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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반에서 다비까지
병진 지음 / 문이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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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하나 만드는것이 결코 쉽지 않다. 원고가 마련이 되어도 책의 구성을 논해야 하고, 차례와 순서를 정하는 일도 그리 만만한 일이 못된다. 그런데도 어느 스님의 지독한 열정으로 200여 페이지의 책이 단 보름만에 만들어져 출간이 되었으니, 어찌 인간의 하고자 하는 의지를 막을 수 있을소냐....

  이 책은 불교의 종단중 가장 큰 종단인 조계종의 종정(宗正) 혜암(慧菴) 대종사의 급작스러운 열반 소식을 접하고 해인사로 달려간 한 스님이 열반이후부터 다비까지의 각종 장의진행 절차를 사진으로 담은 것으로 일반인들은 다비(茶毘)라는 장의 절차를 본다는것은 힘든 일이며, 불교에서도 위대한 스님이 아닌 보통 스님의 열반시에는 일반 절차에 따르지만 나름대로 소위 고승이라고 불리는 스님들의 열반시에는 대규모의 장례행사를 치루는데 혜암 큰스님도 불교계의 고승으로 대규모의 장례를 치루게 되었으며, 이런 대규모의 장의 행사를 '병진'스님이 사진으로 찍고 글을 써서 출간한 것으로 장례의 준비단계부터 사진이라는 기계로 다비까지의 7일간을 기록한 자료이며, 불가에서 말하는 '다비'의식의 절차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열반이란 '생'과 '사'의 인연의 고리를 끊는 것이다. 혜암 큰스님은 2001년 마지막날 가야산 해인사에서 열반에 드셨다. 오전 10시 가야산의 을씨년스러운 겨울 모습속에 열반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퍼지면서 장의 준비가 시작된다.  이 책에는 제 1장에서 생전의 혜암스님이 정진하던 거소를 먼저 보여준다. 그리고는  제 2장은 혜암스님의 입적 소식을 듣고 해인총림으로 모여드는 스님들과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해인사는 불법인 대장경을 모신곳으로 法寶寺刹로 수많은 스님들이 이곳에서 경을 닦고 전국으로 퍼져 나갔기에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그늘을 찾듯 그들은 서둘러 거룩한 스승이 계시던 해인사를 찾는 것인데, 이런 제자들의 귀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있다.  상좌 스님들이 호주의 역할을 하고 제방의 스님들은 절간에 발을 들여 놓기가 무섭게 분향소를 찾아 예를 갖춘다.

 제 3장은 '산자와 사자의 공양'으로 절간을 찾는 많은 스님들을 비롯한 조문객의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일반 가정에서의 상차림과 특별히 다를것이 없으나 산중 사찰에서의 식사는 그 절차나 분위기마저도 엄숙하다. '병진'스님은 이런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제 4장은 '이별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이는 장례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분주한 모습과 그 분주함 속에서의 정성스러움을 구석진 곳까지 카메라를 들이대고 기록하고 있다. 명정과 만장을 써야하고 대나무로 만장의 깃대를 만들어 세워야 하며, 한편에서는 영결식장 준비에 여념이 없다. 아직 극락으로 가는 배를 만들지 못했음에도 망자는 어찌 그리 편안하고 즐겁게 잠 만 자고 있는가? 꽃으로 장식된 상여를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담고 있다.

