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
존 할럽 지음, 최윤정 옮김 / 삼성출판사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지난 주 반 고흐전을 다녀온 기념으로 반 고흐에 관한 책을 읽어보았다.  조카에게 동화책이 두 권 있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가진 독서.

책의 구성이 몹시 훌륭하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과제를 내주었는데, 자신들의 연구 주제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하고 자발적인 질문을 이끌어내는 시도가 인상 깊다. 

브래드 벅스는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해서 보고서를 썼다.  빈센트가 동생 테오에게 많은 편지를 썼는데, 편지지의 가장자리에 그림이나 메모를 많이 남긴 것에 착안해서 브래드도 보고서의 가장자리를 많은 글씨와 그림으로 도배를 했다. 엉뚱한 아이디어가 신선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빈센트의 그림과 그림에 대한 짧은 에피소드, 실제 빈센트의 사진과 초상화, 빈센트가 일하던 화랑의 사진도 같이 곁들여 있다. 빈센트가 테오에게 썼던 편지도 소개하고 있는데 네덜란드어가 유독 이국적으로 느껴졌다. 마치 그림처럼...

중간엔 빈센트 반 고흐를 위한 게임도 있는데, 그의 인생 여정을 익살스럽게 묘사한 부분이다.  화랑 점원도, 학교 선생도, 서점 점원도, 또 목사가 되는 것도 실패했지만, 빈센트는 그림 그리는 화가는 포기하지 않았다. 비록 생전에 그림을 한점 밖에 팔지 못했지만 그가 가장 위대한 화가 중의 한 사람이라는 것을 오늘날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의 인생은 불행했지만,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빈센트는 너무도 친숙하고 멋진, 사랑하는 화가가 되었다.

보고서는 빈센트의 친구 화가들의 그림도 같이 실어주었는데, '점묘법'을 소개할 때에는 보고서의 글씨도 점점이 써서 피식 웃게 만들었다.  파리에 있는 동안 빈센트는 일본 그림을 좋아했는데, 물감을 팔던 탕귀 씨의 초상화 뒤로도 일본 그림이 많이 눈에 띈다.  당시 유럽에서 일본에 대한 선망과 관심, 인기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반 고흐의 침실을 묘사한 그림 밑에는 브래드가 자기 방을 구성해 놓은 어설픈 그림이 나온다.  대강 그린 듯하지만 독자의 눈을 즐겁게 하기에는 충분하다.

이쯤에서 선생님이 내 준 세가지 질문과 브래드의 답변을 옮겨 본다.

1. 왜 그 화가를 골랐지요?
2. 자기가 고른 화가에게 세가지 질문을 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무슨 질문을 하겠어요?
3. 그 화가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알게 된 것 중에 여러분을 깜짝 놀라게 한 게 있나요?

>>>내가 만약에 반 고흐를 만난다면 이렇게 세 가지를 물어볼 거 같다.

1. 귀를 자른 거, 후회하셨나요?
2. 당신의 작품 중에서 어떤 걸 제일 좋아하세요?
3. 인생에서 언제가 가장 행복했나요?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된 것과 몇 가지 놀란 것들
1. 그가 부자가 아니었다는 것.
2. 자기 귀를 잘랐다는 것.  그런 행동은 안 했더라면 좋았을 걸.
3. 일생 동안 자신의 그림을 딱 한 점밖에 팔지 못했다는 것.  그 그림 제목은 '붉은 포도밭'이었다.
4. 그가 딱 10년 동안 화가였다는 것.  그는 스물 일곱 살에 그림을 시작했고 서른 일곱 살에 죽었다.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1700점도 넘는 소묘와 채색 그림을 그렸다.  거의 이틀에 한 점씩 그린 셈이다!
5. 빈센트는 '반 고흐'라는 자기의 성이 읽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림에다 사인을 할 때는 그냥 이름만 적었다.

책이 참 좋은데 절판인 것이 아쉽다.  사진을 같이 올리고 싶은데 무슨 문제인지 현재 핸드폰 카메라에서 피씨로 사진 전송이 안 되고 있다. 나중에 사진을 추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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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2-17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고흐 전에 가서 그림을 보고 글들을 읽는데, 이아저씨 참......... 이라는 한숨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참 안타깝죠- 자기 재능을 알아보는 사람이 세상에 자기 자신밖에 없었다는 것만큼 슬픈 일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노아 2007-12-17 23:20   좋아요 0 | URL
참으로 치열하게 그림을 사랑했던 사람이라는 것... 안타깝게 밟히더군요. 그래도 테오가 그의 그림의 진가를 알아주어서 참 다행이었어요. 그마저도 없었다면 고흐는 그만큼 그림을 그리기도 어려웠겠지만 얼마나 더 고독했을까요...

