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 1 강풀 미스터리 심리썰렁물
강도영 지음 / 문학세계사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여자가 있다. 십분 후에 발생할 비극적인 사건을 미리 보는 여자.
한 학생이 있다. 시간을 멈추어 놓고 그 시간을 활보하고 다닐 수 있는 아이.
한 선생이 있다. 장차 닥쳐올 비극적인 사건을 꿈을 통해서 미리 본다.
또 한 남자가 있다. 시간을 십분 되돌릴 수 있는 남자의 능력.

이렇게 예지안을 가진 자, 타입 스토퍼, 예지몽, 그리고 타임와인더까지...

그들은 모두 평범치 않은, 신기에 가까운 초능력을 가졌다. 그런데, 그들의 그 대단한 능력은 시간을 거스름에도 불구하고 운명을 바꿔놓지 못한다. 십분 후에 닥칠 위험을 얘기해 주어도 사고 당사자는 믿어주지 않고, 사고가 나고 나면 후회를 한다.  시간을 멈추어 그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학생. 그러나 시간과 함께 공기도 멈춰버리고 격한 움직임에는 호흡곤란이 따라온다. 그리고 그 멈춰버린 시간을 활보하고 다닐 수 있는 존대들과 맞닥뜨렸다. 천하무적이라고 여겼는데 그토록 무기력할 줄이야.

그리고 한 사내. 시간을 십초 정도 되돌리는 능력으로는 지하철에 두고 내린 우산을 되찾아오는 정도의 이점 밖에 주질 못했다. 가스가 터져 아내와 아들이 집에서 떨어져 내릴 때, 수차례 반복해서 시간을 되돌렸지만 아들을 살릴 수 없었다. 뿐이던가. 시도도 못했던 아내를 살리는 일. 그렇게 반복해서 처자가 죽는 모습을 보고나서는 저주받은 능력을 다시는 쓰지 않기로 한다.

강풀 작가는 해마다 여름이면 미스테리 심리물을 발표하고는 했는데, 처음에 접한 것은 아파트였다. 아파트에서 저승사자로 나왔던 양형사가 타이밍에서도 출연해서 또 다시 열심히 뛴다.  금년에는 이웃사람이라는 새 작품을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역시 기대작이라 할 수 있겠다.

학창 시절, 시끄럽게 떠들던 교실에서 어느 순간 모두의 수다가 한꺼번에 그치고 침묵이 탁하고 터져나올 때가 있었다. 그러한 순간들은 바로 작품 속 학생과 같이 타임스토퍼의 농간이라고 작가는 얘기한다. 상당히 그럴싸한 설정이다. 역시 작가의 상상력이란 놀랍도록 기발하다.

다른 나라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한국의 학교는 입시지옥이라는 부제를 늘 달고 다니는 까닭에 음울한 장소의 대명사로도 통한다. 작품 속에선 학생들의 까닭을 모를 자살이 이어지고, 시간 능력자들은 그 비극을 위해서 무던히 애를 쓰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이제 앞으로 일주일 후면 대형 사고가 터질 듯한데, 아직 서로의 능력을 보태어 뜻을 하나로 모으지도 못했다. 작품이 세 권짜리이니 좀 더 긴 호흡으로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워낙에 무섬증이 많아서 공포물이나 미스테리물을 보지 못하는 나인데도 강풀 작가의 마력에는 벗어나지 못했다. 처음 중고샵에서 2권을 구입하고는 이 책이 3부작이라는 것을 알고 어찌나 황당하던지... 결국 이번에도 세 차례의 주문 끝에 세권을 다 갖추게 되었다. 당연히 내가 쓴 돈은 세 권 책의 새책 값을 훨씬 넘어선다. 그래도 더불어 다른 책도 같이 구입했으니까 애써 삽질은 아니라고 위안을 삼아본다ㅠ.ㅠ

자살하는 학생들이나 학교의 위신만 생각하는 관리자나 이런저런 배경들이 오싹할 만큼 무섭다. 그래도 끝까지 볼 결심인데 하필 오밤중에 본 게 나의 실수다. 밤은 깊어가는데 무섬증은 더 커지는구나. 시간 선택을 잘못한 게 나의 최종 삽질이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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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8-15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이밍 재밌죠, 아파트는 끝이 좀 별로였는데 타이밍, 26년, 순정만화, 그리고 작년에 그대를 사랑합니다....
으흑 모두 좋아요 이웃사람은 시작을 못했어요, 오늘밤에 그거나 볼까나 흐흐

