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영 십팔사략 세트 - 전10권
고우영 지음 / 애니북스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고우영 선생님이 돌아가셨을 때, 어이쿠... 우리 만화계에 큰 별 하나가 져버렸네...하며 안타까웠드랬다. 그래도 그때는 그냥 고인에 대한 예우 차원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보니 우리가 잃은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역사 만화'의 일인자이신데 말이다.

지난 5월에 막 독립한 지인의 집을 방문했을 때 두꺼운 프레임의 목재 책장에 이 책 십팔사략이 단정하게 꽂혀 있는 모습이 참 부러웠었다. 친구가 빌려달라고 해서 거절했다는 얘기를 들으며, 나도 나중에 빌려달라고 하지 말고 사서 봐야겠다.... 생각했었다.

그리고 8월 초에 보충수업을 하게 되면서 7월에 이 책이 급하게 필요해졌다. 많은 고민을 하다가 인터공원에서 구입을 한 게 못내 아쉬웠지만, 가격 차이가 너무 심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주문 이틀 뒤 알라딘에서 새로 적립금이 5만원 생길 줄 내가 어찌 알았겠냔 말이다.(>_<)

고우영 화백의 '오백년'은 좀 재미 없게 읽은 편이었다. 역사 만화를 좋아하지만, 그랬다카더라~식의 야사는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야사에도 민심이 반영되어 있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역사적 진실이 분명히 녹아 있지만, 진실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옛 이야기에서 야사를 먼저 접해버리면 그게 정설처럼 느껴져서 팩트를 읽어내는 데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십팔사략을 읽을 때 원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불안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기우였지만.

정사도 야사처럼 얘기하고, 야사도 정사처럼 얘기하는 재주. 그게 고우영 작가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겠다. 해학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게 작가의 유머인지 정말 그런 이야기가 전해졌는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다. 때문에 다른 책을 겸해서 같이 볼 수밖에 없었는데 뜻밖에도 정말 그렇게 전해져왔기 때문인 이유가 많았다.

원전이 있는 책을 만화로 옮긴 것이기 때문에 작가의 주관적인 판단이나 느낌은 별로 실려 있지 않다. 그러나 워낙 쉽고 재밌게 진행을 시켰기 때문에 '전체관람가'로 아무 문제가 없고 독자라면 저마다의 느낌과 판단이 스스로 세워질 것이다.

교과서적인 진행으로는 통일 왕조에 대한 설명이 집중되어 있기 마련이지만, 이 책은 분열 시기에도 꼼꼼하게 페이지를 할애했다. 한 두 해도 아니고 수백 년에 걸쳐진 분열기를 겪었는데 당연한 얘기다. 텍스트의 정밀함에 있어서는 진나라까지의 이야기가 더 압도적이었는데, 아무래도 그건 사마천의 사기가 워낙 뛰어난 까닭이 아니었을까?

작품은 애석하게도 남송시대까지만을 다루고 있다. 원본 십팔사략의 책이 거기까지였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 후 원나라, 명나라, 청나라의 이야기도 이렇게 재밌게, 가깝게 다가가고 싶은데 마땅한 책이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앞서 중고샵에서 건진 고우영 삼국지도 조만간 봐야겠고, 일지매도 궁금한데 아까 그 지인이 샀다니 그건 빌려봐야겠다. (난 빌려준다고 했다. 푸핫!)

두꺼운 케이스도 있는데, 책을 펼쳐보다 보면 아무래도 부피가 좀 커지는 경향이 있어서 현재 10권 중 9권만 집어놓고 마지막 1권은 집어넣지도 못했다. 이럴 수가! 좀 더 힘(!)을 쏟아야겠다.

그러고 보니 고우영 화백 전시회도 지금 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자료 좀 찾아봐야겠다.

자료 찾아보고 오는 길!(리뷰 쓰는 데에는 접기 기능이 없구나...;;;;;)

아르코미술관 Arko Art Center

관람시간
화요일 - 일요일 ㅣ 11:00 am - 20:00 pm
월요일 ㅣ 휴관

 



지하철 4호선 혜화역하차 2번출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마로니에공원 쪽)
예술극장 유료주차장
(주차장이 협소하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주세요)

입장권

2,000원 ㅣ 일반, 19세 - 64세
1,000원 ㅣ 할인, 18세 이하
50% 할인 ㅣ 20인 이상의 단체
무료관람 ㅣ
어린이, 6세 이하
노인, 65세 이상
장애인, 국가유공자

입장권은 전시별로 달라질 수 있으니, 전시별 안내를 참고해 주세요.

