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샵에 책 팔아서 얼마정도 버시나요?

중고샵 베타 서비스 기간부터 해서 지금까지, 꽤 많이 팔고 또 많이 사들였네요.

알라딘에 팔기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이 쪽 통계를 먼저 내봤습니다. 7건 발송했구요. 224권에 배송료 빼고 95,830원을 받았네요.

알라딘에 팔기 책은 만화책이 많았고 무협지도 많았지만 거의 300원씩 받았어요.  무협지는 형부가 책방 딜러할 때 남은 재고였는데 펼쳐보지도 않은 새책이 300원씩에 팔릴 때 가슴이 쓰렸지만, 둬봤자 읽을 리가 없기 때문에 굿바이 했지요.

회원에게 팔기는 총 40건 성사시켰고 115권을 팔았어요.  하지만 열권짜리 세트 도서도 한권으로 처리했기 때문에 실제 판매 권수는 200권에 육박할 거라고 생각해요.  판매 대금은 배송료랑 수수료 제외하고 658,826원이네요.

그래서 합해 보니 754,656원이라는 숫자가 나옵니다. 와우, 많이 팔았죠. 책 수백권과 바꾼 대가였어요...;;;;;

2월 달과 3월 달은 집에 안 좋은 일도 있었고, 게다가 3월은 급여도 안 나왔기 때문에 손가락 빨고 있던 시절, 두번 볼 책이 아니라면 가차 없이 몽땅 내다 팔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를테면 나는 빌려서 보고 맘에 들어서 소장하려고 새책 산 경우도 과감하게 팔았어요.  게 중에는 거의 구하기 힘든 골동품 같은 책도 있었는데 진짜 미련 뚝!하고 비워냈죠. 그리고 거의 매일매일 예치금 환급 받아서 카드값 갚고 대출금 내고 그랬어요.

덕분에 주변에 빌려준 책 회수하느라고 어깨 고생 좀 시켰습니다.  한 지인은 안양에서 서울 우리집까지 차로 운반해 주었는데 큰 상자 다섯 개 분량으로 도착했어요.

처음에 판매할 때 2만원 이상 구매시 무료배송을 했더니만 수수료 떼고 배송료 물고 나니 2만원 어치 팔아도 15.000원 가량 남더라구요.  은근 부아가 치밀어서 25,000원 이상 무료배송으로 바꿨지요. 헌데 이 무렵 7만원 주고 산 세트 도서를 팔고 24,500원의 수익이 남는 것을 보고 다시 30,000원 이상 무료 배송으로 올릴까 하다가... 어쩐지 민망해서 관뒀어요. 현재도 25,000원 이상 무료배송으로 보내주고 있는데 요샌 잘 팔릴만한 책이 거의 다 나가서 반응이 별로 없더라구요.

책 도착하고 일주일 내에 '중고수령'을 해주는 구매자는 손꼽을 정도였어요. 그래서 일주일 지나면 수령 버튼 눌러달라고 꼬박꼬박 문자 찍곤 했죠. (그래도 안 해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아마 뭘 눌러야 되는지 몰랐을 지도요..;;;;)

처음엔 알라딘 직배송으로 해서 택배사가 상자 잃어버려서 한달 동안 물건이 공중부양한 적도 두건 있었지만 어쨌든 다 해결했구요.

지금은 언니 쇼핑몰 이용하는 택배사를 이용하고 있답니다. 빨리 간다는 장점이 있지만, 상자가 커지면 언니가 가게로 들고 나갈 때 차를 끌고 나가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죠.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달까요..;;;;;

암튼. 판매기는 이랬구요.  구매기도 있습니다.

맨 처음 중고샵을 이용해 받은 책은 식객이었어요. 처음엔 필요로 하는 책을 검색해서 구입했는데, 나중엔 알라딘에서 파는 중고책을 새책과 끼어서 구매하고, 또 나중에는 아예 알라딘 중고책만 몰아서 사기도 하구요. 이런 책들을 구매했네요.

 

 

 

 

역사신문 5.6은 이미 있었고, 당시 알라딘에 2.3.4만 있어서 구입했는데,

상태가 무지 나빴어요. '상'이란 상태표시가 무색했죠.

