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치를 뽑으면 새치가 더 많이 생긴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노화에 의한 흰 머리카락과 달리 젊은 사람의 검은 머리에 드문드문 섞여서 난 흰 머리카락을 새치라고 한다. 새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젊은 사람이 적지 않지만 새치를 뽑으면 새로운 새치가 더 많이 생긴다는 속설로 인해 새치를 뽑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새치를 뽑으면 새치가 더 많이 난다는 속설은 사실일까? 새치는 모근에서 멜라닌 세포가 사라져서 생기는 것이므로 새치를 뽑아도 같은 자리에 다시 자란다. 따라서 새치를 뽑아도 새치가 더 많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새치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뽑기보다는 병원을 찾아 건강을 체크해보도록 하자. 새치는 유전적인 원인도 있지만 질병이 있거나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을 때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아도 새치가 생기므로 새치에 대해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좋다. 오히려 새치로 인한 스트레스로 새치가 더 많이 생길 수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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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0-24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뽑을 수준을 넘었어요~ㅜㅜ

마노아 2008-10-24 23:57   좋아요 0 | URL
저는 제 눈에 안 보이니까 새치 있다고 뭐라해도 개의치 않는데 주변에서 못 뽑아줘서 안달이에요^^;;

메르헨 2008-10-24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용실에서 신랑에게 해준 말인데요.
뽑으면 두피가 약해져서 안좋고 손톱깍기 같은걸로 새치가 나오면 잘라주라고 하더라구요.
이거 근거 있는 이야기 일까요???

마노아 2008-10-24 23:57   좋아요 0 | URL
호곡, 근데 두피 부분이 보통 하얗지 않나요? 잘라주면 그게 또 자랄 텐데, 그럼 그걸 나중에 다시 잘라주란 소리인가요? 허허...어렵네요...
 


변기를 알면 과학이 보인다 [제 828 호/2008-10-24]


“주형아, 네 나이가 몇인데 변기에 물을 자꾸 흘려보내면서 장난이니? 얼른 나오지 못해?”
엄마의 호통에도 주형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변기의 밸브를 한 번 더 당겨 물을 흘려보낸다. 이 모습을 본 엄마는 화장실로 가서 주형이를 끌고 나올 태세다.
“엄마, 화장실 물을 보면 최면에 걸리는 것처럼 어지러워요. 물이 왜 이렇게 빙글빙글 돌아요?”

지켜보던 엄마도 어느새 변기 속의 물을 보면서 홀린듯하다.
“지구의 자전 때문이란다.”
엄마의 대답에 주형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지구가 돈다고 변기 물이 돌아요?”
“그럼~ 세면대나 욕조에서 물이 빠질 때도 마찬가지야. 일명 코리올리 효과라고 하지.”

“코리올리요?”
“응. 천천히 설명해 줄게. 코리올리 효과란 19세기에 프랑스의 물리학자 코리올리(Gustave Gaspard Coriolis)가 알아낸 효과인데, 일반적으로 북반구에서 남쪽으로 대포알을 쏘면 원래 쏜 방향보다 오른쪽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단다. 이런 식으로 물이 변기 속으로 내려갈 때 북반구에서 오른쪽으로 돌면서 내려가고, 반대로 남반구에서는 왼쪽으로 돌면서 내려간다는 원리지.”

“우와~ 너무 신기해요. 하루에도 몇 번씩 무심코 들락날락했는데… 그렇게 심오한 원리가 있을 줄이야!”
“하지만 변기 물이 소용돌이를 치면서 내려가는 현상이 코리올리 효과라는 것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해. 북반구에서 변기 물을 내리면서 물속에 손을 넣어 왼쪽으로 살짝 돌리면 소용돌이는 왼쪽으로 생기거든. 그러니까 북반구라고 해서 항상 변기 물이 오른쪽으로 소용돌이치진 않는다는 거지.”

“아직 확실한 결론은 없나 보죠? 그럼 아까 말씀하셨듯이 포탄의 경우는 코리올리 효과가 확실한가요?”
“그렇지. 세면대나 욕조, 변기 등의 작은 소용돌이는 지구의 자전보다는 다른 요소들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단다. 예를 들면 용기의 좌우 높낮이가 비대칭일 경우 물이 내려가면서 작용하는 힘이 달라지겠지. 그러나 수십 km 멀리 포탄을 쏠 때처럼 큰 규모일 경우에는 지구 자전에 의한 코리올리 효과가 나타나.”