도슨트 관람안내

주중 ㅣ 오후 2시, 4시 (2회)
주말 ㅣ 오후 2시, 4시, 6시 (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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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8-08-14 16: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몇살부터 열독 가능할까요. 어린애들도 되나요? 예컨대 초등 저학년? ^^;;;

마노아 2008-08-14 16:34   좋아요 1 | URL
아무래도 아이들 보는 만화와 달리 그림이 작고 글씨도 좀 작은 편이에요. 내용은 이해하기 쉬운데 글이 많다고 싫어하지 않을까 싶네요. 초등 고학년은 무리가 없을 듯하고, 저학년은 책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괜찮을 듯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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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는 전화 050-5909-9050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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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8-08-14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마노아 2008-08-14 15:35   좋아요 0 | URL
가격이 다양해요. 다 못 들어도 하나만 콕! 찝어 들어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BRINY 2008-08-14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대학원 논문 2학기에 제출하는 건 물건너 간 거 같은데...2학기때 주1회는 반드시 보충수업만 하고 퇴근할거라고 선언했거든요. 그래서 뭘 할까 생각중이던 참이에요. 답사 여행도 코스가 참 좋네요. 바쁜 직장인이 준비해서 가기 힘든 곳들이라.

마노아 2008-08-14 16:23   좋아요 0 | URL
전문가와 함께 할 수 있는 수업과 답사 일정이니까 좀처럼 만나기 힘든 좋은 기회 같아요. 주1회만 보충수업하고 칼퇴근하기! 꼭 지켜야 해요! 반드시 사수^^

BRINY 2008-08-14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시간계산을 잘못했어요 ㅠ.ㅠ 보충수업은 원래 매일 6시까지인데, 보충 끝나고 바로 튀어 나가도 저 강의들은 못듣겠네요. 그냥 동네 문화센터나 다녀야겠습니다...

마노아 2008-08-14 20:23   좋아요 0 | URL
아아 이런, 김이 샜네요. 동네에서라도 꼭 좋은 프로그램 참여하셔요^^;;;

바람돌이 2008-08-15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다 듣고 싶어요. ㅠ.ㅠ
이럴때만 지방에 사는 비애를 느낀다죠. ㅠ.ㅠ

마노아 2008-08-15 22:30   좋아요 0 | URL
프로그램 끝내주죠! 진짜, 이런 공부가 전국구가 되어야 하는데 말예요ㅠ.ㅠ
 
사형수 042 3
코테가와 유아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책은 5권 완결까지 다 읽었는데 3편에만 리뷰가 없길래 3편 책에다가 리뷰를 쓴다. ^^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아마도 2006년도였던 것 같다. 내이름은김삼순님이 리뷰를 썼었는데 인상 깊어서 담아두었던 책. 중고샵에서 책을 건졌는데 무려 3번의 주문으로 5권을 갖추게 되었다. 그 세번의 주문 동안 내가 총 얼마를 썼는가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ㅡㅡ;;)

사형제도 존폐문제에 자신의 입장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를 뚜렷하게 말하는 일은 참 힘들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중학생들 토론대회 지도를 잠깐 했었는데 그때 주제 중 하나가 사형제도 찬반 논의였다. 아이들은 모두 사형제도 찬성의 입장을 갖고 있지만 반대의 입장에서도 원고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었다. 당시 나는 사형'제도'를 반대한다고 생각했었다. 내 자신이 피해자의 가족이거나 당사자라고 생각한다면 모든 가정은 다 의미 없어지게 마련이지만, 그러한 가정을 떠나서 생각한다면 사형제도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죽음으로써 단죄할 것이 아니라 살아 더 큰 고통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도 하였고, 만에 하나 만만에 하나 잘못된 판결에 의한 희생자도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되풀이 하여 생각하면 또 흔들리기 마련이다. 그만큼 어렵고 또 어려운 문제다.