그런 핑계로 아직 들춰보지도 않은..;;;;;

 

 

 

 

 

동화책들은 대체로 사고나서 만족도가 높았어요. 의외로 상태도 좋았구요. '소중한 나의 몸'은 너무 오래 전에 나온 책이라 내용은 기대에 좀 못 미쳤지만 존 버닝햄이나 앤서니 브라운은 늘 대만족이었죠.

샬롯의 거미줄은 동화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린이 도서로 분량이 생각보다 많이 길더라구요.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는 웹툰에서 보다가 넘 재밌어서 샀어요. 근데 2.3권은 좀처럼 중고샵에 안 나오네요.

더 사고 싶은데 말이죠.

 

 

 

 

 

요시나가 후미나 다니카 지로는 작가 이름 보고서 고른 책이에요.

아직 읽어보질 못해서 내용은 어떨지 잘 모르겠어요.

'헤이 웨잇'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내용은 많이 무거웠답니다.

마스카는 윙크에서 읽었는데 그 후에 나온 외전인지 긴가민가 해서 구입했다는...;;;

 

 

 

 

중고샵에서 나를 가장 흥분시킨 것은 아무래도 만화책 같아요.  순애보도 1.2권을 다 구입했구요.

타이밍은 강풀 책으로 전부터 궁금해서 샀는데 3권짜리란 생각은 못하고 중고샵에 나온 2권만 덜컥 샀더니 앞부분이 없어서 읽지도 못하고 모셔두고 있답니다. 하백의 신부는 1.2권 읽고 재밌어서 3.4.5.6권은 모두 새책으로 구입했어요. 내가 구입하고 다음날 중고샵에 책이 나와서 슬펐지만요.ㅜ.ㅜ

 

 

 

 

신해철의 쾌변독설 때문에 묻어서 다른 책도 같이 샀는데 지승호님 책은 사기만 많이 사고 읽기를 제대로 못해서 늘 민망해 하고 있어요. 사형수 042는 무려 세번의 주문에 걸쳐서 모두 천원도서로 구매했지만 책은 깨끗해서 만족하고 있지요.

이미지가 하나 안 뜨네요. 조선국왕 이야기 2편이에요.

워낙 오래된 책이라 줄간이 좁고 내가 극도로 싫어하는 '신명조' 폰트라는 게 참 거시기 합니다.

워낙 극찬한 사람이 있어서 궁금해서 구입했습니다.

 

 

 

 

 

100만 번 산 고양이는 주문한 날 네이버 메인에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제목으로 추천 목록에 올라와 있었는데 중고샵에 보이길래 '어머 날 위한 책이야!'하며 장바구니행으로 직행했어요. 하백의 신부가 즐거웠기 때문에 전작인 레일로드를 같이 구입했고 이미 본 동화책도 몇 권 포함되어 있네요.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는 구판을 갖고 있는데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고, 개정판 사기엔 책이 너무 비싸 망설이던 차에 중고책이 나와서 덥썩! 집었어요. 2권도 그렇게 구하면 좋겠는데 말이죠. (3권부터 새책이니까 3권은 그냥 구입해도 되고...)

 

 

 

 

'몽골 여행기'는 아주 망극한(..;;;) 책이었어요. 중고샵에서 건졌는데 일반 책에서는 검색이 안 되는 겁니다. 책의 서평을 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작가 이름으로도 아무 검색이 안 되구요. 무척 수상했어요. 그래도 목차의 내용이 좋아보여서 책값 4,000원에 배송비 물어서 구입했는데 받자마자 악! 소리가 나왔지요. 일단 책을 쓴 사람이 중3때 한 번, 고1때 한 번 몽골을 다녀와서 고2때 책을 낸 겁니다. 학생이었죠. 그래... 학생이라도 잘 썼을 수 있잖아? 하면서 읽는데... 정말 아니었단 말이지요. 아무리 궁리해봐도 이 책은 '자비 출판'인 것 같아요..ㅡ.ㅡ;;;;;

얼굴 빨개지는 아이는 장자끄 상뻬를 맨 처음 만나게 해준 책이라 꼭 갖고 싶었어요. 맨 처음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지인에게 선물만 했는데 이제 내 책이 된 거죠.