순오기 2007-12-18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빈센트에게 테오가 없었다면 그는 어찌 살았을까?
요즘, '반 고흐 내 영혼의 편지' 읽는 중이에요~~ 절반쯤 읽고 만날 다른 책을 읽고 있지만...ㅠㅠ

마노아 2007-12-18 08:42   좋아요 0 | URL
아, 그 책 저도 본 것 같기도 하고....(비슷한 제목이 많아서 헷갈려요. 위즈덤하우스나 예담이라면 맞는데....) 암튼, 요번에 새로 출간된 반 고흐 책이 도판이 커서 탐이 나는데 서간 실린 것 등등 예전에 읽은 책들과 겹칠 것 같아 망설여져요. 나중에 서점 가서 한 번 들여다 보고 결정해야겠어요. 고흐에게 동생만 다섯인데 눈매가 엄청 닮았더라구요. 놀라운 유전 법칙이라고 놀랐어요. 자화상이랑 진짜 닮았더라구요. ^^

비로그인 2007-12-18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보다 어린 나이에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쓰거나 했다는걸 알았을 때 나는 뭘 했나...하게 돼요.
지금은 그런 생각 거의 안하지만 30대 초반만 해도 한참 큰 아이 키울 때인데 문득 문득 그런 생각을 하며 살았었죠.
특히 천재성을 보이는 작가들에 대해서는 더욱 그런 생각을 하곤 했어요.
고흐를 생각하면서는 37살이 되기전에 나도 큰 일하나 해야지 하며 위로했는데 어느새 나는 그보다 더 늙어버렸어요.

마노아 2007-12-18 12:02   좋아요 0 | URL
그래도 고흐보다 오래 살고 있잖아요.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거예요. 살아있는 것...
그렇지만 동시대를 살면서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보면 놀랍고 부럽고 그런 마음 들곤 해요.
헤헷, 다들 비슷한가봐요~
 
엄마, 화내지마 - 부모와 아이의 대화를 위한 그림책
박순철 옮김, 모치즈키 마리 그림, 세가와 후미코 글 / 거인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자신의 마음이 말하는 소리를 스스로 듣는 것,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것, 모두 어려운 일들이다.
친구와 다투고 돌아온 날, 마음이 불편한 아이에게 엄마와 아빠 오빠는 모두 원치 않는 충고만 해준다.
내가 잘못한 것이라고 무조건 나무라는 엄마도, 다른 친구랑 놀면 되지 않냐고 하는 아빠도, 너도 똑같이 그녀석을 괴롭히라고 말하는 오빠도 모두 내 마음을 몰라준다.




그런데 할머니는 내 마음을 바로 읽어주신다. 싸우고 돌아온 친구와 화해하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서 마음이 아프다라는 것을...
할머니의 말을 듣고 나니 친구와 얼른 화해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버렸다.  어떻게 할머니는 내 마음을 알아차리셨을까.  신기한 '마법의 귀'라도 갖고 계신 것일까.
궁금해 하는 아이에게 할머니는 차분히 말씀해 주신다.  누구나 마법의 귀를 갖고 있지만 잠시 잊고 있을 뿐이라고... 마음 깊은 곳의 울림에 귀를 기울이고 솔직하게 말하면 되는 거라고...
어느 날 피아노를 치다가 연습한 대로 되지 않아 이렇게 외치고 말았다.
"이젠 피아노 같은 건 안 칠 거야!"




사실 마음은 그게 아닌데, 너무 화가 나서 그렇게 튀어나왔을 뿐이다. 그런데 엄마는 그런 아이의 마음도 몰라주고 더 크게 화를 내신다.
아이는 제 솔직한 마음을 다시 한 번 외친다.
피아노가 너무 좋은데, 아무리 연습해도 잘 못 치니까 화가 난 것 뿐인데, 엄마가 화를 내면 슬퍼진다고...
뜻밖에도 엄마는 아이의 마음을 알아차려 주신다.  엄마 역시 마법의 귀를 갖고 계셨던 것!
이제 아이는 할머니가 해주신 말씀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 동안 하지 못했던 마음의 목소리를 용기를 내어 꺼내보기로 결심한다.
책을 읽으면서 찐하게 감동이 밀려왔다. '소통'과 '인정'과 '공감'의 힘을 크게 느낀 것이다. 이것은 비단 아이와 엄마와의 관계뿐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의 관계에서 적용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마음 속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  그것이 우리를 바른 '소통'의 길로 인도해줄 것이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 속 울림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용기'를 내보자.  내가 얘기하고 싶어하는 그 사람도, 지금 나와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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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12-16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4살이라는데, 와우... 마돈나 보는 것 같다!

