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웨잇...
제이슨 지음 / 새만화책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중고샵에서 건진 무거운 책이다.  표지의 토끼 그림이 왜 그리 슬퍼보이는지, 책을 덮으며 이해할 수 있었다.

노르웨이 작가 제이슨의 작품인데 오로지 여섯 캇으로 된 박스 안에 내용들이 전개된다.

비욘과 욘은 친구인데 시시껄렁한 농담도 주고 받으며 커서는 무엇이 될까를 호언장담하는 철부지 아이들이었다.

배트맨 팬클럽을 만들자면서, 가입 조건을 절벽 위에 있는 나뭇가지를 한 번 잡았다가 내려서는 조건으로 걸었는데, 그것이 그 둘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잠깐만......

그 한마디가 너무 늦었다. 저 캄캄한 여섯 칸의 공백처럼 무겁고 무서운 시간이 흘렀다.

장례식장에서 재채기 아츄- 한마디로 어른이 되어버린 욘.


그렇게 1부에서 2부로 넘어가고, 아이들은 어른이 되었다. 자신들이 결코 닮고 싶지 않았던 모습으로.




하루종일 공장에서 나사를 조이고 깎는, 기계적인 움직임, 기계적인 삶. 그렇게 무미건조하고 메마른 삶을 살아간다.

떨궈낼 수 없는 죄책감. 당연하다고 여기는 속죄의식. 그러나, 아픈 마음도 당연히 든다. 난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고...

미안한 마음과 동시에 서럽고 억울한 마음도 같이 들었을 것이다. 누구도 인생을 그렇게 살고 싶은 사람은 없었을 테니까.

현대사 수업을 들을 때에, 교수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었다. 나이를 먹고 나면 되돌리고 싶은, 너무도 후회되는 순간이 꼭 발생하고 만다고.

서른을 넘기고 나니, 그런 순간들이 빠르게 달라붙는다. 그때 이랬었더라면... 그때 이랬더라면... 하는 무의미한 후회와 가정들.

욘과 비욘만큼의 크기는 아닐지라도, 내 인생을 상당 부분 발목 잡은 선택들. 마음이 쓰라린다. 헤이 잠깐만! 하고 한 템포 멈춰서 생각할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얼마나...

그런 순간들이 더 자주 찾아오지 않게, 더 깊이 생각하고 더 신중하고 움직이는 일이 필요할 테지. 그러기 위해서, 나는 좀 모질어질 필요가 있다. 단단한 마음을 만들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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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5-11 0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성 착한 사람이 모진 마음으로 뭔가 했다면...그게 더 자신을 괴롭혀요.
차라리 착한 맘으로 할 걸...이 후회와 고통도 장난 아니야요!ㅠㅠ
서재 이미지에 있었던 대로 '차카게 살자'가 어울리는 마노아님!^^

마노아 2008-05-11 17:43   좋아요 0 | URL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하는 그런 일들이 발생을 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내가 해줬기 때문에 서로에게 더 안 좋은 결말이 나올 때가 많아요. 내가 모질게 거절했으면 서로 마음은 불편했어도 더 큰 위험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들어요. 차카게 살자 원래 구호가 차카게 살고 도카게 놀자였답니다. 저도 좀 도카게 놀아봤음 좋겠어요^^ㅎㅎㅎ
 

1. 예상은 했지만... 언니네가 집 앞으로 이사오면서 깨어 있는 시간의 4/5 이상은 그쪽 집 정리와 아이들 돌봐주는 일로 대치되어 버렸다.  오로지 등 위에서만 휴식을 취하는 둘째 조카를 두시간 정도 업어주고 나면 어찌나 피곤한지 한숨이라도 자고 싶은데, 그게 맘처럼 되질 않는다.  어제는 두시간 집 정리 돕고, 두시간 조카랑 놀아주고 넉다운이 되어서 소파 위에 웅크리고 누웠는데 그 잠깐 사이에 전화가 네 통이 오고, 한통의 문자가 왔고, 한 번의 택배사 방문이 있었고, 그 다음엔 조카 데리고 나간 어무이가 유모차 위에서 잠든 녀석을 데리고 와야 한다고 해서 나갔다 와야 했고, 그리고 다시 누웠을 때에 큰 조카가 돌아왔다. 휴식은, 그걸로 끝이었다. (버럭!)