'몽골' 저 책도 좀 우여곡절이... 저 책 한권만 주문하기엔 배송비가 아까워서 '여섯 사람'이라는 책을 같이 주문했어요. 헌데 판매자가 책을 못 찾겠다고 하는 겁니다.(헌책방 하시는 분 같았어요.) 대신 다른 책 추가 주문하면 좀 더 싸게 준다길래 황미나샘의 '루나레나의 비밀 편지'를 골랐어요. 이건 어린이 성교육 책인데 만화로 구성했거든요. 근데 이 책이 3.500원이어서 알라딘 수수료 정도는 빼주나 했더니 200원 할인 해 주더라구요. 맘 상했어요.-_-;;;

암튼, 그렇게 해서 중고샵에서 구매한 책들은 61권 203,290원이에요. 평균 3.330원 꼴이네요.

중고샵에서 건지고 가장 기뻐한 책은 김혜린의 '노래하는 돌'과 '헤이 웨잇' '클로디아의 비밀' '하백의 신부' '얼굴 빨개지는 아이' 등이네요.

그리고 중고샵에서 가장 건지고 싶은 책은

요 책, 도자기에요. 얼마 전에 중고샵에 올라왔는데 한 발 늦어서 못 건졌어요. 

헌데, 구하고 싶은 책 찾는단 핑계로 요새 너무 자주 들락거려서 좀 걱정이긴 합니다.

자제를 해야 하는데 송곳 23호가 좀 무뎌졌어요.  25호로 업그레이드를 시켜야겠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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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8-05-26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판 책도 많고 산 책도 많으시네요!!
혜린님의 '노래하는 돌'이 중고 시장에 나왔다는 자체가 슬퍼요.. ㅠ.ㅠ
그렇지만 그 덕분에 마노아님께서 소장하게 되셨다는게 훨 기뻐요 *^^*

마노아 2008-05-26 14:16   좋아요 0 | URL
플래티넘에서 2월에 자숙하느라 일반까지 떨어졌는데 중고샵 끼고서 다시 플래티넘 등극했잖아요.ㅋㅋ
노래하는 돌이 나올 거라곤 생각을 못해서 뜻밖이었지만 저는 대박 건진셈이었어요^^

순오기 2008-05-26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난 한 권도 안 팔았지만, 이제 좀 팔아볼까 생각해요. 5월엔 5%더 비싸게 구매한다니 알라딘에 팔아벌릴까 생각도 들고요. 중고샵 선배로서 어찌하는게 좋은 지 조언 부탁해요. 등록하려니 택배사도 지정해야되고 복잡하더군요.
팔 책은 많지는 않아요. 어린이 그림책 조금이거든요.^^

마노아 2008-05-26 23:15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서 5% 더 받아주지만, 기존보다 5% 더 붙여서 팔고 있으니 사실은 알라딘이 돈 벌고 있어요^^
어린이 그림책은 내놓으면 잘 팔리는 책이거든요. 그러니 알라딘 아니라 직접 판매로 올려도 좋을 것 같아요.
알라딘 지정 택배사가 문제가 많아서 저는 피했는데, 저처럼 거래 트고 있는 택배사가 아니라 우체국 택배를 이용한다면 무게별로 거리별로 값이 늘어날 수가 있으니 또 어쩔 수 없이 알라딘 택배를 이용하게 되더라구요. 순오기님이 내놓을 양질의 책들이 궁금해요^^

순오기 2008-05-26 23:53   좋아요 0 | URL
양질의 책은 못 내놔요~ㅎㅎㅎ 제가 중고로 샀던 책 중에 별로인 책은 팔아버릴까 생각하거든요.ㅎㅎ
내가 확실히 아는 책은 후회가 없는데, 잘 모르고 샀던 책은 좀 별로더라고요~ 되팔면 내가 나쁜건가?
중고에서 샀는데 나한테 안 맞는 책만 팔려는데...괜찮겠죠?ㅎㅎ 택배사는 우리집 앞 이불집에 매일 오는데 2,500원에 해 주기에 거길 이용할까 해요. 3만원 이상 배송료 무료로~

마노아 2008-05-27 00:44   좋아요 0 | URL
아핫! 당연히 되파셔도 되죠. 저도 아직 못 읽은 것 중에서 혹시 엔지가 있으면 되팔려고 해요^^
3만원 이상 무료 배송 콜~!

