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와 식물인간은 다르다? [제 710 호/2008-01-23]
 


지난 1월 2일 고(故) 최요삼 선수가 뇌사판정을 받았다. 최 선수는 12월 25일 인터콘티넨탈 플라이급(50.8kg) 타이틀 1차 방어전에서 상대 선수를 압도하며 심판 전원일치로 3-0 판정승을 거뒀다. 하지만 경기 직후 의식을 잃고 순천향병원으로 이송됐다. 경기 도중 받은 충격으로 뇌출혈이 일어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최 선수는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뇌사 판정을 받은 날 자정에 장기적출을 해 공식적으로는 1월 3일 생을 마감했다. 최 선수와 가족의 동의로 6명이 새 생명을 얻었다. 최 선수의 고귀한 희생 덕분에 뇌사와 장기이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968년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은 특별보고서를 통해 뇌사를 ‘Irreversible Coma’(비가역적 혼수상태)라고 정의했다. 즉 뇌가 영원히 기능을 상실한 상태를 말한다. 특히 심장 박동이나 호흡처럼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뇌간이 죽었다. 따라서 뇌사가 일어나면 필연적으로 심장이 멎어 죽음에 이른다. 인공호흡기에 의해 얼마동안 호흡과 심장박동을 연장할 수 있지만 회복할 가능성은 없다.

이점에서 뇌사는 식물인간과 다르다. 식물인간은 뇌의 일부가 손상을 입어 의식이 없지만 뇌간은 생생히 살아있다. 인공호흡기가 없어도 자발적으로 호흡할 수 있고, 가끔 눈을 깜박이거나 신음소리를 내기도 한다. 수개월이나 수년 뒤에 기적적으로 깨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식물인간은 장기기증 대상이 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뇌사는 장기이식을 전제로 할 때만 인정된다. 장기이식을 하려면 가능한 ‘건강한’ 상태의 장기를 얻는 것이 필수다. 그만큼 뇌사판정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뤄져야 한다. 2002년 개정된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의해 뇌사판정에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우선 체온이 32℃ 이하로 떨어진 저체온상태나 저혈압 등으로 인한 쇼크 상태가 아니어야 한다. 마취제 같은 약물중독이나 저혈당 같은 내분비 장애가 있어도 안 된다. 이런 상태에서는 뇌사가 아님에도 뇌사로 오판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원인이 확실한 뇌의 손상이 있고 인공호흡기로만 호흡이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이 조건 아래 외부자극에 반응이 전혀 없는지, 스스로 호흡하는 기능이 완전히 없어졌는지, 동공이 열려있는지, 뇌간반사가 완전히 소실됐는지 등을 검사한다. 뇌간반사란 대뇌를 거치지 않고 일어나는 반사다. 의식이 없어도 뇌간이 살아있으면 빛을 비추면 눈동자의 크기가 작아지고, 눈의 각막을 건드리면 눈을 감는 반사가 일어난다. 뇌사한 사람은 이 같은 뇌간반사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이들 항목을 검사한 지 6시간이 지나면 앞의 검사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의사가 다시 검사한다. 그때도 똑같은 결과를 얻으면 뇌파를 검사해 30분 이상 아무런 반응이 나타나지 않은지 확인한다. 뇌사판정검사에 참여하지 않은 전문의 3명 이상을 포함한 6~10명의 뇌사판정위원회가 구성되고 여기서 전원이 찬성하면 최종적으로 뇌사판정이 내려진다. 이때 전문의 중에는 신경과 전문의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뇌사판정이 내려지면 가능한 신속하게 장기적출을 한다. 이때부터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장기를 척출하면 냉동상태로 보관해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한다. 이때 장기를 제공받을 수여자는 이미 수술 준비를 마치고 수술대에 누워있는 상태다. 장기척출과 이식 수술이 순차적으로 맞물려 진행되기 때문에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장기이식에서 가장 큰 문제는 면역거부반응이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자신이 아닌 것을 죽이도록 프로그램 돼 있다. 기껏 넣어준 장기가 면역체계에 의해 파괴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장기이식을 할 때는 수여자에게 면역억제제를 다량 투여한다. 이때 수여자가 세균의 공격을 받으면 방어할 수단이 없으므로 무균실로 옮겨 철저하게 관리한다.

