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장 눈으로 눈싸움 못하는 이유? [제 717 호/2008-02-08]
 


스키 시즌이다. 예전에는 주로 눈이 많이 오는 강원도에 스키장이 있었지만 요즘은 지역에 상관없이 스키장이 있다. 지난해 말 부천에 276m의 메인 슬로프를 가진 실내스키장이 개장했고, 심지어 사막지역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도 450m의 메인 슬로프를 가진 실내스키장이 있다. 눈 내리지 않는 지역에도 스키장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한 주인공은 바로 인공설(人工雪)이다.

인공설은 제설기로 만들어진다. 2006년 2월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 때도 예측할 수 없는 알프스의 날씨 탓에 제설기를 10대나 동원했다. 일명 ‘눈 쏘는 대포’로 불리는 제설기는 눈을 쏘는 게 아니라 5마이크로미터(μm, 100만분의 1m) 이하의 작은 물방울을 분사한다.

공기 중으로 분사된 물방울은 제설기 내부에 비해 줄어든 압력으로 차가워지고 팽창을 하면서 결정핵을 만든다. 여기에 물방울들이 달라붙으면 순식간에 얼면서 인공설이 탄생한다. 이때 공기 중의 습도는 60%보다 낮아야 하고, 기온도 영하 2~3℃ 이하여야 한다. 만약 공기 중 습도가 높으면 물방울이 열을 잘 빼앗기지 못해 분사된 물방울이 그대로 떨어질 수 있다. 국내 스키장에서 쓰는 제설기는 보통 한 시간에 8톤의 물을 눈으로 바꿀 수 있다.

하지만 기온이나 습도를 맞춰야 하는 까다로움 때문에 제설기 대신 제빙기를 사용하는 곳도 있다. 제빙기는 이미 만들어진 얼음을 갈아서 뿌리기 때문에 기온, 습도 등의 환경에 상관없이 눈을 만들 수 있다. 최악의 경우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도 스키장이 운영될 수 있는 이유다. 대신 제빙기 한 대는 4억원으로 제설기보다 4배나 비싸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공설은 자연설에 비해 습도가 매우 낮다. 자연설은 습도가 높아 잘 뭉쳐지지만, 인공설은 잘 뭉쳐지지 않는다. 이는 마치 물 없는 밀가루는 뭉치기 힘들지만 물을 타면 쉽게 뭉쳐지는 원리와 같다. 스키장에서 눈싸움을 하기 위해 눈을 뭉쳐본 사람은 잘 뭉쳐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것이다.

스키장에는 수분이 적어 잘 뭉쳐지지 않는 인공설이 좋다. 자연설은 기온이 올라가거나 여러 사람이 스키를 타면 마찰열을 받아 쉽게 물로 바뀐다. 스키장은 질척거리게 돼 넘어지기라도 하면 온 몸이 축축하게 젖는다. 스키를 타는 박진감도 반감된다. 물은 얼음에 비해 점성이 높아 스키의 속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또 인공설은 자연설에 비해 마찰력이 큰 장점이 있다. ‘미끄러져야 하는’ 스키에 마찰력이 큰 것이 왜 장점이 되나 싶겠지만 스키나 보드가 잘 미끄러지려면 역설적으로 반드시 마찰력이 필요하다. 스키면과 지면 사이에 발생한 마찰력이 열을 일으키고, 이 열로 순간적으로 눈이 녹으면서 스키가 미끄러진다. 스키와 보드를 타려면 마찰력이 필수인 셈이다.

그럼 왜 인공설이 자연설보다 마찰력이 더 큰 것일까. 비밀은 눈의 형성 속도에 달려있다. 자연설은 작은 얼음 알갱이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동안 물방울이 천천히 달라붙어 생겼지만 인공설은 물이 순식간에 얼면서 생긴 것이다. 자연설은 온도나 습도의 변화에 따라 비늘잎에서 나뭇가지, 별 모양까지 다양한 결정 모양을 갖지만 인공설은 빈틈이 없는 얼음알갱이에 가깝다. 따라서 자연설은 결정이 쉽게 부서지고 결정과 결정 사이의 공간이 넉넉하지만 인공설은 방패 모양으로 결정이 뾰족하고 단단해 마찰력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스키어 가운데는 인공설보다 자연설을 좋아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인공설에 비해 슬로프 면이 부드럽고 방향을 바꿀 때 ‘눈이 흩날리는 맛’이 있다는 이유다. 또 결정 모양 때문에 인공설은 밟을 때 부드럽지 않고 ‘뽀드득’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스키 타는 맛’에는 물리적인 측면뿐 아니라 심리적인 측면도 강하게 작용하기 마련이다.

