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F 대리점 아저씨랑 11분 간 통화했다.  동네 사람이라고 특별히 싸게 주었는데 해도 너무한다며 아저씨는 날 원망한다.

글쎄. 샤인 폰 235,000원이 특별히 싼 가격이라곤 생각지 않는다.  그렇다고 바가지 썼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딱 적정가에 산 게 아닐까.  마진이 만원 남았다고 징징대는데(저번 통화 때는 4만원이라더니!), 급기야는 디피된 것도 아니고 새 기계로 줬다고 생색을 내지 않는가. 아니, 누가 디피된 것을 좋아라 가져가는데?

하여간, 유감이지만... 내가 그 비용을 지불할 의무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나로서는 이례적인 일.

전화 끊고서 한참 고민했다. 그냥 반씩 물자고 할까? 그러다가, 관뒀다. 아닌 건 아닌 거다.

 

동료 교사의 부친상으로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직장암이었고, 나이는 쉰 아홉.  요즘 같은 세상에 너무 젋은 나이에 돌아가셨다. 
너무 마르셔서 눈도 못 감고 돌아가셨다고 하신다.  십년 전 위암으로 돌아가신, 예순 나이에, 역시 너무 말라서 눈도 못 감고 돌아가신 울 아버지 생각이 났다.  중환자의 몸으로도 막노동에 시달렸던 가엾고 가엾었던 아버지 생각에, 버스 안에서 울고 말았다.  그 아버지가 물려주신 가난으로 어깨가 유난히 아팠던 하루였거든...

 

서울 역사 박물관에서 진행된 두달에 걸친 '직장인을 위한 역사 아카데미' 수업이 오늘로서 끝이 났다.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도 떨어졌는데, 둘째 수업 시작 전날 급히 연락이 왔었다.  앞서 발탁된 사람이 강의를 포기했다고.

그래서 2회 교육부터 참여했는데 오늘이 8회째였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구심력이 좀 떨어졌는데, 매번 다른 교수님이 다른 주제를 갖고 나오시니 이해할 수 있는 노릇이다.  동북아 역사 재단에서 하는 다른 주제 강의도 다음 기회에 또 들어봐야겠다.  덕분에 동북아 재단에서 일하게 된 후배를 오랜만에 만난 것도 반가운 소득.

 

내일은 교통사고로 일주일간 결근하신 나의 파트너 쌤이 출근하시는 날.  쌤 보고팠어요(>_<) 할 말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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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1-28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했어요 잘했어요- 토닥토닥 ^^ 내일은 파트너쌤과 회포를 푸는 하루가 되겟네요 ^^ 그맘 알아요

마노아 2007-11-28 09:46   좋아요 0 | URL
웬디님 고마워요. 위로가 되고 있어요^^

hnine 2007-11-28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님 말씀에 저도 마음이 저려옵니다.
마노아님, 지금쯤 편히 주무시고 계시기를.

마노아 2007-11-28 09:47   좋아요 0 | URL
우리끼리 통하는 마음... 계속 지고 갈 마음의 짐이지요.
hnine님 덕분에 편히 잤어요^^

순오기 2007-11-28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로병사~~~~~는 언제나 우리 맘을 무겁게 하죠! 내 가까운 사람일때는 더욱 더...
남에게 좀 심했다 싶으면 마음이 편치 않지만, 그런것도 저항력을 키워야 해요 ^^
내일 오전에나 우체국 가서 책이랑 책갈피 보낼게요~~~

마노아 2007-11-28 15:42   좋아요 0 | URL
일종의 저항력을 키운 한주가 되었어요. 책이랑 책갈피 감사해요^^

전호인 2007-11-28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장에 생동감을 넣어주신 것을 보니 급체에서 완전해방되셨나 봅니다.

마노아 2007-11-28 15:42   좋아요 0 | URL
아하핫, 이틀 고생하고 어제부터 좋아졌어요. ^^;;;

네꼬 2007-11-28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같은 보폭으로 또박또박 걷는 마노아님. 성실한데도 밉지 않은 나의 친구. (사실은 성실한 사람들을 미워함. 마노아님 절대 예외. ^^)

마노아 2007-11-28 15:43   좋아요 0 | URL
네꼬님~ 이름만 보아도 힘이 나요^^ 제가 네꼬님 덕분에 성실쟁이가 되려고 노력한다니까요^^;;;

비로그인 2007-11-28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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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11-28 15:43   좋아요 0 | URL
어멋! 이거 제 이름이군요. 멋져요. 러브러브(^^ )( ^^)

비로그인 2007-11-28 22:57   좋아요 0 | URL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이런거 처음 해봤는데 ( >_>)
사실....하면서 눈이 빠질뻔...으하하하핫..;;; -_-

마노아 2007-11-29 07:35   좋아요 0 | URL
헉, 이거 하나하나 붙여가며 한 거야요? 너무 고생 많았어요. 정성 가득 하트편지였군요. 고마워요^^

비로그인 2007-11-28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내요!! ^ㅡ^

(밥 먹기 전에 깜박한 대사 ㅋㅋ)

마노아 2007-11-28 15:43   좋아요 0 | URL
힘 불끈이야요. 엘신님 멋쟁이(>_<)

가시장미 2007-11-28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힘든 일이 많으셨네요. 정신 없으셨죠? 그래도.. 오늘 하루는 편안하셨길 바래요.
짝꿍 쌤은 잘 만나셨어요? 으흐 짝꿍 쌤이 이 글을 보시면 좋아하실텐데.. 알라딘으로 초대하세요! 으으흐