2. 아침에 눈 뜨면 바로 들이닥치는 언니네와 같이 아침을 먹고, 잠시 좀 놀아주다가 그만 가겠다며 내 눈치를 보는 언니. 이번엔 혼자 가시옷!하고 보냈는데, 원했던 휴식은 너무 멀었다.  이번 주 내내 말썽이었던 인터넷은 어제 기사님이 다녀가셨는데도 오늘 다시 불통이 되어서 재차 기사님 방문하셔서 선을 다 갈아치웠고.  집안 정리 좀 해야겠어서 설거지 하고 청소하고 좀 쉬어볼까 하니, 이번엔 화초 정리해야 한다는 어무이! 흙도 무겁지만 화분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둘이서 낑낑대며 하나씩 이동시키는데, 동선이 좀 길다. 교회에 있는 화초들을 모두 욕실로 옮기고, 욕실에서 물을 먹이면 다시 밖으로 이동시키는 라인. 물론 밖에서 분갈이가 되거나 햇볕을 좀 받고 나면 녀석들은 다시 안으로 들여와야 한다. 아무리 내가 힘이 좋기로서니, 제발 형부 좀 시키면 안 될까...(ㅡㅡ;;;)

3. 그렇게 화분 작업까지 마치고 이제 정말 쉬어야겠다 생각한 순간 큰조카에게서 전화가 왔다. 놀이터가 가고 싶어서 병이 나겠는데 바쁜 엄마가 안 데려다 준다고...;;;; 그래서, 다시 언니네 집으로 고고씽. 짐 정리를 30분간 돕고, 큰 조카 데리고 나오려고 하니 작은 조카가 울며 매달린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작은애 업고 놀이터로 가서 한 시간 동안 놀아준다. 아, 어깨 빠질라 그래. 한 시간을 조금 넘겨서 다시 집으로 데려다 주기. 그 다음 수순은 뭘까? 다 함께 우리 집 가서 밥 먹는 시간이다. OTL 그렇게 복작거리다가, 조금 전에 언니가 갔다. 아, 눈이 빠질라 그래..ㅜ.ㅜ

4. 뽕잎을 무서운 속도로 먹어치우며 엄청시리 빠르게 자라던 누에 녀석이 어제 오후부터는 뽕잎도 안 먹고 꼼짝을 않는 거다. 그래서 이제 번데기가 될 차례인가 보다 하고 조용히 내비뒀는데, 한 시간 전에 보니 뽕잎은 다 사라졌고 애들이 (아마도) 배고파서 꼼지락거린다.  하룻동안 본의 아니게 굶겼다고 생각하니 어찌나 불쌍하던지... 그래서 뽕잎을 세장이나 줬는데 한 장 반을 먹어치웠다. 녀석들이 배가 빠방해지니 다시금 징그러워진다. (내가 좀 인물을 밝히거든!) 언니네 집으로 가져가라고 하니까 안 가져간다. 지금 내 프린터 위에서 꼼지락거린다. 자꾸 시선이 간다. 아놔..;;;;;;

5. 어제는 집 근처에 KBS 촬영팀이 왔다. 아빠셋 엄마 하나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보지 않는 드라마라 뭔 내용인지는 모르겠고, '재희'를 보았다. 어찌나 평범하던지 처음엔 스탭이 지나간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그이더라. 프로필 보니까 키가 178로 나오던데 5cm는 부풀렸나 보다. 엄청 말라서 무척 왜소해 보였다. 혼자 긴팔 입고 있었던 것이 인상적이었음.

6. 좀 전에 다녀간 언니 말로는 오늘은 SBS에서 촬영을 나왔다던데 뭔 프로그램인지는 모르겠다. 드라마에서 곧잘 촬영차 나오지만, 별로 좋은 동네로 소개되는 일은 없는 듯하다. 뭐 봐줄 게 있어야 말이지...;;;

7. 지난 주 피디수첩 방송을 오늘에서야 보았는데, 정부 반대쪽 패널로 나오신 분들 세분이 모두 인터뷰가 담겨 있었다. 무척 버벅거렸던 두 분은 인터뷰에선 차분하니 말씀 잘 하시더라. 아무래도 100분 토론은 생방송이어서 흥분을 하셨던 겔까? 그치만, 세시간 내내 너무 버벅였어요. 누가 보면 버퍼링인줄 알았을 거라구요.  이건 여담이지만 정부쪽 패널로 선방(?)을 했던 이단장님은, 목소리가 참 좋더라. 그 좋은 목소리로 앵무새 같이 같은 말만 반복하시고..ㅡ.ㅡ;;;;

