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로 피운 알록달록 종이꽃 [제 714 호/2008-02-01]
 


“아, 이 사진이 여기 있었네!”
다음 주는 민족 명절인 설날. 미루고 미루다가 아내 김 씨의 등쌀에 못 이겨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정리하던 짠돌 씨.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사진 파일을 정리하던 중에 예전에 찍었던 사진 하나를 발견했다.

수줍게 피어난 진달래 뒤, 더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는 김 씨가 있었다. 아이 특유의 멍한 표정으로 어색한 브이를 만들고 있는 어린 막신도 엉거주춤 섰다. 무겁게 내려앉은 흐린 하늘에서는 간간히 휘날리는 눈발. 눈 오는 4월이지만 그래도 꽃은 핀다.
“이거 기억나? 왜 우리 성산동 월세집 살 때 찍은 거. 꽃구경 가자고, 기껏 날 잡았더니 그 날 눈 왔잖아.”
“어머 진짜 오랜만이다 이 사진. 자기가 디지털카메라 사고서 처음 찍은 사진 아냐. 이 날 진짜 추웠지. 갔다 와서는 막신이 감기 걸려서 된통 혼나고. 후후.”
“어 난 기억 잘 안 나는데. 나 그 때 아팠나?”

하드디스크 구석에 처박혀 가사 상태에 빠져있던 추억이 살아났다. 세 식구는 5년 전 사진 앞에서 옛 기억을 더듬었다. 그 때 계속 볼을 부풀리고 있던 막희가 불쑥 끼어들었다.
“나는 왜 없어? 왜 나만 빼놓고 놀아?”
“막희는 그 때 엄마 뱃속에 있었어. 이거 봐, 저기 꽃 뒤쪽에 엄마 배 부른 거 보이지?”
“거짓말! 저기 나 없잖아! 나 빼놓고 놀러간 거지? 너무해!!!”

자기만 따돌린다며 숫제 통곡을 하는 막희를 안아 든 짠돌 씨는 조심스레 목을 가다듬었다.
“크흠. 막희야 미안해. 아빠가 잘못했어. 막희가 원하는 게 뭐야?”
“나도 (훌쩍) 엄마 아빠 오빠랑 (훌쩍) 꽃이랑 (훌쩍) 사진 찍을래 (훌쩍) 지금 당장!”
“지금 진달래는 안 피는…. 아냐 아냐! 아빠가 진달래보다 더 예쁜 꽃을 만들어줄게. 그거 들고 사진찍자, 응?”

실험방법
1. 준비물 : 양배추 1/4쪽, 한지, 꽃 철사, 식초, 비눗물, 소다, 냄비, 가열기구, 스프레이, 면봉
2. 붉은 양배추를 잘게 잘라 냄비에 넣고 양배추가 담길 정도로 물을 붓는다.
3. 천천히 저으며 냄비 속 물이 자주색을 띨 때까지 약한 불로 서서히 가열한다.
4. 양배추 지시약이 식는 동안 한지를 이용해 꽃을 만든다.
① 10cm×10cm으로 자른 한지 4장을 겹쳐 그림과 같이 1cm 두께의 부채모양으로 접는다.
② 부채모양으로 접은 한지 중앙에 철사를 반으로 접어 꼬아 고정한다.
③ 양쪽의 잎 한 장씩을 번갈아 가면서 올린다.
5. 한지로 만든 4개의 꽃에 각각 식초, 소다, 비눗물, 수돗물을 면봉을 이용해 바른다.
6. 분무기에 양배추 지시약을 넣고 각각의 꽃에 뿌린다.
7. 용액의 산성도에 따라 달라진 한지 꽃의 색깔을 관찰한다.
(집에 있는 여러 과일이나 음료수로 실험을 해도 된다.)

“와~. 아빠, 이 꽃 어떻게 만든 거야?”
“이건 산성과 염기성의 마법이야. 수소원자가 물에 녹으면 전자를 잃어버리고 수소이온으로 변해. 수소이온이 많으면 산성, 적으면 염기성을 띠게 되지. pH라는 기호 본 적 있지? ‘패하’라고 읽는 이 기호는 수소이온이 얼마나 있냐를 의미해. 0부터 14까지 있는데, pH7이 중성, 7이하가 산성 7이상이 염기성이야.”

