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일상 토크쇼 <책 10문 10답>



1) 당신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을 알려 주세요.

식객 1권에 나온 전어구이가 참 맛나 보였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그 전설의 맛!

서양골동 양과자점을 보다 보면 너무 달콤해서 찐한 블랙커피라도 한잔 마셔야 할 것 같은 착각마저도 든다.

다음달 영화 개봉도 기대 중!


2) 책 속에서 만난, 최고의 술친구가 되어줄 것 같은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술을 즐길줄 모르는 나로서는 낯선 질문이다.
그럼에도 공곰이 떠올려 보았다.
호텔 아프리카의 인디언 지요가 떠올랐다.
그라면, 묵묵히 내 이야기를, 그것이 주사라 할지라도 고요히 들어줄 것 같았다.
가끔씩 웃어주면서, 그렇게 위로를 던져주면서...


3) 읽는 동안 당신을 가장 울화통 터지게 했던 주인공은 누구인가요?

울화통이 터졌다는 것은 그만큼 잘 썼다는 얘기도 되지 않을까.
악역 연기를 너무 잘 소화해 내면 그 배우까지 미워지는 것처럼.

그녀들의 운명이 진저리 났다. 어쩜 그리 수렁 속이던지...

 


인어공주는 왜 내가 왕자님을 구했다고 말 한마디 못하고 물거품이 되었을까.
글자도 쓰지 못했던 것일까.
비극을 위한 비극 같아서 싫었다. 슬펐고.
백설공주는 백치공주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어휴, 말해 무엇할까.

다른 많은 임금들에 관한 이야기 속에서 열불이 날 때가 있지만 조선판 최고봉은 인조가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인조는 전두환이나 박정희에 관한 책을 읽을 때처럼 화딱지가 난다는 거다.

그밖에 정치사 관련 인물들에 관한 책은 늘 열불나게 만든다. (ㅡ.ㅡ;;)


4) 표지를 보고 책을 판단하지 말라는 말도 있지만, 표지는 책의 얼굴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표지/최악의 표지는 어떤 책이었는지 알려 주세요.

첫번째 표지는 이렇지 않았다. 코끼리 앞의 소녀 그림.

문제는, 그게 표절이었다는 거다. 그러니 지금은 바뀐 표지 그림.

분위기는 비슷하다만 처음의 그 구도자적인 느낌의 감은 오지 않는다. 오호 통재라!

그러고 보니 두 책 모두 류시화씨 관련 책이다. 번역을 했거나, 직접 썼거나.

인도스런 분위기랄까. 그러니까 만화 DVD에서 가장 환상적인 공간으로 작가가 인도를 꼽았던 바로 그 느낌으로!

뭐랄까. 장난 하는 줄 알았다.(ㅡㅡ;;)

더 좀비스의 느낌도 하나도 안 살고, GO의 그 이유있는 반항아의 눈빛도 하나도 살아있지 않지 않은가!

책이 인기를 끌자 표지 바꿔 새로 나왔는데 표지에서 정말 실망했다. 나쁘다!


5) 책에 등장하는 것들 중 가장 가지고 싶었던 물건은?

뭐니뭐니 해도 드래곤볼에서 부르마가 갖고 있던 캡슐!

그걸 던지면 집도 뻥하고 튀어나오고, 물을 담아가면 우물이 될 수도 있다.

그야말로 23세기 버전 로또랄까!  캡슐 안에 집이며 자동차며 모두 집어넣고 가볍게 소지하기. 아, 환상이다!



6) 헌책방이나 도서관의 책에서 발견한, 전에 읽은 사람이 남긴 메모나 흔적 중 인상적이었던 것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좋아하는 언니가 내게 빌려주었던 책 두 권.

실크로드 이야기, 여성적인 동양이 남성적인 서양을 만났을 때.

언니는 인상깊은 구절을 밑줄 긋고 연필로 첨언을 하곤 했는데, 그 밑줄도, 글귀도 모두 인상 깊었더랬다. 애석하게도, 책을 돌려준지 오래인지라 구절까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흑..ㅠ.ㅠ



7) 좋아하는 책이 영화화되는 것은 기쁘면서도 섭섭할 때가 있습니다. 영화화하지 않고 나만의 세계로 남겨둘 수 있었으면 하는 책이 있나요?

대체로 원소스 멀티 유스를 선호하는 편이긴 하지만, 최근 드라마 바람의 나라에서 보여주듯이, 원작을 제대로 망치는 경우도 무수히 많이 본다. 뮤지컬 바람의 나라야 성공적인 사례였지만.
아마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힘들겠지만, 행여라도 원작을 표현해낼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제작은 꿈도 꾸지 말았으면 하는 작품들. 그러니까 모두 나의 완소 만화! 아, 사다드, 미카엘, 바리, 레디온(>_<)

8) 10년이 지난 뒤 다시 보아도 반가운, 당신의 친구같은 책을 가르쳐 주세요.

아직 십년은 턱도 없이 많이 남았지만, 십년 뒤에라도 내가 웃으며 찐하게 감동 받으며, 또 동경하며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작품들.

얼라, 고르고 보니 모두 일본 만화구나.
국내 작품에 열광하는 것들이 많지만, '친구같은'이란 말에 가까이 다가간 책들은 요렇게 고르고 싶다.



9) 나는 이 캐릭터에게 인생을 배웠다! 인생의 스승으로 여기고 싶은 인물이 등장하는 책이 있었나요?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주인공과 친구.
아, 나에게 '삼미 정신'을 일깨워 준 고마운 인물들.
인생의 스승으로 부족함이 없다!

드라마까지 확대한다면 최근엔 '강마에'가 있다. 학벌, 지연, 배경 아무 것도 없이 실력만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 노력한 인물, 그 무엇도 없으면서 온정에 기대어 무임승차 하려는 사람들에겐 가차 없이 '똥덩어리'라 외치는 그 인물. 아, 맘이 찌르르 하다!

