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구 만들어 하늘을 날아 볼까? [제 843 호/2008-11-28]


기구 체험장에 열기구를 타러 온 양과장네 가족.
열기구가 지상으로부터 20여 미터 올라오자 정여사를 뺀 양과장과 현민이, 채원이는 멋진 광경에 탄성을 질렀다.

“아빠~ 정말 정말 멋져요. 이런 열기구를 매일 매일 타고 다녔으면 좋겠어요.”
“하하, 우리는 재미있는데 엄마는 그렇지 못한 것 같구나!”

짧은 열기구 체험이 끝나자 못내 서운한 현민이가 양과장에게 말했다.

“아빠, 열기구 정말 재미있어요. 그런데 열기구는 누가 처음 만든 거예요? 집에서도 만들 수 있을까요?”
“하하! 현민이가 열기구의 매력에 흠뻑 빠졌나 보네? 그럼 열기구는 집에 가서 만들어 보기로 하고 열기구에 대해 잠시 이야기해 줄게.”

“열기구에 대한 최초의 역사적 기록은 1783년 프랑스 리옹에서란다. 당시 몽골피에 형제는 지름 약 10.5m 기낭에 짚을 태워 공기를 데운 후 약 300m까지 상승했다고 해.”
“와~ 그럼 몽골피에 형제는 처음 기구를 타고 아주 기뻐했겠네요.”

“아냐, 몽골피에 형제는 열기구 실험에 최초로 성공한 사람이지 실제로 그 열기구에 탄 것은 아니었단다. 열기구에 최초로 탑승해 성공한 사람은 1783년 11월 12일 프랑스의 P.로지라는 사람으로 파리 근교에서 종이로 만든 열기구로 약 25분간 비행한 것이 처음이란다.”

“에게… 겨우 25분이요? 우리가 탄 기구는 한참 오래 있었잖아요.”
“그래. 그런데 그 당시에는 뜨거운 공기를 담는 기낭을 종이로 만들었고 공기를 데우는 것도 짚이나 나무를 태워 했기 때문에 계속 뜨거운 공기를 만들 수가 없었어. 그래서 그렇게 오래 날 수가 없었단다.”
“그러면 언제부터 우리가 보는 열기구가 등장한 거였어요?”

“사실 몽골피에 형제의 열기구 실험 성공 이후 열기구는 많은 과학자에게 영감을 줘 몽골피에 형제가 열기구 실험에 성공한 같은 해 12월 1일 프랑스 물리학자였던 쟈크 샤를이 공기 대신 수소 가스를 기낭에 채워 장시간 비행을 성공한 이후 본격적인 기구 시대를 열었단다.”

“아~ 그렇구나. 그러면, 아빠! 열기구는 어떤 원리로 날 수 있는 거예요?”
“어, 그건 아주 간단해. 차가운 공기에 열을 가하면 공기 속의 분자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부피가 증가하게 된단다. 그리고 밀도는 질량/부피이기 때문에 부피가 증가하게 되면 동일 질량에서 당연히 밀도도 작아지게 되지. 즉 기낭 안의 공기 밀도와 기낭 밖의 공기 밀도가 달라지는 거야. 기낭 밖의 공기 밀도는 조밀하고 기낭 안의 공기 밀도는 느슨하기 때문에 여기서 부력이 발생해 공중으로 뜨게 되는 거란다.”

“그러니까…. 꽉 찬 공기들이 좀 느슨한 공기들을 위로 밀어올린다는 말인 거네요.”
“그렇지. 그러면 우리 이 열기구를 만들어 보면서 한번 확인해 볼까?”
“네~ 좋아요!”

[실험방법]
준비물 : 큰 비닐봉지, 가는 철사, 알코올, 솜, 라이터, 펜치, 스카치테이프
         (열기구가 충분한 부력을 가질 수 있도록 비닐봉지는 중 대형 크기의 봉지를 구하고 철사는 최대한 열기구가 가볍게 하기 위해 되도록 가는 철사가 좋다)

[실험순서]
1. 비닐봉지의 윗부분에 공기가 새지 않도록 스카치테이프로 밀봉한다.
2. 비닐봉지 밑부분에 철사로 둥글게 테두리를 만든다.
3. 둥근 테두리에 십자로 철사를 고정하되 약간 밑으로 쳐지게 한다.
4. 십자가 교차한 곳에 철사로 알코올 묻힌 솜을 고정한다.
5. 비닐봉지 윗부분을 손으로 잡고서 솜에 불을 붙인다.
6. 비닐봉지가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면 잡은 손을 살며시 놓아본다.

[실험 Tip]
- 기낭 속에 공기를 많이 가열할수록 상승하려는 힘은 더욱 커진다.
- 불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화재에 주의한다.

글 : 양길식 과학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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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이 어렸을 적에 - 빨강머리 앤 100주년 공식 기념판
버지 윌슨 지음, 나선숙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빨강머리 앤을 아주 어릴 적에 읽었다. 그 다음에는 유명한 애니메이션으로 보았고, 오랜 시간이 흘렀다. 금년에 다시 재방송을 한 것을 알지만 매번 챙겨볼 수는 없었고, 가끔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조카가 보고 있는 화면을 추억에 젖어 잠시 바라보았을 뿐이다. 그 앤의 이야기를, 100주년 기념판으로 만나게 되었다. 그것도 무려 빨강머리 앤이 '어렸을 적' 이야기를 말이다.

