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한국사 시민강좌 제23집
이기백 엮음 / 일조각 / 1998년 8월
평점 :
절판


 며칠전 이기백 교수가 운명을 하였습니다. 한국사에 있어서는 친일 역사관을 가지고 임했던 이병도 박사에 맞서 제대로 된 한국사를 이룩하기 위해 노력을 해 왔고 특히 식민사관에서 벗어난 "한국사신론"을 펴낸 이기백 교수는 사재를 털어 도서출판 '일조각'과 공동으로 <한국사 시민강좌>라는 책자를 연 2회 발간하여 현재는 34집까지 발간 되었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이기백 교수를 책임 편집위원으로 <한국사 시민강좌>의 1집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1집에서는 "식민주의사관 비판"을 특집으로 엮었는데, 이기백 박사의 탈 식민주의사관이 어떠한가를 이해 할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후 고조선의 제문제, 광개토대왕비, 고려의 무인정권 등등 한국사와 관련되어 잘못 알려진 분야에 대한 학자들의 연구논문을 게제하여 한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사관의 정립에 앞장을 서 왔습니다.

  23집은 "한국문화유산, 왜 자랑스러운가"라는 특집으로 엮은 책입니다. 특집이라하여 다른 기사와 병행하여 게제되는 것이 아니라 매 권마다 주제를 설정하여 특집으로 엮은 것입니다. 23집에서는 문자와 典籍, 건축물, 벽화.조각.공예, 과학기술의 4개 주제로 특집을 구성하였는데 모두 16명의 학자가 연구한 논문을 수록하였습니다. 이러한 내용의 편집 의도는 우리 스스로가 우리 문화재에 대해서 무식하다면 애초에 다른 나라의 문화와 비교한다는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고, 이는 인류의 문화에 대한 모욕이라는 사고에서였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한국의 문화유산'이 곧 세계의 자랑이라는 것을 알 필요가 있어 "왜? 자랑스러운가?"라는 이유를 찾고자 하였습니다.

 이 책에서는 기고자의 기고를 통하여 우리문화의 참된 값어치를 누구나가 깨달을 수 있도록 하였는데, 그 대상으로 전적류에서는 한글을 비롯하여 팔만대장경, 조선왕조실록과 대동여지도를 다루었으며, 두 번째 건축물에서는 석굴암과 창덕궁 후원, 종묘, 화성을 다루었고, 벽화.조각.공예에서는 고구려 고분벽화, 백제금동대향로,미륵반가사유상,성덕대왕신종및 도자기류로 청자와 분청사기 및 백자를 다루고 있으며 과학기술 분야에 있어서는 첨성대와 금속활자, 혼천의,자격루,측우기 등의 농사와 관련된 과학적 발명품을 담고 있습니다.

 23집에 게제된 내용은 읽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우리 문화재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애정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할것입니다. 자랑스럽다는것은 누구나 알겠지만 막상 그에 대한 설명이나 무엇이 자랑스럽냐는 물음에는 벙어리가 되어 버리는 실정에서 이 책은 정말로 무엇 때문에 우리가 자랑스럽게 여겨야 하는지에 대해서 그 바른 답을 제시하고 있다 할것입니다.

 이 책에 수록된 자랑스러운 문화재는 단지 설명에만 그치지 않고 과학적 근거가 무엇인가를 설명하고 있으며 시대적으로 끼친 영향들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이 책에 수록된 20가지의 문화유산만 제대로 이해한다해도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에 상당한 접근을 보이게 될것입니다.

 이 책의 출간은 책임편집을 맡았던 '이기백'박사의 혼신의 노력과 출판사인 '일조각'의 합심된 마음에서 이어진 바른 한국사 찾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고인이 되었지만 이기백 박사의 이러한 노력은 우리의 마음에 우리 문화의 자랑스러움을 가득 담는데 크게 기여하였음은 물론이고 잘못된 사관으로 우리 역사를 이해하여 왔던 국민들에게 많은 부분 바른 역사를 심어주었습니다. 이제는 후학들이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한국사 시민강좌'가 계속 편집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삼가 이기백 박사의 명복을 빕니다.

                              <如       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의 전설 - 전설이 있는 문화유적
천소영 지음 / 창해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물"이라는 단편적인 주제로 문화 유적을 결부시켜 그 속에 담겨 있는 전설을 오늘에 되살린 한 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국문학과 교수인 천소영이 글을 쓰고, 사진 작가 김동현의 아름다운 사진으로 꾸며진 책이 바로 <물의 전설>이라고 하겠다. 이 책은 인문과학 위주의 책을 주로 발행하는 '창해' 출판사의 책인데 이 책 이외에는 "전설이 있는 문화유적"이라는 부제를 달고 출간된 후속 간행본이 없으니 자못 기다림의 시간이 늘어지는것만 같다.

 이 책은 크게 1. 물, 그 생명의 기원 2. 전설이 흐르는 강  3. 그 섬에 가고 싶다의 세 꼭지로 이루어져 있다. 대충 짐작을 하였겠지만 물과 관련된 전설을 문헌 사료를 근거로 하여 직접 문헌사료에 나타 난 지역을 찾아가서 그곳의 풍광을 카메라에 담으며 써내려간 글이다. 저자의 말 처럼 이 책은 글로 쓴것이 아니라 발로 쓴것임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신격 위주의 신화와 달리 전설은 인간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단지 전설에 의하면...이라고 시작되는 내용에서 전설과 조금이라도 연관되어지는 사실적 근거가 있는 지역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의 내용은 예전에 모 라디오의 인기프로였던 "전설따라 삼천리"와는 그 격을 달리한다.

