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있어 2007년은 인생의 쓴맛을 단단히 느낀 한 해였다.

해마다 쉬웠던 적은 없지만 유독 많이 힘들었었던.

난 '이름 값'을 톡톡히 맛 보았고, '명의'와 '신용'에 대해서도 쓰라리게 체험했고,

실질적으로 집안의 경제적 가장 노릇을 했다. (생색은 늘 다른 사람이 내지만.)

책 한 권을 꼽고 빼는 아주 사소한 일에도 '자유'가 필요함을 알았고,

그 자유를 수행하기 위해서 치뤄야 하는 '대가'에 대해서도 절감했던 한 해였다.

나의 미래를 위해서 직접적인 투자는 하지 못했지만, 무엇은 하지 말아야 함을 손꼽았던 해이기도 하다.

늘 했던 그 고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더 많이 아파했던 해였다.

가족의 플러스와 마이너스에 대해서 절절히 고민했었고 끊을 수 없는 '관계'에 좌절했었다.

그렇지만, 언제나 웃게 되는 것은 '사람' 때문임을 역시 크게 깨달았던 해이다.

아파하고 외롭고 서러울 때도 많지만 그 위로가 되어주는 것도 늘 사람임을 여지 없이 깨닫는다.

내가 가진 자산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여지 없이 '인복'임을 꼽을 수 있겠다.

그래서 내 영혼은 가난하지 않다.

2008년은 좀 더 풍성해질 것이다.  모든 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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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4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04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04 1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04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12-04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에~ 멋진데요.
"그래서 내 영혼은 가난하지 않다"

마노아 2007-12-04 18:34   좋아요 0 | URL
헷, 공명해 주어서 고마워요^^
 
식객 9 - 홍어를 찾아서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7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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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진행 내용을 보니 아마도 연재 시점은 대략 3년 전이었나 보다.  3년 지나 읽어도 감동은 여전하지만.

첫 이야기 갓김치 편에서 마지막에 성찬이가 뇌까리는 모습에 울컥했다.

...친구야 미안하다.  네가 어려운 줄 모르고 맛있는 갓김치를 맛있게 팔지 못했구나...

또 보광 레스토랑 멤버들의 와이프들이 성찬이에게 저녁 한끼 대접하는 장면도 참 따스하니 좋았다. 이렇게 사람 사는 내음이 가득한 곳이 그래도 남아있겠지... 하는 마음이 조금 슬펐지만.

어제는 TV 프로 비타민에서 갓김치 특집이었는데 매운 것 잘 못 먹는 나지만 다음 기회에 갓김치와 더불어 맛있게 밥을 먹으리라 다짐해 보았다.

두번째 이야기는 '홍어'편이다.  이 책의 부제목이기도 한 '홍어를 찾아서'

역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고, 프로는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홍어가 가오리처럼 생겼다는 것을 안 것도 나름대로의 수확이랄까....(..;;;)

세번째 이야기는 한과. 너무 예쁘고 고급스럽고 맛 좋고, 게다가 비싸기까지 한 한과^^

명절 되면 선물용으로 심심찮게 오고가는 그 한과가 좀 더 대중화 되었으면 하는 나름대로의 바람이 생겼다.

노숙자들이 명절에 집에 찾아갈 수 있게 한과를 들려보내는 자원봉사 일을 하게 된 성찬과 그의 친구들. 참으로 멋지게 사는 이들이다.  IMF 이후 십 년.  아직도 갈 길이 먼 대한민국.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2005년도 초의 인사가 어쩐지 먹먹하다.

다음 에피소드는 미역국.  말을 하지 못하는 부부가 자식에게 말을 제대로 가르칠 수가 없어서 친척 집에 맡겨 키웠는데, 그것이 응어리진 딸이 출산을 하면서 부모님과 화해하게 되는 뭉클한 내용.  어제 미역국도 먹었고, 생일날도 다가오고... 그래서 더 마음에 남는 에피소드.  효도 많이 할 수 있게 엄마 오래 사셔요(>_<)

마지막 에피소드는 '참새구이'로 한국판 그루누이 이야기랄까^^;;;

보광 레스토랑의 천재적인 후각을 가진 사내의 화려했던 에피소드와 성찬이 처음 장사 시작할 때의 이야기가 만났다.  구이가 되어버린 참새의 모습은 슬펐지만...ㅜ.ㅜ

