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안녕하려면 - 하이타니 겐지로 단편집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츠보야 레이코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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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 작품은 세번째다.  가장 유명한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를 작년에 인상 깊게 보았고, <로쿠베 조금만 기다려>도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방금 막 읽기를 마친 <우리와 안녕하려면>은 선물로 받은 책이다.  내게 선물로 준 이도 선물로 받았다고 했는데 내게 주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나 역시 읽기를 마치고 다른 분께 선물로 안겨드렸다.  나보다 더 크게 이 책이 필요한 즐거운 이유가 그분께 생겼기 때문이다. ^^ 

이 책은 짤막한 다섯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통점이라면 학교나 선생님이 등장하거나 혹은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소외받는, 비주류에 속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첫번째 단편 <물 이야기>에서는 재일 조선인이 등장하고, <손>에서는 2차 세계대전 때 오키나와 전투로 한 손을 잃어버린 선생님이 나온다. <눈>에서는 인도네시아의 가난한 소년이 나오고, <소리> 편에서는 지체 장애아가 나오며, 마지막 단편 <친구>에서는 교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어리고 약한 학생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다섯 작품은 모두 작가의 경험과 추억, 인연에서 비롯된 이야기를 취하고 있다.  첫번째 이야기는 한국의 경주를 여행할 때 만난 사람이 모티브가 되었는데, 그는 일본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30년 동안 일본 말로 이야기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이것이 작품 속에서 재일조선인 아버지가 수영을 그만두는 이야기로 나온다. 아이들은 수영부가 해체되는 것에 저항하는 의미로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딱 한명 이소선을 빼고. 이소선은 재일조선인 아버지를 둔 아이다. 그 아버지가 수영부에 찾아와 수영 대결을 벌이는데, 그분이 해준 이야기가 싸아하다.  처음으로 국제 대회에서 3등 상을 받았을 때 올라간 국기는 태극기가 아니라 일본 국기였다는 것.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손기정 선수의 슬픔으로 생각하면 될 듯 하다.  

작품을 읽으면서 작가가 경주에서 만났던 그 사람을 떠올려 본다.  우리 말을 강제로 빼앗겼던 수난의 시대를 아파하며, 자신 혼자서 할 수 있는 저항의 모습으로 일본말을 30년 씩이나 삼갔던 모습.  그의 저항은 작지만 크다.  그래서 더 아프고 눈물이 난다.  작품 속 아버지와 달리 이소순은 좋은 친구들을 만났고, 자신이 맛보았던 그 세계를 잃고 싶지 않아 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아들의 그 작은 세계를 마찬가지로 지켜주고 싶었다.  이들이 수영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또 선생님들과 학교에 저항을 해도 수영부 폐지라는 결정을 바꾸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자신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다른 세계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고, 자기들이 살고 있는 그 세계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저항'의 의미도 다시 새겨보면서.

개인적으로는 두번째 이야기 <손>이 가장 울컥하는 느낌이었다.  2차 세계대전 때 일본 땅에서 유일하게 지상전이 벌어졌던 오키나와.  그때의 폭격으로 손을 잃어버린 선생님 이야기.  그 손을 부끄럽게 만들지 않았던 당당한 선생님의 모습이 감동스럽다.  철없는 아이들은 그 손을 보고자 했지만 '구경거리'가 아니니 지금은 보여줄 수 없고, 나중에 자연스럽게 볼 거라는 선생님의 말이 짠하게 들린다.  그 선생님의 제자인 학생이 오키나와를 배로 여행하면서 선생님께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작품은 전개되는데, '선생님'하고 부를 때마다 찰랑거리는 파도 소리와 귓가를 스치는 바람 소리가 함께 들린다.  학생은 오키나와에서 갑작스런 비를 맞게 된 할머니를 집까지 모셔다 드리는데, 이 할머니는 전쟁으로 두 아들을 잃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할머니는 원망과 분노의 마음을 품는 것이 아니라 천황폐하가 아직도 감사의 말씀을 해주시지 않는다고 섭섭한 마음을 비춘다.  할아버지는 말라리아로 사망했는데, 그 역시 전쟁의 희생자인 것은 동일했다.  

