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물방울 한정판 13
아기 타다시 지음, 오키모토 슈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김치와 와인의 마리아주 찾기가 계속되었다.  한국 지사의 여직원은 시즈쿠에게 호감을 품고(당연한 전개인가?) 시즈쿠는 동시에 일본에 있는 미야비를 떠올린다.

김치와의 궁합은 샴페인으로 가까스로 찾았는데 적포도주 중에 임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김치와 와인의 궁합은 있을 리 없다고 단호한 얼굴을 보였던 계형씨의 여동생 유나씨가 3년 만에 귀국을 하는데, 옷자락을 보는 순간 한복일 거라고 짐작했다.  근데 말이다.  한복을 너무 못 그렸다.ㅜ.ㅜ 좀... 뭐랄까... 기생 분위기랄까.  특히 머리의 그 장식은 뭔지...(ㅡㅡ;;)

아무튼 소규모 미션은 끝마쳤고, 이제 제 4 의 사도 찾기에 돌입이다. 이번 주제는 '첫사랑'.

때마침 운명처럼 첫사랑을 주제로 한 초호화 선박 음악회에 와인을 찾아주는 임무를 안게 된 시즈쿠.  이번에도 운명같은 우연이 그에게 어떤 행운을 안겨줄 지 궁금하다.  콘서트 마스터가 음식과는 어울리나 자신의 음악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와인을 퇴짜 놓았는데, 과연 시즈쿠는 어떤 와인을 찾을 지 기대가 되고 마지막에 왜 그렇게 놀랐는지도 몹시 궁금하다. 

동시에 요코하마에 도착한 토미네 잇세.  그가 클럽에서 찾고자 한 여인은 누구이며 마지막에 등장한 무신을 한 사람은 누구인지 이래저래 궁금증 투성이에서 작품이 끝났다. (꼭 드라마 말미 'to be continued...'같달까.)

너무 전문적인 얘기들이 많이 나와서 마음에 꼭 와닿거나 뇌리에 콕 박힐 만한 이야기거리는 쉽게 찾지 못했지만 이번 편에서는 맘에 드는 그림들을 꽤 여럿 발견했다.  이를 테면 와인을 마시고 나서 그 와인에게서 느낀 심상을 설명할 때 펼쳐지는 풍경같은 것들 말이다.

그나저나 네번째 사도를 찾기 시작하는데 13권이니, 과연 30권이 되어도 끝나기는 힘들지 않을까.(그건 곤란하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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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ㆍ짠ㆍ신ㆍ쓴ㆍ맛 외에 제5의 맛? [제 692 호/2007-12-12]
 


“식구가 뭐여, 같이 밥 먹는 입구멍이여.”
영화 ‘비열한 거리’에 나오는 명대사다. 사람 사이의 연을 확인하는 한솥밥처럼, 가족을 밥 먹는 입에 비유한 것이다. 입을 뜻하는 입구멍은 이 영화의 대사처럼 밥 등의 음식물을 먹는 신체 기관이며, 먹는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활동이다. 그리고 먹는 것이 몸에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판단하는 첫 관문은 혀의 미각이다.

인간의 오감 가운데 미각은 ‘가장 사교적인 감각’이다. 남과 친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음식을 함께 나누는 것이기 때문이다. 산해진미의 진가도 맛을 아는 데서 비롯된다. 미각이 만족되지 못하면 완벽한 행복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간의 오감 중 미각은 인간의 삶을 가장 즐겁게 한다.

미각은 거의 혀에서 이루어진다. 액체에 녹은 상태의 화학 물질의 맛을 느끼는 감각이 미각이다. 설탕물의 맛이 달고, 소금물의 맛이 짜게 느껴지는 것은 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맛은 여러 가지다. 대체로 사람은 최대 200가지의 복합적인 맛을 구별할 수 있다. 그러나 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순수한 맛에는 단맛ㆍ짠맛ㆍ신맛ㆍ쓴맛의 4가지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일본의 과학자들이 이 4가지 맛 외에 음식의 감미로움을 느낄 수 있는 ‘감칠맛’(umami)이라는 제5의 맛을 더했다. 논란 끝에 단맛ㆍ짠맛ㆍ신맛ㆍ쓴맛의 어느 맛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인정돼 맛의 종류는 총 5가지가 됐다. 감칠맛은 20가지 아미노산 중의 하나인 글루탐산에 의해 감지된다. 매운맛이나 떫은맛은 순수한 맛 이외에 촉감이나 통감이 섞인 감각으로 혀가 순수하게 느끼는 맛은 아니다.

