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발견 분쟁, 교통 정리되다 [제 844 호/2008-12-01]


에이즈(AIDS), 자궁경부암. 모두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병이다. 바이러스는 해마다 수많은 생명을 빼앗아가는 원흉이자 라틴어로 독(virus)을 뜻하는 미생물이다. 그러나 ‘독도 잘 쓰면 약이 된다’고, 바이러스도 잘만 이용하면 사람을 살릴 수 있다. 달갑잖은 불청객인 바이러스의 실체를 밝히고 또 그것을 이용해 암 백신까지 개발한 주인공이 있으니, 바로 올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의 한 명인 독일 암 연구소의 하랄트 추어하우젠 박사다.

유전자와 단백질 껍질뿐인 바이러스엔 자신을 복제하는 데 필요한 효소가 없다. 그러나 바이러스의 가장 큰 무기는 사람 같은 숙주 세포 안으로 뚫고 들어가 증식하는 능력이다. 이 능력 때문에 바이러스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감염시키며 성공적으로 살아남는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이런 바이러스를 연구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상선정위원회는 2008년 10월 6일, 추어하우젠 박사 외에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일으키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발견한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의 프랑수아즈 바레시누시 박사와 뤼크 몽타니에 박사를 공동으로 선정했다. 이들은 암과 에이즈라는 치명적인 질병의 원인균을 발견함으로써 예방과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연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흔히 에이즈라고 불리는 후천성면역결핍증에 걸리면 인체의 면역 기능이 떨어진다. 따라서 에이즈 환자는 사소한 질병에 걸려도 목숨을 잃기 쉽다. 현재 에이즈에 걸린 사람은 4000만 명이 넘으며, 작년 한 해 에이즈로 사망한 사람은 210만 명에 달한다. 이 중 어린이도 33만 명이나 된다. 에이즈 환자는 매년 250만 명씩 늘어난다.

에이즈 첫 환자는 1981년 미국 의학계에 공식적으로 보고되었다. 당시 세계 각국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혈우병 환자와 동성연애자 사이에서 발견됐다. 괴질로 알려진 이 질병으로 폐렴증상이 발생했고, 면역결핍으로 인해 사망까지 이르게 됐다. 순식간에 전 세계는 알 수 없는 이 질병으로 공포에 빠졌다. 과학자들은 에이즈바이러스의 규명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그런데 1983년, 프랑스의 바레시누시와 몽타니에 박사가 에이즈바이러스인 HIV를 세계 처음으로 혈액에서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성매매와 수혈 등이 에이즈의 발병 원인임을 규명해냈다. 에이즈 극복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 순간이었다. 정체불명의 존재였던 에이즈의 실체가 두 사람에 의해 베일을 벗게 됐을 뿐 아니라, 이것은 에이즈 치료에 효과를 보이는 항바이러스제 개발로 이어지게 되었다.

에이즈바이러스는 8~12시간마다 복제를 하고 그때마다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바레시누시와 몽타니에 박사는 HIV가 일반 유전정보 전달 방식과 정반대인 역전사(retro-transcription) 방식을 통해 번식한다는 점과, 대량 바이러스 복제를 통해 임파구 세포를 손상시켜 면역 시스템을 파괴한다는 특성을 찾아냈다. 역전사는 레트로바이러스(Retrovirus, 자신의 유전암호를 숙주의 DNA에다 복사하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서만 관찰되는 현상이다. 역전사 바이러스들은 다양한 병을 일으킬 확률이 높다. 따라서 이 결과는 면역결핍 환자의 림프구 세포가 레트로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결정적인 증거다.

바레시누시-몽타니에 박사팀이 이번에 노벨상을 받은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이들이 처음 발견한 HIV 바이러스를 놓고 당시 미국국립보건원(NIH)의 로버트 갤로 박사와 최초 발견에 대한 논쟁이 붙었기 때문이다. HIV를 처음 발견한 바레시누시-몽타니에 박사는 당시 세계 최고의 미생물 석학이었던 갤로 박사에게 논문과 사진을 보내 확인을 부탁했다. 갤로 박사는 1979년 레트로바이러스를 발견했는데, 이는 암과 관련해 발견된 최초의 바이러스여서 그의 명성이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었기에, 두 사람은 자신들의 연구를 미국 과학학술지인 사이언스에 게재하기 위해 갤로 박사의 추천을 받고자 한 것이다. 바이러스 이름도 HIV가 아닌 LAV(Lymphadenopathy Associated Virus, 임파종 결합 바이러스)였다.

그런데 얼마 후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바레시누시 박사와 몽타니에 박사의 연구결과가 나온 1년 뒤인 1984년 5월, 갤로 박사가 사이언스지에 자신이 에이즈 환자의 림프구에서 HIV를 발견했다는 논문을 발표한 것이다. 갤로 박사가 발견했다는 에이즈바이러스는 HTLV라고 불렸다.