웽스북스 2007-12-17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장난 아니네요 완전 멋지다

마노아 2007-12-17 18:45   좋아요 0 | URL
그녀의 3년 후가 기대되어요^^
 



 
고속도로가 노래를 한다? [제 693 호/2007-12-14]
 


“영감.”
“왜 불러~.”
“뒤뜰에 풀어놓은 병아리 한 마리…가 아니라, 그 소식 들어보았소?”
“무슨 소식?”
“요새 노래하는 도로가 화제라고 합디다.”
“뭔 놈의 노래하는 도로? 그거 새로 나온 그룹 이름이당가?”
“진짜 도로라우. 10월부턴가, 서울외곽순환도로를 타고 판교 쪽으로 죽~ 달리다보면 갑자기 도로에서 소리가 난대요 글쎄. 103.2km 지점에 딱 가면 바퀴 밑에서 요런 소리가 난다 합디다. ‘미레도레 미미미 레레레 미미미~’.”
“동요 중에 그런 노래 있지 않아? 비행긴가 뭐시기인가.”
“아이고~ 비행기 맞수. 그 노래가 345m 구간 동안 계속 이어진다고 하우. 갑자기 나오는 동요에 라디오 듣던 운전자도 깜짝 놀라고, 밖에 지나가던 사람들도 깜짝 놀라고!”
“노래 못해 원통한 귀신이라도 붙어있는 거 아냐?”

“여름 다 지나갔는데 웬 괴담이우. 그게 아니라 거기 딱 과학이 숨어있는 거유. 피아노 있지 않수, 애들이 둥당둥당 치는 거.”
“이 사람아, 내가 피아노도 모르는 줄 아나. 그리고 난데없이 웬 피아노?”
“끝까지 들어보우. 그 피아노가 소리 내는 원리는 그럼 아시우?”
“에끼 이 할망구, 끝까지 사람 못 믿네. 흰 거 검은 거 누르면 건반이 안에 있는 줄을 동동 두드려서 소리가 딩딩 나는 거 아닌가. 줄 길이도 다르고 굵기도 달라서 소리도 각자 다르지. 긴 줄은 낮은 음, 짧은 줄은 높은 음!”
“이 영감 알고 보니 똑똑하네. 고걸 전문 용어로 ‘진동수가 차이난다’라 하지 않수. 음은 원래 파동이라우. 각자 고유 주파수를 갖고 있는데 도는 261.6Hz(헤르쯔), 레는 293.7Hz, 라쯤 가면 440Hz나 되우. 음이 높을수록 진동수가 커진다, 즉 같은 거리에서 파동이 더 많이 출렁이는 거라우. 피아노 줄 길이나 굵기는 요 떨림을 조절하는 거고~.”

“그럼 그 도로에 피아노가 숨어있는 거여?”
“비슷한 게 숨어있지! 그 도로 바닥을 자세히 보면 홈이 죽죽 파여 있는데 이 홈이 글쎄 각자 간격이 달라요.”
“옳거니. 그게 딱 피아노 건반같이 서로 다른 소리를 내는 비법이란 말이지?”
“아따 영감 착~하니 척~하고 잘 알아듣네. 원래 ‘그루빙’이라고, 과속을 막기 위해 달리는 방향에 수직으로 홈을 파놓는 거유. 그런데 이 그루빙 위를 달리면 ‘드르륵~’하는 소음이 나서 기분이 나쁘잖소? 이걸 어떻게 기분좋게 만들 수 없나~ 하면서 고민하다가 그루빙의 깊이랑 간격을 조절해서 예쁜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걸 알아낸 거라우. 엄밀히 말하면 그루빙은 줄, 차바퀴는 피아노 건반이 되겠지.”

