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만치 1 - 칠지도
이익준 지음 / 예담 / 200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뷰를 쓰려고 책 제목을 검색해 보고, 그리고 작가 이름을 확인해 보고서 나는 잠깐 당황했다.

작품은 일본 외신 기자로 근무하는 주인공이 천황의 기자 회견 때 받은 충격과 단상에서 시작된 조사가 꿈나라로 이어지면서 백제로 흘러들어간다.  그래서 나는 줄곧, 기자가 이 작품을 쓰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읽고 있었다는 것을 방금 깨달은 것이다. 작가는 어디까지나 소설가였는데 말이다. 작가의 화법이 리얼해서 생긴 착각이라고, 좋게 해석하자.(정말?)

전해지는 역사서는 신라 중심의 역사로 펼쳐졌고, 국민의 관심은 늘 저 광활했던 땅을 차지했던 고구려에 집중되어 있었으니, 그래서 상대적으로 '백제'에 대한 관심은 늘 미약하거나 전무했었다.  드라마 '서동요'가 방영되긴 했지만 대장금 작가의 극본이라기엔 많이 모자라 보였고, 예쁜 선화공주만 남긴 채 작품은 잊혀졌다.

삼국의 항쟁을 수업할 때, 약 두시간에 걸쳐서 6세기 후반에서 7세기 후반까지 백년의 시간을 이야기로 전달해 준다. 그치만 그때도 백제가 차지하는 부분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편애해서가 아니라 내가 갖고 있는 정보의 양이 고구려 신라보다 적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유독, 백제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이라고 하니 반가웠고 호감이 갔다.  작품의 재미만 따진다면 홀딱 반할 정도의 흡인력은 눈에 띄지 않지만, 또 꽤나 통속적이고 상투적인 전개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흥미롭게 읽었다.  유약한 개로왕이라던가 대성 8족 가운데 하나인 목씨 가문의 목만치라는 인물의 등장이 눈길을 끌었다.

멸문의 화를 당한 집안의 원수를 갚고자, 또 가문의 비기인 본국검법을 완성하기 위한 목만치의 훈련은 흡사 무협소설을 보는 착각을 일게 만들었는데 그만큼 과장도 있고 지극히 영웅스러운 캐릭터의 전개를 보여준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지금 생각해 보니 성웅 이순신을 말하면서도 담백하기 이루 말할 데 없었던 김훈 작가가 참 대단하기는 했다!)

칠지도를 만드는 과정은 작가의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했다고 보는데, 일본과의 껄끄러운 입장을 생각하니 참 씁쓸하기 이루 말할 데가 없었다.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 '서백제'로 묘사한 그 땅을 이 책에서는 '대륙백제'라고 칭했는데, 같이 등장하는 지도에는 평양의 위치가 한반도 북쪽에 잡혀 있었다.  이런 내용과 맞닥뜨릴 때에는 늘 갈등이 생긴다. 무조건 우리 고대사를 부풀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경계심이 들기도 하지만, 또 전혀 근거 없지도 않다는 의혹도 같이 생긴다.  꿈같은 상상이지만 타임머신 타고서 수천년의 세월을 건너 뛰어 직접 우리 강역을 확인해 보고 싶기도 하다. 그런 집착이 우습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궁금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니까.

작품은 3권까지 되어 있는데 1권에서는 비유왕 사후 개로왕이 등극하면서 있었던 내분과, 그 내전을 이길 수 있게 이끌어준 목만치의 등장, 그리고 목만치의 선대 목라근자 때에 있었던 비극적인 사건의 전개에 할애했다. 목만치가 훌륭하게 성장했고, 역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시기와 질투를 한몸에 받아 여차하면 사랑하는 연인을 잃을 위기에서 작품은 끝이 났다.

2권에서는 아마도 누명을 쓰고 본국을 떠나 중국으로 떠날 것 같은데, 내 관심은 그가 어떻게 일본에서 자리를 잡을 지에 쏠려 있다.  그래서 1권 첫머리에 등장한 일본 천황가의 핏줄이 백제계로 이어졌다는 말을 그럴싸하게 이어가는지 궁금하다. (사실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뒷 이야기를 보려면 좀 더 여유를 갖고 기다려야겠다. 지하철을 탈 때나 짬짬이 시간이 날 때만 읽어서 빨리 읽지는 못하지만 아주 애타게 뒤가 궁금할 정도는 아니니 견딜만 하다.(미안! 그게 진심이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8-04-17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자의 역사라 백제가 차지하는 부분이 미약한 거겠죠?
딱 그 정도의 마음으로 님의 리뷰가 올라오는 걸 기다릴게요.^^