현재 생물학 교과서는 ‘혀 지도’라는 것이 있어 단맛은 혀끝, 신맛은 혀 양쪽, 쓴맛은 혀 뒤, 짠맛은 혀 가장자리에서 느낀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른 위치에 분포돼 있는 특정 부위에서 특정한 맛이 감지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미국 마운트시나이 의대 로버트 마골스키 교수는 이 얘기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마골스키 교수에 따르면, 교과서에 나온 혀 지도는 19세기 말의 연구를 잘못 해석해 실은 결과로 사실 모든 맛은 부위에 상관없이 혀의 어느 부분에서라도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혀의 표면을 보면 좁쌀알 같은 것이 도톨도톨 돋아 있다. 이것을 유두라고 한다. 유두의 옆 부분에는 맛을 느끼는 미세포가 모인 장미꽃 봉오리 모양의 미뢰가 있다. 여기에 액체 상태의 물질이 닿으면 미세포가 자극을 받아 흥분하게 되고, 이것이 신경에 의해 대뇌에 전해져 맛을 느끼게 된다. 다시 말해 음식이 입 속에서 침에 녹으면 미뢰를 통해 미세포와 접촉한다. 그리고 미세포의 표면단백질과 반응하고, 이 반응은 미세포 내에서 전기변화를 일으켜 화학신호로 뇌를 자극하는 것이다.

그러나 맛이란 혀에 있는 미세포를 통해서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음식을 입에 넣었을 때 입 속의 점막에 닿는 느낌, 혹은 목에서 코로 퍼지는 향기, 눈에 보이는 음식의 색깔 등 실로 무수한 감각이 종합되어 생겨나는 것이다. 미각과 함께 시각과 후각, 기분이나 감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감각기관이 동원되어 느끼는 맛이 바로 ‘풍미’(風味ㆍflavor)다. 풍미는 한마디로 감성과 이성을 결합시키는 예술이다.

풍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냄새다. 냄새 분자의 집합체인 풍미를 느끼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종종 풍미료를 쓴다. 풍미료는 비록 자체는 아무런 맛이 없으나 음식이 가진 원래의 맛을 강하게 해주는 화학조미료로 그 종류와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무늬만 게살이고 정작 명태살과 전분으로 만든 게맛살이 게 맛을 매는 이유가 바로 게향을 담고 있는 풍미료 때문이다. 또 국을 끓일 때 쇠고기를 넣지 않아도 쇠고기맛을 내는 조미료도 풍미료다. 모두가 대중의 후각, 미각, 기분, 감정까지 만족시키기 위한 복합물이다.

미각을 느끼는 차이는 개인과 인종에 따라 하늘과 땅 차이만큼 심하다. 어떤 사람은 사카린이 설탕처럼 달다고 느끼지만 어떤 사람은 쓰다고 느낀다. 이유는 유전자의 결핍 때문이다. 유전자의 결핍 차이는 미뢰 숫자의 차이를 낳는다. 맛을 감지하는 부분인 미뢰의 숫자, 즉 밀도의 차이에 따라 사람마다 맛의 느낌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맛을 느끼는 3000~1만 개 미뢰의 미세포는 45세를 전후해 감소하고 퇴화하면서 미각이 둔해진다.