일본에서도 그같은 논의가 분분할 것이다. 작가는 사형제도 없애기 위한 실험으로 7명을 죽인 사형수의 머리에 자폭 칲을 넣어두고 이 사형수가 사회에 나와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하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꾸려나간다.  그가 흥분해서 살의를 느낀다거나 폭력을 휘두르려고 한다면 머리에 박혀 있는 칲이 터지고 만다. 일종의 보험. 료헤이란 이름이 있지만 죄수번호 042호로 불리는 그 사내가 처음 도착한 곳은 고등학교였다.  학교는 실험 연구지가 되는 바람에 수업료를 반액으로 인하하고 학부모들의 동의를 구하기 위한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인다. 이 만화가 가장 설득력이 없는 부분이 바로 학교에서 이 실험을 한다는 것이었는데, 그래서 나는 읽는 동안 이 실험이 성공할 수 없겠다는 상상을 했었다. 만약 실험이 성공을 해서 새로운 발견이 가능하다면, 정말로 사형수에게 자유의 기회를 다시 줄 것인가? 거기서 사회적 논의가 또 얼마나 시끄러워지겠는가. 성공을 해도, 성공을 하지 못해도 이 실험은 문제가 많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작품을 읽으면서 실험의 결과보다는 그 과정 속에서 사형수와 사람들이 맺어가는 '관계'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아마도 작가 역시 거기에 더 깊은 의미를 두었을 것이다.

9년간 독방생활을 하면서 손발이 다 묶여 있는 채로 인격체가 아닌 그저 살아있는 유기물로서 생존했던 042호는 감옥을 나와 처음으로 햇살을 마주하는 순간 눈물을 보였다. 그리고, 학교 안에서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그 호기심과 불순한 눈길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말을 걸어준 앞을 못 보는 소녀와의 만남에서 또 다시 눈물을 보였다. 그렇게 인간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이 그에게 얼마만의 일이었을까. 어린 시절 무려 6년 동안이나 유괴를 당해서 그 사이의 행적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그였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스무살 야쿠자가 주최한 죽음의 링에서 상대 선수 일곱명을 감정 없이 죽였다. 어머니의 면회를 내내 거절하고 살아온 그의 속 이야기를 듣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가 사형수라 할지라도 진심을 갖고 대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것을 이용해서 괜히 튀고 싶은 철없는 고등학생도 있었고, 또 자신의 손주가 희생자임에도 불구하고 그에게서 한 사람의 자라지 못한 아이의 모습을 발견해 주는 황혼의 노인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를 실험의 대상으로 정하고 끊임없이 관찰하며 그의 보호자 역할을 한 박사의 모습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그들이 함께 한 3년이라는 시간은 그들을 거의 가족처럼 만들었다. 늘 험한 인상만 짓던 042호는 학교 정원을 가꾸고 흙을 밟으며 꽃을 피워내는 일을 하면서 조금씩 감화된다.

뭐랄까. 소재 자체는 신선했는데, 그것을 풀어나가는 방법은 조금 덜 세련되었다고 줄곧 생각했다. 그러니까 어느 정도는 예측 가능한 전개를 보여주니까 다소 거리감을 두면서 보게 되는 것이다. 그림 스타일도 조금 전형적이었고. 그런데, 자꾸 읽다 보니 어느샌가 작품에 깊이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건 '재미'의 문제가 아니라 '진심'의 문제였다.  살아서 기뻐하고 감사하게 된 이 사형수의 마음이, 그에게 최소한의 자유를 주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그를 그렇게 만들어 갔던 이 사회의 어떤 모습들에 대한 답답한 마음들이 자꾸 작품에 깊이 매료되게 만든 것이다.

결말은 조금 뜻밖이었다. 말해주면 재미가 없을 테니 그건 생략하고..;;;;

작품이 다섯 권으로 비교적 짧은 편인데, 그 와중에도 작가가 하고 싶은 일은 다 해낸 듯 보인다.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꽤 임팩트가 있을 듯하다.  용서받을 수 없는 극악무도한 죄를 지은 범죄자에게 과도한 동정심이나 감상적인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들에게도 무수한 사연이, 이야기가 있을 거라는 것을 애써 무시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게 면죄부가 될 수 없을지라도.

문득, 소금꽃나무에서 김진숙씨가 감옥에서 만났던 여자 사형수 얘기가 생각난다.  가슴을 치게 만들었던 한 구절을 옮겨본다.

