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희네 집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
권윤덕 글 그림 / 길벗어린이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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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쩌다보니 길벗어린이 책을 많이 읽게 되었다.

'만희'네 집이라고 해서 여자 아이가 주인공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만희는 남자 아이였다.

표지의 제목 글자 무늬가 '벽돌'이다. '집'을 표현한 느낌인가 보다.

바깥에서 바라보는 그림은 모두 흑백인데 대문 안의 집 모습만 칼라 그림이다. 주홍빛 벽돌과 파란 지붕의 개집과 그 개가 물고 있는 초록빛 슬리퍼까지. 시선 집중이 확실히 되고 있다. 금이 간 대문앞 돌계단에서 지극한 사실감까지 느껴진다.

독특하게도 책날개를 젖히고 나면 만희네가 시골 할머니 댁으로 이사가게 되어서 짐싸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바로 뒷장에는 다시 책만든 사람들을 소개하는 내용이 나오고 다시 그 뒷장에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만희네 집은 동네에서 나무와 꽃이 가장 많은 집이다. 이런 집은 한눈에 봐도 집주인이 정성들여 가꾸고 손본 집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자기 집'이기에 가능한 일련의 노력이기도 하다.

권윤덕 작가의 그림은 예쁜 느낌은 아닌데 굉장히 치밀하고 세심한 느낌이다. 그래서 그림 곳곳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내용들의 배경을 샅샅이 설명해주는 요소요소들이 꽉 채워져 있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할머니의 뒤로 보이는 자개장과 옆쪽에 나란히 있는 장식장이 수십 년전 온 나라에서 유행했던 바로 그 디자인이다.
저 장농을 열면 속에는 어떤 디자인이 나올 지도 감이 온다.

액자 안의 사지은 아마도 만희 돌사진과 만희 엄마 아빠가 아닐까 싶다.

할머니의 오래된 미싱도 눈길이 간다. 심지어 가위는 증조 할머니 때부터 쓰던 거라고 한다. 이얏, 골동품이다!

할아버지 책상엔 작은 주판알도 있다. 부엌과 연결된 작은 창이 보인다. 그 위의 다락방문도 정겹다. 구들장도 아주 따뜻할 것 같은 집의 모습이다.

식탁 위에는 촌스런 꽃분홍 식탁보가 음식들을 덮고 있는 그런 집. 그래도 주방은 꽤 현대적이다. 창문의 격자 무늬는 좋게 말하면 고풍스럽고, 나쁘게 말하면 무지 촌스럽기 짝이 없지만, 그 안에도 모두 '세월'이 녹아 있다.

공간을 넓게 사용하는 이 집에는 '광'도 있다. 아, 진짜 오랜만에 말해보는 단어다. 과일이나 쌀, 게다가 꿀단지도 숨어 있을 그 광이라니, 조금은 서늘하고, 아이들 입장에서는 약간 무서울 수도 있는 그 공간. 백열등 전등이 켜진 그 안에도 무수한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장독대를 보니 또 무지 반갑다. 중학교 때까진 집에 장독대가 있었다. 그 말은 마당 있는 집에 살았다는 얘기구나.

요새는 마당 있는 집도 드물고 장독대는 더 드물다. 내 친구 하나는 장독을 땅에 파묻고 김치를 먹었다던데, 그 집은 100평이 넘는 집이다..;;;; 아파트가 대세인 요즘 같은 때에는 아이들이 장독대를 밟아보기보다 책으로 접하기가 더 쉬울 듯하다.

게다가 김치 냉장고가 보편화되었고, 날이 너무 오래 더워서 땅에 김치 묻고 먹기는 더 힘들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중학교 때까지는 울 집에서 된장 고추장 다 해먹었구나. 까마득한 옛날이다.

만희네집은 심지어 뒤꼍에 커다란 가마솥도 있는데, 이건 시골집에도 흔치 않을 물건으로 보인다. 이 정도 가마솥을 이용해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주부의 고통이 장난 아니었을 듯. 솥뚜껑을 보니 지짐이가 생각나지만 주부들은 별로 안 좋아할 도구다.