마노아 2007-11-28 23:17   좋아요 0 | URL
마음이 극과 극으로 옮겨간 하루였어요. 많은 분들이 염려해 주고 걱정해 주셔서 위안이 되었구요.
헤헷, 짝꿍 쌤은 제가 이랬다는 걸 알까요^^;;;

ㅁㅁㅁㅁ 2007-11-28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샤인 폰, 언제 구매하셨는지는 모르지만..꽤 준 가격인데..(온-라인으로 산 저는 5만 원 안팍이었지만)이상한 대리점주네요; 한 번 가입하게 되면 매달 나오는 요금으로(마노아님이 쓰시는) 본사에서 다~ 리베이트 받는데..뭔소리여-_- /저도 역사전공인데..직업도 같을 거라 예상하면서...>.< / 기운내세요~!!! 부모님은 어려도, 나이 먹어도 코를 시큰거리게 하는 단어, 그 이상 같아요~

마노아 2007-11-28 23:18   좋아요 0 | URL
핸드폰 건은 빨리 잊어야겠어요. 생각할수록 영 불편하더라구요. 이래저래..ㅜ.ㅜ
아르카디아님도 역사샘이시군요^^ 히힛, 반갑습니당~
부모님, 이름만으로도 먹먹해지는 이름이에요. 효도하며 살아요 우리~

비로그인 2007-11-28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셨군요.. 뒤늦게 알았어요.. 위암은 정말 고통스럽다고 들었는데.. 저희 어머니도 병원에 가서 다른 환자분들이랑 얘기할 때면 그러셔요. 차라리 유방암인 건 다행이라고요. 고통이 덜하니까요. 가족분들 모두 맘고생 많이 하셨을 거 같아요. 마노아 님도 항상 건강 챙기셔요. 날이 부쩍 춥고 쓰린 일들도 많잖아요.

마노아 2007-11-28 23:18   좋아요 0 | URL
암은 자각 증세가 심해서 고통스럽다고들 하더라구요. 건강히 살아야죠. 우리 모두...
이유님도 건강히 지내시구요. 우리 몸도 마음도 잘 살피면서 지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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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하고 양도 많고 품질도 그럭저럭. 뭐든 평균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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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7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27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27 2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27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승환의 별명은 어린왕자였다. 40을 넘기기 전까지는 분명히 그랬다. 아니, 빅뱅의 멤버 승리가 이승환이 자신의 아버지와 동년배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아니, 그와 동갑인 김종서가 ‘신비주의’를 버리고 방송과 친해지고 싶다고 하기 전, 혹은 그가 12년 전 처음 작곡을 맡겼던 ‘신인 작곡가’ 유희열이 19살 윤하에게 옛날 가수 취급 받기 전까지는 그랬다. 예나 지금이나 그는 새로 산 피규어와 아이팟 터치를 보면서 즐거워하며, 스키니 진을 즐겨 입는다. 하지만 때론 사람보다 세상이 먼저 늙는다. 발표한지 12년이 지난 ‘천일동안’은 KBS <해피선데이>의 ‘불후의 명곡’에 올랐고, 이승환은 ‘불후의 명곡’에서 자신과 ‘동갑’인 김종서의 나이가 밝혀지는 것을 걱정해야 했다.

가요계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젊은 남자’





‘불후의 명곡’이라 불릴 정도로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40대 가수는 아직도 ‘무대진행형’이다.

‘불후의 명곡’이라 불릴 정도로 수많은 히트곡을 부른 40대 가수. 하지만 ‘불후의 명곡’에서 밴드를 끌고 나와 ‘불후의 명곡’으로 선정된 모든 노래를 록 버전으로 편곡, 스튜디오 안을 폴짝 폴짝 뛰어다니며 전곡을 라이브로 부르는 율동 로커. 1990년대를 열광시켰던 그 때의 오빠들은 대부분 더 이상 오빠가 아니다. 그들은 몰락한 가요계에 점잖게 쓴소리를 던지는 선생님이 되거나, 생계의 어려움을 스스로 희화화하며 버라이어티 세계의 중년 남자들이다. 아니면 ‘3040’을 위한 음악을 하며 함께 나이 먹는 즐거움을 아는 원숙한 중년 가수가 돼야 했거나, 점잖게 뒤로 빠져 ‘사장님’이 돼야 했다. 이승환의 한참 후배인 박진영도 ‘원더걸스를 스타덤에 올린’ JYP엔터테인먼트의 타이틀을 달고 가요계에 컴백했다. 하지만 이승환은 가요계 전체를 걱정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밴드를 먹여 살리기 위해” 앨범을 내고 공연을 한다며 시니컬한 농담을 하고, 그의 현재 꿈은 일본에서 소규모 라이브를 하면서 그 곳의 밴드들을 라이브 실력으로 제압하는 것이다.

어린 왕자로 남기엔 20여 년 동안 이룬 것이 너무 많고, 나이든 오빠가 되기엔 여전히 힘이 넘친다. 그래서 그는 더 이상 어린 왕자가 아니다. 대신 그는 한국 음악계의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젊은 남자다. 이미 1990년대가 ‘지나간 세대’가 되고, 당대의 스타들이 그 때 그 시절의 스타가 되는 지금, 이승환은 끊임없이 신곡을 발표하고, KBS <얼렁뚱땅 흥신소>의 OST수록곡으로 록 음악 ‘슈퍼 히어로’를 발표하며,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경제야 놀자’에서 자신의 골동품을 자랑하는 대신 피규어를 내놓았다가 ‘중년 오타쿠’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건 버라이어티 쇼에서 나도 아직 젊다며 어색하게 요즘 말투를 쓰는 중년 가수의 몸부림이 아니다.

