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효진의 공책
공효진 지음 / 북하우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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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이 책을 썼다고 한다. 흥, 내가 서점에서 우연찮게 마주쳤던 연예인들의 책은 그리 호감이 가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약관 20대의 나이에 한껏 멋을 부린 사진으로 도배된 ‘자서전’을 보고 기가 막힌 적이 있었다. (아마 그 책의 주인공들 스스로가 손발이 오글오글 거렸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내용은 패션과 인테리어, 아니면 미용과 다이어트 트렌드에 관련된 흔히 눈에 보이는 시각적 이미지를 최대치로 충족시켜 주는 어찌 보면 속이 비어도 한참 비어버린 강정 같은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근래는 많이 다양화 되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자신의 직종에 맞춘 그 부류의 범주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사상과 철학이 보이는 어느 정도 무게감을 주는 도서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내가 구입을 했던 책은 전무하다.

아마도 리뷰를 쓰는 이 책은 내가 그쪽 직종에 관련된 사람들이 냈던 도서 중엔 최초일 것이다. 이건 다분히 개인적인 호감의 차원을 떠나 요즘 환경관련 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내 독서방식과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더불어 내가 감히 판단하는 배우 공효진은 근래 보기 드문 볼매(볼수록 매력 있는) 레벨에 올라서 있는 배우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이렇게 구입한 책은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보여주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공효진이란 인물에 대해 다른 각도와 다른 시선을 제공해준다. 환경이라는 테마를 주제로 그녀의 직업군이 가지고 있는 최고 장점인 대중과의 공감을 부담 없이 끌어올려준다. 주제넘게 오버를 한다면 환경이란 골치 아픈 화두를 조금은 편안하고 거북하지 않게 접근할 수 있어 보인다.

급진적 표현이 난무하는 환경서적은 많이 존재한다. 심각한 상황까지 도달했기에 그 시급함에 강력한 문구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내용들과 갑갑한 현실의 가득함에 숨이 막힌다면 아마도 공효진의 공책은 다급한 현실 속에서 조금은 부드럽게 우리가 직시한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해가는 시작을 제공할 수 있어 보인다.  



그것도 볼수록 매력 있는 배우 공효진이 한 손엔 강아지를 안고 생글생글 미소 지으며 ‘우리 함께 해요.’ 라며 손을 내미는데 나 같은 아저씨들은 그 손을 덥석 잡고 네! 라고 대답하는 건 인지상정 아닐까. 오해할까봐 미리 실드 치는데 흑심 따윈 없다규.

뱀꼬리 : 소비지향적인 직종에 있는 그녀로써는 이 책은 일종의 모험이고 무리수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용기에 만세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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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1-03-04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효진 씨는 임순례 감독의 '소와 여행하는 방법'에 출연하면서 동물과 환경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답니다.임순례 씨의 동물사랑운동에도 공감하고...그런데 임순례 씨에게 개고기 민족주의자들이 악플을 많이 달더군요.

Mephistopheles 2011-03-05 16:33   좋아요 0 | URL
제 입장은 "개를 어떻게 먹어 아우 끔찍해..."라며 유난을 떠는 부류도 아니고 "개 먹는 걸 가지고 뭐라 그러는 것들이 이해가 안가!"라는 부류도 아니래요..^^ 지극히 개인의 취향이라고 생각하고 싶을 뿐이라죠. 그러고 보니 공효진씨는 책에서 사람을 보는 기준에서 동물을 키우는 사람을 일단 좋게 볼 수밖에 없다고 얘기하더군요. 누군가의 생명을 책임지는 책임감이 있는 사람으로 표현하더라고요..^^

하이드 2011-03-04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아시아 편집장(찌라시와 구분되는 리얼 연예 기사 바닥에선 좀 유명한) 이 그동안 인터뷰한 많은 연예인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연예인에 공효진씨를 꼽더라구요. 자기가 만나본 사람들 중 자신의 일에 대해 마인드가 굉장히 뚜렷하고 프로패셔널하다고.

무튼, 그 편집장의 내공도 장난 아니고, 그간의 공력도 장난이 아니라 그런 사람이 꼽는 연예인이 공효진인 것이 대단하게 느껴지더라구요.