뭐랄까.  안타까운 한숨이 새어나온다.  나랏님이 말씀하시면 그저 읍하고 순종해 왔던 '백성'으로서의 할머니.  설령 못 배우고 가난할지라도 나라 일에 휘말려 큰일을 당했던 중요 구성원인데, 사회는 그 아픔을 헤아려 주지 않고 보상해 주질 않는다.  높은 곳에 계시는 천황 폐하, '고마웠다'고 혹은 '미안했다'고 한마디만 해주어도 달라질 그분들의 마음인데, 그 마음 보듬어 주지 않는 그이들의 오만함에 참으로 화가 난다.  전범 국가로서 여전히 반성하지 않는 그들이니 말해 무엇하겠냐마는, 우리처럼 식민지배를 받아서 원한이 사무친 사람뿐 아니라, 일본 내부에서도 얼마든지 희생자가 있을 거란 생각을 하니 슬픔의 공감대가 형성된다.  작품 속 선생님은 자신을 위해서 뭔가 해줄 생각이 있다면 '오키나와에 대해 공부해다오'라고 하셨는데, 우리가 우리의 고통을 위로받는 지극히 평화로운 방법이 아닐까 생각했다.  미워하고 증오하라고 가르칠 것이 아니라, 반성하고 성찰할 기회를 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복수가 아닐까......

작가의 작은 아버지는 인도네시아의 왼딴 섬에서 전사하셨다고 한다.  작가는 작은아버지의 흔적을 더듬어 여행을 했는데, 그때의 감상과 느낌을 담아 세번째 단편 <눈>을 써냈다.  일본인 주인공이 인도네시아에서 열차를 타고 여행을 하는데, 여행객을 상대로 잠깐의 정차 시간 동안 부랴부랴 장사를 해내느라 바쁜 아이들과 마주치게 된다.  자신에게는 아주 작은 푼돈이었지만 소년에게는 큰돈이었을 100루피아. 70엔에 해당하는 그 돈으로 산 바나나.  가난하지만 맑고 투명한, 그리고 건강한 눈을 가진 아이들의 모습이 주인공에게도, 그리고 독자에게도 깊이 각인 된다.  유적지에서 만난 한 아이는 made in Japan이라고 쓰인 플라스틱 장난감 카메라를 갖고 있었다. 주인공이 사진을 찍자 자신도 찰칵! 사진을 찍는다.  소년은 자신의 카메라에 필름을 넣어달라는 시늉을 하는데, 그 카메라는 필름을 넣을 수 없는 장난감이었다. 주인공은 아이가 상처를 받지 않도록 배려하느라 자신의 카메라에서도 필름을 빼내어 찍히지 않는 사진을 찍는다.  비록 사진은 담아갈 수 없지만, 아이의 맑은 눈망울은 필름 대신 가슴에 깊이 새길 수 있었을 것이다.  아이의 마음을 생각해 주고, 아이의 눈높이에 자신을 맞추어 간 인물의 마음씀에 독자인 내가 고마움을 느낀다.

네번째 이야기는 학교와 선생님이 곧 배경이다.  임신을 했다는 여선생님은 특수학급을 맡을 수 없다고 울어버렸고, 덕분에 나서서 아이들을 맡게 된 선생님.  반 아이들은 모두 7명이다.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했음에도, 선생님은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부던히도 애썼다. 동물의 울음소리를 녹음해 와서 아이들에게 반복해서 들려주고 동물의 생김새와 움직임을 재현해 보인다. 따라와 주는 아이들도 있지만 여전히 반응 없는 아이들도 있다.  그렇지만 여기서 포기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체육 시간을 제공해 주기 위해서 운동장 사용권을 쟁취(?)해내고, 모래굴을 함께 파본다. 

한 번은 가슴 아픈 일이 있었는데 학생 하나가 절의 주지에게 맞고 넘어져서 오른발에 가벼운 상처를 입은 것이다.  주지는 국보로 지정된 불상이 안치된 본당에 아이가 기어들어갔다고 했는데, 어차피 말을 알아먹지 못할 터이니 주먹으로 강제력을 보인 것이다.  아이는 부처님과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인데, 그것을 부처님의 뜻을 전한다는 주지 스님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비단 그 절의 주지 스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우리들도 그렇게 나의 목소리와 귀만을 가지고 상대와의 소통에 힘쓰지 않을 때가 얼마나 많던가. 

