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전화가 왔다. 약 3개월 전에 핸드폰을 구입한 대리점이다.

얘기의 요점은, 부가서비스를 1달 의무 사용을 해야 하는데, 그 한달의 의미가 '익월 말'까지란다.

그러니 8월 20일에 가입해서 9월 19일까지 사용하고 해지한 나 때문에 벌금 7만원을 물었다는 것이다.

자신들 마진이 4만원인데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만원은 자기가 부담할 테니 6만원을 부담하라는 내용.

이게 웬 날벼락?

부가서비스 한달 의무 사용을 누가 '익월 말'까지로 생각하느냔 말이다.

내 보기엔 전화한 그 사람도 이번에 그 사실을 알게 된 듯하다. 아니었음 나한테 강조를 했겠지.

더 웃긴 건 114로 전화 걸어 해지할 때였다.  그달 말까지 더 써야 한다는 '안내'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원래도 안 좋아하는 KTF에 오만 정이 떨어져나가는 중.

50 대 50 으로 부담하자는 것도 아니고 6만원 부담하라니, 버럭!

'의무고지'를 소홀히 했으니 당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지금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침까지는 억울하지만 내가 물어야 하는가보다 했는데, 곱씹어 볼수록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함!)

이걸 어디 가서 항의하지? 서비스 센터?  가입비 3개월치 다 냈으니 다시 SKT로 옮겨가? 이래저래 열 왕창 받음(켁!)

 

 

마전동 사는 친구네 집에 다녀옴. 왕복 5시간 걸렸다. 털푸덕!

낮에 따뜻해서 좀 가볍게 입고 갔더니 오는 길 너무 추웠더랬다.

알콩달콩 신랑이랑 재밌게 사는 친구가 너무 예뻐보이더라.

친정 엄마랑 다른 층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는 임신 5개월.  예쁜 아가 건강히 나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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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7-11-24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핸드폰 바꿔야 되서 KTF로 옮길 것 같은데 덥썩 겁이 나는군요;;;;

마노아 2007-11-24 22:56   좋아요 0 | URL
구입시 꼼꼼한 안내와 확인이 필요할 듯 해용..;;;;

Mephistopheles 2007-11-24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비자보호원에 고발조치 하시고 KTF본사에 전화 걸어버리세요..^^

마노아 2007-11-24 23:11   좋아요 0 | URL
핸드폰 살 때 들어보니 원래 사장은 형님이고 군 제대한 동생이 바톤 터치를 했다고 했는데, 자기도 전혀 모르다가 황당해서 전화했겠죠. 그치만 소비자한테 이런 식으로 떠넘기는 건 정말 아니라고 봐요.
일단 월요일에 KTF에 전화를 걸어서 항의를 하려구요. 버럭버럭...(근데 제가 잘 할 수 있을까요? 흑..ㅠ..ㅠ)

웽스북스 2007-11-25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대절대절대 내지 말아요- 100% 대리점 책임이에요!!!

마노아 2007-11-25 00:43   좋아요 0 | URL
그쵸그쵸! 이건 그쪽이 잘못한 거죠. 난 못 내요. 낼 돈도 없어요. 흑흑...

조선인 2007-11-25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가서비스 의무가입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대개 핸드폰을 무료로 주기 때문에 대리점과 약정할 수는 있는 사안이지만, KTF는 절대 관여하지 않습니다.
소비자보호원에 신고했다고 하면 몇 번 욕만 하다 나가떨어질거에요.

마노아 2007-11-26 12:14   좋아요 0 | URL
KTF가 중간에서 중재할 의무는 없는 거군요.
일단 그쪽에 얘기는 해놓았는데, '과장님'이 직접 연락 준다고 기다리래요.
이틀 뒤에..(ㅡㅡ;)

순오기 2007-11-26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럴때 바로 시민의식, 소비자권리찾기 필요해요.
절대로 한발도 물러설 수 없으니 마노아님, 싸워서라도 이겨야해요!
착한 마노아님, 이런 건 절대로 착하게 무너지면 안돼 안돼!

마노아 2007-11-26 12:15   좋아요 0 | URL
처음엔 내가 재수 없게 되었구나. 물어줘야겠네... 생각했는데
곱씹어볼수록 이건 아닌 거예요. 아니 한 달 쓰고 해지했는데 뭘 잘못했다는 거야? 버럭!이렇게 된 거죠.
절대 안 무너질게요. 필승!(>_<)

Heⓔ 2007-11-26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이동통신사 본사에선 절대 강제적으로 서비스 가입시키지 않습니다. <-라는 앵무새대답만 할 거에요.
일전에 제가 KTF랑 싸울 때 기억하시나요 ㅎㅎ
분명 KTF에선 모른다 우리와 관계 없다 할 것이고..대리점에선 돈 달라 할 겁니다.
암튼 법적으로 의무가입 자체가 효력이 없으니 돈을 안 줘도 되지만..
대리점도 손해 보기 싫으니 끈질기게 돈 달라고 물고 늘어질 수도 있으니 ㅡㅡ;
마노아님이 너그럽게 대리점에 돈을 주거나, 법을 믿고 대리점이 뭐라 하건 신경 쓰지 않거나 둘 중 하나에요.
어떤 경우라도 KTF는 절대 손해 안 봅니다 ㅡㅡ;;
KTF뿐만 아니라 어디서든 피해는 소비자나, 중간에 낀 하청업체 뿐이잖아요..orz..

