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T 3
황미나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0년 7월
평점 :
품절


아홉살 무렵에 처음 만화방을 들락거렸는데, 그때 접하게 된 작가들 중에서 가장 좋아했던 분이 바로 황미나 선생님이다.  처음 만났던 작품들은 '주의 어린양 아뉴스데이', '굿바이 미스터 블랙', '이오니아의 푸른 별' 등등으로 순정만화 위주였다. 꽤 오래도록, 아니 지금까지도 선생님은 순정만화계의 '대모'로 불리고 계시지만, 사실 작품 세계를 찬찬히 들여다 보면 '순정'이란 단어에 가두기엔 스펙트럼이 무척 넓으시다. 특히나 무협과 SF에 관심이 많아 보이는데, 이 작품은 그 두가지 장르를 혼합하였다. 작품 연재 연도가 2000년이고 소년잡지 부킹에 게재했다.  같은 시간에 레드문이 윙크에서 연재되어 완결났던 것을 보면 다작 솜씨에 감탄을 하게 되고, 왕성한 창작활동에 고마움을 느낀다.

발해와 가야와 탐라 사이에 위치한 중립지역. 그 중립지역만이 사계절이 존재하고 발해처럼 춥지 않고 잦은 비로 고생하지 않고 농사 짓고 살기 좋은 땅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 지역을 탐내는 자들이 끊임없이 도발해 오며 전쟁을 일으키려 하는데,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는 자에 대한 전설이 존재하는 이 땅에, 그 다른 눈을 가진 자로 의심되는 '주몽'이 등장한다.  소개된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역사 속 인물들의 이름과 명칭이 계속 차용된다. 전설의 '기린'이 소년의 테마가 되고, 발해를 등지고 중립지역을 지키는 전사의 이름은 계백, 그런 계백의 군사(軍師)의 이름은 을파소.  그밖에 사악한 주술사로 시바가 나오고 가야의 공주님인 화사랑이 변장했을 때 이름은 '화랑'이다.

처음엔 우리의 역사적 사건들과 어떤 밀접한 관련이 있나 관심을 더 세웠는데 어느 정도 '느낌'의 반영은 있어도 구체적인 연관은 발견하기 어려웠다. 다만 발해와 가야와 탐라 사이의 중립지역이라고 하니 한반도 땅덩어리 느낌의 중립지역을 상상할 순 있었다.(작가도 그리 상상했는지는 모른다. 발해와 가야가 동시대의 나라도 아니었고..;;;)

뭐랄까. 난 좀 많이 아쉬웠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대의. 그러니까 싸우지 않고 다투지 않고 모두가 평화롭게 사는 세상, 그 세상을 만들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런 전체 테두리의 주제는 참 아름답다. 그런데 그 주제가 너무 노골적으로 제시되니까 조금 김이 새는 느낌이고, 연재 잡지의 특성을 고려해서 때로 좀 유치하게, 때로 좀 선정적으로, 때로 보다 과격하게 제시되는 장면장면들이 불편하다. 어쩌면 이것은 내가 소년지에 좀 약한 편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  과장된 진지함보다 의도된 유치함이 더 나을 때도 물론 있지만.

또 그녀의 작품 속에서 여자 주인공이 담당하는 역할들이 아무래도 늘 남자주인공들에게 밀리는 것도 조금은 섭섭하다.  레드문의 필라르의 포스와 루나레나의 무게감은 확연히 차이가 있었다. 하물며 루나는 사다드에게도 한참 밀렸다. 파라다이스에서 준호에 못 미쳤던 미리내라던가, 엘세뇨르에서 안헬리나 등등의 입장까지도.  꼭 여성을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워야 힘을 실어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좀 더 여주인공의 성장에 힘을 실어주는 작품을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작은(작을까?) 소망이 있다.