Mephistopheles 2011-03-05 16:36   좋아요 0 | URL
아마 공효진이라는 배우에게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그녀의 몸에 새겨진 타투을 봤을 꺼에요. 전 발목 쪽에 별은 봤었는데 이 책을 통해 손가락에 있는 "Peace"을 처음 봤더랬죠. 아마도 공효진씨는 은근 히피기질이 강한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똑부러져보여요. 아마 그 편집장이라는 분의 표현이라면 어쩌면 일반 평범한 사람들은 공효진씨 앞에선 그 오오라에 꽤나 흠짓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주 2011-03-04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효진도 환경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군요. 저도 쌀뜨물로 설거지하고 쓰레기 적게 만들어내기같은 것들도 열심히 실천하며 살지만 역시 저는 배우가 아니라서 관심을 끌지 못하는군요ㅎㅎ

Mephistopheles 2011-03-05 16:38   좋아요 0 | URL
저도 그냥저냥 환경에 관심을 가지는 연예인이라고 생각했는데....이 책을 보고 관심 그 이상으로 실천을 하는 모습을 보고 완벽한 볼매인으로 공효진씨를 생각하게 되버렸다죠. 그리고 진주님의 환경실천은 잘 알려지지 않았을지라도 배춘몽 여사의 환경실천은 소문이 자자하다는 설이 있습니다...ㅋㅋ

잘잘라 2011-03-05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서점에서 이 책 보고 '또 연예인 책 하나 나왔군' 그러고 심드렁하게 지나쳤더랬느데, Mephistopheles(철자 틀릴까봐 타이핑하는데 시간이 꽤 걸리는군요. ㅋㅋ)님의 소감을 읽어보니 제가 섣부른 판단을 했네요. 다음에 서점 갈때 한번 챙겨봐야겠는걸요^^

Mephistopheles 2011-03-06 15:10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을 서점에서 살짝 읽어보며 살짝 놀랐었다죠. 그냥 관심이 아니라 구체적 실천방법까지 조목조목 알려주더군요. 단지 연예인이 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선입견을 가진 것이 순간 부끄러워졌답니다..
 
마스터 앤드 커맨더 2 오브리-머투린 시리즈 1
패트릭 오브라이언 지음, 이원경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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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엉엉 3권부터 21권까지 모두 다 번역 출판해주세요...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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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0-01-28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엉~

Mephistopheles 2010-01-29 10:07   좋아요 0 | URL
엉엉~~그런데 3권 4권 나왔데요...

루체오페르 2010-01-29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21권도 완결은 아니더군요. 유작;

Mephistopheles 2010-01-29 10:08   좋아요 0 | URL
근데...이 책 대단해요..단순히 범선시대 사나이들의 로망으로 국한시키기엔 엄청난 보물입니다.

BRINY 2010-01-29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4권은 나왔어요. 포스트캡틴이란 제목으로요.

Mephistopheles 2010-01-29 10:08   좋아요 0 | URL
오브리함장 만세!
 
마스터 앤드 커맨더 1 오브리-머투린 시리즈 1
패트릭 오브라이언 지음, 이원경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9월
절판


"물론이지. 프랑스 혁명이 완전한 실패로 돌아갔을 때 내 열정은 이미 식을 대로 식어 버렸네. 그리고 1798년 봉기 때 양쪽 진영의 사악한 어리석음과 사악한 잔인성을 목격한 뒤로 군중과 명분에 대해 완전히 신물이 나서 누가 아무리 의회 개혁이니 영국과의 합병 반대, 혹은 천년왕국의 건설 따위를 하자고 해도 이 방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생각이네. 나는 오로지 내 자신과 내 정신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겠네. 그게 내가 가진 유일한 진실이니까. 하지만 정치 운동이나 군중을 추수하는 인간은 관심 없네. 그런 인간은 비인간적이거든. 국가나 국가주의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다네. 내 관심사는 오직 개인으로서의 인간과 그들의 존재뿐이라네. 내게 헌신이라는 게 있다면 오로지 개개인을 위한 것일세."

"애국심도 무의미한가?"

"이보게, 제임스. 더 이상의 논쟁은 그만두세. 하지만 자네도 잘 알다시피 애국심은 단어에 불과해. 그건 대개 ‘내 나라’ 와 ‘옳고 그름’을 의미하기 마련이니 한심한 노릇이지. 거기에다 ‘내 나라는 항상 옳다.’ 라고 한다면 천치나 다름없고."
-2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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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01-20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저 표지. 어릴 때 많이 봤던 그림들의...그립구낭~

Mephistopheles 2010-01-21 09:12   좋아요 0 | URL
소설도 좋습니다. 일단 범선시대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그리고 있으니까요.

poptrash 2010-01-21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런 그림 많이 봤어요.
대항해시대 2... 그립다는...

Mephistopheles 2010-01-21 09:12   좋아요 0 | URL
명작게임이죠. 그리고 소설또한 대단한 위용을 갖추고 있습니다.