요새 한 권씩 다시 사 모으는 재미가 큰 식객.  헌데 나외엔 식구 중에 보는 사람이 없는 것이 다소 슬펐다.  나중에라도 누군가 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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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부엌에서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5
모리스 샌닥 지음, 강무홍 옮김 / 시공주니어 / 1994년 3월
구판절판


괴물들이 사는 나라로 너무 인상 깊었던 모리스 샌닥. 그의 다른 작품을 만나보았다. "깊은 밤 부엌에서"

대체 한밤중에 부엌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한밤 중에 깨어난 미키. 시간은 새벽 3시 반. 깜깜한 곳으로 떨어진 미키는 옷도 모두 벗겨진 채, 엄마 아빠 방을 지나 환한 부엌으로 떨어졌다. 이윽고 등장하는 빨간코 주방장 아저씨들. 아저씨들은 미키를 반죽 속에 넣은 채 빵 반죽을 신나게 하신다.


"반죽에 밀크를! 반죽에 밀크를! 저어라! 주물러라! 만들자! 굽자!"

미키는 오븐 속에 들어간 채 익혀질 위기에 처했던 것. 이때 미키가 반죽을 뚫고 나와서 외친다.

"난 밀크가 아니야. 밀크는 내가 아냐! 난 미키란 말이야!"

아마도 영어 원문으로 읽었더라면 문장의 어구가 대구가 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그래야 더 재밌을 테니까. ^^

미키는 오븐을 빠져나와 빵 반죽으로 뛰어들었다. 잔뜩 부푼 빵 반죽을 주무르고 치대고 잡아 뜯는 미키. 어찌나 신나보이는지 '무아지경'으로 보일 지경!

미키는 빵 반죽으로 무엇을 만들었을까. 어이쿠 날개도 보이네. 미키가 만든 것은 비행기! 주방장 아저씨들은 밀크가 필요하다고 외치고, 미키는 밀크를 구하러 모험을 떠난다. 위로, 또 위로... 깊은 밤 부엌에서 저 하늘 밀키웨이(은하수)까지.

이윽고 거대한 밀크 타워(병) 위로 올라간 미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주변 물건들은 모두 부엌 찬장 속 물건들. 후추병이라던가 소스 병, 커피 등등이라는 것! 밀크 타워도 당연히 우유병!

하여간 미키는 우유병속으로 퐁당 빠진다. 밀크가 입고 있던 빵반죽 옷은 다 녹아들고 어느덧 벌거숭이가 된 밀크. 여전히 무아지경이 되어 노래 부른다. 미키의 도움으로 무사히 빵반죽을 마치는 주방장 아저씨들. 아저씨들 역시 희열을 느끼며 노래를 부르는데....


창밖에선 태양이 떠오르고 아침이 솟아오른다. 미키는 곧장 침대로 떨어져 빵 반죽 하나 묻지 않은 채 깨끗하게 잠자리에 든다. 신나는 모험을 끝낸 미키에겐 고단하지만 행복한 꿈이 찾아들 테지...

그곳이 꿈속이든 부엌이든 침대 속이든, 미키의 환상 속에서 신나고 즐거운 이야기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짜식... 부럽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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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밤을 즐거워 하는 아이가 있어, 미키 얘기 들어봤니?
    from 푸른 서재... 2009-03-28 23:24 
      아이들을 꿈과 공상의 세계로 데려가는 깊은 밤, 잠자는 아이를 움직여 환상의 세계속으로 몰입시키고 또 빠져나오게 하고....     여기, 밤이 무서울 리 없는 당차고 씩씩한 한 사내 아이가 있어요 잠자리에서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깨어난 미키는 어느새 스스르 맨몸의 벌거숭이가 되어 환상 속의 부엌으로 떨어집니다.   거 잠좀자려는데... 이런, 아이의 잠
 
 
 

보내주신 선물이 도착했어요~ 오늘 우편함에 있는 것을 제가 찾아왔지요^^



와우, 손수 만든 책갈피가 무려 열장이에요! 멋진 글귀도 감탄했는데 뒷면엔 제 서재 문구가 떡!하니 박혀 있더라구요.

