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크기만한 다보탑이 있다? [제 712 호/2008-01-28]
 


10억 분의 1을 의미하는 ‘나노’는 이제 익숙한 단어가 됐다. 샴푸부터 세탁기까지 ‘나노’라는 이름을 달고 여러 상품들이 출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맨눈으로 볼 수 없는 나노 세계는 여전히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어렵고 심오하다는 선입견 탓에 나노는 과학자들만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나노 세계가 꼭 보통 사람의 생각 저편에 있는 건 아니다. 나노 크기의 합성수지를 ‘벽돌’처럼 쌓아올려 초소형 다보탑을 건축하는 기술이 한 예다. 현실 세계에서 건축물을 세우는 방법과 별로 다르지 않다. 중장비와 망치 대신 전자 현미경과 화학물질이 이용될 뿐이다. 흙먼지 이는 건축의 기본 원리가 첨단 나노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저명한 과학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는 독특한 사진 하나를 소개했다. 바로 우리나라의 대표적 문화재인 다보탑이었다. 양동열 교수가 이끄는 KAIST 기계공학과 컴퓨터원용전형가공 연구실의 작품이다. 다보탑이 당시 주목받은 건 아주 작은 크기 때문이었다. 높이가 불과 20μm(마이크로미터, 1μm=100만분의 1m)에 불과했던 것. 이는 인간의 세포 크기와 비슷할 정도다.

더 놀라운 건 다보탑이 지닌 정교함이었다.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 본 다보탑의 계단과 기둥, 지붕은 마치 경주 불국사 안에서 실제 다보탑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부드럽게 살아 있는 곡선과 가지런히 쌓여 있는 계단은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어떻게 이런 정교한 구조물을 만들었을까. 미술 조형물을 만들 때 조각과 소조가 있듯이 나노 구조물을 만들 때도 ‘깎아내기’(top-down)와 ‘쌓아가기’(bottom-up)가 있다. 깎아내기는 큰 석고를 조각칼로 깎아 형상을 만들 듯이 덩어리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낸다. 반대로 쌓아가기는 찰흙을 붙여 형상을 만들 듯이 나노 크기의 분자를 쌓아 원하는 물체를 만든다. 양 교수팀이 시도한 방법은 쌓아가기다.

양 교수팀은 작은 구조물을 만들기 위해 스캐너로 큰 구조물을 본뜨거나 설계 소프트웨어로 3차원 데이터를 직접 그리는 방식을 쓴다. 일종의 설계도를 만드는 단계다. 그런 다음 프로그램을 사용해 전체 형상을 마치 슬라이스 치즈처럼 얇게 썬다. 마치 단층촬영을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렇게 얻은 ‘슬라이스’ 모양과 크기 데이터를 나노 단위로 줄인다.

설계도를 얻었으면 그대로 만드는 일만 남았다. 양 교수팀은 구조물을 만드는 재료로 빛을 흡수하면 굳는 ‘이광자흡수 광경화수지’를 썼다.

먼저 기판 위에 광경화수지 한 방울을 떨어뜨린다. 그런 다음 방울의 아래 부위에 레이저 광선을 쏘여 필요한 모양대로 굳힌다. 가장 아래 슬라이스 한 층이 굳는 것이다. 나머지 방울은 여전히 액체 상태다. 그 다음 기판을 슬라이스의 두께만큼 미세하게 내린 뒤 다시 레이저 광선을 쏜다. 이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면 각 층이 차곡차곡 쌓여 전체 형상을 만들 수 있다. 남는 합성수지는 닦아내면 된다.

연구팀의 기술은 다보탑은 물론 점보기나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등을 자유자재로 만들어내는 수준에 이르러 있다. 아직은 먼 훗날의 얘기지만 연구팀은 이 기술이 몸 안을 돌아다니며 암 세포를 잡는 나노 로봇 제작의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나노 로봇을 활용하면 피부를 절개해 암 덩어리를 들어내거나 방사선 치료를 하지 않고도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다.