남녀의 미뢰 분포수도 다르다. 여성은 남성보다 미각에 훨씬 민감하다. 특이한 점은 여성은 쓴맛에 민감한 반면 남성은 단맛에 민감하다는 사실이다. 여성이 쓴맛에 민감한 이유는, 대개의 독성 성분이 쓴맛을 가지므로 임신 중에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이를 기피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각은 인간을 보호하려는 놀라운 인체 과학 시스템이다. (글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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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7-12-12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신경생물학 책에 umami란 단어가 맛의 종류에 새로이 끼어있는 것을 보고 이것을 뭐라고 해석해야하나 했었습니다. '감칠맛'이라고 하면 되겠군요. 그러고보니 같은 책에 혀 지도는 안 나와있었는데, 이유를 이제 알겠습니다.
역시 또 도움 받고 갑니다 ~ ^^

마노아 2007-12-12 21:39   좋아요 0 | URL
와, 그 책은 최근 학계의 발표에 민감했었군요. 다행입니다. ^^ '감칠맛'이 우리맛의 멋이라 생각했는데 외국에서도 이 맛을 표현하는군요. 재밌어요^^

비로그인 2007-12-12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시누이집에서 식사를 하는데 모든 음식이 짜고 맛이 안 나더군요.
그래서 남편이 물었더니 코감기에 걸려 음식맛을 못 맡겠어...하데요.
냄새와 미각은 그렇게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나봐요.

나이가 들면서 미뢰가 적어지고 미각이 둔해진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여성이 쓴맛에 더 민감하다는 사실은 처음이네요.


마노아 2007-12-12 21:39   좋아요 0 | URL
후각이 둔하면 미각도 둔해지는 거겠죠? 전 비염이 있어서 냄새에 민감하질 못한데 그래서 음식도 카탈스럽지 않은가 봐요..;;;
 



 
지구온난화 해법 금성에서 찾는다! [제 691 호/2007-12-10]
 


지구에서 가장 밝은 천체는 단연 태양이고, 두 번째는 달이다. 그럼 세 번째는 뭘까? 답은 지구와 가장 가까운 행성인 금성(Venus)이다. 인류의 우주탐사가 시작된 이래 금성은 화성과 더불어 가장 많은 탐사활동이 이뤄진 행성이다. 1961년 소련(현 러시아)의 베네라(Venera)가 처음으로 탐사한 이래 미국과 유럽의 위성들이 수십 차례나 탐사했다.

금성은 지구와 가장 가까운 행성이기도 하지만 지름이 지구의 0.9배, 질량은 0.8배로 외형적으로 지구와 가장 비슷하다. 태양과 떨어져 있는 거리도 비슷해서 미래에 인류가 다른 행성으로 이주한다면 가장 유력한 후보지이기도 하다. 금성의 비밀을 벗기고 있는 과학자들의 행보를 살펴보자.

금성 탐사는 주로 위성 촬영으로 이뤄지고 있다. 아래 사진(01)은 1990년 마젤란이 금성의 표면을 촬영한 레이더 이미지다. 금성은 매우 두꺼운 구름으로 둘러싸여있어 일반 촬영으로 지표면을 찍을 수 없다. 파란색과 녹색은 저지대이고 갈색은 고지대를 나타낸다. 금성 표면은 지구와 매우 흡사하지만 고도의 차이는 지구보다 덜하다. 곳곳에 화산 활동이 일어나는 것도 관측할 수 있었다.



금성 탐사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이산화탄소로 인한 온실효과가 어떻게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해 지구 환경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있다. 만약 금성의 기후 변화 역사를 밝혀주는 화석이나 대기 구성 성분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다면 지구의 기후 변화도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가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며 지구 환경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연구 대상인 이산화탄소는 역설적으로 금성 탐사의 가장 큰 어려움이기도 하다. 금성 표면의 온도는 460℃, 기압은 90기압이다. 지구의 표면 온도가 0℃, 기압이 1기압인 것을 감안하면 대단히 높은 수치다. 이는 이산화탄소가 두껍게 쌓인 금성의 표면에서 복사 냉각된 열이 대기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온실효과 때문이다.