BRINY 2008-05-28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세요. 전 내년 이사를 앞두고 이번 여름에 300권쯤 정리할 생각인데, 택배로 부칠 엄두가 안나서 직접 픽업해주러 온다는 헌책방에 팔려구해요. 근데 마노아님만큼 수익이 날까 모르겠어요. 그래도 역시 택배 포장할 엄두는 안납니다요.

마노아 2008-05-28 20:35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 팔기는 직접 받으러 오니까 편한 편이에요. 근데 상자 구하는 것도 일이긴 했어요^^;;;;
 
[중고] 몽골 여행기: 칭기스칸의 나라

평점 :
판매완료


자비로 출판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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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5-26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끝내주는 표현! 책 내용이 어땠을지 확 느낌이 오네요. ㅎㅎ

bookJourney 2008-05-26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이런 ... --;

마노아 2008-05-26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쓴 것인데 많이 허술해요. 게다가 책 제목이 일반책 검색에서 안 나오는 걸 보니 정말 자비로 출판한 것일지도...;;;;;
 
모래시계 10 - 완결
아시하라 히나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완결편이다.  본편의 내용은 8권에서 끝났지만 9권과 10권은 외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이야기는 다이고의 초등학교 시절 모습과 겹쳐서 나오는데 뜻밖에도 다이고는 울보 녀석이었다.  그때도 후지랑 투닥거리며 싸웠는데 선생님과 함께 묻은 타임캡슐 속에 그가 보관한 것은 한장의 그림이었고, 그 뒷면에는 '겁쟁이 반납'이라고 적혀 있었다.  어린 동생이 생기면서, 또 지켜주고 싶은 안을 만나면서 다이고는 자기 안의 작은 울보를 졸업해 버렸다.  투박해 보이고 퉁명스러울 때도 있어 보이는 악동같은 이미지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상냥하고 따뜻한 다이고.

20년이 지나 다시 열어본 타임캡슐과 조촐한 동창회. 그리고 많이 늙어버리신 선생님. 선생님에 대한 추억과 존경과 사랑이 오늘날 초등교사가 되어버린 다이고를 만들어내는데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되어도 상관없어요. 상냥항 사람, 착한 사람, 바보든 멍청이든 상관없어요. 
되고 싶은 사람이 되든 못 되든, 아무리 낙오자가 되어도 선생님은 화내지 않아요.
어떤 인생이든 상관없어요.  단지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세요.
자신에게만은 거짓말하지 말고, 얼버무리지 말고, 신념을 가지고 정직하게.
선생님은 여러분을 믿어요. 20년 후에 여기서 만납시다.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어도."

어떤 인생이라 하더라도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된다고 말해주는 선생님이라니. 일견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또 한편으로 가장 지켜야 할 중심을 세웠다는 생각도 든다.

다이고는 날마다 사고를 치고 말도 잘 안 듣는 아이들을 보며 자신감을 잃기도 하고 자신이 초등교사로서 제 자리에 있는 것일까 자꾸 반문하지만, 그런 의문조차 품지 않는다면 어찌 교사라고 할 수 있을까.  다이고의 선생님이 그랬듯이 다이고 역시 아이들을 통해서 배우게 된다.  아이들은 어리지만 충분히 성장하고 있었고, 그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다.

판도라의 상자에 마지막 남은 '희망'.  학생들이 고른 연극은 작가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와도 맞아 떨어진다.  그리고 독자들이 읽고 싶어하는 행복한 결말과도 만나버린다.

안은 결혼한 뒤 시마네에서 헬퍼 일을 하게 되었다.  누구보다도 나락 속에서 헤매었던 그녀이기에 그 일을 더 잘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머니의 상냥함과 다른 성격으로 안의 상냥함은 좀 더 편안한다.

악동 타케루의 아버지 창고에는 지금은 쓰지 않는 온갖 물건들이 가득했는데 게 중에는 고가의 천체망원경도 있었다.  동경하는 아이들에게 거저 주겠다고 하자 초등교사 다이고는 펄쩍 뛰며 말리고, 부모님들께 먼저 받아도 되는지 허락을 받아오라고 한다. 그래놓고는 중요한 판단과 책임을 부모님들께 미룬 것 같다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음 그릇이 크고 생각도 깊다.