그런데 수돗가의 주황색 커다란 바가지는 반갑다. 게다가 빨래를 두드릴 수 있는 돌판까지! 마당있는 집 살 때 우리 집에도 있었는데, 그래도 그때도 빨래 방망이는 없었다. 방망이 깎는 노인이란 교과서에 실린 수필이 생각나는구나!

마당 가득한 꽃, 그리고 풀어서 키우는 정겨운 개. 아이들이 자라기엔 최적의 조건의 집으로 보인다. 물론 이 아이들은 영어 학원에 목숨거는 그런 과정을 밟지 않을 것이다. 책 속이어서 가능한 얘기는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

목욕탕도 제법 넓어서 아빠와 물놀이도 가능하다. 집에서 목욕하기엔 조금 추울 수 있는 그런 집 구조지만, 이런 집에서 살 수 있다면 진짜 좋을 것 같다. 양철 세숫대야랑 한 구석에 있는 오강도 재밌다.



제일 맘에 든 게 2층 옥탕방이랑 호단이다. 할아버지가 직접 가꾸시는데 화단의 경계를 세운 익숙한 벽돌도 정겹다. 대단한 것으로 꾸민 게 아니라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그런 자재를 적극 활용한 것이다. 요즘처럼 먹거리 걱정이 기승일 때에 이거야말로 찬란한 유기농 밥상의 보장이 아닌가.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자연을 접하고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라니, 이건 그야말로 '전원주택'이다.



어릴 적 우리집 옥상에 이불이 널려 있으면 나도 그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며 술래잡기하는 것을 좋아했더랬다.

이불에서 느껴지는 햇살의 냄새는 따뜻하고 고소했다. 이런 빨랫줄을 다시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이불의 문양들이 하나같이 촌스럽기 그지없지만, 게다가 두툼한 것이 몹시 무거울 게 분명하지만, 그래도 참 향수를 자극한다. 디자인에서 촉각마저 느끼게 해주는 권윤덕 작가 샘의 놀라운 내공!



만희네가 왜 할머니 댁으로 내려가서 살게 되었는지 모른다. 사정은 나와있지 않지만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꼈거나 경제적인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지도 모른다. 2층 옥탑방에 만들어진 아빠 방은 그야말로 서재다! 아, 로망이 담긴 서재! 넓은 창으로 2층 옥상에 만든 화단도 보이고 빨랫줄에 올라탄 잠자리도 보일 것이다. 나도 그림 없는 책 재밌게 봐줄 수 있는데 이런 서재 갖고 싶다. 쓰읍!

저 오래된 디자인의 벽시계도 그 옛날 우리 집에 걸려 있었던 모양이다. 원래 옥탑방은 무지 더운 게 정석인데, 그래도 이런 공간이 있다면 얼싸 춤추며 들어가 살고 싶다.

여름 풍경 답게 거실엔 대나무 돗자리에 대나무 방석, 그리고 대나무 부채가 꽂혀 있고, 한구석엔 모기향이 도도히 재가 되어 타고 있다. (그래도 만희 방엔 전자 모기향이 타고 있다^^) 묵직한 바둑판과 바둑알을 보니 한 수 배우고 싶구나. 장기는 나도 잘 두는데...





 

 

 

 

 

만희네집 풍경을 양쪽으로 담았다. 진짜 넓구나! 낮잠 주무시는 할머니, 그림 그리는 누군가(?)가 보이고, 바깥에서 아빠랑 배드민턴 치는 만희도 보인다.

오른쪽 그림에선 옥상에서 화단에 물주는 할아버지 모습이 보인다. 아, 만희네 집에 놀러가고 싶다. 아니, 가서 눌러 살고 싶구나!