일단 몸이 이식한 장기를 받아들이면 면역억제제의 양을 줄여도 괜찮지만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그러나 죽음의 문턱에 있다가 소생한 사람에게 이 정도 부담이 무슨 대수겠는가. 회복이 불가능한 손상을 입었을 때 장기이식은 최후의, 그리고 최선의 치료법이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2007년 장기를 기증한 뇌사자는 모두 148명이다. 매년 조금씩 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이보다 훨씬 빠르게 늘고 있다. 매년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100명 중에 불과 1명만 혜택을 받는다. 기다리다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장기이식 뇌사자의 수는 100만명에 3.1명으로 스페인의 30명, 미국의 25명에 비하면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또 우리나라는 본인이 장기이식을 신청했어도 가족이 반대하면 성사되지 못한다.

다행스럽게도 최 선수의 아름다운 기증 소식으로 장기기증 신청자가 평소의 3배나 늘었다고 한다. 최 선수가 일으킨 작은 변화가 계속 이어지려면 장기기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누구나 ‘세상에서 가장 귀한 선물’을 할 수 있다. (글 : 김정훈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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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8-01-23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지식검색 해보려던 항목인데. ^^ 잘 읽고가요.

마노아 2008-01-23 14:03   좋아요 0 | URL
때마침 지식인 등장했군요^^ㅎㅎㅎ

hnine 2008-01-23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식상태를 보통 alert->drowsy->confusion->stupor->semicoma->coma 이렇게 여섯단계로 나눈다면 뇌사는 마지막 coma 에 속하게 되고, 식물인간이라고 흔히 부르는 단계는 그 전 단계, 즉 semicoma에 속한다고 볼수 있겠지요. 덕분에 예전 노트 찾아보며 저도 복습했습니다 ^ ^

마노아 2008-01-23 21:27   좋아요 0 | URL
오옷, 몹시 전문적인 용어들이 등장했어요. 코마는 그래도 많이 들어본 단어네요. 책 제목 중에도 그런 이름이 있었던 것도 같아요^^
 



월요일은 쉬는 날인데, 특별히 야간 개장을 하면서 관람비 50% 할인행사를 하고 있다.(2인 기준)

마침, 일산 사는 나의 야곱의 생일이었고 우린 전시회를 보고서 밥 먹고 수다 떨기로 약속을 잡았다.

거의 6개월 만의 만남, 어찌나 설레던지 잠이 다 오지 않았더랬다.  흥분해서 휴대폰도 집에 두고 가고..ㅜ.ㅜ

언니가 휴대폰을 쓰지 않는 관계로 연락될 일은 없지만, 내가 쓸수도 없으니 좀 답답하더라. 보여주려고 했던 사진도 못 보여주고ㅠ.ㅠ

아람 공연장에서 잠깐 헤매주시고, 무사히 전시장 도착. 거의 두시간 가까이 둘러보았던 듯하다. 생각보다 시간이 휙 지나갔다.

전시 감상은.... 대략 안습이다.

칸딘스키 전에 칸딘스키 그림이 네 장 밖에 없었던 것만큼은 아니었지만 모딜리아니 그림보다 잔느의 그림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그 그림이라는 게 습작이 많았는데... 아... 아... 아... 예술가에게 이런 말 써서 정말 무안하지만.... 초딩이 그려도 이보다는 잘 그렸을 것 같은 그림의 향연들... 50% 할인 안 하고 들어왔으면 울 뻔 했더라나 뭐라나...

게다가 조명을 어찌 한 건지 그림자가 너무 많이 지고 그 반사광에 얼룩덜룩 비침 현상까지 있어서 눈이 피로했다.  그 정도야 애교지만, 작품 제목의 오기는 너무 하지 않은가!  (오타는 너무 많아서 손에 꼽을 수도 없다.  띄어쓰기는 무시하더라도.)