8. 일을 쉬면서 더 바쁜 나날들이다. 내가 일을 하고 있었으면 나 없이도 진행될 일들이지만, 있는 사람을 없다 치고 내게 시간을 줄 가족들이 아니므로 나는 더 동분서주하고 있다.  몸도 피곤하지만, 마음도 많이 지친 나날들이어서, 나는 좀 조용한 시간을 갖고 싶다.  그런데 조용한 시간을 혼자 갖기에는 참으로 시끄러운 세상 속이다.  쉬고 싶은 마음이 미안할 만큼.  광우병 파동을 겪으면서 미친 대한민국을 중얼거리지만, 그래도 엄청난 재앙을 겪은 미얀마보다는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란 생각이 다행스럽고 또 미안하다.

9. 중고샵을 습관적으로 클릭해 보면 갖고 싶은 책이 눈에 띈다.  참아야지...하면서 장바구니에 일단 담아놓고, 추이를 지켜본다. 어린이 책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이미 팔려나가기에 장바구니에 담겼던 책들도 자꾸 삭제되어 사라진다. 아쉬우면서도 속시원한 마음.  그렇게 담긴 채로 안 사라지고 버티는 녀석들은 결국 내가 사게 되는 것일까나? 암튼 중고샵 오픈 이후 일반 회원으로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 일반까지 갔던 내가 다시금 플래티넘을 목전에 두고 있으니.

10. 하나 정도는 비워두는 센스! 밀린 리뷰나 쓰자. 근데 오래 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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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5-11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은 바쁘고 힘드시겠지만, 언니는 좋으시겠어요.
'나도 마노아님 같은 동생이 있으면 좋겠어'라는 바람이 생기는 군요. ^^
음 ... 저도 알라딘 플래티넘에서 등급 좀 떨어져보면 좋겠어요. ^^;;;

마노아 2008-05-11 01:02   좋아요 0 | URL
언니는 땡잡았지요. 애들 봐주고, 밥도 다 챙겨주는 친정이 코앞인데요^^ㅎㅎㅎ
알라딘 등급이 내 맘대로 안 되고 있어요. 책을 다 보면서 사는 거면 괜찮은데 밀리는 게 많아서 불만이에요^^;;;

L.SHIN 2008-05-11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아이구 - 읽기만 해도 그 바쁘고 피곤함이 여기까지 느껴집니다. ㅜ_ㅡ
2.조카들이 이모를 상당히 좋아하나 봅니다. ^^
3.뽕잎을 갉아 먹으며 꼬물꼬물 기어다니는 애벌레..가 아니고 누에를 상상하니 왠지 귀여울 것 같아요.ㅎㅎ
4.그 목소리 좋은 분이 기왕이면 옳은 소리를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5.저도 따라서 번호 매기는 재미로 써봤습니다.(웃음)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땐, CDP나 MP3 들고 책 한권 겨드랑이에 끼고 가까운 공원가서 햇빛을 흡수하며
그저 조용히 혼자 시간을 갖는게 짱입니다!! ㅋㅋ

마노아 2008-05-11 01:04   좋아요 0 | URL
이사하고 돌아오신 에쓰님 피곤함도 못지 않을 거예요.^^;;;
조카들이 아쉬울 때만 저를 찾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암튼 예쁩니다. 힘든 건 힘든거구요;;;;
누에 애벌레가... 상상보다 안 예뻐요. 솔직히, 많이 징그럽답니다. 아...애증의 대상이라지요..;;;
담주 월요일까지만 보모 노릇을 하고 화요일부터는 제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CDP끼고 책 한 권 들고 정말 공원으로 떠야겠습니다. ^^

순오기 2008-05-11 0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힘들게 봐주면서 키워 봤자...이모 생각 얼마나 할까? 갑자기 내가 이모였던 시절이 생각나서...난 얼마나 이쁘던지 모임에도 데리고 나가는 극성 이모였어요.ㅎㅎ 크니가 지 엄마만 챙기지 이모는 신경도 안써요.ㅠㅠ
누에는 잠자는 기간이 있어요. 한잠 두잠 석잠 넉잠~ 자고 나야 고치 만들어 숨어버리죠.
조카들이나 언니한테 너무 치이지 마세요~ 그거 정말 힘들어요. 이 다음에 내 자식 키우기 싫어질지도 몰라요.ㅋㅋㅋ