메르헨 2010-01-21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거...영화도 있쬬?

Mephistopheles 2010-01-21 09:34   좋아요 0 | URL
http://blog.aladdin.co.kr/mephisto/883673

이겁니다. 영화도 좋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21권짜리(국내는 2편까지 출간) 소설의 한 챕터만 가져왔어요.

메르헨 2010-01-21 09:38   좋아요 0 | URL
오...........바로바로...이거 맞군요.
보다가...잠을 잤다는...언제부턴가 영화를 보면서 졸아요.
늙어가는겐지...ㅡㅡ
책이 21권이나 되는군요. 유후~~~대단대단~~

[해이] 2010-01-22 00:38   좋아요 0 | URL
저도 잤습니다...

Mephistopheles 2010-01-22 09:19   좋아요 0 | URL
음...생각해보니 이 영화가 "여배우"가 나오질 않는군요...=3=3=3=3

BRINY 2010-01-22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문용어가 난무해서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Mephistopheles 2010-01-24 01:11   좋아요 0 | URL
제가 18세기 범선시대 관련하여 전문용어 해설되어 있는 책이 한 권 있어서 그 덕을 좀 봤습니다.
 
왓치맨 Watchmen 1 시공그래픽노블
Alan Moore 지음, 정지욱 옮김 / 시공사(만화)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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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역사적 사건을 자국의 이익으로 결착 지었던 슈퍼히어로 '코미디언'이 무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으로부터 이 그래픽 노블은 시작한다. 그의 동료이자 슈퍼히어로였던 로어셰크는 코미디언의 살인사건을 자신의 일기를 통해 서술하면서 사건의 진위에 대해 접근하면서 이야기의 폭이 점차 확대되어간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그를 살해했는가? 로 시작되는 의문은 로어셰크가 마주치는 전직 슈퍼 히어로들과의 만남과 회상을 통해 점차 윤곽을 드러내며 구체화되어진다. 종말엔 그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치밀한 계획아래 준비되어진 거대한 음모와 마주친다. 초반의 중요한 사건으로 보였던 코미디언의 죽음이 사소한 사건으로 축소될 정도로 말이다.

이런 이야기의 흐름에 맞춰 배경은 국가 간 경쟁력과 견제가 팽배한 냉전과 비슷한 시기를 묘사하고 있으며, 주인공들이라고 불릴 수 있는 히어로들은 현실에선 더 이상 필요치 않는 존재로 각인되며 부각되어진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대부분 은퇴하였고 일부 능력자들만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국가의 권력에 조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말이다. 초반에 살해당하는 코미디언 역시 은퇴가 아닌 현역에서 아직도 국가를 위해 활동하는 인물이었다.

 주요 등장인물들인 히어로들의 모습도 색다르게 그려진다. 과거의 영광스러운 모습 대신 무미건조한 은퇴자의 모습으로 비춰진다. 그들의 천적 슈퍼 빌란들의 등장이 전혀 보이지 않듯 노쇠하고 지친, 또는 현실에 순응하는 모습에서 우리가 익히 접해 온 다른 히어로들과 차별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극적인 갈등이 없거나 밍밍하게 전개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나치리만큼 폭넓고 전방위적인 주제에 대하여 접근을 시도하고 있기에 과연 이 2권짜리 만화책이 어떠한 집중성을 보여줄지는 책의 반 권을 읽을 때까지 의문스러워진다. 지나친 기우라고 생각할 정도로 스토리는 반 권을 읽었을 때 들었던 의구심을 털어내고도 남을 정도로 치밀하고 계산적으로 짜여 있다는 것은 책의 중반 이후부터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야기의 전개 방식 또한 시간의 순차적인 흐름을 따라가진 않는다. 현실과 회상으로 교차되는 이야기의 전개는 처음엔 당황스럽지만 스토리가 진행되며 마지막 결론에 도달하는데 적절한 방식을 택했다고 보인다. 그만큼 이야기는 과거의 이야기들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현재에 대해 서술을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결말에 대해 주절주절 다 풀어버리면 이건 유주얼 서스펙트를 보며 '절름발이가 범인이다!'라고 극장에서 떠들어버리는 어떤 찌질이와 동격으로 전락해버리기 때문에 간결하게 설명하고 싶다. 지금까지 봐왔던 그 많은 슈퍼히어로들이 순기능이 아닌 정반대의 기능이 발발했을 때 세상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에 대해 직설적으로 표현해주고 묘사해주고 있다. 그들은 나사렛 예수처럼 인간들을 위해 자기희생을 선택하진 않는다. 그것이 비록 인류 최상의 유토피아의 발현이라는 대의명분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단지 구실에 불과하다고 느껴질 뿐이다.