그나마 이런 집에 대한 추억 한자락쯤은 갖고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점점 더 아이들은 흙냄새 맡으며 살지를 못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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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헨 2008-10-25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십여년전에 살았던 집이 그립습니다...
그때이후로 계속 아파트에요.
우리 호중이도 늘 아파트생활이죠. 흠...
그래도 대가족(?)이라 다행이에요.^^

마노아 2008-10-26 01:08   좋아요 0 | URL
요새는 돈 있는 사람이나 저렇게 마당있는 집에서 살잖아요.
예전엔 돈 있는 사람이 저 집 팔고 아파트로 갔는데 말이죠.
대가족! 마당있는 집 만큼이나 귀한 이름이 되었으니 축복이에요^^

순오기 2008-10-26 0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확실한 그림책이죠~ ^^

마노아 2008-10-26 13:47   좋아요 0 | URL
맞아요. 진짜 그림책! ^^

노이에자이트 2008-10-26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골 장독대에는 가끔 두꺼비가 와서 사람들을 쳐다볼 때도 있었어요.그런데 장독대 옆엔 맨드라미가 많이 있었는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마노아 2008-10-26 16:27   좋아요 0 | URL
콩쥐의 깨진 독에 두꺼비가 와준 게 우연이 아니군요! 아앗, 두꺼비는 본 적이 없지만, 펄쩍 뛰는 걸 보면 놀라 뒤로 엉덩방아 찧을 것 같아요. 어릴 때 집 담장에 맨드라미가 많았는데 너무 키가 크고 줄기가 별로 안 이뻤어요. 털복숭이!

노이에자이트 2008-10-26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두꺼비도 귀여웠지만 맹꽁이가 정말 귀여웠어요.잡아서 뒤집어 놓으면 뒤뚱거리면서 다시 원위치...진짜 맹꽁맹꽁 하고 울었어요.근데 두꺼비와 맹꽁이 구별할 수 있나요?

마노아 2008-10-26 17:44   좋아요 0 | URL
호곡, 둘 다 본적이 없어요. 지금 검색해 보니까 맹꽁이가 좀 더 작네요. 두꺼비도 생각보다 안 크군요. 6cm정도라네요. 콩쥐 밑빠진 독 생각하면서 좀 더 클 줄 알았거든요.
분포 지역에 두꺼비는 우리나라 중국 몽골 등인데, 맹꽁이는 우리나라 남부 지방에 사네요. 요 사실이 신기하군요!

노이에자이트 2008-10-26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맹꽁이는 색이 노르스름하고 더 납작하게 생겼죠.두꺼비는 더 검은 빛이에요.6센티보단 더 커요.손바닥에 꽉 차는데요.

마노아 2008-10-26 22:37   좋아요 0 | URL
호곡, 두꺼비 6에 맹꽁이 4.5로 나오더만, 종류가 많아서 그런걸까요?
암튼 저도 생각보다 너무 작다 싶었어요.
색깔도 다르군요. 왜 맹꽁이 같다!란 말이 욕이 되었을까요. 맹꽁이가 좀 둔한가봐요.

노이에자이트 2008-10-28 16:15   좋아요 0 | URL
맹꽁이를 눕혀 놓으면 원래 자세로 돌아가려고 뒤뚱거리는 게 좀 둔해보여서 그런 말이 생겼을 거에요.되게 귀여워요.그리고 진짜 맹꽁맹꽁하고 울어요.