마노아 2007-11-26 12:16   좋아요 0 | URL
이동통신사는 그런 입장을 고수하는군요.
쿨럭, 영 찝찝하게 얽혔어요. 언제나 피해는 소비자나 중간 하청업자.
영 불편한 진실이죠. 에잉...꿀꿀해요. 날씨도 안 도와주네...ㅜ.ㅜ

ㅁㅁㅁㅁ 2007-11-26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통부에 민원 넣으시면....시간 지난 후에 본사에서 민원처리팀장이나 대리님이 전화주세요 ^^ 그때..차근차근 조목조목 따져가며 물으시면 됩니다. 전 온-라인으로 폰을 거의 구매해서 저런 거 빠삭한데, 항상 언제까지 써라.라고 날짜나 익월 말,을 명시합니다. 리베이트를 받으려면 소비자에게 명시해야 돈을 타 먹으니까 ㅎ 안 그랬다면 마노아님은 잘못 없으니까 걱정 마세요~!!

마노아 2007-11-26 15:11   좋아요 0 | URL
KFT 전화하니 이틀 후 과장님이 다시 전화 준다고 하네요. 뭐가 이렇게 거창하지? 싶었는데 원래 그러나 보군요^^;;;;
판매자는 저한테 '한달'을 강조했지 '익월 말'이란 말은 없었거든요. 아르카디아님 얘기 들으니 좀 안심이에요. 그치만 마음은 영 불편해요. 그 사람도 쫌 불쌍해집니다..;;;;
 
식객 8 - 죽음과 맞바꾸는 맛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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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권까지는 도서관엔서 빌려보았는데, 아무래도 소장해야지 싶어 주문했다.
5개의 에피소드가 있는데, 복어를 소재로 한 '죽음과 맞바꾸는 맛', '과하주', '애드 리브', '제호탕', '1+1+1+1'이라는 제목이었다.
복어 맛을 전혀 모르는 나로서는 죽음과도 맞바꿀 만큼 유혹적인 그 맛을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성찬이 날린 멋진 대사에는 크게 동감한다.

음식엔 맛이 있어야 한다!
음식엔 멋이 있어야 한다!
음식엔 품위가 있어야 한다!
음식엔 클라이맥스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도박이 있으면 안 돼!

뭐든 선후 관계가 중요하다.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는 것은 절대 금물!

과하주 편에선 할머니의 구수한 사투리가 인상 깊었는데, 인터넷의 대중화가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작가라고 팔도의 사투리를 다 소화할 수는 없으니, 현지인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큰 힘이 된 것.  술 빚고서 집 나간 영감 기다리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짠했다.

애드리브 편에서는 견지낚시를 통해서 손의 감각을 잃어버려 슬럼프에 빠진 재즈 피아니스트가 구원받는 이야기가 나온다.  견지낚시의 맛을 역시 모르는 나지만...;;;; 피아니스트가 전율을 느끼며 다시 감각을 찾아가는 장면은 그림이 몹시 인상적이었다.  음악 용어를 적절히 사용하면서 감정이 점정 고양되게 연출을 잡았는데 몹시 입체적으로, 또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역시 대가의 그림이란 힘이 있다.

제호탕에선 여름을 타느라 입맛을 잃은 한국화의 대가가 무사히 식사 취재를 마칠 수 있게 성찬이가 발로 뛴 이야기인데, 오매 만드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독자 역시 찌는 듯한 무더위가 느껴지는 그림들이었는데, 실제로 재현을 해본 화실 식구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마지막 편에선 치매 할머니가 자신이 죽은 뒤 장례식에 올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한 스파르타식(?) 특훈을 며느리에게 시키는 내용이었는데 몹시 울컥!했더랬다.  눈물도 많이 쏟게 한 어머니이지만, 그 진심이 무엇인지 알아차렸을 때 흘리는 며느리의 눈물에 같이 싸아함을 느꼈다.  장례식장에서 대접하는 '육개장'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는데, 멋진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9권은 아마도 내일 도착할 듯 싶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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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쇼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처음 만나본 김영하의 소설이었다.  유명세를 치루는 이름들에는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늘 생각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프로 소설가'라는 생각이 물씬 들었다.  이렇게 능숙하고, 이렇게 능란한 이야기의 진행이라니. 460페이지가 넘는 책인데 지루할 틈 없이 읽어내려갔다.  심지어 학생들에게 얘기도 해줘가면서.