  제 5장은 '연꽃으로 피어난 다비단'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다비단이란 열반한 스님의 사체를 불태우는 단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다비단의 제작은 지극정성을 들이기에 일반 공개를 하지 않는데 저자인 '병진'스님은 한마디로 스님이라는 직권을 남용하여 다비단의 제작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그런데 실은 이 다비단의 제작 과정은 대단히 중요하다. 겉으로 보아서는 연꽃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일반인이 이용하는 장제장의 형태를 모두 갖추어 연꽃속에 숨겨야만 다비가 가능하기에 연꽃속에는 우선 장작이 차곡차곡 쌓인다. 다비중에 불붙은 나무가 흐트러지지 않게 굵은 철사로 영글게 묶으며, 그 나머지 공간은 나비장으로 틈새가 없게 만든다. 마른 나무는 안쪽에 숯과 같이 넣고 바깥쪽은 젖은 나무로 나무 광(壙)을 만들고 그 촘촘히 쌓인 나무 광 둘레에 이엉을 잇는다. 이엉을 이은 후에는 온통 흰 천으로 뒤덮어 하얀 남골당을 만들고 그 바깥쪽 아랫부분부터 수십만개에 이르는 연잎을 하나 하나 일일히 풀칠하고 붙여가며 하나의 커다란 연꽃이 만들어질 때 드디어 다비를 위한 연꽃이 피어나는 것이다.

 제 6장은 '영결식'편으로 고인이 살아있는 사람과 마지막 이별을 하는 절차입니다. 평시에 혜암스님은 장례행렬에서 "수많은 죽은 사람들이 1사람의 산 사람을 따라가노라"고 하였는데 정말, 한 사람의 죽은 자를 위하여 누가 망자이고 누가 살아있는 사람인지를 구분할 수 없는 그런 영결식이 치뤄진다. 제 7장은 '누가 불타는 집에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다비의 모습을 담고 있다. '세상은 항상 불타고 있으며 그 대들은 항상 암흑속에 있으면서 왜 빛을 구하려 하지 않는가?' 라는 물음을 던지는 다비는 죽은자의 무덤을 불태우는 것으로 불길이 다으면 죽은자의 집은 화택(火宅)으로 변한다. 그 불길의 날름거림은 하늘로...하늘로 올라 텅빈 공간속으로 사라진다. 그러기에 스님들은 '無'를 말하며 평생을 '空'으로 사는가?

  달도 자고, 바람도 자고 밤이 깊어가면 이제는 하나 둘 산문을 찾았던 조문객들도 성긴 걸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하여 먼 길을 돌아간다. 신 새벽이 다가오면 다비단은 마지막 불길로 길게 용트림을 한다. 아침이 밝아오면 사그라진 다비단 속에서 스님이 남긴것을 찾는다. 그것이 바로 사리(舍利)다. 부처의 다비후 8만 4천개나 나왔다는 영롱한 사리는 살아 생전 스님이 불심을 마음속에 새기며 정진한 결실이라던가?  평소에 인간으로 태어나 사바세계에서 보여주던 혜암스님의 모습이 아닌 참모습을 보여주시는 것이리라....

  이렇게 7일간의 장의는 끝났다. 이 책의 뒤쪽에는 영결식 자료인 열반송과 추도사, 그리고 영결식 절차에 관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일반적이지 않다. 돌아가신 큰 스님의 장례절차와 이러이러한 추도사가 있었다는 기록에 불과할 것이다.

 이 책을 만든 '병진'스님은 한 마디로 대단하다. 스님으로서 "장례의식을 사진으로 남겨야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보기 드문 절집의 장례과정을 담은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지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 동안 몇 분의 큰 스님들이 열반에 드셨음에도 이런 세세한 모습을 담은 자료집은 없었다. 이 책이 특별하게 잘 만들어졌다거나 일반인의 시각에서 관심을 끌만한 대목은 하나도 없으나 절집 식구들에게는 말로만 들어오던 큰 스님의 다비의식을 한권의 책을 통해서 알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며, 겸하여 우리 문화의 오랜 영역을 차지하며 면면히 내려오는 불교의 다비의식을 기록으로 남겼다는데 그 가치와 의의를 찾는다 할것이다.

                                                                               < 如        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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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2004-11-07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진스님께서 여러면에서 대단한 스님이라는 것을 말씀해 주셨군요. 다비식 사진도 수준급이시구, 내용도 볼만하더군요. 제가 가까이에서 자주 뵙기 때문에 저역시 병진스님의 화승으로서의 그릇을 알고 있답니다.

