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즐겨보는 드라마이다. 워낙 네 멋대로 해라를 인상깊게 보았던 터라 더 기대가 되었는데 양동근과 한가인 등, 출연진도 더 맘에 들어 기대치가 더 높았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뭐랄까. 식상한 드라마 투성이였는데 몹시 신선한 새 작품을 만난 기분.
이를 테면 그런거다. 모든 드라마에는 사랑하는 남녀가 나온다. 그런데 그들이 사랑하게 되는 과정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에 몹시 인색하다. 그냥 설정이 사랑한대니까 사랑하는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 수준. 그래서 드라마 보는 재미가 뚝뚝 떨어지곤 했는데.... ('운명적인 사랑'이 갖다 붙이면 다 되냔 말이다ㅡㅡ;;;) 이 작품은 달랐다. 그들이 교유하고 가까워지고 또 서로에게 끌리는 과정은 몹시 현실적이었다. 그래서 박수쳐주고 싶고,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
물론, 그들의 운명이라는 것도, 모질기만 하여서 쉽게 마음을 열 수도 다가갈 수도 없지만, 그래도 진실이 통하고, 진실이 승리할 거라고 조건 없이 믿어줄 수 있는 힘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극 중에서 김유나를 좋아하는 두 남자, 강달고과 석희정 검사.
강달고는 깡패 출신이고 고등학교 중퇴에 내세울 것이 하나도 없다. 그저 김유나를 여신처럼 모시겠다는 각오로 온 마음을 다해 위해주고 아껴주고 살펴주지만, 그래도 현실의 눈으로 볼 때 배우자로서는 참... 대답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거기에 비하면 검사 석희정은, 한마디로 엘리트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수재이지만 어리숙하고 순진하기까지 하며 또 지나친 결벽증에 여자에 대해선 전혀 모르고....;;;;; 쿨럭, 쿨럭.... 하여간 영악하고 잘난척하는 검사 캐릭터는 적어도 아니다.
이런 조건을 가진 두 남자가 한 여자를 동시에 사랑한다. 이미 사랑에 빠진 이후가 아니라, 두 사람 모두에게 아무 감정이 없을 때 이 여자는 대체 누구에게 끌릴 것인가.
이 부분이 참 재미있다. 물론, 드라마 속의 그녀는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역시 엘리트라면 엘리트랄 수 있는 재원이다.(강하고 곧은 성격으로 곧잘 잘리기는 하지만...;;;;)
현실에서라면 이 여자가 검사 아닌 건달 강달고에게 끌릴 일도 드물지만, 석희정 같은 검사도 드물 것 같고, 그 중에서도 강달고 같은 캐릭터가 가장 드물 것 같다. 그것이 드라마와 픽션의 매력일 수 있겠지만.
글쎄, 내가 너무 세속적인가? 강달고같은 남자와 연애하고 석희정 같은 남자와 결혼한다가 모범답안은 아니었던가? (여기서 또 갈림길은, 주인공 김유나 같은 능력이 있는가 없는 가에 따라서 또 모범 답안이 바뀐다...;;;;;)
확실히 나이가 차긴 찼나 보다. 드라마 보면서 이런 자도 들이대 보고...;;;;
조금 씁쓸하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환상 아닌 현실을 보는 것도 같고...
그래도 아직 끝나지 않은 환상. 주인공 유나와 달고가 끝까지 행복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기왕이면 석검사도 자신의 반려를 찾고.... ^^
아무튼 기대되는 작품을 만나서 반가운 마음. 시청률도 잘 나와서, 엠비씨가 앞으로도 이런 종류의 드라마를 계속 제작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인정옥 작가는 요새 뭐한담? 몹시 기다려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