그리고 이건 작품보다 한국 만화계의 현실에 대한 불만인데, 연재 환경이 너무나 불안정하다. 그야말로 비정규직 환경이랄까.(ㅡㅡ;;) 작품이 궤도에 오르거나 혹은 한참 오를 때에 폐간되거나 인기 여부에 따라서 하차되기도 한다. 혹은 한국 사회의 특징상 유독 만화 매체에 대한 마녀사냥식 돌던지기로 작가의 자체검열로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게 만든다. 이 작품은 4권완결이지만 1부의 완결이다. 중립지역이 밟혔고, 주몽은 주술에 걸려 자기의 힘을 제어하지 못하고 폭주했고, 계백은 뜻밖의 배신으로 죽임을 당한다. 정말 죽었는지는 알 수 없고, 1권 표지에서의 주몽의 성장한 모습을 생각한다면 뒷 이야기가 반드시 이어져야 되는데, 작품은 아쉽고도 애석한 종결을 맞았고, 그후 8년 동안 소식이 없다.

황미나 샘이 작품에서 손을 떼신지 꽤 되었다고 기억한다. 레드문 연재 당시에는 건강이 너무 악화되어서 생애 마지막 작품이라는 각오로 그리셨다고 했는데, 그 후 건강은 많이 회복되셨다는 기사를 본 것 같다. 최근 근황으로는 '공포의 외인구단' 드라마 시나리오 작업을 하신다고 역시 기사를 보았는데 그 외에 다른 활동은 전무하신 듯하다. 너무 지치셨던 것일까. 선생님의 작품 스타일을 생각할 때 창작의 씨가 말랐을 거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한국 사회, 문화, 시장에서 만화가로 활동하시기 너무 힘들어서 파업으로 항의 표시를 하는 것일까. 모두 나의 상상이긴 하지만 전혀 잘못 짚은 것은 아닐거라는 슬픈 느낌이 든다.

이 작품이 좀 더 서포트를 받으며 진행될 수 있다면 또 다른 버전의 레드문같은 대작을 만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독자로서 무한한 아쉬움을 느낀다.  이 작품뿐 아니라 부득이 연재를 중단한 천국의 계단, 아르테미스의 활 등도 마찬가지다.

청소년기의 많은 추억을 함께 해주신 선생님의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그때를 간절히 기다려본다. 절판된 책을 중고샵에서 겨우 건진 나의 행운에도 축하를. 4천원의 책을 사기 위해 2만원 어치 구매 금액을 맞춘 나의 지름신에는 애도를...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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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8-06-13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자나도 요즘 황미나샘 활동이 없으시다.. 생각했더랬죠. 그런데 마노아님 리뷰를 보는군요 ^^
저는 미나샘 작품은 이씨네 집 이야기를 끝으로 접해보질 못했네요..
예전에 정말 왕성하게 활동하시던 분이신데 아쉬워요.
미나샘네 화실에 갔었던 고딩시절이 생각났어요. 정말 그땐 두근두근 +_+ 하는 맘으로 찾아갔었죠. ㅎㅎㅎ

아.. 중고샵 이벤트 당첨 축하해요. 마노아님 당첨될줄 알았어요 ^^*

마노아 2008-06-13 13:16   좋아요 0 | URL
많은 추억을 함께 했던 만화가샘들의 작품을 만나기 어려워진 현실이 가슴 아파요. 그래서 더더욱 불의검을 끝내주신 혜린샘께 감사하구요.
화실에도 다녀오셨군요. 와방 부러워요(>_<)
예전에 십년 전 sicaf에서 사인회가 있었는데 줄이 길어서 못 받았던 게 생각나요. 크흑... 아깝다.
중고샵 이벤트, 양으로 승부한 것 같아요. 우헤헷, 캄사함돠!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80611000008&S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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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6-12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확한 실상을 국민이 아는데, 정부는 알면서도 모른척 하는 걸까요?ㅠㅠ

마노아 2008-06-12 00:04   좋아요 0 | URL
실태를 보아하니 알고서도 들여올 놈들이라고 봐요. ㅡ.ㅡ;;;
 


고혈압에 대처하는 기린의 자세 [제 770 호/2008-06-11]


육상에서 가장 키 큰 동물은? 누구나 쉽게 짐작하다시피 기린이다. 기린은 어느 동물보다도 월등히 크다. 아마도 공룡 이래로 가장 키 큰 동물의 지위를 계속 유지해 왔다. 기린은 새끼 때에도 타 동물 보다 역시 키가 훨씬 크다. 그래서 기린이 분만 할 때 보면 그 긴 새끼 목이 마치 떡 기계에서 가래 떡 뽑아 나오듯 스르륵 하고 서서히 빠져나오는 걸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머리가 그저 툭하니 빠져 나온다.

