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요새 내가 엄한 짓 하고 다닌다고 심하게 타박이시다. 일주일에 한 두 차례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것이 고작인데, 날을 새고 오는 것도 아니고 신데렐라 귀가 꼬박 하고 있음에도 당신 눈에 나는 아주 위험한 사람으로 보이나 보다.

대통령은 하늘이 내리는 거라고 굳게 믿고 계시는 엄마. 사울 왕도 하나님이 세우셨지만 하나님이 결국 끌어내렸다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을 하면 잠시 입을 다무시지만, 그래도 생각의 변화는 갖지 못함을 잘 알고 있다.

엄마와 함께 '일지매'를 시청했다. 오늘 내용이 아주 재밌게 흘러갔다. 청국 사신의 망나니 아들이 음주 승마를 즐기다가 어린애를 치어 죽이고는 토꼈다. 분노한 백성들이 달려들어 농성을 벌였고, 판의금부사는 공권력을 동원하여 이들을 때려잡는다. 분노한 시민들은 더 똘똘 뭉치고,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죄없이 떠밀려 대치하고 있는 포졸들에게 주먹밥을 내민다.

보라고, 지금 저기 모인 사람들이 촛불집회에 모인 사람들과 한 마음이라고, 저기 서 있는 포졸들이 전경들이라고 생각해 보고, 저기 죄없이 매맞고 있는 백성들이 시청에, 광화문에 모인 우리 시민이라고 말을 하니, 어무이 잠자코 계신다. 달리 반박할 말씀이 없으셨겠지만, 그래도 역시 생각의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 거라고 짐작한다. 반격의 크기는 조금 줄어들지라도.

시국 미사 때 들었던 노래 하나가 계속 맴돌았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그랬던 것처럼 당분간은 이 노래에 빠져들 것 같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함께가자 우리 이 길을 투쟁속에 동지모아

함께가자 우리 이 길을 동지의 손 맞잡고

가로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어차 넘어주고

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어기여차 건너주자

해 떨어져 어두운 길을 서로 일으켜주고

가다 못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함께 가자 우리 이길을 마침내 하나됨을 위하여

가로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어차 넘어주고

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어기여차 건너주자

해 떨어져 어두운 길을 서로 일으켜주고

가다 못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다리 서로 기대며

함께가자 우리 이길을 마침내 하나됨을 위하여
   

   
임을 위한 행진곡을 최근에 계속 피아노로 쳤더니 일곱살 조카도 악보 보고서 따라 친다. 조만간 녀석이 이 노래를 따라 칠 것이다.  악보가 더 쉬우니 좋다.

김남주 시인의 시를 가사로 만들었구나. 어쩐지 더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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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7-03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악이 계속 떨리며 나와서 잘 못 알아 들었지만...마음으로 느껴요!
5일날 민주가 성주를 데리고 올라가고 싶다는데...진보신당에서 참가비(교통비)3만원...보내야겠죠?

마노아 2008-07-03 08:47   좋아요 0 | URL
어젯밤엔 저도 너무 끊겨서 듣기 힘들었는데 지금 들어보니 잘 나오네요.
어젠 접속자가 많았나봐요.
5일 날은 오히려 사람이 많이 모이니까 더 안전할 것 같아요.
왕복 교통비가 3만원인가요? 성주에게 산 교육이 될 거예요. 민주가 참 대견해요.

코코죠 2008-07-03 0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듣고 싶어요 마노아님의 피아노. 마노아님이 같이 가주니까 나도 그 길을 끝까지 갈 수 있을 거 같애요. 어쩐지 눈물이 날 거 같아요. 밤이라서 그럴 거예요 아마.

마노아 2008-07-03 08:48   좋아요 0 | URL
내 피아노 소리는 음을 짚어주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런 노래를 함께 부르면 서로에게 힘이 될 것 같아요.
살면서'민주주의'란 말이 이렇게 가슴에 사무쳤던 적이 없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2008년은 고마운 해가 될 거예요. 우리 같이 달려요.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면서요.

bookJourney 2008-07-03 0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는 이 노래를 아픈 마음으로 부를 일이 없을 줄 알았어요. 그러길 바랬었는데요 ....

