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도 머리를 쓴다 [제 801 호/2008-08-22]


건축에 있어 경제와 사회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예컨대 제1차 오일쇼크는 자연광을 받을 수 있도록 경사 유리로 덮는 아트리움을 전 세계적으로 유행시켰고, 제2차 세계대전은 전후 복구를 목적으로 도미노 시스템으로 크게 나뉘는 콘크리트 박스형의 군더더기 없는 건축물을 탄생시켰다. 현재 연일 치솟는 유가 폭등은 가히 제3차 오일쇼크를 방불케 한다. 그래서 현대의 건축가들에게 건축물의 에너지 절약은 가장 큰 난제라 할 수 있다.

부잣집에서 딸 셋에게 쌀을 한 말씩 주고 한 달을 살라고 했다는 옛 이야기가 기억난다. 한 달 후 가장 지혜로운 방법으로 쌀을 많이 남겨온 딸은 누구인지 한번 시험해 보고자 했던 것이다.
첫째딸은 굶었다.
둘째딸은 한 달 동안 쌀을 아껴서 조금씩 먹었다.
셋째딸은 그 쌀을 받자마자 떡도 해먹고 하인과 배불리 먹고 나가서 일했다.

과거 건축물의 에너지 절약 방법이 무조건 안 쓰는 첫째딸 형이었다. 반면, 현대의 소비자들은 이야기 속 셋째딸이 더 나은 이익창출을 위해 머리를 쓴 것처럼 좀 더 편리하게 생활하는 쪽을 택한다. 이는 무한대로 무상, 공짜로 공급되는 자연에너지를 벌어서 쓰는 방법이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널리 알려진 태양열 에너지다. 그러나 이 방법은 위도가 맞아야 한다는 문제와 미학적 문제 등을 안고 있다. 다음은? 풍력이다. 그런데 바람의 문제는 불 때도 안 불 때도 있으며 혹은 불더라도 세기가 일정치 않다는 결정적 단점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에너지원으로 빵점이다.

그러나 소극적으로 바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만든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건물 사이에 늘 존재하는 극간풍은 골칫거리였다. 난류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즉 난류를 역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언제나 안정적인 바람을 공급받을 수도 있다.

또 건물을 아예 빙글빙글 돌려 바람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건물이 빙글빙글 돌아서 어지러울 거라고 여긴다면 그건 오산이다. 두바이 dynamic architecture의 경우 건물을 완전히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90분 정도이니 건물의 거주자들이 느끼지 못할 정도일 것이다. 또한 건축물의 회전은 층과 층 사이에 마치 배의 노와 같이 생긴 날개(scoop)가 바람의 직진 운동을 회전력으로 바꿔주는 기능을 하여 가능하게 하였다.

일반적인 풍력장치는 날개가 수직이며, 보통 1-1.5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한다. dynamic architecture의 수평 풍차는 0.3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하며, 총 48개의 풍차가 건물바닥에 설치되어 있다. 풍차 1개당 50가구가 사용 가능한 전력을 생산하는데 이 건물에는 200가구가 거주하고 있어 나머지 44개 풍차에 의해 발생 전력은 주변 빌딩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 움직이는 건물을 설계한 이탈리아 출신 건축가인 데이비드 피셔(David fisher)는 “옳은 것은 무엇이든 좋지만, 좋은 것이 항상 옳진 않다.”라는 말로써 건축가들에게 현재의 방식이 옳다고 안주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새로운 방식을 찾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건축가들은 각각의 장점을 혼합한 형태의 새로운 방식을 내 놓았다. 예를 들어 태양열과 풍력을 동시에 이용하는 방법인데 현재 지름 29m의 풍차와 4,000개의 광 패널을 통해 바람과 태양열을 동시에 사용하도록 설계된 두바이 국제 금융센터(DIFC)가 대표적이다.