마노아 2008-08-15 01:24   좋아요 0 | URL
강풀 작가 작품은 모두 재밌어서 일부러 웹으로 안 봐요. 책 나오면 단행본으로 보려구요. 이웃사람도 처음 2회까지 보고서 꾸욱 참고 있어요. 그것도 많이 무섭더라구요. 웬디님 겁이 없구나...ㅠ.ㅠ
 
하늘을 나는 사자 비룡소의 그림동화 135
사노 요코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비룡소 / 2005년 4월
절판


고양이 친척들에게 포효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사자.
빨강 파랑 초록 갈색 검정 고양이들의 표정이 완전 개구쟁이 모습이다.

사자는 심지어 '어흥!'하고 외치며 펄쩍 뛰어오른다.
이때 사자의 모습은 마치 하늘을 나는 것처럼 보인다.
고양이들은 환호했고 사자는 사냥감으로 맛난 식사를 대접했다.

사실 낮잠 자는 게 취미였던 사자는 날마다 하늘을 박차오르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너무 지친 나머지 어떤 날은 날 저물어 어두울 때 훌쩍 훌쩍 울기까지 했다.
숨어서 울고 있는 사자의 처량맞은(그러나 귀여운!) 모습.

고양이들의 요청에 어떡해서든 일어나려고 했지만 이미 사자의 눈은 반쯤 풀려 있다.
느낌 탓인지 좀 마른 듯한 느낌도 든다.
결국, 사자는 쓰러져 잠들어 오래오래 깨지 못하고 황금빛 돌이 되고 말았다.

어느 날, 아기 고양이가 말한다. 사자가 자고 있는 까닭은 너무 피곤했기 때문이라고.
그 말에 황금빛 돌사자가 몸을 부르르 털고서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쫙 켜고 일어난다.
다시 한 번 '어흥!'하고 외치는 사자.
남들 시선 신경 쓰고, 남들 배려해 주느라 제 욕구에 충실하지 못했던 사자의 마음을 어린 고양이가 처음으로 알아준 것이다.
오래오래 잤으니 이제 사자는 기운을 차린다.

이제쯤은 솔직한 제 감정대로 살아도 좋건만, 지극히 친절한 우리의 사자는 얼룩말도 잡을 수 있냐는 아기 고양이의 물음에 기어이 땅을 박차고 날아오른다.
"어흥!"
제 버릇 개 못주고,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가는 사자였다.
그럼에도 미련타 말할 수가 없다. 능청스럽고 우둔해 보이기도 하지만 착한 맘씨의 친절한 사자이니까.
고양이들아, 제발 사자를 하루에 한 번만 찾아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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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8-15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난주의 영역은 정말 넓군요

마노아 2008-08-15 01:24   좋아요 0 | URL
그쵸? 다양한 영역에서 이름을 확인하게 된다니까요^^

L.SHIN 2008-08-15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사자, 날으는 사자!
이젠 너 자신을 위해 날아보라구! R.Kelly도 노래 불렀잖아.
I belive I can fly~~~

마노아 2008-08-15 19:24   좋아요 0 | URL
에쓰님이랑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은 황금 사자예요. 천연덕스럽게 어흥!하고 외칠 수 있는 기분 좋은 친구 말이에요^^

L.SHIN 2008-08-16 01:17   좋아요 0 | URL
나는 '우아왕' 하고 울어요.
난 호랑이거든요. 우아왕~ 우아왕~

마노아 2008-08-16 02:30   좋아요 0 | URL
'우아왕!'하고 우는 귀여운 호랑이라니! 너무 사랑스럽잖아요!!!
 
[중고] 내 친구 깡총이- 바다어린이 그림책 1
에릭 로만 글 그림, 이상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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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완료


걱정마!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사고뭉치지만 믿음직스런 깡총이의 시원한 장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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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깊은 그림책 4
다비드 칼리 지음, 세르주 블로크 그림, 안수연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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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 칼리의 전작 '나는 기다립니다'를 몹시 인상 깊게 읽었다.  최근에는 신간은 좀 자제하고 안 사는 편이었는데 이 책은 모른 척하고 지나갈 수가 없었다. 재밌게도, '나는 기다립니다'에 그림을 그렸던 작가와 다시 작업을 했고, 번역가도 안수연씨로 동일했으며 출판사도 문학동네로 여전하다. 궁합이 착착 들어맞은 듯하다.