“어떻게 팠길래 노래가 되는 거야?”
홈의 간격으로 진동수를 맞추는 거유. 예를 들어 시속 100km로 달리는 차를 이용해 261.6Hz인 ‘도’ 소리를 내려면 홈을 9cm 간격으로 파면 되우주). 이걸로 끝이 아니지. 음이 나오는 시간은 그루빙 개수로 맞췄다우. ‘도’ 소리 나는 9cm 간격의 홈을 10개 파고, ‘솔’ 소리 나는 7cm 간격의 홈을 15개 파면 도-솔-- 이렇게 소리가 나는 거유. 거기다 홈 하나를 얼마나 넓게 파냐에 따라 소리 크기가 달라지거든. 운전자와 탑승자에게 가장 잘 들리도록 ‘볼륨’도 조절할 수 있는 게지.”
“할망구, 언제부터 이리 유식해진 거야?”
“나야 원래 유식하지. 그런데 여기 비밀이 있수. 서울외곽순환도로에 사용된 음은 도, 레, 미가 아니라 사실 솔, 라, 시라우. 적절한 간격을 맞추기 위해 조옮김을 한 거지. 사람 귀라는 게 또 좀 엉뚱해서, 기준음을 아무 거나 잡아도 진동수를 12%나 6%씩 조절해가면서 음을 올리면 도, 레, 미로 듣는다 합디다.”

“귀가 딱 할망구를 닮았구만~!”
“어허~ 맞고 그만둘래, 그만두고 맞을래? 어쨌든 요 노래 때문에 서울외곽고속도로는 명소로 떠올랐지 뭐유. 그리고 충북 청원부터 경북 상주까지 죽 이어진 고속도로가 11월 28일 새로 개통됐는데 말이우~.”
“거기도 노래하는 도로가 있어?”
“내 대사를 먼저 말하면 어떡해 이 영감아! 그래, 거기도 있수. 청원에서 상주 방면으로 68.6km 가면 노래가 시작되는데, 680m를 달리는 동안 동요 ‘자전거’를 들을 수 있다하우. 거기도 구비구비 도는 구간인데다가 내리막길이라서 그루빙을 안 파면 위험하다고 합디다. 그래서 외곽순환도로랑 똑같은 원리로 바닥을 판 거유. 딱 시속 100km를 지켜야 요래 이쁘게 노래가 나온다 하니 참고하시우.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아이고 할망구 노래 그만 불러! 그런 노래가 나왔다가는 안전운전하다가도 사고 내겠다! 어쨌든, 노래하는 도로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거여?”

“이 놈의 영감이 그냥 콱! 옆 나라 일본에도 있다고 합디다. 홋카이도 나카시베쓰시에 하나있는데 요건 2003년에 만든 세계 최초의 ‘멜로디 도로’라 하네요. 그리고 올해 군마현 누마타시, 와카야마현 기미노쵸, 아이치현 도요타시에 하나씩 차례대로 생겼소. 우리나라 것까지 하면 세계에 총 여섯 군데 있는 셈이네.”
“아니 그럼 그게 일본 거 베낀 거 아냐? 아야! 이 폭력 할망구, 말로 하지 왜 때려?”
“고 나불대는 입 다물게 해주려고 그랬소. 일본이나 우리나 가속방지용 홈을 이용한다는 아이디어는 똑같았지만 말이우. 일본 건 일본 거고 우리 건 우리 기술이란 말이지. 일본에는 아스팔트에 홈을 팠지만 우리는 콘크리트에 죽죽 그어놨소. 아스팔트는 잘 닳는데 콘크리트는 오래 버틴다고~. 게다가 한국도로공사가 요렇게 홈을 파서 소리를 내는 방법을 특허 내는 중이라우. 뭘 알고 떠들어야지.”
“고거 참 신통방통할세~.”

“이 뿐만이 아니우. 우리나라는 100km에서 가장 정확한 박자의 노래를 들을 수 있어요. 하지만 일본은 30~60km가 표준 속도라고 합디다.”
“아니 그건 또 뭐 때문이당가?”
“우리나라는 고속도로에 설치했잖수. 그래서 100km쯤 달려도 ‘괜찮다~’하는 것이고, 일본은 다 지방 국도나 터널이라서 60km 넘어가면 ‘위험하다~’하는 것이고.”
“할망구가 많이도 알고 있구만!”
“영감, 하나 더 알려줄까? 노래에 지역 특성도 담겨 있수. 청원-상주 고속도로에서 ‘자전거’가 나오는 이유는 상주시가 자전거의 도시기 때문이우. 또 일본 와카야마현은 그 동네에 천문대가 있기 때문에 ‘별’을 다룬 오래된 가요를 선택했다더만~.”
“오~ 대단하구만.”