마노아 2008-07-03 08:49   좋아요 0 | URL
모든 투쟁가가 그저 고전이 되길 바랐지만, 그런 날은 쉽게 오질 않았어요.
앞으로의 우리 갈 길도 멀 거예요. 그래도 이 노래들을 잊지 않는 우리가 되어요. 우리의 다음 세대는 꼭 달라질 수 있게요.

무스탕 2008-07-03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일지매를 보면서 요즘 시국을 반영했군.. 했더래요.
같이 참여 못하는 맘은 늘 안타깝고 화딱지가 납니다.
부디 집회 현장에 계시는 모든 님들 다치지 않으시기만 바랄뿐이지요.

마노아 2008-07-03 09:38   좋아요 0 | URL
그래도 마음을 보태시잖아요. 저도 울 엄니의 마음을 좀 받아봤으면 좋겠어요^^;;;
누군가를 설득시키는 일은 참 힘들어요. 명백히 그르다는 것이 눈에 보이는데도 말이지요.
 


디카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세요? [제 779 호/2008-07-02]


한국 사람에게 미용실 수가 많은지 부동산 수가 많은지에 대해서 물으면 ‘글쎄?’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많을 듯하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은 어떤가. ‘한국에는 컴퓨터 수가 많을까. 카메라 수가 많을까?’ 물론 카메라 수가 집마다 회사마다 몇 대씩 있는 컴퓨터 수를 따라가진 못하겠지만 컴퓨터만큼 사양이 빨리 변하고 발전하는 것이 또 카메라이다. 특히 디지털카메라가 그렇다.

국내에 디지털 카메라가 보편화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여 년 전이다. 10년 전만 해도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거리를 지나면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다니진 않았다. 몇 년 전 디지털 카메라만 해도 30만 화소 이미지 센서에 필름 카메라와 비슷한 크기로 휴대성이 떨어졌지만 현재의 디지털 카메라는 대부분 500만 화소 이상을 채용하며, 부가적인 프로그램의 발전속도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캐논 니콘 소니 등 카메라제조업체가 돈 되는 디지털 카메라시장에 팔을 걷어붙인 결과다.

처음 디지털 카메라가 출시한 회사는 약 27년 전 일본 소니사다. 1981년 소니는 은염 필름이 아닌 촬상 소자(CCD)를 채택한 휴대용 사이즈의 전자 카메라 마비카(MAVICA)를 세상에 내 놓았다. 마비카는 비디오 정지 영상의 아날로그 신호를 디스크에 자기(Magnetic) 방식으로 기록해주는 비디오 카메라와 같은 원리로, 엄밀히 말하면 현대의 디지털 카메라와는 그 근본부터 다르다. 다만 디지털 카메라의 최대 장점인 이미지 처리 속도와 편의성, 그리고 디지털 편집이 가능한 결과물을 내놓는 핵심적 기능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현대의 디지털 카메라의 시초라 말할 수 있다.

마비카는 촬영 후 저장된 이미지를 삭제하거나 미디어를 포맷하면 다시 처음 상태로 재사용할 수 있게 했고, 자체적으로 촬영된 화상을 합성하거나 색조를 조절할 수 있는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도 내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 혁신성에도 불구하고 출시 가격이 약 60만엔(카메라와 이미지 뷰어 포함, 한국 가격으로 환산 시 500만원)으로 대중화될 수 없었다. 게다가 당시에는 PC의 보급도 미비한 시절이라 TV에 연결해 이미지를 확인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마비카를 구입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소니에서는 마비카 이후 기록 데이터의 크기가 늘어남에 따라 플로피 디스켓 대신 미니 CD-R을 저장 매체로 사용한 카메라를 출시했고 이후 디지털카메라의 발전은 코닥, 캐논, 니콘 등으로 넘어가며 ‘과연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가’에 대해 물음을 갖게 만들었다.

이후 1991년 미국의 코닥사에서 최초의 디지털 SLR 카메라인 ‘DSC 100’을 출시했다. DCS 100은 그간 출시된 니콘 F 마운트용 교환 렌즈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디지털 이미지를 필름 카메라로 촬영된 것처럼 성능을 향상시켰다. 이어 1993년에 캐논에서 마운트 렌즈를 사용할 수 있는 DSLR이 출시되었고 1998년에는 니콘 F90 바디를 기본으로 한 AF 카메라이자 600만 화소로 확대 사용이 가능(당시로는 엄청난 고화소)한 모델인 코닥 DCS 460이 나타났다. 하지만 전문 프레스용 카메라의 경우 일반 필름 카메라의 10배 이상으로 비쌀 수가 있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게다가 사용법도 복잡했기 때문에 판매량은 많지 않았다.