가을 소풍 때 다케시는 물에 떠내려간 친구의 샌들을 주워주다가 자신의 샌들을 잃어버린다. 집 나간 어머니께서 주셨던 그 샌들을 찾고자 댐 아래까지 내려가려는 아이를 선생님이 붙잡는다.  엄마라고 말하지도 못하고 '먀'라고 외치는 아이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내게도 들린다.  장애 때문에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다 표현하지 못해도, 아이도 엄마를 그리워하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 뿐이던가. 친구에게 도움을 주려고 애쓰는 기특한 모습도 보여준다. 모두가 갖고 있는 '소리'를 갖지 못했음에도 제 안의 울림을 '소리'로 전하려고 한 아이의 아픈 마음이 글자를 통해 독자에게로 전달된다.  작품 <소리>였다.

마지막 단편도 학교와 선생님, 그리고 학생들의 이야기인데 역시 '소통'의 부재가 등장한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오기와 자존심만 살핀다.  상처입히는 말을 거침없이 하고 노골적으로 차별까지 한다.  그런 모습에 주인공은 부당함을 느끼지만 모범생으로 살아온 자아는 항변할 줄을 모른다.  사실, 선생과 학생의 관계는 표면적으로 상하관계로 나타나기 때문에 부당함에 대해서 학생들이 항의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그 지각만으로도 다소 안심이 드는 기분이다.  아이들의 판단이 미숙하고 때로 옳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자신들이 옳다고 믿은 생각을 밀고 나가려고 연대하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작품 속 주인공의 아버지도 선생님인데, 그 아버지가 부득불 매로 다스렸지만 그 아버지가 깨우쳐주려고 한 것이 무엇인지 주인공은 어렴풋하게 알아차린다.  그래서 자신을 때린 아버지가 몹시 미웠지만 동시에 그 이상으로 좋아한다. 

작품을 보면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사용해야 할 '언어'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수업 시간에 나는 항상 존댓말을 쓰는데, 학생들도 존칭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말씨가 주는 '힘'도 믿기 때문이다.  말을 함부로 하게 될 때 상대도 함부로 보게 될 소지가 크다.  학교에서, 또 수업이 책임져야 할 많은 것들 중의 하나가 성적이고, 그것이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그것이 또 전부는 아님을, 교사도 학생들도 깨달아야 한다.  우리의 교육 현실에선 지켜지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그 원칙을 잊어버린다면 학교의 존재 이유도 같이 사라진다.  

아이들은 친구의 어려움을 돕고자 힘을 보탰지만, 그것이 그 친구가 어떻게 받아들일 지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다.  의도된 것이 아니라 경험의 미숙에서 온 실수였다.  그것을 집어준 아버지의 어른스러움이 멋졌다. 아이를 때린 것은 동의할 수 없지만!

작품 다섯 개는 모두 친근하게 읽히며 잔잔한 감동과 깨달음도 함께 선사해준다.  정해진 결말을 표방하지 않으며 '어, 끝났어?'란 느낌으로 마무리가 되는데 그같은 열린 결말도 나쁘지 않다.  독자로 하여금 좀 더 생각할 여지를 주니 말이다. 

작가 하이타니 겐지로는 학교와 선생님, 그리고 아이들에 대해서 무한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계신 분이었다.  그분의 이력을 보지 않더라도 글속에서 충분히 드러난다.  그런 선생님이, 또 그런 작가가 계셨다는 사실에 고마움과 자부심을 느낀다.  그분의 책을 꾸준히 펴내는 양철북 출판사도 아름답다.  독자는 엄마여도, 학생이어도, 혹은 그 무엇이라도 어려서 학생이었고 자라서 어른이 된 사람들일 터이니, 누구라도 이 이야기들에 깊은 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작지만 큰 저항, 소통의 부재와 존재, 그리고 연민과 연대에 대해서 생각하며 독후감을 마친다.  서로가 웃는 모습으로 '안녕'을 말할 수 있는 세상을 그려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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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6-23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게~ 쓰시느라 수고하셨어요. ^^
이 책을 받은 그날 밤 '물 이야기'만 읽었어요. 저는 단편집은 하나 하나 떼어서 읽어요. 주르륵 읽어버리면 막 헷갈리거든요. 잘 읽고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 흔적을 더듬으면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오겠죠~ 고마워요 마노아님!