여러 사랑스런 캐릭터들 중에서 언제나 눈이 보이지 않던 그 할아버지.

치매 걸린 부인이 하루종일 심심했던 것이 안쓰러워 날이 새도록 이야기를 두런두런 해주던 그 노인분.

몹쓸 병 걸린 아내를 혼자 보내지 못해 함께 가고자 했던 바로 그 분.

배려와 사랑과 관심을 보여준 그 따스한 마음과 인생에 깊이 감동 받았다. 배우고 싶은 인격!

10) 여러 모로 고단한 현실을 벗어나 가서 살고픈, 혹은 별장을 짓고픈 당신의 낙원을 발견하신 적이 있나요?

김동성 작가님의 환상적인 그림 안에서 더 빛났던 나이팅게일. 무릉도원 같던 그 배경이 너무 탐났더랬다. 저기선 병도 없고 죽음도 없을 것 같은 그런 기분.

피아노의 숲에서 카이의 육체적 정신적 고향인 바로 그 숲! 음악의 원천이 되어준 소중한 추억의 장소.

그리고 사람들에게 낙원을 선사해주었던 리디아 삼촌의 옥상 정원. 그곳에 하늘 정원이 펼쳐져 있었더랬지. 이런 곳에 별장을 짓는다면 그야말로 지상 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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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8-10-21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게 또... 재미있어 보이네요. 전 돔 종류 먹고 싶어요. 지금도 여전히!!!

마노아 2008-10-21 09:27   좋아요 0 | URL
옥돔같은 거 말씀하신 거죠? 아, 그 머나먼 곳에선 정말 먹고 싶은 게 더 많아질 것 같아요. 그러니까 고향의 맛이죠..

다락방 2008-10-21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작을 제대로 망치는 경우' --> ㅋㅋ 아 표현 너무 재밌어요. ㅎㅎ

마노아 2008-10-21 09:27   좋아요 0 | URL
대표적인 예로 그 옛날 영화 '비천무'가 있었지요^^ㅎㅎㅎ

건조기후 2008-10-21 13:53   좋아요 0 | URL
퇴마록도 완전 그지;;같았잖아요ㅠ 엄청 기대했다가 영화보면서 거의 울뻔했었던 기억이.ㅋ

다락방 2008-10-21 16:05   좋아요 0 | URL
'비천무'는 만화를 안봤었는데 영화 정말 개떡같았어요. ㅎㅎ

마노아 2008-10-21 21:31   좋아요 0 | URL
퇴마록은 원작을 보지 못했지만 영화는 그지 같았던 기억이 납니다.
비천무와 꼭 같은 케이스지요(ㅡ.ㅡ;;)

무스탕 2008-10-22 09:04   좋아요 0 | URL
이런, 다락방님.
비천무를 아직 안보셨다구요? 꼭 보세요!!
보면서 우리 같이 울자구요..
내용에 울고, 이런 명작을 허접 영화로 만든 분노에 울고요..
(저도 영화 안봤어요 ^^; 그런데 비디오 테이프는 갖고 있어요)

순오기 2008-10-21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이벤트가 있군요. 리디아의 정원~~ 지상의 천국이죠. 리디아의 그 마음에 이미 천국이 이루어진...^^

마노아 2008-10-21 11:17   좋아요 0 | URL
눈 게슴츠레 뜨고 있을 때 별찜해 두고 새벽에 작성했어요.
아직 많이들 참여를 안 한 것이 다들 놓쳤나봐요.
지상 천국 리디아의 정원! 아우, 다시 떠올려도 너무 좋아요^^

순오기 2008-10-22 08:47   좋아요 0 | URL
리디아의 정원처럼 우리도 이땅에서 천국을 만들자고요.ㅎㅎㅎ

마노아 2008-10-22 20:47   좋아요 0 | URL
리디아 만만세예요. 아는 사람은 모두 공감하는 이 분위기^^

메르헨 2008-10-21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가 제대로 빛을 발하는 10문10답이네요.^^
저는 이거 해볼까 하면서 당췌 생각이 안나서 말았는데
마노님꺼 보니까 의욕이 마구 마구 생기려고 합니다.^^
네...양과자점..씁~~~먹고 싶어지는 책이죠. 하핫...^^

마노아 2008-10-21 11:18   좋아요 0 | URL
만화만으로 채워도 될 리스트였어요^^ㅎㅎㅎ
생각나는 게 더 있으면 추가할까 봐요^^ㅎㅎㅎ

건조기후 2008-10-21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 들어와서 글 하나 보고나면 상단 이미지를 클릭하는데, 마노아님 서재에서는 꼬마 볼을 손으로 샤라락 쓰다듬는 것 같아요. 나도 모르게 마우스 쥔 손에 힘을 빼고 살포시 누르게 됩니다.ㅎㅎㅎ

마노아 2008-10-21 21:32   좋아요 0 | URL
건조기후님 얘기를 듣고나니 정말 그런 느낌이네요. 살포시 살짝 눌러봅니다^^ㅎㅎㅎ

노이에자이트 2008-10-21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작가가 쓴 소설의 여자 주인공들을 보면 울화통이 안 나던 편인가요?

마노아 2008-10-21 21:34   좋아요 0 | URL
제인에어랑 오만과 편견의 여주인공들은 괜찮았어요. 빨강머리앤은 완소였구요.
작은 아씨들도 좋았는데, 또 여성작가들의 책이 뭐가 있을까요. 별로 본 게 없네요.
폭풍의 언덕은 저랑 코드가 안 맞긴 했어요.;;;

노이에자이트 2008-10-22 16:41   좋아요 0 | URL
빨간 머리 앤 완역본을 다 보셨나요? 저는 헌책방에 나온 것 10권 사놓고 몇 년 째 1권만 보고 아직도...에밀리 브론테는 우리나라에선 그다지...제인에어도 완역본은 굉장히 두툼하더라구요.몇 달 전 트럭에서 파는 어린이용 하이디를 사서 읽으려고 샀는데 축약본이었어요.완역본은 상당히 두툼하더라구요.

