 적어도 난로를 마주하는 부분은 벌겋게 달아오를 정도의 온기를 느낍니다.

 차 한잔 시키지 않아도 식경이 되면 고구마 밥과 썰지도 않은 포기 김장김치...

 그리고 커다란 바가지에 뒷곁에 뭍어 둔 독에서 시원한 동치미를 반찬삼으면

 어느새 밥 한그릇은 뚝딱 해치우게 됩니다.

 

 자라는 말은 없지만 가라는 말도 없습니다.

 오래되어 솔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낡아빠진 미제 군용담요를 몸에 두르면

 난로의 온기에 스르르 잠이 듭니다.

 귓가에는 반복되는 나나무스쿠리의 노래가 내려 앉으면서 말입니다.

 

 강원도 방아다리 약수 인근의 그 집에 안가본지도 꽤나 오래 되었습니다.

 그 할아버지는 아직 계실런지....

 눈이 허리까지 차던 날...가는 걸음을 붙잡지도 않고 언제 올것이냐고도 묻지

 않던 .....  찢어질듯 시멘트 부대로 만든 봉지에 고구마를 가득 담아주시던

 주인 할아버지....

 10여년의 세월이 무심했지만 올해는 찾아가 보고 싶습니다.

 찾아가도 결코 반가움을 밖으로 나타내지 않으셨던 그 분...

 가슴 가득 동심으로만 가득찼던 그 할아버지의 말없는 인정이

 유독 올해는 더욱 그리워집니다.

 






    01.- Adagio
    02.- Love Me
    03.- 햐얀손수건
    04.- If You Love Me
    05.- 쉘부르의 우산
    06.- Love Story
    07.- The Rose
    08.- Seasons In The Sun
    09.- Both Sides Now
    10.- La Paloma
    11.- Song for Liberty
    12.- Song of Joy
    13.- And I love you so
    14.- Sweet Surrender
    15.- the rose
    16.- Yesterday
    17.- Plaisir DAmour
    18.- Plaisir DAmour
    19.- The Rose
    03.- Only Love
    20.- Libertad
    21.- If You Love Me
    22.- over and over
    23.- 사랑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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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4-12-27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척 좋아하는 가수입니다. 한 가수의 음반을 두세개 갖고 있는 것이 없는데, 나나무스꾸리는 예외였죠. 특히 '고독'음반을 좋아합니다. 대학생 때 개인적인 사연이 얽혀있는 가수라.^^

수수께끼 2004-12-27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녜...무엇인가...우수가 가득담긴 그녀의 노래는 늘 들떴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게 하는것 같더군요....음악도 느끼기 나름이지만 저는 그녀의 노래에서 혼자만의 고독을 씻어내는 마력이 있음을 느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