마노아 2008-06-23 14:04   좋아요 0 | URL
맞아요. 단편들을 주르륵 이어 읽으면 개별적인 느낌이 섞이거나 잘 생각이 안 나기 쉽더라구요.
문학기행 일정 나왔죠? 저도 막 두근대는데 직접 가시는 순오기님은 얼마나 벅찰까요. 다시 한번 축하해요^^

순오기 2008-06-23 23:32   좋아요 0 | URL
앗, 문학기행 일정 진즉 나왔는데 카페에만 올리고 알라딘엔 안 올렸네요.
어여 올려야지~~ 독후감, 독서신문 당첨자 명단도 나왔는데, 광주중학생 손준호는 내가 아는 사람 아들인거 같아요. 성주랑 같은 학년. 내가 어딜 가도 꼭 아는 사람을 만나는데...이번에도!ㅋㅋ

마노아 2008-06-24 00:30   좋아요 0 | URL
어딜 가나 주목 받을 팔자인가봐요. 역시 순오기님의 카리스마에 어울려요^^
 


눈 감고 큐브 맞추기 [제 774 호/2008-06-20]


작전개시! 주사위는 던져졌다, 아니 큐브는 던져졌다. 심판이 건네준 큐브를 보자마자 이리저리 돌려가며 여섯 면을 외운다. 안대로 눈을 가린다. 현란한 손놀림으로 큐브를 맞춘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중얼거림이 멈추질 않는다. 모서리에 있는 큐브조각을 하나만 더 맞추면 완성된다. 머릿속으로는 이미 다 맞춰진 큐브를 떠올리고 있다.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리고, 나는 큐브를 탁자 위에 놓는다. 안대를 벗자 내 눈 앞에는 완성된 큐브가 나타났다. 사람들을 향해 큐브를 번쩍 치켜드는 심판을 보면서 그때서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성공이다.

이렇게 능수능란한 솜씨로 큐브 퍼즐을 맞추는 사람을 보면 ‘나도 큐브를 배우고 싶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가끔씩 TV에서 눈을 가리고도 짧은 시간 안에 큐브 퍼즐을 완성하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보면서 하기도 어려운데 보지 않고서도 손에 눈이 달린 것처럼 순식간에 맞추다니. 하지만 큐브 퍼즐은 사실 눈이 아니라 머리로 한다.

큐브 퍼즐은 원래 공간지각능력을 키우는 도구로 발명되었다. 1974년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당시 부다페스트 대학교 응용미술대학 디자인학과 교수였던 에르뇨 루빅 (Ernõ Rubik) 교수에 의해 큐브 퍼즐이 탄생되었다. 3x3x3 퍼즐을 기본으로 하여 2x2x2, 3x3x3, 4x4x4, 5x5x5 등 다양한 종류의 큐브 퍼즐이 있으며, 1979년 국내에 보급된 이래 우리나라에서도 큐브 대회가 열리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3x3x3 큐브 퍼즐은 가로세로로 3칸씩으로 되어 있어서 얼핏 맞추기가 매우 쉬워 보이지만 정작 맞추어 보면 매우 어려운 퍼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초보자는 하루 종일 주물럭거려도 겨우 한 면 맞추면 다행이다. 웬만한 사람들은 맞추는 방법을 배우지 않고서는 혼자만의 힘으로 여섯 면을 모두 맞추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3x3x3 큐브를 돌리면서 섞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무려 43,252,003,274,489,856,000가지나 된다. 따라서 그냥 무작정 돌리다가 우연히 맞춘다는 것은 절대로 일어날 수가 없다. 다만 큐브를 빨리 맞추기 위해서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해법을 연구해서 효율적인 길을 찾아두었고 우리는 그 길을 따라서 가면 큐브를 빨리 맞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큐브의 중앙 조각은 고정이 되어 있고, 모서리는 2개의 색상이 1개의 조각으로 붙어 있으며, 귀퉁이는 3개의 색상이 1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쓰이는 대표적인 초보자용 해법은 모두 7단계로 이루어진다. 초보자용 해법은 큐브의 모서리 색상부터 맞춘 후 귀퉁이 색상을 맞추어가는 형태로 진행되는데, 서양 쪽에서는 귀퉁이를 맞춘 후 모서리를 맞추는 식의 해법을 더 많이 사용한다.

