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상은 했지만... 언니네가 집 앞으로 이사오면서 깨어 있는 시간의 4/5 이상은 그쪽 집 정리와 아이들 돌봐주는 일로 대치되어 버렸다. 오로지 등 위에서만 휴식을 취하는 둘째 조카를 두시간 정도 업어주고 나면 어찌나 피곤한지 한숨이라도 자고 싶은데, 그게 맘처럼 되질 않는다. 어제는 두시간 집 정리 돕고, 두시간 조카랑 놀아주고 넉다운이 되어서 소파 위에 웅크리고 누웠는데 그 잠깐 사이에 전화가 네 통이 오고, 한통의 문자가 왔고, 한 번의 택배사 방문이 있었고, 그 다음엔 조카 데리고 나간 어무이가 유모차 위에서 잠든 녀석을 데리고 와야 한다고 해서 나갔다 와야 했고, 그리고 다시 누웠을 때에 큰 조카가 돌아왔다. 휴식은, 그걸로 끝이었다. (버럭!)
2. 아침에 눈 뜨면 바로 들이닥치는 언니네와 같이 아침을 먹고, 잠시 좀 놀아주다가 그만 가겠다며 내 눈치를 보는 언니. 이번엔 혼자 가시옷!하고 보냈는데, 원했던 휴식은 너무 멀었다. 이번 주 내내 말썽이었던 인터넷은 어제 기사님이 다녀가셨는데도 오늘 다시 불통이 되어서 재차 기사님 방문하셔서 선을 다 갈아치웠고. 집안 정리 좀 해야겠어서 설거지 하고 청소하고 좀 쉬어볼까 하니, 이번엔 화초 정리해야 한다는 어무이! 흙도 무겁지만 화분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둘이서 낑낑대며 하나씩 이동시키는데, 동선이 좀 길다. 교회에 있는 화초들을 모두 욕실로 옮기고, 욕실에서 물을 먹이면 다시 밖으로 이동시키는 라인. 물론 밖에서 분갈이가 되거나 햇볕을 좀 받고 나면 녀석들은 다시 안으로 들여와야 한다. 아무리 내가 힘이 좋기로서니, 제발 형부 좀 시키면 안 될까...(ㅡㅡ;;;)
3. 그렇게 화분 작업까지 마치고 이제 정말 쉬어야겠다 생각한 순간 큰조카에게서 전화가 왔다. 놀이터가 가고 싶어서 병이 나겠는데 바쁜 엄마가 안 데려다 준다고...;;;; 그래서, 다시 언니네 집으로 고고씽. 짐 정리를 30분간 돕고, 큰 조카 데리고 나오려고 하니 작은 조카가 울며 매달린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작은애 업고 놀이터로 가서 한 시간 동안 놀아준다. 아, 어깨 빠질라 그래. 한 시간을 조금 넘겨서 다시 집으로 데려다 주기. 그 다음 수순은 뭘까? 다 함께 우리 집 가서 밥 먹는 시간이다. OTL 그렇게 복작거리다가, 조금 전에 언니가 갔다. 아, 눈이 빠질라 그래..ㅜ.ㅜ
4. 뽕잎을 무서운 속도로 먹어치우며 엄청시리 빠르게 자라던 누에 녀석이 어제 오후부터는 뽕잎도 안 먹고 꼼짝을 않는 거다. 그래서 이제 번데기가 될 차례인가 보다 하고 조용히 내비뒀는데, 한 시간 전에 보니 뽕잎은 다 사라졌고 애들이 (아마도) 배고파서 꼼지락거린다. 하룻동안 본의 아니게 굶겼다고 생각하니 어찌나 불쌍하던지... 그래서 뽕잎을 세장이나 줬는데 한 장 반을 먹어치웠다. 녀석들이 배가 빠방해지니 다시금 징그러워진다. (내가 좀 인물을 밝히거든!) 언니네 집으로 가져가라고 하니까 안 가져간다. 지금 내 프린터 위에서 꼼지락거린다. 자꾸 시선이 간다. 아놔..;;;;;;
5. 어제는 집 근처에 KBS 촬영팀이 왔다. 아빠셋 엄마 하나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보지 않는 드라마라 뭔 내용인지는 모르겠고, '재희'를 보았다. 어찌나 평범하던지 처음엔 스탭이 지나간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그이더라. 프로필 보니까 키가 178로 나오던데 5cm는 부풀렸나 보다. 엄청 말라서 무척 왜소해 보였다. 혼자 긴팔 입고 있었던 것이 인상적이었음.
6. 좀 전에 다녀간 언니 말로는 오늘은 SBS에서 촬영을 나왔다던데 뭔 프로그램인지는 모르겠다. 드라마에서 곧잘 촬영차 나오지만, 별로 좋은 동네로 소개되는 일은 없는 듯하다. 뭐 봐줄 게 있어야 말이지...;;;
7. 지난 주 피디수첩 방송을 오늘에서야 보았는데, 정부 반대쪽 패널로 나오신 분들 세분이 모두 인터뷰가 담겨 있었다. 무척 버벅거렸던 두 분은 인터뷰에선 차분하니 말씀 잘 하시더라. 아무래도 100분 토론은 생방송이어서 흥분을 하셨던 겔까? 그치만, 세시간 내내 너무 버벅였어요. 누가 보면 버퍼링인줄 알았을 거라구요. 이건 여담이지만 정부쪽 패널로 선방(?)을 했던 이단장님은, 목소리가 참 좋더라. 그 좋은 목소리로 앵무새 같이 같은 말만 반복하시고..ㅡ.ㅡ;;;;
8. 일을 쉬면서 더 바쁜 나날들이다. 내가 일을 하고 있었으면 나 없이도 진행될 일들이지만, 있는 사람을 없다 치고 내게 시간을 줄 가족들이 아니므로 나는 더 동분서주하고 있다. 몸도 피곤하지만, 마음도 많이 지친 나날들이어서, 나는 좀 조용한 시간을 갖고 싶다. 그런데 조용한 시간을 혼자 갖기에는 참으로 시끄러운 세상 속이다. 쉬고 싶은 마음이 미안할 만큼. 광우병 파동을 겪으면서 미친 대한민국을 중얼거리지만, 그래도 엄청난 재앙을 겪은 미얀마보다는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란 생각이 다행스럽고 또 미안하다.
9. 중고샵을 습관적으로 클릭해 보면 갖고 싶은 책이 눈에 띈다. 참아야지...하면서 장바구니에 일단 담아놓고, 추이를 지켜본다. 어린이 책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이미 팔려나가기에 장바구니에 담겼던 책들도 자꾸 삭제되어 사라진다. 아쉬우면서도 속시원한 마음. 그렇게 담긴 채로 안 사라지고 버티는 녀석들은 결국 내가 사게 되는 것일까나? 암튼 중고샵 오픈 이후 일반 회원으로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 일반까지 갔던 내가 다시금 플래티넘을 목전에 두고 있으니.
10. 하나 정도는 비워두는 센스! 밀린 리뷰나 쓰자. 근데 오래 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