책을 받아들고는, 잠시 당황했다. 작가 이름이 '몽고메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허거덕! 홍보문구를 제대로 읽지 않은 것이었다. 몽고메리 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 나온 것이 아니라, 다른 작가가 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만들어낸, 일종의 헌정 소설이었던 것이다.

아, 사실 나는 좀 실망스러웠다. 그 완벽한 앤의 이야기를 다른 작가의 입을 빌려서 듣는다는 것이 별로 내키지 않았고, 원작 만한 영화를 보기 어려운 것처럼, 또 1편 만한 2편을 보기 힘든 것처럼 실망할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어쨌든 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무 기대 없이! 그리고, 놀랍도록 빠져들고 있다는 자신을 깨닫고는 적잖게 당황하고 말았다. 세상에, 이건 진짜 앤이잖아!

그랬다. 이 책에는 앤이 살아있었다. 갓 태어난 어린 아기 때부터 무럭무럭 성장하는 어린이 앤과, 온갖 고난에도 씩씩하고 에너지가 넘쳤던 바로 그 주근깨 빼빼 마른 앤이, 여기에 살아서 통통 뛰어다니고 있었다. 아, 이렇게 감격스러울 수가!

내 걱정은 모두 기우였다. 작가분이 얼마나 앤을 열심히 연구했는지, 공부했는지, 얼마나 멋지게 재현해 냈는지는 두 말하면 잔소리다. 분명히 그녀는 앤을 사랑했다. 그렇지 않고는 이렇게 동화되어서 앤을 다시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캐나다에선 현재 가장 유명한 작가분이라고 했는데 국내 번역서에선 그녀의 다른 작품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렇게 아쉬울 데가! 명인을 알아보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몇 시간 동안 줄기차게 한 책을 읽어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보통은 다른 일들이 생겨서, 다른 궁금한 것들이 생겨서 이것저것 번다하게 참견하고 진행하느라, 진득하게 자리에 앉아 독서를 못하곤 했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앤의 다음 이야기들이 너무 궁금했고, 그녀가 표현해내는 그 진귀한 세상에 나 역시 푹 빠져서 헤어나오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어느새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해버렸다. 아, 즐거웠다. 사랑스러웠다. 행복했다! 이것이 문학의 힘이로구나. 이것이 예술의 기쁨이구나. 너무 좋아서,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이런 작품이 있는데, 무려 100주년 기념판인데, 진짜로 앤이 여기에 살아 있어요. 앤의 이야기를 들어보셔요, 라고!

앤 셜리. 그녀에게도 당연히, 훌륭하고 멋진 부모님이 계셨다. 불행하게도 3개월 만에 돌아가셨지만. 앤은 부모님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부모님을 알았던 이들은 그들이 지녔던 자애로움과 평온함과 지적인 아름다움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앤의 엄마의 산후조리를 돕기 위해 고용되었던 토머스 부인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알코올 중독자인 남편 덕분에 힘들게 일에 치여 살던 그녀가, 앤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아무 후견인도 없을 때에 그 형편에도 불구하고 앤을 선뜻 맡겠다고 말할 만큼 말이다.

그러나 토머스 부인은 인류애가 넘치는 인물은 아니었다. 그녀의 현실은 늘 잔인했고 가혹했으며 그녀는 그것들을 포용할 만큼 마음이 넓거나 따뜻한 사람은 아니었다. 앤은 그 집에서 다만 '자랄' 뿐이었다. 토머스 부인의 무수한 아이들을 아직도 충분히 어린 앤이 키우고 돌봐야 했고, 부엌 일을 해야 했고, 온갖 청소와 빨래도 앤의 차지였다. 토머스 부인은 앤을 딸처럼 대하지는 않았다. 오갈데 없는 불쌍한 고아를 데려다가 적선해주는 척하면서, 사실은 그 아이의 노동력에 기대어 힘겨운 일상을 버티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앤은- 이 놀라운 아이는, 그 고단한 삶을 바꿔내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작가분이 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동기도 거기에 있었다. 11살의 나이로 고아원에서 막 프린스에드워드 섬의 기차역에 도착한 그 빨강머리 소녀가, 분명히 신산한 삶을 살았을 터인데 어찌 그렇게 밝고 명랑하고 건강한 에너지를 가졌는지. 도대체 앤의 어린 인생에 무엇이 있었길래 이 아이의 아름다운 바탕이 만들어질 수 있었는지에 집중한 것이다. 작가는 그것을 '만남'에 맞추었다. 혼자서는 그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의 아름다운 심성을 살려줄, 지켜줄 누군가가 곁에 있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을, 작가는 온전히 상상력에 의지해서 만들어냈다. 완벽하게!

토머스 부인의 집에서는 큰 딸 일라이져가 그 역할을 했다. 앤에게 로열 리더의 시들을 읽어주었고, 따스한 사랑을 베풀어준 유일한 인물이었다. 비록 그녀가 시집을 가면서 앤이 다시 버려지긴 했지만. 앤은 그 사건으로 큰 상처를 받는다. 시집가는 일라이저를 배웅하지도, 포옹해주지도, 인사말을 나누지도 않았다. 그만큼 앤의 배신감이 컸던 것이고, 그래야 할 만큼 앤은 완벽하게 어렸었다.