보통 국내나 해외의 세계적인 선수들이 사용하는 가장 인기 있는 해법은 프리드리히 해법이다. 미국의 제시카 프리드리히가 만든 이 해법은 모두 4개의 단계만으로 큐브를 완성한다. 초보자용 해법은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 알고 있어야 하는 공식의 경우의 수가 1~2가지만으로 해결이 된다. 하지만 프리드리히 해법은 각 단계마다 경우의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단계마다 21~57가지나 되는 방대한 양의 공식을 모두 알고 있어야만 큐브를 완성할 수 있다. 많은 공식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하는 만큼 배우기는 까다롭지만 공식을 모두 알고 있다면 훨씬 쉬워진다. 초보자용 해법을 사용해 큐브를 맞추는 것이 국도로 가는 것이라면 프리드리히 해법은 고속도로로 달리게 되는 셈이다.

현재 국제큐브협회 공인 대회에서 세운 세계 기록은 믿기 힘들겠지만 단 11.28초이다. 공식대회에서는 큐브를 섞을 때 쉽게 섞이면 기록이 빨라질 수 있으므로 5회 평균으로 기록을 공인받는다. 우리나라에도 큐브 대회에서 20초 이내에 큐브를 다 맞춘 기록을 보유한 사람이 2008년 현재 무려 40명이나 있다.

큐브를 눈을 가리고 맞추기 위해서는 큐브가 섞여있는 형태를 모두 암기를 해야 한다. 각 면에 9개씩의 색상 스티커가 모두 여섯 면에 있으므로 색상 배치를 모두 다 외우면 54개가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러한 방법은 비효율적이라 각 면의 스티커 색상으로 암기를 하는 방식은 잘 사용되지 않는다. 보통 암기를 할 때는 미리 약속된 숫자나 문자형태로 각 조각들마다 미리 고유 번호를 매겨두고 섞여있는 각 조각들이 찾아가야 할 자리의 위치에 해당하는 번호들을 숫자나 문자열 상태로 외워둔다. 그리고 고정이 된 중앙조각을 뺀 나머지 20개의 조각의 위치와 방향(모서리 12개, 귀퉁이 8개)를 암기해서 맞추게 된다.

모두 암기한 후, 큐브의 다른 부분은 전혀 섞지 않고 오직 2~4개의 조각의 위치, 방향만을 바꿀 수 있는 공식을 반복해서 사용한다. 숫자나 문자열이 미리 약속해 둔 순서대로 제자리를 찾아가게끔 공식을 사용하고 맞추어진 부분에 해당하는 숫자열이나 문자열은 머릿속에서 하나씩 지워나가는 방식으로 맞춘다. 머릿속에서 모든 숫자열이나 문자열이 사라지면 비록 눈을 가렸던 상태였더라도 큐브는 모두 맞춰진 상태가 되는 것이다.

알고 보면 큐브 퍼즐은 단순한 어린이들의 장난감이 아니다. 간단하게 생겼지만 절대로 쉽지 않으며 실제로는 매우 까다로운 수학적 원리가 숨어 있는 퍼즐이다. 큐브 퍼즐은 집중력, 관찰력, 기억력을 크게 향상시켜주고, 양손의 10개 손가락을 재빠르게 움직이며 쉬지 않고 생각을 하게 함으로써 지능 계발에 큰 도움을 준다. 우리나라는 2006년 전국의 크고 작은 36개의 큐브 동호회 연합체로서 대한큐브협회(http://www.cube.or.kr)가 창립되었다. 그 후 각종 큐브 대회 개최를 통해 국내 선수들의 랭킹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큐브 퍼즐을 본격적인 두뇌 스포츠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큐브 퍼즐은 어렵게 생각하면 어렵고 쉽게 생각하면 쉽다. 재미있으면서도 지능 계발에 도움이 되는 두뇌 스포츠 큐브 퍼즐. 잘 안 맞춰진다고 포기하지 말고 인내심을 가지고 하다보면 그만큼 뿌듯함도 배가 될 것이다.