마노아 2008-10-28 16:32   좋아요 0 | URL
아핫, 뒤뚱거리는 모습! 근데 울때 맹꽁맹꽁하고 울지는 몰랐어요. 개구리가 개굴개굴 하는 것과 같은 이유인가봐요. 맹꽁~하고 소리를 생각해 보니 진짜 재밌네요^^

bookJourney 2008-10-28 0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어렸을 때(?)는 저런 집을 보는 게 어렵지 않았는데 말이지요, 이제는 그림책에서 봐야 하네요. --;
저런 집을 예쁘게 가꾸며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손길이 끊임없이 가야 하겠지만요. ^^;
옥탑의 서재 .... 제게도 로망입니다. ^^

마노아 2008-10-28 09:45   좋아요 0 | URL
기억이 유물이 되어가는 것을 바라보는 건 유쾌하지 않은 일이에요.
옥탑의 서재, 알라디너들은 모두 탐날 것 같아요. 이미 서재를 가진 분들은 다르겠지만요^^
 
아기 지렁이 꼬물이의 일기 앗! 신기한 벌레 친구들 1
도린 크로닌 지음, 해리 블리스 그림 / 한언출판사 / 2005년 12월
구판절판


표지를 열었을 때 나오는 첫장을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지렁이 꼬물이의 성적표의 학과 가목이 재밌따. 굴 파기. 지저분하게 굴기. 거름만들기, 꿈틀거리면서 가기. 우리한테 익숙한 체육, 미술, 역사도 있다. 이때의 역사란 지구와 흙, 그리고 지구의 역사일 테지?

낚시철이 되자 지렁이 가족들은 잔뜩 긴장한다.
삽질 소리에 귀가 예민해진 아버지와 달리 귀가 어두운 할아버지는 쿨쿨 주무시기만 하다.
오른쪽 그림은 쿵쾅거리며 뛰는 아이들이 지렁이들에게 얼마나 공포를 안겨주는지를 묘사해주었다.
아래서 올려다보니 뛰어노는 아이들이 무섭긴 하다. 놀지 말랄 수도 없지만!

점심 도시락을 깜박한 꿈틀이!
그 바람에 숙제를 먹어치웠다.
벌로 '다시는 숙제를 먹지 않겠습니다'라고 열 번을 썼는데, 그마저도 그만 먹어버렸다. 못말리는 꿈틀이!

미술시간에 마카로니 국수로 목걸이를 만들었다.
지렁이의 굵기가 눈으로 확 와닿는 순간이다.
그나저나, 이러면 안 되지만, 마카로니를 걸친 지렁이를 상상해보니 많이 징그럽다ㅠ.ㅠ

공주병 누나는 늘 노란 리본을 하고 다닌다.
거울(물 웅덩이)에 비친 모습을 감상하고 있을 때 꿈틀이가 한 마디 했다.
"누나 얼굴은 꼬리하고 똑같이 생겼어!"
오옷, 정답이다! 근데 왜 엄마는 웃지 않으시고 뭐라뭐라 하셨을까?
누나가 상처 받았나보다!

지렁이로 태어나서 안 좋은 점도 있지만 좋은 점도 있다.
이가 없어서 치과에 가지 않아도 되고, 집안에 진흙 자국을 내고 다녀도 되고, 목욕을 안 해도 된다.
엄마의 표현이 재밌다.
"지저분하고 귀여운 우리 아가!"

사람들은 땅 속에서 지렁이들이 살면서 우리를 얼마나 이롭게 해주는지 늘 까먹곤 하지만,
중요한 건 지구는 그 사실을 까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구가 잊지 않은 존재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얼마 전 '지구를 구한 꿈틀이사우르스'를 읽어서인가 더 공감이 간다.
그 책만큼의 감동은 부족하지만.

책 맨 뒷장의 오목조목 그림인데 역시나 보는 재미가 있다.
근사하게 생긴 잎사귀는 돈이었는데 지렁이 입장에선 그냥 그림이 예쁜 종잇조각일 뿐.
야구공은 '바위'로 보인다.

책 속 부록으로 스티커가 들어 있다.
그림을 보고 적절한 인삿말을 붙이면 된다.
조카가 아직 보기 전인데 내가 먼저 붙이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참는다.
애나 어른이나 스티커를 보면 환장을 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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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10-26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렁이 되게 귀엽게 그렸다...