그 언제까지 ‘현역’으로 남을 것 같은 기대감






이승환의 새 싱글 앨범 <Mallang>의 ‘내 맘이 안 그래’는 올해 한국 음악계에서 발표된 가장 정열적인 발라드다. ‘내 맘이 안 그래’의 뮤직비디오에서 파멸을 눈 앞에 두고도 그대로 돌진하는 남자처럼, 이승환은 이것저것 재지 않고 그대로 자신의 감정에 그대로 부딪친다. ‘못 다한 내 사랑에 보낸다. I loved you / 치밀어 오르는 내 슬픔에 바친다 / 내 눈물이 내 노래가 너에겐 곧 나였다’ 뜨거운 사랑, 모든 걸 걸어도 좋을 사랑을 부정하는 시대에, 이승환은 전력을 다해 바로 지금, ‘내 헌신과 내 진심’을 담아 한 사랑의 아픔을 절절하게 노래한다. 멜로디 구성은 과거보다 훨씬 콤팩트해졌고, 곡 시작부터 치고 들어오는 오케스트라 연주는 팽팽한 긴장감을 일으킨다. 이승환은 ‘내 맘이 안 그래’에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처럼 굳어버린 ‘천일동안’과 같은 대곡 지향의 발라드 대신 30초 안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지금 시대에도 현재 진행형의 노래가 될 수 있는 다이나믹한 발라드를 완성했다.

공연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몸을 만들기 위해 한 번에 100kg의 스쿼드를 하고, 자신의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김현철과 정석원과 유희열을 거쳐 이재명에 이르는 새로운 작곡가들과 함께 일하는 40대 청년. 그는 후배들에게 과거를 헌정 받는 대신, 빅뱅과 같은 날 KBS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커트 코베인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1989년생 관람객이 보는 가운데 무대 위를 뛰어다녔고, 그의 연말 공연은 예나 지금이나 국내 공연 중 가장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원숙해지되 열정은 그대로인 이 열혈남아의 모습은 언제나 한국 대중음악계의 ‘현역’으로 남아있을 수 있을지 모를 가수에 대한 기대를 만들어낸다. 가족과 현실과 생활을 노래하면서 추억을 말하는 전설대신 지금 자신의 젊음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현역. 20여 년 동안 쌓인 원숙함으로 더 뜨거운 음악을 할 수 있는 현역. 이승환은 20대에는 수줍은 듯한 얼굴로 공연장을 뛰어다녔기 때문에 어린왕자였고, 30대에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동안이어서 어린왕자였다. 하지만 지금의 이승환은 슈퍼히어로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도 세상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은 에너지로 달리는, 어린왕자의 코스튬을 한 슈퍼히어로.




t : 지난 앨범 <Hwantastic> 때부터 TV에 많이 출연하고 있다. 버라이어티 쇼에 출연하기는 어떤가.
이승환
: 예전보다는 자연스러워졌다. 아직 말할 틈을 안주는 곳도 있고, 태클 들어오는 (웃음) MC들도 있지만. 그런 거보면 나는 정말 예능은 못하겠다 싶기도 하고.

t: ‘불후의 명곡’에 출연하고 나서는 검색어 1위에도 올랐다 (웃음)
이승환
: TV의 힘이 아직 대단한 거 같다. 그리고 예전하고 다르게 활동하기 편해진 부분도 있고. 하지만 아직 여러 제약이 있다.

‘어린왕자’가 ‘방송계의 삽살개’가 되기까지






t: 그래도 ‘불후의 명곡’같은 버라이어티에서 밴드와 함께 라이브를 할 정도로 변한 것 아닌가.
이승환
: 오늘 내가 출연할 <박철쇼> 대본을 보니까, 이승환은 까다로운 수다쟁이라고 적혀 있더라. 그만큼 까다롭다거나 까칠한 이미지인거 같다. ‘불후의 명곡’도 중장년층이 많이 봐서 제작진은 ‘하숙생’이 순위에 들었으면 하는 눈치더라 (웃음) 그런데 순위가 그렇게 나와서 그대로 갔고. 그런 자세가 내가 원하는 걸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거 같다. 다만 과거에는 내 그런 모습을 아예 수용하지 않았다. 내가 <열린 음악회>를 금년 들어 다섯 번 나갔다. 밴드 생계 때문에. 우리는 밴드가 나가는 것에 대해서 밴드비를 달라고 한다. 그게 예전에는 어림도 없었지만 요즘에는 준다. 그런데 아직은 윗분들은 싫어하신다고 한다. “걔 왜불러, 왜 돈 줘가면서 불러.” 그 분들에게는 내가 아직도 까탈스러운 애인 거다.

t: 당신도 시장 상황에 맞춰 변하려고 하고, 시장도 당신을 조금씩 받아들이는 것 같다.
이승환
: 과거라면 독불장군처럼 시장에 다가서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작년에 밴드 멤버 중 한 명이 나한테 대들었다. 작년에 내가 활동을 많이 못했는데, 예전 같으면 밴드들이 다른 세션을 뛰면서 생활을 했다. 그런데 공연들도 많이 없어지고, 실용음악과 나온 어린 친구들이 훨씬 싼 값에 많이 하니까 일거리가 없어지면서 나한테 화살을 돌렸다. (웃음) “형 때문에 굶어 죽겠다.” 그 얘기를 듣고 처음엔 버럭 했는데, 나하고 10년 이상 같이한 애들이라는 생각을 하니까 뭔가 책임 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가 크다. 뭐든 나간다. 밴드가 나갈 수 있는 거면 뭐든. 예능 프로그램도 다 나가고. 케이블에서 요즘 내 별명이 방송계의 삽살개다. 불러주면 좋다고 뛰어간다고 (웃음)