거실에서 신문을 읽으면서 화장실에서 들리는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아빠가 주형이에게 퀴즈를 내듯 말했다.
“주형아, 그럼 변기의 밸브를 내린 다음에 물이 위쪽으로 어떻게 나오는 걸까? 항상 같은 위치까지 물이 올라오잖아.”
“아…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말씀 듣고 보니 신기하네요. 오늘은 화장실이 마치 과학실인 것 같아요. 헤헤~”

“알고 보면 생활 구석구석 과학이 자리 잡고 있지? 중세 시대에는 길거리에 분뇨 구덩이가 있었기 때문에 전염병이 성행했어. 수세식 변기가 발명되었지만 분뇨 냄새가 역류하는 문제점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았단다. 그러다가 18세기에 영국의 수학자 커밍(Alexander Cumming)이 배수 파이프를 위쪽으로 구부려 밑에서 올라오는 냄새를 차단하는 물을 저장하는 방법을 생각해낸 거야.”

“으악, 길거리에 분뇨가 있었다고 상상하니까 끔찍하네요. 그런데 배수 파이프를 위쪽으로 구부리면 물이 어떻게 올라오죠?”
“그걸 바로 사이펀(siphon)의 원리라고 한단다. 사이펀이란 높은 곳에 담겨 있는 물을 낮은 곳으로 옮기는 데 사용하는 구부러진 관을 말해. 원래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지만 사이펀에서는 높은 곳의 물이 더 높은 곳을 지나 낮은 곳으로 내려오지. 이렇게 될 수 있는 이유는 높은 곳에 있는 물의 표면에 공기의 압력이 작용해 물을 밀어내기 때문이야.”

주형이 머리는 복잡해졌다. 그 표정을 읽은 아빠는 주형이에게 그림을 그려주었다.




“물을 끌어올리려면 변기 속에 펌프가 달렸나요?”
“하하. 변기 안에는 요렇게 생긴 조용한 진공 곡관이 숨어 있단다. 물의 높이에 의해 기압차가 발생하여 물이 위쪽으로 흐르게 하는 것이지. 사이펀 관이 물 표면보다 아래에 있으면 수면에 작용하는 대기압으로 인해 관 안으로 밀려 올라가. 물이 굽은 곳 돌아서 다른 쪽 관으로 통과만 하면 공기의 압력 때문에 남아있는 물은 관을 따라 계속 흐르고. 그러니까 주형이가 변기 밸브를 누르면 변기물탱크 속 물이 밀려 내려와 곡관을 넘게 되고 변기 속 물이 빨려 내려가게 되지. 그리고는 다시 곡관 높이까지만 물이 차게 된단다.”

주형이는 화장실 변기에 고여 있는 물과 아빠가 그려준 그림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아빠는 그런 주형이의 모습을 빙그레 웃으며 바라보았다.
“주형아, 우리 집 수족관 청소할 때 쓰는 물 펌프도 사이펀의 원리를 이용한 거야. 수족관 위치를 옮기지 않아도 물 펌프로 수족관 물을 교체할 수 있지.”

갑자기 다용도실로 달려간 주형이가 물 펌프를 가져왔다.
“아~ 그래서 손잡이 부분까지 물을 빨아올리면 손잡이를 놔도 계속 물이 흘러 내려가는 거군요.”
“맞아, 이왕 얘기가 나온 김에 물 펌프도 자세히 볼 겸 우리 수족관 청소 한번 할까?”
“네! 좋아요.”

글 : 이재인 박사(어린이건축교실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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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31678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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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0-24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들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군요~ 너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니? ^^

마노아 2008-10-24 23:57   좋아요 0 | URL
저 자신한테도 물어야 할 질문이에요. 모두에게 필요한 질문이구요^^

메르헨 2008-10-24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기부여와 본보기가 되는 삶...
내 아이에게 본이 되는 삶을 살고 싶어지네요.^^

마노아 2008-10-24 23:58   좋아요 0 | URL
유태인들은 아침에 아이 학교 보낼 때 질문 많이 하고 오라고 하던데, 그래서 똑똑한 인물이 많이 나오는 걸까요?