미술사나 미학에 대한 부분에 일반인학자(교수들)보다 넓은 식견을 가지고 계신분이시기도 하죠. 오늘도 아름다운(미)에 대한 토론에서 기염을 토하셨답니다.

동서미학과 미술사를 모두 섭렵하시고 승려로서 경에대학 지식까지 해박하시니 아름다움(미)의식에 대한 명쾌한 답을 쉽게 끌어내시더군요. 오늘의 한마디는 미술계를 이끌어나가는 선각자들의 존재경향적 관념(제행무상)에 의해 아름다움이 가꾸어 진다면서 우현 고유섭선생님도 미에대한 정확한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는 말로 결론을 대신했답니다.

수수께끼 2004-11-07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움에 대한 해답은 없습니다. 부처님은 제자 가섭에게 변을 가르키시며 '저것이 무엇인가?'를 물으셨고 제자의 모른다는 물은에 "꽃이로다"는 말로 응답을 해 주셨습니다. 병진스님의 미에 대한 결론은 단순한 선념적 사고에서의 판단으로 보여지며 각양각색의 주관속에서 미의 기준 또한 각자의 고유한 영역으로 획일화 될 수 없는 것이며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우현선생은 섣불리 미에 대한 결론을 단정짓지 않으셨던 것입니다. "내가 주장하는 미의 본질이 네가 주장하는 미의 본질과 다를것임에 섣불리 내가 미의 개념을 정념하는것은 너의 미적 개념에 혼란을 초래하는 것이다"는 말에서 처럼 미란 선각자들이나 예술가의 관념적 접근과는 다른것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다만, 미란 아무것이나 아름답다고 하므로써 개념의 혼란과 남발을 방지하기 위한 미학이라는 학문을 통하여 외재된 형태미를 통한 내재적 잠재미의 아름다움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정답을 논할수는 없으나, 자칫 남의 미에 대한 관점과 관념속에 스스로의 미에 대한 개념이 와해되고 있지 않은가를 경계할 필요성도 있습니다.

수련 2004-11-09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움에 대한 해답이 있을리 있겠습니까? 미 라는 한자어 자체가 추상적 이 잖아요~~미술을 그리고 미술을 가르쳐도 미는 동그라미예요.
 
한국의 박물관 1 - 갈촌탈박물관.하회동탈박물관.공주민속극박물관
한국박물관연구회 엮음 / 문예마당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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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의 얼굴 모습은 어떤 표정일까? 어떤 사람들은 우리의 얼굴에 너무 표정이 없다고 한다. 또 한편으로는 그 무표정함은 찌든 생활속에서 배어나오는 비애와 고생의 표정이라고도 한다. 우리의 얼굴 표정에 관한 평가는 우리 스스로가 내렸다기보다는 우리 나라에 체류중인 외국인의 글에서 가끔 접하는 서글픈 현상이다. 그렇다면 정말 우리의 얼굴표정이 그렇게 어두울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알려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이라 하겠다.

 이 책은 도서출판 '문예마당'의 한국의 박물관 시리즈로 출간한 첫 번째 책으로 경남 고성군에 위치한 '갈촌 탈박물관'과 안동 하회마을에 자리잡고 있는 '하회동탈박물관', 그리고 충남 공주시 의당면에 자리잡고 있는 '공주 민속극박물관'에 소장하고 있는 탈과 꼭두각시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책에 담긴 내용은 한국박물관연구회의 정인수가 썼으며 사진은 동 연구회의 정인수, 박옥수 두 사람이 맡았다. 원래 이 시리즈는 이 책을 비롯하여 화석과 무속, 옹기, 궁중유물의 순으로 특수 박물관의 유물을 집중 조명할 계획이었으나 옹기를 대신하여 화폐박물관을 출간하였으며 앞으로도 우리 나라의 특수 박물관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간행을 계획하고 있다한다.  