마노아 2008-10-22 20:49   좋아요 0 | URL
어휴, 완역본은 근처에도 못 갔네요. 그냥 어릴 때 보고 청소년기에 보던 책이니까 절대로 완역본은 아닐 거예요. 앤은 10권이던가 12권이던가 세트 도서가 탐이 나긴 했어요. 하이디, 역시 추억의 이름이죠. 어릴 때 좋은 책을 많이 보았는데 그게 다 쥬니어용이었던 것 같아요. 아마 지금 하늘을 나는 도시나 사랑의 학교 등을 다시 읽으면 참 많이 다를 것 같긴 해요. 시대적 배경, 이런 것 생각해 가면서요. 마지막 수업도 그런 예군요.

하루(春) 2008-10-21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뇨. 제 기억으로는 감성돔 뭐 이런 거요. ㅋㅋㅋ 아무튼 제주도 출신 물고기들. ^^

마노아 2008-10-21 23:38   좋아요 0 | URL
제주도 출신 물고기들! 이 표현 예쁜데요^^ㅎㅎㅎ

뽀송이 2008-10-21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ㅎ 마노아님다운 페퍼예요.^^
이걸 언제 다 작성하셨어요?^^ 전 이런 건 엄두도 못내겠어요.^^;;;
오랜만입니다. 마노아님~~~^^
제가 뭐에 바쁜지 알라딘에 아주 뜸했어요.^^;;;
잘 지내고 계신 것 같아 더 반가워요.^^

마노아 2008-10-21 23:39   좋아요 0 | URL
헤헷, 알라딘 한 구석에서 여전히 잘 지내고 있었답니다.
뽀송이님 아이콘 책 읽는 여인을 보니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더 팍팍 들고 있어요^^

곰탱이 2008-10-22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의 표지갈이란...어익후죠 뭐.
으음~ 저도 레드문+불의 검만은. 제바알~

마노아 2008-10-22 00:37   좋아요 0 | URL
어익후! 동감이에요^^;;;;
레드문은 스케일이 너무 커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면 힘들 것도 같지만, 우리나라에서 애니가 원작 만화보다 잘 나왔던 적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불의 검은, 김혜린 선생님이 극구 사양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무스탕 2008-10-22 09:32   좋아요 0 | URL
불의검이 뮤지컬로 만들어진걸 생각하면 허락하실지도 몰라요 ㅡ.ㅜ
차라리 이런 대작을 영화로 만들겠다고 나서는 작자가 없을것 같아요.
배경도 어렵고 등장인물 묘사도 어렵고..
어흑.. 누가 아라를 연기하고 누가 산마로를 연기하고 누가 바리를 연기하겠습니까.. T_T

마노아 2008-10-22 13:20   좋아요 0 | URL
사랑받는 원작을 제2 매체로 옮길 땐 캐스팅 문제가 언제나 불거지는 것 같아요. 애니로 만들어도 목소리가 그렇구요.
뮤지컬도 원작의 중량감엔 함량미달이었지만, 그래도 노래가 있으니 분위기를 살려주잖아요. 게다가 완소 배우까지^0^
그런데 영화는..ㅡ.ㅡ;;;;;
뭐, 제작자가 없을 것 같긴 하지만, 진짜 누가 산마로를 맡을 수 있을까요. 어휴, 맘이 두근거려요^^

bookJourney 2008-10-22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의 일생, 테스, 인어공주 .... 절대 공감입니다. 정말 속이 터지지요. --;
리디아의 정원 .... 리디아와 함께 있는 모든 공간이 낙원일 것 같아요. ^^

마노아 2008-10-22 13:21   좋아요 0 | URL
어릴 때 읽었는데도 그때도 복장 터졌어요. 지금 다시 보면 책을 던질지도 몰라요.
리디아의 정원을 아는 이들은 모두 공감이 갈 테지요. 아, 그 멋진 나라라니..^^

까칠마녀 2008-10-23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번에 완전 공감이요.책 표지까지 작가나 역자가 관여하는 건 아니겠지만,류시화의 경우는 자기가 교정까지 봐 편집까지 한다는 말이 있지만,정말인지는 모르겠고...류시화의 글을 한때 참 좋아했던 저로서는,글은 사람을 반영하는 거울이라는데...사람과 글이 참 일치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종종 듣게 되어 서글펐던 기억이 떠오릅니다.ㅠ.ㅠ

마노아 2008-10-23 18:23   좋아요 0 | URL
에엥? 까칠마녀님, 류시화씨가 요새 좀 수상해졌나요? 전혀 모르는 얘기라서 뜨악했어요. 실망스런 모습으로 변했나요? 흑....ㅠ.ㅠ

까칠마녀 2008-10-24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류시화 이 분은 학창 시절 연애편지 등을 대필해 주어 용돈을 벌 정도로 글빨이 뛰어나셨다죠^^제가 말씀드린 사람과 글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얘기는...글은 참 순수해 보이는데,사람은 利財에 밝더라.뭐,그런 얘기였습니다.
자신의 글을 좀 더 잘 포장하여 좀 더 잘 팔아보려는 시도들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거고,그걸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거겠죠.하지만,처음 발굴하여 키워준 쪽에서는 얼마든지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 한다.'할 수 있는 거겠죠.
암튼,이런 얘기들을 들으니 더 이상 이 분의 글들이 순수하게만 느껴지지 않습죠~~이 분의 글 들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제 자신에게 슬펐던 건지,아님 제 개인적으로 더 이상 순수하기만 한 글이 좋지 않아 서글펐던 건지 명확하지는 않습니다만,에효~~

마노아 2008-10-25 00:03   좋아요 0 | URL
이외수씨는 과거에 굶기를 밥먹듯이 하면서 걸인처럼 살았지만 지금은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되었죠. 그래서인지 이젠 글에서 '기인'의 느낌보다는 상업적인 느낌이 강하게 보여요. 그런데 그건 일리가 있기도 하면서 또 선입견일 수도 있단 생각이 들어요. 류시화씨도 그렇지 않을까요. 그리고 상업적인 것 자체가 잘못이라거나 비판받을 대상인 건 아닌 것 같아요. 지나치게 상업적이어서 본질을 해친다면 그건 문제가 되지만요.
그런데 류시화씨가 발굴해서 키워준 쪽 입장에서 볼 때 건방진 인물이 되어 있나요? 전혀 아는 바가 없어서 공감이 안 가요.
그런데 자신이 받았던 어떤 인상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을 때 서글퍼지는 기분은 이해가 되어요. 그건 첫마음이니까요. 에효...