리쿠는 형제가 다섯이나 되는 가난한 집의 아이인데 그 아버지는 그렇게 고가의 물건을 받을 수 없다고 아이를 설득했다.  아이는 수긍했고 자신이 어른이 되어 스스로의 힘으로 장만하겠다고 다짐한다.  아이의 꿈은 우주 정거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되는 것인데, 악동 타케루와 투닥거리면서 두 아이가 함께 자라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눈부셨다. 

한때 미래의 자신에게 메일을 보내는 게 유행을 했는데, 일년 뒤의 나에게 메일을 보낸 것이 일년 뒤 바로 그 날의 일주일 전에 '예고' 메일이 도착한 것이다.  이미 내용을 다 알고 있으니 참 김이 세버렸다. 그렇게 일년 뒤 말고, 십년 뒤 이십 년 뒤의 나를 상상해 본다.  그 순간에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날마다 그려본다면, 그리고 그 꿈을 향해 노력한다면 정말 온 우주가 나의 소망을 다독이며 함께 도울 텐데. (요새 그런 메시지의 책들이 참 많다. 옳은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 )

마지막에 시간을 뛰어넘는 모습과 쉰살이 되어서 타임캡슐을 묻은 나무 곁에 서 있는 다이고의 뒷모습으로 작품을 끝맺는데 연출이 마음에 든다.

완결을 이미 짓고 그 다음에 연달아 외전을 두권 읽어서인지 완결에 대한 아쉬움이 덜하다.  모처럼 좋은 작품을 만나서 오래오래 뿌듯하다. 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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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 9
아시하라 히나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안의 엄마 미와코의 어릴 적 이야기가 첫번째 이야기였다.  누구보다 상냥하고 예쁘고 재능도 많았던 미와코. 그래서 처음엔 다들 호감을 갖고 그녀를 좋아하지만, 어떤 계기만 생기면 그녀의 진심을 모두들 의심한다.  그저 친절을 베풀어 길 안내를 했을 뿐인데, 소문은 꼬리를 물어 낯선 남자에게 끌려가 사흘 만에 돌아왔다고 하고, 몇 년 지나자 한달로 둔갑해 버린다.  늘 그런 식이었다.  그녀는 애탈 정도로 노력하는데, 그 상냥함과 친절은 늘 미모에 묻혀서 진심이 아닐 거라고 오해 받고 그녀를 향해 구애하는 인물들간의 다툼으로 인해 난처해지기만 한다.  그때마다 미와코는 너무 난처하고 그런 소문을 늘 양산해 내는 마을이 싫어서 시마네를 떠나는 것을 간절히 소망한다.

다이고의 어머니인 히로코는 둥글둥글하게 생겼고 넉넉한 인상만큼이나 넉넉한 마음을 가진 평범한 소녀였다.  언제나 비교되는 미와코를 부러워했지만 그 마음으로 인해 미와코의 진심을 의심하지 않는다.  자신의 어머니 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 모두 '악의'는 없다 해도 근거 없는 소문을 낳고 또 낳고 퍼뜨린다.  작은 마을의 함정은 그런 데에 있다. 모두가 남의 집 숟가락 숫자까지 셀 만큼 속속들이 사정을 알고 정겨움과 친숙함이 있지만 사생활이 지켜지지 않거나 근거 없는 소문이 너무 빨리 퍼져버려 마을을 지배해 버린다.  그들은 악의 없이 던진 돌멩이에 지나치게 섬세한 미와코 같은 인물은 피를 철철 흘리며 죽어가는 것이다.

반면, 츠키시마가에 시집온  후지의 엄마는 정반대의 성격을 지녔다. 열 다섯의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남편에게 반해 후처로 들어온 그녀는 아주 불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 미와코를 따라다니는 모든 소문을 잠재우고 마을의 뒷담화 주인공으로 우뚝 선다.  전처는 아이를 낳지 못해서 쫓겨났다고, 자신은 꼭 아들을 낳고 말거라고 당당하게 말을 하는 그녀. 미와코로선 놀랍고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그런 그녀도 남편의 사랑이 식었을 때 새장같은 츠키시마가에서 살기 힘들어 외도를 하는 둥 평범치 않고 평탄치 않은 삶을 살지만, 적어도 그녀는 자신이 '지켜야 할' 두 아이를 책임질 생각과 각오는 하고 있었다.  반면 새장을 뛰쳐나간 미와코는 안을 지키지 못하고 자살했다.  어느 곳에서 살든지 그녀가 극복해 내기 힘든 세상살이였다는 것을 그녀도 알았을까.  그녀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녀의 막바지 선택은 참으로 안타깝다. 그리고 그 유산을 그대로 짊어진 채 안이 모질게 살아야 했던 시간도.