온통 힘겨운 노동의 연속 뿐이던 그 집에서 앤에게 구원이 되어준 것은 달걀을 파는 존슨 씨였다. 숲속 외딴 집에서 과거의 상처에 마음을 닫아 걸어버린 괴퍅한 아저씨. 그는 앤에게 단어 선생님이 되어주었고, 상상력을 맘껏 펼치도록 응원을 해주어서 앤을 몽상가로, 멋진 시인으로 만들어준 사람이다. 그리고 앤에게 '용서'와 '자비'도 베풀 수 있게 만들어준 사람이었다. 그리고 존슨 씨의 집에 도착하기 전에 지나치게 되는 아치볼드 부인은 앤에게 첫 생일 선물을 만들어준 사람이었다. 그 빨강 머리에 파란 리본이라니. 확실히 눈에 확 드러나는 배합이다!

그리고 앤에게 인생의 '절정'을 만들어준 것은 '학교'였다. 그곳 노바스코샤의 훌륭한 교육 정책은 취학 연령에 다달은 아이들을 반드시 학교에 보내게 하였고, 그 일은 앤을 무수한 가사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 줌과 동시에 글을 읽고 쓰고 만들어 주었으며, 앤의 배움에 대한 갈망과 뛰어난 학습 능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로 앤이 학교에 가게 되면서 겪는 기쁨과, 또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되면서 맞닥뜨려야 하는 커다란 절망들은 반복해서 앤을 공중부양 시켰다가 또 바닥으로 추락시키곤 했다. 그리고 독자로 하여금 그 능독적인 학구열에 대한 부러움과 교육의 힘도 생각하게 만든다.

토머스 가족에게 생긴 불상사, 그로 인해 해먼드 집에 맡겨진 앤. 그리고 그곳에서 무려 8명의 아이를 돌보며 11명의 식사를 준비하는 앤의 모습은 들장미 소녀 캔디도 울고 갈 억척스러운 에너지를 보여주었다. 아무리 고되고 힘들어도, 적어도 고아원에 보내지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친구들 케이티 모리스와 비올레타는 앤이 고통을 견뎌내게 해주는 디딤돌이 되었다. 그것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앤 자신에게서 나왔다. 그 작은 몸에서, 그렇게 강렬하게 말이다.

앤의 고난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해먼드 부부에게 들이닥친 재난은 기어이 앤을 고아원으로 밀어넣었고, 그곳에서 생기를 잃어버린 가엾은 앤의 모습이 재현된다. 그러나 독자는 기다릴 수 있는 힘이 있다. 남은 페이지는 적었고, 앤은 프린스에드워드 섬으로 가는 기차를 분명 타게 될 테니까. 독자의 짐작 그대로 앤은 마침내, 드디어, 기어이, 천국행 기차를 타고 만다. 물론, 첫 만남에서 앤이 기대했던 남자 아이가 아니라는 말에 엄청난 충격을 받을 테지만, 그래도 끝내는 그 초록 지붕에서 행복하게 살 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으니, 걱정은 필요가 없다.  

   
  그들은 달걀을 거뒀고, 존슨 씨가 알려준 새 단어 다섯 개를 공책에 적고, 조심스럽게 달걀 가방에 집어넣었다. 거기 적힌 단어들은 '비탄', '희망', '용기', '자신감', '자비'였다. – 273쪽  
   

앤에게는 인생이 그렇게 먹구름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고마운 이들이 있었다. 존슨 씨가 그랬고, 헨더슨 선생님이 그랬고, 상상의 친구들도 물론 그녀의 훌륭한 친구이자 동반자였다. 그러나 앤이 누군가의 도움과 영향만 받았던 것은 아니다. 앤을 행복하게 만들어준 그 사람들이야말로 앤으로부터 인생의 귀한 선물을 받았기 때문이다. 실연과 배신으로 마음의 문을 닫았던 존슨씨도 그랬고, 인생의 역경을 어떻게든 이겨내려고 몸부림을 쳤던 토머스 씨도, 또 박복한 팔자를 비관하던 토머스 부인과 아이 낳기를 거부하기 위해서 75세 평생을 미스로 살았던 해거티 양마저도 앤같은 딸을 원하게 될 만큼 앤의 힘은 절대적이었다. 고아원에서는 어땠던가. 평생 사랑 받지 못했고, 사랑하지도 못했던 칼라일 양은, 앤을 입양시키기로 결정한 순간 그녀의 격렬한 포옹에 생애 처음으로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너무 기쁜 나머지 잠시 어찔해진 앤을 보고 걱정스런 한마디를 던질 수 있을 만큼!