까칠마녀 2008-10-25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자신의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이지만...이외수님의 경운 굶기에 관한 한 몸소 깨달아 배 고프다는 게 뭔지를 아는,그 쪽으로는 도통한 분이시라는 거구,또 한 사람은 법정스님이나 칼릴 지브란 등을 뒤에 업고 도통한 척 하지만 구도자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게 두 분의 가장 큰 차이점이죠~~

마노아 2008-10-25 13:41   좋아요 0 | URL
'구도자'라고 하니까 차이가 확 느껴지네요. 그러고 보니 칼릴 지브란, 이 이름 참 좋아했는데 오랜만에 듣게 되네요.

토토로+메이 2008-10-30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마노아님의 10문10답을 잘 읽어보았습니다..
그래서 궁금한게 있어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9번 나는 이캐릭터에게 인생을 배웠다란 질문에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꼽으셨던데요~^^
사실 저도 이 책을 친구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란 소개에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리저리 찾아보니 의외로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좋아하시더라구요~
마노아님 또한 이 책을 많이 아끼시는거 같구요^^
그런데 사실 저는 이 책을 읽고 별로 감동을 느끼진 못했던거 같습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이 뭐가 그렇게 재밌나 의문이 갈 정도였으니까요~
당연 책이든 뭐든 간에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아무래도 제가 제대로 읽지 않아서겠죠??^^
마노아님은 이 책의 어떤면을 높이 사시는지 너무 궁금하네요??
시간되시면 답변 부탁드려도 될까요??^^
감사합니다^^

마노아 2008-10-30 20:3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토토로+메이님^^ 저는 삼미-로 박민규 작가를 처음 만났어요. 그 후 그의 작품들을 모두 보면서 열광하고 있지요. 첫마음이 커서인지 삼미가 가장 재밌었고 애착도 크답니다.
일단 박민규의 그 유머감각이 즐거워요. 서문부터 너무 웃겼거든요. 지구영웅전설은 너무 대놓고 하는 풍자라서 맛이 좀 떨어지지만 삼미는 너무 웃겼어요. 시종일관 깔깔대며 웃을 수 있어서 좋았지만, 그럼에도 저는 인생의 쓴맛과 설움에 대해서 진지하게 말하는 구석도 참 좋았어요. 유머만 얘기한다면 박현욱 작가의 '아내가 결혼했다'도 못지않게 웃겼거든요. 그런데 그 작품은 그냥 웃는 걸로 끝났어요.
삼미를 읽으면서, 보잘 것 없을 수도 있는, 별볼일 없을 수도 없는, 너무나 미약해서 우습게 여겨지기 쉬울 것 같은, 혹은 그런 취급을 받아오는 '삶'에 대한 보상심리 같은 게 느껴졌어요. 지금도 괜찮다. 네 잘못이 아니다. 여기까지도 훌륭하다. 꼭 1등할 필요 없고, 꼭 이겨야만 맛이 아니다. 그냥 지금을 즐기는 것, 누리는 것, 만족하는 것, 거기서 삶의 지혜와 기쁨을 찾을 수 있다... 이런 느낌으로 읽었어요. 주인공의 친구는 우유 배달하면서 정말 적은 돈으로 생활하잖아요. 상식적으로 그게 어떻게 가능해? 라고 되물을 것 같은데 그 친구 얘기 들으면 공감이 가거든요. 실제로 삼미 슈퍼 스타즈가 보여주었던 그 말도 안 되는 기록과 또 마지막 역전 기록도 너무 극적이어서 인생은 이렇게 다이나믹하지...라는 재미도 있었구요. 칠 수 없는 공 안 치는 것... 너무 놀랍지 않나요? 우리는 내가 못 치는 공이 날라와서 못 쳤어도 그걸 너무 애닳아 하잖아요. 내 탓이야 자학하면서, 그걸 쳐내는 다른 사람만 부러워하면서....
저는 이 책을 보면서 참 많이 위로가 되었거든요. 근데 제 생각에 현재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혹은 그닥 아쉬움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 마음을 공감하지 못할 것 같아요. 토토로+메이님이 그렇다는 얘기가 아니라요.
저도 처음 이 책 읽고 주변에 막 추천했는데, 딱 한 사람이 이 책 그냥 그랬다 한 적 있거든요. 그분하고 저하고 입장 차이가 너무 극명해서 저는 그분의 그 감상도 오히려 이해가 갔어요. 감상과 감동은 결국 개인의 기억과 경험에서도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두서 없이 늘어놓았습니다^^;;