“산성이랑 염기성은 어떻게 구별하는 거야?”
“일반적으로 산성은 신맛이 나고 염기성은 쓴맛이 나. 또 염기성 물질은 미끈거리는 성질도 갖고 있어. 우리가 아까 넣은 식초나 레몬은 산성, 소다와 비눗물은 염기성이지. 그리고 토하거나 하면 입 안에 신맛이 남잖아? 이건 강한 산성을 띠고 있는 위액이 올라와서 그래. 음… 그리고, 비누나 세제는 염기성인데 샴푸는 약산성이야. 피부에는 약산성 물질이 좋다는 말도 있지.”

“양배추 역할은 뭐야? 왜 색이 변해?”
“용액이 산성인지 염기성인지 알아보기 위해 쓴 거야. 이런 물질을 ‘지시약’이라고 해. 실험실에서는 리트머스나 BTB용액, 메틸오렌지 용액, 페놀프탈레인 용액 같은 지시약을 주로 쓰지만 집에서 쉽게 구하기는 어렵잖아? 그래서 양배추를 이용한 거지.”
“양배추가 어떤 능력이 있길래?”
붉은 양배추 안에는 ‘안토시아닌’이라는 붉은 색소가 있어. 이 색소는 수소이온을 만나면 구조가 변하면서 색도 같이 변해. 수소이온의 양에 따라 색이 달라지기 때문에 지시약으로 쓸 수 있는 거지. 아까 봤듯이 산성 물질인 식초를 만나면 빨간색, 염기성 물질인 소다를 만나면 초록색을 띠어. 식초나 소다보다 산성, 염기성이 더 강한 물질을 넣으면 색이 또 달라지겠지?”
“양배추 말고도 지시약으로 쓸 수 있는 물질이 있어?”
“그럼~! 안토시아닌이 든 식물은 뭐든 지시약으로 쓸 수 있어. 그리고 요 안토시아닌은 여러 가지 식물에 참 많이 들어있는 색소거든. 이번엔 양배추를 썼지만, 여름에는 포도 껍질로 또 한 번 실험해 보자구.”

만든 꽃을 들고 사진을 찍는다, 이 사진을 꺼내서 보고 웃는다, 잘 된 사진을 골라 컴퓨터에 보관한다 하며 부산을 떨다보니 어느새 밤이다. 아이들을 재우고 하품을 하며 방으로 들어가는 짠돌 씨의 뒷목에 서늘한 시선이 내리꽂혔다.

“그나저나 여보~. 하드디스크 정리는 대체 언제 끝내실 건가요~?!”
“윽. 그…그게, 시간이 너무 늦었잖아. 나 내일 출근도 해야 하고….”
“어머나, 그럼 내가 할까? 응? 왜 그렇게 얼굴이 새파래져? 뭐 감추고 싶은 거라도 있어?”
“그런 거 없어, 없다구!”
하드디스크 한쪽 구석에서 짠돌 씨가 젊은 시절 치기에 넘쳐 썼던 습작 소설이 발각됐다. 구정 연휴, 둘러앉은 친척들은 짠돌 씨의 ‘이세계 탈출 판타지’와 ‘연상연하 로맨스’와 ‘SES 팬픽’을 돌려보며 박장대소했다. 윷놀이 벌칙으로 머리에 한지로 만든 꽃을 달고 자신의 팬픽을 낭독한 짠돌 씨는 짜고 진한 눈물을 삼켰다. 저놈의 하드디스크, 내년 설 전에는 꼭 밀어버리리. (글 : 과학향기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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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 타로 지음, 길지연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6년 5월
9,800원 → 8,820원(10%할인) / 마일리지 4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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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고미 타로 지음, 길지연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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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고미 타로 지음, 길지연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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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누나 시집 가던 날- 혼례 유물
김해원 지음, 박지훈 그림, 남상민 감수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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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8-02-02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니와 클로버...작년 생일에 10권을 모두 선물로 받았답니다. 저 책 보면서 울었다죠...^^;

마노아 2008-02-02 14:37   좋아요 0 | URL
저도 울컥할 때가 많았어요. 오늘 9권 볼 차례예요. 아프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에요^^
 



시의 숲 제1431호 2008년 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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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향기 2008-02-01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좋은 생각>을 친구에게서 받았는데 왜 저 시를 못 봤을까요? 책을 듬성듬성 읽었나보다...^^;;

마노아 2008-02-01 15:30   좋아요 0 | URL
하핫, 그러셨군요^^;;; '벌써'라는 말에 뜨끔했어요. 2월을 열심히 살자는 의미로 올려보았지요^^

산사춘 2008-02-01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대문사진! 말씀 그대로 '마노아'스런 느낌이야요.
'벌써' 2월 실감나네요. 짧은 2월, 기분좋게 보내서요.