건축에서 바람(wind)은 미래의 바람(wish)이 되고 있다. 과학자들이 난색을 표명하던 풍력을 이용한 초고층 건물의 현실화는 이제 대체에너지로서 바람의 이용을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바꾸어 놓았다. 그래서 나는 태양에 반짝이는 바람개비를 하나씩 달고 있는 미래의 건물들을 상상해 본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 function).”라는 미스 반 데 로에(Mies van der Rohe)의 모더니즘 미학은 현대 건축에 있어서 “형태는 환경을 따른다(Form follow environmental).”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글 : 이재인 박사(어린이건축교실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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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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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 호평을 받았고, 수많은 사람들의 극찬에 나도 엄청나게 보고 싶었는데 극구 중고샵에 뜰때까지 기다린 것은, 내게 쌓인 책이 너무 많아서였다.(그러면서 어제 주문만 두건..;;;;) 책을 파신 분이 몹시 싸게 주셨는데 받고 보니 양장본 겉 표지가 없다. 아마도 그래서 싸게 내놓으신 듯. 그래도 읽는 데는 아무 지장 없다. ^^

완득이. 이렇게 부르면 촌스럽지만, 성까지 같이 붙여서 부르면 제법 멋이 난다. '도완득'

열일곱 청춘 소년의 성장소설이다. 아버지는 소위 말하는 난장이. 어머니는 베트남에서 오신 분이다. 아버지는 춤꾼이지만 사람들은 그에게서 진지한 춤을 보는 것이 아니라 땅꼬마로서의 웃음만 꽂아버렸다. 그런 아버지가 싫어서 떠나신 어머니. 평생을 엄마를 모르고 살았는데, 옆집 옥탑방에 사는 담임샘 '똥주' 덕분에 엄마와 재회하게 되는 완득이.

처음 시작부터 똥주를 죽여달라고 하늘에 협박 아닌 기도를 하는 완득이. 작품 출간 전 인기 투표 때에도 똥주샘에게 한 표를 던졌던 나는 이 작품에서 이 엽기 선생님이 제일로 맘에 들었다.  니들 인생 이미 다 결정난겨!라는 핵폭탄 발언을 던지며 기초생활수급자 완득이로부터 햇반을 뺏어먹기까지 하는 괴상한 선생이지만 사실은 구호 천사의 속내를 감추고 있는 분이었다.  그가 어떤 신념을 갖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훌륭했지만, 나는 그보다 그의 그 걸출한 입담이 좀 부러웠고, 어떤 상황에서도 지지 않는 말발도 좀 샘이 났으며, 그 뻔뻔한 낯짝도 아주 많이 닮고 싶었다. 그것은 내가 닮을 수도 없고 닮아서도 안 되는 부분이기에 더 동경하는 부분일런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장애를 안고 있었고, 아이에게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어주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그리고 최선의 도리를 하느라 뼈빠지게 일했다. 캬바레에서 더 이상 춤을 출 수 없게 되었을 땐 지하철에서 행상을 했고, 그도 여의치 않을 때에는 지방을 돌며 5일장을 돌았다. 그렇게 해서 완득이가 쉴 수 있는 한 칸 방을 마련할 수 있었고, 나중에는 댄스장을 열 수 있는 쌈지돈도 모아두셨다.  그만큼의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 얼마나 피눈물을 흘렸을 지는 말하나마나 일 것이다.  그리고 또 그 부분이 어쩌면 이 소설이 갖는 비현실성일지도.

완득이는 힘들었던 성장과정을 온 몸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는 아이였다.  친구도 만들지 않았고 자신의 일이 아닌 타자에 대해서는 지극히 무심한 아이였다. 그것이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이었을 테니.  담임 똥주는 그 사실을 간파하고 있었다. 그는 헐렁헐렁 수업을 하고 욕을 달고 사며 아이의 자존심을 팍팍 긁는 말도 서슴치 않는 인간이었지만, 자신이 품어안고 있는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이의 미래를 함께 걱정할 수 있는 심장을 지닌 사람이었다.  경찰서에서 앞집 아저씨랑 싸우는 대목은 꽤 시원했는데 '법대 출신 사회 선생'이라고 윽박지르는 장면은 '나 이대 나온 여자야'와 일맥으로 느껴지는 부분이어서 씁쓸하기도 했지만, 그게 또 먹혀드니까 우리 편 입장에서는 안도도 되는 요상한 마음이 들어야 했다.