 내용은 저자가 <월간조선>에 4년간 연재했던 것을 다시 엮은 것으로 이 책에서 특징적인 것은 사진작가 김동현의 카메라 렌즈가 갖는 예술성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사진에다 저자의 답사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를 판단하여 예술성을 더한 사진이 이 책에 그득하여 기분이 좋다. 책 표지의 양수리 느티나무와 물에 잠긴 고사목의 적절한 배치부터가 매우 아름다운 우리의 자연을 표출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전설은 <삼국유사>의 내용을 참고로 했음을 알 수 있지만 그 외에도 저자가 직접 그 지역에 가서 듣고 기록하여 알려주는 전설도 상당수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가 문헌자료에 얼마나 충실했는가를 알 수 있었으며, 또한 문헌자료를 통한 저자의 문화유적에 대한 식견이 해박함도 느길 수 있다. 또한, 이 책에는 비단 물과 관련된 전설뿐만 아니라 인접한 여러 내용도 충실하게 전해주고 있다.

 이 책의 분류를 놓고 조금은 고민을 했다. 이 책을 '우리 문화'의 분류 체계에 넣을 것인가? 아니면 '길 떠남의 매력..여행'이라는 분류체계로 구분할 것인가였다. 그 이유는 이 책은 문헌에 근거한 전설을 담고 문화 유적의 답사를 겸하는 여행서로서도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책의 판형은 포켓판으로 여행에 무거운 짐이 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음도 알 수 있다.

 약간의 덧붙임만으로도 누구에게나 구수하게 들려 줄 수있는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는 이 책은 일반인에게는 하나의 청량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도 볼 수 있다. 구태어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이 책의 발자취를 찾아 여유롭게 다녀 올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코 부담스럽지 않게 꾸며진 내용이기에 머리를 싸맬 필요도 없다 . 특히 책장 구석구석에는 지명에 대한 간단한 설명도 덧붙여 그 지역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좋은 참고 자료가 되도록 하였다.

 이런 좋은 책은 손에 들어오면 우선 마음이 기쁘다. 뭔가 활력을 넣어주는 책이기 때문이고 그 활력은 희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이 책의 저자가 선험하였던 발 길을 따라 우리 나라의 물골을 찾아봐야 할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한시:여류시편 - 제3권
김달진 / 민음사 / 1989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구입한지는 꽤 오래 되었다. 구입 당시에는 밤이 새는지도 모르고 한시가 주는 매력에 빠졌던 기억이 있는데, 오늘 책장에서 우연히도 굵은 제목이 눈에 띄어 다시 집어들게 되었다. <한국漢詩> 3권은 여류시인의 작품을 묶은 책인데,  이 책의 譯者인 故김달진 선생은 오랜 동안을 동국역경원에서 한문으로된 불경의 한국어 번역을 위해 노력해오신 시인으로 바로 이 책의 출간을 앞두고 세상을 떠나셨다.

  한글은 다양한 표현기법에 있어 프랑스어보다 훨씬 사물의 표현을 위한 수식어가 많은 우수한 글자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한문으로 된 詩를 우리 말로 번역한 것인데 순수 한글로 이루어진 싯귀보다 훨씬 속에 담긴 깊은 내용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뜻글인 한문이 같는 하나의 장점이 될것이지만 그런 한문을 우리 글로 譯解함에 있어 얼마나 감미롭고 다양하게 풀 수 있는지...새삼 우리 한글의 다양한 표현 가능성에 감탄을 할 따름이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의 저자는 신사임당 처럼 잘 알려진 여류 시인이 있는가 하면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규방 작가의 작품이 다수 소개되고 있는데 당시의 여인네들이 같은 정서는 물론이고 그네들이 가졌던 사랑과 이별의 애절함을 어떻게 표현하였나를 알 수 있음은 물론이고 그네들의 시를 통하여 현대의 여성과는 어떤 사고의 차이가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羅 衫 (비단 적삼)

醉客挽羅衫   술 취한 손님이 비단 적삼을 잡아 당겨

羅衫隨手裂   그바람에 그 손길 따라 비단적삼 찢어졌네

不惜一羅衫   비단적삼 한 벌이야 아까울것 없지만은

但恐思情絶   그 사람과의 은정이 끊어질까 두려워할 뿐....

위의 詩에서 말하듯 직접적인 표현을 쓰지 않고 은근한 표현으로 사랑의 단절을 안타까워 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조선시대의 여인네들이 갖고 있는 사랑과 기다림에 따르는 애절함을 한자라는 뜻글을 빌어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이 책에 실린 한시를 보면서 대부분의 한시가 7언절구로 이루어 졌음을 알 수 있는데 단 7자의 한자를 사용하여 자신의 가슴속에 담긴 안타까움을 토로할 수 있었던 규방 아낙의 숨은 능력이 놀랍고, 지금처럼 톡톡 튀지는 않더라도 아낙네들은 나름대로 규방문학이라는 하나의 장르를 개척했던 만큼의 다양한 문학적 소질을 가지고 있었다고도 볼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 책의 내용을 하나 하나 읽어 가면서 오히려 현대의 사랑을 전하는 메시지보다 훨씬 강력하고 은근한 메시지를 전하려고 노력했던 흔적을 엿 볼 수 있다.

 책의 구성은 작가별로 제목을 나열하고 번역을 먼저 싣고 원문을 배열하였으며, 밑에는 註를 달아 읽는이의 이해를 돕고 있다. 그리고 권말 부록으로는 <한국漢詩> 의 3권째 마지막권으로 작가소개를 달고 있다.  7언, 또는 5언으로 이루어진 짧은 漢詩지만 그 시가 담고 있는 속뜻이 참으로 애절하고, 한편으로는 이 시를 쓴 여인네들의 심정을 헤아리며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알려지지 않은 규방문학의 번역서라 할 것이다.

                                                                                                 < 如        村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