마노아 2008-02-01 20:29   좋아요 0 | URL
아하핫, 마노아스럽나요? ^^
금년 2월은 29일까지 있어서 평소보다 짧다는 생각이 좀 덜해요. 그래도 어딘가 아쉽긴 해요. 이제 1일인데도 말이지요. 우리 멋지게 2월도 보내요^^
 
조선 블로그 - 역사와의 새로운 접속 21세기에 조선을 블로깅하다
문명식 외 지음, 노대환 감수 / 생각과느낌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제목을 본 순간, 너무 참신해서 오히려 '상업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상업적이라는 게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내 선입견으로는 이 책의 '깊이'에 큰 신뢰를 담아내지 못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이건 정말 생각도 못한 별천지가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  서문에서 '불로구', '갑회'라는 단어를 보면서도 이 시대에 오늘날의 블로그와 카페와 비슷한 단어들이 있었네...라며 순진하게 넘어갔던 나는, 이게 모두 '픽션'이라는 것을 안 순간, 오히려 제대로 속았다는 생각에 뜻모를 희열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 거창한 서두는 웬 말인가?  다 이유가 있다.  이 책, 너무 즐겁다!

'편집'과 '기획'의 힘이 이렇게 셀 줄 몰랐다. 태조, 정도전, 태종, 세종, 조광조, 이순신, 광해군, 김육의 블로그가 조선사의 큰 축을 이루었고, 그 사이사이 양념처럼 양반 블로그, 농민 블로그, 상인 블로그가 끼어들어가 조선의 신분제도를 비롯, 그들의 생활상을 조명해 주었고, 또 그 사이사이 의병 카페, 실학 카페, 풍속화 카페가 들어가 있으면서 주제사와 미시사를 넘나들며 문화사도 같이 정리를 해주었다.

'블로그'와 '카페'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니, 우리가 날마다 접하는 바로 그 '소통'의 형식을 그대로 빌려온 것인데, 평소 무심코 보게 되는 그 프레임이 조선사를 뒤집어 쓰고 있으니 너무 재미난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블로거 중에서 가장 이웃 블로거가 많은 사람은 이순신도 아니고 세종도 아니고 바로 태조 이성계다. 무려 이웃 블로거가 583명이나 된다.  당시 '영웅'으로 급부상했던 그의 인기도 실감이 날 뿐아니라 한 나라를 세운 개국의 인물이라는 각성이 팍 드는 순간이다.  블로거의 주인장들은 자신의 카테고리에 맞게 글을 쓰는데 태조 이성계의 카테고리는 이렇다.

-우국충정
-개국 통신
-국가와 가족
-선조들 이야기
-최신 명 풍속

이들 카테고리 중에는 공지사항도 있고 이웃 공개 글도 있고, 자물쇠 채워진 비밀 글도 있다. 그리고 당연히 '댓글'도 등장한다.  댓글을 쓰는 사람들의 닉네임도 역사적 인물들의 성격을 반영하는 이름들인데, 이방원의 필명은 '하여가'이다. 이들은 댓글로 정책을 가지고 논쟁을 펼치다가 악플러가 등장하기도 하고 심지어 '저주' 댓글도 등장한다. '이 글을 본 사람은 모두 저주에서 풀려나게 됩니다. 대신 '목자위왕' 네 글자를 다른 곳에 두 번 올려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행운의 편지가 등장하는 것!  이런 형식들이 너무 파격적이어서 역사서로서의 순기능을 방해하지 않을까 고민이 될 것 같은데, 그 수위를 묘하게 잘 조절한다.  한마디로 기본 역사서에 충실하지만 표현은 '쉽게', '재밌게' 가자가 이 책의 주장이다. 실록의 내용이라고 해서 모두 믿을 수 있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새겨진 '정치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그럴 때면 어김 없이 댓글이 등장하면서 '속내'는 그게 아니지 않냐며 공방이 벌어진다.