t: 시장 안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의지가 음악의 형식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Mallang>도 처음으로 발표한 싱글 앨범이다.
이승환
: 올해는 무조건 영업의 해다. 하하. 뭔가 인지도를 올려놔야 내가 할 수 있는 음악을 할 수 있으니까. 5집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던 음반 판매고가, 이제 바닥을 쳤다. 그러면 이제는 춘삼월에 개구리 팔짝하는 것처럼 올라가야 한다. 그래서 대중 친화적이라고 자발적으로 얘기했다. 혹자는 대중 친화적이라는 발언에 대중을 우습게 보는 발언 아니냐고 하지만, 워낙 말하는 스타일이 이러니까. (웃음) 나는 늘 그냥 현실을 말해오지 않았나. 음반 시장 다 망했구요, 내 음반도 잘 안 나가요 이런 식으로. 이번에도 홈페이지에 글 올렸었다. 앨범 초도물량 듣고 깜짝 놀랐다고. 그런데 그런 식으로 가면 안 된다고 하더라. 마케팅으로는 우리 앨범 잘 돼요 이래야 한다고. (웃음) 사실 영업이라는 것도 그런 의미의 영업이다.

“음악에도 트렌디한 요소들을 찾아서 반영해야 한다”






t: 지난 몇 장의 앨범을 통해 앨범 시대의 음악에서 싱글 시대의 음악으로 점진적으로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승환
: 그렇다. 이번에도 타이틀곡을 내가 알고 있는 작곡가 중에 가장 어린 작곡가에게 받았다. 언제나 내 음악은 트렌디하다고 생각했었고.

t: 그래서 요즘 당신의 음악이나 공연을 보면 실제 당신이 목표로 하는 방향과 지금 변하고 있는 대중들의 요구가 어느 정도 조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승환
: 그렇다. 사실 그러지 않으면 위험하다. 공연만 해도 내가 너무 공연을 많이 해서 아이디어가 소진됐다. 그래서 더 새로운 걸 찾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공연은 관객들의 눈은 점점 높아지기만 하니까 예전 같은 방식으로는 절대로 안 되고, 거기에 맞춰주려면 초기 제작비가 한도 끝도 없이 늘어나니까 계속 물량 투입만 할 수도 없고. 그러다보면 트렌디한 요소들을 찾아서 반영해야 한다. 연말 공연에서도 영상 감독을 따로 고용해서 영상을 만들고, 공연장에서는 네 곳에 각기 다른 스크린을 배치해서 영상과 무대를 결합해볼 생각이다. 그런 걸 많은 분들한테 보여주지 못하는 건 안타깝긴 하지만. 우리 공연이 공연 티켓 사이트에서 예매율 1위인데도 지방 공연을 하루도 못 잡았다.

t: 그런데 음악은 상업적인 조바심을 내지 않고 과거보다 더 편해졌다. ‘내 맘이 안 그래’에서도 ‘천일동안’처럼 곡의 세밀한 기승전결 보다는 임팩트 있는 멜로디에 집중한다.
이승환
: 옛날에 편집증적으로 음반 녹음을 할 때는 뭔가 너무 정제 돼 있어서 노래가 강하게 치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이번에는 그런 걸 안하니까 다이나믹한 느낌이 살아 있어서 그게 좋았다. 전에는 현악기를 차근차근 전개시키면서 곡을 전개했는데 이번에는 멜로디가 뭔가 잘린 듯이 텐션을 주기도 했고. 예전에는 난 녹음실에서 녹음하는 거 제일 싫어 이랬었는데, 요즘에는 그냥 가서 한다. 왜냐하면 일찍 끝낼 거니까. 그래서 별로 힘들지도 않고.

“나이가 드니까 뭔가 자유로워졌다”






t: <Hwantastic>부터 본격적으로 당신이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승환 음악의 3기랄까.
이승환
: 맞다. <Hwantastic>부터 나와 함께 하는 엔지니어들이 완벽하게 자리를 잡기 시작하기도 했고, 사운드에 확신이 생겼다. 나 스스로도 <Hwantastic> 앨범이 굉장히 마음에 들고, 지금도 자주 듣는다. 편하니까.

t: 그런 변화에 어떤 계기가 있었나.
이승환
: 글쎄, 나는 사실 공연을 할 때마다 공포가 많았다. 정말 내 무대에 자신이 없었고, 무대에 오를 때마다 과민성 대장증상에 시달렸다. 그런데 2년 전 <Greatest Hits> 공연을 하면서 뭔가 자유로워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고. 내가 30대에 ‘붉은 낙타’를 통해 20대를 회고하면서 20대에 자유롭게 살아야 했었는데 안타깝다고 얘기 했듯이, 40대가 되니까 그게 더 커진 것 같다. 그래서 남들이 안 입는 스키니 진 같은 거 나는 요즘에 너무 많이 입는다. (웃음) 몸이 좋아진 것도 있지만 사고가 더 어려지고 더 자유로워진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예전에는 사회적인 시선, 통념 이런 걸 인식했다면, 이제는 내가 조영남 아저씨가 된 것처럼 (웃음) 인식을 안 하게 된 거다. ‘경제야 놀자’에 나온 내 집을 보고 네티즌들이 나한테 ‘중년 오타쿠’라고 하더라. 그래, 나 오타쿠야, 마흔 세 살이야. 내 나이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네. 그럼 나는 나대로 살면 되는 거지.