이때부터 에이즈 바이러스를 누가 먼저 발견했는가를 두고 프랑스와 미국 간에 소송까지 걸며 대논쟁이 시작되었다. 국가간 분쟁은 양국 정상간 다툼이 되기도 했다. 이들 간의 싸움은 1987년 3월 정치적으로 끝이 났다. 프랑스와 미국은 바레시누시-몽타니에와 갤로를 에이즈 바이러스의 동시 발견자로 인정하고 바이러스 발견에 대한 권리를 양쪽에 똑같이 나누도록 약속했다. 발견자들도 1990년 이 문제를 두고 더 이상 싸우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때 에이즈바이러스는 LAV도 HTLV도 아닌 HIV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바레시누시-몽타니에 박사가 이번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니 두 사람은 최초 발견자로 ‘승인’을 받은 셈이다. 또한 이로써 HIV 발견자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1981년 첫 환자가 발생하여 2년 후인 1983년에 그 질환을 일으키는 병원체를 찾아낸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과학사상 이처럼 단기간에 특정 질환의 원인을 규명한 적은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에이즈바이러스는 아직까지 100%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실정이다. 하지만 현재의 의학 수준으로 에이즈에 감염되더라도 10년 이상 조절하면서 생명에 큰 지장 없이 살 수 있다. 요즘은 마치 성인병과 같이 에이즈의 관리와 조절이 가능하다. HIV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가 어느 바이러스보다 많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에이즈를 완전히 치료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할 일만 남았다. 백신은 바이러스 치료의 원조다. 몽타니에 박사는 4년 안에 에이즈를 치료하면서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직까지 에이즈 치료제가 없는 만큼, 에이즈 백신 개발 또한 훗날 노벨 생리학상감이 아닐까.

글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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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 - 빨강머리 앤 100주년 공식 기념판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강주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빨강머리 앤에게 늘 호의를 갖고 있긴 했지만 일상적으로 늘 유지되는 애정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100주년 기념판이 짠하고 나왔을 때는, 너무도 갖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다. 앤을 다시 만나지 못하면 갑자기 내가 막 불행해질 것처럼.

다행히 빨강머리 앤은 나와 만나주었다. 아주 반갑게!

빨강머리 앤이 어렸을 적에를 먼저 읽고, 이어서 빨강 머리 앤을 읽었다. 아주 어릴 적에 읽었던 그 앤이 접혀졌던 기억을 바로 세우며 다시 기지개를 켰다. 끊임없이 재잘거리는 생기발랄한 그 모습 그대로. 그렇지만 앤은 순수함으로 상징되던 그 어린애로 남아 있지 않았다. 작품을 읽는 동안 앤은 성장했다. 몸만 자랄 뿐 아니라, 마음의 크기가, 정신의 세계가, 넓고 아득해졌다. 그 앤을 바라보는 사람도 함께 넉넉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행복 바이러스를 퍼트리면서. 그녀에게 '빨강머리'라는 다시 없을 멋진 별명이 없었더라면 꿈 전도사, 행복 전달자 등의 이름으로 불렸어도 좋으련만.

프린스에드워드 섬에 발을 들여놓은 앤. 매슈와 마릴라가 원했던 남자아이가 아니었지만, 처음부터 그 섬에서 그렇게 조우하라고 운명지어진 것처럼 앤은 그곳 초록 집의 아이가 되었다. 그리고 역시 운명처럼 그곳 에이번 리의 모든 것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앤의 주변에 펼쳐진 모든 것들은 원래 이름이 없었다는 듯 새롭게 이름을 지어 받게 되었고, 그 순간 더 큰 '의미'가 되었다. 김춘수의 '꽃'처럼.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지나간 시간에 대한 많은 후회를 간직하게 된다. 그때 이랬어야 했는데,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라는 중얼거림. 좀 더 이성적이지 못했던, 혹은 좀 더 감정에 충직하지 못했던 것들. 글쎄. 둘 다 후회스럽긴 하지만 내 경우 감정에 충실하지 못했던 것들, 내 본능을 진작에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들에 더 큰 아쉬움을 갖고 있다. 그런 면에서, 앤은 참 부러운 존재다. 마음에 떠오른 생각을 모두 입으로 표현해 내는 아이. 그게 지나쳐 실수도 많고 실례를 할 때도 있지만, 거기에 가식이 없고 나름의 이유를 설명하려고 하는 적극적 의지가 더해져 결코 앤을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 마음 속 떠오른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 버리는 데에도 사실은 용기가 필요한데, 앤은 마치 그런 유전자를 이미 갖고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기만 하다. 아, 정말 네가 부럽구나!

밑줄긋기를 들여다 보면, 거의가 앤이 했던 대사들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봄부터 겨울까지, 온통 지치지 않는 생명력에 취해 있는 앤. 아침은 아침이어서 행복하고, 저녁은 저녁이어서 행복하다고 한다. 10월이 있어서 행복한 것처럼 그 어떤 계절도 맘껏 사랑하는 앤. 아마 사막 한가운데, 남극 한 가운데에 놓여 있더라도 앤이라면 그 안에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의 충만한 손길을 기꺼이 찾아낼 것이다. 감사할 줄 아는 그 마음과 입술의 고백이 아이의 앞날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거름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긍정적 마인드가 우리에게도 그런 길을 만들어 줄거란 기운을 한껏 북돋아 준다. 그것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주는 멋진 선물 가운데 하나이기도.