팍팍하게 굴고 못되게도 굴었지만, 그래도 본 바탕은 순박했을 앞집 아저씨와의 한끼 식사 장면이 꽤 인상적이었다.  그게 옳아서도 좋아서도 아니지만 어쨌든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완득이가 엄마와 재회하며 다시 가까워지는 과정, 서로의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인정하던 부자 사이의 모습, 또 그 나이 또래의 상큼 발랄 유치 찬란 연애사까지도 참 반짝반짝 빛이 나는 이야기였다.  작가의 재담이 좋아서 어찌나 책장이 금방금방 넘어가는지 어지러움을 무릅쓰고 버스 안에서까지, 그리고 걸어가면서도 책을 읽어야 했다. 그 바람에 밑줄긋기에 담을 내용을 잃어버렸지만..;;;

현실은, 완득이의 가정사보다 더 비참할 수 있고, 완득이처럼 애증의 관계로 함께 가는 선생의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고, 킥복싱 선수가 아니라 싸움꾼으로 전락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소설이니까, 우리의 완득이 좋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지낼 수 있게 된다고 절대 딴지를 걸 수 없다.  녀석이 '도전'이라는 것을, '꿈'이라는 것을, '목표'라는 것을 세우고 노력하며 사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힘 내라고 어깨를 톡톡 두드려주고 싶다.  이름도 독특한 작가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우리의 첫 만남은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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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8-08-22 0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많이들 읽으신 것 같아요. 입소문이 좋더군요.
저도 얼른 읽고 싶네요. ㅎㅎ 리뷰 잘 읽고 갑니다 ^^

마노아 2008-08-22 08:45   좋아요 0 | URL
입소문의 효과를 제대로 본 책 같아요. 읽으면서 내내 즐거웠어요^^

네꼬 2008-08-22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야. 작가가 들으면 좋아서 얼굴이 빨개질 마지막 문장. 입소문이 그냥 난 게 아니죠? (여기 완득이 팬 한 분 추가!)

마노아 2008-08-22 23:26   좋아요 0 | URL
입소문엔 다 이유가 있더라니까요. 괜히 베스트셀러가 아니었어요.^^ㅎㅎㅎ

순오기 2008-08-23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드디어 원주민에 이어 완득이까지~ 완벽한 한 식구가 됐군요.^^
입소문이 제일 무서운거잖아요.ㅎㅎㅎ 사랑받을만한 요소가 베스트셀러를 만들겠죠.

마노아 2008-08-23 09:47   좋아요 0 | URL
곧 있음 원주민도 읽을거구요~ 착착 한 식구가 되어가고 있어요^^ㅎㅎㅎ
베스트셀러, 다 이유가 있더라구요^^

픽팍 2008-08-23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사서 읽었는데 나름 괜찮더라구여, 사실 그 동안 일본 성장소설만 읽어오다가 완득이를 읽으니
온 몸이 다 시원해지는 느낌입니다. 완득이가 밝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한
현실이 조금 안타깝긴 하지만 서도 그러기 때문에 더 완득이를 응원하고 싶어지네요.
이 세상에서 관심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수만명의 완득이들도 행복하길...

마노아 2008-08-23 15:44   좋아요 0 | URL
한국적인 냄새가 확실히 났지요^^
대한민국의 수많은 완득이들이 꼭 멘토를 만날 수 있기를, 재능을 찾을 수 있기를,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해요. 모든 완득이들이 다 행복해졌으면...
 
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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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는 한 번도 내 입으로 아버지에 대해 말한 적이 없다. 내가 커밍아웃을 하면 그 놀림이 내가 아니라 아버지를 향하게 되리라는 걸 너무 잘 아니까. 이 세상이 나만 당당하면 돼, 해서 정말 당당해지는 세상인가? 남이 무슨 상관이냐고? 남이 바글바글한 세상이니까! 호킹 박사처럼 세상에 몇 안 되는 모델을 두고 그런 사람도 있다고 한다면, 나는 그저 웃을 수밖에 없다. 1등만이 특별한, 나머지는 1등의 언저리로 밀려나 있어야 하는...... 내 아버지는 호킹 박사 같은 1등 대접을 원하는 게 아니라, 높기만 한 지하철 손잡이를 마음 편하게 잡고 싶을 뿐이다. 떳떳한 요구조차 떳떳하지 못하게 요구해야 하는 사람이 내 아버지다. 내 입으로 말하라고? 아버지는 이미 몸으로 말하고 있다. 그걸 굳이 아들인 내가 확인사살 해줘야 하나? 자기들은, 내 아버지는 비장애이인입니다, 하고 다니나? -137-138쪽