마노아 2008-05-11 17:45   좋아요 0 | URL
어제 넣어준 뽕잎 다 먹고 오늘은 무서우리 만치 더 커졌어요. 케헥... 빨리 고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조카들 자라면 이모 공 몰라주겠죠? 씨이... 갑자기 막 배신감이 드네요^^;;;;
오늘은 너무 힘들어서 내내 누워 있었어요. 그랬더니 언니가 그냥 갔어요. 좀 안쓰럽긴 한데 더 끌려가다가는 내가 먼저 드러눕겠더라구요..;;;;

hnine 2008-05-11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마노아님을 좋아하는 이유~ ^^

마노아 2008-05-11 17:45   좋아요 0 | URL
아이 참, 그게 뭘까요? ^^;;;

水巖 2008-05-11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남의 이야기가 아닌것 같군요. 그래도 그 쪽 언니는 괜찮은것 같군요. 이 쪽 어멈은 이붓어미 같은데. ㅎㅎㅎ

마노아 2008-05-11 17:46   좋아요 0 | URL
손주를 알뜰히 챙기시는 수암님 앞에서 제가 어찌 명함을 내밀겠어요. 앗 그런데 진석이 어머님께 그런 비밀이? ^^;;;;

프레이야 2008-05-12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네가 가까이 오셨군요.
착한 마노아님, 잘 지내고 있네요^^

마노아 2008-05-12 13:20   좋아요 0 | URL
좀 전까지 같이 있다가 집으로 돌아갔어요. 좀 있다가 다시 만날 거예요. 히힛, 휴일 잘 보내고 계신가요?
 



 
바늘 끝으로 느껴봐~ [제 759 호/2008-05-09]
 


자동차로 충북 청원과 경북 상주 간 고속도로 하행 길을 달리다 보면 나지막이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귀에 익숙한 이 멜로디가 흘러나오는 곳은 다름 아닌 도로! 자동차 바퀴와 도로의 마찰음으로 어떻게 멜로디를 만들 수 있는 걸까? 축음기의 원리를 이해하면 이 ‘노래하는 도로’에 대한 궁금증은 쉽게 풀린다.

축음기를 포함한 모든 음향 기기는 소리를 기록한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소리를 기록하는 과정을 파악하기에 앞서 소리에 대해 짚고 넘어가 보자. 소리는 물체가 진동하면서 생긴다. 아니, 소리는 곧 진동이다. 물체의 진동은 주변을 둘러싼 공기 또한 진동시키며, 이 진동이 파의 형태로 퍼져 나간다. 유리컵에 물을 담고 컵을 두드려보면 물결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달된 파가 우리 귀에 도달하면 감각기관이 이를 소리로 인식한다.

축음기는 이러한 음파를 기록하고 재생하는 기계다. 원리를 생각해보면 축음기의 가장 간단한 구조를 예상할 수 있다. 일단 소리를 모으기에 좋은 나팔 모양의 관이 필요하고, 이 관의 끝에 작은 진동에도 잘 떨 수 있는 얇은 막을 매달아야 한다. 막은 파형을 기록할 만큼 자유롭게 움직이면서도 끝이 날카로운 물체와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이 날카로운 물체가 파를 새길 수 있을 만큼 무른 기록장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한순간이 아니라 전체 소리를 새겨두기 위해서는 기록판이나 축음기 자체 둘 중 하나가 시간에 따라 일정하게 움직여야 한다.
위의 과정을 녹음이라고 한다면 재생은 그 역순이다. 즉 기록된 파형에 따라 떨리는 바늘의 움직임이 막으로 전달되고, 이 소리가 나팔 모양의 관을 통해 확대된다.
초창기 축음기는 날카로운 물체로 바늘이나 단단한 끈을 사용했고, 기록장치로는 밀랍 등을 이용했다. 양초는 손톱으로 살짝 긁기만 해도 자국이 남는다. 이 초를 원통의 겉면에 얇게 바르고 손잡이를 달아 손으로 돌린다고 생각해보자. 이것이 초기 축음기가 파형을 기록하는 장치의 구조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축음기의 세부 구조가 바뀌었다. 우선 기록 매체는 시간이 지나면 단단하게 굳는 성질이 있는 합성수지를 사용하게 된다. 또한 기존의 축음기 바늘이 세로로 움직이던 것에 반해 가로 형태로 바뀌면서 기록 매체도 원통형으로 수직 회전하는 것이 아니라 원반 형태로 제작되는데, 흔히 ‘레코드판'이라고 불리는 LP가 그것이다. 모터를 이용해 LP를 회전시켰고 기록 매체는 합성수지로 하나의 틀을 만들어 같은 음반을 대량으로 찍어냄으로써 음반 사업이 발달했다.