낭만주의 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어린이에게는 과학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과학을 하는 취미를 주면 족하다”고 말했다. 이해하기 힘든 나노 세계도 알고 보면 그 원리가 먼 곳에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과학 현상에 눈과 귀를 기울이자. 진중하지만 흥미로운 진리를 얻을 수도 있는 일이다. (글 : 이정호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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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와 뱀 보리 어린이 첫 도감 1
도토리 지음, 이주용 그림, 심재한 감수 / 보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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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표지를 열면 총 20개의 질문 보따리가 열려 있다.
개구리와 도마뱀, 도룡뇽, 뱀들이 주인공이며,
책의 내용을 보면 만점 받을 수 있는 질문들.
책을 보지 않고도 70%는 맞출 수 있는 쉬운 퀴즈들이다.
정답은 바로 뒷장에 있다.

2004년 7월 서울 상암 하늘 공원에서 포착한 맹꽁이 세밀화이다.
사진으로 보는 듯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이런 맹꽁이 같은 녀석! 할 때 자주 듣던 이름이어서 오래 들여다 보았다.
사실 맹꽁이가 개구리과인줄 몰랐다.ㅜㅜ
몸길이는 4.5cm정도란다. 그림으로 보면은 작구나! 싶지만, 실제로 보면 오마나! 하고 화들짝 놀랄 듯 하다. 너무 크고 징그러워서. 그치만 두꺼비 징그러운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두꺼비 그림은 오래 못 들여다 보았다.;;;;;
맹꽁이는 손으로 코를 막고 '맹맹꽁꽁' 소리를 낼 때 나는 소리처럼 운단다. (그래서 맹꽁이구나...)
화가 나면 몸을 풍선처럼 크게 부풀린다고 한다. 낮에는 땅 속에 꼭꼭 숨어 있고 밤이 되면 나온다는 것이 특징!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녀석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서식하고 있다.

남생이란 이름이다. 다른 이름으로 '민물거북'이라고도 불린다. 등딱지 길이는 15-20cm로 생각보다 크다.
이 녀석은 겁이 아주 많아서 놀라면 등딱지 속으로 머리랑 꼬리랑 다리를 쏙 집어넣는다.
물고기나 개구리를 잡아 먹고 사는데, 예전엔 논에서 김을 매다가도 많이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보기가 아주 어려워졌다.
우리나라, 중국, 일본, 러시아 등에서 살고 있다.

꽃뱀은 이름처럼 색이 화려하다. '꽃뱀'이라고 말하면 남자 등쳐먹는 여자가 먼저 떠올랐는데, 정말 뱀 이름 중에 꽃뱀이 있는 줄 몰랐다.
위험이 닥치면 고개를 쳐들고 코브라처럼 목을 옆으로 쫙 펴고 대든다.
입 안쪽에 독 이빨이 있으므로 조심해야 하는 녀석이다.
뱀들은 겨울 잠을 잘 때 여러 마리가 함께 뒤엉켜서 잔다. 스스로 굴을 파지 못하고 돌 틈에 들어가서 잔다.
꽃뱀은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러시아에 분포해 있다.

이런 능구렁이 같은 녀석! 이란 말을 쓰는데, 능구렁이가 진짜로 있는 이름인 줄 역시 이 책 보고 처음 알았다ㅠ.ㅠ
이 녀석은 온몸이 붉고 매끈하다. 느릿느릿 움직이지만 성질이 사납고 뱀들이 잘 안 먹는 두꺼비도 먹으며 심지어 다른 뱀까지 잡아 먹는다.(그래서 속이 능구렁이 같다고 말하나?)
다만 독은 없다.(신기하다!)
추위를 잘 타서 가장 먼저 겨울잠을 자러 들어간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태국에 분포해 있다.

책의 끄트머리에는 양서류와 파충류에 대한 심층분석(?)이 나온다.
역시 세밀화로 그려져 있다.
사진의 표는 양서류와 파충류의 생김새를 비교해 놓은 것이다.
오른쪽 표는 양서류와 파충류의 다른 점을 표시해 놓았다.
양서류가 코와 살갗으로 숨을 쉬는 반면 파충류는 코로 숨을 쉰다.
양서류는 살갗이 축축한데 파충류는 비늘이나 등딱지가 있다.(거북도 파충류다)
양서류는 물 속에 알을 낳지만 파충류는 마른 땅에 알을 낳는다.
양서류는 어미와 새끼의 생김새가 전혀 다르다.(개구리와 올챙이)
반면 파충류는 어미와 똑같이 생겼다.
이 책의 내용들은 초등학교 전 학년과 중학교 교육과정에 포함된 내용이다.
세밀화의 강점은 익히 잘 알려져 있으니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좋을 듯하다.
한편, 세밀화로 보아도 이렇게 징그러운데, 사진으로 보면, 실제로 보면 까무러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윽... 속이 울렁거린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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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1-28 0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양서류, 파충류, ... 가끔은 곤충도감까지 ... 세밀화를 보고 싶지가 않아요. 너무 실감나게 그려져서 ㅠ_ㅠ