1990년대 후반 DSLR 카메라는 일반인에게는 쉽게 다가설 수 없는 존재로 전문적인 용도로만 활용되었지만 2000년대에 접어들며 값이 저렴한 대중화된 카메라가 잇따라 출시되었다. 카메라 사용자도 1-2달 사이 빠르게 업그래이드 되는 카메라의 기술에 자신도 따라가고 싶어 했다. 카메라 사용자들이 기존 디지털카메라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한 선택기준은 화소였다. 하지만 디카 업계의 기술 경쟁이 화소에서 감도로, 지금은 얼굴인식기능 여부로 변했다.

얼굴 인식 AF는 미국 Identix사가 개발한 얼굴 인식 기술(Facelt)을 이용한 것으로 피사체 중 사람의 얼굴 윤곽과 이목구비의 간격, 피부의 색정보 등을 추출해,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기술이다. 얼굴인식기능의 원리는 사진은 ‘밝기를 가진 점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 된다. 점 한 개와 다른 점 한 개를 비교하는 건 쉽다. 즉, 밝기나 색을 본 후 이건 비슷한 점이다 아니다를 판단할 수 있다. 얼굴은 점들의 뭉치라고 보면 되는데,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는 얼굴의 점들을 하나하나 비교해서 가장 비슷한 얼굴을 찾는 것이다. 최근 얼굴인식기능은 실생활에 점점 더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카메라의 얼굴인식기능은 제조사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결국엔 얼굴을 잘 찍기 위한 소비자의 마음을 반영한 기술이다. 디지털 카메라는 발생 이후 지금까지 소비자가 원하는 기술을 선보였고, 소비자가 구매하는 한 앞으로도 디지털 카메라는 끊임없이 발전할 것이다. 하루하루 새로워지는 기술로 미루어 짐작해 보건데, 눈이나 신체에 장착하는 디카나 손바닥보다 작은 초경량 DSLR이 등장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현재 최첨단 트렌드를 바탕으로 하는 디카가 계속되는 가운데 미래에는 또 얼마나 신기한 디카 기술이 우리에게 선보여질지 자못 기대된다.

글 : 이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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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7-03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 이미지 사진은 웬디양 디카로 찍은, 소쇄원 제월당 방에서 '귀거래사'보는 거군요~ 좋아요!^^

마노아 2008-07-03 08:50   좋아요 0 | URL
학교에서 제 자리가 교감샘 앞자리라서 촛불 이미지가 좀 부담스러웠어요. 내내 켜두는 알라딘 서재라서요. 일종의 눈속임이랄까^^;;;;
 

중고샵을 이용하면서 생긴 바람직하지 않은 습관은, 구매자 40자평만 애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긴 리뷰를 쓰자니 어쩐지 귀찮다 여겨지는 몹쓸 버릇.

7월엔 좀 고쳐봐야겠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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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7-02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엄마 까투리가 중고샵에 나왔었군요.
00공원 서평단 신청했는데 미역국 먹었어요.ㅠㅠ

마노아 2008-07-02 07:10   좋아요 0 | URL
엄마 까투리는 중고샵에서 구한 게 아니라 언니가 읽으라고 집에 두고 갔더라구요.
엄마, 외로운 거 그만하고 밥먹자는 중고샵에서 구했어요^^
 

1. 출근하고서 일주일 조금 넘었다.  무관심과 소외, 맞지 않는 자리에 끼어있는 듯한 불편함이 불협화음처럼 계속 울린다.  한달 뿐이니까 참자라는 말이 위로가 되지 않는 건, 한달 뒤에 만날 자리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란 예상 때문.