마노아 2008-04-17 11:16   좋아요 0 | URL
유적도 적고, 그나마 발굴할 때 너무 무식하게 해서 훼손당한 것도 많구요. 안타까움이 많은 백제예요.
열심히 읽고 리뷰 써야겠습니다^^
 
궁宮 17
박소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마지못해, 계속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한 번 보던 것은 끝까지 보는 성미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방적인 애정을 쏟을 이유는 없다.  매 권 나올 때마다 불평과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는데, 이젠 그것조차도 몹시 피곤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첫 단추가 중요하다는 것이 여기서도 들어맞는게 아닐까 싶다.  작가의 원래 의도가 이런 방향의 진행인지는 내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너무 막간다 싶다.  도저히 공감이 가지 않는 스토리들의 향연.  하나도 안 웃긴데 징그럽게 등장하는 공내시의 엽기 변태 행각, 도저히 용납도 이해도 되지 않는 중전의 몰상식한 요구들, 그리고 율의 일방통행형 사랑.

신이도 채경이도, 율이도 효린양도, 누구하나 정상적인 행보로 읽히지 않는다.  그저 자극적인 대사의 마무리로 다음 권을 예고할 뿐.

너무 바보같고 어이 없는 그네들의 행동과 대사들에 연민과 애틋함도 사라진지 오래다. 차라리 17권 시작할 때 채경이의 꿈이 그냥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으면 싶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모두 꿈이었다고.  그야말로 황당한 전개가 되겠지만, 그러면 더 이상의 무리수는 보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말이다.

20권이 된다고 해도 작품이 끝날 것 같지도 않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든다.  이렇게 욕하면서도 계속 보아야 할까. 나의 리뷰가 작가나 팬에게는 큰 실례가 될 것도 같은데, 도저히 침바른 말은 나오질 않는다.  어휴... 대체 어떻게 마무리가 될지 걱정스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이힐을 신은 소녀 3
천계영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드디어 고경희와 양욱일이 본격적인 연애 구도로 자리잡았다.  에피소드는 꽤 구태의연했다.  작가도 말했다시피 기존의 캐릭터의 매력에 기대지 않고 흔한 설정으로 진행하는 것은 어느 정도 위험부담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이야기에 너무 익숙하고 사람들이 진행을 짐작하니까.  그래도 그 사이사이 톡톡 튀는 부분들이 작가다운 매력을 발산시키고 있다.

쌩 양아치 욱일이는 위험에 처한 고경희 앞에서 갑자기 정의의 사도가 되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친절한 로맨틱 가이로 변신한다.  그리고 둘의 러브러브 모드는 지하철 안에서 만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썸씽을 만드니, 지극히 트랜디 드라마 같은 설정이건만, 그래도 예뻐보이긴 하더라..;;;;

고경희 자신도 그간의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이렇게 목매달고 있는 본인을 기막혀 한다. 머리 위에 둥뚱 떠 있는 파인애플 그림은 작가의 코믹적 성향을 잘 보여준다. 게다가 점점 커진다지^^;;;

하루종일 문자를 기다리고 애태운 마음과 달리 속에 없이 차가운 말을 내뱉는 것 등등은 연애초기 연인들에게서 볼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었다.  아픔과 상처로 사람을 쉬 믿을 수 없었던 경희가 어떻게 욱일이랑 잘 엮이어갈지 독자는 궁금한 마음으로 지켜보아야겠다.

그나저나 집착의 화신 양수정! 그녀가 어떤 화근을 또 안겨줄지 몹시 심난스럽다.  그러고 보니 전형적인 악녀 캐릭터스럽구나.

표지 껍데기 질감이 엄청 고급스럽다. 그 바람에 책 가격이 뛰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그림의 그림체는 내가 좋아하는 유형은 아닌데 그래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은 꽤 입체적인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눈알의 둥근 모양이라던가 광대뼈의 튀어나온 부분, 인중의 도드라진 모양새 등등 말이다.

꽃미남 꽃미녀에 성격은 까칠한 주인공이라는 것은, 요즘 드라마에서 인기있는 설정과 통하는 맥락이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어떤 주인공들이 대세를 이룰까... 문득, 그게 궁금해졌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늘 Fan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승환형님-드팩 정선규님 올려주신 영상

 사람 성격이 이런 데서도 나온다는 생각이 든다. 노래가 끝나면 언제나 고맙다고 인사하는 공장장님.