토토로+메이 2008-10-31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의 성의있는 답변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다시 한번 읽어봐야할거 같아요~
진지하게 정말 꼼꼼히..^^
저도 박민규작가 소설은 삼미 슈퍼스타즈 이후 지구영웅전설, 카스테라, 핑퐁을
읽어보았는데 확실히 마노아님 말씀대로 지구영웅전설은 정말 대놓고 풍자하는 바람에 의외로
작가의 의도가 조금은 가려진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더라구요~
차라리 핑퐁이 생각외로 많은 생각을 가지게 만들고..^^
마노아님 덕분에 많이 배우고 많이 알고 갑니다~
자주 들어와서 도움 받아도 될까요??^^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다 읽고 나면 다시 삼미슈퍼스타즈를 읽어보고..
이번에는 어떤 생각이 드는지..
다시 와서 마노아님께 말씀드리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마노아 2008-10-31 09:59   좋아요 0 | URL
헤헷,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꼭 다시 보겠다고 다짐만 하고는 다른 책들이 너무 밀려서 통 못 보고 있어요.
박민규 작가는 그 후로도 단편 작품을 많이 발표했는데 지금쯤이면 소설집 하나 나올 만큼 묶이지 않았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얼굴만 보면 이외수씨 판박이 같더라니까요. 좀 기묘한 분위기에요.
삼미 슈퍼스타즈 다시 읽고 나면 감상 얘기해 주세요. 저도 토토로+메이님의 느낌이 궁금해요. ^^
 
열두 살의 여름 작은 동산 4
팻 브리슨 지음, 안드레야 샤인 그림, 이인숙 옮김 / 동산사 / 2005년 2월
절판


열 두 살 여름에 있었던 일.
삼층짜리 연립주택 꼭대기에는 벨라비스타라는 할아버지가 혼자 살고 계셨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던 공터의 쓰레기를 치우고 그곳을 텃밭으로 가꾸어 내신 할아버지.
언제나 말 없이 라디오를 켜놓고 오페라를 듣던 그 할아버지는 이웃과도 잘 어울리지 않았는데, 이태리식 억양 때문에 동네 꼬마들은 스파게티맨이라고 불렀더랬다.

할아버지의 텃밭 근처에서 친구들과 야구를 하고 놀던 주인공 꼬마.
야구공을 줍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토마토.
토마토를 야구공인 것처럼 해서 던지면, 그 토마토를 친 친구의 얼굴은 어찌 될까 장난끼 발동!
이 책의 미덕은 그림에 있는데, 외국 작가가 그린 티가 확 난다.(당연한 거지만!)
그 나라의 문화, 생김새, 피부 빛깔, 표정 등등이 모두 이국적이다.
그림 속 소년은 몹시 잘 생겼는데, 야릇한 표정에서 장난끼가 느껴진다.

아이들은 토마토로 야구를 해댔고, 그 결과 할아버지의 텃밭은 모두 망가졌다.
후추 열매도, 양파와 꽃도 모두 뿌리채 뽑혀 버렸는데, 때마침 이 자리에 도착한 할아버지!
망연자실 했을 할아버지의 단 한 마디,
"왜?"
야단을 치지도 않고 욕을 하지도 않고, 단지 그 한 마디, "왜?"

그 후 할아버지의 텃밭은 사라졌다.
다시 봄이 왔어도 할아버지는 밭을 가꾸지 않으셨다.
그것이 주인공 아이의 마음에 짐이 되었다.
채 하지 못했던 그 사과를 끝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할아버지를 만나 올해는 텃밭을 가꾸지 않냐고 질문했을 때, 할아버지의 표정에는 못미더운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올해도 또 한바탕 하고 싶은 게냐?"
하지만 그 말에 이미 아이의 마음을 읽었음이 느껴진다.
정중한 사과 한 마디에 할아버지는 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고 '내일'을 약속했다.
무뚝뚝하지만 사실은 속깊고 정겨운 벨라비스타 할아버지.

그들이 함께 가꾸어가는 텃밭의 모습이 생동감 있게 그려졌따.
아마도 수채화 계열의 재료를 썼을 것 같은데 물이 번지는 이 느낌과 울긋불긋 색채의 조화가 곱디 곱다.
아이의 붉게 상기된 얼굴, 할아버지의 만족스런 표정도 잔잔하기만 하다.

엄마를 모시고 할아버지의 저녁에 초대받기도 했다.
오븐이라든가 식탁보의 모습, 진열장 등등의 가구에서 고즈넉함과 이국적인 느낌이 함께 다가온다.
작은 것 하나도 허투루 그리지 않았음이 보여진다.
할아버지께선 모처럼 크게 웃으셨다.
이웃을 만들지 않았던 할아버지도 이들 모자가 이웃이 된 게 좋으셨던가 보다.
어린 친구로 인해 할아버지도 충분히 젊어지셨을 것이다.

그렇게 해마다 텃밭을 가꾸며 친구가 되었던 그들인데, 주인공 아이가 열 여섯 살이 되면서는 만남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그게 세월의 힘이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이제는 할아버지가 된 그때 그 열두살 소년이 손녀에게 얘기해준다.
함께 텃밭을 가꾸면서......

내가 가장 감동깊게 읽은 책은 '이해의 선물'이고, 얼마 전 '미스 럼피우스'도 참 좋았는데, 인생을 더 오래 산 노인분들이 어린 아이들에게 전달해 주는 지혜의 '유산'에 내가 깊이 매료된 듯하다. 그렇게 시간과 추억과 지혜를 나누고 공유할 조부모님이 어려서부터 내겐 없었지만, 그런 만남을 늘 숙원하곤 한다. 내가 만나지 못했지만, 내가 만날 아이들을 떠올려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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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0-21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감동인데요.
그러잖아도 추석때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주들과 함께 하는 그림책을 찾고 있는데 내가 본 것 중에 생각나는 건 여덟권이라 더 찾아보자 했어요. 이 책 찜해요 찜.
우리 애들도 할아버지와 같이 살진 않아서 그다지 친밀감을 느끼지 못해서 안타까워요.ㅜㅜ

마노아 2008-10-21 11:16   좋아요 0 | URL
처음 접한 작가진인데 다른 책은 더 없나 찾아봐야겠어요. 우리 조카들은 외할머니랑은 친하니까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을 해요. 가족만한 유산이 또 없는데 말이죠...

bookJourney 2008-10-22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감동이에요~. 이 책은 보관함에 담아두어야겠어요. ^^*