이처럼 긴 목을 가진 기린은 여러 가지 용도로 목을 사용한다. 높은 곳에 있는 나뭇잎을 따 먹을 때 편리하게 이용하기도 하고, 짝짓기를 위한 절대절명의 순간에도 목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린은 일부다처제의 습성을 지녔는데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수컷들의 싸움은 격렬해서 때론 다투다가 한쪽이 죽기도 한다. 이때 그들이 목을 번갈아 부딪치는 싸움을 ‘넥킹(necking)’이라고 한다.

사실 기린은 독특한 신체 구조 때문에 화를 내고 싶어도 절대 내서는 안 되는 동물이기도 하다. 사람들도 고혈압이 생기면 화를 죽이고 살아야 하듯 기린은 선천적으로 고혈압 환자라는 기구한 운명을 타고났다. 기린은 키가 5m가 넘고, 심장에서 머리까지 3m나 된다. 강한 압력으로 심장에서 머리로 혈액을 뿜어주는 것이다. 기린의 혈압은 160~260mmHg로 사람의 두 배나 된다. 이토록 혈압이 높게 유지되려면 가장 강해야 할 것은 물론 심장이다. 그래서 심장의 근육도 두껍고 심장 크기 또한 몸의 비율에 비해 크다. 11㎏에 달하는 기린의 거대한 심장은 강한 힘으로 펌프 운동을 하고, 뇌로 혈액을 급속히 올려 보낸다.

기린의 혈관계에는 다른 동물에서 찾아 볼 수 없는 혈압조절계라는 특수조직이 있다. 만일 이것이 없다면 기린은 물조차 마시지 못한다. 목을 숙이면 기린의 머리로 다량의 피가 몰리게 되는데, 특수조직이 조절해 주지 않으면 일시적으로 몰린 피가 뇌의 모세혈관을 전반적으로 파괴시켜 바로 뇌출혈로 사망하게 된다. 그래서 조물주는 기린에게 ‘원더네트(wonder net)’ 와 ‘정맥판’이라는 놀라운 특수혈관조직을 선물로 주었다.

원더네트는 목과 머리 사이에 동맥피와 정맥피가 얽혀있는 모세혈관 다발로 되어있다. 이 원더네트는 마치 역의 개찰구처럼 피의 뇌 입·출입을 조절한다. 심장에서 오는 동맥피는 이곳을 거쳐야 뇌로 들어갈 수 있다. 이곳을 거치는 동안 높은 혈압의 피는 정상적인 혈압으로 완충이 되어 뇌로 들어간다. 목 정맥은 정맥판을 작동시켜 뇌로 정맥피가 역류되는 것을 방지한다.

기린뿐만 아니라 펭귄도 원더네트가 있어서 극지방에서 추위를 견디는 것이 가능하다. 원더네트를 거치면서 심장으로부터 오는 따뜻한 동맥피는 적당히 차가워지고 발끝에서 올라오는 정맥피는 적당히 따뜻해진다. 발바닥 온도는 몸보다 낮은 수준에서 얼지 않을 만큼 적당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특수조직이 무리하게 사용되지 않도록 기린도 목을 숙일 때 스스로 다리를 벌려 몸을 최대한 낮추어 목에 걸리는 부하를 경감시키려 노력한다. 그리고 이런 여러 가지 장치들은 가동시키는 데 준비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 동안 포식자의 습격을 피하기 위해 기린은 물을 마실 때 항상 몇몇씩 모여 교대로 마신다. 그리고 물을 한꺼번에 많이 마신 다음 오랫동안 마시질 않는다. 몸의 수분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오줌도 굉장히 농축시켜서 내보내고 똥도 마치 토끼 똥처럼 둥글둥글 구슬모양으로 ‘후드득’ 하고 항문에서 말 그대로 쏟아져 내린다.