이 책은 사생아로 태어나서 유일한 가족인 외할머니를 잃고, 그 할머니가 남겨진 어마어마한 빚으로 집에서도 내쫓긴, 고시원에서도 다시 내쫓긴, 갈데 없는 막장 인생을 살 위기에 처한 한 젊은이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  80년생인 주인공과 그 또래의 청년들은 이태백의 대표 주자들로서 고학력 백수의 전형이었다.  후진국에서 태어나서 개발도상국에서 성장하고 선진국(아직 고지가 멀었지만..;;;;)에서 대학까지 나온 주인공(과 그 또래의 청년들)은 남들 하는 만큼 노력하고 열심히 살아왔지만 제 인생에서 꼭 필요한 질문들은 하지 않고(혹은 모르고) 살아왔다.  자신의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인지, 심지어 살아있는지조차 모르고... 또 궁금해하지 않은 채 살았고, 자신에게 요구되는 교육비와 생활비, 제 용돈의 출처도 의심하지 않았으며, 돌아가신 할머니의 상상을 초월한 빚더미 앞에서도 시종일관 수동적이고 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퀴즈쇼 채팅방에서 사모하던 연인을 현실에서 만났지만, 연애에 있어서도 한발자국 더 나가는 것에 본능적인 두려움과 습관적인 물러섬을 보여준다.  그것은 주인공 스스로 어찌할 수 없었던 태생적 한계와 결핍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 시대의 젊은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후유증 같은 것이기도 했다.

우연과 오기와 그리고 운명같은 힘으로 나간 TV퀴즈쇼 덕분에 사랑하는 그녀를 만날 수 있었지만, 또 그때문에 이춘성을 만나게 되었고, 그를 통해 '회사'로 들어간다.  소위 회사로 불린 그곳은 지옥의 퀴즈쇼 링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인데, 계약금으로 무려 천만원이나 쥐어주는 자금을 움직일 수 있으며 누군가에게는 우주로 지식을 이동/축적시키는 곳이기도 하고 현실속에선 파주에서 강원도까지 이동하는,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상한 세계다.  작품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눈다면 앞부분은 '회사'로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살던 집에서 쫓겨나고 고시원에서 욕보고 지원을 만나게 된 것-과 회사에 적응하며 또 자신도 모르게 파괴되어가는 과정으로 구분할 수 있겠다.

회사는 거꾸로 말하면 '사회'가 되는데, 주인공은 회사라는 사회를 통해서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차례로 맛보고 다시 무일푼의 자신으로, 즉 원점으로 되돌아 온다.  그러나 서바이벌 세계의 살벌함을 맛본 그는 어느덧 한층 성숙해져 있다.  작품을 성장소설로도 볼 수 있는 관점이 여기서 드러난다.  그러나, 어리고 철없고 그래서 미성숙했던 주인공은, 사회의 쓰라린 맛을 보고 난뒤 보다 자라고, 철들고, 좀 더 성숙해졌지만, 사회의 거대함과 무서움, 그리고 불친절함과 불신까지 모두 배워서 나온다.  눈앞에 있는 연인과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고, 불확실한 미래의 불투명한 빛에 오소소 소름이 돋기까지 한다.  그렇게 세상은 하나를 배우고 하나를 잃어버리는 '자연스러움'을 가르쳐주었다.

한참 도약해야 할 나이의 젊은이가 주인공인데, 그 주인공이 나보다 어리다는 사실에 살짝 마음이 아팠고(..;;;), 책 곳곳에서 등장하는 '책'과 '퀴즈'의 세계가 즐거웠고, 4차원 세계라도 다녀온 듯한 혼란스러운 어지러움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책 말미에 붙어있는 해설은 어찌나 어렵던지 머리가 핑핑 돌았다. 김영하와의 첫 만남은 신선했고 즐거웠으며, 다시 김영하를 찾을 때에는 그의 역사 소설 <검은꽃>을 만나고 싶다.  그때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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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11-24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읽고파지네요

마노아 2007-11-24 11:36   좋아요 0 | URL
추천작이에요~
 
퀴즈쇼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품절


"나가자" 내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지갑을 꺼냈다. "내가 낼게."
가난한 사람은 이렇게 해서 좀더 가난해진다. 그들은 가난을 부끄러워하기 때문에 결국 더 가난해진다. 가난을 숨기기 위해 '남들 다 하는 것'을 하고 그 '남들 다 하는 것' 때문에 빚을 지고 그 빚을 갚느라 세상의 노예로 살아가는 것이다.-163쪽