“요 노래하는 도로가 말이우, 이쁜 소리만 내는 게 또 아니라고~.”
“그럼 또 무슨 역할을 하나?”
“비행기 노래 나오는 도로 말이우. 거기가 원래 길도 좀 꼬불꼬불하고, 계속 액셀러레이터 밟다 보면 슬그머니 졸리기도 하고 그런 구간이라서 사고가 잘 났댑디다. 그런데 이제 사람들이 좀 졸리려고 하면 밑에서 ‘떴다떴다~’하지 않수? 놀라서 잠이 확 달아난다 합디다. 이 덕분에 바닥 판 뒤로는 사고가 아직 한 번도 안 났대요 글쎄. 원래 가속방지용이었으니 제 역할 톡톡히 하는 셈이지. 영감보다 낫네~.”
“뭐라고?! 아이고 이 할망구가 이제 막말하네.”
“막말은 무슨! 안전만 지키는 게 아니라 지역 명소로도 활약하니 영감보다 훨씬 낫지. 일본 홋카이도는 아예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멜로디 도로를 홍보하고 있수. 다른 지역 멜로디 도로도 지역 명소래요 글쎄. 우리나라 도로들도 TV에 소개되고, 기사도 나오고 하니 사람들도 몰리고~ 시흥 주변에 매일 비행기가 울린다 하지 않수.”
“어이고 손님 하품 하시는 거 봐라. 할망구 탓이잖아. 이제 그만 접자구.”
“이 영감이 자기가 불리하니까 글 접으려 드네. 알았수. 그래도 함께 산 영감이 100번 낫지, 이럼 됐수?”
“뻘소리 그만하고 같이 비행기 노래나 들으러 갑시다~. 얘길 들으니 한 번 듣고 싶어지누만.”
“이제야 호기심이 동했소? 얼른 갑시다, 영감!” (도움말: 한국도로공사, 글: 김은영 과학칼럼니스트)

주 : 그루빙 간격 산출 방법(시속 100km로 달리는 차량 기준)
그루빙 간격 = 차량속도÷진동수
-솔(G) = 시속100km÷진동수392.6Hz = 27.8m/s÷392.6 = 0.070 = 7cm
-라(A) = 27.8m/s÷440 = 0.063 = 6.3cm
-시(B) = 27.8m/s÷493.9 = 0.056 = 5.6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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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2-14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려보고 싶다 다려보고 싶다 달려보고 싶다 !!!!

마노아 2007-12-14 14:21   좋아요 0 | URL
오늘자 유독 재밌죠. 저도 진짜 들어보고 싶어요^^

순오기 2007-12-18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좋은 아이디어네요!
역시 한국 사람 머리 좋아요~^^

마노아 2007-12-18 08:43   좋아요 0 | URL
이거 특허내면 돈 많이 벌 것 같아요. 진짜 똑똑해요^^ㅎㅎㅎ
 



제1394호 2007년 1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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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12-13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은 언니를 직접 만나러 가야겠다. 언니가 꼭 듣고 싶었던 말들을 해줘야지...

순오기 2007-12-13 00:33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어떤 맘일지 짐작하면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 어려운 일엔 그래도 내 형제 밖에 없더라고요!
시댁 형제들하고 그게 잘 안돼요. 역시 남이라서 그런걸까?

마노아 2007-12-13 09:48   좋아요 0 | URL
음, 어젯밤에 언니가 집에 돌아와서 가게까지 갈 필요가 없어졌어요. 근데 내 말에 대꾸도 안하네요..;;;; 켁, 대화다운 대화가 안 이어져요. 맘 상했어요. ㅠ.ㅠ

순오기 2007-12-13 10:07   좋아요 0 | URL
에이~ 형만한 아우 없다 했는데... 언니가 심하게 꽁한 성격인가? ㅎㅎ
에이~ 그냥 마노님이 언니하세욧! ^^

마노아 2007-12-13 14:13   좋아요 0 | URL
대범한 척 하지만 사실은 겁이 많은 성격이 아닐까 생각해요...;;;

전호인 2007-12-13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참 좋은세상입니다.

마노아 2007-12-14 07:33   좋아요 0 | URL
너무 무서운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이런 모습도 보여주는 아이러니한 세상이에요.
그렇게 해서 '균형'이 맞춰지나 봅니다. ^^

2007-12-13 2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14 0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