세상 어느 누구도 그를 사랑한 적이 없는데 누구에게 그를 죽일 권리가 있는가라는 허탈한 질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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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없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당연하다. 사랑이 없어도 사람은 먹고 살 수 있다. 제목만 보면 다른 방향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이 책은 사랑 없는 결혼이라든가, 인생을 얘기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어느 미식가의 맛집 기행이 목표라고 보면 되겠다.

서양 골동 양과자점에서도 익히 그 분위기를 자아내긴 했지만, 작가 요시나가 후미의 맛집에 대한 집착은 대단하다. 훌륭한 식당에서 멋드러진 요리를 시키고 그 맛을 한껏 음미하면서 즐길 때의 그 표정과 대사들이란, '신의 물방울'에서 와인 한잔에 펼쳐지는 그 찬사의 파노라마와 비슷하다고 할까. 물론, 그 정도로 오버는 아니지만.^^

음식이 주된 이야기이지만, 맛과 멋에 집착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을 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자신의 2년 후배인 동거인은 어시스턴트로는 재능 잼병이고 성격 까탈스럽고 프리터로서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지만, 그래도 부당한 일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강하게 주장할 수 있는 면모를 지녔다. 자신은 이럴 때 자유롭기 위해서 지금까지 빈손으로 살아온 것이라고 항변할 때는 솔직히 멋지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나로서는 기왕에 맛있는 집에 가서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다면 좋은 거지만, 꼭 거기에 대단한 의미를 두고는 살아보지 못했다. 그냥 배고프면 배를 채울 수 있는 무엇이라도 족했고, 음식보다는 나와 함게 먹는 사람, 그 사람과 나누는 시간과 이야기가 더 중요했다. 그래도 때로는 기왕에 더 좋은 자리에서 좀 더 맛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은 일일 거라는 아쉬움이 있어 왔다.  작품이 일본 책인 관계로 일본 맛집만 잔뜩 소개를 받아서(게다가 내 취향이 아닌 음식이 대부분..;;;) 국내에서 적용은 못하겠지만, 눈요기는 제대로 한 셈이다. 게이들의 사랑 얘기로 밥 먹고 살았다고, 진짜 게이 친구에게 사과하는 작가의 모습을 보면서, 참 이런 모습이 가능한 사회가 일본이지...라는 중얼거림.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고시가 지배하는 일본인데도 훨씬 더 획일적이라는 느낌.

뭐, 우리에겐 식객이 있으니까.(이 뜬금 없는 결말이라니!) 그러고 보니 밀린 식객을 봐야 하는데 늘 잊어버린다. 식객은 한권의 만화책이라 생각하기엔 읽는데 시간이 상당히 걸리므로 일반 책 단행본을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좀 더 손이 쉽게 안 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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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월요일, 나로서는 역사적인 가족 물놀이.  우리가 다녀온 곳은 '송지호'라는 곳이었다. 송지효가 떠오르는 이름..;;;

여차저차 도착하니 고척군 공무원이 주차를 안내한다. 주차비는 없지만 주차요금을 받고 대신 5천원 상품권을 준단다. 보아하니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나름의 자구책인가 보다.

부랴부랴 텐트 치고 대충 짐 꾸려놓고 바닷물에 풍덩! 뜨거운 모래와 달리 바닷물이 생각보다 차가워서 잠시 깜딱!

큰 조카 녀석은 너무 겁이 많아서 튜브도 못 탄다. 양 손 꼭 붙잡아 준 채 파도가 밀려오면 같이 점프하는 게 녀석과 놀아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

둘째 조카는 처음엔 자지러지게 무서워하다가 나중엔 물이 즐거웠나 보다. 아빠 품에 안겨서 꺄르르 웃는데 귀여워 죽갔다.



그럼 나는? 조카에게 사준 바쿠간 어린이용 튜브를 끼고 놀았다..;;;;

당연한거지만 바닷물이 너무 짜서 퉤퉤 놀라고! 파도의 힘이 이렇게 거세구나 재차 놀라고의 반복.

아무튼 간에 우리 가족은 한명씩 텐트를 지키면서 꽤 재밌게 놀았는데, 한참 배가 출출해질 때 삽질을 시작했다.