금성의 이런 열악한 온도와 압력 때문에 표면에 착륙해 지속적으로 탐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지금까지 금성 표면에 착륙한 탐사선은 1~2 시간 동안 탐사한 뒤 작동이 중단됐다. 탐사 장치를 작동시키는 주요 전자 장비가 고온 때문에 망가지기 때문이다. 사진(02)는 베네라 9, 10, 13, 14호가 금성 표면에 착륙한 뒤 1시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촬영해 보낸 사진이다.

따라서 금성의 표면을 탐사하려면 고온의 환경에서도 작동하는 탐사 장비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술적 과제다. 전자 장비들은 세라믹 재질의 절연체와 지름 25cm 정도의 원형 금속 통으로 둘러싸여있다. 이 부위를 ‘스털링 냉각기’를 사용해 200℃까지 온도를 낮춘다. 이 정도면 전자 장비가 고장 없이 작동할 수 있다.

스털링 냉각기는 현재까지 가장 효율이 뛰어난 냉각기로 1816년 발명됐다.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다가 최근 시추에 사용되는 장비를 냉각할 때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확인돼 각광받고 있다. 스털링 냉각기는 금성 표면 탐사선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릴 것으로 기대된다.

스털링 냉각기의 원리는 기체(냉매)를 팽창시켰을 때 온도가 낮아지는 ‘등온팽창의 정적냉각’ 원리로 온도를 낮춘다. 내부에서 피스톤의 움직임으로 가스가 팽창하면 주변의 열을 빼앗아간다. 다음 외부에서 가스를 압축하면 빼앗았던 열이 라디에이터를 통해 대기 중으로 배출된다. 이때 기체는 헬륨을 쓴다. 상변화를 하지 않기 때문에 열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03)은 스털링 냉각기를 설치한 금성 탐사로봇이다. 중앙 부위가 열차단막으로 둘러싸여 있고, 주변에 설치된 소형 스털링 냉각기가 일정한 온도를 유지한다.



한편 온실효과를 연구하려면 금성의 대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해야 한다. 두꺼운 구름층 때문에 위성의 레이더 관측으로는 한계가 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금성의 대기를 비행하며 관측하는 것이다.

금성 표면에 입사하는 태양 에너지는 2600W/m2로 지구(1370W/m2)의 두배 정도다. 또 고도 60~70km 사이의 대기 온도는 100℃ 정도로 표면에 비해 매우 낮다. 만약 이 정도 고도에서 비행할 수 있다면 별도의 냉각장치 없이 탐사할 수 있다. 현재 태양 에너지를 사용해 비행하는 탐사선이 연구 중이다. 그림(04)은 이런 목적으로 고안된 대기 관측용 항공기로 금성의 대기권으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다가 목표 고도에서 날개가 펼쳐진다.

지금 제안한 탐사 방법이 실현되는 2010~2015년 정도면 금성 표면이 고온인 이유가 정말 온실효과 때문인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지구의 온실효과의 미래를 예측할 자료를 제공할 것이다. 또 고효율 냉각이 기술은 다른 행성과 혹성 탐사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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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look very happy.

이주 전쯤 원어민 선생님이 내 굿모닝에 대한 인사로 해준 말이다.  그냥 아침 인사 하면서 살짝 웃었을 뿐인데, 그에게는 내가 참 행복해 보였나 보다.  사실, 그 전날 3주 동안 말 않던 언니랑 결국 내가 먼저 얘기 시작하면서 마음의 짐을 약간 덜어내긴 했었지만.

그때 내가 덜어낸 것은, 사실 말을 하지 않는 '답답함' 하나 뿐이었다.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고 나아진 것도 없었다.
내가 지고 가는 문제들은 여전히 산재해 있었는데, 달라질 것 없으므로 말을 않는다는 게 무의미 해서 다시 말을 했을 뿐이다.

그리고 아마, 오늘부터 다시 말을 못하게 될 것 같다.  언제나 먼저 말문을 닫는 것은 언니이지만, 그로 인한 후폭풍을 담당하는 것이 내 몫이라는 변함없는 사실을 동반하며.