언젠가 모 가수는 발라드 부르고 나서 바로 '고맙습니다!'하고 인사하는 것은 모냥 빠진다고 후배들에게 충고를 해줬다는데,

난 늘 고맙다고 말해주는 그가 참 좋다. 그리고 그게 진심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나도 늘 고맙다.

>> 접힌 부분 펼치기 >>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08-04-17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공장장님이에요?
'성실성'의 증거--- 대단해요!
마이리뷰: 1500편
마이리스트: 80편
마이페이퍼: 2163편
오늘 5, 총 138972 방문

마노아 2008-04-17 11:17   좋아요 0 | URL
이승환 회사가 '드림팩토리'거든요. 그래서 본인 명함엔 '공장장'이라고 적혀 있구요. 회사 직원들은 '직공'이라고 부른답니다.
그래서 팬들도 공장장님~이런 식으로 자주 불러요. ^^
1500번째 리뷰는 좋은 책 골라서 써야 했는데 얼떨결에 암거나 쓰게 된 느낌이야요..ㅜ.ㅜ

순오기 2008-04-17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팩토리 ㅎㅎ 그렇구나 공장장 ^^
아하~ 몇 번째 이런거로도 의미를 챙길 수 있겠네요.
몰랐어요~ 나는 300이 막 지났으니까 400번째 신경 쓰면 되겠군요.ㅋㅋ

마노아 2008-04-17 21:13   좋아요 0 | URL
1000번째 리뷰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이 책이었어요. 그러고 보니 꼬박 일년 전이네요. 일년 동안 리뷰 500개 쓴 거군요. 그 전에는 일년 동안 천 개를 썼는데 말예요^^;;;
순오기님의 3만 힛을 막 노려보고 있어요. 두근두근^^

L.SHIN 2008-04-17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대감~ 이미지 산뜻하게 바뀌어서 보기 좋구려~ 허허허헛 (쓱쓱- 없는 수염을 쓸며)

마노아 2008-04-17 21:13   좋아요 0 | URL
허헛, 이미지 산뜻하오? 님의 노래는 더 산뜻했다오! 내일 러브레터 닥.본.사. 하면 좋소^^ㅎㅎㅎ

L.SHIN 2008-04-18 11:19   좋아요 0 | URL
닥.본.사....ㅡ_ㅡ??

마노아 2008-04-18 21:35   좋아요 0 | URL
헉, 너무 지구스럽고 게다가 빠순이스러운 대사였나요? 나야말로 닥본사가 가능할지 미지수..;;;;

L.SHIN 2008-04-18 23:21   좋아요 0 | URL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긁적)

마노아 2008-04-19 00:03   좋아요 0 | URL
아... 그게 말이죠. 말해주기 좀 민망한....
'닥치고 본방 사수해'라는 의미랍니다.
잔말 말고 반드시 본방송으로 꼭 시청해! 요런 의미에요. 팬들 사이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누군가의 출연분이 방송할 때 재방송이나 인터넷 다시 보기가 아닌 정규 방송 시청 때에 꼭 보란 의미로 사용하죠.
아,,,,, 민망해요^^;;;;

L.SHIN 2008-04-22 09:15   좋아요 0 | URL
오옷 +_+ (탁)

마노아 2008-04-23 11:31   좋아요 0 | URL
강렬 눈빛 슈슉!
 



 
숭례문 기둥엔 왜 소나무가 쓰였을까 [제 746 호/2008-04-16]
 


지난 2월 화재로 불타 버린 숭례문에 대해 문화재청은 “2006년 작성해놓은 ‘숭례문 정밀실측 조사보고서’를 바탕으로 원형 그대로 복구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2005년 숭례문 각 부분을 정밀하게 측정한 도면 182장과 1961년 중건 당시 도면 12장이 포함돼 있다. 숭례문에 쓰인 모든 목부재와 기와, 돌의 크기를 mm단위로 쟀을 정도로 정밀하게 기록돼 있다.

그러나 문화재청의 계획과 달리 숭례문의 완전복원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숭례문의 기둥과 보로 쓰인 나무의 나이테를 조사한 결과 위층 대들보 위 기둥에 얹혀 있는 마룻보와 고주(高柱, 높은 기둥)는 조선 태조 숭례문 창건 당시의 목재였다. 화재로 불타 버린 숭례문 기둥에 쓰인 소나무는 과연 최고 목질의 나무였을까.