히어로도 아닌 것들이 히어로처럼 인류는 아니더라도 국민을 위한다고 떠드는 위선을 질리게 봐 온 사람들이라면 책의 결말이 그리 놀랍거나 충격적으로 다가오진 않을 듯싶다.

뱀꼬리 : 영화로 만들고 있다는데 과연 히스레저가 혼이 서린 다크나이트를 능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원작 자체는 굉장히 매력적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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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 2009-01-31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번역도 잘 되어 있던가요? 히스레저 진짜 소름끼쳤었는데 >.< 그런데 이 책 주니어가 큰 다음에 보게 잘 보관해 두세요 ㅋㅋ 저는 초등학생 때인가, 만화라서 이 책 뭐지? 하고 봤다가 시껍하고 놀랐던 기억이 ㅎㅎ;;; (뭐 내용은 당연히 잘 모르고, 야한 것들이... ㅡ.ㅡ; )ㅎㅎ

Mephistopheles 2009-01-31 10:50   좋아요 0 | URL
원서를 안읽어봐서...영어를 잘 몰라서...번역이 잘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한국판으로 출시된 책이 읽는데 거부감이 없습니다. 나름 번역은 잘 되었다고 보는 중이라죠.안그래도 이 책을 보고 있으니까 주니어가 그림 잔뜩 있는 만화책이라고 2권을 채가더군요. 냉큼 뺏어서 더 큰 다음에 읽으라고 하고 동화책을 앵겨줬더니만..엄청 불만스런 표정을 짓더군요..ㅋㅋ

비로그인 2009-02-01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의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번역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의견이 조금 나왔다고 합니다.
영화도 개봉예정인데 과연 어두운 히어로물에 사람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질지는 모르겠네요.
사는 것도 힘든데...기분전환하려고 영화본 사람들을 더 우울하게 만들 영화라면 말이죠.

Mephistopheles 2009-02-01 13:50   좋아요 0 | URL
일단 감독이 300을 만든 잭 스나이더라니까. 영상쪽에서 큰 무리는 없어 보입니다. 단지 이 만화가 스토리가 보통 스토리가 아니잖아요.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지는 기대됩니다만........우리나라가 원래 이런 히어로물이 그닥 인기가 없기 때문에 국내 흥행순위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핏빛 자오선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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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의 두 편의 소설을 읽은 후의 느낌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갈증"이였다. 글을 얼마나 건조하고 삭막하게 써재껴 주시는지 읽는 동안 식도와 입안이 바삭하게 마르는 느낌이 들어 버린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부터 ‘로드’까지 현재와 근 미래라는 시간적 배경을 가지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저 심연 깊숙한 바닥 속에 자리 잡은 시커먼 속내를 성능 좋은 펌프로 필터 없이 퍼 올려 지면에 흩뿌려 주시니 이런 느낌이 드는 건 나뿐은 아닐 것 같다.

거북하게 피가 철철 넘쳐흐르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두 권의 그의 책을 읽으면서 또 다른 그의 소설을 잡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 이였을지도 모르겠다. 핏빛 자오선은 시간적으로 먼저 출간된 책을 국내에서 나중에 읽는다고 그의 소설이 먼저 출간된 책들보다 떨어지거나 평가절하 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시대적 배경을 과거로 돌렸을 뿐 여전히 전에 읽었던 그의 소설의 분위기에 원시적 둔탁함까지 선사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소설의 배경은 18세기 서부 개척사를 전후로 북아메리카 반도가 무법과 폭력으로 뒤덮였을 때의 시간적인 조건을 부여해준다. 누런 금을 찾아 개떼처럼 서부로 이주를 시작했고 그곳에 이미 자리 잡은 멕시코 정부와 그들보다 더 오래 그 땅을 지켜왔을 인디언 부족과의 무력적인 충돌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은 척박하고 동심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십대 소년의 시선에서 그려지고 묘사된다. 소년의 환경 역시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사람의 생활이 아닌 한 마리의 어린 승냥이와 같은 약육강식의 세계에 길들여지기 시작한다. 그 어린 나이에 먹고 살기 위해 인디언의 머릿가죽을 벗기는 사냥꾼이 되고 바로 눈앞에서 살육을 목격하기도 한다. 지저분한 교도소는 그나마 외부적 위협이 존재하지 않는 안락한 안식처로 느껴진다.

