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개정판은 다 나온 셈인가?

새로 그린 표지의 그림은 근래의 그림체를 닮아서인지, 나는 예전 표지의 느낌들이 더 좋다.

그런데 너무 오랫동연 연재가 중단되었다가 다시 나와서일까?

이 책들의 리뷰를 통 접하지 못한 것 같은데 말이지...

 

자극적인 광고 문구 탓에 클릭을 해 보았는데 설정이 이채롭다.

백혈병에 걸린 언니의 치료를 위해서 태어나게 된 동생이, 내 몸을 지키겠다고 항변하며 부모님을 고소한 사건.

영화 [노트북]의 닉 카사베츠 감독, 카메론 디아즈 주연으로 영화화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노트북을 보지 못해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아직 없고, 일단 원작이 더 궁금하다. 550페이지에 달하는 페이지는 심히 부담스럽지만.

그나저나 그림자만 보아서인지 표지의 그림은 좀 섬찟하다.

띠지를 벗기면 좀 달라지려나? 요새는 띠지가 너무 과포장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좀 아낄 수 없나?

1권 나오고 2권 나오는데 무려 14개월이 걸렸다. 작가님 요양 다녀오신 건지???

며칠 전 신촌에서 만화책 정리하는 곳을 보았는데 방울 공주 1편이 있었다.
사오고 싶긴 했는데 아무래도 때탄 게 아쉬워서 두고 왔다.
2편을 보니 또 살짝 아쉽긴 하지만, 중고샵의 힘을 믿어보리!

박은아 작가의 그림은 환상적인 아름다움...과는 좀 거리가 있는데 묘하게 매력이 있다.
그러니까 황금비율이 아닌 부조화 속의 조화랄까.

무엇보다 이 작품은 스토리가 더 궁금해서 끌린다. 최근 토속 신앙, 전설, 신화 등등에서 모티브를 찾은 작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 기쁜 일이다.

 

아악, 낮에 나온 줄 알았으면 같이 주문했을 텐데 한 템포 늦었다.

초반에 엄청 늦게 나오던 걸 생각하면 요새는 규칙적인 출간에 비명이 나올 지경이다.

작가님 마음에 어떤 변화가???

일본에선 화보집도 많이 나왔던데 정식 한국판은 안 나오나 모르겠다.

중고샵에 올라온 책을 보았는데 나중에 한국판 나오면 읽을 수 없는 일본말에 얼마나 좌절할까.

그래서 꾹꾹 참고 있지만 언제 나올지 알 수 없음이다. ㅠ.ㅠ

흑집사 1권이 나온지 얼마 안 되었는데 2권이 나왔다.

그리고 나는 1권을 어제 중고샵에서 건졌다.

아직 보진 못했다.

2권 구하면 연이어 보게 되지 않을까?

일단은 당장은 너무 바쁘다.ㅜ.ㅜ

2권에는 일러스트 엽서 한정판 있단 소리를 들은 것 같기도 한데,

미치도록 갖고 싶은 그림체는 아직, 아니다.

나비는 3권까지만 갖고 있고, 4권은 아직인데 5권이 나왔다.

외전을 먼저 읽고 반해서 본편을 샀는데 사는 동안 한 권도 못 읽었다.

대체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건지ㅠ.ㅠ

겨울 방학 때는 과연 밀린 책 좀 읽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분발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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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화를 꿈꿔요 지식 다다익선 11
유니세프 지음, 김영무 옮김 / 비룡소 / 199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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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싸움을 멈추세요
어린이 얼굴에 웃음이 살아나게
비행기와 폭탄을 멈추게 하세요
어린이 얼굴에 웃음이 살아나게

군대 자동차들을 모두 멈추게 하세요
어린이 얼굴에 웃음이 살아나게
죽이고 부수는 모든 것을 멈추게 하세요
어린이 얼굴에 행복한 웃음이 살아나게

-이바나/11살, 체핀 지역-25쪽

내 세발자전거는 새 거예요. 빨갛고 노롼색에 종도 달려 있는데,
사람들이 내 세발자전거도 부수어 버렸을까요?