전자 기술이 발달하면서 나팔관 대신 마이크가 소리를 모으는 장치로 쓰였고, 기록부분까지 전달하는 것도 본래의 진동이 아니라 마이크를 통한 전류와 자기의 강약으로 대체되었다. 하지만 진동을 통해 LP에 최종적으로 기록되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그 후 광학 매체와 디지털 기술의 발달을 거쳐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CD 플레이어는 음파의 정보 자체를 기록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진동을 기록하는 것을 아날로그라고 한다면, 디지털은 말 그대로 디지털 신호를 기록하는 것이다. CD에는 디지털 신호파 형으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를 통해 사람이 들을 수 있는 파형으로 바꾸어 준다.
일상생활에서도 축음기의 기본 원리를 이용해 간단히 재현해볼 수 있다. 어렸을 적 장난감 대용으로 사용했던 ‘실 전화’를 떠올려보자. 실 전화는 두 개의 종이컵 바닥에 작은 구멍을 뚫고 실로 연결한 다음 팽팽하게 당겨 사용한다. 그리고 한쪽 종이컵에 대고 말을 하면 크기는 작더라도 반대편 컵에 귀를 대고 들을 수 있다. 한쪽 종이컵의 진동을 실이 반대편 컵에 전달해 상대방의 귀에 닿으면 감각기관이 소리로 인식하는 것이다.

날카로운 물체가 진동을 기록장치에 기록하는 축음기와 마찬가지로 ‘노래하는 도로’에서는 도로가 기록장치가 되고, 바퀴가 날카로운 물체가 된다. 도로에 멜로디의 음파를 기록해 두면 바퀴가 음파를 재생하여 흥겨운 노래를 연주한다. ‘음악을 몸으로 느낀다.'라는 광고 문구처럼 어쩌면 음악은 듣는다기보다 몸으로 진동을 느낀다는 표현이 정확할지도 모른다.

글 : 김창규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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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08-05-07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제대통령~ 경제대통령~ 노래를 부르더니 명바기 뽑은 사람들은 땅을 치고 후회를 해야 합니다.ㅡ.,ㅡ..

마노아 2008-05-07 16:19   좋아요 0 | URL
근데 아마 아직도 모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소탐대실이죠.

전호인 2008-05-07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쥑일놈들!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는 인간들은 모두.......

무스탕 2008-05-07 11:43   좋아요 0 | URL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는 인간들은 사돈의 팔촌까지 모두 붙잡아다가 그 쥑일놈이 장난친 먹거리를 먹여야 해요.
(헉-! 말하고 보니 내 사돈의 팔촌이 이랬으면 난 어쩌지.. @.@)

마노아 2008-05-07 16:19   좋아요 0 | URL
다 함께 잡아서 태평양 한가운데 버리고 올.... 아, 바다가 오염될까요? 저 우주 너머로 날려버려야 할 인간 군상들이 너무 많습니다. ;;;;
무스탕님, 연좌제는 좀^^;;;;

웽스북스 2008-05-08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늘 점심에 설렁탕 먹으러 갔어요
정말 중간에 되돌아오고 싶었다는 ㅜㅜ

마노아 2008-05-08 08:33   좋아요 0 | URL
전 어제 점심에 장조림 먹으면서 영 찝찝했어요. 설렁탕은 오죽했을까요. 아놔...ㅜ.ㅜ
 



 
X-레이야 비켜라! T-레이가 나간다!! [제 755 호/2008-05-05]
 


X-레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X-레이는 병원에서 골절 여부를 알아내는 촬영뿐만 아니라 공업용으로 재료나 제품의 비파괴검사를 할 때도 쓰인다. 고미술품이나 그림의 진품 여부를 감정하기도 하고, X-레이의 강한 에너지를 이용해 인체 내부에 있는 염증이나 종양 등을 치료하기도 한다. 특히 공항 보안 검색대에서 X-레이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데 그 이유는 마약이나 총기류 등 불법 소지물을 감시하는데 쉽고 빠르게 조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X-레이는 현재 우리네 삶속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기술이 되었다.