마노아 2008-10-26 16:26   좋아요 0 | URL
실제 지렁이도 저렇게 생겼다면 제가 마카로니 쓴 지렁이에 기겁하지 않았을 거야요..;;;;

노이에자이트 2008-10-26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렁이나 뱀 종류도 그런가보다...해요.그런데 드랭이는 좀 요상하더라구요.그렇다고 기겁할 정도는 아니구요.미끌미끌...

마노아 2008-10-26 20:17   좋아요 0 | URL
드랭이가 뭔가 했어요. 지렁이의 오타인가 했는데 드렁허리의 방언이군요. 드렁허리도 사실 첨 들어봤어요. 꽤 크더라구요. 40cm정도? (백과사전 검색했어요..;;;)

노이에자이트 2008-10-26 22:25   좋아요 0 | URL
가끔 시골 장에 나와요.보신음식이라고 해서 팔리나 봐요.

마노아 2008-10-26 22:37   좋아요 0 | URL
하긴, 못 먹는 게 뭐가 있을까 싶어요. 보신용으로 충분히 쓰이고 남을 겁니다.

메르헨 2008-10-27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아악....지렁이 그닥 징그럽다 생각 못했는데 눈...달려 있는거 보니 참으로...으흐....

마노아 2008-10-27 12:25   좋아요 0 | URL
이게 또 상상하면서 그림을 보면 더더욱 손발이 오그라드는 경험을 하게 되지요^^;;
 
용돈 주세요 지원이와 병관이 2
고대영 지음, 김영진 그림 / 길벗어린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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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시식 코너에서 양손 가득 과일을 쥐고서 달려가는 개구쟁이 병관이.
김영진 작가의 그림에서 음식들은 항상 '눈'이 꼭 나온다.
생선 코너에서도 물고기들이 마치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사람들을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누나는 3학년 때부터 용돈을 받아서 썼는데, 병관이는 벌써부터 용돈이 받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린다.
심부름 하고서 용돈 받을 생각에, 청소기도 돌리고, 엄마가 빨래 너는 것도 도왔다.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의 모습이랄까.
아파트. 에어컨, DVD(빌리 엘리어트다!), 마트에서 장보기 등등.
쇼파 끄트머리에 얼굴 삐죽 내민 펭귄 녀석은 뭘까???

엄마 설거지까지 돕겠다고 나선 병관이.
물이 뚝뚝 흐르는 것이 아니 돕는 것만 못해 보이지만 엄마는 아들을 기특해 하신다.
지원이 발밑에도 펭귄이 보인다. 작가가 만들어놓은 귀여운 장치인가 보다.
생선굽는 프라이팬에도 활짝 웃는 얼굴이 있다. 센스쟁이 작가님!

청소하고 빨래 널고 설저기 했으니 용돈 3천원 달라고 당당히 요구하는 병관이.
엄마의 반격이 만만치 않다. "넌 엄마한테 밥값 줄거니?"
할 말 없어지는 병관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어릴 적에 이런 비슷한 경험이 있었던 것 같다.
부모님이 베풀어준 것에 대해서는 보답하지 않으면서 내가 가끔 행했던 어떤 도움에 대해선 칭찬이든 물질적 보상이든 꼭 따라오길 바라는 어린 마음.
지금도 산더미 같은 설거지를 하고 나면 수고했다는 말이 꼭 듣고 싶어지긴 한다. ^^

작가는 '꿈'을 항상 소재로 사용하곤 하는데, 병관이와 지원이의 꿈은 늘 다채롭고 환상적인 분위기로 나타난다.
자신이 먹었던 온갖 것들이 가격표 달고서 덤비는데 기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와중에도 꼬꼬닭들의 눈동자와 표정이 재밌다.
피자헛이 피자훗이 되었다. 훗!