t: 한국에서는 참 독특한 40대가 됐다.
이승환
: 나이를 모르고 봤을 때는 불편해 하지 않지만 나이를 알고 봤을 때는 불편하다는 걸 나도 안다. 하지만 그게 정말 불편한 건가? 우리나라는 왜 타인의 취향에 대해 여유롭지 못할까. 왠지 다들 옴싹달싹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물론 음악하는 사람이니까 남들하고 다르긴 하겠지만, 모든 남자들이 다 안에 어린아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모두 가장이라서, 위엄을 지키고 싶어 못 끄집어내는 것 같다. 나는 나 혼자만이라도 그런 것들을 보여주고 싶다.

t: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나이에 맞춰서 변해 가는데, 그들과 점점 차이가 난다는 생각은 안 드나.
이승환
: 그 사람들에게 그런 생활이 괜찮다면 상관없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이유도 없고.

“나는 한 번도 열정이 사그라든 적이 없다”






t: 다른 사람보다 특히 당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사는 것 같다.
이승환
: 맞다. 언젠가부터 결국 내 자신을 사랑하게 됐다고 해야 하나. 내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거나, 주저함이 없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옛날에는 사실 주저주저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뭐랄까, 나는 요즘에 스쿠터 튜닝에서 다시 피규어에 취미를 붙였다가, 다시 멋있는 옷 입는 게 좋다. 그런 건 자기를 사랑하니까 가능한 거 같다.

t: 그런 생각들이 음악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이승환
: 맞다. 난 좋아, 그렇게 된다. 망하면 그런 거지.

t: 그러다보니 새롭게 도달하는 지점이 있는 거 같다. ‘내 맘이 안 그래’ 뮤직비디오는 예전처럼 물량 투입을 하지 않고 미니멀리즘에 가까울 정도로 간단하게 찍었다. 좋다고 느끼는 건 뭐든 자신 있게 하니까 예전하고 다른 걸 할 수 있는 것 같은.
이승환
: 맞다. 그 뮤직비디오 찍을 때 내가 피 흘리는 건 내가 제안했다. 예전 같으면 피 흘리는 건 분명히 나 스스로 차단했을 거다. 그런데 요즘에는 재밌겠다는 생각부터 먼저 든다. 그리고 원래는 그 뮤직비디오가 남자가 달려가다가 벽에 부딪치고 건물이 다 무너지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건물이 무너지는 건 감정 과잉 같아서 뺐다.

t: 그런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다. 젊은 시절(웃음)에는 일일이 설명했는데, ‘내 맘이 안 그래’는 곡이나 뮤직비디오나 그냥 치고 들어가서 부딪치고 무너지는 느낌이 있다.
이승환
: 요즘 열정에 대해서 많이 생각한다. 사실 우리 밴드가 한 때 매너리즘에 빠져서 한바탕 했었다. (웃음) “그래도 우리가 명색이 밴드인데, 음악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열정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있느냐”고 했다. 그 때 나를 돌아봤는데, 나는 한 번도 열정이 사그라든 적이 없었다. 무대에 올라가서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생각하고. 그런 힘이다. 분명히 머리는 소진되고 몸은 지치고, 가슴속은 외로워서 황량하지만 이상하게 음악을 대하는 태도만큼은 없어지지 않는 것 같다.

t: 그 열정이 지금까지 당신이 쌓은 노하우와 결합해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시점은 아닐까. <Mallang>의 레코딩은 <Human>이나 <Cycle> 시절처럼 물량투입을 자랑하거나 현란한 느낌을 주지 않으면서도 매우 편안하다.
이승환
: 10년 동안 우리가 외국 엔지니어도 불러보고, 우리 엔지니어와도 같이 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노하우가 축적됐다. 그게 지금부터 빛을 내기 시작한 거라고 생각한다.

이승환은 계속 자란다






t: 이승환은 계속 자란다는 건가 (웃음)
이승환
: 맞다. (웃음) 진화는 계속 되고 있다고 믿는다.

t: 하지만 당신도 언젠가는 늙는다. 그러면 지금 당신이 이룬 것들은 앨범 외에는 남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승환
: 그래서 사실은... 주제넘은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내 공연 노하우를 전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녹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영역, 귀로만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있으니까 어쩔 수 없지만 공연은 내가 강의를 하라면 할 수 있을 정도로 논리적으로 정리 돼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그런 걸 알려주고 싶은 가수가 딱히 없었는데, 요즘에는 윤하를 보면서 잘하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가요제>에서 공연하는 걸 봤는데 그 기나 느낌이 대단하더라. 이런 얘기하면 혹자들은 단신끼리 챙기냐고 할 수도 있지만 하하. 그래서 다시 한 번 보고 싶어서 공연에도 먼저 참여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내가 늙는 건 순응해야지. 내가 지금 음원 시장에 순응하는 것처럼. 내가 스쿼트를 100kg을 했는데, 그 때 무릎이 안 좋아져서 요즘엔 아파한다. 그렇게 늙는 거다. 받아들여야지.

t: 하지만 당신이 늙는 건 아직 먼 얘기 같다. (웃음) 당분간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은 뭐가 될까.
이승환
: 이번 앨범이 안 되면.... 일본으로 어학연수? 하하. 잘되면 여름을 겨냥한 락 앨범? 그 정도? 계획이 별로 없다. 그리고 금년까지는 어떤 관계도 맺지 않는다는 거. 사람하고 관계를 맺으면 시간을 너무 뺏겨서, 공연에 올인하려고 한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자유롭게 여자도 만나보고 싶고. 나는 아직도 인생의 최선의 가치가 이성간의 사랑이다. 내가 비록 3개월 벅차고 3년을 아파해도 차라리 3년을 아픈 게 낫다고 생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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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7 1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27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시장미 2007-11-27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흐르는 음악.. 이승환씨 노래죠? 좋네요. 학창시절에도 많이 좋아했었는데... 으흐
가요계에 독보적인 존재라고 생각하는데... 그도.. 나이가 드는 것 같아요. 보기에는 그래 보이지 않지만..요.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만 하면 좀 안타깝네요.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없는 법인가 봅니다.