2. 머리를 조금 잘랐다. 기장 8cm정도? 숱도 많고 길이도 길어서 너무 무거웠다. 미용실 언니가 눈썹도 같이 밀어줬다. 지저분한 송충이 눈썹을 하다가 조금 정리된 눈썹을 보고 있자니 어색해 죽겠다. 이승환이 자주 말하던 가르마 이론이란 게 있다. 가르마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바꾸면 본인은 너무 큰 변화에 어색해서 어쩔 줄 몰라하지만 아무도 못 알아본다는 것으로, 세상은 너 따위에게 관심을 갖지 않아!라고 자조적으로 얘기하곤 했다.  내가 꼭 그렇다. 난 거울 볼 때마다 무지 어색하고 누가 쳐다보면 눈썹 때문인가? 생각하지만 실은 아무도 눈썹의 변화를 모른다. 

 눈썹 정리를 혼자서 못해서 방치해온 것도 하나의 이유이고, 눈썹을 밀고 나면 그 자리에 도드라져 보이는 점이 신경 쓰이는 것도 또 내가 눈썹 정리를 못해온 이유 중 하나였다.  일요일은 방통대 기말고사 시험감독을 하느라 출근을 해야 했는데, 정감독으로 들어간 반에서 카드에 서명해주다가 팔뚝에 싸인펜 자국이 점점이 나버렸다. 부감독 샘이 얼굴에도 묻었다고 해서 거울을 쳐다보니 점이었다.(ㅡㅡ;;) 전호인님도 점 얘기를 하셨고, 저번 학교 선생님도 점빼라 하셨고... 올해 들어 점으로 인한 굴욕이 세차례다. 겨울엔 꼭 빼야겠다.(불끈!)

3. 토요일에 친구 생일이어서 만남을 가졌다. T.G.I에서 점심을 먹는데 에피타이져로 주문한 샐러드가 안 나오고 치킨 요리가 나왔다.  메인요리가 스테이크인데 말이쥐...  그래서 바꿔달라고 했다.  매장 쪽에서는 좀 싫었겠다 하면서도 미안하진 않았는데, 영화 시간이 금세 다가와서 급히 나오느라 디저트를 안 먹고 나왔다. 이럴 수가!

4. 쿵푸팬더는, 그냥 재미있는 정도였다. 인크레더블 이후 애니메이션으로 확 끌렸던 작품을 아직 못 만났다. 니모를 찾아서를 못 봐서인가? 재키 찬 목소리 출연했던데 어느 역할이었을까? 호랑녀가 졸리였던 것은 알겠는데...

5. 토요일 저녁에는 또 다른 약속이 있었다. 나의 야곱의 언니가 당첨되어 받은 성시경 콘서트 티켓. 연대 노천극장에서 우비 입고 비맞으며 노래를 들었다. 시경군은 오늘 군대로 갔다.  회한이 많았나 보다.  가서 무반주로 노래 많이 부를 것 같다고 하던데, 기왕이면 팬을 많이 확보하고 돌아오기를...

6. 우비 입고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게 우린 서로 다 맘이 불편했다. 게다가 공연진행 상 이벤트로 준비해 준 촛불을 들고 있자니 더더욱 그랬다. 이게 광화문에서 들어야 할 촛불인데 거 참...;;;;

처음 계획은 공연 마치고 광화문으로 이동하자였는데, 야곱이 전날 화분에 물주다가 발목을 삐고 말았다. 지리산 산행 때도 멀쩡했던 발목이 거 참...;;;

결국 우린 어느 건물에 들어가서 물을 나눠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했다. 그녀가 말한다. "알라딘 얘기가 절반이네요."

헉... 내 얘기의 절반이 알라딘에서 있었던 일, 알라디너들과의 이야기라니... 생각해 보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좀 무안해졌다.  반성도 좀 하려 하고... '나'를 잊지 않는 나를 만들어야지...

