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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함께 음악을 마셔요 [제 821 호/2008-10-08]


춘추전국시대의 일화다. 제나라 위왕이 순우곤의 업적을 치하하는 주연에서 그의 주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물었다.

“그대는 얼마나 마시면 취하는가?”
“신은 한 되를 마셔도 취하옵고 한 말을 마셔도 취하나이다.”
“허, 한 되를 마셔도 취하는 사람이 어찌 한 말을 마실 수 있단 말인가?”
“예, 경우에 따라 주량이 달라진다는 뜻이옵니다.”

이렇게 답한 신하 순우곤은 고관대작들이 지켜보는 어려운 자리나 나이 드신 근엄한 친척들이 모인 엄숙한 자리라면 두렵고 어려워 한두 되의 술에도 취하지만, 옛 벗을 만나 회포를 풀면서 마신다면 대여섯 되까지는 마실 수 있다고 아뢴다. 또 집 안에 등불이 꺼질 무렵 안주인이 손님들을 돌려보낸 뒤 옅은 속적삼의 옷깃을 풀어헤칠 때 색정적인 향내가 감돈다면 그때는 한 말이라도 마실 수 있다고 순우곤은 위왕에게 솔직히 고백을 한다.

이렇게 술은 분위기와 마시는 상대에 따라 취하는 정도와 흥이 다르지 않나 싶다. 그뿐만 아니다. 술집의 음악 소리의 크기에 따라서도 마시는 술의 양이 달라진다. 언뜻 보면 둘의 상관관계가 그리 있어 보이지 않을 듯하지만, 보이는 것만 믿는 것은 금물. 이들의 관계를 자세히 파고들어가 보면 나름대로 함수관계가 존재한다. 술집의 음악 소리가 클수록 혹은 빠를수록 사람들이 술을 더 빨리, 더 많이 마신다고 한다. 술집들이 마주 보고 앉은 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음악 소리를 높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프랑스 남 브르타뉴-쉬드대학 행동과학과 니콜라스 게강 교수팀은 술집의 음악 소리가 클수록 손님은 많은 양의 맥주를 마시며, 과음할 위험이 더 커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교수팀은 3주에 걸쳐 토요일 밤,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술집 두 곳을 방문하여 틀어주는 음악의 음량 크기를 조절해 가면서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생맥주(250㎖)를 마시는 데 걸리는 시간과 맥주 주문 양을 조사하여, 음악 소리가 큰 곳에서는 많은 양의 술을 급하게 마신다는 것을 밝혀냈다. 음악을 크게 틀어놓은 술집의 손님들이 술을 더 빨리 마시고, 벌컥벌컥 마신다는 것이다.

교수팀은 18~25세 남성 4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상당히 시끄러운’ 음악(88dB)이 나오는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게 하고, 다른 한 그룹은 ‘보통 크기’의 음악(72dB)이 나오는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게 했다. 그리고 두 그룹이 맥주를 마시는 양과 속도가 얼마나 다른지 살폈다. 이들의 관찰 결과, ‘음악을 크게 틀면 술 마시는 양과 속도가 늘어난다.’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구체적으로 시끄러운 음악이 나오는 술집에 있던 사람들의 경우 평균 3.4잔의 맥주를 마신 반면, 시끄럽지 않은 음악이 나오는 술집에 있던 사람들은 평균 2.6잔의 맥주를 마셨다. 또 시끄럽지 않은 음악이 나올 땐 맥주 1잔을 마시는 데 14.5분의 시간이 걸렸으나, 시끄러운 음악이 나올 땐 11.5분이 걸려 3분가량 빨라졌다.

큰 음악 소리가 알코올 소비를 늘리는 이유는 분명치 않지만, 적당히 시끄러운 음악 소리는 술안주와 같은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게강 교수는 맥주 한 잔 마시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흥얼흥얼 조금씩 따라 부르기도 해 깨어 있게 되고, 시끄러운 음악 소리 때문에 각성되어 술에 잘 취하지도 않고, 함께 있는 친구들과 의사소통이 잘 안 되어서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음악을 틀면 사람들이 그 술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맥주병으로 손이 더 갈 수밖에 없을 게다. 한마디로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사람의 음주 조절능력을 무디게 한다. 따라서 호프집의 음악이 크면 맥주 판매량이 그만큼 높아지는 셈이다. 그러므로 과음을 피해야 한다면 조용한 술집에 가는 것이 좋다.