"이상한 게 말이야. 넌 항상 맞는 말을 하는 거 같기는 해. 근데 다 듣고 나면 되게 재수 없어. 참 신기한 재주네."
"생각 없이 간판 따러 가는 애들보다 낫잖아."
"그 애들 꿈이 간판인가 보지. 네 꿈만 중요하고 그 애들 꿈은 안 중요하냐?"-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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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8-21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맘에 드는 문장이 더 있었는데 표시 않고 주욱 읽었더니 못 찾겠다ㅠ.ㅠ

뽀송이 2008-08-22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득이> 저도 얼마전에 읽었는데 아주 멋진 책이었어요.^^
아픈 이야기를 어찌나 유쾌하게 풀어가던지...^^;;
멋진 말들, 옳은 말들이 많았어요.^^ 저도 포스트잇을 여러군데 붙였답니다.^^

마노아님~ 개학 하셨나요? 잘 지내시죠? 너무 오랜만에 들러서 지송해요.^^;;

마노아 2008-08-22 00:08   좋아요 0 | URL
저도 포스트잍을 붙였어야 했는데 지하철에서 푹 빠져 빠르게 읽느라 페이지도 못 적었어요.
지금 다시 훑어봤는데 두개 말고는 못 찾겠더라구요.
개학은 아직이에요. 뽀송이님 아드님들은 이제 다 개학했지요? 엄마의 방학 시작인가요? ^^
 
노부영 Each Peach Pear Plum (Paperback + CD) - 노래부르는 영어동화 [노부영] 노래부르는 영어동화 33
Janet and Allan Ahlberg 지음 / JYbooks(제이와이북스)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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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가 읽어달라고 들고와서는 노래를 흥얼거린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을 보니 부러 '발음'에 신경쓴 작명이 눈에 띈다.

리듬감이 느껴지는 짧은 글귀들이다. 보다 보니 노래에 호기심이 생긴다. CD를 틀어보니 역시나 부드러우면서도 미끌미끌 재미난 곡이다.

그림이 눈에 익다 싶었는데 '우체부 아저씨와 크리스마스'를 쓴 부부 작가였다. 아핫!

그 작품에서도 명장동화에 나오는 여러 인물들이 책 속에 다시 등장했는데, 이 책 노부영에서도 우리가 익히 알아오던 인물들이 액자식 구성으로 다시 등장한다. 이를테면 세마리 곰이나 신데렐라, 그리고 로빈후드에 잭과 질까지.

조카 녀석이 명작동화를 보았더라면 더 재밌게 읽었을 텐데 내심 아쉽다. 로빈후드가 어떤 사람인 줄 아니? 하고 물으니, 활 잘 쏘는 사람이라고 한다.

좋았어! 그럼 어느 나라 사람인 줄도 아니? 했더니 한국 사람이란다.ㅡ.ㅡ;;;;;

plum pie 그림이 나오는데 어째 자두보다 복숭아에 더 가깝게 생겼다. 서양자두는 우리나라 자두랑 많이 다른가 보다. 안 그래도 오늘 시장에서 복숭아 보고서 군침이 났는데 책을 보니 다시 복숭아 생각이 나는구나!

미처 사진을 못 찍었는데 그림이 만화적인 느낌이다. 좀 익살스럽고 보다 따스하고 재밌는 느낌의 그림.

우리 말 버전의 책이 있는 지는 모르겠는데 가끔 노부영이 꽤 효과적인 학습서이자 놀이책이 되는 것을 느낀다. 아무래도 '노래'의 힘이 클 것이다.

폴라 익스프레스 영화의 원작 동화인 '북극으로 가는 기차'도 조카 집에서 들고 왔는데 알라딘엔 책이 없다. 프뢰벨에서 단독 계약했나 보다. 작가 이름으로 검색해도 비슷한 책이 아니 나오는 것을 보면.

재밌는 것은, 엊그제 주문해서 오늘 도착한 책 중에 '압둘 가사지의 정원'이 있는데 '북극으로 가는 기차'와 같은 작가 책이다. 이런 재밌는 우연이!