 탈이란 얼굴에 뒤집어 쓰는 물건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그 뒤에 얼굴을 숨기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렇게 자신의 얼굴을 숨기기 위한 탈이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조개무덤에서 나온 조개 가면은 탈이 생각보다 일찍 만들어졌음을 알게 해 준다. 이러한 탈이 왜 만들어 졌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규정된것이 없지만 추측컨데 동물 사냥을 목적으로 잡고자 하는 동물에 접근하기 위하여 위장의 수단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이유가 그 첫 번째이며, 인간의 식량으로 활용된 동물을 위로하고 종교적인 의식에서 자신의 얼굴을 밝히지 않으면서 죽은 동물의 넋을 위로하는 방편으로 만들어지기도 하였으며, 또 한편으로는 주술적 의미로 귀신을 쫒기 위한 방편으로 탈이 제작되었다고 보고 있다.

 탈이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액땜 방지용이라는 것이다. 탈이란 사전적 의미로는 가면 이외에 '돌발적인 사고나 궂은 일'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어 사고나 궂은 일을 막기 위한 액땜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의 탈은 민속문화재로서의 기능으로 보존되고 탈춤등이 전수되어 내려오고 있다. 이러한 탈들을 모아 놓은 세 곳의 박물관은 국가나 단체가 만든것이 아닌 개인이 설립한 박물관이다. 개인의 열성과 탈에 대한 의지가 없으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기에 탈 박물관들은 우리 탈의 이모저모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갈촌 탈박물관'편에서는 탈의 기원과 만들게 된 동기, 그리고 탈에 담긴 의미를 미리 알고 탈춤과 인형극에서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담고 있는데 탈의 종류에도 나무로 깎아 만든 탈과 장승, 그리고 대나무로 만들거나 한글이 쓰여진 탈, 부적의 의미가 담긴 탈, 자연의 나무를 이용하여 만든 탈 등등 탈의 형태에 담긴 의미를 풀어내고 있다. '하회동 탈박물관'은 국보로 지정될 만큼 유명한 하회탈을 비롯하여 각 지방의 탈놀이에 사용되는 탈, 그리고 외국의 탈까지 전시되고 있다. 익히 알려진대로 그 해학적인 얼굴 표정을 담은 탈은 탈에서 우러나오는 익살과 함께 우리와 친숙해진지도 꽤나 오래 되었다. 입이 찢어지도록 웃고, 가소롭다는듯이 가는 눈을 뜨거나 과부이기에 마음대로 웃지 못하고 살포시 입가에 웃음의 흔적만을 남기는 부네탈, 옴에 걸려 얼굴에 우둘두둘한 종기로 가득한 탈, 슬픔으로 입이 찌그러져 흉내를 내기에도 슬픔을 가득 느낄 수 있는 양주별산대, 송파산대, 은율 탈놀이의 탈 등등 우리 나라의 탈 놀이에 관련한 여러가지 탈 들의 각각의 의미와 형태를 설명하고 있다.

 '공주민속극박물관'편에는 우리나라의 탈놀이에 관련되는 것들이 모두 모여있다. 음악과 춤이 어우러지는 탈놀이는 연극으로, 또는 무용으로, 꼭두각시 놀음으로 우리와 가깝게 지내왔다. 탕에는 인간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양반이 있고, 각시가 있고, 귀신, 중, 각종 역병, 말뚝이 등등 인간의 형태를 흉내낼 수 있는것은 모두 탈로 만들어질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탈은 한편으로는 세태에 대한 간접적인 비난의 수단으로, 또 한편으로는 세상사에 대한 기원의 의미로 활용되었으며 자신의 얼굴을 숨기고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음에도 탈 속에 숨기겨진 얼굴로 뱉어내고 싶은 속마음을 후련하게 토해낸다. 신분이나 격에 맞지 않음을 타인의 모습으로 마음껏 토로하는 것이 바로 탈이라 할것이다.