마노아 2008-01-28 20:03   좋아요 0 | URL
그쵸그쵸! 저만 그런 게 아니군요.T^T 너무나 리얼한 그림들이 부담스러워요ㅠ.ㅠ

뽀송이 2008-01-28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저도 쟤네들 무서버욧!!
그래도 거북인 옛날에 한 4년 키워봐서 반가워요.^^;;
그림이 멋지군요.

글구~ 마노아님 대문사진 흑백의 신비로움이 더해져 매력적이에요.^^ 이뻐요.^^

마노아 2008-01-28 20:04   좋아요 0 | URL
우왓, 뽀송이님! 거북이 키워보셨군요. 4년 뒤엔 어떻게 된 거야요?
거북이가 정말 오래 살던가요?
대문에 컬러사진 걸었는데 언니야가 흑백처리 하라고 압력(!)을 넣었어요. 감사해용^^

뽀송이 2008-01-28 21:30   좋아요 0 | URL
그게요.
더 이상 키우기도 뭣하고... 수족관 청소도 자주 해줘야하고... 뭐 그래서...
두 마리는 큰 수족관 가지고 있는 아는분께 드렸고요.
두 마리는 어린이 대공원(부산) 저수지에 놓아줬어요.^^;;
애덜이 막~~ 울려고해서 저도 맘이 짠했어요.ㅡㅜ
놓아주니 처음에는 머뭇머뭇 하더니 곧 물속으로 막~ 헤엄쳐 가더군요.
매정한 것들...ㅡ,.ㅡ
그래도 키울때 한번씩 꺼내서 당근도 주고, 햄도 주고 그러면 잘 먹고...
어찌나 빨리 기어다니는지 따라다니기가 숨찼답니다.
누가 거북이 더러 느리다꼬 했는지...^^;;


마노아 2008-01-28 22:05   좋아요 0 | URL
죽어서 이별한 것은 아니군요. 대공원 저수지에 놓아줬다니, 녀석들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보내주셨네요.
뒤도 안 돌아보고 가다니... 정말 매정한 것들...ㅜ.ㅜ
근데 거북이들이 빨랐군요! 신기한 발견이에요^^
거북이를 가까이서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 뒹굴며 읽는 책 2
윌리엄 스타이그 글 그림, 이상경 옮김 / 다산기획 / 199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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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실베스터는 조약돌 모으는 취미를 가졌다.  어느 날 풀숲에서 발견한 빨간 조약돌.  갑자기 내린 비가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비가 뚝! 그치고 말았다.  놀란 실베스터, 어찌 된 일이지?  조약돌을 내려놓고서 다시 실험을 해보지만 아무 변화가 없다. 이번엔 다시 조약돌을 쥐고서 간단한 소원을 빌어본다.  역시나 그대로 이루어진다!  이럴 수가! 이건 바로 요술 조약돌이 아닌가! 

좋은 일 멋진 일에 소원을 빌어야지! 하고 생각했던 실베스터.  그런데 이를 어쩌나!  그만 사자와 마주치고 말았던 것!  너무 놀란 나머지 실베스터는 바위가 되었으면...하고 생각해 버렸다.  세상에, 그만 소원이 이루어지고 만다.  사자를 피할 수 있는 다른 많은 방법이 있었을 텐데, 하다 못해 사자가 바위가 되게 해달라고 빌어도 되었을 텐데... 실베스터는 조약돌을 주울 수가 없어서 이젠 소원도 빌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야말로 날벼락! 