-네딤/5살, 난민-35쪽

여기는 전쟁중이에요. 그렇지만 우리는 평화를 기다려요.
아무도 우리들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 없는 세상 한 구석에
우리는 있어요. 그래도 우리는 두렵지 않아요.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 아빠들의 벌이는 시원치 않아요. 한 달에 겨우 밀가루
5킬로그램을 살 돈밖에 못 벌어요. 우리에겐 물도 없어요.
전기도 없어요. 난방도 안 돼요. 우리는 이런 건 참고
견딜 수 있어요. 그렇지만 증오와 악은 참을 수가 없어요.

선생님께서 안네 프랑크 이야기를 해 주셨어요.
안네의 일기를 우리 모두가 읽어봤어요. 오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전쟁으로, 미워하고 죽이면서, 우리는 목숨을
건지기 위해 숨어야 하는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어요.

우리는 이제 열두 살밖에 안 되었어요. 우리 힘으로는
정치와 전쟁을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우리는 살고 싶어요!
그리고 우리는 이 미친 짓을 멈추게 하고 싶어요.
오십 년 전의 안네 프랑크처럼 우리는 평화를 기다리고 있어요.
안네는 평화를 보지 못하고 죽었어요.
우리는 평화를 볼 수 있을까요?

-제니카 지역 5학년 학생들-64쪽

나의 소원 목록

청바지-리바이스 501
운동화-리복 상표
웃옷-대학생 자켓
구두-카우보이 가죽 장화

-조조/12살, 부코바르 지역-69쪽

내가 만약 대통령이라면,
탱크들은 어린이들의 놀이집이 될 거예요.
캔디 상자들이 하늘에서 떨어질 거예요.
박격포에선 풍선이 발사될 거예요.
총 구멍에서는 꽃들이 피어날 거예요.

전세계의 어린이들이
공습 경보나 총 소리에 놀라지 않고
평화롭게 잠을 잘 수 있을 거예요.

피난민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우리는 새로 시작할 거예요.

-로베르토/10살, 풀라 지역-72쪽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에게

나는 너희들이 사라예보에 사는 우리들의 고통을 알았으면 좋겠어.
나는 아직 어리지만, 많은 어른들도 결코 알지 못할 일들을 겪었다고 생각해.
너희들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하지만 나는 너희들도 알았으면 좋겠어.
나는 세르비아 사람들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에 살고 있었는데, 엄마와 내가 명단에 올라
숙청대상이 되었어.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너희들은 이런 일을 이해 못 할 거야.
그런 일을 직접 겪기 전까지는 나도 그랬으니까 말야.

너희들이 과일과 달콤한 초콜릿과 사탕을 먹고 있는 동안에
여기에서 우리들은 굶어 죽지 않으려고 풀뿌리를 뜯고 있단다.
너희에게 다음에 맛있는 음식이 생기면 속으로 이렇게 말해 봐.
"이것은 사라예보의 어린아이들을 위한 것이다!"라고 말야.

-74쪽

너희들이 극장에 앉아 있을 때, 또는 멋진 음악을 듣고 있을 때
우리들은 지하실로 급히 달려가고, 또 대포알들이 날아오는 무서운 소리를 듣는단다.
너희들이 웃으며 재미있게 놀고 있을 때 우리는 울부짖으면서 이 무서운 공포가 빨리
사라지기를 빌고 있어. 너희들이 전기와 수도 그리고 목욕을 즐기고 있을 때 우리는
하느님께서 물 한 모금이나마 마실 수 있도록 비라도 내려 달라고 기도를 한단다.