내가 수업 들어가는 2학년 세 반 중, 유독 나랑 잘 맞는 한 반이 있다.  '공부는 못해도 좋으니 건강히, 밝게 자라다오'란 담임샘의 철학을 너무도 잘 따르는 그 반 아이들.  잘 따르니 얘기도 더 많이 해주었는데, 아이들 눈에 내가 참 행복해 보였나 보다.

그 아이들이 나를 부르는 호칭은 대략 이렇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회 선생님!"

왜 그런 얘기가 나오냐 하면은, 색분필 하나만 가지고도 내가 너무 좋아라 해서, 전날 읽은 소설책과 동화책의 내용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그 주에 볼 영화 한편이 너무 기대되어서... 등등의 소소한 것들.  그런 작은 것들을 말할 때 내 표정이 정말 행복해 보여서...

원래 행복이란 거창한 게 아니라고, 그런 소소한 것들에 기쁨 느끼면서 감사할 줄 알면, 그게 바로 행복인 거라고.

그게 내 평소 생각이었으니까 아이들의 호칭은 바른 표현이다.

그렇지만 사실 내 마음밭을 들여다 보면 황량하기 이를 데가 없다.  온통 가시밭길이고 시각적으로 표현하면 현재 피 철철 흘리는 중이랄까.

함께 있어 소중한 가족인데, 가족이기에 너무 힘이 들 때가 있다.  치료하지 못하고 봉합해 버린 상처는 조금의 충격만 받아도 이내 다시 터지고 만다.  회복하려는 노력들이 무위로 돌아가버리면 다음 번에는 더 큰 용기를, 더 큰 희생을 요구해 버린다.  적어도 숨쉴 공간은 남겨두어야 하는데, 왜 이렇게 나를 몰아치니... 나한테 왜 그리 잔인하니...

지난 여름, 내가 들었던 질문 하나. 꿈이 뭐냐고...

'행복'해지는 거라고... 대답했다.  너무 추상적이고 모호한 말에 더 구체적으로 표현했다.  '민폐 끼치지 않고 사는 것이요.'
그 말에는 민폐를 당하지 않고 살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도 같이 있었다.  비록 그때는 말할 수 없었지만.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때, 이모는 선보라고 전화를 하셨다.  생각 없다고 말했는데, 마음을 고쳐먹을까 또 고민중이다.
빨리 만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게 중요한 것 알지만, 일단 만나봐야 좋은 사람인지도 알 수 있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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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2-09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꾸 친구 없는 티내는 것 같긴 하지만, 암튼 제 친구 H양과 한방 살면서 한달동안 말 안하고 지냈던 적이 있어요- 그거 하나 덜어지는 것만으로도 청량감이 굉장하지요 ^^ 마노아님은 어쩐지 학생들이 매우 귀여워하는 선생님일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저도 민폐 끼치지 않고 사는 게 모토이긴 한데, 너무 그렇게 살면 또 주위에서 정 없어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년엔 내가 민폐를 누군가에게 끼치게 되더라도 그걸 견딜 줄 아는 마음을 가져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정말 쉽지 않습니다만 말이죠 ^^

마노아 2007-12-09 23:24   좋아요 0 | URL
청량감이란 표현이 딱 적절하네요. 학생들이 절 귀여워하는 것도 맞고 만만하게 보는 것도 사실이랍니다ㅜ.ㅜ 제가 말한 민폐의 정도란 물리적 정신적 '폭력'의 수준이에요. 그냥 신세지는 것 정도라면 인생의 목표가 되진 않았을 거예요.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에요...

깐따삐야 2007-12-10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괜시리 짠-해지는 페이퍼네요. 태그까지 지대루네.-_- 제가 사진 봐서 알지만, 마노아님이 너무 예쁘셔서 사람들이 가만 놔두지를 않나 봐요.