7.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의 시국 미사에 참가하려고 6시에 시청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앉아 있지만 주최측이 보이질 않는다. 한 시간 넘게 기다렸다. 알고 보니 엠프차량을 전경 차량이 통제해서 못 오고 계시다고 했다. 기다리는 중에 전경들 모여 있는 쪽에서 한동안 소란이 있었는데 무슨 일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면서 화악 달려든다! 첫 해 가르쳤던 졸업생 녀석이 내 앞에 서 있다. 쌍동이 학생이었는데 그 중 언니. 녀석은 팔짝팔짝 뛰며 너무 신나 한다. 6월의 마지막 날 행운을 가졌다고. 옛 생각이 나버린다. 녀석은 정말 예쁜 학생이었다. 내 수업을 즐겁게 기다려주었고, 반짝반짝 빛내며 경청했고, 수업 시작 전에 반드시 칠판을 사수해서 물청소까지 마쳐놓았던 아이였다. 가족들과 중국 여행을 다녀오느라 사도세자 수업을 못 들었던 게 지금도 너무 아깝다고 말을 한다. 사실 나도 그때 녀석이 못 들은 게 아쉬워서 따로 불러 수업 해줄까 생각도 했었는데...(그랬다면 너무 오버였겠지?)

최근 아이들과의 만남에서의 '보람'에 대해서 생각이 많았었는데 녀석을 만나고서 다시 기운 업했다. 열심히 달리자.

8. 녀석이 가고나서 또 한참 뒤 드디어 신부님들과 엠프 차량이 도착했다. 미사가 시작된 시간은 7시 반.  전국에서 올라오신 신부님들의 옷차림 구경하는 것도 신기한 일이었다. 아마도 프란체스코, 도미니크 기타 등등... 소속에 따라 디자인과 문양이 다 다른가 보다. tv에서 보지 못한, 영화 속에서나 보던 그 옷들이 눈앞에 있으니 진짜 신기! 맨 마지막에 붉은 가사를 걸치신 스님 한분이 따라 들어오신다.  어쩐지 유쾌하고 즐거워진다.

기다리는 동안 시민 두명인가가 전경 차량에 끌려가 구타를 당했다고, 그래서 다른 시민들어 끌어내왔다고, 목격자를 찾는다고 신부님이 말씀하셨다. 아까 잠시 들렸던 소란스러움의 정체가 그거였나보다. 세상에나...ㅜ.ㅜ

미사는 조용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말씀하시는 구절구절이 모두 옳아 박수 소리와 함성 소리가 내내 울렸다. 왼손이 아프면 오른손을 들고, 오른손이 아프면 왼손이 있다며 촛불을 든 우리의 팔을 격려하신다. 미사곡도 불렀지만 헌법제1조도 부르고, 광야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도 빠지지 않았다. 광화문이 아닌 남대문을 향해 걷는 걸음 걸음.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는 신도들의 목소리에 진심이 담겨 있다. 정말 존경을 담아, 한없는 애정과 기대를 담아...

9. 11시쯤 귀가했다. 들어오면서도 뭔가 마음에 미심쩍은, 불편한 것이 있었는데 들어와 보니 눈앞에 선명해진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생각이 마비가 된다. 식은땀이 나고 호흡이 불편해진다.

화나는 일이 있고 부당한 일이 있을 때, 그것에 대해서 저항하고 반발하는 일을, 거의 못하고 살아왔다. 꾹꾹 눌러참고 그것이 폭발하는 일이 발생하면 다시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는 일이 반복.  그런데 상처를 준 사람은 제 할 말을 다 했기 때문에 뒤끝 없이 잊어버린다.  나는 기억하고 있는데... 그게 늘 불만이었다. 내쏟고 잊어버리는 당신이, 그때 말하지 못하고 잊지 못하는 내가...

머리 속이 온통 뒤죽박죽이다.  마음을 들켰다는 부끄러움과, 사과받지 못하고 보상받지 못한 상처에 대한 억울함과, 내 마음에 어떻게 자유를 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막연함까지...

행복해지고 싶다고 자주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활짝 웃고 싶다고 또 소망한다. 거창한 꿈이 아니었다. 그냥 마음이 조금 편해졌으면 하고 바랐던 것인데, 실상 그건 커다란 바람일 것이다.  이런 날은 나의 야곱이 또 간절하게 생각난다.  언제 어른이 될 것인가...