아무리 영화를 잘 만들어도, 우리 민족이 지금 겪고 있는 고통과 두려움과 공포를
그대로 그려낼 수는 없을 거야. 사라예보는 지금 피바다야.
곳곳에 무덤이 생겨나고 있어. 보스니아 어린이들의 이름으로 내가 너희들에게 간청한다.
제발 이런 일이 너희들에게, 또는 어떤 다른 사람들에게도 일어나게 내버려 두지 말라고.

-에디나/12살, 사라예보 지역-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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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8-11-25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총 구멍에서 꽃들이 피어날거라는 로베르토의 글 때문에 마노아님의 이 포스팅을 읽으면서 잠깐 울컥 했어요.

마노아 2008-11-25 14:05   좋아요 0 | URL
저두 밤중에 읽으면서 막 울컥했어요. 어찌나 맘이 아프던지요.
 

전화로 들은 바로는 내 앞으로 왔다는데, 왜 쌀이 왔는지는 모르겠다.

집에 와서 보니 내 이름도 없고 보낸 사람 이름도 없다.

나한테 온 것 맞아? 하니까 식구들은 택배기사님이 외칠 때 내 이름으로 들었다고 한다.

20kg쌀 한 부대.

오호... 정말 나한테 온 건가?

그렇다면 대체 누가 보낸 거지?

내가 나 모르는 새 쌀 주는 응모해서 당첨되었나????

거 참 알 수 없는 노릇일세.

쌀은 모르겠지만 알라딘에서 알사탕 응모해서 도로시 지갑은 받았다.

나름,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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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8-11-24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누가 쌀을 보내주셨을까요???
아~~ 저도 궁금해요.^^

마노아 2008-11-24 19:20   좋아요 0 | URL
사실 우리집 딸 셋이 모두 주자 돌림이라서 이름이 비슷하게 들릴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한테 온 건지도 확실치 않고, 따로 받을만한 사람도 없는데 어리둥절이에요^^;;

행복희망꿈 2008-11-24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내는분이 없을수도 있나요? 저도 누가 보내셨는지 궁금하네요.
알사탕 응모해서 당첨도 되시고 정말 좋겠네요.

마노아 2008-11-24 19:21   좋아요 0 | URL
그치요? 송장이 없어요. 마치 마트에서 바로 주문해서 배달 온 것처럼요.
근데 택배요~ 하고 왔다고 하니 그건 아니고, 이젠 우리 집에 온 건 확실한지도 자신이 없어요.
무수한 알사탕 응모 끝에 드디어 심봤어요. 도착하면 사진찍어 올릴게요^^

무스탕 2008-11-25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마노아님도 모르게 쌀 주는 이벤트에 당첨되셨을거에요 ^^
그냥 맛나게 드시고 입 닦아 버리세요. ㅎㅎ

마노아 2008-11-25 10:49   좋아요 0 | URL
으하하핫, 부담 없이 일단 먹고 보자지요? 크크, 저도 그러고 싶은데 이 궁금증을 어쩌죠? ^^;;

노이에자이트 2008-11-25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쌀을 보낸 우렁총각? 아니면 우렁 아저씨?

마노아 2008-11-25 12:29   좋아요 0 | URL
아가씨인지 총각인지, 하여간 누구인지 궁금해요.

다락방 2008-11-25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렁총각이었으면 좋겠다. 므흣.
:D

마노아 2008-11-25 14:04   좋아요 0 | URL
아아, 맞아요. 아저씨보다 총각 원츄에요^^ㅎㅎㅎ
 
나는 평화를 꿈꿔요 지식 다다익선 11
유니세프 지음, 김영무 옮김 / 비룡소 / 199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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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나의 야곱과 만나던 날, 전쟁과 평화에 관한 동화책을 모으고 있다고 했다. 왜 그런 책을 모으냐는 질문에, 바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냥, 이라고만 말을 했다.

정말, 나는 왜 그런 책들을 모았을까.

전쟁은 누구나 끔찍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평화는 누구나 고대하는 것이라는 것을 우린 모두 이성적으로 알고 있다. '이성적으로는'.