행복도 분노도 모두 격정적으로 표현해 내는 앤 셜리. 그래서 글을 읽다 보면 아이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연상되는 표정들이 있다. 그러나 너무나 유명했던 애니메이션으로 인해 내 빈약한 상상력 속의 앤은 늘 이 얼굴이다. 다이애나와 함께.

(이미지 출처 http://blog.naver.com/lovecja0616)

다행히, 작품 속에서 앤과 앤의 가족, 친구들 모두를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려서 상상력의 제한이 그리 나쁘지 않다. 아쉽기는 하여도.

다시 읽게 된 100주년 기념판에는 책 속 그림이 없었다. 표지 외에는 전혀. 표지의 꿈꾸는 앤의 모습이 그 자체로 예쁘긴 했지만, 내가 느낀 그 앤보다 너무 성숙하게 보여서 조금 낯설다. 그에 비해 빨강머리 앤이 어렸을 적에의 표지 그림은 어린 앤이 들어가 있다. 앤이 초록 집에서 보낸 5년 이상의 시간이 이렇게 커다란 앤을 만들어 놓은 것일 텐데, 기억 속의 추억 속의 앤은 여전히 어리기만 하니 이 역시 고정관념일 것이다.

100년 전 캐나다에서의 이야기.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너무도 다르고 또 멀리 떨어진 이야기일진대, 그곳에도 당연히!  똑같은 사람들이 똑같이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간다. 앤이 만들어 가는 세계와 우주는 그 시절에도 아름다웠지만 여전히 '명고전'으로 꼽힐 만큼 유효하다. 그렇지만 많이 다른 대한민국만의 '현실'이라는 괴리감은 읽으면서 부러움과 괴로움을 동반시켰다. 앤과 그녀의 친구들은 어린 시절을 맘껏 즐긴다. 자연과 더불어. 마음껏 상상하고 모험을 즐기고 무엇보다도 '논다'. 그리고 청소년으로 자라가면서 공부에 매진한다. 목표를 향해서 열심히! 선의의 경쟁을. 우리의 아이들이 집 학교 학원을 전전하며 공부를 원수보듯 하는 모습들과 논다는 게 뭔지도 모르고 즐길 줄도 모르는 어른으로 자라가는 모습과 너무도 대조적이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이 점점 사라져간다는 게 비극이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빨강머리 앤을 배우라고 한다면 논술형으로 분석하게 되지 않을까. 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다시 앤에게로 돌아가자. 앤은 어릴 적부터 주변의 공기를 변하게 해주는 존재였다. 앤을 만난 사람들은 앤에게서 빛이 남을 느낄 수 있었다. 어릴 적의 앤은 주근깨 투성이에 빼빼 마른 몸, 게다가 타오르는 붉은 머리로 인해 자신의 외모에 지나칠 만큼 컴플렉스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앤에게서 남들과 구별되는 특별함을 발견하곤 했다. 그건 그 싱싱한 에너지가 아니었을까. 사물에 대한 끊임없는 관찰과 애정을 보여주고, 상상력의 힘을 빌어 일상을 아름답게 받아들이고,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열심히 해내는 앤. 어찌 이 아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엄하게 앤을 키워야 한다고 끊임없이 자신을 닥달하는 마릴라조차도 작은 앤이 이미 자라 버린 것에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리게 되고, 너무 수줍음이 많아서 사람들 앞에 나서지도 말을 하지도 못하는 매슈조차도 얼마나 많은 변화를 겪었던가. 물론, 앤이 받은 것 역시 셀 수 없을 만큼 컸다. 초록 지붕을 가진 아늑하고 멋진 집만 갖게 된 것이 아니라 돌아갈 '가족'과 '가정'을 얻지 않았던가. 비록 엄마나 아빠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아주머니 아저씨라 불리는 그들이 이미 앤에게 엄마 아빠가 되어주었다. (두 사람은 남매이기 때문에 그 호칭들은 이미 무리였다.) 함께여서 서로에게 기쁨과 힘이 되어준 이들의 관계가 너무도 아름답다. 만일 마릴라가 잘못 오게 된 앤을 고아원으로 다시 보내버렸더라면 그들은 모두 이 기쁨을, 독자 역시 이런 행복한 만남을 갖게 되지 못했을 테지. 그걸 생각하면 몽고메리 작가에게 몹시 감사하게 된다. 전 세계의 모든 애독자들이 그럴 테지만.

무엇보다도 결말 부분이 가장 감동적이다. 이정표가 척척 가리켜주는 길이 아닌, 길모퉁이 모퉁이를 돌아 새 길을 개척해 내기로 결심한 용감한 앤. 장학금이 따라오는 대학교가 아닌 마릴라 아주머니와 함께 하는 초록 지붕을 택한 앤의 선택은 숭고해 보이기까지 하다. 매슈 아저씨가 돌아가셨고 마릴라 아주머니는 실명 위기를 겪고 있는데, 앤이 원대한 포부를 안고 미래를 위해서 제 길만 고수하고 갔더라면, 그 앤은 우리가 아는 앤이 아닐 것이다. 길은 좁아졌고 선택의 폭은 더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앤은 오히려 더 넓은 세계로, 우주로 뻗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에이번리는 좀 더 앤을 원하고 있다. 그 마을의 사람들과 함께.