또 [펌글]이 등장하면서 신문의 사설 형식을 빌린 논조가 등장하고, 한참 유행했던 패러디 그림이 기막힌 타이밍에 등장하기도 한다.  '조삼모사'가 대표적이다.

대쪽의 길을 걸은 김육 대감의 블로그에서는 그가 왜 대동법에 목숨을 걸었는지 역사적 상황과 현실적 이유가 설득력 있게 제공된다.  실학 카페에서는 중농학파와 중상학파의 주장이 어떻게 다른 지가 역시 댓글 공방을 통해서 쉽게 설명되어져 있고, 이 댓글이라는 것은 백년 뒤의 댓글도 같이 실리면서 정책이 어떻게 변화되어 있는 지도 알아볼 수 있게 하였다.

풍속화 카페에서도 김홍도, 신윤복, 김득신, 윤두서, 조영석, 신사임당 등을 두리 비교해서 볼 수 있었는데, 여기에는 '빠'와 '까'가 등장하면서 이들 빠의 성향까지 분석하는 재미를 보여준다.  한참 유행했던 '~~~하는 법!'이런 타이틀의 신간 소개하는 패러디도 압권이었으며 표지는 신윤복 그림의 주인공이 노트북을 보면서 컴퓨터 쓰는 장면이 나오니 그야말로 재치와 유머 감각이 하늘을 찌른다.



책을 보면서 청소년들이 보면 즐겁고 재밌는 교육이 될 것 같아서 막 중학생이 되는 친구에게 선물을 주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보니 소장욕심이 생기는 거다.  그래서 보던 책은 내가 계속 갖고, 친구에게는 주문을 넣어버렸다.  좋은 책은 두루두루 함께 읽으면 이 아니 기쁜 일이겠는가!

그러나 옥의 티가 있으니, 연도 틀린 것이 두건 정도 있었고 오타도 두건 정도 있었다. 처음에 선물 줄 생각에 책에 표시를 안 해 둔 게 살짝 후회가 된다. 다시 보긴 좀 엄두가 안 나고...;;;;; 2쇄에서는 꼼꼼히 살펴서 오타가 수정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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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2-01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무 가벼울 것 같아 손이 안가던데 내용이 괜찮다구요. 아이들 보기에도 괜찮다면 한번 봐야겟네요. ^^ 자료로는 쓸만할까요?

마노아 2008-02-01 02:00   좋아요 0 | URL
가벼운데 재밌어요. 전공자가 보기엔 솔직히 너무 쉽구요. 그래도 애들 보기에는 좋을 것 같아요. 전 무척 즐거웠어요^^ 도서관에 신청해 두면 좋을 것 같아요~

turnleft 2008-02-01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좋아요 좋아. 머리 식히면서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이 책 찜!!

마노아 2008-02-01 02:59   좋아요 0 | URL
가볍고, 즐겁게, 유익하게! 박자가 잘 맞는 책이었어요^^

하늘바람 2008-02-01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기획이 재미나네요

마노아 2008-02-01 10:40   좋아요 0 | URL
아이디어가 반짝였어요^^

라주미힌 2008-02-01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보고 이 책인줄 알았습니다 ㅋ ㅋ

마노아 2008-02-01 11:43   좋아요 0 | URL
저도 라주미힌님 이 책 리뷰 썼을 때 제목 보고 바로 알아봤어요^^ㅎㅎㅎ

순오기 2008-02-02 0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주, 민경이는 재미있다고 바로 읽었어요. 성주는 한강 7권째 읽느라 아직... 엄마도.^^
민경이가 컴에 독후감을 남겼는데, 날이 밝으면 올려야겠어요. ^^

마노아 2008-02-02 10:22   좋아요 0 | URL
어휴, 빠르기도 하여라. 역시 독서 매니아들이에요^^
 

보통 한달에 영화를 한 편 내지 두 편 보는 편이었는데 이번 달엔 어쩌다 보니 극장에서 영화를 많이 본 편이다.