그 가치를, 어린아이의 감성으로 이해하고 싶었다. 어린이들에게 이 끔찍한 만행과, 이 소중한 가치를 어떻게 전달하는지, 그러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알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하나 둘 동화책을 사 모았다. 이 책도 그 중의 하나다.

옛 유고슬라비아 어린이들의 눈에 비친 전쟁의 모습을,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과 글로 표현하고 있다.

'지금 여기에는 아무도 없는 것만 같아요'에서 박노해씨가 아이들에게 시도했던 바로 그 그림 치유. 그 작업이 이 책에 놓여 있다.

살아남았기에 이런 그림과 글도 쓸 수 있었겠지만, 그들은 전쟁의 그 상흔을 '기억'으로 올곧이 품고 있어야 했다. 그건 공포이자 절망이었고 동시에 죄의식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상처 입은 아이들의 영혼을 어루만져주는 작업을 유니세프에서 도왔고, 세계 15개국에서 공동 출판으로 뜻을 모았다. 우리나라에선 비룡소가 그 역할을 감당하였다. 책의 수익금은 모두 유니세프 기금으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을 위해 쓰여진다고 했다.

이 책, 출간된 지 십 년이 넘었다.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아직도 고통과 절망에 신음하는 아이들이 곳곳에서 울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이 과거의 한 시점이 아니라 지금도 진행형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너진다.

죄많은 어른들이 일으킨 전쟁으로 더 이상 아파하는 아이들이 없기를 소망하며, 나 역시 평화를 함께 꿈꿔본다.



'전쟁'이라는 제목의 그림이다. 즈보니미르라는 이름의 2살 아이의 그림. 두살짜리 아이의 눈에도 전쟁은 이렇게 끔찍했다.

고작 두해를 살았던 이 아이에게 세상은 전쟁으로 먼저 다가왔다. 이 끔찍함을 어떻게 보상받을까, 어떻게 지울 수 있을까.



'기억'이라는 제목이다. 온통 어둡고 어두운 집들. 폭격과 화재가 난무한 그 잔해가 아이의 기억이다. 아이는 고작 12살이다.

이제 아이에게 주어진 이름은 '난민'이다. 난민의 기억을 안고, 전쟁을 담고 살아야 할 아이의 마음의 빚을 어찌할까.



"아빠, 전쟁에 나가지 말아요"

그림의 제목이다. 14살 라트코의 아빠는 전쟁터에 나가서 총을 들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를 이렇게 만든 적도 무섭지만, 내 아빠가 마찬가지의 사람이 되는 것 역시 공포스러운 일이다. 아빠의 다리를 붙잡는 아이의 절박함이, 그 절망감이 가슴을 친다. 아이의 현재 입장은 '갈 곳 없음'으로 적혀 있다. 이 아이는 지금은 어디에선가 머리 쉴 곳을 갖게 되었을까...



"파괴된 집과 나무들"

부서진 집이 꼭 해골같고, 나무에서 잘려 나간 가지들이 꼭 손발 같다.

열 살 소년에 비친 집과 나무들. 갈 곳 없는 이 아이에게 저 황량함은 얼마나 춥고 배고픈 모습일까.



"엄마와 아기"

엄마의 모습이 꼭 뭉크의 절규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엄마의 표정을 꼭 닮은 아이의 모습도 눈에 밟힌다.



'공포'라는 제목이다. 11살 소년의 눈에 잡힌 공포의 형상. 수많은 사람이 죽고, 도망치는 모습, 아귀처럼 마구 잡아 먹는 전쟁이라는 실체. 그건 관념적인 언어가 아니라 실재였으며, 또한 현실이었다. 그래서 더 비극적인...



"나의 꿈"

아이의 꿈은 고작 이 정도다. 축구를 하고 TV도 볼 수 있는 그런 평화롭고 일상적인 삶.

전쟁만 없다면, 무기만 없다면 아이의 꿈은 너무도 쉬운 것일 텐데, 그 꿈이 너무도 멀기만 하다.