 이 책은 탈에 대한 자세한 안내서일뿐만 아니라 역사와 무형문화재에 대한 상세한 해설서의 기능도 함게 하고 있다. 탈춤을 보더라도 겉모습이나 우스꽝스러운 행동에서의 즐거움만을 추구하지 말아줄것을 이 책에서는 바라고 있는 것이다. 탈춤이나 연극에 등장하는 인물의 성격을 판단하게 해 주는 자세한 탈에 대한 설명은 훨씬 이해를 돕게 될것이다. 특수박물관을 찾는 첫 번째 시리즈로 탈춤을 선정한것은 인간의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이 주는 이미지와 의미를 가장 먼저 느끼라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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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11-12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이것도 주문하지 않을 수 없네 ... ^^;;;
 
한국의 마애불 - 하늘과 땅이 동시에 열리는 공간
이태호.이경화 지음, 유남해 외 사진 / 다른세상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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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 평평한 바위를 보면 옛 사람들은 무엇이건 남기고 싶었을까? 아니라면 인간의 삶을 마치는 순간 또 다른 용화세계로의 승천을 꿈꾸어 왔을까? 우리 나라에는 참으로 마애불이 많다. 마애불이란 바위에 새긴 불상을 말하는데 그 위치가 까마득해서 아찔한 느낌을 주거나 또는 길 옆의 너럭바위나 할것없이 우리 나라 전역에는 약 200여개의 돌에 새긴 부처가 자리를 잡고 있다. 마애불이 깊은 산중에 있거나, 또는 사람이 올라가기에는 너무 험준한 바위에 새겨졌기에 쉽게 접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그동안 마애불에 대한 연구가 미진했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전남대학교 이태호 교수는 그중 108개를 택하여 이 책에 담았다.