엄마가 죽고 나서 다이고와 지내며 밝아진 안에게 히로코는 얘기한다. '적당히', '대충', '마이페이스' 이런 말을 좋아한다고. 입버릇은 '뭐 됐어!' 이런 말...

아무리 튼튼해 보이는 새장도 의외로 문은 열려 있다며 새장 문을 열어 카나리아를 날려보내주는 히로코 아줌마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새장 속에 갇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카나리아였던 미와코는 그 새장 문을 나가지 못한 채 새장에 머리를 박고 죽어버린 셈이다.  안이 그 길로 따라가지 않아서 참 다행인 일!

두번째 이야기는 안과 결혼 직전까지 갔다가 깨져버린 사쿠라편이다. 안의 이복동생 치이가 후지의 여동생 시이카가 있는 뉴욕으로 여름방학 때 놀러간다.  때마침 회사에서 자신이 차버린 여자의 술수로 인해 막대한 책임을 지고 징계를 먹은 사쿠라는 감기몸살까지 겹쳐서 아주 곤란한 지경에 빠지는데 여차저차한 사정으로 치이와 만나게 된다.  어린 치이의 눈을 통해서 자신이 늘 부정하고 살았던 가치들을 다시 돌아보는 사쿠라. 여전히 자신이 옳다고 믿지만, 새로운 다짐도 해본다.  열심히 일하다가 힘들면 쉬고, 다시 또 열심히 일하는 생활.  멈추는 순간 그대로 끝이 아니라는 것을 사쿠라도 알아차린다.  앞서 7편인가에서는 참 밉게 나왔는데 이렇게 보면 또 귀여운 구석이 있다. 이런 사람에게도 저만의 상처가 있고 사정이 있다는 만고의 진리.

맨 마지막 아주 짧은 페이지에 후지의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나오는데 진짜 귀여웠다.  어릴 때부터 삐딱하게 굴었던 후지는 사실 정에 굶주려 있었다.  엄마는 여동생만 챙겨주었고 아버지는 무뚝뚝 그 자체.  그토록 부자인데도 크리스마스 선물 한 번도 못 받아본 후지는, 초등학교 2학년, 양말 속에 담긴 선물을 보고 진짜 산타의 존재를 믿고 말았다.(엄마 아빠는 그런 선물을 해줄 리 없다고 여겼기 때문에.) 그리고 열일곱의 크리스마스 때 안으로부터 교재의 가능성을 들었다.  어린 시절 그 이후 가장 간절했던 크리스마스 선물. 그리고 가장 행복한 선물.  그 행복이 끝까지 지켜지진 못했지만, 그로서는 다시 바꾸고 싶지 않은 아름다운 크리스마스가 되었을 것이다.

이야기들이 참 예쁘다. '네가 없는 낙원'과는 다른 느낌으로 순수하고 절절하다.  바사라가 받았던 대단히 큰 상을 받은 작품인데 정확히 이름이 생각이 안 난다. 아무튼 무척 권위있는 상이었는데 수상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한권 남았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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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 8
아시하라 히나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만약에 내가 아직 보지 못한 '하백의 신부' 뒷권과 내가 아직 보지 못한 '모래시계' 뒷권이 동시에 내 손에 들어온다면, 나는 아마도 하백의 신부를 먼저 읽을 것이다.  더 궁금한 것은 하백의 신부가 맞지만, 그러나 더 잘 쓴, 완성도 높은 작품을 고르라고 한다면 단연코 '모래시계' 쪽이다.  그러니까 이건 드라마로 치면 '온에어'와 '한성별곡'을 비교하는 것이랄까? 온에어 엔딩이 더 궁금하지만, 내 속에 오래오래 남을 명드라마는 한성별곡을 제칠 수 없다. 꼭 그런 느낌.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또 보여주는 그 무수한 메시지들과 감동에 비해 '모래시계'라는 제목은 좀 안 어울린다. 모래시계가 중요한 상징으로 등장하지만 아무래도 13년 전 '우우우우~'그 음악과 함께 최민수, 고현정을 먼저 떠올리게 하니 우리나라 독자에게 제목은 좀 미스다.