길버트와 마지막으로 화해를 하고서 끝이 나서 참으로 다행이다. 이미 앤의 속편으로 두 사람이 같은 아이들의 부모가 된다는 것도 많은 독자들이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 둘 사이에서 흐르는 긴장감의 공기가 독자를 자주 아찔하게 만들었다. 5년이라는 시간을 낭비했지만, 앞으로의 긴 시간을 함께 할 그들이니까 그조차도 추억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두 권의 책을 다 합하면 1000페이지가 넘는데, 읽는 동안 지치지도 않았고 참으로 행복했다. 내 마음이, 내 영혼이 보다 충만해지는, 채워지는 느낌. 앤의 행복 바이러스에 기꺼이 감염되어 있지 않은가.

지난 주까지 내가 가보고 싶은 나라는 일본이었다. 딱히 어떤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니라, 그냥 가보고 싶었다. 어떤 열망처럼.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캐나다가 너무도 가보고 싶다. 프린스에드워드 섬에, 앤이 창작되어진 그곳 박물관에. 나같이 이런 소망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서 이런 전시회가 열리나보다.

앤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회



(정보를 알려주신 책세상님께 감사를!)

전시 기간이 넉넉하니 이번 겨울에 좀 더 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듯하다. 좀 멀긴 하지만, 프린스에드워드 섬보다는 훨씬 가깝지 않은가!

요새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앤을 홍보하느라 바쁘다. 백주년 기념판이 얼마나 이쁜지, 앤의 새 책은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지를!

이런 말은 원작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눈총을 받을 수가 있어서 안 하려고 했지만, 내 진심이니까 해야겠다.

이 책도 너무 재밌었지만, 난 '빨강머리 앤이 어렸을 적에'를 읽을 때 더 많이 울고 더 많이 감동받았다. 그렇지만 그 책이 그렇게 훌륭하게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원작 빨강 머리 앤 덕분인 거니까 온전히 버지 윌슨의 영광은 아니다.

그리고 반드시 지적해야 할 것 하나! 이 책 빨강 머리 앤은, 오타가 너무 많다. 정말 무수히! 교열을 전혀 보지 않은 것인지? 오타와 비문 때문에 앤에게 빠져들 여지를 자꾸 빼앗긴 게 화가 난다. 다음 쇄를 찍을 때는 반드시 모두 다 찾아내서 수정하기를. 너무 많아서 일일이 옮길 수도 없다. 그렇지만 그 '대단한' 오점에도 이 책의 가치를 깎을 수는 없으니 기꺼이 별점은 다섯 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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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2-01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이주의 리뷰감이네요.^^

마노아 2008-12-01 10:57   좋아요 0 | URL
헤헷, 캄사합니다^^ㅎㅎ

꿈꾸는섬 2008-12-25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빨강머리 앤의 리뷰를 정말 멋지게 쓰셨네요. 이글을 이제야 보다니......마노아님 넘 멋지세요.

마노아 2008-12-25 23:47   좋아요 0 | URL
이 책 읽으면서 참 행복했답니다. 그 기분이 리뷰에도 묻어나나봐요^^
 
빨강머리 앤 - 빨강머리 앤 100주년 공식 기념판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강주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0월
구판절판


"왜 기도를 할 때는 무릎을 꿇어야 하죠? 저라면 정말 기도하고 싶을 때 이렇게 하겠어요. 혼자 드넓은 들판에 나가거나 깊고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서 하늘을 올려다볼 거예요. 푸른색이 끝없이 펼쳐진 것처럼 보이는 아름답고 푸른 하늘을 높이, 높이, 높이 올려다볼 거예요. 그런 마음으로 기도가 느껴질 거예요. 자, 저는 준비됐어요. 뭐라고 말해야 하나요?"-87쪽

"네, 한꺼번에 다 먹지는 않을 거예요. 오늘 밤에는 하나만 먹을 거예요, 마릴라 아주머니. 절반은 다이애나에게 주고 싶은데, 괜찮겠죠? 다이애나에게 좀 주면 나머지 절반이 두 배는 맛있을 거예요. 다이애나에게 줄 것이 생겼다고 생각하니 너무 기뻐요."-143쪽

"마릴라 아주머니, 뭔가를 기대하는 게 그것에서 얻는 기쁨의 절반이에요. 그걸 얻을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걸 기대하는 재미는 무엇도 막을 수가 없거든요. 린드 아주머니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이 행복하다. 실망하지도 않을 테니까'라고 말씀하지만, 저는 실망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것이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150-151쪽

그 길을 걸으며 앤은 "단풍나무는 아주 사교적인 나무야. 항상 바스락거리며 너한테 속삭이잖아"라고 말하곤 했다. -169쪽

"절대로 길버트 블라이스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 필립스 선생님도 내 이름을 쓰면서 e를 빼먹었어. 내 영혼이 학대받았어, 다이애나."-179쪽

"마릴라 아주머니, 10월이 있는 세상에 살아서 너무 좋아요. 만약 9월에서 11월로 곧장 넘어가버리면 끔찍할 것 같지 않나요? 이 단풍나무 가지 좀 보세요. 가슴이 두근대지 않나요? 이걸로 제 방을 장식할 거예요."