10. 오후에 원티드를 볼 생각이다. 다른 생각이 비집고 들어오지 못하게 잠시간 몰두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이럴 땐 액션영화가 짱. 근데 혹 영화 보고나서 더 화가나는 것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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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8-07-01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말씀하신 불편한 부분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일까요? 학교 선생님들, 낯설어 하실 선생님들께 조금만 신경써 주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요즘 시험기간이라서 더 예민한 부분도 있으실거에요. 맘 푸세요~
2. 저도 머리카락 커트칠때 가르마 방향을 바꿨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오른쪽 가르마를 탄거죠. 그런데 정말루 아무도 못알아 보더라구요. 전 습관이 안되서 어색해 죽갔구만.. -_-
전 오늘 큰녀석 기말고사 시험감독하고 왔어요. 3교시까지 계속 서 있었더니 다리가 퉁퉁.. (제가 워낙 다리가 잘 부어요 T_T)
혹시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제 오른팔을 보여드릴께요. 제 오른팔의 점은 예술의 경지랍니다. ㅎㅎㅎ
3. 매장의 실수니까 미안해 하실것 없어요. 손님께 불편을 끼쳐서 매장측이 미안해 해야죠. 그런데 못드시고 나온건 정말 속상하네요. 흑흑흑..
4. 전 쿵푸팬더 참 재미있게 봤어요. 애들이랑 같이 깔깔거리다 왔지요. 재키 찬(이 성룡 맞죠?)이 몽키라고 전 알고 있어요.
5. 성시경이 군대엘 갔군요. 분위기로 봐서는 고된 훈련 힘들어 할것 같은데 잘 하겠죠. 그리 믿고!!
6. 이제 방법이 없습니다. 야곱님을 알라디너로 개종(?) 시키세요. 포섭하셔서 같이 즐겁게 놀자구요 :)
7. 마노아님 정말 좋은 선생님 맞나봐요. 애들이 오랜 시간 지내도 기억해 주고, 어쩌다 만나면 슬슬 피하는게 아니고 다가와 팔짝팔짝 뒤며 반가워 해주고, 선생님 입장에서 한둘이 아닌 아이들 기억해 주시고 하니 보통 애정이 아니신게죠. 저도 마노아님 수업 들어볼수 있는 기회가 있을가요? ㅎㅎㅎ
8. 제가 잘 모르는데.. 신부님들의 옷이 모두 똑같은게 아닌가봐요? 수녀님들 옷이 다른건 알겠는데 신부님들도 그런가 보군요.. --a
9. 외장하드같이 뭔가 품고 있기 싫은건 따로 모으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맘 내키면 휙- 내다 버리면 홀가분해질 그런거..
10. 원티드.. 보시는 동안 잡생각 안들겁니다. 졸리의 매력이 푸~욱 빠져보시길.. ^^*

마노아 2008-07-01 20:25   좋아요 0 | URL
금방 떠날 사람에 대한 무관심과 배척은 늘 접하고 살아서 새롭지도 않지만 섭하기는 해요. 그래도 좋은 선생님들도 계세요^^;;;
가르마 이론이 꽤 먹히는 것 같죠? 하핫, 예술의 경지에 이른 점을 꼭 보아야겠습니다. 우리 점순이 자매 되겠어요^^ㅋㅋ
쿵푸팬더 재밌긴 했는데 재밌기만 했어요. 좀 더 신선한 창의력을 기대했나봐요.
나의 야곱은 워낙에 아날로그적 사람이라 핸드폰도 없고 시계도 없어요. 컴퓨터는 워드로 글 쓸 때만 사용한답니다. 무슨 작가가 이래^^ㅋㅋㅋ
우리 동네에 제가 가르쳤던 졸업생이 한 녀석 살고 있는데 이 자식은 가끔 정류장에서 눈 마주치면 생까요. 아주 맘 상한다니까요.ㅡ.ㅡ;;;;
수녀님들도 옷이 다 달라요? 오옷, 이건 또 몰랐던 일이에요!
오늘은 기억을 많이 버려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끌어안고 있자니 내 맘이 힘들어서 안 되겠어요. 되도록 잊는 노력도 같이 하려고 해요.
원티드 보는 동안에도 내내 마음이 불편했는데 지금은 많이 해소되었어요. 졸리가 정말 매력적이더라구요.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 말이죠^^ㅋㅁㅋ
다정한 리플들 감사해요. 무스탕님 최고예요!

도넛공주 2008-07-01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적인 현장에 계셨군요...부럽습니다.

마노아 2008-07-01 22:51   좋아요 0 | URL
정말 오래오래 기억할 순간에 함께 있었다는 느낌이에요. 2008년도는 여러모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를 새롭게 쓰는 장인듯 합니다.