최근 과학자들은 전 세계 스키 리조트들이 과거보다 빈번하게 인공설을 만드는 것에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인공설 제조에 과도한 물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산악 지대를 건조하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프랑스는 겨울철 일부 계곡에서 이전보다 70%나 적은 물이 흐르고 있다고 한다. 제빙기로 만든 인공눈이 스키어들에게 ‘행복한 겨울’을 만들어주지만 반드시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글 :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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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08-02-11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보기에도 자연설 결정이 더 아름답기도 하구요~ ^^

마노아 2008-02-11 22:28   좋아요 0 | URL
물은 알고 있다... 이 책에서 보니까 물의 결정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자연설의 결정도 그렇게 보일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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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
단종


뚜껑 열기 귀찮은 것 빼고는 다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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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2-09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은 정말 알라딘에서 상줘야해요 ^_^

마노아 2008-02-09 14:55   좋아요 0 | URL
구매자평 쓰라고 메일이 왔길래 온 김에 썼어요^^ㅎㅎㅎ

웽스북스 2008-02-09 20:52   좋아요 0 | URL
ㅋㅋ 저는 그 메일 맨날 무시하는데 ㅎㅎㅎ

마노아 2008-02-09 22:07   좋아요 0 | URL
알라딘을 정말 사랑하나봐요. 필요없어도 다 읽어본다는...ㅜ.ㅜ

bookJourney 2008-02-09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뚜껑 열기 귀찮다'에 절대 공감입니다. ㅋㅋ

마노아 2008-02-09 17:33   좋아요 0 | URL
아하핫, 써본 사람은 아는 그 귀차니즘^^

순오기 2008-02-11 0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난, 구매자 40자평 절대 안써요.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단 하나도 안 쓸거에요.^^ 내가 오기잖아요!
그리고 난, 알라딘에서 책 밖에 안 사거든요.^^

마노아 2008-02-11 07:33   좋아요 0 | URL
구매자 40자평은 귀차니즘을 위한 제도인 듯해요^^ㅎㅎㅎ 전 책이 아닌 것도 알라딘에서 더러 사곤 했네요. 화장품, 음반, 그밖에 소품^^
 
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세요? 인성교육시리즈 가족 사랑 이야기 3
샘 맥브래트니 글, A.제람 그림, 김서정 옮김 / 베틀북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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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토끼가 아빠 토끼에게 자신이 아빠를 얼마만큼 사랑하는지를 온 몸으로 표현하는 예쁜 책이다.

아빠 역시 온 몸으로 자신이 아기 토끼를 얼마만큼 사랑하는 지를 보여준다.
아기 토끼가 두 팔 벌린 것보다 아빠 토끼가 벌린 두 팔이 훨씬 크고,
아기 토끼자 자신의 키만큼 사랑한다고 했을 때 아빠는 더 큰 키를 자랑하며 자신의 사랑을 내보인다.

이번엔 깡총깡총 뛰면서 아빠를 많이 사랑한다고 강조하는 예쁜 아기 토끼.
아빠가 뛸 때는 나뭇가지에 닿을 만큼 높이 뛰신다.
어릴 적 즐겨 부러던 어린이 찬양에서 그런 가사가 있었다.
"하늘, 그보다 높고,
바다, 그보다 깊고,
우주, 그보다 넓은,
오, 크신 사랑!"
이때의 가사는 물론 God에 대한 것이었지만, 부모님의 사랑도 그에 비견할 수 있을 듯하다.
하늘처럼 높고, 바다처럼 깊고, 우주처럼 넓은...
자식이 아무리 높고 깊고 넓게 사랑한다고 하여도 부모의 사랑과 어찌 견줄까.