미적 감각이 별로 발달하지 못한 마릴라가 말했다.

"지저분하다. 밖에 있어야 할 걸로 방을 온통 어질러놓았잖니. 침실은 잠을 자는 곳이다."

"꿈을 꾸는 곳이기도 해요, 마릴라 아주머니. 또 방에 예쁜 것이 많으면 훨씬 더 멋진 꿈을 꿀 수 있잖아요. 이 가지들을 파란 단지에 꽂아서 제 책상 위에 올려놓을 거예요."-190쪽

길버트에게는 순전히 선의의 경쟁이었지만 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바람직하지는 않았지만 앤은 원한을 품어두는 경향이 있었다. 앤은 사랑도 증오도 모두 격렬했다. 앤은 학교에서 길버트와 경쟁하고 있다는 걸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앤이 고집스레 무시하던 길버트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는 꼴이기 때문이었다. -215쪽

"마릴라 아주머니, 내일이 아직 아무런 실수도 저지르지 않은 새 날이라고 생각하면 기쁘지 않으세요?"

"내일도 너는 많은 실수를 저지를 거다. 너처럼 실수투성이인 애는 본 적이 없으니까."-273쪽

"그래도 제가 상상력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세요? 상상을 하면서 지내면 견디는데 도움이 될 거예요. 상상력이 없는 사람은 뼈가 부러졌을 때 어떻게 견뎌낼까요."-289쪽

매슈는 앤의 교육 문제에는 상관하지 않기로 한 걸 벌써 몇 번이고 다행이라 생각했다. 앤의 교육은 전적으로 마릴라의 책임이었다. 매슈가 앤의 교육을 책임졌더라면, 앤이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은 마음과 의무감 사이에서 갈등하며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없는 매슈는 마릴라의 표현대로 마음껏 '앤을 망쳐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것도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작은 '이해'가 세상에서 가장 공들인 '교육' 만큼 효과가 큰 법이다.-298쪽

"아무것도 먹지 못할 거 같아요. 이렇게 흥분이 되는 순간에 아침은 너무 현실적이잖아요. 전 차라리 이 드레스를 보면서 눈의 성찬을 즐기겠어요. 퍼프소매가 아직 유행하고 있어 정말 다행이에요. 제가 이런 드레스를 입어보지도 못하고 유행이 지나가버렸더라면 그 아쉬움을 절대로 잊지 못했을 거예요. 전 사실 제 옷에 만족할 수 없었거든요. 그리고 저에게 리본을 주시다니 린드 아주머니도 너무 친절하신 분이에요. 이런 때에는 모범생이 아닌 게 정말로 유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언제나 앞으로는 모범생이 되자고 결심하지만 떨쳐버릴 수 없는 유혹을 이겨내기가 정말로 힘이 들거든요. 다음부터는 정말로 노력해야겠어요."-309쪽

마릴라가 나가자, 한쪽 구석에 말없이 앉아있던 매슈가 앤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나지막이 말했다.

"네 낭만을 모두 포기하지는 말거라, 앤. 조금은 괜찮아. 물론, 너무 많이는 말고. 조금은 간직하거라. 조금은."-347쪽

"오늘 저녁은 꼭 자줏빛 꿈같지 않니, 다이애나? 살아 있다는 게 너무 기뻐. 아침에는 아침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지만 저녁이 오면 저녁이 더 좋은 것 같아."-349쪽

조시 파이가 레이스 뜨기에서 일등을 했어요. 저도 정말로 기뻤어요. 또 조시가 일등을 해서 내가 정말로 기뻐하는 것도 기뻤어요. 제가 그만큼 나아졌다는 증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마릴라 아주머니?"-354쪽

"배리 할머니는 약속하신 것처럼 우리를 손님방에서 자게 해 주셨어요. 정말 멋진 방이었어요, 마릴라 아주머니, 하지만 손님 방에서 잠을 자는 일이 왠지 제가 생각했던 것만큼 좋지는 않았어요. 그 점이 어른이 돼 가면서 나쁜 점이겠죠. 그것을 깨닫기 시작했어요. 어렸을 적에 원하던 일이 실제로 이루어지면 생각했던 것보다 절반도 좋지를 않아요."-356쪽

다이애나는 자기도 도시 체질인 것 같다고 말했어요. 배리 할머니가 저도 그러냐고 물어보셨는데 저는 진지하게 생각을 해본 다음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대답했어요. 그래서 잠자리에 든 다음 생각을 해보았죠. 그때가 뭔가를 생각하기엔 가장 좋거든요. 그래서 결론을 내렸는데요, 마릴라 아주머니, 저는 도시 체질이 아니라는 거예요. 그래서 기뻐요. 가끔은 밤 11시에 멋진 레스토랑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도 좋긴 하지만, 평소에는 11시면 제 동쪽 방에서 편안히 잠들어 있는 게 더 좋거든요. 내가 잠든 사이에 밖에서는 별들이 빛나고 바람은 시내를 건너 전나무 숲으로 불어오겠구나 생각하면서요."-357쪽