첫 스타트를 끊은 것은 '칸딘스키와 러시아 거장전' 보러 갔다가 얼결에 보게 된 '내셔널 트레져2'

1편은 꽤 재밌게 본 편이었는데 2편은 많이 엉성했다.  뚜렷한 설명 없이, 인과 관계 없이 거저 사건이 해결되어버리고,

여태 악당이었던 사람이 갑자기 명예롭고 착한 인간이 되어 희생을 하질 않나.... 그 와중에도 3탄이 나올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마련해 주고 끝났다. 것 참..ㅡ.ㅡ;;;;; 니콜라스 케이지 아저씨, 이제 이런 영화는 좀 자제를...;;;

두번째 영화는 '타인의 삶'

얼마나 가슴을 부여잡고 보았는지 모르겠다. 하이퍼텍 나다 극장을 급 선호하게 되었으며, 평생동안 본 영화 중에서 단연코 넘버 원으로 꼽을 수 있는 영화였다.  그러고 보니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독일 영화들이 참 좋았던 기억이 난다. 밴디트도, 신과 함께 가라도 참 좋았었는데... 타인의 삶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분이 이미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더 뜨거운 인상을 남겼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__)

방학을 하고 나니까 평일에도 참석하게 되는 예배가 많아서 땡땡이 치느라 급하게 고른 세번째 영화'무방비 도시'

김명민과 손예진의 결합이니 제대로 한 건 볼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가장 실망이 컸던 영화.  이건 액션으로 치닫다가 급 신파로 마무리. 김명민과 손예진의 연기가 나쁘진 않았지만 최고는 아니었고, 연기력의 문제보단 시나리오의 문제가 더 중요했음을 새삼 깨달았다. 김해숙씨가 나오면 꼭 신파가 되고 마는 전례를 이어갔다.  해바라기에 이어 짜증내며 극장에서 나옴..;;;;

그리고 여러 호평 속에서 본 네번째 영화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기대가 커서 생각만큼의 감동은 받기 힘들었다.  갑자기 착해진 엄태웅도 아쉬웠고, 뭔가 '준비된' 감동이란 생각이 들어서 영화의 자연스러운 진행을 방해하는 기분이었다. 별 네개짜리 영화에서 별 셋 반 정도의 평점을 줄만했다.  그래도 김지영의 호연이 인상깊었다.

그리고 다섯 번째는 지난 주말에 본 '스위니 토드'

뮤지컬로 이미 보았지만 당시 너무 강행군 스케줄에 내내 졸면서 본 아쉬움을 덜어내고자 선택했다.  게다가 완소 조니 뎁이 주연이니까(>_<)

그런데.... 잘못 골랐다.  이렇게 피 철철 넘치는 영화인 줄 알았다면 절대로 보지 않았을 것을...ㅜ.ㅜ

제목부터가 '잔혹'이었는데 왜 미처 생각지 못했을까.  더군다나 팀버튼과의 조합이라면 짐작했어야 했는데 말이다.

영화의 완성도와 별개로 참아주기 힘들었다.  같이 본 친구도 이런 영화 못 보는 유형이라서 욕 잔뜩 먹고 나옴...ㅜ.ㅜ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늘 보고 온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느낌의 영화였다.  좀 많이 슬펐고, 애틋했달까.

황정민의 연기야 나무랄 데 없었지만, 전지현은 많이 아쉬웠다.  CF에서의 그녀의 화려한 모습이 계속 잔영에 남은 탓으로 털털하고 소박한 스타일의 캐릭터가 들어맞지가 않는 것이다. 노 메이크업이라고 강조했지만, 그래 보이진 않았고, 여전히 이쁘기만 하더라.  그녀의 연기도 성에 안 찼고.

전혀 예상 못했던 광주 이야기를 영화 속에서 보았고, 너무 노골적이긴 하지만 그 뚜렷한 메시지가 아릿한 느낌이었다.

코믹한 요소가 있긴 하지만 말아톤 때처럼 진지한 휴먼 드라마라고 보는 게 더 맞을 듯!

한 번은 선물받은 문화상품권으로, 한번은 전액 마일리지로, 한번은 언니 친구가 극장 직원이라서 공짜로, 나머지는 알라딘에서 받은 할인권으로 싸게 표를 구입했다. 더불어 친절하신 알라딘 지기님들 덕분에 할인권도 더 얻어서 보고... ^^

월요일에는 '명장'을 예매해 두었는데 영화가 어떨지... 스케일이 큰 영화는 극장에서 보자 주의인데 스케일만 크고 내용은 별로일까 봐 살짝 걱정된다. 그래도 역사극이라고 생각하고 봐야징...