마노아 2008-10-22 13:18   좋아요 0 | URL
페이퍼북이긴 한데 그래도 책장은 두꺼운 편이에요. 알고 보니 울 언니도 중고샵에서 구했던데 그래도 책은 깨긋했어요^^
 


멜라민 분유 파동! 우리 아이를 굶기란 말입니까? [제 826 호/2008-10-20]


멜라민이 함유된 식품 때문에 중국을 필두로 하여 홍콩, 한국, 미국까지 떠들썩한 물결이 훑고 지나갔다. 음식 속에 들어 있는 유해 성분은 인체에 곧바로 악영향을 미치며 이것이 누적되면 돌이킬 수 없는 질병이나 장기 손상을 불러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가 필수적인데, 그 파급 효과가 적지 않기 때문에 단 1퍼센트의 위험 가능성까지도 알리려는 측과 안전하다고 하는 측 사이에서 상반된 의견이 나오게 마련이다. 아직 멜라민 함유 식품에 대한 우려가 식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쯤에서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멜라민의 정체부터 짚고 넘어가자. 멜라민(melamine)은 포름알데히드라는 물질과 반응하여 수지성 화합물을 생산한다. 이 수지들은 충전제나 색소로 가공되어 식기류, 주방 기구들 등을 만드는 데에 쓰인다. 내수성과 내열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본래 멜라민은 인공적으로 합성하여 공업용으로 쓰는 것이 보통이지만, 포유동물이나 식물이 살충제인 ‘시로마진’을 섭취할 경우 체내에서 이 물질을 멜라민으로 변환한다는 보고가 있다.

이처럼,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멜라민을 입으로 섭취할 일이 거의 없다. 더 정확히는 음식에 멜라민을 첨가할 이유가 없다. 그러면 왜 이번과 같은 사태가 벌어졌을까. 근본적인 원인을 따지자면 식품 가공업자들의 도덕성 불감 때문이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런 일을 가능하도록 한 중국 검사기관의 책임이 크다. 식품의 등급을 결정하는 데에 있어 단백질 함량이 기준이 되는 경우가 있다. 동물 사료나 유제품이 그 예이다. 그런데 일부 기관이 비용 문제 때문에 단백질 농도 측정법 대신 단백질의 주성분인 질소 함량을 측량하는 간단한 방법을 채택했다.

말하자면 질소의 양만 기준에 맞으면 품질 검사를 통과시켰던 것이다. 업자들은 이를 악용했다. 멜라민을 우유에 섞으면 질소의 양이 많아지고, 결국 단백질 함량이 높은 것으로 결정되어 고급 제품으로 비싸게 팔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제품들이 그대로 유통되거나 다른 식품의 원료로 쓰여 지금과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현재 중국 정부는 멜라민 사태의 여파를 조기에 종식시키기 위해서 향후 식품에 멜라민을 첨가한 자는 사형에 처하겠다고 공표한 상태이다.

그러면 멜라민은 얼마나 해로운가. 쥐를 대상으로 멜라민의 독성을 실험한 결과, 경구 LD50치(50%동물을 사망시킬 수 있는 농도)는 약 3g/kg 정도로 멜라민 자체의 독성은 매우 약하다. 일반적으로 동물실험에서 멜라민이 생체 내에 흡수되면 24시간 안에 뇨로 배출된다는 것이 보고된 바 있다. 사람들의 경우에는 아직 이렇다 할 결과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서 단정 짓기 어렵다. 하지만 만약 영유아 및 노약자 등 신장 기능이 약한 사람들은 멜라민이 잘 빠져나가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안전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얼마 전 멜라민의 유해성을 짐작할 수 있는 사례가 있었다. 2007년 미국에서는 특정 업체에서 제조한 동물 사료를 리콜한 일이 있었다. 다수의 동물들이 신장관련 질병을 앓거나 죽었는데, 중국 업체에서 원료로 수입해 온 과립형 밀 글루텐에서 멜라민이 검출되었고, 피해를 당한 동물들의 신장과 소변에서 결정 상태의 멜라민이 발견되었다. 이때에도 중국에서 단백질 함량을 높이기 위해 멜라민을 사용한다는 점이 문제 된 바 있다.

올해 일어난 멜라민 분유 사건의 양상이 2007년 미국에서 일어났던 사료 사태와 비슷하다. 9월 22일까지 집계된 바에 따르면 중국에서 멜라민 때문에 신장 질환을 앓은 것으로 추정되는 인원이 약 5만 3천 명이며 병원 치료를 받은 환자는 12,800명가량이고 네 명의 유아가 사망했다. 현재 알려진 멜라민의 암 유발 가능성은 국제암연구소(IARC)의 기준에 따르면 3그룹에 해당한다. 즉 증거가 없기 때문에 인체발암성 물질로 분류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장기간 섭취한 멜라민이 신장부 미세관에 모여 결정을 이루고 그 결과 신장기능 이상을 유발한다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멜라민의 인체 유입과정은 식품에서 그치지 않는다. 앞서 말한 대로 멜라민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각종 식기와 조리용품에 널리 쓰인다. 이것들은 안전할까? 일단 공산품에 첨가된 멜라민은 섭씨 340도 이상으로 가열되어야 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얘기일 뿐이다. 주방용품들은 장시간에 걸쳐 열에 노출되는 경우가 허다하므로 그 안에 포함된 멜라민이 전혀 녹아 나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 정부에서는 멜라민을 사용한 접시를 전자레인지에서 직접 가열하거나 200도 이상 되는 기름에서 튀김 요리를 할 때 멜라민 함유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은 피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최근에 코팅식 프라이팬들이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프라이팬 표면을 덮고 있는 것이 멜라민 코팅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이에 몇몇 제조업체들은 자신들이 멜라민을 코팅재로 쓰지 않으며 불소수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멜라민과는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의 식품 생산과 유통 체제는 복잡하고 다분화되어 그 속에 들어 있는 특정 물질이 유입되는 경로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2007년 미국에서는 앞서 얘기한 사료 리콜 사태뿐 아니라 또 다른 멜라민 관련 사건이 있었다. 가축용 사료를 묶고 고정시키는 바인더에 멜라민이 있었고, 이것이 사료에 스며들었던 사건이다. 가공 식품의 원료를 다국적으로 수입하다 보니 원가 절감을 위해 가격이 낮은 물건을 선호하게 마련이며 그 결과 검사 체계가 상대적으로 미흡한 중국 등의 생산품들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실정이다.