실질적으로 '완결'편이다.  번외편으로 두권이 더 있지만 내용은 완결을 맞는다.  시원하고 또 동시에 섭섭하다.

안은 확실히 엄마보다 할머니를 닮았다.  결코 떨쳐낼 수 없었던 엄마의 죽음의 그림자보다 살아있는 사람들과의 추억, 그들에게 안길 상처가 더 크게 다가왔다.  살고 싶었고, 살아야만 했다.  그리고 그녀를 살려낸 구원은 곧 그녀로부터 구함을 받는다.

다이고와 평생 함께 해달라고 빌었던 꼬마 적의 소원. 그 소원을 털어내고 그의 순수한 행복을 빌어주는 안.  욕심과 상심과 또 집착을 버릴 때 그녀 안에 새 길이 열렸다.  진심이 담긴 그 순수한 마음이 기적을 이뤘달까.

회사 여직원들의 미팅 씬이 압권이었다. 엘리트 집단이라고 모두들 잔뜩 기대하고 나갔는데 평균 나이 45세의 머리 벗겨진 아저씨들의 폭탄!  그 다음엔 자뻑 왕자님.  그래도 스무 살의 그 미팅 때보다 안은 더 성장했고 당당해졌고 여유로워졌다.

일본 내의 많은 가정들이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의 재혼으로 새엄마가 생기고 이복 동생이 생겼는데, 이들의 관계가 참 이상적이다.  언니의 친모 무덤 앞에서 쫌 미안해 하며 그래도 언니를 낳아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어린 동생이 예쁘고 사랑스럽다.

갑작스런 기상 악화로 열차가 멈추고 그 바람에 하룻밤 신세지게 된 시골 어느 가정. 그 식구들의 꾸밈없는 웃음과 순수한 도움이 참 따뜻했다.  친절을 사기로 되갚아 버리는 무서운 세상에 살면서, 그런 그림 같은 인심이 더 그리워진다.

하나의 추억과 또 하나의 추억과 또 하나의 추억을 모아모아 삶을 이뤄간다.  사랑하고 있음에도 감당할 수 없는 상대의 아픔에 헤어졌던 그들이, 이제 서로의 짐을 무거워하지도 않고 애써 함께 지고 가려고 하지도 않은 채,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누군가에 기대어 행복을 원하던 안이, 이제는 자신으로 하여금 행복을 주게 만드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그들이 이뤄낸 사랑의 결실이 너무 곱고 예뻐서, 또 그 동안의 아픔이 참으로 가여워서 한껏 눈물이 났다.  게다가 부럽기까지 했다는....;;;;

시이카도 당당히 자신의 길을 가고, 후지도 출사표(?)를 던진 셈인데, 번외편에선 후지 이야기도 좀 보고 싶다. 그나저나 일본에선 사촌끼리의 결혼이 가능한가 보다. 그러고 보니 '네가 없는 낙원'에서도 야가미의 사촌이 야가미를 좋아하긴 했다.  그녀가 수상한 게 아니라 가능한 얘기였구나....(어째 남자끼리 사랑하는 것보다 더 충격적인 느낌이다...ㆀ)

좋은 작품을 만나 행복하다. 나중에 나의 야곱에게 빌려준 뒤 감상을 물어봐야겠다. 나만큼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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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5-24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에게 '모래시계'란 그 드라마를 의미하겠죠.
우리도 삼국시대는 친족끼리 결혼했죠~ 형이 죽으면 도련님이 형수와 결혼하기도 했고...
추억을 모아 모아서 삶이 이어진다는 것 좋지요! ^^

마노아 2008-05-24 12:21   좋아요 0 | URL
드라마 모래시계의 포스가 강하긴 하죠^^ 삼국시대야 지켜야 할 골품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이야 어디 그런가요. 게다가 가까운 친족끼리 결혼하면 유전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이가 생길 확률이 크다는 것을 아는 세상인데요. 아무래도 사촌은 너무 가깝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놀라웠나봐요. 엘에이에서 동성 간의 결혼을 허한다는 기사를 지난 주엔가 보았는데 그쪽이 덜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아무래도 순정만화의 영향 때문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