1895년 독일의 물리학자 뢴트겐이 처음 발견한 이래, X-레이는 우리 생활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보통 진공 방전관 내에서 높은 전압으로 가속한 전자를 타깃(target: 표적)이라는 금속판에 충돌시키면 0.01nm~10nm 사이의 전자기파(X-레이)가 발생한다. 이렇게 발생된 X-레이는 투과력이 높아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지만 과다하게 사용할 경우 위험할 수 있다.

X-레이의 주파수는 100만조(10의 18승) Hz 안팎. 에너지가 워낙 커 X-레이 피폭량이 어느 한계를 넘으면 생체 세포에 변화가 생겨 피부암을 초래하거나 유전적 기형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런 특성은 푸른곰팡이의 품질개량에 이용되는 장점도 있지만,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위험이 된다는 단점도 있다. 공항 검색대에서 승객의 소지품에 X-레이을 쫴는 반면, 승객에게는 X-레이를 직접 조사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다 안전하면서도 X-레이를 대체할만한 것은 없을까?

X-레이의 대안으로 강력하게 떠오르는 것이 테라헤르츠 카메라(Tera Hertz camera)다.
줄여서 T-레이(T-ray)라고도 부르기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T-레이는 적외선과 전자기 스펙트럼의 극초단파 사이에 있는 0.5-4.0 테라헤르츠(THz: 10의 12 승 Hz)의 전자기파를 사용한다. 여기서 ‘테라’는 1조를 뜻하는 그리스어이고, 테라헤르츠파의 주파수는 1,000억∼10조 헤르츠(Hz)다. 즉 1초에 적어도 1,000억 번 이상 진동한다는 의미다.

T-레이는 종이, 나무, 플라스틱, 심지어 시멘트까지 웬만한 물체들은 대부분 투과하지만 물과 금속은 통과하지 못하는 독특한 성질이 있다. 무엇보다 T-레이 에너지는 X-레이의 100만분의 1정도에 불과해서 옷 속에 숨긴 흉기나 폭발물을 찾기 위해 승객에게 쪼여도 부작용이 거의 없다. 최근 영국 런던을 위시한 주요 도시의 공항 등에서 불법 소지물을 감시하는 T-레이 카메라가 등장한 것도 안전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물질이 테라헤르츠파의 주파수 내에서 특정 영역을 흡수하기 때문에 T-레이는 X-레이로 판별해 내기 어려운 가루 형태의 폭발물이나 마약, 플라스틱 흉기 등도 분별해 낸다. 뿐만 아니라 조직이 치밀하지 않은 암세포에는 쉽게 침투하고 정상 조직에는 잘 침투하지 못하는 T-레이의 특성을 이용해 피부암이나 유방암처럼 주로 피부 바로 아래에 생기는 암을 손쉽게 진단할 수 있다. T-레이 연구의 권위자인 이탈리아 로마 토르 베르가타 대학(Tor Vergata Universita)의 알도 디 카를로(Aldo D Carlo) 교수는 T-레이가 X-레이 영역의 상당부분을 대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우주연구와 생물학, 현미경 등에도 T-레이 활용이 진행되고 있다.

선명한 영상을 얻기 위해서는 광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는데, X-레이에 비하면 기술의 수준이 걸음마 단계에 있다. 물론 지금까지 자유전자레이저(Free Electron Laser) 또는 방사광가속기(synchrotron radiation)의 전자빔을 이용하는 기술을 비롯해 극초단 레이저나 비선형물질을 이용하는 기술 등이 개발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 기술들은 실험단계에 머문 상태라서 상용화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현재 T-레이의 잠재력에 주목한 미국, EU 그리고 일본 등의 과학자들은 T-레이의 공급원을 확대하기 위한 ‘진공 테라헤르츠 증폭기(VTA)’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는 일본 쓰쿠바 대학(the University of Tsukuba)에서 만든 고온 초전도체 기술, 마이크로머쉬닝 및 나노테크놀러지와 같은 신기술들이 활용되고 있다.
일리노이주 아르곤 국립 연구소(Argonne National Laboratory)에서는 배터리로 작동하는 소형 장치를 통해 T-레이를 만드는 데 성공했고, 영국에서는 이미 소형 T-레이 카메라가 시판되고 있다.

인체에 해가 없는 T-레이 기술이 진보되는 만큼 X-레이가 없는 세상이 생각보다 일찍 올지도 모를 일이다.
(글 :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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