모딜리아니의 그림에서도 잘 알려진 그림들만 좋아보였고, 나머지들은 음...음....음.... 생략...;;;;

내가 그림에 문외한이어서 그렇겠지....라며 스스로를 설득하기에도 좀 납득이 안 되었더라는 이야기.

뭐, 아무튼 그랬고, 나오면서 롯데백화점 2층에서 루이까또즈 볼펜 사은품 주는 것도 받아왔다.

어제는 나의 야곱의 생일이기도 했고. 이미 한달도 더 지난 내 생일에 대한 축하 인사도 오고 갔다.

내가 준비해 간 선물

 

 

 

언니가 내게 준 선물.

히힛, 윤구병 선생님 책도 궁금했고,

보리 어린이 도감에도 헤벌쭉~

 

그리고 내가 빌려준 책들

 

 

 

 


 

 

 

11시 10분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포옹으로 헤어진 우리. 정발산 역에서 경복궁 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다시 집 근처까지 버스 두 번을 더 타고, 마지막 다섯 정거장은 택시로 마무리. 집에 도착해 보니 12시 50분이었다.

너무 많은 책을 운반한 터라 온 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다. 아파서 잠도 안 오고..;;;; (역시나 부도덕한 체력같으니!)

어제 만나고 헤어졌는데 벌써 그립다. 언니가 워낙 바빠서 다시 언제 만날 지 알 수가 없다...ㅜ.ㅜ

준비하는 책들이 어여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  제일 성실한 독자가 되어줄 자세가 되어 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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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향기 2008-01-22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의 야곱이 누군지 궁금하네요^^ 여전히 책과 함께하는 님의 모습 너무 보기 좋아요~~

마노아 2008-01-22 15:25   좋아요 0 | URL
헤헷, 저의 좋은 휴식처가 되어주는 소중한 사람이지요. 만나면 시간이 너무 금방 가버려서 늘 아쉬워요^^ 이번엔 전시회를 같이 다녀오는 바람에 책 얘기도 평소보다 못해서 아쉬워요^^

씩씩하니 2008-01-22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꼭 가구 싶어요~~
요즘 전시회 다녀온 사람들이..하두 인산인해라 감상 자체가 안된다는 말을 들었던 참인데 야간 개장에 할인이라니....넘 좋은거 같애요~~~
근대..님 반응을 보니 안가는게 낫을듯한걸요?
전 불멸의 반고흐전 가구 싶었는대...감상 분위기가 별루라해서 안갔는대...

마노아 2008-01-22 15:26   좋아요 0 | URL
반 고흐전, 칸딘스키와 러시아 거장전, 그리고 모딜리아니까지, 이렇게 세군데 다녀왔어요. 모딜리아니는 정말 비추구요..;;;;;
고흐전은 오전에 갈 수 있다면 좋을 거예요. 사람이 너무 많거든요. 그렇지만 고흐의 열정은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제 경우 러시아 미술전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아마 가장 덜 익숙해서 그런가봐요^^

하루(春) 2008-01-22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딜리아니.. 바로 직장 근처라 가볼까 했는데 반 고흐전이나 다녀와야 겠군요. 평일 낮에도 사람이 많을까요?

마노아 2008-01-23 00:16   좋아요 0 | URL
저도 평일 낮에 다녀왔는데 사람 엄청 많았어요. 지금은 방학이라 더 많을 거예요. 가능하다면 '오전'을 추천해요^^

바람돌이 2008-01-23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시회가 별로였다니 갑자기 제 기분이 업!!! 지난번 칸딘스키와 고흐전 얘기듣고 배아팠단 말예요. 전 지금 2월초에 서울가려 했던 계획까지 갑자기 생긴 일덕분에 날라가버리고 있거든요. ㅎㅎ

마노아 2008-01-23 01:15   좋아요 0 | URL
푸하하하! 저의 다운이 바람돌이님의 업이 되었다니, 저도 기뻐요..;;;;
정말 기대에 너무 못 미쳤어요. 돈 받고 이걸 열었다는 게 납득이 안 되는 수준...ㅜ.ㅜ
그나저나 서울 나들이 계획은 아까워서 어째요...;;;;

순오기 2008-01-23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부도덕한 체력으로 저렇게 많은 책을 나르다니...담에 택배로 부치세요.^^
이번 주말에 친정형제들 모임에 가는데, 월요일 시간을 낼 수 있으면 마노님 보고 싶당!