"세상에, 언제 키가 이렇게 컸니?"
그리고 긴 한숨이 이어졌다. 이상하게도 앤이 크는 것이 아쉬웠다. 마릴라에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준 아이는 어느덧 사라져버리고, 껑충 커버리고 진지한 눈빛과 생각에 잠긴 듯한 이마와 자신감에 넘치는 작은 얼굴을 가진 열다섯 살의 소녀가 눈앞에 서 있었다. 마릴라는 과거의 작은 아이만큼이나 지금의 이 소녀를 사랑했지만 뭔가를 잃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그날 밤 앤이 다이애나와 기도회에 간 후, 마릴라는 겨울 저녁의 어스름 속에 혼자 앉아 울음을 터트렸다. -383쪽

아, 다이애나, 수학 시험만 끝낸다면! 하지만 린드 아주머니가 말씀하셨듯이 내가 수학에서 실패하든 성공하든 태양은 변함없이 떠오르고 또 지겠지. 맞는 말이지만 특별히 위로가 되지는 않아. 차라리, 내가 실패하면 태양도 뜨지 않는 게 낫겠어!

-너의 충실한 친구, 앤-393쪽

3주가 지나도 합격자 명단은 발표되지 않았다. 앤은 그런 긴장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식욕도 떨어졌고, 에이번리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졌다. 린드 부인은 보수당원인 교육감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냐고 빈정댔고, 앤이 매일 오후 우체국에서 창백한 얼굴로 기운 없이 터덜터덜 돌아오는 모습을 지켜보던 매슈는 다음 선거에서는 자유당에 투표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395쪽

"제 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커요. 목표가 좀 바뀌었을 뿐이죠. 저는 좋은 선생님이 될 거예요. 아주머니의 눈도 지켜드릴 거예요. 공부는 여기 집에서도 할 수 있어요. 저 혼자서 대학 과정을 조금씩 공부해나가면 돼요. 계획이 아주 많아요, 마릴라 아주머니. 1주일 내내 생각했거든요. 여기서 최선을 다할 것이고 그렇게 하면 뭐든 얻게 되겠죠. 퀸스 학교를 졸업할 때는 제 미래가 곧게 뻗어있는 길롬나 나아갈 줄 알았어요. 그 길을 따라가면 많은 이정표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제 그 길에 굽은 길이 생겼어요. 그 모퉁이를 돌아가면 무엇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 지 저도 몰라요. 하지만 좋은 게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할 거예요. 모퉁이 너머에 어떤 길이 있을지 궁금해요. 어떤 초록빛 영광, 부드럽고 얼룩덜룩한 빛과 그림자가 있을지 궁금해요. 어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고, 어떤 새로운 아름다운 모습이 나타날지, 또 어떤 모퉁이와 언덕과 골짜기가 있을지 궁금해요."-455쪽

퀸스에서 집에 돌아와 그곳에 있던 날 밤 이후로 앤의 세계는 좁아지고 말았다. 앤은 앞에 놓인 길이 좁아지긴 했지만, 그 길을 따라 평화로운 행복의 꽃이 피어나리라고 확신했다. 성실한 노력과 가치 있는 꿈, 마음이 맞는 친구에게 얻는 기쁨이 앤의 것이 될 테고, 타고난 상상력과 꿈에 그리는 이상적인 세계를 앤에게서 빼앗아 갈 것은 없었다. 길에는 언제나 모퉁이가 있기 마련이다!

앤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하느님은 천국에 계시고, 땅에서는 모든 것이 평화롭도다."-4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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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2008-12-01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릴라 울때 저도 울컥하네요. 저도 앤이 커버렸을때 좀 슬펐어요 -

마노아 2008-12-01 21:01   좋아요 0 | URL
우리 안의 앤은 여전히 작고 귀여운 꼬마인데, 그 앤이 자란다는 건 저도 참 슬퍼요.

코코죠 2008-12-01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릴라가 나가자, 한쪽 구석에 말없이 앉아있던 매슈가 앤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나지막이 말했다.

"네 낭만을 모두 포기하지는 말거라, 앤. 조금은 괜찮아. 물론, 너무 많이는 말고. 조금은 간직하거라. 조금은."

-
제 옷장 속에는 한번도 입고 나가지 못한 빨간 벨벳 드레스가 있어요. 제 비밀상자 속에는 공주의 큐빅 왕관과 진주 귀걸이가 들어 있구요. 제게는 핑크색의 10센티짜리 하이힐도 있답니다. 이 구두를 신고 걸을 수는 없어요. 발이 진짜 아프거든요. 그러나 제 낭만을 포기하지는 않을 거예요. 물론, 너무 많이는 말고, 조금은 간직할래요. 조금은.