원래 우리는 컵라면을 잔뜩 사갔는데 전기포트도 하나 들고 갔다. 원래 가스 버너를 가져가면 되는 건데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다.  문제는, 차에서 전기를 쓰려고 했더니 전압이 맞질 않는다. 그래서 물 끓이는 게 불가능. 인근 가게에서 컵라면을 다시 사먹자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커서 그냥 블루 스타를 사기로 했다. 근데, 블루 스타를 사고 보니 코펠이 없다. 흑...ㅜ.ㅜ 옆 텐트 가서 빌려왔다. 그 담엔 텐트에 김치 두고 온 게 생각나서 가지러 가야 했고, 그 다음엔 젓가락 안 들고 온 게 생각나서 또 그 뜨거운 모래를 건너왔다는 이야기. 무슨 덤앤더머 가족도 아니고 온 가족이 몰아서 삽질을 제대로 했다. 그래도 고생을 했더니 라면이 더 맛있었다나.

실컷 놀면서 생각이 드는 게, 이래서 사람들이 여름 휴가를 가나보다 싶었다. 참 재밌고,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 그리고 물 속에 들어가니 정말 시원하더라. 서울에선 얼마나 더웠을꼬!

중간에 텐트 지킴이 할 때 책을 아무 것도 안 들고 온 것을 후회했다. 경험이 전무했던 나는 텐트 지킴이 할 일이 있을 줄 몰랐고, 물놀이하다가 책을 보면 책이 젖을 것만 걱정했지 심심할 일은 걱정을 안 했던 것이다. 휴가 때 읽을 책 십문 십답에 포함되어 있었는데 못 지켰구나.ㅡ.ㅜ

우리가 느즈막히 와서 그런지, 그곳 해수욕장이 인기가 적은 것인지, 그도 아니면 금년 휴가 인파가 적은 것인지는 몰라도 해변은 그리 북적거리지 않았다. 평일이어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신나게 놀다가 이제 물이 차가워졌다고 느낄 때 물놀이를 마쳤다. 그리고 슬슬 느껴오는 감각이란....

맙소사! 썬크림을 얼굴과 목에만 발랐지 팔다리에는 전혀 바르지를 않아서 새빨갛게 익어버렸다. 이거 일광화상???

얼마나 익혔던지, 이틀 지난 지금도 팔을 만져보면 특정부분이 뜨겁다. 정말, 맘이 아프다ㅠ.ㅠ

돌아오는 길, 양평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쌈밥 전문점이었고 이름은 '간이역'이었는데 대따 불친절했다. 음식은 양이 너무 적어서 이게 인원수대로 준 거 맞냐고 되물을 정도. 결정타는 반찬에서 머리카락 나왔다는 것!

반찬투정이 너무 심한 큰 조카는 끝내 저녁을 굶었다. 집에 가서 뭘 먹겠다고 다짐을 하고 갔지만 까먹고 잠들었다는 것.

오이 잘라서 팔뚝에다가 얹어놓았는데 너무 두꺼워서 김치 담가도 되겠다고 어무이께 한소리 들었다. 나름대로 얇게 자른 건데 말이쥐....

다음 날도 화기가 가라앉질 않아서 감자라도 갈아서 어케 해볼까 했는데 호들갑 떤다고 혼났다. 제일 신나게 놀았던 너는 아파도 싸다나 뭐라나. 흑... 열심히 논 그대, 제대로 아파라?

2. 아무튼 바닷가의 추억은 그렇게 저물고, 돌아온 집에서 나를 기다린 것은 장렬히 전사해 주신 컴퓨터였다. 형부가 하루 더 쉬는 김에 봐주기로 했는데 컴퓨터 두 대 다 도리도리, 가망이 없단다. 아, 우리의 인연이 여기까지구나. 크흑!

언니 노트북을 빌리는 것도 실패했고, 결국엔 본체만 새 걸로 다시 구입하기로 했다. Del을 골랐고 가격은 425,000원. 5개월 할부로 시원하게 긁어주셨다. 흑... 맘이 아포....ㅜ.ㅜ

오늘 설치했는데 이게 비스타라서 좀 시행착오가 있다. 프로그램도 와방 없어주셔서 이래저래 불편한 게 많다. 좀 더 써보고 영 안 되겠으면 다시 XP로 바꿔야지. 일단 인터넷은 확실히 빨라졌다. 그 동안 후진 컴퓨터로 고생 많았구나..;;;;;

3. 아침에 알라딘에서 전화가 왔다. 생소한 벨소리에 내 전화인 줄도 모르다가 한참만에 받아보니 특별한 요청을 하신다.

뭐냐면,  KBS(라고 했던 것 같다.) TV 촬영에 중고샵 관련 인터뷰를 해달라는 요청. 호곡! TV라굽쇼????