마노아 2007-12-10 11:10   좋아요 0 | URL
제가 동화처럼 언니들의 구박을 받고 있는 걸까요^^;;; 동화 속에는 왕자라도 나오지요..(ㅡ.ㅡ;;)
아무튼, 제 주저리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비로그인 2007-12-10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맑게 웃는 님의 모습은 원래 그렇게 여렸었군요.
제가 안아드리고 싶네요.
우리는 가족이니까...하면서 상대방에게 함부로 대충 하는 경우가 많지요.
저는 특히 시댁에서 그런 경우를 많이 당했었어요.
그렇다고 도망가듯 선을 보거나 하지는 않으셨으면 하네요.
주변일들이 어느 정도 정돈이 되면 자연스레 마음도 정돈 될거에요.
그리고 저는 지금 님을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 만날 지 계속 생각하느라 아주 들뜨고 행복하답니다.

마노아 2007-12-10 19:25   좋아요 0 | URL
승연님의 포옹으로 큰 위안을 얻어요. 시부모님들도 친딸 대하듯 그렇게 해주셔야 하는데, '시'자의 압박은 그런 따뜻함과 잘 맞지 않을 때가 많죠.
주변을 정돈하기까진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요. 그래도 노력해야죠.
승연님을 만나는 날이 점점 가까워 오고 있어요. 저도 막 기대되고 그런답니다. 두근두근이에요. ^^

순오기 2007-12-11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런 맘... 아프지만 그러면서 큰다지요. 마노님은 아직 결혼전이니 아이잖아욧! ^^
남들에게 행복하게 보이는 어떤 사람도 속을 들여다 보면 다 아픔이 있어요.
사람 사는거 101호나 102호나 다 거기서 거기예요.
훗날 돌아보면 '내 인생에 가장 빛나는 시간'을 지금 막 보내고 있을지도...

마노아 2007-12-11 09:39   좋아요 0 | URL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간이라고 말하기엔 상황이 너무 지저분하지만...ㅠ.ㅠ
누구다 가슴에 삼천원씩 안고 사는 거지요. 크흑...ㅜ.ㅜ

미미달 2007-12-12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국인에게는 이상하게 잘 웃게 되는 것 같아요.
학교 영어 강의때 수업 받았던 원어민 강사랑 가장 친했었지영.
다른 선생님들 앞에선 웃음이 안 나오는데 왜 그런건지... 쩝

마노아 2007-12-12 09:55   좋아요 0 | URL
원어민 강사랑 친하셨다니, 오옷 대단한 미미달님(>_<)
전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서 주로 웃는답니다^^;;;;
 



울 교무실도 저렇게 붙여놓았음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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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2-09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훠- 이런 센스가 실제로도 존재하다니
꿈이 아니라고 말해 말해줘요

마노아 2007-12-09 21:06   좋아요 0 | URL
센스쟁이 웬디님^^ㅎㅎㅎ 꿈이 아니랍니다.ㅋㅋ

Mephistopheles 2007-12-09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고에 저것이 붙어 있다는 상상을 해보니...
와 끔찍해요!!

마노아 2007-12-09 21:07   좋아요 0 | URL
아, 저도 상상해 버렸어요. 대략 난감이에요..;;;;

순오기 2007-12-09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난 마노아 선생님 학교에 붙었다는 줄 알았잖아요! ^^
그래요, 요런 깜찍한 발상이 필요한데 잘 안 되죠~~ㅠㅠ

마노아 2007-12-09 21:07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예요. 창의력이 부족해요..;;;

비로그인 2007-12-10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핫. 텔미춤을 추면 '드디어' 교무실 밖에서 선생님을 만날 수 있다라니.
왜요, 남고에 저런게 붙어있으면 더 재밌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웃음)

마노아 2007-12-10 09:46   좋아요 0 | URL
교무실 밖으로 나가려던 선생님이 문 닫고서 안 나갈지도 몰라요^^ㅎㅎㅎ

깐따삐야 2007-12-10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네욤. 설마가 선생님 잡더래도 시험기간에 저 글 보고 한번 웃을 수 있다는 게 어딥니까.^^

마노아 2007-12-10 10:58   좋아요 0 | URL
저 사진 보고 피식 안 웃을 수가 없었어요. 진짜 누구 아이디어인지 칭찬해 주고 싶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