마노아 2008-01-23 01:27   좋아요 0 | URL
어머! 28일 얘기하는 거죠? 좋아요 좋아요~! 꼭 만나요(>_<)

순오기 2008-01-23 01:38   좋아요 0 | URL
그럴까요? ㅎㅎ 제가 마노님 핸번 있으니까 일정 봐서 미리 연락할게요.
양평에서 토요일에 모이고 일요일엔 친정으로 오거든요.
샘 만나려고 월욜 독서회 모임도 한주 당겨서 어제 하면서 팥죽까지 쑤어 바쳤지요.^^
아참, 아틀라스 세계사는 있어요. 하나만으로도 충분해요!

마노아 2008-01-23 01:44   좋아요 0 | URL
우왓, 갑자기 기분 마구 업이에요^^ 아틀라스 세계사는 있군요. 역시 독서왕이에요~
그럼 책은 그날 제가 가져갈게요. 룰루랄라 월요일을 기다려야겠어요. (>_<)

순오기 2008-01-23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저도 룰루라라~~~~~~ 월욜에 봐요. 일각여삼추!!
빨리 자야 내일이 오겠죠. 월욜을 위해 굿나잇~~~~^^

마노아 2008-01-23 02:01   좋아요 0 | URL
헤엣, 월욜을 위해서 순오기님도 굿나잇^___________^*

2008-01-23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3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실비 2008-01-23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시회 가서 구경하면 잼있을거 같아요~
근처에 머있으면 가서 봐야겠어요^^

마노아 2008-01-23 12:44   좋아요 0 | URL
평소에 접하지 못하는 문화적 충족감을 맛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

bookJourney 2008-01-23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 집에서 가까운데다가 백조의 호수 티켓을 가져가면 할인해준다길래 가려고 했는데, 마노아님 리뷰를 보니까 영 아닌듯 하네요. 가지말까봐요. (광고문에 있는 '모딜리아니와 잔느의'라는 구절부터 맘에 걸리기는 했었죠 ^^;)
흠, 그런데 마노아님과 순오기님이 만나신다구요? 부러워라 ~~~

마노아 2008-01-23 14:03   좋아요 0 | URL
이거 제가 전시회 측에 미움 받겠어요^^ㅎㅎㅎ 그치만 정말 비추..;;;;;
용이랑슬이랑님 혹시 일산 쪽 사세요? 승연님이 일산 사시는데 월요일에 만나기로 했어요.
괜찮으시다면 같이 오셔도 좋은데^^

순오기 2008-01-23 23:32   좋아요 0 | URL
제 모임이 양평이 아닌 토요일 큰언니집에서 모여요. 이번에 이사했는데, 중랑구 묵2동이라나~
난 서울 지리 몰라요~~~ 용이랑슬이랑님 고양시도 어딘지 잘 모르지만, 우리 함 뭉쳐볼까요? ㅎㅎ
일요일 저녁은 가족과 함께라 어렵겠죠. 월요일 점심쯤?

bookJourney 2008-01-24 00:43   좋아요 0 | URL
이번에는 아무래도 안되겠네요 ㅠ_ㅠ
다음을 기약해야지요 ~

마노아 2008-01-24 01:01   좋아요 0 | URL
용이랑슬이랑님, 아쉬워요. 정말 다음을 기약해요~
순오기님, 아마도 승연님은 지하철 타고 오시겠지요? 3호선 라인에서 만나면 좋을 듯해요.
우리 점심 메뉴는 뭘로 할까요? 아이들도 같이 오나요? 인원 점검(?)을 해야겠어요^^

2008-01-24 0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4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름유출 사고, 미처 쓰지 못한 기술 [제 709 호/2008-01-21]
 


지난 12월 7일 충남 태안군 앞바다에서 유조선 ‘허베이 스피릿호’와 해상 크레인선이 충돌해 원유 1만2547t이 바다로 쏟아졌다. 바다가 온통 검게 변했지만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모여들어 엎질러진 기름을 주워 담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방제 작업에 투입된 인력은 자원봉사자 54만명을 포함해 100만명이 넘는다.