비교적 안전한 울타리로 보여졌던 대한민국에서 자란터라, 어릴 적에 전쟁의 위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자라면서, 공부하면서, 세계 곳곳의 뉴스들을 들으면서 '전쟁'이라는 게 참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리적인 전쟁 이외의 다른 전쟁은 제외하고라도 말이다. 정말 가깝게는 최근 그루지야와 러시아 사이의 전쟁이 있었고, 세계 곳곳에서는 여전히 테러가 진행되고 있다. 바로 그 전쟁, 그 속의 '적'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림을 담당한 세르주 블로크는 꼴라쥬 기법을 잘 사용하곤 하는데 도화지 위에 양쪽을 가르는 선을 그리고, 메마른 풍경을 표현할 앙상한 가시나무 하나를 주변에 배치했다. 그리고 아래에서 위로 뻥 뚫려버린 구멍 두개를 '참호'로 표현했다. 그리고 그 참호 속에 들어가 있는 병사들은 서로를 '적'이라 부른다.

그들은 지척에서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지만 사실 얼굴을 직접 본 적은 없다. 아침이면 을 향해 총을 한 번 쏘고, 그러면 도 이쪽을 향해 총을 한 방 쏜다. 그리고는 하루종일 참호 안에 몸을 숨기고 상대가 머리를 내밀기를 기다린다.



이들은 배가 고파도 극한까지 참는다. 먼저 불을 피우면 그 틈에 이 다가와 나를 죽일 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굶주림을 이기게 만드는 것이다. 때로 너무 배가 고파 먼저 불을 피우기라도 하면 도 반대편 참호에서 불을 피운다. 살기 위해서 먹어야 하고, 살기 위해서 을 죽여야 하는 그들의 악순환.

병사는 외로움을 느낀다. 나와 마찬가지로 나의 도 외로움을 느낄 게 틀림 없다. 또 나와 마찬가지로 배도 고플 그 .



그러나 둘 사이의 차이점은 어마어마하다. 아니, 어마어마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는 나의 이니까.  그는 야수여야 하고 동정심이라는 것은 알 턱이 없고, 여자와 어린아이들조차도 아무 거리낌 없이 죽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때문에 이같은 전쟁이 벌어졌다고, 분명히 '전투 지침서'에 나와 있다. 병사는 철썩같이 그 지침을 믿는다. 믿지 않고 어찌 버틸 수 있을까. 그가 나의 이 아니라면, 나와 같은 사람이라면 나의 지금 이 시간을, 희생을 어찌 견딜 것인가.

빨치산 투쟁 때 국군은 '빨갱이'들을 처단하는 것을 역사적 사명으로 알았다. 설령 그렇게 알지 못했다 하더라도 알았다고 세뇌시키며 싸웠다. 80년 광주는 또 어땠을까. 멀쩡한 정신의 군인들을 동원시킬 수 없어 부러 취하게 만들고, 그들을 향하여 '폭도'라고 매도했던 그 사람들. 그들은 제압해야 할 상대를 '적'으로 규정했다. 그래야 자신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었으므로.

그렇게 전쟁에 있어서, 전투에 있어서 나의 은 인간이 아니어야 했다. 내가 인간일 수 있는 조건은 의 인간 아님에서 찾아야 했던 전쟁의 추악함.

병사는 때로 고민한다. 우리를 전쟁터로 보낸 사람들이 우리를 영영 잊어 버린 게 아닌가 하고...

어쩌면 전쟁은 벌써 끝난 게 아닌가 하고...

때로, 어쩌면 이 세계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모든 게 사라진 것은 아닐까 혼돈이 밀려온다. 왜 아니 그렇겠는가.



이 끔찍한 전투 와중에도 하늘에는 찬란한 별이 뜬다. 나와 마찬가지로 나의 도 저 별을 보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도 생각할까?  아무 소용없는 이 전쟁을 어써 끝내야 한다는 것을?

누군가 먼저 전쟁을 끝내야 하는데, 내가 먼저 그만둘 수는 없다고 병사는 생각한다. 그가 먼저 전쟁을 끝낸다면 나는 총을 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인간이니까.