메르헨 2008-10-25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어령님의 잡지 인터뷰 글을 보았는데...
그 분도 아이에게 젤 먼저 물을 질문은..."오늘은 학교에서 무슨 질문을 했니?"라고 하네요.^^
질문...중요하죠.
우린 자랄때 대부분...선생님 말씀 잘듣고...라고 배워서 말입니다.
이것이 토론에 약한 이유가 될까요???

마노아 2008-10-25 01:30   좋아요 0 | URL
그럴 것 같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흥분에 강하지만 논리적 토론에는 많이 약하지 않습니까.
교육의 총체적 문제 같군요ㅠ.ㅠ

까칠마녀 2008-10-25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깨달음을 얻는 질문...이건 비단 자녀에게만,직장 동료나 부하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의 한마디 질문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부모,직장 동료나 부하의 질문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직장 상사 다 중요하겠죠.
"저 자신한테 물어야 할 질문이에요."라는 마노아 님의 속 깊음이 참 예뻐보입니다.^^

마노아 2008-10-25 13:36   좋아요 0 | URL
까칠마녀님, 부끄부끄러워요(>_<)
자신의 삶을 향해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살아간다면 우리의 삶이 훨씬 더 깊어질 것 같아요. 이 가을에 질문 많이 하며 살아야겠습니다^^
 
손톱 깨물기 지원이와 병관이 3
고대영 지음, 김영진 그림 / 길벗어린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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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 소리를 듣고 의기소침해진 누나 지원이.
눈치 없이 누나 뚱보 맞다고 침튀기며 얘기하는 병관이.(-_-;;;)
누나 소세지까지 젓가락 포크 양손에 다 쥐고 욕심껏 먹는 병관이.
저렇게 수다 떨고 또 말썽 피우며 움직이기 좋아하니 살찔 틈이 없을 거다.
바닥에 떨어진 두 아이의 가방에서부터 두 아이의 분위기를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앉은 자세도 달라서 병관이는 한쪽 다리 밑에 다른 쪽 발을 깔고 앉았다.
아래 보이는 발은 지원이랑 그보다 훨씬 큰 엄마 발이다.

뚱보 소리 의식하다가 손톱 깨무는 버릇이 생겨버린 지원이.
엄마는 반창고로 손끝을 감아 손톱을 깨물지 못하게 하셨다.
뒤에서 이불 뒤집어 쓰고 장난치는 병관이. 바닥에 흩어진 조리퐁도 아마 병관이 짓?
쇼파 다리 감싸개가 테니스 공 같다. 오른쪽 끝에 비슷한 모양의 공도 보인다.

자신도 모르게 자꾸 손톱을 깨물고 마는 지원이.
학교에서의 행동 반경을 몽환적으로, 환상적으로 표현했다.
마법학교 호그와트처럼 이어진 다리며, 얼굴을 가진 나무며 구름이 인상적이다.
책 속에서 빠져나온 새며 뫼비우스의 띠같은 그림 전개가 모두 맘에 든다.
지원이의 머리 속도 지금 이렇게 혼란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습관적으로 물게 되는 손톱, 그리고 하지 말아야겠다는 의지의 충돌 말이다.

현명한 엄마는 아이를 야단치기보다 '보상'을 제시했는데,
그게 샘이 나서 자신도 손톱 깨물게 된 병관이.
누나는 색연필 원츄였지만, 병관이는 블록을 갖고 싶다.
불을 뿜는 용이며, 용감한 기사가 된 자신의 모습
그리고 우리 속에 갇힌 엄마와 지원이 누나는 모두 상상 속의 모습.
아이다운 생각과 작가의 재치가 궁합이 잘 맞았다.

끝내는 버릇도 고치고 선물도 받은 두 아이.
차분하게 웃는 지원이와 달리 폴찍 뛰는 병관이.
등 뒤로 돌고래가 춤을 춘다.
얼마나 좋으면 이런 상상을 다 할까.
가만 보면 구름의 모양도 물고기 모양이다.
사진을 찍지 않았는데 뒷장엔 블록 갖고 노는 병관이가 색연필로 그림 그리는 지원이를 부럽다는 듯 바라보는 장면이 있다.
숨은 뒷 이야기엔 누나 색연필 망가뜨리는 병관이가 나오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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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10-24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우리집에 필요한 책이에요. 땡큐~~

마노아 2008-10-24 14:41   좋아요 0 | URL
헤헷, 아이들 있는 집에 필요한 책 같아요^^

메르헨 2008-10-24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혹시 손가락 빨지 않도록 하는 책도 있을까요?
(콧구멍을 후비면...)이거는 있는데 효과..거의 없습니다.
저희 아이는...ㅋ아주 좋아하며 저에게 읽어주는 시늉을 하죠...