마노아 2007-11-27 23:35   좋아요 0 | URL
요번에 나온 새 미니 앨범 '말랑'의 타이틀곡이에요. 들을수록 노래가 애절하게 꽂힌답니다.
'어린왕자'라는 타이틀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 지 오래이지만 '열정'을 잃지 않는 모습에선 여전히 청춘인 뮤지션이에요. ^^ 좋은 인연 만나서 더는 외롭지 않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뭐 남 걱정할 때가 아니지만요..;;;;)
 

토요일에 마전동 다녀오는 데에 무려 5시간을 보내고, 일요일에 몸살 났다.

근육이 쑤시고 소화도 안 되고 머리는 지끈지끈. 독감 예방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하고 중얼거리다가,

뒤늦게 깨달았다. '체했구나......' (털썩!)

소화제도 먹고 손도 따고 했지만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다.  다 게워내고도 저녁 굶고 오늘 아침까지 굶고...

그리고 이제 괜찮아진 것 같아 점심을 먹었는데, 또 얹혔다. (어찔...!)

출장가시는 선생님이 계셔서 수업이 옮겨와 한 시간 더 하는데, 아이들은 시끄럽게 떠들지, 머리는 울리지, 숨쉬기는 곤란하지...

정말 힘들었다고... 훌쩍.

KTF 건도 영 맘이 불편하고, 거기에 하나 더...

알라딘 서평단에 당첨된 책이 있었다.

 

 

 

잊혀졌거나 알려지지 않은 공주백과사전

당첨된 지 2주 정도 지났는데 책이 안 오길래 해당 페이지를 가보니,

세상에... 내가 주소를 안 남긴 것이다.(아아 이럴 수가!)

예전엔 '최근 주소'로 보내주곤 해서 무심코 주소를 안 남기고 마냥 책만 기다렸던 것이다.

발송은 이미 마쳤고, 추가 발송은 없단다.

그리고 일주러 서평을 안 남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3개월 간 서평단 도서 신청 자격 박탈....ㅠ.ㅠ

책도 못 받고, 패널티 받고...  속은 계속 불편하고 맘도 언짢고... 흑...슬포라...

책은 96페이지나 되던데, 나중에 교보 가서 읽을까? 내 돈 주고 사기엔 억울하잖아.(내 탓이지만..;;;)

설마 랩핑한 채 파는 건 아니겠지? 아아 지끈지끈....(>_<)

ps.아, 하나 더 추가...explore.exe오류가 나더니 창이 계속 꺼진다. 날 잡았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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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7-11-26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푹 쉬시는 것이 상책일 듯 합니다.
에궁 그렇게 아프시면 조퇴라도 하시징 그랬어염.
빨리 회복되시길.......

마노아 2007-11-26 19:30   좋아요 0 | URL
전호인님 감사해요^^;;; 내일은 좋아질 거야요(최면 치료>_<;;)

뽀송이 2007-11-26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ㅠ.ㅠ
아플 땐... 그저 푹~ 자는 게 좋은데...
이런저런 잡념은 잠시 접어두시고, 오늘은 일찍 주무셨으면 좋겠어요.

마노아 2007-11-26 21:48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오늘은 좀 일찍 쉬려고 해요. 책도 멀리하구요. ^^;;

2007-11-26 2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26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7-11-27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어떡해요.
오늘, 푹 자고 나면 말끔해질거라고 최면 걸고 있음^^

마노아 2014-02-03 22:16   좋아요 0 | URL
몇 년 지나서 댓글 놓친 걸 발견했네요. 어이쿠...ㅠ.ㅠ

다락방 2007-11-27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저도 컨디션 완전 엉망이예요.
남들에게 저는 이유가 없다고 하지만,
사실은 이유를 말하면 너무 초라하고 구차해져서 말도 못하고 있어요.

그저 엉망,엉망,엉망,엉망이예요.
우리,
어떡할까요? ㅜㅜ

마노아 2007-11-27 15:54   좋아요 0 | URL
아아 다락방님, 동병상련이에요. 어제보다 더 마음을 쳐버리는 일이 생겼는데 어디 가서 말도 할 수 없어요. 엉엉엉.... 우리 같이 끌어안고 울어요...ㅜ.ㅜ
 



 
낚시뎐 - 다 비켜, 이 떡밥은 내 거야! [제 684 호/2007-11-23]
 


먼 옛날, 울창한 숲 안에 모여 사는 동물 무리가 있으니 다리가 네 개인 놈, 다리 둘에 날개가 둘인 놈, 다리가 하나도 없는 놈 모두 자신의 재주가 뛰어나다 까불었다. 어느날 토끼와 범이 얘기하다 “물고기 낚시의 일인자가 누구냐”하고 논쟁을 벌이게 됐다. 토끼가 빠른 움직임을 잘 보는 눈이 필요하다 하니, 범은 맛난 먹이로 물고기를 모으는 지혜가 필요하다 맞섰다. 이에 둘이 옥신각신 다투는데 하루해가 지나도록 결론이 나지 않았다.