글 : 김경호 대한큐브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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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1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22 0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23 0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23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八학년☜ 2008-06-21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도 6개월 째 큐브를 하고 있어요. 아직 눈감고 맞추기는 안되지만 그럭저럭 잘 하긴 해요.
그럼 안녕히계세요.

마노아 2008-06-22 02:2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칠학년님! 전에 오학년에서 시작한 그분일까요? 벌써 칠학년이 되신건가^^;;;;
어제 이 기사 보고서 큐브가 갖고 싶어서 알라딘에서 검색했는데 품절이더라구요.
더 숙달되면 눈감고도 맞출 수 있겠죠? 후후, 기대됩니다^^

bookJourney 2008-06-22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큐브 맞추기 어렵던데, 큐브에도 해법이라는 것이 있었군요.
흐음 ... 그런데, 역시 설명도 어려워요~ --;

마노아 2008-06-22 02:21   좋아요 0 | URL
순서가 있단 얘기는 예전에 친구로부터 들었어요. 그 친구가 전성기(?)땐 1분 안 되어서 맞추고 그랬는데 지금도 잘하는지는 모르겠어요.^^;;;
 

한국에서 가장 근사한 주차장?

끄적끄적 2008/06/13 15:51   http://blog.hani.co.kr/bonbon/1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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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6-20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하나 누락되었네. 궁금타!

무스탕 2008-06-21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연구소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재미있겠어요.
내부가 어떻게 꾸며져 있는지는 모르겠어도 겉으로 보기엔 정말 흔하지 않은 모습이잖아요? *_*

마노아 2008-06-22 02:21   좋아요 0 | URL
창의력을 키워줄 수 있는 환경같아요. 참 독특해요^^

bookJourney 2008-06-22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우째 아직 궁궐 담장 옆에 놀이터가? 안타까운 일이에요 ... --;

마노아 2008-06-22 02:21   좋아요 0 | URL
참 안 어울리죠? 창경궁 안을 동물원으로 만들었던 만행이 떠올라요ㅡ.ㅜ
 

2001년경  조선일보 독자마당에 썼던 진중권의 글이다.

도무지 시대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지금 상황 그대로다. 그 시대나 지금 이 시대나.

진중권의 시론이 위대한 게 그 때 읽으나 지금 읽으나 여전히 통한다는 거다.

거시적이고 상식적이라는 거지. 근데 이 상식이 여전히 안통하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로다.

그래서 맨 마지막 줄에 더더욱 통감한다.

 "또 너냐?" 

 

 http://bbs.hani.co.kr/Board/ns_brief/Contents.asp?RNo=9048&STable=ns_brief&Idx=18175&Search=&Text=&GoToPage=1&Sorting=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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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6-20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년이 지났지만 오늘 쓴 글처럼 적용된다. 버럭!

라주미힌 2008-06-20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또 너냐?

마노아 2008-06-20 16:55   좋아요 0 | URL
이번에도 너로구나!

bookJourney 2008-06-22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나와서리 ... 또 너냐? (버럭!)

마노아 2008-06-22 02:22   좋아요 0 | URL
버럭버럭! 2
 

(사진 펑!)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의 사진이에요. 지금과는 정반대의 계절이지요.
우리가 함께 있고 머금은 미소가 맘에 들어서 이 사진으로 골랐어요~

제 맘 알죠? Happy Birthday To You!입니당^^

12시 땡치면 축하 페이퍼를 올리려고 했는데 조금 늦었어요. 포토샵도 오랜만에 써보니 기능이 잘 생각이 안 나서 엄청 버벅거렸거든요^^;;;;

서재에서 함께 보낸 시간 속의 추억과, 서울에서 한 차례, 광주에서 또 한 차례 가졌던 만남의 축복에 늘 고마움을 느껴요.

알라딘 공식 애인 마노아! 헤헷, 마음을 담아 기쁜 날을 축하해요.