이 밖에도 기린은 흥미로운 점이 많은 동물이다. 다른 동물과는 성대가 달라 소리를 못 낸다고 하지만 확실하지 않으며, 초음파를 보낸다는 설도 있다. 기린은 툴툴거리는 듯한 소리를 낼 수 있으나 매우 조용한 동물이라서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워낙 드물다.

또한, 기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기관 중 하나가 바로 40cm가 넘는 혀이다. 혀의 앞부분은 검고 뒷부분은 빨갛다. 검은 부분은 단단한 조직으로 되어 있어 가시가 달린 가지도 문제없이 감아 올 수 있다. 기린의 뿔은 보통 높게 솟은 두개만 보이지만 피부 위에 솟은 돌기를 모두 뿔이라고 본다면 코 위에도 뿔이 하나 있고 귀 뒤에도 각각 하나씩의 뿔이 있어 모두 5개를 가진 셈이 된다. 기린의 뿔은 별다른 기능은 없다. 다른 동물을 헤치기 위해서라면 뿔이 날카롭고 크겠지만 기린의 뿔은 작고 뿔에 살이 돋아나 있어서 싸우는 용도로도 적당치 않다.

기린은 큰 키 때문에 초원의 초식동물들에게 거의 맏형이나 같은 존재이다. 기린 주변에 여러 초식동물들이 모여 사는데 그들은 기린이 뛰면 앞뒤 안 가리고 무조건 달린다. 그건 틀림없이 위험한 동물이나 물건이 반경 2km안에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기린도 위기에 몰리면 긴 다리를 이용해 주로 앞발공격을 한다. 그 발차기에 제대로 걸리면 아무리 사자라도 견딜 수 없다.

기린은 걷는 모양 역시 특이하다. 다른 동물들은 앞발이 나가면 반대쪽 뒷발이 동시에 나가는 지그재그 방식인데, 기린은 한쪽 다리가 일시에 이동하고 나서 이번에 반대쪽 다리가 이동한다. 예를 들면 왼쪽 앞·뒷다리가 동시에 이동한 다음에 오른쪽 앞·뒷다리가 동시에 이동하는 것이다. 뛸 때는 또 다르다. 앞쪽다리가 동시에 이동하고 그 다음에 뒤쪽다리가 동시에 이동한다. 기린은 참 알면 알수록 특이한 동물이다.

더구나 초원의 마지막 수호자로 불리는 기린은 자연 파괴의 ‘바로미터’가 된다. 기린이 살 수 없는 자연은 더 이상 자연이 아닐 것이다.

글 : 최종욱 광주우치동물원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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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003&articleId=1091599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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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8-06-11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저는 행동하지 않는 양심입니다....언제나 그랬듯이....
살짝,,누구랄것도 없이..미안해지는거 있죠...

마노아 2008-06-11 18:19   좋아요 0 | URL
그래도 우린 다 한 마음이잖아요. 그걸로 된 거예요.^^

L.SHIN 2008-06-11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상에서 춤을 추는 불빛, 세상에 저보다 더 밝고 강한 빛이 어디있을까요.^^

마노아 2008-06-12 00:04   좋아요 0 | URL
저 불빛이 꺼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요. ^^

Mephistopheles 2008-06-12 0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긴 장관이 오기까지 했다죠?? 별반 말도 못하고 쫒겨났다지만..ㅋㅋ

마노아 2008-06-12 10:40   좋아요 0 | URL
정모씨 꼴이 가관이었어요^^ㅋ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003&articleId=1090799

명박산성에 대한 진중권교수의 미학평가

미니멀리즘을 살린 양식으로 불필요한 장식은 배재한체 모듈형식으로 되어있지요. 

국민염장지르는데 좋은 효과를 지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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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8-06-11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

마노아 2008-06-11 12:22   좋아요 0 | URL
시민들의 센스가 예술이에요!

순오기 2008-06-11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해요~~~~~~^^

마노아 2008-06-11 12:22   좋아요 0 | URL
반짝이는 생각들이 참 예뻐요^^

L.SHIN 2008-06-11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길이길이 역사책에 나올법한...ㅡ.,ㅡ

마노아 2008-06-12 00:05   좋아요 0 | URL
해외토픽감이었어요. 올해의 포토제닉상을 받아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