마노아 2008-12-01 21:03   좋아요 0 | URL
아, 공주의 큐빅 왕관과 진주 귀걸이, 게다가 핑크색 하이힐이라구요! 이건 절대적으로 낭만적이군요! 그 낭만을 포기할 수는 없지요. 조금은, 꼭 간직해야지요. 아, 역시 오즈마님이에요!
 


얼마 전 올라왔던 쥬드님의 올해 본 가장 예쁜 영화라는 표현, 게다가 얼마 전에 읽은 기사의 작년 '원스'를 잇는다는 말, 어찌 아니 동할 쏘냐!

그런데 영화가 시작되고 화들짝 놀랐다.

원스를 이었다길래 아주아주 따뜻한, 낭만적인, 사랑스런! 그런 영화를 상상했던 것이다.

아, 그런데 분위기 너무 다르다. 공포물로 구분된, 어찌 보면 하드 고어적 요소도 다분히 있는, 게다가 '뱀파이어' 영화다.

오옷! 평소 내 취향과는 너무나 다른 영화!

그런데, 왜 원스를 잇는다고 했는지 알겠다. 이 영화, 진짜 끝내준다!

너무 아프고, 서럽고, 그럼에도 지나칠 만큼 아름답다. 창백한 얼굴의 저 소년과, 그리고 사연 많은 눈망울을 지닌 소녀의 대사 없는 이야기들이 두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관객을 압도한다.

이런 외로움, 이런 소통의 부재, 이런 이해 관계의 고리, 그리고 이런 사랑 이야기.

다시 한 번 제목을 생각하게 한다. let me in...?

원작 소설은 알라딘에서 일시 품절이다. 물론, 품절이 아니어도 구매는 못했을 거다. 번역본이 없다.ㅜ.ㅜ

원서로 읽을 도리는 없고, 영화를 다시 보고 싶은 충동이 인다.

반응이 좋아서 아주 금방 내리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대중적인 영화는 아니어서 좀 걱정이 되기는 한다. 보다 많은 사람이 보았으면 싶은데...

정적인 이미지들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다. 하얀 눈밭. 창백한 얼굴, 흩뿌려진 붉은 피...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답게 보이는 까닭을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그 느낌에는 동조한다.

그러니까 그때가 2000년 1월 4일이었는데, 내가 길바닥에서 정신을 잃어가지고 머리가 깨진..(..;;;;) 좀 황망한 날이었다.

피가 난 줄도 모르고 정신 들자마자 서둘러 뛰어가는 나를 붙잡고 어떤 아주머니가 머리에서 피난다고 알려줬다. 가까운 롯데리아에 들어가 화장실로 직행! 대걸레 빨던 알바생을 경악시켰던 그날,

거울 속에 비친 나를 보고, 잠깐 숨을 멈췄다.

그러니까 그게...

하얀 목덜미에 흘러내린 빨간 피가, 너무 섹시해 보이지 뭔가.

상황상, 빨리 씻고 나와야 했지만, 그 이미지는 참 충격적이었다. 오래오래 잊히지 않는.

이 영화를 보니 그때 그 장면들이 떠오른다.

더불어, 트와일라잇도 너무 기대 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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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11-30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렛미인 .... 제목부터 아픔이 느껴져요 ...
그나저나, 어쩌다 길에서 정신을 잃으셨던 거에요? 머리가 깨지다니요 ... --;

마노아 2008-11-30 15:30   좋아요 0 | URL
정신줄 놓을 때가 가끔 있긴 했지만 길바닥에서 그랬던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좀 재수가 없었죠..;;;;
꼭 마음에 노크를 하는 듯한 영화였어요. ^^

순오기 2008-11-30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렛미인~ ' 우리 지역에선 안 할 거 같군요.
'눈먼 자들의 도시' 보고 왔어요~ 책은 월욜쯤 올 거 같은데~

마노아 2008-11-30 15:30   좋아요 0 | URL
서울도 CGV에서만 하더라구요. 개봉관이 좀 늘어났음 좋겠어요.
영화는 어땠어요? 저는 책만 보았는데 영화는 어떨지 궁금해요.

2008-11-30 0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1-30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11-30 0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대로 뽐뿌질 하셨습니다 ^^
그런데 2000년 1월에 무슨 일이셨어요? 혹시 저혈압, 빈혈, 이런거로 쓰러지신거가요? 이런...

마노아 2008-11-30 16:21   좋아요 0 | URL
영화, 너무 아름다웠어요. 이 계절에 딱이에요!
혈압은 정상이고, 빈혈이 심했어요. 지금은 괜찮은데 그래도 몰라서 다담주 놀토에는 병원 가서 혈액 검사 받으려고요. ^^;;

세실 2008-11-30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포물, 하드 고어적......볼 자신 없습니다. 워낙 공포물에 약해서요. ㅎㅎ
그나저나 2000년. 음 기억이 가물가물. 갑자기 쓰러지신 것 같은데. 정말 큰일날뻔 하셨어요.