하지만 반대편의 은 인간이 아닌 야수이므로, 먼저 전쟁을 끝내기 위해 총을 버릴 마음을 과연 가질 지 자신이 없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다. 다음 주에는 달이 뜨지 않을 것이고, 나는 어둠에 가린 채 참호를 벗어나 의 참호로 향할 수 있다.

전투 지침서에서 알려준 대로 위장을 한 채 의 참호를 향해 기어간다. 그는 여느 밤과 다름 없이 내가 자고 있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고, 나는 을 죽이고 이 전쟁을 끝내고 말 것이다. 그러면 집으로 돌아가 다시 가족을 만날 수 있다. 그래도, 총을 쏘기 전 그의 얼굴을 한 번은 보겠다고 병사는 생각한다.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 자이길래 이런 참혹한 전쟁을 일으켰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의 참호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거기에는 그의 소지품만이 있을 뿐이었다. 사진을 하나 발견한다. 가족사진이다. 뜻밖이었다. 에게도 가족이라는 게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이 전쟁을 진행시키는 지도자들은 그런 얘기를 해준 적이 없다. 가족이 기다리는 사람이 어떻게 여자와 아이들을 죽일 수 있는 괴물이라는 건지 병사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어서 발견한 충격적인 책 하나!



맙소사. 전투지침서다! 내 것과 똑같은 지침서!

다른 게 하나 있다면, 의 지침서에 나와 있는 의 얼굴은 바로 라는 것.

충격이 밀려온다. 나는 괴물이 아닌데... 나는 여자와 아이들을 죽이지 않는데...

억울함과 흥분이 밀려온다. 우리가 싸워온 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나란 존재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지금 나의 은 어디에 있는가? 그는 분명 나의 참호에 가 있을 것이다. 나와 똑같이 나를 기습하려고 했을 것이고, 그곳에서 전투 지침서를 보면서 나와 같은 충격에 빠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알고 있다. 이 전쟁이 끝나야만 한다는 것을. 우리는 돌아가야만 한다는 것을.

내게 이런 메시지를 전달해 준다면, 나는 당장에 수락할 것이다. 그는 왜 메시지를 보내지 않고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그리고 또 기다렸다. 병사는 손수건에 메시지를 적어 플라스틱 병에 넣는다. 밀봉을 한 다음 온 마음을 다해 던졌다.



부디 나의 병이 그의 참호 안에 떨어지기를 바라면서......

마음이, 짠하고 짠하고 또 쓰라렸다. 물리적인 전쟁과 또 그 밖의 무수한 마음의 전쟁까지도, 작품 속 병사들과 같은 마음을 갖게 할 때가 얼마나 많던가. 그림 책처럼 단순하지 않지만, 무수히 희생되는 사람들이 상대를 바라보는 관점이란 이와 같은 양상일 듯하다. 알고 보면 모두가 똑같은 사람인데. 가족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평화롭게 행복하게 살고 싶어하는 그런 평범한 사람들인데......

다이하드 4를 보면서 천재 악당이 고작 요구하는 것이 어마어마한 금액의 '돈'이라는 것에 김이 새버렸었다. 그 대단한 두뇌의 소유자가 그토록 어마어마한 범죄를 저지르면서 기어이 갖겠다고 하는 것이, 제 힘으로도 충분히 벌 수 있는 그 흔한 돈이라는 게 내게는 설득력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그게 정말로 설득력이 없는 것일까? 우리나라의 무수한 재벌들. 그리 많은 돈을 버는데 무수한 탈세로 뉴스를 장식하는 것은 결국 같은 마음이 아닌가? 멀리 갈 것도 없다. 대한민국의 대통령님이 바로 그 상징이 아니었던가.

인간의 욕심이 하 무섭다.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아등바등 살고자 부리는 그 생존형 욕심이 아닌, 더 많이 가진 자가 그보다 더 갖겠다고 뿌려대는 추잡한 마음이 진실로 무섭다. 총들고 싸우지 않아도 그 마음 속 욕심의 정체가 이미 인간을 파멸시키는 '적'일 것이다.

여백이 많은 그림과 단촐한 글귀로도 많은 것을 설명하고 느끼게 해주는 다비드 칼리의 새 작품 '적'.