1월 7일까지 수거한 기름의 양은 4153t. 흡착폐기물로 수거한 양을 포함하면 유출량의 3분의 1을 훌쩍 뛰어넘는다. 해상기름유출사고로서는 회수율이 매우 높은 편이다. 아직 복구의 손길이 더 필요한 부분이 남아있지만 ‘인해전술’이 태안 앞바다를 옥빛으로 되돌린 셈이다. 그러나 만약 적절한 도구가 있었다면 이들의 노고를 훨씬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방제 작업에 가장 큰 활약을 한 도구는 자원봉사자들이 해변에 들고 나간 유흡착제(부직포)다. 유흡착제는 합성수지인 폴리프로필렌(PP) 재질의 얇게 뽑은 섬유를 ‘니들 펀칭’이란 기법으로 만든 일종의 압축솜이다. 섬유가 복잡하게 엉켜 있어 표면적이 매우 넓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기름을 흡수한다. 또 PP는 기름과 친하고 물을 싫어하기 때문에 기름이 떠다니는 바다위에 던지면 기름만 빨아들인다. 사람이 직접 하는 방제작업에서는 최선의 도구다.

유처리제도 큰 활약을 했다. 유처리제는 물과 기름이 섞이게 해주는 용액이다. 유처리제를 뿌리면 기름이 물과 섞여 우유처럼 변한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미세한 기름방울이 물 사이에 분산돼 있다. 이렇게 변한 기름은 덩어리 상태의 기름에 비해 분해와 증발이 빨리 이뤄진다.

하지만 유처리제는 잘못 쓰면 도리어 환경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1995년 여수 ‘씨프린스호’ 기름유출 사고 때 페인트 원료로 쓰이는 독성이 강한 유화제로 만든 유처리제를 대량으로 쓰는 바람에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쳤다. 이번에 쓴 유화제는 그보다 독성이 적지만 가라앉은 기름은 해저 생태계에게 오랫동안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실 이번 사고에 도움이 된 기술은 이 두 가지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준비하고 있던 기술은 더 있었다. 대형 유조선 기름 유출 사고에 대비해 2007년 초까지 300~500t급의 방제선 4척이 건조돼 있었고, 여기에 기름회수 장치(유회수기)가 149대 있었다. 기름회수기는 기름흡착부위가 회전하면서 바다의 기름을 걷어 올려 기름은 통에 담고 바닷물은 다시 버리는 장비다. 그러나 사고 지점의 파도가 높고 기름의 점도가 낮아 이들 장비는 무용지물이 됐다.

개발 중이거나 미처 상업화되지 못해 이번 방제 작업에 활약하지 못한 기술도 있다. 특히 정병엽 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선과학연구소 박사가 개발한 ‘흡유볼’에 주목할 만하다. 흡유볼은 자체 무게의 40배에 달하는 기름을 흡수할 수 있다. 게다가 흡유볼을 수거한 뒤에 압축하면 흡수된 기름까지 재활용할 수 있다.

흡유볼의 주성분은 카폭 섬유. 카폭 섬유는 표면적이 매우 넓고, 기름에 친한 성분으로 구성돼 있다. 기름 유출 사고가 날 당시 정 박사는 방제선에 흡유볼을 장착할 수 있는 부설장치를 개발하고 있던 중이었다. 시제품은 나왔지만 대량 생산에 들어가기 전 단계로 이번 사고에 쓰이지 못했다.