이런 센스쟁이 순오기님(>_<)

보내주신 책도 잘 볼게요. 책 안쪽 써주신 메시지에는 또 얼마나 마음이 따땃해지고 뭉클하던지요. ^^

고마운 마음으로 즐겁게 읽을게요. 안 그래도 좋아하는 호동왕자랍니다.^^

책갈피는 어무이께 한 장 드렸어요. 예쁘다~ 하시면서 성경책에 끼우시더군요. 저는 어깨 으쓱했습니다.

알라딘 마을이 더 사랑스러워지는 오늘이에요. 책 사이사이 책갈피 보면서 늘 순오기님 떠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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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2-03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뒷면, 마음에 드셨나요? 즐거워하니, 어깨가 으쓱했다니 저도 즐거워용!
역사에 관심있는 사회선생님이라 호동왕자 좋아하실 줄 짐작했어요 ^^

마노아 2007-12-03 23:57   좋아요 0 | URL
헤헷, 뒷면까지 신경쓰는 세심함이라니, 새삼 반했잖아요. 호동왕자는 '바람의 나라' 팬이어서 더 사랑해요. 다시 한 번 고마워요~

뽀송이 2007-12-04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멋진 선물 받으셨군요.^^ 축하드려요.^.~
저도 강숙인 선생님의 <호동왕자>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납니다.

마노아 2007-12-04 16:06   좋아요 0 | URL
히힛, 감사해요~ 우리 호동 왕자 패밀리군요^^
 
[사진리뷰]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 리뷰를 올려주세요~ 5분께 2만원 적립금을 드립니다.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한 미술관 웅진 세계그림책 15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서애경 옮김 / 웅진주니어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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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치밀하고 정밀한 묘사로 독자들을 놀래키는 앤서니 브라운. 알고 보니 의료 화가로 활동을 했었드랬다.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그림 실력의 밑바탕이 된 듯 보인다.
이 책의 첫 부분에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작하는데 심지어 손등의 자잘한 털과 약간의 검버섯까지도 묘사를 해두었다. 손가락의 주름은 기본!

작품 속 엄마 아빠와 형과 나 이렇게 네 가족은 미술관을 찾아간다.

진짜 작품들이 작품 속에도 등장하는데 작품에 대한 설명도 인상 깊지만, 그 작품을 패러디한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들에 배꼽을 잡고 웃게 된다.

이를테면 '퍼슨 소령의 죽음'이란 그림의 오른 편에는 군인들에게 쫓기는 이들 네 가족의 '걸음아 날 살려라' 버전이 실려 있다.

'롤리의 어린 시절' 그림은 소시지를 구우면서 두 형제를 웃기는 해변가의 아버지가 나오는데,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소시지에 피식 웃지 않을 수가 없다. (심지어 비행기 장난감의 날개도 소시지다.)

피터 블레이크의 '만남 또는 좋은 하루 되세요, 호크니 씨' 그림의 패러디 속에는 온통 다양한 복장의 아빠가 등장하는데 심지어 얼룩 무늬 개의 얼굴에도 아빠 모습이 들어가 있다. (소시지 꽂은 포크는 보너스다!)

돌아오는 길 노트와 펜을 산 어머니는 재밌는 놀이를 제안하신다. 앞에 사람이 모양을 그리면 다른 사람이 다른 색깔로 이어서 그림을 그린다. 그림은 뜻하지 않은 모습으로 변형되는데 '창의력'을 보여주는 그림들이 눈에 띈다. 그런 식의 연습이 작가로 하여금 이토록 아름답고 놀라운 그림들의 창조자가 되게 만들었나 보다. 독자 입장에서 작가의 어머니 아버지께 감사해야 할 노릇!

다시 표지를 덮어본다. 제목을 들여다 본다.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한 미술관'
따뜻한 가족과 소중한 추억을 쌓은 미술관, 어찌 행복하지 않을까. 아이와 함께 작품 속 가족처럼 즐거운 그림을 그려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듯 싶다. 미술관도 간다면 금상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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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2-03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보셨군요, 행복한 미술관... 정말 앤서니 브라운은 독특하지요 ^^
조카와 함께 즐기기에도 즣을 듯...

마노아 2007-12-03 23:58   좋아요 0 | URL
추천책을 잘 찾아보는 말 잘 듣는 마노아예요^^ㅎㅎㅎ
앤서니 브라운은 누구에게라도 적극 추천할 작가잖아요. 보고 있으면 같이 행복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