이처럼 음악은 술의 양을 더 마시게도 할 뿐만 아니라, 음악은 또 와인의 맛을 60%까지 더 높여 주기도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와인과 음악 사이에도 궁합이 있어서 와인을 마실 때 듣는 음악에 따라 와인 맛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영국 해리엇-와트 대학의 에이드리언 노스 교수팀은 음악과 와인 맛의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를 하여, 음악이 와인의 맛에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노스 교수팀은 25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각자 다른 방에서 네 가지 종류의 음악을 들으면서 와인을 마시게 한 뒤 맛을 평가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특정 음악을 들었을 때 해당 와인의 품질을 높게 평가했다. 노스 교수는 음악을 들으면서 와인을 마시게 되면 음악이 뇌의 특정한 부분들을 자극해 다른 감각들을 인식하는 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와인의 맛을 다르게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떤 와인과 어떤 음악이 궁합이 잘 맞는 것일까.

어떤 와인의 경우, 힘차고 무거운 음악을 들으면서 마실 때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60% 이상 더 강렬하고 감칠맛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테면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은 웅장한 클래식 음악, 샤르도네 와인은 생동감 있고 경쾌한 곡이 나올 때 높은 점수를 얻었다. 그러나 음악을 정반대로 들려줬을 경우 만족도가 25%가량 떨어지기도 했다.

최근 주목 받는 칠레나 스페인 등의 제3세계 와인의 경우, 가벼운 재즈 음악이나 리듬감이 있는 스윙을 들을 때 더욱 감칠맛을 느낀다. 예를 들어 냇 킹 콜의 ‘Jazz On Cinema with Nat King Cole’과 브라이언 페리의 ‘As time goes by’는 가벼움과 강함이 동시에 공존하는 칠레와 스페인 와인의 특징을 잘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프랑스 폼므롤 지역의 ‘비유 샤또 세르탕 1970년’의 경우,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첼로를 위한 콘체르토 C 마이너’와 강한 생명력과 투명한 에너지의 표현이 일맥상통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프랑스 등지의 정통적인 와인 생산국과 달리 대중적인 입맛을 강조한 미국, 호주의 신세계 와인은 세련된 R&B 음악으로 그 맛과 향을 더욱 음미한다. 조던의 ‘Flight to the Denmark’와 ‘Maxwells Urban Hang Suite’는 정통 기본 와인에 길든 입맛을 누그러뜨려 주는 역할을 한다. 화이트 와인의 경우에는 비트가 강하지 않은 하우스나 레이브 음악으로 싱그러운 아로마 향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와인의 맛을 높이는 데는 즐기는 마음이 우선이다. 와인은 즐거움이다. 와인을 마시는 순간을 즐기고, 와인과 함께 듣는 음악, 그리고 와인을 마시면서 나누는 마음을 즐겨야 한다. 그래야 와인은 그것을 즐기는 기쁨을 유혹하듯 흩뿌릴 것이다.

여러 악기의 조합으로 완성되는 음악은 수많은 장르를 가지고 있을뿐더러 서로 합쳐져 새로운 음악을 탄생시킨다. 이러한 음악의 특징은 다양한 재료의 혼합으로 미묘한 맛을 창조해내는 칵테일과도 닮아 있다. 음악의 믹싱과 칵테일의 블렌딩, 이것이야말로 음악과 칵테일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이유다.