그 누가 무슨 자격으로 아이들의 이 소박한 꿈을 앗아가는 것일까.



다행히도 아이들은 치유 과정에서 많이 호전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순간순간 그 눈망울에 공포의 그림자가 다시 드리울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이 완전히 사라지는 그 날에 이 아이들은 진정 해방을 느낄 수 있을까.



이 아이들의 마음을, 건강한 미소를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을 지켜줘야 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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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8-11-24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참 좋네요

마노아 2008-11-24 18:29   좋아요 0 | URL
진심이 담겨서 그런가봐요.

다락방 2008-11-25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하고, 보관함에도 넣고!

마노아 2008-11-25 14:04   좋아요 0 | URL
전쟁과 평화 관련 동화 중에 양서가 참 많은 듯해요. 리스트로 함 만들어봐야겠어요^^
 
아툭 그림책 보물창고 2
요쳅 빌콘 그림, 미샤 다미안 글,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중고샵에서 찜해두었던 책을 발견하면 쾌재를 부르기 마련이다. 이 책도 그렇게 해서 내 손에 들어온 고마운 선물!

표지의 그림이 어둡다. 책의 거의 대부분이 이런 그림체다. 아마 표지만 보고서 이 책을 속단한다면 아이들 용이 아닐 거라고 지레 짐작하기 쉬울 것이다. 게다가 툭 내뱉는 듯한 느낌의 저 제목도 낯설기 그지 없다.

주인공 아툭은 에스키모, 아니 이누이트 족 소년이다. 번역을 할 때 '에스키모'라는 익숙한 명칭 대신 '이누이트'라는 올바른 표현을 써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유일한 아쉬움이다.

아무튼, 이 이누이트 소년 아툭이 다섯 살이 되었을 때 멋진 친구가 생긴다. 아빠가 주신 작은 갈색 개 한 마리와 알록달록 예쁜 색들이 칠해진 썰매 하나.



아툭은 몹시 기뻤다. 개 이름을 타룩이라 지어주고 무척 사랑해 주었다.(타룩이 그들의 언어로 어떤 뜻인지 알면 좋을 텐데...)

둘은 늘 함께 지냈고 눈밭 속에서 행복해 했다. 타룩의 저 둥그렇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몹시 사랑스럽다.

아툭의 눈매도 옆으로 길다란 것이 동양인스런 느낌이 나는 게 자연스럽고 보기 좋다.

온통 눈발이 날리느라 회색빛까지 도는 눈천지. 그곳의 푸르고 까만 겨울이 손에 잡힐 것만 같다.



사냥철이 돌아왔고, 사냥 여행을 떠나시는 아빠께 타룩을 데려가 달라고 부탁하는 아툭.

아툭은 타룩이 먼 여행에 익숙해져서 큰 개들과 함께 썰매도 끌 수 있게 얼른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랐다.

인내를 배우고 나면 타룩은 더 용감하고 힘센, 멋진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이게 불행의 시작이었다.

여러 날이 지나 사냥터에서 돌아온 아버지는 타룩과 함께가 아니었다.



타룩이 그만 푸른 늑대에게 물려 죽었다는 믿어지지 않는 소식!

아빠는 아툭을 위로하기 위해서 가장 아끼는 개를 선물해 주려고 했지만, 아툭에게 타룩을 대신할 수 있는 개란 없었다.

화면 가득 차지한 푸른 늑대의 형형한 눈빛이 매섭다. 그에 비하면 썰매를 끌던 개들은 너무 작고 약해 보인다.

아빠 키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아툭 역시 한없이 작은 존재에 불과했다.



아툭은 분노했다. 당장 푸른 늑대를 잡아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은 것.

아빠는 산비탈의 꼬마 자작나무 만큼 작은 아툭에게는 무리라고 하셨다.