마노아 2008-11-30 16:22   좋아요 0 | URL
이 영화가 공포물에 분류되어 있는데 전혀 안 무서워요. 저도 무서운 건 딱 질색이거든요.
잔인한 장면이 있는데, 잔인하게 안 나와요. 그것도 참 신기하죠.
그때 당시 아픈 건 둘째 치고 참 창피했지요..;;;;

무스탕 2008-11-30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였군요. 으음..
저도 트와일라잇 궁금해요. 개봉만 해봐라!!

마노아 2008-11-30 16:22   좋아요 0 | URL
저두요~ 개봉만 해봐라!!

L.SHIN 2008-12-01 0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얀 목덜미에 흘러내린 빨간 피가, 너무 섹시해 보이지 뭔가." 라니.

마노님의 유머에, 대담성에, 침착성에 왜 나는 흐믓한걸까요? ㅋㅋ
덕분에 좋은 영화를 알게 되었습니다.^^



마노아 2008-12-01 08:26   좋아요 0 | URL
하핫, 엘신님을 흐뭇하게 만들어서 저도 막 흐뭇해졌어요^^
스웨덴 영화는 처음 본 게 아닐까 싶은데 굉장히 호의적이 되어버렸어요~

하늘바람 2008-12-01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가 날 정도면 많이 다치셨던 거네요. 그래도 피가 안나는게 더 위험한 거라니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이젠 몸조심 더 각별히 하셔야지요. ㅇㄹ마나 놀라셨어여

마노아 2008-12-01 10:58   좋아요 0 | URL
피가 나긴 했는데 걱정했던 것만큼 큰 상처는 아니었어요. 병원 가서 종합검진 받고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결론은 '빈혈'이었어요. 아무도 일으켜주지 않던 그 사람들이 참 원망스럽던 기억은 나네요^^;;

코코죠 2008-12-01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아무래도 무서울 것 같았는데 마노아님까지 이러심 제가 차마 안 볼 수가 없잖아요. 좋아요 보고 오겠어요. 그리고 우리 다시 이야기를 나누자구요 :)

마노아 2008-12-01 21:04   좋아요 0 | URL
굳은 결심! 좋아요, 찬성이라구요! 보고 나서 우리 다시 얘기해요^^

메르헨 2008-12-01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억...목덜미의...핏물이라...흠...오싹하면서...전형적 처녀귀신이 떠오릅니다요.
그런데 글을 읽는 저도 다른 알라디너님들 모두 놀라셨네요.
마노아님, 건강이 최곱니다. 저도 트와일라잇..궁금해요.^^

마노아 2008-12-01 22:29   좋아요 0 | URL
제가 너무 거창하게 썼나봐요. 그냥 한줄기 흐른 건데 막 철철 흘린 것 같은 느낌이 들어버렸네요.
맞아요. 정말 우리 모두 건강이 최고지요! 잊지 말아야 해요.
트와일라잇 기대하는 분들이 많군요. 하핫, 담주 개봉이에요(>_<)
 

이번 달엔 영화 그만 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급! 보고 싶은 영화가 생겼어요.

렛.미.인!

쿠폰 남는 분, 저 좀 주세요~

아무도 없으면 다음 주에 쿠폰 새로 발급 받아서 봐야지요, 뭐^^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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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11-29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ZCDS-A8BE-1FFD

마노님 저요. ㅎㅎ 아무래도 내일까지는 영화볼 여유가 없을듯해요.
제가 드리는 날도 오네요. 살다보니 ^_^

마노아 2008-11-29 15:33   좋아요 0 | URL
으하핫, 웬디님 고마워요! 울 식구들이 다 절 버리고 나가버렸어요. 저도 극장으로 튈까봐요.
잘 쓸게요^^ㅎㅎㅎ

세실 2008-11-29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ZCDS-A951-7331 전 이거 어떻게 쓰는건지 몰라요. ㅎㅎ

마노아 2008-11-29 18:02   좋아요 0 | URL
앗, 세실님! 또 주시다니, 감사해요! 이 쿠폰은 다른 누군가가 저처럼 유용하게 써 주시면 좋을 거예요. 알라딘 마을은 역시 친절하다니까요.
이 쿠폰은 맥스무비 홈페이지에 가셔서 쿠폰을 등록하고 예매 할 때 할인을 적용받는 거예요. ^^

2008-11-29 2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1-29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메르헨 2008-11-29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벌써 해결되셨군요.^^
힛...전 지금 봤어요.
이제사 한가해져서 말이죠.
휴...감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영화구경 ... 되시길 바라옵니당~

마노아 2008-11-29 23:36   좋아요 0 | URL
친절한 알라딘 지기님들이 막 도와주셔서요~
몹시 피곤했는데 오히려 에너지를 얻어서 귀가했어요.
메르헨님도 힘찬 주말 보내셔요!

행복희망꿈 2008-11-30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댁에 다녀오느라 이제야 보았네요. 좋은영화 잘 보셨나요?

마노아 2008-12-01 00:11   좋아요 0 | URL
영화 너무 좋았어요. 온종이 머리 속에 둥둥 떠다닐 만큼요.
아, 댓글 쓰는 지금 12월 1일이 되었네요! 한달 남은 2008년을 우리 멋지게 마무리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