고민 끝에 저기 달까지의 거리만큼 사랑한다고 말한 아기 토끼.
그러나 그 달에 갔다가 돌아오는 거리만큼 사랑한다고 대답한 아빠 토끼.
아빠의 품에서 고이 잠든 아기 토끼의 모습이 예쁘고 사랑스럽다.
아빠가 읽어준다면 더 큰 감동이 밀려오는 책일 것이다.
직접 깡총깡총 뛰기도 하고 물구나무까지 선다면 더 멋져 보일 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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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2-08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사랑스런 책이죠? ㅎㅎ
설 명절 잘 지내셨는지...복돈은 받으셨어요?
그 복돈을 다음 설까지 지갑에 보존하고 있으면 좋은 일이 생깁니다!! ^^

마노아 2008-02-08 11:44   좋아요 0 | URL
책이 너무 예뻐요. 글도 그림도 마음도요^^
조카에게 세뱃돈만 주었는데 복돈을 잊었군요! 아무도 안 주고 안 받은 복돈... 크흑...아쉬워요(>_<)

bookJourney 2008-02-08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책이에요~
어제는 아이 아빠한테 이 책을 읽어주라고 하려고 했는데 ... 어디로 갔는지 책이 안 보이더군요 ㅠ.ㅠ

마노아 2008-02-08 13:55   좋아요 0 | URL
이 책, 계절별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시리즈도 있던데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요.
책이 좋으니 작가의 다른 책들도 찾아봐야겠어요. 역시 많은 분들이 추천하는 책은 다 이유가 있다니까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1 - 광해군일기 - 경험의 함정에 빠진 군주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1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광해군을 떠올리면 정조와 마찬가지로 늘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앞장 선다.  그들의 치세가 좀 더 오래 갈 수 있었더라면, 혹은 그들이 다른 신하들과 일을 할 수 있었더라면... 하는 역사에 있어서 늘 의미 없어지는 IF가 따라오곤 한다.  그들의 다음 대에 왕이 된 사람들의 면면을 떠올리면 그 안타까움은 더 짙어진다. 그러나 어쩌랴.  그게 그들의 운명이었고 조선의 숙명이었으니...

광해군은 16년 동안 울분의 세자 시절을 보낸 만큼 '준비된' 임금이었다.  온 나라 곳곳을 그의 두 발로 안 다녀본 곳이 없고, 전쟁을 겪으면서 피폐해진 백성의 삶을 알았으며, 쓸모 없는 명분보다 현실적인 실리를 더 추구했었던 인물이다.  실제로 대동법을 실시하고 허준으로 하여금 동의보감을 짓게 하고, 무엇보다도 후금과 명나라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 해서 조선의 안녕을 지킨 것은 그가 아니면 해내기 힘든 과업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따라오는 법.  그는 출발부터가 불안한 왕이었고, 그 불안정은 아버지 선조카 한껏 키워놓은 참이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누가 번다고... 아비 선조는 임금 체면도 지키지 못한 채 백성과 나라를 버리고 제 한 몸 살리기 바빴으나 광해군은 목숨을 걸고 분조를 이끌며 전쟁의 위기 속에서 조정의 건재함을 보여주었다. (비교체험 극과 극!) 자신과는 너무도 반대되었던 아들의 업적.  권력은 부자 사이에도 나누지 못한다고 했던가.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선조는 아들을 자신의 정적처럼 여기게 된다.  숱한 양위 소동으로 진을 다 빼놓고, 명나라가 조선을 향해 점점 더 강한 입김을 내뿜는 것을 막지는 못할 망정 그것을 이용하여 아들 가슴에 못 박기를 서슴지 않는다.