음악 속에는 희로애락, 삼라만상이 모두 들어 있다. 그래서 우리 몸은 음악에 반응한다. 특히 뇌가 음악과 ‘화음’을 맞춘다. 오늘 하루, 칵테일이나 와인 한 잔을 마시며 가을바람에 실려 오는 아름다운 음악에 취해 호사를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

글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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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장바구니- 지크 외국그림책 3, 3~8세
존 버닝햄 글.그림 / 보림 / 1996년 7월
평점 :
판매완료


존 버닝햄 책이 곱씹어 읽어야 이해가 되는 책이긴 하지만 이 책은 번역이 좀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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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4
이주홍 글, 김동성 그림 / 길벗어린이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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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 작가님 그림이 고파서 구입했다.
중고샵에서 건진 터라 표지가 지저분했는데 겉 껍데기를 벗기니 하얀 속살이 매끄럽다.
농사일로 뼈가 굵어졌을 아버지의 그을린 얼굴이 사실적이다.
엎드려 울고 있는 아이의 설움이 그림자 속에서 번지고 있다.

화전을 일구어 살고 있는 가난한 살림의 면모가 집의 외관에서 느껴진다.
산골 집인지라 지붕의 재료도 산 속에서 얻은 것들이다.
무채색에 가까운 색감에서 옛스러움이 묻어난다.

사람 없는 이곳에서 유일하게 말동무 되어주는 이는 메아리.
내가 던진 말을 고스란히 돌려주기만 하지만
외로운 아이에게는 그 조차도 반갑고 고마운 소리이다.
그렇지만 지금 돌이의 마음속엔 누이 생각만 간절할 뿐.

열다섯 어린 누이가 먼 데로 시집 갔다.
고운 옷 입고 머리 올리고 갔지만, 그 모든 게 다 싫었던 돌이.
엄마같고 친구같던 누이였을 텐데, 얼마나 외로울까...

누이 찾아 삼만리.
헌데 생각보다 멀다.
짐작보다 산은 깊다.
이러다가 길을 잃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다.
아니나 다를까. 털푸덕 주저앉아 막막해 하는 돌이에게 구슬픈 아버지 목소리가 들린다.

아버지는 소가 송아지를 낳았다고 돌이를 부른다.
혼자 멀리 나갔다고 야단치지 않고 돌이의 외로운 마음을 살펴주는 아버지의 따스한 마음씨가 짠하다.
누이는 갔지만 송아지가 새 가족이 되었다.
돌이는 반갑게 송아지를 안아보지만, 어미소는 제 새끼를 지키느라 경계하는 마음이 잔뜩이다.

산마루에서 길게 소리를 질러본다.
되돌아 오는 메아리가 경쾌하기만 하다.
아이의 마음을 반영하여 앞장의 어두웠던 배경이 아니라 밝고 환한 산과 하늘의 모습이다.
아, 이 책 아득하니 따스하고 아련하니 감동적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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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8-10-08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그림을 보니 외롭네요. 갖고픈 책이군요. 님의 포토리뷰는 언제나 멋집니다

마노아 2008-10-08 03:04   좋아요 0 | URL
작가분이 백년 전 사람이었어요. 까마득한 옛 이야기지요. 사람 없는 산골에서 외로이 살던 오누이가 헤어지게 되었으니 참 아파요. 선명하지 못한 사진임에도 칭찬해 주시니 감사해요^^

전호인 2008-10-08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너무 사실적이고 서민적이라서 친근감이 금새 느껴집니다.
머리 아픈 것은 다 나으셨나욤?

마노아 2008-10-08 10:10   좋아요 0 | URL
김동성 작가님 그림 만세예요! 사진을 보는 것 같으면서도 그림의 따스한 정서가 느껴져요.
어제 밤 12시 넘으니까 두통이 사라졌어요. 이상하지요? ^^;;
 
잠자는 책 풀빛 그림 아이 22
스테파노 비탈레 그림, 샬롯 졸로토 글,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2년 2월
절판


샬로트 졸로토와 스테파노 비탈레의 결합이 참 맘에 든다.
작가만 같고 그림을 다른 사람 것으로 보았을 때의 만족도의 갑절을 상회하는 듯.
책 표지를 열었을 때 그림이다.
하품하고 있는 달이 귀엽기만 하다.
자그마한 손도 곱다.