 바위에 새겨진 불상 하나로서 불교의 세계를 표현하고자 했던 옛 사람들의 의지는 무엇이었을까? 그것도 백두대간이 몸속에 숨기고 있던 뼈에 해당하는 화강암에 어느것은 열심히 쪼아서, 어느 불상은 낮게, 또는 높게 양각으로, 또 어느 불상은 일부는 돋을새김으로 하고 일부는 선각으로 하는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성된 마애불의 조성 동기가 저자는 산악신앙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저자는 산을 생활신앙의 모태임을 말하며 마애불도 이러한 숭산(崇山)신앙에 의해 조성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마애불의 기원은 우리 땅에 불교가 들어오기 이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던 산악숭배, 암각화, 고인돌 등의 거석문화 등과 결합하여 발전한 것으로 저자는 설명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마애불의 도상학적 근거는 인도나 중국의 석굴사원에 있는데 우리 나라의 지형적 특성에 다라 중국이나 인도와는 달리 원래의 바위가 놓인 자리에 불상을 조각하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108개의 마애불에 대한 상세한 설명에 앞서 첫번째 꼭지로 "한국 마애불의 유형과 변모"라는  마애불을 이해하기 위한 설명을 하고 있는데 1.마애불, 바위에 새긴 부처  2,한국적 신앙형태의 불교유적  3,마애불의 양식 변천과 예술미  4,마애불에 투영된 한국인의 심상 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저자는 이 글이 <불교문화연구> 제 7집에 실었던 논문을 수정해서 재 수록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2부에서는 마애불에 대한 본격적인 안내로 들어가는데 2부는 크게 3개의 작은 꼭지로 구분하여 첫번째 꼭지는 '산 속 깊은곳에 숨은 은자'라는 주제로 모두 35개의 마애불을 백제, 신라, 통일신라, 고려 및 조선으로 구분하여 각각의 마애불이 갖는 아름다움과 배치 형태, 그리고 수인과 법의에 대한 설명을 곁들인 미술사학적 설명을 담고 있다. 두번째 꼭지는 '삶터에 내려앉은 지킴이'로서의 마애불로 깊은 산중이 아닌 우리네 삶터 주변에 새겨진 마애불에 대하여 역시 시대별로 구분하여 설명을 하고 있으며, 마지막 세번째 꼭지는 높은 지역에서 인간 세상을 내려다 볼 수 있게 조성된 마애불을 묶어 '세상을 굽어보는 하늘미륵'이라는 주제로 통일신라와 고려, 조선 시대에 걸쳐 조성된 마애불을 시대순으로 구분하여 설명을 하고 있다. '한국 마애불목록'을 권말에 붙였는데 여기에는 명칭과 조성시기, 크기및 지정형태, 그리고 마애불의 소재지와 본문에서 다룬 쪽이 어디인가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정신문화연구원의 사진담당 유남해의 사진을 담았는데 ,작가가 상업 사진작가가 아닌 순수 사진작가라서인지 이 책에 실린 사진은 독자들을 훨씬 푸근하고 아늑함 속에서 읽을 수 있고 또 단순한 책속의 사진이 아니라 마애불이 주는 인간을 향한 무한한 자비를 느낄 수 있도록 자연광 위주로 촬영하였음을 알수 있게 해 주고 있다. 이 책은 일반 안내서로서의 기능과 미술사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개관서로서의 기능을 다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책의 부피를 고려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왕에 처음으로 다양한 마애불을 담을 요량이라면 나머지 100여개의 마애불도 담았으면 하는 욕심이 들지만, 예술적 감상기준이나 미술사학적 중요성을 우선하여 선정을 한것으로 판단되는 이 책의 내용만으로도 우리 산하에 자리잡고 있는 마애불을 이해하는데는 부족함이 없다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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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불가사의
김한곤 / 새날 / 199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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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떤 사물에 대한 호기심은 그 사물의 존재에 관한 왜? 라는 의문과 어떻게? 라는 의문에서 출발을 할 것이다. 왜? 라는 단어는 만들게 된 사연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이고, 어떻게? 라는 단어는 제작 기법상에 관련되는 의문일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의문과 궁금증을 갖게 하는 우리의 문화를 선정하여 나름대로의 궁금증의 해답에 접근하고자 하는 노력을 담고 있다.

 이 책은 방송 제작자인 김한곤PD의 저서인데, 저자가 방송작품의 기획의도로 삼았던 내용들에 대하여 방송이 끝난 다음에 나름대로 정리를 한 것으로 모두 6개의 주제로 구성하였는데 저자가 방송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유로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기 속에서 공통적으로 잠재하고 있는것이 무엇인가를 밝히고자 노력을 하고 있다.

 계곡 전체의 곳곳에 세워져 있는 운주사의 천불천탑이 같는 신비로움과 전설을 가득 담고 있는 와불을 만들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와불은 왜 누워있고 언제 일어날 것인가와 말대로 와불이 일어나면 정말로 운주사가 들어선 곳에 도읍이 형성될 것인가? 또, 계곡 바람이 강하게 불어도 약간의 흔들림만 있는 정도으며 높이가 20m에 달하기에 일정하지도 않는 무거운 돌을 버팀목이나 장비도 없이 돌을 쌓아 탑을 만들 수 있을까? 라는 의문속에서 도저히 한 사람의 공력으로 쌓았다고 보기에는 믿기 어려운 마이산의 돌탑들이 왜 신비로운 것인가를 말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잊혀지고 소외되어 왔던 가락국이라나라가 있었던 김해지방의 유물의 흔적을 살피면서 <삼국유사>에는 기록되어 있는 가락국의 역사가 <삼국사기>에서는 고대국가의 역사에서 지워지게 된 이유, 그리고 인도와의 교류가 성행했던 당시의 상황을 남아있는 유물을 통하여 추론하면서 지속적인 가락국에 대한 연구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천오백만이라는 글짜가 모두 똑 같음은 물론 그 많은 글자에서 단 한자도 오자(誤字)가 없으며 빠진 글자(落字)가 없이 정확한 8만여장의 목판 대장경은 아직까지도 언제,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를 정확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제작과정에 대한 일체의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가운데 각면 23행 322자를 오로지 칼로만 판각을 한 당시의 제작자들의 기술에 감탄을 한다. 요즘의 능숙한 판각수도 하루 온종일을 매달려 겨우 20자를 팔 정도인데 이천오백만자를 16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똑 같은 글자체로 판다는 것은 같은 판각 능력을 가진 수 많은 기술자들이 동원되었을텐데 과연 어떻게 하여 팔만대장경을 만들 수 있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담고 있다.