1월이 끝났다. 아, 2월이다. 열심히 살자.(뜬금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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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따삐야 2008-02-01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밴디트를 보셨군요? 마노아님. 전 그 영화를 학부 시절에 친구들과 잔디밭에 모여 보았답니다. 영화 동아리에서 야외에 스크린을 설치해 보여줬었거든요. 영화도 재밌었지만 OST가 너무 좋아서 바로 테입 구입해서 듣고 또 듣고 했던 생각나요.^^

마노아 2008-02-01 01:16   좋아요 0 | URL
음악이 너무 신나고 강렬했어요. 가만, 헤드윅도 독일 영화였던가????
암튼, 밴디트 음악 참 좋았는데 뮤지컬도 나와서 기뻤어요. 비록 보진 못했지만요...ㅜ.ㅜ
영화 음악이 뮤지컬에도 모두 나오는 듯해요6^^

바람돌이 2008-02-01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달에는 영화를 꽤 본것 같은데 겹치는건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밖에 없네요. ㅎㅎ 스위니토드는 보고싶은데 영 시간이 안납니다. ㅠ.ㅠ

마노아 2008-02-01 01:58   좋아요 0 | URL
헤헷, 방학의 힘이죠^^ 스위니 토드 보고서 밥 먹기 너무 힘들었어요..ㅜ.ㅜ

순오기 2008-02-01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방학에는 오전에 학교 가니까 영화는 '미스트'하나 봤군요. 아니, 어쩌면 알라딘 놀이터 때문일지도...ㅎㅎ
오늘부터 2월이네요. 벌써~~~~~~ 우생순이랑 스위니 토드는 보려고 하는뎅!^^
참 알라딘 영화할인권, 나는 한번도 안 쓰는데 님한테 주려면 어떻게 하면 되죠?
나는 지역영화관 이용하니까 필요가 없어서 지금까지 한번도 안 썼어요.ㅠㅠ

마노아 2008-02-01 10:43   좋아요 0 | URL
그곳은 개학했나요? 여긴 초등학교는 좀 더 일찍 개학했어요.
순식간에 2008년도도 한 달이 지나버렸어요. 2008이라는 숫자도 어느덧 익숙해진 듯하구요.
헤엣, 알라딘 쿠폰 주시면 제가 영화 즐겁게 보고 올게요~
나의 계정에 들어가면 영화예매할인권 인증번호 받기가 있어요. 클릭하면 인증번호가 세자리 뜨거든요.
그 번호 알려주시면 맥스무비 가서 할인쿠폰 등록이 가능해요^^

비로그인 2008-02-01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순례 감독은 <와이키키 브라더스> 만들 적이 더 나았던 거 같아요. 갑자기 넘 화려해진 느낌이랄까. 마노아 님 댓글 봤을 때 왠지 좀 실망할 것 같았는데...^^ 전 '타인의 삶'을 아직까지 못 봤어요. 담에 볼 기회가 있으면 꼭 봐야겠어요.

마노아 2008-02-01 21:06   좋아요 0 | URL
저두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훨씬 느낌이 좋았어요. 우생순은 뭔가 남의 옷 빌려 입어서 좀 어색한 느낌이랄까요. 착착 달라붙는 느낌이 부족했어요. 타인의 삶은 나중에 DVD 소장할까봐요. 대를 물려(?) 같이 보고 싶은 영화였어요^^

LAYLA 2008-02-01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생순보고나서 저도 가끔씩 킥킥거리곤 했어요 행주를 핸드볼공처럼 집어던지던 김지영 모습이 떠올라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그거랑 선수촌 식당 서열정리하는거랑 ^,^ ㅋㅋ

마노아 2008-02-01 21:06   좋아요 0 | URL
밥그릇 집어던지다가 손님 테이블 위에 떨어뜨리고^^ㅎㅎㅎ
선수촌 식당 씬도 아주 재밌었어요. 한약 때문에 약물검사 양성 반응 나왔을 때도 무쟝 웃겼죠^^ㅋㅋ

프레이야 2008-02-01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퍼맨... 에 그런 내용을 담았군요.
스위니..는 마노아 님처럼 마음 고운 분이 보시기엔 너무 잔혹해요.^^

마노아 2008-02-01 23:17   좋아요 0 | URL
스위니를 보기엔 제 담력이 너무 약했어요. 케헥....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