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 동화를 다시 읽다 보면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곤 한다. 내가 어릴 적에 읽었던 그 이야기들이 아직도 사랑 받고 있다는 사실에 추억과 세월의 힘을 느끼게 되니 말이다. 보림에서 출간된 이 책은 한글판 뿐아니라 영어판, 중국어판, 일본어판으로까지 출간되어 있다. 그만큼 널리 사랑 받을 수 있는 대중적인 작품이란 의미일 것이다. 게다가 읽어보니 어릴 적 재밌게 보았던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과도 겹치는 내용이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이런 형식의 이야기가 오래도록 전해 내려왔다고 생각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다.
어느 산골 마을에 살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정성스레 빌어 얻게 된 아이 하나. 단지 속에서 타왔다고 해서 이름을 '단지손'이라고 지었다. 아이는 태생처럼 기묘한 힘을 지녀 힘도 장사였고 성장도 빨랐다. 어느덧 자란 아이가 넓은 세상을 보겠다고 집을 나서는데, 가는 길목마다 본인처럼 기묘한 힘을 지닌 친구들을 만나니...
콧김이 무지 센 '콧김손이', 오줌발이 거센 '오줌손이', 힘이 장사여서 배를 메고 다니는 '배손이', 그리고 무쇠 신을 신고 다니는 '무쇠손이'가 그들이다.
이들이 함께 길을 가다가 외딴 집에서 하룻밤 묵어가기로 했는데, 그곳은 알고 보니 호랑이 소굴! 이때부터 영리한 호랑이 떼와의 한판 승부가 벌어진다. 그러나 이들이 누구인가. 재주 많은 다섯 친구가 아니던가. 영리한 호랑이들보다 더 영악한 그들이니 호랑이들의 지혜 쯤이야 문제가 안 된다. 저마다의 재주를 펼쳐서 호랑이들의 공격을 물리친 다섯 친구들은 다시 세상 구경을 떠나는데...
권선징악의 줄기로 말하자면 호랑이는 '악'이고 소년들은 '선'일 텐데, 사실 그들이 선이고 악이라는 증거(?)는 제시되지 않지만 아무튼 호랑이로 대표되는 세력을 소년들은 똘똘 뭉쳐서 무찌른다. 호랑이 그림도 무섭거나 악하기 보다 해학적이고 우스꽝스럽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소년들도 각기 특징이 잘 드러나는 생김새를 가졌는데 마치 '종이인형'을 보는 듯한 각진 그림들이 개성이 넘쳐서 즐겁다. 전반적으로 그림은 갈색톤을 유지한다. 분위기조차도 전래동화스럽달까. 제6회 어린이 문화대상 출판 부문 본상 수상작이다. ^^
엠마의 두번째 외전이다. 세번째 외전이 진짜 완결이라고 하는데 벌써부터 아쉬운 마음이다. 뭐랄까. 폭발적인 감동이나 뜻밖의 반전 같은 결정타는 전혀 없지만 소소한 일상 가운데 평범한 매력과 감동을 준다고나 할까. 그것도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해서 말이다. 첫번째 이야기는 에리히와 테오의 이야기. 다람쥐가 주인공인 에피소드였다. 나무와 숲과 새... 그런 자연을 맘껏 감상할 수 있었던, 글이 거의 없었던 내용이었다. 글 대신 그림으로 더 많은 것을 얘기해주던, 작가의 그림 솜씨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표지도 장식한 도로테오와 빌헬름의 에피소드는 관능적이면서 나름 순수한 매력을 발산하는 이야기였다. 두 사람이 처음에 어떻게 만났는지, 무엇에 서로 반했는지... 이런 부분을 이야기했는데 자연스러운 부부의 모습을 이토록 섹시하게 표현해 준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은 나이도 그닥 많지 않았더라는...;;; 그 다음엔 윌리엄과 아킴이 인도에서 만나 테니스로 친해진 이야기였는데,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았음에도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이 건강했다. 운동 경기를 통해서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치며 건강한 땀을 흘려서인지 독자 역시 건강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윌리엄도 나왔건만 정작 주인공인 엠마는 끝에 '덤' 페이지에만 나오다니..;;;;) 둘이서 쇼핑 편에서는 메이드들의 비번인 하루 즐겁게 보내기가 부제라고 할 수 있겠다. 한참 자본주의의 물이 오를 때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던 그 분위기가 손에 잡힐 것처럼 그려졌다. 그 열띤 흥분감까지도. 세 명의 가수들 편은 전후 두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실 꼭 '엠마'에 포함될 연관성은 없었다. 다만 그 시대를 빌려 사용했을 뿐. 그렇다고 작품의 분위기를 망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나름대로 메이드 아멜리아의 활약도 있었고^^ 모리 카오루의 다른 작품들은 본적이 없는데 이런 정도의 분위기라면 참 마음에 들 듯하다. 8권까지는 빌려서 읽었는데 9권은 사서 보았다. 앞의 권도 모두 소장해야지....(>_<)
15세기의 얀 반 에이크의 그림부터 20세기의 마티스까지 총 36장의 명화를 소개해 준 그림이다. 두꺼운 도화지의 앞면에는 그림이, 뒷면에는 그림에 대한 소개가, 그리고 화가에 대한 소개가 큰 글씨로 담겨 있다. 그림이 앞면에 있고, 설명은 뒷면에 있기 때문에 함께 감상하는 데에 불편하다. 순전히 어린이용으로, 먼저 그림에 익숙해지고, 차차 아이가 커감에 따라 그림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가면서 설명도 찾아보는 형식으로 친해지는 것이 좋을 듯하다. 엄마가 그림을 보여주면서 뒷면을 보고 읽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그러기에는 좀 딱딱한 느낌이지 싶다. 설명 자체는 몹시 쉽게 되어 있는데, 그래도 아이 스스로 그림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한 화가당 거의 두장의 그림씩을 소개해 놓았다. 대체로 우리가 아는 익숙한 그림들이지만 간혹 낯선 그림들도 등장한다. 조카 아이에게는 백과사전식 명화 세트도 있지만 이쪽 카드가 더 쉽게 그림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줄 듯 싶다. 아무래도 그림의 해상도는 떨어지는 편이다. 감안하고서 보아야 하며, 그리스 신화라든가, 성경, 프랑스 혁명 등등의 역사적 사건까지도 연계되는 그림들이므로 '학습'도 함께 노릴 수 있는 명화 감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