영창대군이 태어나고 광해군의 입지가 얼마나 난처해졌을 지는 상상이 간다.  하다 못해 선조가 조금만 더 현명했더라면 죽으면서 only 영창대군을 부탁한다고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노인네는 죽으면서까지 화근을 남겨두었다!  미련하기로는 인목대비도 마찬가지였다.  임금보다 9살이나 어린 새 엄마.  재산을 부정축재하는 데에 올인할 것이 아니라 영창대군이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도록 몸을 낮췄어야 했다. 광해군이 어린 이복 동생을 죽인 것을 잘했다고 할 수는 없으나, 역사 속에서 왕권을 구축해 가는 가운데 그같은 일은 비일비재했다.  특별히 광해군만 욕먹을 사건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컴플렉스를 안고 있었던 광해군은, 왕권에 위협이 될만한 요소는 철저히 쓸어버리기를 원했다.  그리고 간교한 신하들은 왕의 그 심리를 제대로 이용해 먹었다.  광해군의 치세 동안 있었던 숱한 옥사들.  '역모'의 '역'자만 들려도, '모반'의 모자만 들려도 광해군은 바로 추국에 들어갔다.  왕은 의심이 많았고 소심했으며 사특한 이이첨을 너무 신뢰했다. 

저자의 허균에 대한 표현도 인상적이었다.  허균이 역모죄로 능지처참 된 것은 사실이지만, 흔히 허균을 이상론자로 묘사하면서 그의 역모는 남다르다고 평가해 왔다.  전부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그의 역모 사건은 기존의 사건들과는 확실히 달랐으며, 마지막 진술도 받지 않고 서둘러 형을 집행하게 한 것은 그에게도 어떤 억울함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렇지만 소설에서 등장하는 것처럼 이이첨과 손잡고서 갖은 추태를 부린 것까지 미화시키지는 않는다.  기존의 사서와 구분되는 점들이 바로 이런 것들이다.  있는 그대로 표현해 주되 의문부호는 남겨두기.  이를테면 허준의 시침 거부 사건이 그랬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명의 허준은 선조가 죽을 당시 시침을 놓지 못한다고 해서 다른 이가 대신 침을 놓는 장면이 나온다.  세상에 그 허준이?  허준의 말년을 보여준 것도 미화된 드라마와는 비교된다.  그의 업적을 폄하시키는 것이 아니라 지나친 과장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광해군에 대해서 가장 아쉬움으로 남는 장면은 무리한 궁궐 공사이다.  설령 그가 '재조지은'을 배신했다는 명분으로, 또 '폐모살제'의 명분으로 쫓겨났다고 하더라도, 백성들에게 진정 훌륭한 군주였다고 한다면 역사는 그를 좀 더 후하게 평가했을 것인데, 임진왜란과 후금과의 전쟁 등으로 백성의 편에서 생각했던 광해군은 미신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무리한 토목공사를 일으켰고 백성들의 원망을 사고 말았다.  혹은 궁궐을 짓더라도 초기에 지었던 창덕궁, 창경궁, 경운궁까지만 손을 댔더라면 나라의 위상을 세웠다.... 정도로 이해했을 터인데, 역시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했던 것이다.

이이첨을 위시한 대북파를 너무 일으켜 세운 나머지 왕권마저도 위협된다고 여긴 광해군.  그리하여 그 동안 외면했던 서인과 남인을 등용하기 시작하지만, 이미 그들은 그의 신하들이 아니었음을, 불행하게도 임금은 알지 못했다.  그리하여 역모 고변이 들려왔을 때에도 한 귀로 흘려버리고, 결국 그 대가로 폐위되어 쫓겨나는 불운을 겪고 만다.  초기에 '역'자만 들려도 마구 오버하던 그때와 어쩌면 이다지도 다를까. 

오이디푸스 왕을 떠올리면, 항상 신탁에 대한 반감이 생긴다.  그때 그 아버지가 신탁을 믿지 않았더라면, 혹은 신탁을 받지 않았더라면 그들 모두의 운명은 달라졌을 터인데... 하는 마음.

광해군이 미신에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소신을 지켰더라면 하는 아쉬움.  아버지 선조가 물려준 악업의 힘이 크긴 하지만, 그것을 극복해내지 못한 광해군에게도 슬픈 실망이 깃든다.  그를 그토록 몰아친 시대의 힘도 야속하고......