책을 보고 나니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도' 궁금해진다. 톰 행크스 주연이었다고 기억하는데 맞던가? 영상으로 보면 책으로 볼 때보다 훨씬 환타스틱한 느낌일 듯하다. 이쿠! 딴길로 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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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8-08-21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환타스틱...은 맞춤법이 틀렸어요. f는 ㅍ으로 써야 해서, 판타스틱이라 해야해요... 환환환 환타... 아니죠, 판판판 판타... ㅋㅋ, 맞습니다. 화화화 화이팅, 아니죠, 파파파 파이팅, 맞습니다.
근데... ^^;; 대문에 걸린 님의 옷에 쓰인 스펠링을 보니... f가 아니었네요. ㅍㅎㅎㅎ
환타스틱이 맞다고 해 드릴게요... ㅎㅎㅎ(저렇게 우기는 스펠링을 대문에 걸어 두시다니, 마노아님, 대단하셔. ㅎㅎ)

마노아 2008-08-21 23:21   좋아요 0 | URL
프하하핫! 앙선생님 다녀가실 뻔 했어요!
제 옷에 프린트 된 글자는 'Hwantastic'이에요. 이승환의 '환'에 판타스틱~의 그 뒷머리를 붙인 겁니다.
저 옷 입고 출근한 날, 원어민 교사가 제 옷 보고서 자꾸 말 시켜서 엄청 당황했던 기억이...ㅜ.ㅜ

bookJourney 2008-08-22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으로만 가지고 있는데, 님의 리뷰 보면서 CD가 듣고 싶어졌어요. 다시 살 수도 없고, 잉~ ^^;
작년엔가 '북극으로 가는 기차'를 서점에서 보았던 것 같은데 ... (어찌된 일인지, 갸우뚱~)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도 재미있어요. 가능하면 커~~다란(!) 화면으로 보세요~ ^^

마노아 2008-08-22 23:27   좋아요 0 | URL
검색하면 혹 노래가 나올까요? 들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북극으로 가는 기차가 왜 알라딘에선 검색이 안 될까요? 서점에 있었다고 한다면 찾아질 수 있는 단행본일텐데 말예요.
폴라 익스프레스 가급적 큰 화면으로 감상해야겠네요. 근데 울집에선 컴퓨터로 dvd를 봐야 해서 말이에요..;;;
 


갈릴레이 종교재판의 진실 [제 800 호/2008-08-20]


근대 물리학의 아버지, 근대 과학의 아버지, 과학의 아버지 등으로 칭송되며 뉴턴과 아인슈타인과 더불어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갈릴레오 갈릴레이. 갈릴레이는 그 인기만큼 널리 알려진 이야기도 많지만 그 이야기 중 많은 것이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되어 있다. 과학의 역사를 통틀어 갈릴레이만큼 사실과 다른 이야기가 신화가 되어 사실로 널리 받아들여진 경우는 드물다. 그렇다면 갈릴레이의 이야기에 이렇듯 과장이나 거짓이 많은 이유는 무엇이며 과연 이야기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갈릴레이는 셰익스피어와 같은 해인 1564년에 이탈리아 피사의 몰락한 귀족인 빈센초 갈릴레이의 아들로 태어났다. 다재다능했던 갈릴레이는 음악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류트와 오르간 연주에 재능을 보였으며, 문학에 대한 논문을 쓸 정도로 학식이 풍부했다. 또한 미술에는 당시 뛰어난 화가들도 그의 실력을 인정할 만큼 조예가 깊었다. 이렇게 다방면에 뛰어난 재능이 있었던 갈릴레이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선택한 것은 수학 개인교사의 길이었다. 갈릴레이는 피사 대학에 다니는 동안 다른 사람들과 논쟁을 즐겼기 때문에 논쟁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러한 성향은 결국 그를 종교재판에 이르게 만든다.

흔히 갈릴레이가 천동설을 부정하고 지동설을 주장했기 때문에 종교재판에 회부되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즉 갈릴레이의 종교재판이 교회와 과학과의 갈등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만일 그랬다면 코페르니쿠스주의를 주장한 갈릴레이보다는 코페르니쿠스가 종교 재판에 회부되는 것이 더욱 타당할 것이다. 비록 코페르니쿠스의 책이 금서가 되기는 했지만 그는 종교재판에 회부되지 않았다. 심지어 교회 지도부 내에서도 갈릴레이의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따라서 갈릴레이가 종교재판에 회부된 이유를 진실에 대한 교회의 탄압이라고 보는 견해는 지나치게 사건을 단순화시켜 그 본질을 왜곡시킨 것이다.