마노아 2008-10-24 23:58   좋아요 0 | URL
손가락 전체에 반창고를 붙여주면 효과가 있을까요? ^^;;;;
콧구멍을 후비면... 그 책 아주 신선했는데 효과가 없다니...ㅜ.ㅜ

메르헨 2008-10-25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찾고자 손가락을 빠는거라는데 그걸 막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그냥 두고 있어요. 학교 가기 전에 다른 것에 집중하고 손가락은 이제 그만 빨면 좋겠어요.
엄지손가락 한마디에 흉이 생겼거덩요.^^
콧구멍을 후비면...책만 재미있어합니다.
"엄마,손가락을 빨면 쭉~늘어나잖오. 근데 난 졸릴때만 조금 빨아서 괜찮지????"
요렇게 말하거덩요.^^

마노아 2008-10-25 01:32   좋아요 0 | URL
정서적 안정감을 찾는 과정인데 억지로 금지시키면 역효과가 난다는 거군요.
책 속 아이들도 엄마가 부상을 약속하면서 정신을 다른 데로 돌리게 만드는데, 메르헨님의 아이도 시간을 두고 그걸 기다려야하나봐요.
그나저나 아이 대답하는 게 야무져요^^
 
밤티 마을 큰돌이네 집 작은도서관 1
이금이 지음, 양상용 그림 / 푸른책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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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이 선생님 글을 읽을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내가 현재 아이가 아니고 청소년도 아니니, 100% 그네들의 심정을 반영했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내가 느끼기에 아이들의 심리 상태를, 청소년들의 마음을 그대로 들여다보고 어루만질 줄 아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밤티마을'이란 이름의 시골 마을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단어의 어감이 무척 좋다. 작품 속 배경처럼 넉넉하고 따스한 분위기의 마을일 게 분명하다.

밤티마을 큰돌이와 어린 누이 영미가 주인공이다. 큰돌이의 본명은 '대석'이지만, 모두들 큰돌이라고 부른다. 아이들이 많이 놀려댔지만 선생님은 큰 돌의 쓰임새가 얼마나 많은지를 설명해 주며 이름에 주눅들 필요 없다는 말씀을 해주신다. 내 이름에도 '석'자가 들어가는데, 어릴 때에(사실은 고등학교 때까지!) 놀림을 많이 받았다. 석자도 그렇지만 일단 남자 이름이어서 더 그랬을 것이다. 내 이름의 석자는 돌 석이 아니기 때문에 너희들의 놀림이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난 내 이름이 저녁 석인가 고민을 하기도 했었다. 알고 보니 주석 석(錫)이었는데, 돌석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고서 얼마나 좌절했던지....;;;;;

하여간, 그 밤티마을 큰돌이는 어려운 형편의 평범한 아이다. 귀를 듣지 못하는 할아버지와 술을 마시고 나면 아이들 야단치기 일쑤인 목수 아버지, 그리고 일곱 살 어린 여동생을 돌보면서 귀찮아 하기도 하고, 차비로 아이스크림을 사먹기도 하는 그런 아이다운 아이였다.

집 나간 엄마가 자신들을 데리러 와줄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큰돌이는, 그러나 엄마를 설득해서 한집에서 살 날을 또 꿈꾸고 있다. 그러한 큰돌이네 집에 변화가 생긴 것은 옆집 쑥골 할머니 때문이었다. 어려운 형편을 고려해서 아이 없는 부잣집에 아이를 보내자는 제안. 처음엔 큰돌이를 보내자고 했었는데, 알고 보니 보내지게 된 건 영미였다. 아들 대신 딸을 보낸 것이었을까, 더 어리니까 보낸 것이었을까. 둘 다 였을지도 모르겠다.

엄마 얼굴을 모르는 영미는 새로 만난 도시 집 말끔하고 예쁜 아주머니를 친엄마로 알고 바로 '엄마'로 새기며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때문에 혼선이 빚어진다. 밤티마을에도 아빠가 계시고, 새로 살게 된 집에도 아빠가 계시다. '데려온 아이'인 영미가 천덕꾸러기가 될 여지가 이미 생겨버린 것.