복수를 다짐하는 아툭에게 아빠는 비법(?)을 알려주신다. 창과 활을 갖고 연습할 것. 썰매와 카약을 타는 법을 익힐 것. 그렇게 연습에 연습을 거듭핟바 보면 키가 커지고 힘도 세질 테니까, 그때 가서 늑대를 죽이라는 것이다.

두 주먹 불끈 쥔 아툭! 이제부터 나름의 극기 훈련 시작이다. 푸른 늑대에게 복수할 그 날을 기다리며 열심히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는 아툭. 그렇게 아툭은 무정하고 매정한, 조금은 차가운 느낌의 그런 소년으로 자라간다. 어린아이 책에 복수와 응징이 나오다니, 독자는 어리둥절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 더 지켜보자. 작가가 어떤 말을 하고자 하는지 들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시간은 흘러 아툭은 이제 산비탈의 자작나무보다 키가 커졌다. 어깨에 활을 메고 툰드라로 나가 토끼와 꿩들을 쓰러뜨렸다. 사람들은 이제 아툭을 힘이 센 젊은 사냥꾼이라고 부른다.

눈과 물과 하늘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그 높고 깊은 북쪽 땅끝 마을의 풍경을 섬세하게 잘 묘사했다. 그림의 터치는 거친데 아툭의 마음이 그만큼 거칠고 황량한 것이 아닐까. 그가 지켜보는 풍경은 저렇게 메마른 푸른 색일 것이다.

 

그리고 눈 내리는 계절에 맞닥뜨린 푸른 여우 한 마리.

아툭이 찾고 있던 것은 푸른 늑대였는데, 먼저 마주친 것은 여우였다.

놀랍게도 여우는 사냥꾼의 발소리를 듣고도 도망치지 않았다.

긴 세월 사람들을 따돌리고 승자의 입장에서 내려다보던 여우는, 이제 외로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하늘의 반짝이는 별 하나를 친구로 삼아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아툭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감정들!

둘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데 어떻게 친구가 된다는 것인데 아툭은 알 수가 없다.

목표는 푸른 늑대이고, 그 늑대를 이길 만큼 충분히 힘을 기른 터라, 더 이상의 연습은 필요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별을 바라보며 친구가 생긴 것에 기뻐하는 여우의 모습이 밟혀서일까. 아툭은 여우를 내버려둔 채 집으로, 이글루로 돌아간다.

이제 아툭은 산비탈의 꼬마 자작나무보다 무려 두 배나 키가 커버렸다. 정말 푸른 늑대를 죽일 차례가 된 것이다.





마침내 아툭은 창을 집어들었다. 거센 바람이 벌판을 울리고 있었고, 부엉이는 소리 없이 날고 있던 그날, 폭풍이 불어도 아툭은 두렵지 않았다. 어둡고 캄캄한 툰드라를 찾아 헤매던 끝에 아툭은 푸른 늑대를 발견하다. 그리고 수년 간 벼르고 별렀던 그 감정 그대로 늑대를 죽이고 만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 조금도 기쁘지가 않다. 속이 시원하지도 않다. 그토록 원하던 일을 성취했는데, 어째서 이런 감정을 느껴야 하는 것일까.

늑대를 죽였어도 사랑하던 타룩이 살아돌아오지 않는다. 복수의 끝은 희열이 아닌 허무함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 감정의 정체를 알지 못했을지라도.

지난 날 화면을 가득 채우며 공포를 느끼게 했던 늑대는 이제 너무나 초라한 모습으로 죽어 있다. 아툭의 마음은 그렇게 얼어 있는 채 계절은 바뀐다.

툰드라에 색동 여름옷을 입혀준 여름 날. 흔치 않게 맞을 계절의 축복이건만 아툭의 마음은 여전히 겨울이다. 친구도 없고 짐승들도 아툭을 피해 다닌다. 아툭은 모두에게 두려움을 주는 존재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툭은 뜻밖의 존재를 만난다.