눈을 뜨고 자는 물고기들.
입도 벌리고 있다.
이 책은 여러 공간의 여러 생명체들이 각기 잠자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는데
해당 공간의 빛깔을 아주 드라마틱하게 표현해 낸 것이 매력적이다.

외발로 서서 자고 있는 두루미는 마치 한송이 꽃과 같다.
그라데이션으로 표현한 색이 곱다.
마치 손으로 만지면 파스텔 가루가 묻어날 것 같다.

서서 자는 말들. 마주 보며 잠든 모습이 따스하다.
갈색과 황토색 갈기가 건강해 보인다.
일부러 그렇게 그렸는지는 모르겠는데 배경이 꼭 나무의 질감으로 느껴진다.
설마 나무 위에 그린 건???

나방이 나비처럼 예쁘다.
송충이를 생각하면 징그럽지만...ㅜ.ㅜ
노란 불빛으로 달려든 나방들이 화사하고 아릿하게 그려졌다.
너희들도 창문 위에서 잠이 든 거니? 꽃잎같은 날개를 접고?

초록 풀잎 사이사이에 풀벌레들이 붙어있는 것이 보인다.
이렇게 보니 '보호색'이 확 느껴진다.
아마도 작가는 '소리'까지도 의식하고 그렸나 보다.
모두가 잠이 든 고요함이 그림 속에서 느껴진다.

거미줄을 하얀 레이스로 표현한 게 맘에 든다.
사실 곤충이나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이로운데도 불구하고 거미 역시 반갑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거미는 멋진 재단사라는 게 확 와닿는다.
아라크노아 이야기를 아이들이 같이 듣는다면 좋을 듯하다.

난로 앞에서 잠이 든 고양이들.
정말 호강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림을 워낙 잘 그려서 난로 가까이는 더 따스하고,
좀 더 멀어진 공간은 덜 따스할 것 같은 기온마저도 느껴진다.

그리고, 이 시간에도 코오오 잠자고 있을 작고 예쁜 아이들.
스펙트럼처럼 펼쳐진 빛깔의 춤사위가 화려하면서 차분하다.
하품하던 달님도 이제는 쿠르르 잠들어 있다.
아, 보기만 해도 포근하구나.
아이들에게 이 책을 보여주면 스르르 잠이 들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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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10-08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너무 멋져요. 난 이런 책들 좋던데 애들은 어떨까요? ^^

마노아 2008-10-08 01:21   좋아요 0 | URL
'바람이 멈출 때'와 '귀를 기울이면'을 읽고 반했는데, 이 책 역시 너무 아름다웠어요. ^^

하늘바람 2008-10-08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그림 참 이뻐요.
태은이 잘 때 아주 좋아하겠네요, 좋은 책 소개감사합니다

마노아 2008-10-08 03:04   좋아요 0 | URL
기분 좋은 자장가 역할을 해줄 거예요. 그림이 너무 아름다워요^^

조선인 2008-10-08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가 없다는 게 최고 아쉬운 책이죠. 마로는 이 책 한 권이면 스르륵 잤는데, 해람이 이 녀석은 11시 30분까지도 생생날라다니니. 쩝.

마노아 2008-10-08 09:15   좋아요 0 | URL
우리 다현이랑 비슷해요. 녀석은 12시에 자고도 새벽에 제일 먼저 일어나더라구요. 무슨 애가 이래요..;;;;;

하늘바람 2008-10-08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은이도 그래요 밤 12시에 자서 아침 8시 흑흑

마노아 2008-10-08 21:04   좋아요 0 | URL
많은 아가들이 그렇군요. 흑흑...

bookJourney 2008-10-09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보여주면 아이가 조금 빨리 잠들까요? 그림이 너무 멋져보여서 당장 사고 싶어요~~ (이번 달에는 책 지출이 너무 많았는데 ... --;;;)

마노아 2008-10-09 22:40   좋아요 0 | URL
'바람이 멈출 때'를 조카 사줬는데 저도 개인 소장하고 싶어요. 두 작가의 만남으로 독자가 행복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