기어이 용돈을 타고서 기분 급 상승하는 병관이.
이 그림의 재미는 퇴계 선생의 표정이다. 저 표정은 할머니 배우 '김영옥'씨를 너무 닮았지 않은가!
엄마의 손톱 결까지 묘사해냈다.
돈에서는 반짝반짝 빛이 난다.
어릴 땐 정기적으로 용돈 타서 쓰는 게 그토록 로망일 수가 없었는데, 지속적인 용돈은 받아본 적이 없다. 그래도 필요할 때마다 타 쓰는 게 더 요긴했던 건 사실이다. ^^

개인적으로는 노래하는 볼돼지가 가장 재밌었는데, 언니는 이 책 '용돈 주세요'가 가장 재밌었다 하고, 조카는 '손톱 깨물기'를 가장 좋아하고, 제일 잘 팔린 책은 '지하철을 타고서'란다. 역시 사람들의 느낌은 모두 다르다. 바람직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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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헨 2008-10-25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체가 참 맘에 드네요. 저희집에 요런 그림책이 없어서요...^^
아이들 경제에 관한 책이 요즘 참 많죠?
우리때도 있었으면 좋았을것을...아쉬워합니다.^^
ㅋ네, 김영옥씨 닮았어요.ㅋㅋ

마노아 2008-10-26 01:07   좋아요 0 | URL
학교 도서관에서 우연히 '노래하는 볼돼지'란 책을 보았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그래서 그 후로 같은 작가 책을 좀 더 찾아보았더랬죠.
경제에 관한 교육을 어려서부터 시키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천원 지폐에 등장한 김영옥씨^^ㅎㅎㅎ
 

윤도현이 앨범 작업차 한달간 잠수를 탄 사이, 그가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이승환이 대신 맡아서 진행한지 어언 3주차.

울 보스 납셔주셨는데 사연 하나 보내어 게시판을 훈훈하게 해야하지 않을까 싶은 사명감에 사연을 하나 올렸더랬다.

금요일 코너였는데, 늘 그렇듯이 나는 닥본청을 못 했고, 집에 돌아와서 다시 듣기로 확인을 했는데,

내 사연을 울 보스가 직접! 읽어준 게 아닌가.

으하하핫, 가문의 영광이다^0^ 사연 당첨으로 치킨 상품권 준다 함. 호호홋!

근데 내가 쓴 거랑 아주 약간 차이가 있었다. 방송용으로 편집이 좀 됐나 보다.

내가 쓴 사연은 '무심대마왕'이었는데, 무심한 내가 세삼할 때도 있다고 예를 적어 보냈는데 그건 몽땅 잘렸다ㅠ.ㅠ

아무래도 '웃음'을 위해서인 듯.

생방송으로 들었으면 더 기뻐 날 뛰었겠지만, 아무튼 방송탄 내 이름과 사연, 경사났네~



지금은 없어진 종로의 그 대형 음반가게에서 주워(?)온 게 아닐까 생각된다. 무려 십여 년 전 팜플렛이라 정확히는 기억이 아니 나지만. 저 사진은 '무적전설' 공연으로 내가 처음 간 보스 공연 직전 공연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못 보고 사진과 영상으로 접한 그 공연.

며칠 전 책정리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사진을 다시 사진 찍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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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헨 2008-10-25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송용 편집은 과감하더라구요.^^내용이 전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합니다.^^근데 이 야심한 밤에 깨어 있으시군요~

마노아 2008-10-25 01:37   좋아요 0 | URL
편집용 칼은 정말 무시무시해요. 그래도 통편집이 아니니 다행이지요^^
아, 아직 너무 정신 말짱해요.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통 잠이 안 오네요.
메르헨님도 부엉이가 되셨군요^^

웽스북스 2008-10-25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축하드려요, 저도 중학교 때까지는 라디오학생이었는데. ㅎㅎ 집에 경품 쌓여가는. ㅋㅋㅋ