옆에 지켜보던 동물들이 낚시 잘하는 재주꾼을 모아 그 재주를 겨루어보자 제안하니 토끼와 범은 옳거니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뭇 동물이 아는 것이 많은 곰에게 이번 잔치의 좌장을 맡겼더니 곰은 세 번 사양하고 마지못해 수락했다. 곰이 세 재주꾼을 추천했는데 이 추천에 반대를 표하는 동물이 하나도 없었다. 곰을 중앙에 앉히고 다른 동물들 주위에 모여앉아 과실과 술을 준비하고 잔치를 벌이니 몸을 단장하고 급히 달려온 재주꾼 셋은 풀숲에 숨어 부름만 기다린다.

“첫번째 악어거북 나오시오~!”
“에그머니, 망측하기도 하지!”

등은 거대한 동산같고 다리는 두터운 코끼리같은데 꼬리와 머리는 덜 된 용같이 생긴 생물이 어기적 기어나온다. 삐죽하게 솟은 저 비늘들은 또 무엇이냐. 괴이한 모습에 동물들은 제각각 부르짖는다. 연신 “에그머니”를 외쳐대며 경망을 떨던 토끼가 악어거북의 날카로운 눈빛에 “아이 무서라”며 귀를 접는다. 악어거북은 눈빛을 거두고 길쭉하게 뺀 목을 느릿하게 돌리며 연못 속으로 발을 옮긴다. 뭇 동물이 눈을 빛내며 지켜보는 가운데 악어거북이 입을 벌리는데, 경망스러운 토끼는 또 한 번 “아이쿠!”

“저 놈 입안의 거대한 벌레같은 것이 대체 무엇이오?”

만물의 왕이라는 범도 몸서리치며 물으니 곰이 “저것이야말로 하늘이 악어거북에 내려주신 것이니 조용히 보시기나 하시오”하며 면박을 준다. 이에 범이 정신을 차리고 그것를 바라보니 이는 살아있는 벌레가 아니라 악어거북 입안에 붙은 혀다.

거북이 긴 혀를 조용히 흔드니 이를 맛난 먹이로 알고 달려드는 물고기가 부지기수다. 거대한 바위처럼 꿈쩍도 않고 입만 쩍 벌리고 있던 악어거북은 어느새 물고기를 한 아름 품는다. 거북이 또 한 번 비늘 가득한 목을 쳐드니 토끼도 범도 “에구 깜짝이야”. 좌장만 짐짓 위엄을 지키며 굵은 목소리를 뽑아낸다.

“대저 거북이란 놈은 그 움직임이 느리고 엉덩이가 무거워 바위에 붙은 풀들을 긁어먹는 게 타고난 재주의 전부인 줄 알았더니, 참으로 신묘하오.”

악어거북 굵은 목 조아리며 자리로 느릿느릿 돌아가니, 뭇 동물들이 이제는 경탄하며 그를 바라본다. “거북대인의 재주가 매우 뛰어나니 이를 앞설 동물은 없을 것이오.” 경망스러운 토끼는 언제 부르짖었나 싶게 꼬리를 흔들며 설레발을 쳐댄다. 허나 악어거북은 물고기를 꿀꺽 삼키고 입맛을 다시며 묵묵부답이다.

“두번째 물총새 나오시오!”
“예이~!”

산뜻한 파란색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물총새 등장한다. 빼어난 자태에 뭇 동물이 감탄을 금치 못하니 괴악한 모습으로 지탄을 받은 악어거북만 목을 움츠린다. 물총새는 어여쁜 자세로 폴짝 뛰어 낮은 나무 위에 올라서더니 고개를 갸웃대며 날개를 접는다. 가만히 물을 지켜보는 모습에 금강산에서 도에 통달했다는 현인의 기운이 넘친다.

“좌장, 저 자가 어찌하여 저기 오르는 거요?”
“저긴 물총새의 망대(望臺)라오. 물고기가 지나가는 것을 감시하기 위해 마련한 곳이오. 수면에서 3~5척(1척은 약 30cm) 높이에 올라서서 먹잇감을 찾는 것이 저 종족의 버릇이라오.”

“오호” 범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물총새 눈빛이 번쩍, 갑자기 푸드덕거리며 날아오르니 물 옆에 있던 동물들이 모두 깜짝 놀라 우왕좌왕 정신없다. 그 새 물총새는 물속에 쏜살같이 머리를 박았다 빼는데 야무지게 다문 부리에는 아직도 퍼덕이는 물고기 세 마리가 가지런하니 물려있다. 동물들은 그저 경탄해 박수를 칠뿐이다.

“대단합니다. 대체 어떤 묘안을 쓰셨기에 그러시오. 한 수 가르침을 청하오.”
“별 것이 아니라 심히 부끄럽습니다. 소인이 망대 위에 가만히 앉아있을 적 물속 물고기의 움직임이 보이니 그저 부리로 낚아챈 것에 불과합니다. 이는 묘안이 아닌 보잘 것 없는 재주일 뿐이니 칭찬을 삼가는 게 군자의 도리인 줄 아뢰오.”
“내 그대의 별호를 들은 적이 있소. 바다 건너에서는 그대를 ‘대단한 낚시꾼’(Kingfisher)이라 부른다 합디다. 그대의 명성이 이미 바다를 건너 세상에 퍼졌으니 좋은 말로 칭찬하는 것이 또한 진정한 도리가 아니겠소.”
“별호에 부끄럽지 않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수줍고 겸손한 그 모습이 또한 한 떨기 꽃같이 어여쁘구나. 관중들이 탄식을 금하지 못하는 가운데 물총새는 조용히 자리로 돌아가 날개를 푸닥거리며 얌전을 떤다.