이런 환경에서 소비자들의 노력만으로 유해물질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원칙적으로는 몹쓸 물질들을 음식에 섞는 행위 자체가 근절되어야 하겠지만, 피해를 조금이라도 더 줄이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조심은 물론 행정 기관들의 세심한 노력이 요구된다. 제동을 걸지 않는다면 멜라민 분유 파동과 같은 사태가 두 번 세 번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태의연하게 방치해 둔다면 그 피해는 우리와 우리 자손들에게 직접적으로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글 : 김창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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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짝꿍 최영대 나의 학급문고 1
채인선 글, 정순희 그림 / 재미마주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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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제목을 들어왔었는데 이제사 만났다. 아, 이토록 사랑받아온 이유가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 책, 정말 눈물나게 짠하고 감동스럽다.

전학생 최영대.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부터 말을 잃은 아이다. 잘 씻지도 않는지 냄새도 나고 행동도 느릿느릿. 준비물도 가져오지 않고 바보 굼벵이로 통하는 그 아이.

학급 친구들은 영대를 자주 놀리고 괴롭혔다. 심지어 몰매를 때리기까지. 여학생들이 말리기도 했지만 남학생들이 윽박지르니 선뜻 다가가지를 못했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영대를 괴롭히지 못하게 야단을 자주 치셨지만 어느 정도는 방치시키는 분위기였다. 채 손을 쓰지 못하신 것이다.

사건의 발달은 경주 수학 여행 때였다. 깊은 밤 아이들이 잠들기를 기다리며 선생님이 방에 계시고, 아이들은 선생님이 어서 나가주기만을 바라면서 졸음을 쫓을 때, 누군가 방귀를 끼었다. 방귀소리의 주인이 영대일 거라고 또 놀리는 소리가 튀어나왔을 때 영대가 너무나 서럽게 울어버린 것이다. 지금껏 아이들이 그토록 놀리고 때리고 괴롭혀도 울기는커녕 대꾸 조차 없던 그 영대가, 목놓아 울어버린 것이다. 선생님은 학급 아이들을 단체로 벌을 주었는데, 아이들은 영대의 피맺힌 듯한 울음소리를 들으며 그간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온 맘으로 느끼기 시작한다. 이내 방안은 눈물 바다.

이후 영대에게 친구들이 보여주는 모습들이 지극히 아이스럽게 순수하고 따듯하다.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철없고 또 한없이 잔인할 수 있었던 그 아이들은, 어리기 때문에 또 그만큼 순수하게 마음을 열수도 있는 거였다.

엄마 잃고 말도 잃고 친구도 무엇도 없던 영대가, 단 한 번의 그 울음을 통해서 세상과 만났다. 친구를 얻었고, 말을 찾기 시작한다. 친구들은 이제 영대를 소중히 생각하고 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는 '내 짝꿍' 최영대를 얘기하고 있다.

97년도에 출간되어 십년이 넘도록 사랑받고 있는 내 짝궁 최영대. 내 손에 들린 책은 초판9쇄로 2000년 2월 출간작이다. 중고샵에서 구했는데 십년도 더 되어 빛 바래고 때가 많이 탄 것을 양심없는 누군가가 '최상'으로 팔았다. 열이 받을 뻔 했지만 책이 주는 감동이 너무 귀해서 양심없는 그 누군가도 용서하기로 했다. ^^

아마도 재미마주 학급문고를 처음 접한 것 같은데 좀 더 눈여겨보게 될 듯 하다.

이 책의 리뷰는 알라딘에서 100번째로 올라가는 리뷰로 기록될 것이다. 어쩐지 그 숫자가 맘에 든다.

작품 속 최영대처럼 나 어릴 때도 이런 비슷한 친구가 있었는데, 지금도 또 이와 비슷한 친구가 있는데, 그 소외된 외로운 영혼들을 떠올려 본다. 나 자신이 그 친구들을 대등한 관계가 아닌 동정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도 해본다. 작품 속 친구들은 짓궂고 못되게 굴기도 했지만 잘못을 바로잡을 때는 더 확실히 똑같은 눈높이의 친구가 되었는데 말이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었다. 아, 다시 생각해도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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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0-20 0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인선님의 작품도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발견하게 되지요.
100번째 리뷰라니~~ 그럼 나는 110번째로나 써볼까요?ㅎㅎㅎ
깜찍한 다현이~ 조카 사랑이 감지돼요.
리뷰가 줄줄이 올라온 걸 보니 광명한 세상을 찾았군요~~ 축하해요!!

마노아 2008-10-20 08:56   좋아요 0 | URL
채인선님 작품 중에서 이 책이 제일 맘에 들었던 것 같아요. 다른 책들도 좋았지만요.
순오기님표 110번째 리뷰를 기다려야죠~
최근에 초등 저학년용 책을 많이 샀는데 이제 쌓아둘 데가 없어요ㅠ.ㅠ
얼른 읽고 언니네 보내야지! 하는 맘으로 몰아서 많이 읽었네요^^;;;
아직도 글자 읽을 땐 좀 뿌옇게 보여요. 근데 그냥 무시하고 살아요^^
핸드폰에 언니 번호 사진은 큰 조카였는데 이제 둘째 조카로 바뀌고, 큰 조카가 서운해 하는 것 아닌가 몰라요^^;;;
 
지구를 구한 꿈틀이사우루스
캐런 트래포드 지음, 제이드 오클리 그림, 이루리 옮김 / 현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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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과 흙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다큐멘터리 환경동화다.