연산과 마찬가지로 폐주로 몰려 슬프게 생을 마감한 광해군.  그러나 그 뒤를 이은 인조가 감히 '仁'자를 붙일 수 없는 진짜 패륜 임금이었다는 것이 죽은 그에게 혹여나 위안이 될 것인가.  그러나 어쩌랴.  그 모두는 조선의 손해고 불행인 것을.

다음 편 인조실록은 꽤나 속이 거북해져서 보게 될 듯하다.  조선의 여러 임금 중 내가 가장 싫어하는 임금이기 때문.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그 이야기는 기다리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처럼 승정원 일기도 이렇게 쉽고 재미나고 유익한 책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보다 훨씬 광대한 작업이 될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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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2-07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더 간절해지네요~
저희 아이에게는 좀 이른 것 같아 천천히 구입하려고 했는데, 제 욕심에 조만간 질러버릴 것 같은 예감이 ... ^^;

마노아 2008-02-07 19:00   좋아요 0 | URL
제 기억에 어린이용 조선왕조실록이 따로 나와 있을 거예요. 박시백씨 작품으로요~
찾아보니 만화 조선왕조실록이 있는데 알라딘은 품절이네요. 다른 곳은 있을 지 모르겠어요^^;;;

순오기 2008-02-08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권 구입했는데, 아직 민경이도 안 봤어요. 나는 님의 리뷰로 귀동냥이나 하고 있고요! ^^
곧 날 잡아서 봐야 할 일인데~~ 2월에도 힘들 듯해요!

마노아 2008-02-08 11:45   좋아요 0 | URL
인명사전 받으려고 가격 맞춰 주문했는데 인명사전은 심심해서 패스했어요. 나중에 심심할 때 보려구요.
뭐 봐야 할 책은 아직도 구만리지만 그냥 천천히 보려고 해요^^

스카이 2009-05-07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기억 나시려나 몰라요? 진짜 오랜만입니다..우연히 지난해 한권 구입했어요.. 아이가 역사 만화는 도통 읽으려 하지 않아서요..초등 5학년 말에 의하면 도통 재미가 없다나요..1년을 책꽂이에 꽂아 뒀더니 약 열흘전 쭉 읽더라구요..너무 잼있다고 시리즈로 사달라는데 생각 하고 있습니다 구매를요..휴 휴 한숨 나오네요..이번에 학교 도서 바자회때 강추 하렵니다..님의리뷰 도움 많았습니다.. 하지만 시리즈 다살려면 님의 책임 있어요 ..아참 이번 역시 4급봅니다.23일날요..

마노아 2013-07-27 16:04   좋아요 0 | URL
세상에, 몇 년이나 지나서 댓글을 보았네요. 죄송합니다. 그때 우리를 열광시켰던 조조록이 드디어 완성되었네요. 더 가열한 추천을 해보자구요.^^
 



 
짜증나는 교통체증, 왜 생길까? [제 716 호/2008-02-06]
 


우리 민족의 양대 명절 중 하나인 설날이다. 고향에서 반가운 얼굴을 볼 생각에 기쁘지만 꽉 막힌 고속도로를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비단 명절만이 아니다. 운전하다보면 꽉 막혀 거북이걸음으로 가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정체가 풀리는 경험을 자주 하게 된다. ‘도대체 저 구간이 왜 정체였지’라는 의문이 생기지만 답은 찾을 길이 없다. 과학자들은 정체의 근본 원인을 밝히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여러 연구를 하고 있다.

먼저 거시적인 방법부터 보자. 통계 물리학자들은 교통을 복잡계에 속하는 요소들의 흐름으로 보고 그 성질을 파악해 대책을 제시하려 시도한다. 통계 물리학이란 현대 물리학이 종래의 물리 문제 해결법, 즉 간단한 방정식 등을 이용해 답을 구할 수 없는 문제를 위해 도입한 것이다. 간단히 말한다면 고려해야 할 요소가 너무 많은 경우 하나의 해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해가 보이는 패턴을 찾아내는 방법이다.