큰돌이네 집에도 변화가 생긴다. 팥쥐 엄마가 생긴 것이다. 왜 팥쥐 엄마라고 부르는 지는 책 속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짐작으로도 가능하다. 그건 큰돌이가 콩쥐여서가 아니라, 큰돌이의 시각에 비친 새 엄마이기 때문.

작가는 새로운 가족 구성원 때문에 재구성된 가정의 변화를 세심하게 표현했다. 새엄마라고 해서 팥쥐 엄마형 계모만 있는 것이 아니고, 부잣집 사모님이라고 해서 정없고 싹수 없는 사람만 있지 않다는 것도 보여준다.

아버지의 대사가 워낙 적기 때문에 그 심성의 변화와 갈등은 잘 나타나지 않았지만, 팥쥐 엄마 덕분에 모처럼 쓸모있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여기게 된 할아버지의 짧은 등장은 꽤 인상 깊었다.

영미가 새 집에서 밤티마을을 그리워하며 장미를 따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데, 그때 보여준 이웃집 아줌마의 그 몰상식한 행동은 인상을 찌푸리기에 충분했다. 아이의 마음에 생채기를 낸 것도 그렇거니와 또 소문까지 내지 않았던가. 아이가 보인 평범치 않은 행동에 '이유'가 있다는 것을 물어봐주지 못한 그 좁은 마음이 뜨끔하다. 데려온 아이니까 본데 없이 자랐다고 생각한, 그러니까 아무렇게나 대해도 된다는 그 나름의 '낙인'이 무섭고 서늘하다. 모르는 사이, 우리는 그런 낙인을 찍으며 강요하며 살지는 않았는지......

작품 말미는 행복하고도 슬펐다. 누군가는 행복해지고 누군가는 다시 한번 가슴을 쓸어내리게 되었으니...

작품을 더 찾아보니, 2편 밤티 마을 영미네 집과 3편 밤티마을 봄이네 집이 더 있다. 봄이는 이 책에서 등장하지 않은 것을 보니 팥쥐 엄마가 낳은 아가가 아닐까 싶은데 내 예상이 맞는가보다.

94년도 작품이니 지금부터 10년도 더 된 이야기이건만 옛스럽지도 않고 감동이 빛바래지지도 않았다. 딱히 시간적 배경을 잡지 않아도 깊은 시골과 대조된 도시라는 배경만으로, 또 지극히 아이스러운 두 아이의 행동으로 독자는 작품을 이해하고 얼마든지 사랑할 수 있다.

푸른책들의 베스트 셀러일 이 책이 앞으로도 오래오래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내가 굳이 바라지 않더라도 작품의 힘으로 충분히 그러할 거라고 예상하지만. ^^

이러다가 나도 어느 님처럼 이금이 선생님 광팬이 될라... 유진과 유진과는 또 다른 감동과 따스함. 이금이 작가님 킹왕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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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8-10-23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이지요 저도 너무 좋아해요,,

마노아 2008-10-23 23:11   좋아요 0 | URL
이금이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 모두 팬이 되는 것 같아요^^

순오기 2008-10-24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맨처음 만난 이금이샘 작품도 '밤티마을 큰돌이네'였어요. 푸른책들에서 나오기 이전에 교보에서 나온 책으로~~ 그 후 줄줄이 읽기 시작한 이금이샘 작품이 30권, 이제 네 권만 읽으면 되는데, 작가님이 얼른 달음박질 한다니까 둘이 경주하듯 읽어야지요.ㅋㅋㅋ
http://blog.naver.com/bamtee94 밤티마을 금이네집--이금이샘 블로그에요. 구경가 보세요, 소박하게 사는 모습이 다 드러나지요. 이번 부산 모임에서 어떻게 좋은 글을 쓰냐는 질문에 '좋은 삶이 좋은 글을 쓰는 힘'이란 말씀을 하셨어요.

마노아 2008-10-24 11:27   좋아요 0 | URL
이제 겨우 네 작품을 만난 저는 맨발로 뛰어가도 한참 걸리겠어요^^
좋은 삶이 좋은 글을 쓰는 힘이라니, 뭉클하면서 힘이 느껴지는 명언입니다.
블로그 구경 다녀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