“세번째 검은댕기해오라기 나오시오!”

사위가 조용해 동물들은 머리만 갸웃갸웃. 경망이 으뜸인 토끼가 “에그머니 저길 보시오!”라고 외치니 풀숲에서 검은 것이 통통 뛰어 온다. 가는 두 다리에는 힘이 넘치고 뒷머리에 길게 뻗은 푸른 깃털이 선명하다. 연못 앞에서 멈춘 검은 것은 가만히 물을 내려다보며 서는데 매끈하게 올려붙인 날개에 움직임 하나 없다.

“저건 물총새와 다를 바 없지 않소.”
“서두르지 말고 보기나 하시오. 검은머리해오라기의 재주도 재미나다 하오.”

성질 급한 범의 재촉에 곰이 또 한 번 달래는데 검은 것이 고개를 갸웃대며 주변을 휘휘 둘러본다. 연못 옆에 나뒹구는 나뭇조각을 하나 물더니 물 위에 내려놓고 다시 가만히 서니 웅성이던 동물들도 어느새 입을 다물고 해오라기를 지켜보느라 여념이 없다. 나뭇조각이 맴맴 맴을 돌다 멈춰서니 물고기 두 마리가 다가와 입질을 하며 신중히 살핀다. “호오~”하고 좌중이 탄성을 내지르는 가운데 검은머리해오라기가 푸드덕 날아올라 부리로 나뭇조각 옆을 잽싸게 챈다. 방금 전까지 물속에서 입질하던 물고기가 해오라기의 부리에 얌전히 물려있으니 점잖던 곰마저 놀라서 자빠질 지경이다.

“귀하의 재주는 악어거북이나 물총새보다 더욱 신묘하구려! 한 수 배우고자 하니 부디 가르침을 아끼지 마시오.”
“나뭇조각을 던지면 물고기가 먹이로 알고 다가오지요. 욕심이 많은 물고기일수록 나뭇조각에 가까이 달라붙어 이리 쪼고 저리 쪼느라 정신이 없는 법입니다. 이 때 낚아채면 백발백중이지요.”
“‘떡밥’이라니, 소인은 생각도 하지 못했소! 오늘의 재주꾼은 바로 그대구려!”

곰이 외치니 악어거북도 물총새도 탄식하며 자리를 내어준다. 뭇 동물이 박수를 치고 발을 구르며 기쁨을 표하는데 토끼만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먼데를 바라보느라 정신이 없다. 검은머리해오라기가 짐짓 불쾌한 표정으로 부리로 딱딱 소리를 내니 그제야 토끼는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돌린다.

“대인께서는 소인의 우승이 마뜩치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려. 괘념치 않으시다면 연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그대의 재주도 신묘하나 저기 더 대단한 것이 있소! 그를 쳐다보느라 잠시 정신을 놓았으니 무례를 사과하겠소. 하지만 저길 좀 보시오. 혼자 보긴 정말 아까운 재주요!”

평소와 달리 진중한 토끼의 말에 동물들 모두 놀라 고개를 들었다. 옆 연못 바위 위에 묵묵히 앉아 간간히 ‘떡밥’을 던지며 신중하게 물을 내려다보고 있는 한 생물이 있었다. 물고기가 몰릴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은 물총새와 같고, 짐짓 공들여 제작한 떡밥은 검은댕기해오라기와 같고, 물고기의 움직임에 따라 낚싯줄을 적당히 조절할 줄 아는 악어거북의 재주까지 갖추었으니 이야말로 진정한 낚시꾼이로다.

세 재주꾼은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고 뭇 동물이 모두 달려가 머리를 조아리며 그에게 가르침을 청하는데 낚시꾼은 점잖게 손을 흔들며 가로되,

“소인의 재주는 보잘것없는 것이니 어찌 가르침을 청하시오.”
“그렇다면 존함이라도 여쭙고 싶습니다. 이름을 들려주시지 않겠습니까.”

동물들이 시끄러이 떠드는 통에 물고기가 놀라서 다 달아났다. 더 이상 낚을 것이 없으니 낚시꾼은 “에잇! 시끄러워 못하겠소!”하며 줄과 떡밥을 거두고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동물들 망연하여 바라봤더니 그 생물이 있던 연못에는 ‘게시판’(Gesi-pond)이라는 명패가, 쓰다 버린 어망에는 ‘악플러’라는 이름이 남아있었다. 이에 뭇 동물들은 ‘악플러’를 ‘낚시의 제왕’으로 삼아 오래도록 그의 이름을 칭송했다 전해진다. (글 : 김은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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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1-24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핫. 결말이 재밌군요.^^
검은댕기해오라기. 정말 영리하군요. 동물들의 낚시 재주를 한창 재밌게 보고 있는데, 저런 결말이라니.

마노아 2007-11-25 00:43   좋아요 0 | URL
결말이 재밌죠^^ 금요일자 과학향기는 늘 이렇게 재밌고 유쾌하더라구요.
비록 하루 늦게 도착했지만요^^

순오기 2007-11-26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뭔 소린가 했어요!
마노아님, 강숙인님 청소년역사소설'호동왕자' 읽으셨나요?
아직 안 보셨으면, 제가 두 권이라 책갈피와 같이 보내 드릴게요!

마노아 2007-11-26 12:12   좋아요 0 | URL
오옷, 제가 좋아하는 호동왕자군요. 아직 못 보았어요~
보내주심 감사히 잘 읽을게요. 꾸벅~

2007-11-26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26 14:1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