통계 물리학이 적용되는 ‘계’는 보통 변수가 많고 자유도가 높아 복잡계라고도 부른다. 복잡계를 분명히 정의하기는 쉽지 않지만 교통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주요 특성이 있다. ‘창발’(創發·emergence)이라고 불리는 특성이다. 예를 들어 흰개미는 한 마리는 집을 지을만한 지능이 없다. 그러나 무수히 많은 흰개미 집단은 상호작용을 통해 거대한 집을 짓는다. 이같이 구성요소에서는 없던 특성이나 행동이 전체구조에서 자발적으로 갑자기 나타나는 현상을 창발이라고 한다.

교통사고나 진입로의 병목현상이 없어도 정체는 발생한다. 이는 구성요소인 개개 차량의 움직임 때문이다. 한 운전자가 급정거를 하거나 무리하게 차선을 침범하면 그 결과는 전후좌우의 차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누적되면서 정체라는 큰 변화를 일으킨다. 이런 요소들을 통계물리학으로 계산해 전체 교통의 흐름을 예측한다.

최근 과학자들은 이런 기본 조건에 ‘운전자의 행동’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첨가했다. 이를테면 운전자가 차에 태운 아이를 살핀다거나 라디오의 주파수를 바꾸면 앞 차의 반응에 신속히 대응할 수 없다. 이런 운전자는 앞 차와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천천히 전진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운전자가 ‘딴 짓’을 하는 장소는 ‘시간 여유가 생기는’ 정체구간이라는 점. 한번 정체구간이 생기면 정체는 계속 누적된다.

운전자의 행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운전자의 행동이 결코 작은 요소가 아니며 어쩌면 교통 정체의 본질일지 모른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연구결과로 나온 해결책은 실망스럽게도 단순하다. 불규칙한 노면 상태, 전방의 시야를 가리는 물체 같이 운전자가 한눈을 팔 만한 요소를 찾아 제거하는 것이다.

미시적인 예는 교통량이 큰 도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도심의 교통량은 시간, 기능 구간의 분포, 교차로의 위치, 날씨, 행사 등 여러 가지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전체를 아우르는 통계적 관점보다는 국지적 특성을 고려하는 개선이 필요하다.

진입 램프는 교통 체증의 해소책인 동시에 정체를 일으키는 주범이기도 하다. 울산의 삼호동과 태화동을 잇기 위해 건설되는 오산대교는 대도시 교통 혼잡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최초 계획에서 진입 램프가 빠져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한다는 비난이 있었다. 반면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의 경부선 진입 램프는 해당 지역의 교통 체증을 심화할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있어도 고민, 없어도 고민인 셈이다.

진입 램프 부근에 교통 체증을 일으키는 가장 큰 요인은 끼어들기다. 서울에서 끼어들기 민원이 가장 많은 곳은 영동대교 북단의 구리 방향 진입로와 한남대교 남단의 공항 방향 진입로. 경찰은 이곳에 끼어들기 무인 단속 시스템을 설치했다. 카메라를 설치하고 영상 추적해 적극적으로 끼어들기 차량을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신호 시스템도 개선돼야 한다. 대표적인 개선방법으로 ‘연동 신호 체계’와 ‘실시간 신호 체계’가 있다. 연동 신호는 동일선 상에 존재하는 신호등이 흐름을 끊지 않도록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방법이다. 실시간 신호란 교통경찰이 해당 교차로의 상황을 눈으로 보고 지시하는 것처럼 중앙통제실에서 현장을 파악해 유동적으로 신호를 바꾸는 방법이다. 후자의 경우 시스템에 과도한 부하가 걸려 교통량이 너무 많은 곳에서는 오히려 비효율적이다. 지역적인 실태를 고려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어떤 면에서 보던지 교통 체증의 해결이란 결국 정보의 종합과 분석, 적용이다. ‘계’의 분석은 마치 과학자의 가설과 같아서 끊임없이 새로운 이론이 나오고 그 때마다 검증을 받아야 한다. 또한 분석 결과 채택된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적인 제약을 극복해야만 한다. 이론이 아무리 정확하다한들 제어체계가 엉망이라면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거북이와 경주를 해도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 만큼 차가 막힌 도로 위에서 ‘이대로 날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수많은 과학자와 전문가들이 연구에 전념하고 있는 만큼 우리 아이들이 차를 몰 때에는 상황이 많이 나아질 것이다. (글 : 김창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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