   
  "앤, 너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구나. 널 알게 된 후로 노처녀가 되기로 한 나의 결정이 실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너 같은 아이가 내 아이였을 수도 있으니까. 나에게 구애를 한 남자들이 상당히 많았어. 내 몸이 이렇게 말라붙은 강바닥처럼 보이기 시작하기 전에는 꽤 예뻤거든. 내가 20년만 더 젊었다면 널 받아들여서 내 딸로 입양했을 거야. 하지만 난 일흔다섯 살이야. 몇 년 지나면, 네가 날 돌봐줘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어. 그리고 넌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돌봐왔잖니. 하지만 난 널 원했어." – 465쪽  
   

단어를 배우자마자 그 단어를 표현해내는 멋진 문장을, 상상력에 섞어서 공기 중에 내보낼 줄 알았던 이 아이. 하루종일 재잘거리는 그 수다스러움에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지만, 그 조그만 입술이 닫히는 순간 공기가 막히는 것 같은 효과를 줄 수 있는 이 아이. 억척스럽고 완벽하게 고된 노동을 해내지만 자신은 아직 어린아이이고 사랑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표현할 줄 아는 이 당찬 아이. 아, 앤이 만난 그네들처럼 독자 역시 앤에게 이미 푹 빠져버렸다. 헤어나올 수가 없다.

   
  앤은 더 이상 울지 않았다.
"내가 혼자 일어나야 한다는 건 별로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에요. 토머스 부인, 나도 나를 도와줄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요, 난 아줌마를 도울 거예요. 하지만 때로는 내가 즐길 수 없을 정도로 나이 들기 전에 어린애로 대접받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349)
 
   

작가는 철저한 고증과 연구로 100년 전 앤이 살던 그 고장의 풍습과 풍경, 그리고 사람들의 모습을 아름답게 재현해 냈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이기적이고 솔직한, 때로 악하면서도 때로 선하기까지 한, 그 모든 인간 군상들을 열심히 표현해 주었다. 그 자연스러운 흐름과 만날 수 있어 독자는 진정으로 기쁘다. 그리고 고백하건대, 나를 울린 무수한 문장과 씬들은 이미 영화처럼, 드라마처럼 내게 박히고 말았다. 특히나 프린스에드워드 섬의 사진을 훔쳤던 앤에게 그 섬의 사진을 액자로 만들어 선물했던 선생님의 갈등과 번뇌는 몹시 인상적이었다. 서른 다섯 살의 이 남자가 길가에 멈춰 서서 엉엉 울어낼 만큼.

내 어린 날의 동심을 되살려주고, 감동의 눈물이 주는 편안한 위로를 함께 선사해준 버지 윌슨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음악이 느껴지는 멋진 번역을 선사해 준 역자분께도 역시 고마움을 느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 지극히 사랑스럽고 절대적으로 아름다운, 멋진 인생을 사는 빨강머리 앤에게 나의 환희를 전하고 싶다.

   
 

내 인생에서, 나한테 정말로 멋진 것들도 주었다는 것을 알아요.
내가 목록을 만들어볼게요. 처음 나를 태어나게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해요. 아주 탁월한 재능을 주신 것에 대해 지극히 감사해요. 떠나가기 전에 나를 사랑해줬던 일라이저 언니, 내가 항상 슬프거나 화나거나 지루하지 않을 수 있게 상상력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시고 단어를 가르쳐주시고 달걀을 먹을 수 있게 해주신 존슨 씨를 만나게 해주신 것, 토머스 가족이 나를 해변으로 데려가준 것, 내 모든 사랑을 쏟아 부을 어느 누구도 없었을 때 케이티 모리스와 비올레타를 주신 것, 나에게 읽는 법을 가르쳐주신 너무나 아름다운 헨더슨 선생님, 노아와 줄리 애너와 로더릭, 해먼드 부부의 지하실에 있던 책 상자, 다섯 자매와 거울 웅덩이, 소들과 까마귀들과 고양이들을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해요.
이렇게 좋은 것들을 주셔서 감사해요. 하지만 제발, 내 소중하고 관대한 별님들, 예쁜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는 이 하나 없는, 이 황량하고 구슬프고 비참한 고아원에서 이제 나를 꺼내주세요. 그리고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프린스에드워드 섬에 나를 내려놔주세요.


제 얘기를 들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해요.
앤은 의자에서 기어 내려와 조용히 침대로 들어갔다. 그리고 5분 만에 잠이 들었다. – 518-519쪽

 
   

덧글) 204쪽에 오기가 있다. 밑에서 네번째 줄. '존슨' 부인이 아니라 '토머스' 부인이 맞다. 다음 쇄를 찍을 때는 꼭 수정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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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11-28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새벽에 없던 밑줄긋기가 들어갔네요. 너무 좋아요~ ^^
며칠 동안, 전집에, 기프트에, 낱권 책까지 너무 많이 질러서 자제해야 하는데 ... 마노아님 리뷰를 보니 못 참을 것 같아요~ ^^;

마노아 2008-11-28 21:33   좋아요 0 | URL
아침에 수정했어요. 이어서 빨강머리 앤도 읽으려고요. 이번엔 진짜 몽고메리 버전이네요.
아, 저도 이거 세트로 다시 사고 싶은 마음이 마구마구 꿈틀거려요^^ㅎㅎㅎ
 
빨강머리 앤이 어렸을 적에 - 빨강머리 앤 100주년 공식 기념판
버지 윌슨 지음, 나선숙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0월
구판절판


"저기 말이다. 앤, 내가 매주 너를 위해 특별히 멋진 단어를 다섯 개씩 준비하고 있으마. 네가 쓰는 걸 연습할 수 있도록 공책에도 써줄게. 그걸 쓸 수 있는 작은 공책과 연필도 줄게."
그들은 길바닥에 떨어뜨렸던 달걀 담는 천 가방을 찾으러 나갔다. 가방이 흠뻑 젖어 있었지만 그녀는 상관하지 않았다. 달걀이 무거웠고 눈도 꽤 깊었지만, 앤은 걷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오히려 날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195쪽