마노아 2008-10-25 02:22   좋아요 0 | URL
일주일만이라도 라디오에 올인하면 경품이 좀 쌓일까요? 이거 재밌네요^^ㅎㅎ

무스탕 2008-10-25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중학생때 라디오에 엽서가 소개된적이 있어요.
회사다니던 초기에는 전화 연결되서 잠깐 이야기 나눈적도 있었는데 선물은 안주더군요 -_-;
동료직원 결혼 선물로 큰 거 하나 잡을 욕심으로 사연 보낸걸 마지막으로 라디오랑 결별했어요..
(결국 선물도 못 잡았구요. ㅎㅎ)

마노아 2008-10-25 13:40   좋아요 0 | URL
우와, 전화연결까지요! 그건 너무 떨릴 것 같아요(>_<)
근데 그 당시엔 선물을 안 줬군요. 나빠라...;;;;
저는 치킨상품권 준다고 했는데 도서상품권이었음 얼마나 좋았을까요^^ㅎㅎㅎ

노이에자이트 2008-10-25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겠다...전 몇 달 째 라디오 못듣고 있어요.고장나서...

마노아 2008-10-25 18:26   좋아요 0 | URL
인터넷으로 들으셔요. 보는 라디오도 있어요^^;;;

노이에자이트 2008-10-26 15:48   좋아요 0 | URL
저는요.누워서 듣는 걸 좋아해요.그래서 텔레비전을 잘 안 봐요.누워서 보면 고개가 아프잖아요.인터넷으로 듣는 라디오는 컴퓨터 켜고 앉고 하는 거 귀찮아해서...라디오에서 티파니나 태연 이야기하는 목소리 좋은데...

마노아 2008-10-26 16:25   좋아요 0 | URL
확실히 라디오는 좀 더 고전적인 느낌의 정취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저처럼 인터넷으로 듣는 라디오는 좀 맛이 떨어지죠.
저는 보통 내가 좋아하는 이승환이 출연한 라디오를 녹음본 다운받아서 이동할 때, 설거지할 때, 빨래 널거나 겔 때 같은 자투리 시간에 들어요.
누워서 들으면 잠들더라구요..;;;;

순오기 2008-10-26 0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연이 궁금해요~ 직접 들었으면 환상이었을텐데 아쉽당! 그래도 축하해요~ ^^
민주 낳고서까지는 들었는데~ 민주 돌 전에 '여성시대'백일장 나갔던 거로 라디오완 작별.ㅜㅜ
나도 한때는 보내는 족족 전파탔는데~ 아~ 엣날이여!ㅎㅎㅎ

마노아 2008-10-26 13:47   좋아요 0 | URL
전에 한 번 페이퍼로 올린, 무심 대마왕이 사연이었어요. 어느 날 뚝딱 산이 깎이고 아파트가 들어서고, 집 근처에 있는 가게를 십 년 동안 봐도 모르고, 집안에 있던 장농이 세트라는 걸 모르고, 그런 얘기요. 라디오 주제가 '별별킹'이었거든요. 그래서 무심킹!으로 보냈어요^^;;;
내용을 생각하면 많이 부끄럽지요.;;;
라디오도 참으로 추억의 명물이어어서 털어보면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을 거예요.
 

어젠가 앤서니 브라운 새 책이 나왔다고 기뻐했는데,

오늘 보니 존 버닝햄의 새 책도 나왔다.

표지를 보니 여우 이야기인가 보다.

언제나 짐작 그 이상을 뛰어넘는 이야기를 해주는 존 버닝햄의 신작을 슬슬 구경해야 할 듯!

 

 

에릭 로만의 신간이다.

이상한 자연사 박물관은 굉장히 인상 깊었는데, 내 친구 깡총이는 평이했다.

가만 보면 나는 '글 없는 그림책'을 더 선호하는 듯.

이 책은 어떤 분위기일지 자못 궁금하다.

 

노벨 문학상 수상작이 발표되면, 해당 작가의 책이 봇물 터지듯 쏟아진다.

작년에도 도리스 레싱 작품이 그랬던 듯.