마음이 무겁지만 잔잔한 감동과 만남의 기쁨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전쟁과 인권에 대해서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훌륭한 교재가 될 듯 싶다. 물론, 어른들이 만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이 책은 조카를 위한 책이 아닌 나를 위한 책으로 담아두련다. '나는 기다립니다'와 마찬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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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기 전통 과학 시리즈 3
강영환 글, 홍성찬 그림 / 보림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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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의 피난처, 움집이다.
신석기 시대 사람들의 집인데 반지하 형태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구석기인들에 비하면 발달된 집 형태이지만 오르내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땅바닥에서 올라오는 습기 때문에 늘 축축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창이 없어 바람이 통하지 않고 볕도 들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기술이 발달하면서 지상가옥으로 발전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땅위의 집 초가다.
지극히 자연을 닮은 재료를 이용한 집이라 할 수 있다.
흙벽은 천천히 더워지고 천천히 식기 때문에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다는 장점이 있다.

기와집이다. 기와를 만들기 전에는 풀이나 짚, 나무 껍질로 지붕을 덮었는데 가볍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 비나 눈을 맞으면 잘 썩기 때문에 해마다 바꿔주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기와의 발명은 이런 불편을 덜어주었다. 기와는 흙을 빚어 구워 만든 토기와 같은 것으로 썩거나 모양이 변하지 않는다. 당연히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지만.
무거운 기와를 얹기 위해서 지붕의 무게를 지탱하는 기둥이나 뼈대 만드는 기술이 함께 발달한다.
역시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이다!

생활공간이 나뉘어 있는 집의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안방, 사랑방, 건넌방, 곳간에 외양간에 또 사랑 마루와 쪽마루까지...
부엌은 아무래도 안방과 붙어 있을 수밖에 없다. 안방이 안주인이 평상시에 생활하는 곳이므로.

크고 아름다운 집, 대궐이다.
그림에 나온 모델은 경복궁 근정전.
다양한 기둥 양식과 지붕 양식을 같이 설명해 주고 있다.
실물로 보면 더 눈에 확 들어올 것이다.
배흘림 기둥하면 부석사 무량수전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기둥 세우는 과정을 자세히 담고 있다. 나름대로 과학적인 원리가 곳곳에 숨어 있다.
주춧돌, 대들보, 이런 단어들이 일상 생활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 지도 함께 얘기해 보면 학습에 좋을 듯하다.

벽과 바닥을 만드는 과정이다. 과학적인 온돌방에 대해서 할 말이 많을 것이다.
다른 말로 구들장이라고도 하는데, 이 말도 평소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용례를 얘기해 보면 좋을 듯하다.

사대부의 집이다. 모델로 삼은 것은 창덕궁 내에 있는 연경당. 임금으로서 사대부보다 못한 삶을 살았던 순종이 만든 곳이다.
아흔아홉칸 고래같은 집의 의미란 무엇일까?

여러 지방의 가옥을 보여준다. 눈이 많이 오는 울릉도의 우데기집,
벼농사를 짓지 않아 볏짚이 나지 않는 강원도 산간 지방의 너와집,
바람이 많이 불어 돌담을 둘러 거센 바람을 막은 제주도의 돌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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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8-14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에서도 이 책 참 재미있게 보았어요. 아이의 3학년 수업시간에 과제를 할 때도 유용하게 썼지요. ^^

마노아 2008-08-14 21:11   좋아요 0 | URL
책이 오래되어서 세련된 맛은 부족했지만 내용이 충실했어요. 다른 시리즈도 궁금하더라구요^^

bookJourney 2008-08-14 21:15   좋아요 0 | URL
이 시리즈의 '배무이'와 '옷감짜기'도 참 좋아요~~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읽고 있는 중~ ^^)

마노아 2008-08-14 21:33   좋아요 0 | URL
맞아요, 바로 그 '옷감짜기'가 끌렸어요. 이 책은 중고샵에서 건졌는데, 다른 시리즈도 좀 눈독을 들여야겠어요^^ㅎㅎㅎ

순오기 2008-08-16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에는 '배무이, 옷감짜기, 집짓기, 고기잡이' 네 권 있어요~
중고샵에 시리즈가 나오면 낚아채지요.^^

마노아 2008-08-16 19:48   좋아요 0 | URL
오옷, 시리즈 제대로 갖추고 계시군요! 전 저중에 옷감짜기가 제일루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