미생물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기름을 먹고 자라는 미생물을 대량으로 배양한 뒤 이들을 바다에 뿌리는 것이다. 바다에 기름이 남아있는 한 미생물은 계속 증식하기 때문에 더욱 효과적으로 기름을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도 아직은 시기상조다. 현재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오염방제연구사업단에서 개발 중인 미코박테리움과 스핑고모나스 등의 미생물은 실험실에서는 잘 자라지만 바다에 뿌리면 금방 죽는다. 바다에서도 잘 자라는 미생물을 개발하던 중에 기름 유출 사고가 터진 것이다. 모두 한 발자국이 부족해 이번 사태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의 힘으로 기름을 수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아직도 절반 이상 남은 기름을 없애는 것은 태양과 미생물의 몫이다. 햇빛 속의 자외선은 기름성분이 분해되는 데 촉매역할을 한다. 이를 광(光)분해라 한다. 자외선의 도움을 받아 바위나 모래에 묻어있는 기름은 서서히 분해되면서 휘발돼 날아간다.

궁극적으로 남아있는 기름을 분해하는 것은 미생물이다. 휘발성분이 날아가면 지방족 탄화수소와 방향족 탄화수소가 남는다. 지방족 탄화수소를 분해하는 미생물은 종류가 많아 비교적 빨리 분해되지만, 방향족 탄화수소를 분해하는 미생물의 수는 상대적으로 적어 분해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미생물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는 온도와 산소다. 미생물이 기름성분을 분해하려면 결국 생체촉매인 효소가 작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생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주변 온도가 20℃ 밑으로 내려가면 효소의 활성이 낮아져 기름을 분해하는 효율이 많이 떨어진다. 결국 여름을 나면서 강한 햇볕에 노출되고 폭풍과 태풍을 겪어야 남아있는 기름찌꺼기가 없어질 것이다.

사람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눈에 보이는 피해는 조만간 사라진 듯 보이겠지만 생태계가 받은 충격은 쉽사리 회복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갯벌과 연안에 침투한 기름이 완전히 제거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인재가 자연에 낸 상처가 빨리 아물 수 있도록 모두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글 :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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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별 여행자
무사 앗사리드 지음, 신선영 옮김 / 문학의숲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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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사막의 유목민, 파리에서 도시 문명과 조우하다. 비교체험 극과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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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주변에 무지개빛 구름이 멈춰 있어요. 달에서 신비로운 기운이 나오나봐요.

형부가 전화해 줘서 방금 보고 왔는데 근사했어요.

잠깐 나가서 찬 바람 쐬고 오셔요. 멋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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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8-01-20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이랑 아이는 벌써 잠들고 저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가 마노아님 페이퍼 보고서 얼른 옷 걸치고 나갔다 왔는데, 저희 아파트를 한바퀴 돌아도 오늘 밤은 달이 안보이네요 흑 흑...오늘 하루 종일 진눈깨비와 이슬비 내리는, 그런 날이었어요 여기 대전은요...
아무튼 알라딘에 들어와 알려주시는 마노아님 마음씀에 한번 빙긋 웃어봅니다 ^ ^

마노아 2008-01-20 23:28   좋아요 0 | URL
아아, 아쉽게도 대전에서는 달이 보이지 않았군요.
보았더라면 그 신비로움에 방긋 웃었을 텐데 말예요.
날이 또 추워지고 있어요. 자나깨나 우리 감기 조심해요. ^^

라로 2008-01-20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달보구 싶어서 나갔는데 대전 날씨가 흐려서 안보여요,,ㅠ
가끔 달의 정기를 받아줘야 하는데,,,^^;;;
이렇게 달보라고 친절하게 얘기해주는 마노아님이 계셔서 넘 좋아요~.ㅎㅎ

마노아 2008-01-21 01:02   좋아요 0 | URL
아앗, 대전 달이 배신을 때렸군요. 모처럼 세일러문이 될 수 있었는데^^
헤엣, 저도 처음엔 달이 이상하다는 이상한 전화 받고서 귀찮아서 안 나가려고 했는데,
다녀오니 좋더라구요. 같이 못 보아서 아쉬워요....ㅜ_ㅜ

네꼬 2008-01-21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짤막한 글이라도, 이런 걸 올리는 마노아님이 나는 좋아요. 이 소박한 다정함이라니!

마노아 2008-01-21 13:14   좋아요 0 | URL
같이 무지개빛 구름과 달빛을 나누지는 못했지만 마음은 공유했네요. 부비부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