우리는 단군 이래 가장 많이 공부하고, 제일 똑똑하고, 외국어에도 능통하고, 첨단 전자제품도 레고블록 만지듯 다루는 세대야. 안 그래? 거의 모두 대학을 나왔고 토익점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자막 없이도 할리우드 액션영화 정도는 볼 수 있고 타이핑도 분당 삼백 타는 우습고 평균 신장도 크지.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알고, 맞아, 너도 피아노 치지 않아? 독서량도 우리 윗세대에 비하면 엄청나게 많아. 우리 부모 세대는 그중에서 단 하나만 잘해도, 아니 비슷하게 하기만 해도 평생을 먹고살 수 있었어. 그런데 왜 지금 우리는 다 놀고 있는 거야? 왜 모두 실업자인 거야? 도대체 우리가 뭘 잘못한 거지?-193쪽

우리는 80년대에 태어나 컬러 TV와 프로야구를 벗삼아 자랐고 풍요의 90년대에 학교를 다녔다. 대학생 때는 어학연수나 배낭여행을 다녀왔고 2002년 월드컵에 우리나라가 4강까지 올라가는 걸 목격했다. 우리는 외국인에게 주눅들어보지 않은, 다른 나라 광고판에서 우리나라 배우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첫 세대다. 역사상 그 어느 세대보다도 다양한 교육을 받았고 문화적으로 세련되었고 타고난 코스모폴리탄으로 자라났다. -193쪽

우리는 후진국에서 태어나 개발도상국의 젊은이로 자랐고 선진국에서 대학을 다녔다.
그런데 지금 우리에겐 직업이 없다. 이게 말이 돼?-194쪽

나는 연필을 들고 백지 위에 적었다.
돈이 필요해.
그랬다가, 누가 볼 것도 아닌데, '돈'이라는 글자가 상스러워 보여 그것을 지우고 그 아래에 '직장'이라고 써보았다. 그러나 그것도 적절치 않은 것 같아 다시 지우고 '직업'이라고 썼다. 직장은 없어도 되지만 직업은 있어야 할 것 같아서였다.-195쪽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이런 식의 고통에 대처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물론 부자에게도 부자의 고통이 있을 것이고, 가진 자라고 덜 고통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진 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법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소설이나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마치 고통이라고는 없는, 퇴폐와 환멸, 끽해야 허무 속에서 허우적대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었다. 문제는 그 고통에 공감하려고 해도 그 공감이 받아들여질지를 알 수 없다는 데 있었다. 그들이 정색을 하고 "네가 어떻게 그 고통을 알아? 그걸 가져본 적도 없으면서"라고 물을까봐 두려운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그런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것조차도 모를 것이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에는 애초부터 넘을 수 없는 정서적 갭이 있다. 남들 다 가진 부모도 못 가져본 나는 사춘기 이후로 언제나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자유로워지고 싶다고 해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207쪽

"나는 그게 우리 세대의 특징이라고 생각해. 자기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굳게들 믿고 있어."
"그렇게 생각해?"
"너무 지나친 기대에 대한 일종의 피로가 있는 것 같아. 어려서부터 너무 많은 기대를 받아왔잖아. 부모, 선생, 광고, 정치인 심지어 서태지까지 우리한테 '네 멋대로 하라'고, 원하는 걸 가지라고, 그렇게 부추겼잖아. 피아노 조금만 잘 치면 음악하라고 하고, 글 좀 잘 쓰면 작가 되라고 하고, 영어 좀 잘하면 외교관 되라고 하고...... 언제나 온 세상이 회전목마처럼 돌아가면서 끊임없이 물었던 것 같아. 네가 원하는 게 뭐냐고. 뭐든 하나만 잘하면 된다고. 그런데 그 '하나'를 잘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이야? 결국 사람들을 자꾸 실망시키고, 그러다보니 언젠가부터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돼버린 것 같아. 그리구......"-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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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보글보글. 난 항상 오른쪽 파란색 공룡으로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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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1-23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보글보글 옆의 헥사 많이 했었어요.
저런 게임은 어떻게 해야 끝까지 가나 했는데 끝까지 하는 사람이 있긴 있군요.

마노아 2007-11-23 22:07   좋아요 0 | URL
헥사도 참 재밌어 했어요. 테트리스와 함께. 보글보글은 70판 정도까지 가본 것 같아요.
제일 잘 했을 때가^^;;;;

BRINY 2007-11-23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거 좋아했는데~

마노아 2007-11-23 22:08   좋아요 0 | URL
추억이 방울방울이에요^^

Mephistopheles 2007-11-24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죽(게임 좀 했던 사람이 보내는 미소)

마노아 2007-11-24 00:15   좋아요 0 | URL
아아, 딱 이거군요. "훗ㅡ_ㅡ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