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내 아름다운 지인과 함께 이른 저녁을 먹었던 날.
'눈 먼 자들의 도시'를 읽어보라고 갖다줬었다. 언니는 이 책을 내가 전에 빌려준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럴 리가... 없다고, 아마 제목이 익숙한 탓이 아닐까 했는데...
금요일 오전에 문자가 왔다. 집에 그 책이 한 권 더 있더라고...;;;;
그러니까.. 내가 그 책 두 권을 빌려준 거다. 같은 책을. 그렇다면 나는 왜 두 권을 갖고 있었을까?
설마 두 권을 샀냐고? 기억을 더듬어 보니, '눈 뜬 자들의 도시'나왔을 때 1+1 행사를 했다.
2편을 사면 1편 주는. 그때 이미 나는 1편을 갖고 있었던 거고 졸지에 두 권을 갖게 된 것이다. 그리고 까맣게 잊었던 거지...
책도장 찍힌 책을 돌려주고, 깨끗한 책은 언니 가져요~했다. 아, 어찌나 민망하던지...;;;
목요일 저녁, 김훈 강연회를 다녀왔다. 강연 시간엔 내내 머리 속이 복잡해서 딴 생각하다가 질문 시간에만 반짝 했더랬다.
자신을 '마초'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다만 여성을 주어로 해서 서술어로 마감하는 일이 너무 어렵다고 하셨다. 도무지 뭐라고 써야 할 지 난감하다고... 그래서 여자는 잘 출연을 안 하거나, 혹은 나왔다가 금방 죽는 존재로 그리곤 했다고...(칼의 노래 '여진'처럼.)
남한산성의 표지가 분홍인 것은 출판사가 전적으로 담당한 부분이란다.(이걸 질문하신 분이 있었는데 나도 참 궁금했던 부분.)
작품 속 내용은 회색빛이지만 희망을 노래하고 싶었던 것? (설명을 들었는데 기억이 안 난다. ;;;)
연필로 직접 원고를 쓰시는데 타이피스트는 없으며 출판사에서 온전히 다 타이핑한단다. 고생시켜 미안해 하셨는데 출판사에선 하나도 고생스럽지 않다고 하셨다. 덕분에 돈을 벌었으므로^^
자전거 여행을 얘기하다가 바람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다가 바람 피우는 얘기도 나왔는데, 당신은 바람 피우는 친구가 몹시 많다고... 하지만 그들보다 자신이 더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여기지 않는다고... 그 면에서 본인은 '진보적'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순간 화들짝. 그게 왜 그렇게 해석되는 건데??(ㅡ.ㅡ;;;)
뭐 암튼... 그렇게 두탕 뛰고서, 혓바늘 돋았다. (이런 부도덕한 체력같으니!)
금요일 낮, 원래 보려던 영화 '색 계'를 담주에 보기로 하고, 집에 잠깐 와서 김장하시는 엄니 보조(..;;;)만 하다가 저녁 약속 때문에 나섰다. 광화문 교보 찍고, 다시 신도림으로 먼 여행 출발.
경품 응모해서 담요도 두장 받고, 친구랑 즉석 사진도 찍고 저녁 먹고 수다 떨다가 돌아왔다. 아, 입안이 헤졌다. 내일도 모레도 줄줄이 약속.... 체력 급 고갈. 이를 어쩌나....
그치만 모두들 오랜만에 보는 친구/후배... 거의 '송년회' 겸사겸사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하여간 오늘, 이명박을 지지한다는 친구 얘기에 꽤 많이 충격을 받고 돌아왔다. 그 이유가 '추진력' 때문이라고. 운하 팠으면 좋겠다고...ㅜ.ㅜ
왜 이명박은 안 되어야 하는가를 얘기하다가 그만두었다. 서로의 의견이 좁혀질 가능성이 보이질 않아서. 역시 정치 얘기는 섣불리 꺼내선 곤란하다.
번화한 거리로 나가보니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작년 크리스마스는 영 연말 분위기가 안 나는 썰렁함이 있었는데 올해는 어떨지 모르겠다. 어째 바람은 덜 추웠는데 마음이 더 춥더라. 일단 눈부터 붙이자. 눈도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