 설굴암은 석굴로 불리는것이 그 자체의 가치를 오히려 낮추는 말이며 인공 석굴에 만든 종합 건축물로서의 위용을 담고 있는 위대한 유산으로 빛이 주는 동심원이 신비롭게 빚은 불교 예술로 조화의 극치를 찬탄하고 있다. 그리고 본존불에 나타난 14개의 원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 후세의 학자들이 풀어야 할 수수께끼의 해법임을 이야기 하고 있다. 마지막은 1억여년전에 공룡의 놀이터였던 한반도에서의 쥐라기 공원을 담고 있다. 중생대 전기 백악기 시대에는 공룡천국이라고 불리워질 만큼 이 땅에는 공룡들이 득실거렸던 것으로 알려지고 곳곳에서 공룡의 화석과 알, 발자국 등이 발견되고 있다. 공룡이 사라진것도 수수께끼지만 우리 나라 일부에서 발견되는 공룡의 흔적은 과거 우리 나라의 자연입지와 환경이 공룡이 살기에 적합했던 것으로 보고 이해하기 어려운 흔적들만 남기고 완전히 사라진 공룡의 멸종원인을 추정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추정들은 과거를 몰랐던 현재의 인간이 벌이는 말장난에 지나버릴 수도 있다. 가장 정확한 왜?와 어떻게? 라는 답은 당시 그 환경에서 만들고 살았던 인간과 동물들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로 돌아갈 수 없기에 이런 즐거운 추정도 가능한것이 아닐까? 이 책은 이런 의문점에 대한 최소한의 근접을 위한 접근법이라고 볼 수 있다.

 한가지 아쉬운것은 "한국의 불가사의"라는 제목에 맞게 정말 궁금하게 여겼던 대상물에 대한 내용이 빠졌다는 것이다. 우선 가장 중요한것은 "첨성대"이다. "첨성대"는 지금가지는 천문대로 알려져 왔으나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듯 제단, 또는 신단이라는 의견에 대해 객관성을 고증할 필요가 있었다. 두 번째는 우리가 쓰고 있는 글자인 "한글"에 관한 궁금증이다. 여러 문헌을 통해 "한글"은 반포되기 이전에 일부 유사한 글자가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런 중요한 사항에 대한 궁금증을 이 책에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왜? 무엇 때문에 만들지 않으면 안되었는가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노력 앞에 분명 각각 다른 역사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각기 다른 동기와 목적으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해답을 찾지 못함은 바로 저자가 바라는 절박하고 절실한 소망이라는 공통점에 대한 해답일 것이다.

                               <如      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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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세계문화유산
편집부 / 학고재 / 1998년 8월
평점 :
품절


 1978년...유엔의 산하기관인 UNESCO에서는 World Heritage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인간이 만든 문화와 자연은 뗄래야 뗄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임을 인식하고 심볼도 사각형의 형상으로 이루어진 주변을 원이 감싸고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반 만년이라는 찬란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가입하여 1995년 제 1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종묘와 석굴암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래 수원 화성과 창덕궁, 강화와 고창, 화순의 고인돌群, 그리고 경주 전지역 등 모두 7개가 지정되어 있으며 무형유산으로 종묘제례의식과 종묘 제례악과 판소리가 지정된 상태이다. 금년 6말말 현재 세계적으로는 개략 700여점의 문화유산이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되어 있다.