실베스터 뿐아니라 집에서 기다리던 엄마와 아빠에게도 날벼락은 마찬가지다.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며 애타게 찾는 부모님들.  그 애절한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아무 대꾸도 할 수 없는 실베스터는 점차 지쳐만 간다. 이젠 눈도 뜨지 않고 잠든 채 시간을 견뎌만 갔던 것.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엄마와 아빠 당나귀는 더 이상 슬퍼하고만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처럼 나간 소풍.  그리고 어느 바위 곁에서 발견한 빨간 조약돌.  조약돌 좋아하던 아들 생각이 나서 다시 눈물 짓는 부모님.  가만히 바위 위에 조약돌을 올려놓자, 바위가 된 실베스터가 다시 부모님 곁으로 돌아가고픈 간절한 소망을 외친다.  그리고 짠! 실베스터는 다시 부모님과 만날 수 있게 된다.

짧은 동화이건만 긴장의 연속이었다.  실베스터가 다시 못 돌아올까봐 걱정이 되었고,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와 부모님과 만나게 된 실베스터가 몹시 다행이었다.  가족의 따뜻한 정도 느낄 수 있었으며, 임기응변의 중요성도 떠올랐다.  내게 요술을 부릴 수 있는 빨간 조약돌이 생긴다면 어떤 소원을 빌까? 아... 너무 많아서 셀 수도 없다.  그치만 바위가 되었으면....이런 소원은 절대 안 빌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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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뚫었더니 아파트 값 치솟은 이유는? [제 711 호/2008-01-25]
 


지난해는 600년 만에 돌아온 ‘황금돼지해’로 떠들썩했다. 십간십이지(十干十二支)에 음양과 오행을 더했더니 무려 600년 만에 한 번 찾아오는 해라는 것이다. 그러나 민속학자, 한국학연구가, 역술가들 모두 지난해를 재물운이 특히 좋다는 황금돼지해로 볼 수 있는 근거나 문헌이 없다고 말한다. 역법을 이용한 상술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즉 민간속설인 미신이다.

2년 전 불었던 쌍춘년의 결혼 열풍도 마찬가지다. 쌍춘년이 몇십, 몇백년 만에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2~3년이 주기라는 사실이 알려졌음에도 결혼 열풍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진실이 밝혀져도 결혼하기 좋은 해라는 거짓 믿음을 이기진 못했다. 왜 사람들은 비과학적인 내용에 끌리는 것일까.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에 얽힌 역사를 보면 참고가 될지 모른다.

역법과 달력은 정확한 시간과 날짜를 관리하기 위한 방법이다. 지구 공전주기인 1년을 기준으로 농사나 어업, 축산업 등 자연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해 인간의 지혜를 모은 것이다. 처음 달력을 만들었던 사람들은 지구가 자전이나 공전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력과 음력 모두 1년의 길이를 365일 또는 366일로 정해 지구 공전주기인 365.2422일과 매우 근사했다.

그런데 우리가 사용하는 양력인 그레고리력은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각 월의 날짜가 28일에서 31일까지 일정한 규칙이 없다. 또 월일과 요일이 해마다 바뀌어 월일로 정한 기념일의 요일이 매년 바뀐다. 요일이 바뀌는 이유는 365일을 7일로 나눴을 때 52주하고 1일이 남기 때문이다. 게다가 윤년에는 1일이 더 추가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레고리력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1920년대와 30년대에 활발했다. 이때 나온 변경안 중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것이 ‘국제고정력’과 ‘세계력’이다.

국제고정력은 1년을 7로 나눴을 때 남는 1일을 요일이 없는 ‘공일’(空日)로 해 매년 요일을 고정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1년을 13개월로 나누고 모든 달의 날짜는 4주인 28일로 정하며, 매달은 일요일로 시작해 토요일로 끝난다. 또 매년말일 즉 13월 29일은 공일로 하며, 윤년은 6월 29일을 공일로 둔다. 이렇게 하면 그레고리력의 단점이 보완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13개월이 되면 약수가 없어 분기별 통계 같이 1년을 적당하게 나눠 활용하기 어려워지는 단점이 발생한다.

이에 반해 세계력은 1년을 사계절로 나누고, 각 계절은 31일, 30일, 30일 3개월로 나눠 일요일에 시작해 토요일로 끝난다. 1년의 마지막 날을 요일이 없는 공일로 하고, 윤년에 6월 마지막 날에 공일을 한 번 더 두는 것은 국제고정력과 같다. 그레고리력과 국제고정력의 단점을 모두 보완한 세계력은 많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 국제기구인 국제연맹과 이후 국제연합(UN)에서 채택되지 못했다. 미국 등 강대국과 일부 종교 단체의 반대 때문이다. 공일을 받아들이면 7일마다 생기는 안식일을 지킬 수 없게 된다는 이유다.