역사적 추론에 의하면 갈릴레이는 예수회의 음모에 빠지게 되었거나 단순히 그의 책 표지에 있는 돌고래 문양이 오해를 받아 종교 갈등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게 했을 수도 있다. 돌고래를 뜻하는 돌핀(dolphin)은 프랑스의 황태자를 가리키는 도핀(dauphin)을 뜻하기도 했다. 당시 프랑스는 신교를 지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구교를 지지하는 예수회 입장에서는 그 그림을 반역으로 보았던 것이다. 돌고래 문양은 단지 갈릴레이의 책을 출판한 회사의 심벌마크였을 뿐인데 신교도와 구교도가 대립했던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그런 오해가 생겼을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갈릴레이의 책이 자신의 체면을 손상시켰다고 생각한 교황 우르바누스 8세는 그를 종교재판에 회부시키게 된다.

종교재판에 회부된 갈릴레이는 고문과 화형의 위협 속에서 자신의 주장을 철회했으며, 갈릴레이는 재판장을 나오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속삭였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교회는 70살의 병든 늙은이였던 갈릴레이를 고문하지 않았으며, 단지 암시적인 고문의 위협만 가했을 뿐이다. 고문과 화형의 위협에 의해 병들고 늙은 갈릴레이가 굴복한 것으로 보이게 만든 것은 이야기꾼들이 이 사건을 교회와 과학의 갈등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과장한 것이다. 또한 갈릴레이는 재판과정에서 자신의 주장을 스스로 철회했기 때문에 저 유명한 대사를 내뱉지 않았으며, 이런 위험한 말을 함부로 할 만큼 갈릴레이는 무모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갈릴레이는 지극히 정치적이고 실용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망원경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직접 망원경을 만들었다. 망원경을 원로원에 제출하여 멀리서 들어오는 배를 먼저 발견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여 많은 상금을 받았다. 또한 자신의 망원경으로 관측하여 출간한 ‘별의 메시지’라는 뜻의 라는 책을 자신의 제자인 메디치가의 코시모 2세에게 바쳤다. 이 책에서 갈릴레이는 자신이 발견한 목성의 위성 4개에 ‘메디치의 별’(물론 오늘날에는 갈릴레이의 이름이 붙여졌지만)이라고 이름 붙였으며, 화려한 문장으로 헌정의 말을 적었다. 이 헌정사를 읽어 보면 갈릴레이는 아부의 지존이라 해도 손색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갈릴레이에 대한 과장된 전설은 이뿐 아니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과학실험인 피사의 사탑 실험도 그가 했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갈릴레이는 물체의 무게에 상관없이 모든 물체는 동시에 낙하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1590년 피사의 사탑에서 공개 실험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실험에 대한 기록이 갈릴레이의 저서 어디에도 남겨져 있지 않다. 다만 공개 실험이 있은 지 거의 50년이나 지난 1638년 출간된 갈릴레이의 저서 <신과학의 대화> 속에 100m 높이에서 포탄과 총알을 같이 떨어뜨리면 1스판(약 20cm) 정도로 거의 동시에 떨어진다는 기록이 전부이다. 실제 이러한 실험을 한 사람은 네덜란드의 물리학자인 사이먼 스테빈(Simon Stevin)이다. 1586년 스테빈은 10m 높이의 2층 창에서 무게가 다른 두 물체를 떨어뜨린 실험을 했다.

이 이야기는 갈릴레이를 너무나 존경했던 제자 비비아니(Vincenzo Viviani)가 스테빈의 실험을 스승의 것으로 포장해 갈릴레이의 전기 속에 넣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피사의 사탑 실험은 스승에 대한 지나친 존경심이 빚어낸 과장된 이야기인 것이다. 또한 진자의 등시성에 얽힌 이야기도 비비아니의 각색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비비아니에 의하면 당시 19세였던 갈릴레이는 피사대학에서 예배를 보는 것을 지루하게 느끼고 있었는데, 때마침 천장에 매달려 있던 샹들리에가 흔들렸다. 이 흔들린 샹들리에를 보고 자신의 맥박을 이용해 진자의 등시성을 알아냈다고 한다. 하지만 성당에 샹들리에가 설치된 때는 갈릴레이가 19세였던 해로부터 4년 후인 1587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과 달리 갈릴레이의 신화가 무너진다고 해서 그의 업적을 폄하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러한 일련의 사건으로부터 우리는 신화화된 영웅이 아니라 인간적인 모습에 한층 더 정을 느끼게 된다.

글 : 최원석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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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8-20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피가 같은 두 물체는 동시에 낙하한다가 저 실험으로 밝혀진 내용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