"학교 일을 하는 그 남자 분이 서머스 씨인가봐요. 그분 말씀이 절대적으로 옳아오. 저는 무척 학교에 다니고 싶어요. 읽는 방법을 얼마나 빨리 가르쳐주실 수 있으세요? 내가 책을 읽을 수 있다면, 날개 달린 천사처럼 행복할 것 같아요."-214쪽

"옛다! 이거나 받아라! 그게 잘난 척하는 네 년 머리통을 부숴버렸으면 좋겠다!"
하지만 랜돌프는 앤이 똑똑할 뿐만 아니라 운동신경도 발달돼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녀는 전속력으로 날아오는 사전을 잡아 가슴에 끌어안고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말했다.
"너무너무 고마워, 랜돌프. 이렇게 너그러운 선물을 줘서."-242쪽

앤의 끝없는 재잘거림에 피곤해 하던 토머스 부인은 그녀가 이야기하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는 자신을 깨닫곤 했다. 토머스 씨는 자신이 방으로 들어설 때마다 반대 방향으로 돌아서는 앤의 모습에 겁을 집어먹었따. 전에는 그녀와 조금이나마 얘기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녀의 뒤통수에 대고 인사하는 것조차 편하지 않았다.
......
호러스조차 앤을 괴롭히는 행동을 삼갔다. 아무리 머리가 나빠도 그녀가 세상 전체에 화나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268쪽

"스토브에 수프를 데울 테니까 그것도 좀 먹도록 해라. 그런 다음 나가서 달걀을 가져오도록 하자. 달걀을 가져온 후에 새 단어 다섯 개를 가르쳐주마. 그리고 너는 집에 가서 아이들을 돌보고 감자를 썰어야지. 그중 한 녀석한테 물 한 양동이 퍼서 가져다 달라고 해. 부탁한다고 말해라. 그 말이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낸단다. 토머스 씨가 저녁을 먹으러 들어오면 그를 바라봐. 미소 지을 것까지는 없지만. 네가 그냥 그를 쳐다볼 수 있는지 알아보는 거야. 그 집에서 그 사람이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은 너 하나뿐이잖니. 그에게 희망을 주렴"-272쪽

"하지만 나더러 빨강머리 마녀라고 했단 말이에요."
"그래, 알아. 하지만 진심이 아니었을 거야."
"틀림없이 진심이었을 거예요! 머릿속에 있지도 않은 걸 어떻게 밖으로 낼 수 있겠어요? 그러니까 틀림없이 아저씨가 그런 생각을 했던 거예요."
"넌 자주 옳은 말을 해. 하지만 지금은 틀렸어. 술 취한 사람들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할 때가 종종 있단다. 그리고 맨 정신일 때는 절대로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하지. 나도 너만큼이나 이해가 안 되지만, 그게 사실인 걸 어쩌겠니. 그를 용서하라고 말하는 게 아니야. 용서는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란다. 나도 아직 그걸 못하고 있어. 하지만 그를 그냥 쳐다보는 건 할 수 있지 않겠니?"
"확실하게 약속은 못하겠어요. 하지만 집에 가는 길에 생각해볼게요."-272-273쪽

그들은 달걀을 거뒀고, 존슨 씨가 알려준 새 단어 다섯 개를 공책에 적고, 조심스럽게 달걀 가방에 집어넣었다. 거기 적힌 단어들은 '비탄', '희망', '용기', '자신감', '자비'였다.-273쪽

보기 드물게 따뜻한 날씨에 지친 날개를 시험하러 나온 커다랗고 기운 빠진 나비 한두 마리도 눈에 띄었다. 가벼운 바람이 긴 풀들과 마른 잡초들 사이를 훑고 지나갔지만, 추운 것보다 격려해주는 느낌이었다. -285쪽

대지를 볼품없어 보이지 않게 하고, 푸른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꾸준히 색채를 제공하는 것은 상록수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풍경에는 기다림이 있었다. -292쪽

앤은 더 이상 울지 않았다.
"내가 혼자 일어나야 한다는 건 별로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에요. 토머스 부인, 나도 나를 도와줄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요, 난 아줌마를 도울 거예요. 하지만 때로는 내가 즐길 수 없을 정도로 나이 들기 전에 어린애로 대접받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349쪽

"넌 어떠냐, 앤? 어떤 이름이 좋을지 생각해봤니?"
앤은 자신 앞에 초록빛 초원과 햇살로 이어지는 거대한 문이 열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잠깐 동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 다음 아주 조용히 말했다.
"네, 있어요."-429쪽

"앤, 너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구나. 널 알게 된 후로 노처녀가 되기로 한 나의 결정이 실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너 같은 아이가 내 아이였을 수도 있으니까. 나에게 구애를 한 남자들이 상당히 많았어. 내 몸이 이렇게 말라붙은 강바닥처럼 보이기 시작하기 전에는 꽤 예뻤거든. 내가 20년만 더 젊었다면 널 받아들여서 내 딸로 입양했을 거야. 하지만 난 일흔다섯 살이야. 몇 년 지나면, 네가 날 돌봐줘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어. 그리고 넌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돌봐왔잖니. 하지만 난 널 원했어."-465쪽