가냘픈 꽃 한 송이. 그러나 꽃은 아툭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무덤덤해 보이던 꽃은, 그러나 지금 이 상태로 있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꽃이 바란 것은 동무 하나. 오래오래 눈덮인 땅속에서 지내야 할 때 나를 기다려줄 한 사람이 있다면, 꽃의 외로움도 달래질 수 있을 것이다.

늑대를 죽이기 전엔 외로워하던 여우에게서 아무 것도 느끼지 못했던 아툭인데, 이제 아툭은 자신의 마음 속에서 무언가 하나 떠나가고 있음을 느낀다. 미움과 원망, 분노의 감정 대신 밝고 따뜻한, 사랑스런 어떤 감정들. 오래도록 기다려왔던 그리워했던 그 감정 하나가 아툭의 표정을 녹여버린다.

꽃이 원했던 기다려주는 그 친구 하나. 이제 아툭이 되어줄 차례다.

책의 마무리를 보면서, 어릴 적 좋아했던 노래가 생각난다. 아마도 부른 이가 사랑의 듀엣이었던 듯. 제목은 '꽃과 어린 왕자'

꽃을 사랑했던 어린왕자의 마음을 몰라주던 장미 한 송이, 왕자는 장미꽃을 떠나 먼 여행을 떠나는데, 뒤늦게 어린왕자의 진심을 알아차린 꽃이 오랜 시간 왕자를 기다리다가 왕자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는 그대로 시들어버리던 모습. 어린 마음에, 그 모습이 너무 슬펐다. 이제 오래오래 행복해져야 하는데 말이다. 다행히 왕자의 눈물을 받고 꽃은 다시 살아나고 둘은 그 먼 우주에서 아름답고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저 별들 중에서
유난히도 작은 별이 하나 있었다네
그 작은 별에는 꽃이 하나 살았다네
그 꽃을 사랑한 어린 왕자 있었다네
꽃이여 내말을 들어요 나는 당신을 사랑했어요
어린왕자 그 한마디 남기고 별을 떠나려 하였다네
꽃은 너무나 슬퍼서 울었다네 꽃은 눈물을 흘렸다네
어린 왕자는 눈물을 감추며 멀리 저멀리 떠났다네

한 해 두 해가 지난고 어린왕자 돌아왔다네
하지만 그 꽃은 이미 늙어 버렸다네
왕자여 슬퍼하지 말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렸어요
꽃은 그 말 한 마디만 남기고 그만 시들어 버렸다네
어린 왕자는 꽃씨를 묻었다네 눈물을 흘렸다네
어린 왕자의 눈믈을 받은 꽃씨는 다시 살아났다네
랄랄랄랄랄랄랄라 꽃은 다시 살아났다네
랄랄랄랄랄 하늘가에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그때 그 꽃이 꼭 아툭에게 기다림을 원하는 이 꽃 같고, 먼 길 돌아온 어린왕자가 꼭 아툭처럼 느껴진다.

내내 어두웠던 배경이 모처럼 밝아지고 눈발에 가려 있던 태양도 모습을 드러냈다. 아툭의 마음처럼 밝아진 풍경이다. 이제 아툭은 마음으로부터 타룩과의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성장할 것이다. 진짜 어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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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11-24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극하면 생각나는 만화영화는 <곰이 되고 싶어요>.보신 적 있나요?

마노아 2008-11-24 18:29   좋아요 0 | URL
앗, 그런 만화영화가 있었군요! 몹시 궁금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11-25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프고 감동적입니다.북극곰과 함께 산 소년...진짜 아빠가 나타나서 그 엄마곰을 죽이니까 울면서 곰시체를 붙들고 있는 장면...

마노아 2008-11-25 12:32   좋아요 0 | URL
어릴 적 좋아했던 만화영화가 생각나요. 사슴과 소년의 우정이었는데, 사슴이 자꾸 농작물을 망쳐서 결국 제 손으로 총을 쏘고 말았던... 그리고 고놈 참 맛있게 생겼네, 의 공룡들도 떠오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