오늘은 엄마 순오기, 아내 순오기 말고, 온전히 순오기님이 주인공인 가장 멋진 시간 보내셔요.
언제나 당당하고 소신 있고 적극적인 그 행보에 지지를 보내요. 참 좋은 내 애인님! 세상의 모든 축하를 다 받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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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6-20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글자가 잘렸군요. 클릭해야 해요..ㅜ.ㅜ

웽스북스 2008-06-20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러니 마노아님이 순오기님의 총애를 받는 거군요 ㅎㅎ

마노아 2008-06-20 02:18   좋아요 0 | URL
처음 계획은 좀 더 거창한 축전을 만드는 거였는데 만들다가 실패했어요ㅠ.ㅠ

2008-06-20 0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20 0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bookJourney 2008-06-20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생일 축하를 마노아님 페이퍼에서 드려야겠네요. 축하 드려요~~~~
(두 분의 사진을 보니 너무 샘 나서 배가 아프려고 해요. ^^)

마노아 2008-06-20 02:19   좋아요 0 | URL
헤엣, 다음 기회엔 용이랑슬이랑님도 우리 깨가 쏟아지는 사진 찍어요. ^^

조선인 2008-06-20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앗 생신 축하드려요.

마노아 2008-06-20 09:55   좋아요 0 | URL
나두요, 나두요~!

순오기 2008-06-20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공식 애인이 남편보다 낫네요~ㅎㅎㅎ
아침에 우리 남편한테, "마누라 생일이면 새벽부터 일어나 미역국도 끓여준다던데...당신은 마누라 생일인거 알고나 있수?" 그랬더니 왈~ "미역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ㅋㅋㅋ 제가 이러고 살아요!!

아웅~ 이래서 애인이 꼭 있어야 한다니까요~~~ ^^ 감사해요,
우리 저날 엄청 수다 떨었죠? 첫만남이 전혀 첫만남 같지 않았던 비결이 수다에 있었을까? ㅋㅋㅋ

마노아 2008-06-20 09:55   좋아요 0 | URL
우헤헷~ 수다의 힘을 우리가 제대로 확인했지요? 너무나 자연스럽고 다정한 우리였어요^^
생일 무지무지 축하해요~ 정말 정말 기쁜 하루 보내셔용^^

글샘 2008-06-20 10:27   좋아요 0 | URL
아, 생신이군요. 애인있는거 남편분께는 비밀로 하세요. ㅋㅋ\
생신 축하드립니다.

클리오 2008-06-20 11:27   좋아요 0 | URL
아녀요. 애인있고 생일 축하해줬다고 옆지기 께 확, 밝혀야지 미역이 어디있는지 뭐 그러지 않고 더 긴장하시지 않을까요? ㅋㅋ 생신 축하드려요.. 여름에 태어난 당신, 이시군요. 분위기 있는 멋지고 즐거운 생일 보내시길 빌어요. ^^

무스탕 2008-06-20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이런 눈부신 선물을 받으신 순오기님.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

마노아님은 확실한 애인 노릇 해주셨네요. ㅎㅎㅎ

물만두 2008-06-20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생일 축하드려요^^
마노아님 멋지십니다~

뽀송이 2008-06-20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순오기님 생일시구나.^^
먼저 축하드리구요.
역시! 우리 마노아님의 애정표현 사랑스러우셔요.^.~

프레이야 2008-06-20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생일 축하 드려요~~~ ^^

전호인 2008-06-20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축하드립니다.
그 기쁜을 함께 나누기 위해 애쓰신 마노아님의 따뜻한 마음도 축하축하. ^*^

승주나무 2008-06-20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 님의 총애와 웬디양 님의 시샘까지 받으시는 킹왕짱 알라딘 공식 애인 순오기 님의 생일을 오나전 추카합니다^^ (궁문꽈 맞아?ㅋㅋ)

남편분께 이 페이퍼 켭쳐해서 보여주세요.
우리 순오기 님의 어르신께 알라딘의 힘을 보여줍시다~~
미역국을 사수하라!!

하늘바람 2008-06-21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드려요, 와우

치유 2008-06-21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으로 인해 여러 사람의 맘이 더 행복해지네요..
순오기님..너무 행복하셨겠어요..님으로 인하여~!

마노아님..여전히 이쁜 맘으로 축복하며 사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