내가 중고샵에 꽤 올인하고 산 것은 사실이고 할 말도 많다만, 그래도 영상 인터뷰는...ㅡ.ㅡ;;;;;;

아마 내 얼굴이 화면에 나가면 와이드 TV가 아닌 이상 양쪽 귀가 잘려 나올지도..;;;

하여간, 완곡하게 거절했다. 도움이 되면 좋겠지만 도저히 못하겠다니까요.(>_<)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전화를 받았을 테지? 전화 많이 안 하고 낙점(?) 되었기를.

4. 사람 마음이 참으로 간사한 게... 어제는 컴이 안 되니 종일 책을 보았는데, 어찌나 리뷰가 쓰고 싶던지...

근데 오늘 컴이 되니 다시 리뷰 쓰기가 싫어졌다. 이런 청개구리 같으니라고!

5. 올림픽 방송을 보면 참 씁쓸할 때가 있다. 열심히 또 열심히 운동을 해서 세계 무대에서 결승전까지 갔는데 그만 지고 말았다. 당연히 아쉽고 안타깝고 또 어떤 부분에선 억울함도 있겠지만, 그래도 세계2등이라면 정말 잘 한 것 아닌가? 왜 그렇게 선수들은 미안해 죽을라고 할까? 그 미안함을 강요한 것은 결국 국민들의 눈초리겠지만 참으로 씁쓸. 어디서나 순위 매기기에 너무 열을 올린다.

아마도 내 맘이 좀 더 편했더라면 올림픽 중계 방송도 좀 더 기분 좋게 봤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가시방석인데 그 눈부신 메달의 향연들이 달갑게 보여지질 않는다.  어저께 구인공고 올라왔던 개포동의 모 학교는 어제까지 계약기간 2.28이었던 것을 오늘 날짜로 12.31로 바꿨다. 그나마 계약 당일에 날짜 줄었다고 얘기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나? 그런 학교가 정말 부지기수라는 것!

월드컵 때 미순이 효순이 가족들은 그 뜨겁던 열기가 공포스러울 만큼 미웠을 듯하다. 60일을 단식하고도 끝이 보이지 않는 그 사람들... 결국엔 우리 이야기... 대한민국은 날이 갈수록 공포영화다.

6. 초등학교 4학년 때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라는 것을 했었다. 첫번째 메달이 아마도 레슬링에서 나왔던 것 같은데, 애국가가 올라갈 때 어렸던 나는 울었더랬다. 뭔가 감동적이어서. 선수도 울었을 것이고 그걸 보면서 나도 울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좀 어이가 없는데, 그때는 그런 감정들이 너무나 당연했다. 애국가 하니까 고현정이 생각나네....

7. 요새 준기가 참 좋다. 일지매의 영향이다. 뒤늦게 개.늑.시도 찾아봤다. 출연했던 작품 면면을 보니 작품 고르는 눈이 제법 있다. 인중이 뚜렷한데 관상에 대해선 모르지만, 굉장히 '의지'라는 게, '열정'이라는 게 읽힌다. 좀 독한면이 있다고 할까. 허영만의 "꼴"이 갑자기 보고 싶어지는구나....



8. 조카의 방학이 끝나가는데, 어디 더 다녀올 데가 없을까? 기왕이면 티켓을 붙일 수 있는 곳으로.

코엑스 아쿠아리움은 신용카드 영수증으로 입장권을 대신했다고 한다. 울 언니야의 난감한 표정..;;;;

그나마 처음 간 것도 아닌데 물고기가 무서워서 옆에 가까이 가지도 못했다고 한다. 나도 겁이 많지만 너도 참 걱정이구나..;;;

9. 2주 전에 출산을 한 나의 지인은, 기어이 3주를 채울 때까지 샤워를 않겠다고 한다. 요새는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문가들이 말한다던데 고집을 꺾지 않는다. 흐음... 이렇게 습하고 더울 때 정말 고생이겠다. 울 조카야들은 모두 여름생이라 울 언니 고생 많이 한 생각이 난다. 젖몸살 앓을 때 그거 맛사지 해준다고 내가 고생했던 기억도 나는구나....