그는 어느 헛간 옆의 조그만 널빤지 벽에 말을 멈춰 세웠다. 그러고는 때때로 자신이 선호하는 것과 도덕적인 의무 사이에서 전쟁을 벌이던 이 서른다섯 살의 남자는 엉엉 울어버렸다.-468쪽

내 인생에서, 나한테 정말로 멋진 것들도 주었다는 것을 알아요.
내가 목록을 만들어볼게요. 처음 나를 태어나게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해요. 아주 탁월한 재능을 주신 것에 대해 지극히 감사해요. 떠나가기 전에 나를 사랑해줬던 일라이저 언니, 내가 항상 슬프거나 화나거나 지루하지 않을 수 있게 상상력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시고 단어를 가르쳐주시고 달걀을 먹을 수 있게 해주신 존슨 씨를 만나게 해주신 것, 토머스 가족이 나를 해변으로 데려가준 것, 내 모든 사랑을 쏟아 부을 어느 누구도 없었을 때 케이티 모리스와 비올레타를 주신 것, 나에게 읽는 법을 가르쳐주신 너무나 아름다운 헨더슨 선생님, 노아와 줄리 애너와 로더릭, 해먼드 부부의 지하실에 있던 책 상자, 다섯 자매와 거울 웅덩이, 소들과 까마귀들과 고양이들을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해요.
이렇게 좋은 것들을 주셔서 감사해요. 하지만 제발, 내 소중하고 관대한 별님들, 예쁜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는 이 하나 없는, 이 황량하고 구슬프고 비참한 고아원에서 이제 나를 꺼내주세요. 그리고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프린스에드워드 섬에 나를 내려놔주세요. -518-519쪽

제 얘기를 들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해요.

앤은 의자에서 기어 내려와 조용히 침대로 들어갔다. 그리고 5분 만에 잠이 들었다. -5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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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11-27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직이 힘이 되고 성실이 능력이 되는 사회였으면.

L.SHIN 2008-11-28 0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보. 시간(다양한 경험과 시련 등을 통해 얻는 깨달음)은 그렇게 한 순간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마노아 2008-11-28 08:35   좋아요 0 | URL
대지를 볼품없어 보이지 않게 하고, 푸른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꾸준히 색채를 제공하는 것은 상록수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풍경에는 기다림이 있었다.
<<<요 문장이 떠오르네요.

L.SHIN 2008-11-29 07:00   좋아요 0 | URL
멋지군요.
'대자연' 이라는 이름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잘 표현한.

마노아 2008-11-29 08:42   좋아요 0 | URL
요 며칠 저를 행복하게 해준 '빨강머리 앤이 어렸을 적에'에 나오는 구절이에요. 감탄했어요. ^^
 

1. 지난 토요일, 오래된 모임을 신촌 토즈 본점에서 가졌다.

모임의 대표 언니는 홍대 투썸플레이스에서 맛난 케이크를 사왔다.(신촌에도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신 듯!)

그런데 오픈해 보니, 언니가 주문한 것이 아니라 한단계 아래 단계로 바뀌어 있었던 것.

원래 주문한 걸로 가져오라고 전화 요청을 하는데, 이런 말투다.

"저기, 주문이 바뀌었는데요. 제가 주문한 걸로 다시 갖다주세요~"

아, 그 상냥함이란! 우린 2시부터 5시까지 예약이었고, 당시 시간은 3시 경이었는데, 이 사람들 언제 올지 알 수 없다.

언니는 5시 전에 오셔야 한다고 말하고는 끊었다.

곤란해요, 언니! 그럴 때는 강마에 버전으로 나가야 합니다. "30분 주겠습니다. 뛰세요!"

우린 한 시간 지나서야 원래 케이크를 받아들 수 있었다. 배달 온 직원이 돈 적게 낸 것 아니냐고 따졌더랬다.

영수증을 보여주니 그제야 꼬리를 내렸더라고. 이건 홈페이지로 당장 달려갈 일이로다!

2. 화요일에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를 보았다.

원작보다 나은 영화를 찾기란 원래가 쉽지 않아서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역시나 원작에는 많이 못 미쳤다.

비쥬얼은 어케 되는데, 문제는 그네들의 '연기'. 주지훈과 김재욱은 둘 다 아직까지 '코믹'은 이른듯하다.

특히나 마성이 게이 역을 맡은 김재욱은 예쁘기는 했지만 섹시하지는 않았고, 진짜 게이라기보다는 '척'하는 듯 보였다.

오히려 프랑스 파티쉐 장 바티스트(이름 맞나?)가 연기를 제일 잘한 듯. 진짜 딮 키스를 날려주더만!

그래도 영화는 마무리가 참 좋았다. 회복과 위로와 새 길로의 제시까지.

3. 어제는 하루종일 둘째 언니와 조카들이 집에 다녀가지를 않았다고 한다.
너무 일찍 방문해서 엄마가 잠을 잘 못 이루니까 한 시간씩만 늦게 오라고 한게 맘 상해서 그런 건줄 알았다.