순오기 2008-07-02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가지에 일일히 답하지 않지만 마음을 활짝 열고 담았어요~~~~
알라딘 빼면 할 말도 할 일도 없을 것 같은 요즘 상황~~ㅋㅋ 동감!!
원티드는 예고편만 봤는데...목욜 영화볼 계획인데 이걸 본 사람이 있어서 뭘 볼지...
지역영화관은 목욜이 프로 바뀌는 날이니 골라봐야죠.

마노아 2008-07-02 07:09   좋아요 0 | URL
원티드는 일주일만에 내려갈 것 같진 않으니 타협을 보셔도 좋겠어요^^
알라딘에서 오락과 교양을 함께 겸하는 우리예요. 게다가 시사적인 것까지^^ㅎㅎ

프레이야 2008-07-03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대문사진 참 예뻐요. 파란색 티셔츠와 갸우뚱한 고갯짓^^

마노아 2008-07-03 12:37   좋아요 0 | URL
헤엣, 감사해요^^ 혜경님의 뒷모습 사진도 멋져요. 매혹적이에요!
 

전의경 후배들아.. 큰일이다.

 

 형이 98년부터 00년까지 기동대에 있었는데

 

 시위할때 젤 껄끄러웠던 분들이 장애우분들이었다. 이분들 의족이랑 의수같은거 잡아빼서

 

 던지시는데 얼마나 놀랐던지.. ㅋ

 

 그리고 농사짓던 아저씨 아주머니들.. 이분들도 소똥이나 이런거 던지시고 죽창만들어

 

 찌르시는데 지저분하기도 하고 참 껄끄러운 분들이었지..

 

 뭐 대학생들 집회야 돌던지고 화염병좀 던졌지만 그게 또 피하고 막는재미가 솔솔했더랬지..

 

 시위중 젤 무서운게 금속노련인데 이분들.. 뭐 인원도 많지만 이분들 무시무시한게

 

금속으로 유압식총이랑  총알 깎아 만들어서 쏴대고 쇠파이프 날카롭게 갈아서 휘두르신다..

 

 7월 2일 부터 금속노련분들 총파업하신다는데... 일단 한손에는 촛불 드신단다.

 

 지금처럼 폭력적으로 진압하지마라!

 

 형이 너희들 위해 하는말이다. 꾹 참고 평화적으로 진압해라. 이분들 돌면 진짜 후덜덜이다..

 

 추신: 조계사 스님들까지 나오면 정말 안습이겠지만 아직 별말씀들 없으시니 다행인줄알고

 

          스님분들 중에 방패 손으로 찢는분들 있단다.. 기대마 유리창도 맨손으로 아작내시는

 

          고수분들 많으니 잘 보며 대응하길..  

 

 수정: 미안하다 스님분들도 7.4일날 모이신단다 ㅠㅠ ㄷㄷㄷ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003&articleId=1496059

 

***

이거 참... 그냥 웃기엔 솔직히 슬픈 얘기지만, 방패 찢는 스님은 안 웃을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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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7-01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뉴스보니 정말 경찰들이 폭력을 유도하는게 확실하더군요.
인생 살아보면 선배들 말 그른 것 하나도 없다는 걸 이 친구들이 알까? ㅜㅜ

마노아 2008-07-01 10:47   좋아요 0 | URL
그 친구들이 나중에 이런 글을 쓰게 되는 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요...ㅜ.ㅜ

Arch 2008-07-01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같이 싸우잔 얘기는 아닌데. 전경들 파업. 이런거 없을런지.

마노아 2008-07-01 13:29   좋아요 0 | URL
그 안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럼 그것도 쿠데타가 되는 걸까요??

무스탕 2008-07-01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경들을 굶겨서 기운빠지게 만들수도 없고, 참.. -_-

마노아 2008-07-01 20:26   좋아요 0 | URL
전경들 배식받는 도시락을 인근 매장에다가 뿌린대요. 남은 것들을요. 언니가 몇 번 받아 먹었는데 엄청 맛있다고 하네요^^ㅋㅋㅋ(언니 가게가 경복궁 역에 있어서 시위대랑 동고동락한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