삼국시대나 고려시대에는 느티나무가 소나무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으며 궁궐이나 중요한 목조건물을 지을 때 많이 쓰였다. 내구성도 느티나무가 더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제로 경북 경산 임당동 원삼국고분이나 부산 부천동 초기 가야 고분, 신라 천마총, 고려 부석사 무량수전의 기둥 16개는 모두 느티나무가 쓰였다.

박상진 경북대 임산공학과 명예교수는 “건물의 기둥으로 소나무를 사용할 때 100년을 버틴다면 느티나무는 300년은 버틸 수 있다”며 “느티나무의 비중은 1cm³당 0.70∼0.74g으로 소나무의 0.45∼0.50g보다 커서 마찰이나 충격에 훨씬 강하다”고 설명했다. 느티나무 목재는 나뭇결이 곱고 황갈색 빛깔에 윤이 난다. 또 벌레 먹는 일이 적고 다듬기까지 좋아 고급목재로 쓰였다.

그런데 조선시대에는 소나무가 널리 쓰였다. 느티나무가 밀려난 이유는 무엇일까. 고려 말기 몽골의 침입이나 무신정변 같은 사회 혼란을 겪으면서 축대벽을 쌓거나 건물을 짓느라 숲 속의 느티나무를 마구 벤 탓이다. 간혹 마을 인근에 느티나무가 자랐지만 이런 나무는 쓸 수 없었다. 울창한 숲 속에서 자란 나무는 ‘콩나물’처럼 곧고 기다란 형태를 지닌다. 반면 열린 공간에서 자란 나무는 키가 2~3m만 자라도 가지가 사방으로 돋아나 기둥으로 쓰기에는 부적합하다.

궁궐이나 사찰 같은 목조건물을 지으려면 10m 이상 곧게 자란 나무가 필요하다. 기둥으로 쓸 수 있는 나무가 필요했던 조선 왕조는 느티나무를 대신해 숲에 늘어난 소나무에 주목했다. 특히 경북 봉화나 울진, 강원지역의 금강소나무나 안면도 소나무는 전봇대처럼 곧게 자라나 이 조건에 맞았다. 그래서 이 지역은 민가에서 소나무를 함부로 베어내지 못하도록 출입을 막았다.

곧고 크게 자라는 나무로 전나무도 있다. 하지만, 금강소나무는 나무 바깥쪽의 변재보다 안쪽의 심재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미생물이나 흰개미의 공격에 더 강하다. 심재가 2차 대사산물이나 송진 같은 여러 가지 화학물질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왕실에서 금강소나무를 궁궐 목재로 고집한 것도 이런 이유다. 특히 금강소나무는 다른 소나무보다 단단하다. 생장이 더뎌 나이테가 촘촘하기 때문인데, 가령 다른 나무가 1cm 자라는 데 1년이 걸린다면 금강소나무는 3년이 걸릴 정도다.

나무의 강도로 치자면 도토리가 열리는 참나무가 으뜸이다. 참나무는 전국 어디서나 자생하기 때문에 목재를 구하기도 쉽다. 그러나 참나무는 비중이 1cm³당 0.8g으로 너무 무겁다. 비중이 크면 목재가 단단해서 대패질이나 톱질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른다. 건축 자재로 이용하려면 적당한 강도와 가공하기 편리해야 한다는 조건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현재 지름 1m가 넘는 금강소나무가 국내에 별로 없으며, 있어도 개인 소유로 정부가 활용하기 쉽지 않다. 금강소나무를 구하지 못해 숭례문 복원이 쉽지 않게 되자 일부에선 ‘더글러스 퍼’(Douglas-fir)란 나무를 수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지에 자라는 더글러스 퍼는 금강소나무와 재질이 비슷하며 색상이 붉어 정서적으로 비슷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우리 민족의 정서를 대변하는 숭례문 복원에 외국에서 자란 목재를 쓴다는 것은 국민정서에 맞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이웃나라인 일본에선 궁궐의 보수나 복원을 위해 별도의 숲을 관리하고 있다. 가령 일본에서 3대 아름다운 숲으로 꼽히는 기소지방의 편백나무림은 일본 왕가의 조상신을 모시는 이세신궁(伊勢神宮)의 보수에 필요한 목재를 공급하고자 마련된 곳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산림청이나 문화재청이 앞장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글 :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