그런데 저녁먹으러 오라고 전화를 하려는데 통 받지를 않는다. 두 번 걸었지만 역시나 안 받고, 엄마가 다시 걸었는데 역시 통화 불통.

형부에게 전화를 해봤다. 형부도 통화를 시도해봤는데 역시나 전화를 안 받는다.

덜컹, 겁이 났다. 부랴부랴 옷 챙겨입고 언니네 집으로 출발!
오만가지 잡생각이 다 났더랬다. 언니는 수개월째 우울해 하고 있었고, 우울해 할 만한 타당한(그래서 더 비극적인) 이유들이 너무 많았다. 설마 아이들이 있는데 험한 생각이야 했겠냐고 늘 생각했지만, 아이 있다고 무조건 방패가 되어주진 않는다는 걸 우리는 익히 보아왔으니까.

아파트 현관 앞에서 막 문을 잠그고 나오는 언니와 마주쳤다. 안도의 한숨 다음에 화가 막 나는 순간! 전화 온 줄 몰랐다 한다.

어이쿠!  아무튼 이상 무. 사건 무. 오랜만에(?) 조카들 얼굴 보니 좋더라. 그래봤자 이틀 만이지만.

4. 자고 일어나서 메일 확인을 하면 알라딘 멤버쉽 등급의 연장 메일을 받는다.

아, 겁이 난다. 기어이 3개월 순수 구매액 90만원을 넘겼다. 미친 거다! (소득을 생각해야지!)

엄마 화장품이랑 언니 주문 부탁 받은 것 다 빼더라도 대체 내가 얼마를 쓴 것일까.

한 동안은 초등 저학년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춘답시고 어마어마하게 동화책을 사댔는데(거의 중고책) 그걸 제외하더라도 좀...;;;;

참고자료도 좀 샀고, 알라딘 리뷰대회를 보면서 신간도 좀 샀고, 선물도 좀 했지만... 그래도 이건 범죄다!

5. 지금 있는 학교 아이들은 특이하게도 2학년 학생들이 분위기 가장 좋다고 한다. 내가 들어가는 학급은 2학년 아홉 반이다. 나로서는 복받은 일!

한 달 가까이 지내고 나니 서로 적응이 되어버렸다. 아이들은 내가 입만 열면 까르르 웃는다.

처음엔 왜 웃는지 몰라서 얼굴에 뭐 묻었나 고민도 많이 했는데, 그냥 좋아서 웃는 거였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사건 사고가 많아서 독특한 에피소드를 많이 전해버린 것이다.

그래서 "어저께 말이죠."라고 말문을 열면 벌써 웃기부터 한다. 아, 웃겨야 된다는 강박증이 생길락 말락...

어느 선생님의 전언으로는, 아이들 표현이 내가 말하는 게 '뮤지컬' 갔다고 했단다. 내가 좀 팔 동작이 크고, 말하다가 흥분도 잘하고, 목소리도 좀 하이 톤이어서 구연 동화같다는 소리를 많이 듣긴 했는데 이젠 뮤지컬까지 갔구나. 칭찬도 비난도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같다니까 기분 괜찮다. 푸훗!

6. 중고샵에서 구매한 '최상'품질 책 상태가 험하면 당연히 반품 신청을 한다. 그렇지만 아무 밑줄도 없다고 했던 깨끗한 책에 서명이 큼직하게 박혀 오면 좀 고민이 된다. 기분은 나쁘지만, 그것 때문에 반품하는 건 좀 지나치다 싶어서.

그래서 넘어가고는 있지만, 어제 받은 책에는 너무 크게 사인이 되어 있어서 확실히 짜증이 좀 났다.

저자에게 받은 친필 사인이었는데 책 주인 이름이 한 바닥만하게 쓰여 있다.

'상'품질로 조정해서 몇 백원 뱉어내시오!라고 말하긴 또 그렇잖아? 쳇!

7. 내 뒷자리에 커피 자판기가 있는데 사용료는 100원이다. 컵을 집어넣는 등 문을 한차례 열 때마다 관리자분이 동전을 몇 백원 집어넣으신다. 이때 커피 뽑는 사람은 옳거니~하면서 공짜로 마실 수 있다.

그런데, 교무부장님(여자분이다)은 이렇게 여유돈이 들어가 있으면 꼭 마시라고 권한다. 어제는 이미 마셨다고 했는데도 뽑아서 책상 위에 올려놓고 가셔서 하마트면 쏟을 뻔 했고, 오늘은 이미 뽑아놓고 내미는 터라 역시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아, 커피 두 잔에 쥬스, 한차까지. 배부르구나.(ㅡ.ㅡ;;) 비타 500은 절대 마시지 말아야지.

8. 지난 주 쯤, TV 책을 말하다에서 우수도서로 선정된 책을 소개하는 지기님 페이퍼가 있었다.

그때 올라온 '그대를 사랑합니다' 책이 강풀 작가가 아닌 다른 작가 책이어서 의아했었다. 오늘 다른 기사를 보니 강풀 작가 책이 맞았고, 그 페이퍼를 찾아서 수정하시라고 얘기하려고 했는데, 페이퍼를 못 찾겠는거다.

통합검색, 서재검색을 다 해보고, 알라딘 지기님들 서재를 다 가봤는데도 못 찾겠더라.