소설의 시선은 소년의 성장과 더불어 다른 인물들로 옮겨진다. 능숙한 사냥꾼 글랜턴과 정체불명이며 어쩌면 초월적인 존재인 홀든 판사가 소설의 주체자로 난입한다. 서툰 폭력이 능숙하며 보다 야만적인 폭력으로 전이된다. 목적의식도 없이 그들이 지나가는 자리는 생명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닥치는 대로 죽이고 닥치는 대로 머릿가죽을 벗겨댄다. 그 정도가 심각해지며 결국 현상금이 걸리는 지경까지 가버린다. 폭력의 주체는 글랜턴으로부터 시작되었다면 이러한 모든 상황을 조정하고 관찰하는 입장으로 판사의 모습이 그려진다.

한바탕 아수라장이 끝난 그들의 여정은 소년으로 불렸던 노쇠해버린 중년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판사의 재접촉으로 끝을 맺는다. 결국 이 모든 폭력의 관찰자이며 입안자였던 소년 역시 최후의 희생자로 끝을 맺으면서 말이다.

핏빛 자오선을 읽으면서 어떤 등장인물들 보다 홀든 판사의 이미지가 부각된다. 다른 책에서 전에 마주쳤던 이미지의 캐릭터가 중첩되는 느낌이다. 아마도 무자비하며 철학적인 살인마 ‘안톤 시거’의 이미지와 대동소이할 것이다. 찔러서 피를 흘렸던 안톤 보다 냉혹하며 절대적 혹은 신격화까지 겸비하고 책 속의 이야기를 핏빛으로 몰아간다. 마치 이 책의 주체자이며 집필자처럼.

그의 책은 여전히 불쾌한 냄새로 진동한다. 지글지글 타는 살냄새와 화약냄새. 그리고 추악한 인간의 썩은 내까지 골라내도 어쩜 이리도 기가 막힌 선별을 했는지 극에서 극으로 치닫다가 몰입하게 되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책이 결코 허구나 과장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18세기 무법사회에 일어났던 비슷비슷한 실존자료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갔다고 하니 말이다. 그리고 3세기는 더 지났어도 인간이 가진 그 야만성과 폭력성은 점점 더 업그레이드되고 다양화 되고 있다. 이 땅에는 아직도 인두겁을 쓰고 책 속의 홀든 판사처럼 절대적인 폭력과 권력을 휘두르는 인간들이 많이도 존재하니까 말이다.

한차례의 살육이 끝난 후 전직 신부에게 홀든 판사가 내뱉는 냉정하며 정확한 인간의 정의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느님께서 인류의 타락을 막고자 하셨다면 벌써 막지 않았을까? 늑대는 열등한 늑대를 스스로 도태시키네. 다른 동물은 또 어떤가? 한데 인류는 여전보다 더욱더 탐욕스럽지 않은가? 본디 세상은 싹이 트고 꽃이 피면 시들어 죽게 마련이야. 하지만 인간은 쇠락이라는 것을 모르지. 인간은 한밤중에도 정오의 한낮이라는 깃발을 올리네. 인간의 영혼은 성취의 정점에서 고갈되지. 인간의 정오가 일단 어두워지면 이제 낮은 어둠으로 바뀌네. 인간이 게임을 좋아한다고? 그래 맘껏 도박하게 해. 여기를 보라고. 야만인 부족이 폐허를 보고 경탄하는 일이 미래에는 또 없을 것 같나? 전혀, 있고말고. 다른 사람들과 다른 후손들이 그런 일을 겪겠지.’ (p197) 

둘러보면 인이 박힐 정도로 직. 간접적으로 많이도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머나 먼 중동에서나 바로 코 앞의 우리나라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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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1-14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윽. 이것도 보관함에만 있었는데 읽어야 할까요?
세상에 읽을 책이 많아서 좋다고 해야 할까요 싫다고 해야할까요?

어제도 5만원어치 질러서(그래봤자 요즘엔 몇권 안된다는;;) 읽고 싶으나 읽지 못한책이 점점 쌓여가는데 또 사면 안되잖아요? 읽지도 못하면서. 그쵸? 안되잖아요?

아직 코맥 매카시의 글을 읽어보지 않았고, 저는 이 책을 처음으로 접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Mephistopheles 2009-01-14 12:29   좋아요 0 | URL
제법 잔인해요..연대순으로 읽으신다면 핏빛자오선-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로드 순으로 읽는 것도 좋겠죠..^^

진주 2009-01-14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싶었어요!

Mephistopheles 2009-01-15 11:07   좋아요 0 | URL
근데 표현이 좀 적나라..해서요..^^ 괜찮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