10. 하나 쯤은 비워두는 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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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8-14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컴으로 페이퍼 쓰는 기분~~ 괜찮겠는뎁쇼~~ ^^
역사적인 가족나들이가 경험 전무라서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겪었군요~~ 이래서 노하우가 필요한 거라고요.ㅋㅋ
우린 시댁형제들과 뭉쳐 다닐 때 20여명이나 되는데도, 사먹는 밥은 한끼로 족하고 별별 것을 다 해먹고 다녔어요.
그것도 강원도 철원에서 정동진을 거쳐 지리산계곡까지 국토를 종단하면서요~ㅎㅎㅎ 고속도로 휴게소 등나무 아래서 싸먹던 김밥이 제일 압권이었어요. 모두 한줄씩 통째로 들고 먹어대던 풍경이라니~~~~~ㅎㅎㅎ

마노아 2008-08-14 01:33   좋아요 0 | URL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을 줄 안다고, 우린 놀아본 적이 없어서 좀 많이 헤맸어요.
내년에 다시 놀러가면 잘 놀고 올 것 같아요. ^^ㅎㅎㅎ
통째로 들고 먹는 김밥의 묘미! 캬아... 안 그래도 저녁을 컵라면으로 떼워서 배가 고팠는데 더 허기져요. 그나저나 국토 종단을 가족과 함께! 진짜 환상이에요(>_<)

웽스북스 2008-08-14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에 하지 그랬어요~ TV에서 마노아님 얼굴 보면 좋을 것 같은데 ^_^

마노아 2008-08-14 11:30   좋아요 0 | URL
중학교 때 TV에 잠깐 나온 적이 있으므로 한번이면 족해요^^ㅎㅎㅎ

무스탕 2008-08-14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티비광고 찍지 그랬어요.. 아쉽넹..
햇볕에 타서 화끈거리는데 백반(봉선화물 드릴때 넣는것 있죠?) 그걸 물에 타서 타월같은데 적셔 올려 놓으면 화기가 빠진다고 하더라구요.
물 1리터정도에 한스푼 정도 (문제는 그 스푼이 커피스푼이냐 밥숟가락이냐죠 -_-;) 넣으라고 들었어요..

정성이는 바다에만 가면 파도에 한번은 꼭 휩쓸려서 물 잔뜩 먹어요. 이번에도 물에 들어가자마자 물 먹고 켁켁거리더라구요 ^^

마노아 2008-08-14 11:31   좋아요 0 | URL
집에 백반이 없네요. 아, 나갔다 와야 하는가.... 밖에 나간다고 생각만 해도 바로 주르륵이네요.
오늘도 여전히 더워요. 당연한 거지만요^^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도 물 많이 먹었어요. 저는요ㅠ.ㅠ 정말, 너무 짜더라구요. 흑흑...

춤추는인생. 2008-08-14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무효에요 썬글라스 쓴 다현이도 귀엽지만. 다현이의 예쁜 눈이 전 너무 보고싶어요^^
전 여름에는 좀 타야한다고봐요. ㅎㅎ 빨개진 피부의 색이 마노아님이 즐거운 휴가를 보내셨다는걸 증명하고 있쟎아요. 전 어쩐지 어디서나 양산피는사람은 정이 안가더라구요. 햇살 좀뜨겁지만, 그렇게 마구 막기는 싫어요.
그나저나 저도 티비광고 마노아님이 나오면 더 자주 애용하려했는데^^ 에이 아쉬워요!

마노아 2008-08-14 21:38   좋아요 0 | URL
올릴만한 사진이 있나 더 찾아봤는데 웃고 있는 사진이 없더라구요. 다현이 예쁜 사진 찍으면 그때 또 올릴게요^^ㅎㅎㅎ
살이 타는 것까지는 괜찮은데(어차피 금방 하얘지므로^^ㅋㅋㅋ) 아프다는 게 문제예요. 오늘은 문틈에 손가락이 끼어서 시퍼렇게 멍까지 들었어요. 게다가 땀띠가 난 건지 턱 주변에 두드러기가 나서 너무 가려워요. 이래저래 몸의 수난시대입니다.
티비광고 없이도 저는 오늘 중고샵에서 질렀습니다.ㅡㅡ;;;;;
아, 중고샵의 마수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어요.(>_<)

노이에자이트 2008-08-15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제 사진이 왜 여기에...

마노아 2008-08-15 19:28   좋아요 0 | URL
응? 튜브에 타고 있는 분홍 모자의 주인공 말이지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