그래서 날짜를 되돌이켜 페이퍼 제목을 다 일람했다. 어이쿠! 마이리스트였구나!

게다가, 이미 수정했더라. 흑. 누군가 제보했나? 김샌다!

9. 오늘은 피아노 레슨 가는 날!

화요일에 조율사님 불러서 피아노 고쳤는데, 8년 만에 처음 손을 봤더니 상태가 아주 엉망이었더랬다.

조카들이 올라가서 앉기도 했으니 당연한가. 아래쪽 건반은 다 주저앉았다고 한다.

너무 오래 걸려서 다 못 고치고 가셨다는 후문(다음 집 예약 시간에 밀려.)

그래서 한 번 더 받아야 한다는 얘기를 남겼다는데, 그럼 조율비 또 내야 하남요? 아...털썩!

10.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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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11-27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요즘 베바를 보고 있는데요...말투가...점점...강마에처럼 되가고 있어요...큰일이에요.

마노아 2008-11-27 21:19   좋아요 0 | URL
오호! 실례를 들어주세요. 설마, "이 안에 똥덩어리 있다." 요 버전인가요??? ^^ㅎㅎㅎ

무스탕 2008-11-27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아노 조율' 하면 kiss의 고시마 선생 생각나요. 정말 멋졌었죠.. ☆.☆
저도 최상이라고 해서 알라딘판매 중고책을 샀는데 표지에 손바닥만한 스티커를 떼어내다 실패한 자국이 그대로 남은 책이왔지 뭐에요? 화가 나서 반품시켜버렸어요 --+
책을 선별하는 직원(인지 알바인지 모르겠지만..)을 더 교육시켜야 하겠어요.

마노아 2008-11-27 21:20   좋아요 0 | URL
저는 피아노의 숲에서 카이가 생각나요. 그 녀석도 피아노 조율하는 장면이 나왔거든요.
전에 최상품이 스티커 세개나(그것도 소아과 스티커!) 붙어서 왔는데 저는 성공적으로 떼었습니다(>_<)
요게 불로 한 번 지지고서 떼면 잘 떨어지거든요.
상품 상태를 점검하는지도 의심스러워요.ㅡㅡ;;;

뽀송이 2008-11-27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쿠,,, 황당한 일이 많은 날들이셨군요.ㅡㅡ;;
진짜,,, 중고책 판매할 때 사인 있으면 있다고 말을 하던가 할 것이지...ㅡ,.ㅡ
책을 선별하는 직원 교육 강화!!!!!
근데 개인이 직접 배송하는 중고책은 양심에 맡길 수 밖에요.ㅡㅡ;;
우쨌든 마노아님~~~ 기분전환 좀 하시고, 즐거운 날들 보내시와요.^^
참참,,, 언니네에 별일 없으시다니 다행입니다.^^

마노아 2008-11-27 21:21   좋아요 0 | URL
중고책은 거의 알라딘 직배송만 사요. 아주 급하거나 귀한 책이 아니라면요.
그러니까 개인이 양심에 걸고 알라딘에 판 책을 제가 다시 사는 건데, 결국 판 사람이 처음에 양심을 속인 거고, 알라딘은 그걸 잡아내지 못한 거죠. (그 작업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아무튼, 언니네 별 일 없어서 다행이었지요. 감사해요, 뽀송이님^^ㅎㅎ

L.SHIN 2008-11-28 0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분 주겠습니다. 뛰세요!"

이거 .. 딱 내 버젼인데요? (웃음)
[서양골동과자점 앤티크] 저도 재밌게 봤던 만화인데, 솔직히 일본에서 영화화 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하지만 실사 버젼이 어디에요. 저도 요즘 그거 극장에서 볼까~ 비디오로 볼까 생각중이랍니다.
아직 그런 장르나 내용에서의 '뻔뻔한 코믹하지만 깊이 있는' 역의 캐스팅이 약한거 같아요, 한국은.
한국은 진중한 내용의 영화는 최고인데 말입니다.

마노아 2008-11-28 06:56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상당히 어울립니다^^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는 일본에서 드라마로는 만들어졌어요. 보진 못했지만 꽤 유명하다고 알아요. 확실히 일본은 코믹물을 영화화, 드라마화하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긴 해요. 만화 속에서 당장 튀어나온 것 같은 느낌을 주잖아요. 노다메를 어찌 연기할까 했는데 그 만화 출연진 모두 드라마에서 성공적으로 재현된 느낌이었죠. 한국에선 최근 코믹은 중년 연기자들이 더 잘하는 것 같아요. 역시 관록을 무시할 수 없죠^^

웽스북스 2008-11-28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분 주겠습니다. 뛰세요

이렇게 말하는 마노아님을 상상할 수 없는 웬디. ㅎㅎㅎ
마노아님의 최근 3개월 구매액을 보고 스스로에게 '너의 죄를 사하노라'라고 얘기하고 있답니다. 하핫.
알라딘에서 마노아님한테 잘해야겠어요. 충성도 왕 고객 ㅋㅋ

마노아 2008-11-28 21:31   좋아요 0 | URL
전 좀 거절하는 훈련이 필요한 사람이지요^^ㅎㅎㅎ
저의 구매액 앞에서 죄사함 받는 많은 이들이 있을 것 같아요. 털썩!
근데 알라딘이 저를 사랑하고 있을까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