이 책은 예약판매 중이다.
일단 표지부터 만들어 놓고 재출간 준비를 마치는 것일까? 번역자도 같더만.(출판사는 바꼈다)
그렇다 하더라도 궁금한 건 마찬가지지만.

표지는 꽤 맘에 든다.

문학동네가 자본이 많은 회사인지는 모르겠는데, 유명작이 참 많이 나오는듯 싶다. 별로 실망시킨 예가 없는 듯...

지난 여름 매그넘 한국전을 못 간 게 참 안타까웠는데, 이 책으로 위로를 삼아야겠다.

저자는 한국인인데 아무래도 매그넘에서 갖고 있는 사진으로 에세이를 엮은 듯하다.

'정당한 분노'라는 제목이 인상적이다.

우리가 정당하게 표출해야 할 분노 앞에 때로 우린 얼마나 침묵을 묵묵히 지키던지...

표지의 체 게바라 사진은 각도가 좀 별로다. 지적이라기보다 오만해 보이는 인상이다.^^;;

그래도 뚜껑은 열어봐야 제 맛.

윙크를 통해서 '하이힐을 신은 소녀 6권'이 곧 나올 줄 알고 있었는데 예상보다 한 템포 늦었다.

이번 연재는 미리 써둔 내용이 많았기 때문인지 단행본이 매우 빠르게 나오고 있다.

그나저나 란제리 1권은 왜 소식이 없는 걸까???

                                       

꼭두각시 오데트가 6권으로 완결됐다.

사실 난 1권 밖에 보지 못했는데 짧게 완결되었다고 하니 뒷내용이 궁금해졌다.

오데트를 떠올리면 늘 작게작게님이 떠오른다. 음... 소식 궁금하다.

 

 

 

 

란제리 1권은 왜 아니 나오냐고 하고서 하루 뒤에 이 책이 나왔다^^;;;

관심 목록 페이퍼에 매일매일 조금씩 추가를 해서 날짜는 조금 차이가 나겠지만 이 페이퍼는 모두 수일을 두고서 작성한 거다.

서윤영 작가는 윙크를 다시 보게 되면서 알게 된 작가다. 고전물인데 속옷 가게를 소재로 한 내용이 신선했다.

아직 몇 편 보지도 않았는데 너무 재밌어서 단행본이 나오면 꼭 사보려고 했었다. 이미지라도 어여 떠라!

 

춘앵전 3권. 부지런히 다음 권이 나온다.

1권 보고서 2권을 못 봤다. 현재 윙크에서 연재 중이고, 그 윙크를 사서 보고 있으니까

아마도 2,3 권을 같이 보고 나면 진도를 따라잡을 듯하다. 실존 인물이 등장하면 미화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조심스럽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다. 그래도 보기는 봐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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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10-25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노아님이 리뷰 올리고 나면 결정할래요. ㅎㅎ

무스탕 2008-10-25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노아님이 리뷰 올리고 나면 결정할래요. ㅎㅎ 2

마노아 2008-10-25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두 분!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ㅎㅎㅎ

메르헨 2008-10-25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전 마노아님이 리뷰 올리고 나면 결정할래요. ㅎㅎ 3
->이런거 따라하는거 왜 일케 잼있죠?
네..문학동네가 유명작을 참 잘 골라네요.
표지만 봐도...책들을 들여오고 싶은 충동이 생기네요.^^

마노아 2008-10-25 01:31   좋아요 0 | URL
남의 서재였으면 저도 따라 했을 거예요^^ㅎㅎㅎ
표지 디자인도 책 구매에 꽤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여러모로 종합 예술이네요^^

하늘바람 2008-10-26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따라하고프지만 전 한권은 봤네요^^ 클라라의 환상 여행은 조만간 제가 포토리뷰를 올려볼게요

마노아 2008-10-26 13:47   좋아요 0 | URL
조카가 자기는 존 버닝햄을 좋아한다고 은근히 압력을 넣고 있습니다.
클라의 환상 여행 기대되어요. 포토리뷰 원츄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