지구의 역사 속에서 지렁이가 얼마나 위대한 일을 했는지를 아주 유쾌하게 코믹하게, 그러나 사실적으로 묘사해 주었는데, 이야기의 화자는 꿈틀이사우루스2세다.

지렁이의 입장에서 지켜봐 온 지구. 그리고 그 지구를 위해서 이들이 해낸 어마어마한 업적. 그리고 그것도 모르고 까분 인간들. 그 인간들이 지난 백 년 동안 망쳐 놓은 지구 환경에 대한 경종. 그리고 지렁이의 고마움을 깨닫기 시작한 인간의 변화상을 차례차례 '연대기적으로' 구성하고 있다.

만약 지렁이가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를 그저 서술했더라면 이 책이 얼마나 지루했겠는가. 지렁이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기도 전에 책을 덮었을 것이다. 다큐멘터리 환경 동화를 지렁이의 입장에서 코믹하게 설명한다는 이 설정이 이 책의 절반을 먹고 들어간 듯하다. 표지를 보니 교보문고 선정 좋은 책에 한우리 독서 운동본부 선정도서라고 적혀 있다. 알라딘에도 편집자 추천 도서에 목록을 올린 것으로 안다.  환경보호를 위해 재생지로 만들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이 빛깔도 참 맘에 든다. (근데 재생지가 더 비싸다고 하던데 진짜일까?)

책을 보면서 지렁이에 대해 놀라운 정보들을 많이 얻게 되었다.

지렁이는 알을 낳고 그 알에서 지렁이가 태어난다. 지렁이는 자웅동체고, 개체수를 조절하는 능력이 있다. 먹이가 많으면 알을 많이 낳고, 먹이가 적으면 알을 적게 낳는다. 이때 '먹이'란 쓰레기나 똥을 의미한다. 지렁이는 공룡시대 때부터 지구에서 살았는데 공룡의 똥을 먹으면서 지냈다.

지렁이는 하룻밤에 무려 3km가 넘는 거리를 여행할 수 있다고 한다. 세상에!

지렁이는 똥을 먹고 다시 지렁이 똥을 배설한다. 이 지렁이 응가에 식물이 좋아하는 영양분이 듬뿍 들어 있다. 그 식물을 동물이 먹고 그 동물의 배설물을 다시 지렁이가 먹는 순환과정. 이러니 지렁이가 지구를 구한 것은 자기 자신이라고 뻐길 만하다.

지렁이는 폐가 없다. 온 몸의 피부로 숨을 쉰다. 그래서 많은 산소를 빨아들이고 그것을 몸 속 박테리아와 작은 벌레들과 나누어 쓴다. 그래서 지렁이 응가는 더 영양만점이 되고 만다.

지렁이에 관한 책을 처음으로 쓴 인물은 아리스토텔레스였다. 그는 지렁이의 중요성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학자였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지렁이를 이집트 밖으로 수출하지 못하게 했다는 클레오파트라의 명이 있었다고 한다. 유명한 사람 이름이 계속 나온다^^

지렁이 한 마리 몸 속에는 약 5,000억 마리의 박테리아가 살고 있다. 세상에. 지구에 사는 인구의 무려 100배가 아닌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지렁이를 연구했었다. 세익스피어는 지렁이를 징그럽고 한심한 생물로 묘사를 했지만, 19세기 찰스 다윈은 지렁이의 위대함을 알고 있었던 학자였다. 애석하게도 그의 주장을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았지만.

인간은 농업혁명을 이룰 욕심에 화학 비료를 창조해 내었고, 그 결과 무수한 살충제와 화학 비료로 인해 흙이 병들고 지렁이가 떠나게 만들었다. 흙이 망가지니 식물이 다시 동물이, 그리고 인간이 망쳐질 수밖에 없었다. 인간이 뿌린 씨앗이었다. 지금은 지렁이의 중요성이 널리 알려졌고 유기농법도 등장했지만, 여전히 눈앞의 이익으로 인해 자연의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인간과 지구의 건강을 해치는 어리석은 인간들이 참으로 많다. 지금까지도 시끄러운 멜라민과 광우병 소고기가 아니 떠오를 수가 없다.(ㅡ.ㅡ;;;)

책의 끄트머리에 지렁이에 관한 이야기가 몇 토막 실렸다.

지렁이의 종류는 무려 4,000가지가 넘는데 이 가운데 겨우 5%의 지렁이에 대해서만 연구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지렁이는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감기 걸린 지렁이를 본 적이 있냐는 필자의 질문이 귀엽기만 하다.
세상에서 가장 큰 지렁이는 호주에 있는 깁스랜드 지렁이인데 다 자라면 무려 6m가 넘는다고 한데. 이럴수가!

그밖에 지렁이를 키울수 있는 지렁이 농장 만들기, 지렁이가 좋아하는 환경 만들어 주기 등도 나온다.

어릴 적 지렁이의 고마움을 모를 적에는 징그럽고 보기 싫은 벌레로만 여겨졌었다. 물론, 지금도 지렁이가 예뻐 보이진 않다만...;;;; 그래도 고맙고 고마운 존재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그런데 흙을 쳐다보고 살지 못해서인가, 흙을 밟으며 살지 못해서인가. 근 십년 동안 지렁이를 본 적이 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주 어릴 때 외에는 거의 접하지 못하고 살았던 듯.

아, 도시 생활의 삭막함을 지렁이의 부재에서도 느끼는구나. 나의 무신경함도 한 몫 했겠지만.

어린이 친구들도 나처럼 이 책을 무척 반갑게 만날 듯하다. 글이 많긴 하지만, 워낙 재밌게 서술해 놓아서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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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10-20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렁이 좋아서 막 만지는 우리 해아가 좋아할 것 같군요. ㅎㅎ

마노아 2008-10-21 02:22   좋아요 0 | URL
해아다운 건강한 호기심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