 이 책은 삼성문화재단에서 출간한 책으로 발행은 도서출판 '학고재'에서 맡았었는데 1998년 2쇄 이후로는 더 이상 출간하지 않아 그 이후에 등재된 고인돌群와 경주 전지역에 관한 사항은 빠져버리고 말았다. 언젠가 증보판이 출간이 될 때 그 이후에 지정된 우리의 문화유산도 수록 될 것으로 본다. 이 책은 지정된 유물에 대한 안내서임과 동시에 지정될만한 가치가 무엇이었는가를 전문가들의 글로 꾸미고 있으며 사진은 문화재 전문 사진작가인 김대벽, 안장헌, 주명덕이 맡았다.

 전술한바 대로 이 책의 내용은 전문가의 지정 유물에 관한 상세한 안내서이며 설명서이다.불교 문화재인 경우에는 불교의 사상을 이루는 기본적인 교리를 언급하고 있고, 종묘의 경우에는 사당으로서의 종묘의 성격과 배치도, 그리고 종묘제례악의 역사와 절차 그리고 종묘제례악을 구성하는 樂, 歌, 舞의 요소를 설명하고 있다. 수원 화성에 있어서는 정조가 어떤 마음으로 수원의 화성을 짓기 시작했는지를 역사적으로 조명하고, 이를 완성하기 위한 정약용등 실학파의 왕명을 받든 의지가 무엇이었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사진을 맡은 3사람은 모두가 Fine Art부분의 순수사진가이다. 말 그대로 사진작가인데 이들이 촬영한 우리의 세계문화유산은 상업적이지 않고 다분히 예술성을 가득 담고 있기에 사진을 보는것이 편함과 동시에 고즈녁한 우리네 정서가 뭍어 나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골치아픈 내용이 보고 싶지 않다면 사진만 보아도 대충 짐작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을 많이 담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의 중요성이 대두된것은 1960년대 이집트의 아스완 댐 공사부터였다. 당시 수장되게 될 위기에 처한 이집트의 문화유산은 세계 각국의 모금으로 마련된 이주 비용으로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었다. 반면, 전 세계의 관심속에 종교적 배타성으로 인하여 텔레반 정권이 무참하게 파괴해버린 바미얀 석불 등 인류의 보존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파괴에서 지키지 못한 문화유산도 상당히 많다. UNESCO의 세계문화유산 지정의 의미는 이렇게 사라져가는 인류의 문화 유산에 대한 관심 제고와 보호라는 목적이 강하다.

 세계문화유산은 자연, 문화, 복합의 3가지 형태로 구분하여 지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일전에는 강원도의 비경인 설악산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하고자 하였으나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 제한 우려에 의한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나 세계문화유산의 지정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 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임과 동시에 세계적인 관심속에 재정적 지원을 받게 되며, 유엔의 각 기구를 비롯한 국제기구에 자연스럽게 소개되기에 홍보를 할 수 있는 더 없는 기회였음에도 지역이기주의에 의하여 반려된 무척이나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최근 북한의 문화유적중 고구려 고분과 벽화에 대하여 지정 신청을 해 두고 있어 조만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될 것으로 기대가 되어 더 이상의 휀손과 파괴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며,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제주도가 자연유산지구로, 강릉의 단오제가 무형유산으로 등재를 위한 UNESCO의 까다로운 심사를 치루고 있다.

 이 책을 통하여 문화재는 남들이 관심을 가지든, 또는 가지지 아니하든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니는 것이기에 그 가치에는 변화가 없으나 그 가치를 인정하므로써 퇴락과 훼손과 파괴로부터 보호 될 수 있음을 알기쉽게 설명을 해 주고 있는 책으로 우리의 문화 유산에 대해 한 번쯤은 더 관심을 가지고 살펴 볼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 如       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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