이처럼 합리적인 규칙보다는 숫자가 주는 믿음과 감성이 때로는 사람들에게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이어져온 달력을 기준으로 자신만의 이벤트와 의미를 부여한 상태다. 이성적으로 볼 때 1년을 구성하는 날짜와 월일은 숫자의 조합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좋다. 하지만 세계력을 반대했던 사람들은 날짜와 월일에 문화와 믿음을 넣어 생각했다.

반면 비과학적인 믿음을 잘 이용하면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홍콩의 ‘리펄스 베이’에 있는 고급 아파트는 설계도중 아파트 뒤쪽에 용이 산다는 풍수지리학자의 말을 들어 건물에 가로세로 6층씩 총 36호실에 해당하는 칸을 뚫어 놓았다. 이유는 용이 지나다니는 길이 있어야 아파트가 안전하다는 것.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36호실만큼의 아파트가 없어 해당 건설사 등은 금전적 손실이 막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건물은 가운데가 텅빈 공간 덕에 오히려 용이 사는 곳에 지어진 좋은 건물이라는 인정을 받게 됐다. 현재 대부호만 산다는 최고급 아파트로 이름나 있고, 월세도 수천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처럼 감성이 때로 이성보다 높은 수익을 만들기도 한다.

‘미신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쓴 스튜어트 바이즈 박사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기 위한 일종의 자기 암시가 미신”이라며 “어떤 물건이나 행위가 자신에게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고 열심히 한다면 좋은 결과가 생길 수 있다”고 말한다. 서양에서 7, 중국에서는 8이라는 숫자가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것, 미국 학생의 39%가 중요한 시험 때마다 자기가 믿는 어떤 물건을 지니거나 특정한 행동을 한다는 것 모두는 자기 암시의 사례다.

사람들은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확실한 과거에 대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지금까지 이어져오던 것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익숙함과 기억이 더 있다. 혈액형으로 성격을 판단하는 것에 오류가 있다고 해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혈액형으로 성격을 판단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성적인지 그렇지 않은지보다 얼마나 익숙하고 감성적으로 긍정적인지를 더 의미 있게 생각하는 것 같다. (글 : 박응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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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피눈물’을 흘릴 수 있나?
국어사전에는 ‘몹시 슬프거나 원통할 때 흘리는 눈물’을 피눈물로 정의하고 있다. 피눈물은 주위의 혈관이 손상돼 피가 눈 바깥으로 흘러나오는 과정에서 눈물과 섞인 것. 피눈물이 흐르는 경우는 물리적 충격을 받은 때와 생리적으로 혈관에 이상이 생겼을 때로 나뉜다. 눈의 흰자위 부분인 공막과 앞 표면에 둥글게 튀어나온 각막이 연결되는 부분은 많은 혈관이 밀집돼 있다. 따라서 외부로부터 심한 충격이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또는 감정의 급격한 기복으로 혈압이 오를 때 안구의 모세혈관이 터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공막과 각막의 모세혈관이 매우 약한 사람은 작은 충격에도 쉽게 피눈물이 날 수 있다.

◈방아깨비가 초록색 띠는 이유는?
인간의 눈은 물체에서 반사되는 빛을 그 물체의 색으로 인식한다. 곤충이 초록색으로 보이는 것은 곤충의 피부에서 붉은색을 흡수하고 보색관계의 녹색을 반사하기 때문. 곤충은 몸속에서 식물의 엽록소와 마찬가지로 멜라닌(melanin), 카로티노이드(carotenoid), 프테린(pterine) 같은 색소화합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멜라닌 색소는 검은색과 갈색을, 카로티노이드 색소는 노란색, 주황색, 붉은색, 초록색을 나타내며, 프테린 색소는 붉은색, 주황색, 흰색을 띤다. 또한 곤충들은 애벌레 시절 식물성 먹이에서 푸른색의 빌린(bilin)계 색소와 노란색의 카로티노이드계 색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푸른색과 노란색이 섞인 녹색을 띨 수 있다. 애벌레가 나뭇잎과 비슷한 녹색을 띠는 것은 천적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한 진화적 선택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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