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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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i 2008-12-05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겨서 추천누르고 가요.

마노아 2008-12-05 21:56   좋아요 0 | URL
아하핫, 같이 웃어주셔서 감사해요^^ㅎㅎ

Kitty 2008-12-06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넘넘 재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총각김치 먹고 싶다 ㅠㅠㅠ

turnleft 2008-12-06 03:43   좋아요 0 | URL
마노아 님은 모를거에요. 맛난 총각김치가 얼마나 고급스러운 요리인지를.. ㅠ_ㅠ

마노아 2008-12-06 08:17   좋아요 0 | URL
이국에선 저 총각김치가 황제의 성찬보다 더 탐나겠지요?
아, 그치만 그래도 웃겨요^^ㅎㅎㅎ

순오기 2008-12-06 0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거 달랑 무쪽 하나인 거죠? ㅋㅋㅋ 그래도 밥을 차려주니 나보다 낫네~
난 싸우고 나면 진짜 밥주기 싫어서 아침에 모른척 했는데~~ ^^

마노아 2008-12-06 08:17   좋아요 0 | URL
저거 그냥 먹으려면 입이 찢어질지도 몰라요..;;;;;
울 언니가 넘넘 웃길래 뭔가 하고 봤더니 저도 막 웃겼어요^^ㅎㅎㅎ

bookJourney 2008-12-06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하~

마노아 2008-12-06 12:51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크게 웃자구요^^

Kitty 2008-12-06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참지 못하고 오늘 퇴근길에 한국 슈퍼가서 총각김치 한 통 사왔어요;;;;;;;;;;;;;
마노아님 책임져용 ㅋㅋ

마노아 2008-12-06 12:51   좋아요 0 | URL
아이고 이런! 고급 음식을 먹게 된 거죠? 축하해용^^ㅎㅎㅎ
 


파리에게도 생각이 있다 [제 846 호/2008-12-05]


“후~, 이 지긋지긋한 파리. 생선장사 10년인데 어떻게 아직도 파리를 제대로 못 잡는지.”

파리채를 휘두르던 생선가게 주인은 한숨을 쉬고는 자리에 앉았다. 파리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은빛으로 반짝이는 갈치들에 꼬여 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파리를 잡을 수 있는 거지? 그렇게 빨리 날지는 않는 것 같은데. 영 잡을 수가 없네.’

생선가게 주인은 딴 곳을 보는 척하다가 갑자기 갈치를 향해서 파리채를 휙 휘둘렀다. 하지만 이번에도 실패.

생선가게 주인의 파리채가 50도 각도로 파리 앞으로 떨어지는 동안 파리는 다리들을 앞으로 내어 비스듬하게 만든 뒤 다리를 들어 올려 뒤쪽으로 강하게 밀어냈다. 파리가 몸의 각도를 틀어 파리채의 공격으로 벗어나는 순간 속도는 100밀리초(1밀리초는 1천분의 1초)에 불과했다.

대장 파리는 파리들에게 여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파리채가 앞에서 공격해올 때는 다리를 앞으로 들었다가 뒤쪽으로 강하게 밀어내면서 각도를 바꿉니다. 파리채가 뒤에서 나타나면 다리를 약간 뒤쪽으로 이동하면 됩니다. 옆에서 오면 어떻게 할까요? 네. 다리를 고정한 채로 있다가 점프하기 직전에 반대방향으로 몸을 비스듬히 기울여 도망갑니다. 다리만 살짝 뻗어도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내려앉은 상태에서 이륙하는 데 0.2초도 걸리지 않죠. 인간이 아무리 빨리 내려치더라도 이보다 빠르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자신 있게 배운 대로만 하면 잡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파리들은 갈치 위에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다. 파리는 걸으면서 먹고 몸치장까지 동시에 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 파리채 피하는 일을 어떤 파리들은 스릴 넘치는 일종의 오락으로 여겼다. 파리채가 날아오면 어느 곳으로 날아갈지를 재빨리 계산한 다음 행동을 취했다. 파리들은 이전에 날았던 거리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도 허튼 동작을 하지 않고 치밀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앵앵 앵앵. 인간들은 우리가 허겁지겁 도망쳐서 운이 좋아 파리채를 피했다고 생각하겠지. 낄낄.’

파리들이 앵앵거리며 갈치 위에서 파티를 즐기는 동안 생선가게 주인은 소득 없이 파리채만 흔들고 있었다. 옆집 과일가게 주인이 말을 건다.

“아이고, 오늘 유난히 파리가 들끓네요.”

“오라는 손님은 안 오고 파리만 들끓으니 속이 상해 죽겠네요.”

“파리채라는 게 파리 잡으라고 만든 물건이라도, 웬만치 기술이 있지 않으면 잡기 힘들죠. 어찌나 나는 기술이 좋은지 과학자들도 파리 나는 법을 연구한다고 하잖아요.”

“아니, 과학자들이 파리 나는 걸 왜 연구하는데요?”

“그러게요. 우리 눈에는 앵앵거리고 더러워 잡아 없애고만 싶은 파리지만, 과학자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질 않나 봐요. 파리 같은 로봇을 개발하는 게 대단한 일이라고 합니다. 헬리콥터 같은 거 생각해보면 뜨고 내릴 때 대단히 요란하죠? 파리나 벌처럼 빠르고 사뿐 하게 뜨고 내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런 기술을 가진 비행 로봇을 만들기 위해 연구를 한대요. 실종자 수색이니 군사용 정보수집이니 쓸모가 얼마나 많겠어요.”

오랜 연구 끝에 미국 하버드 대학교 로버트 우드 교수 연구팀은 0.06g의 극소형 파리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의 날개는 1초당 150회를 움직인다. 하지만 아직은 직진과 상승 비행만 가능하고 자체 동력도 없다. 하지만 실제 파리는 공중부양을 위해 1초에 200회나 날개를 펄럭거리고 U자형 선회도 할 수 있다. 로봇 비행체가 공중에 안정적으로 계속 떠 있으려면 파리에게 배워야 할 것이 많다.

“나는 그런 기술 다 필요 없으니 파리만 쫓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생선가게 주인아저씨는 파리든 파리 로봇이든 생선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다.

“하하, 파리가 재빨리 도망치는 기술, 실은 이게 제일 대단한 거죠. 파리만큼 날다가 재빠르게 방향을 바꾸는 생명체가 없답니다. 수컷 파리는 마음에 드는 암컷 파리가 조금이라도 비행 궤적을 변경하면 0.03초 내에 비행 자세를 수정해 암컷을 따라갑니다. 정말 빠르죠. 우리가 파리채를 들어 올릴 때 파리는 벌써 날개를 움직이고 있다고 해요. 파리가 눈으로 보면 몸은 이미 달아나고 있는 셈이죠. 얼마나 두뇌가 빠르고 치밀한지 몰라요.”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 마이클 디킨슨 박사 연구팀은 파리의 움직임을 초고속 디지털 이미지로 촬영한 결과를 발표했다. 파리는 자신을 잡으려는 파리채가 나타나면 날아오르기 전에 이미 알아채기 어려운 자세를 연속해서 취하면서 어느 방향으로 날아갈지 계획을 세우고 날아간다는 내용이었다.

“아니 그럼 파리를 잡을 방법이 없단 말입니까?”

“설마 그럴 리야 있겠습니까. 단지 어렵다는 얘기죠. 파리가 워낙 빨리 움직이니까 파리가 있는 곳을 치는 것보다는 파리가 도망갈 걸로 예상되는 곳을 치는 게 조금 더 효과적이겠네요.”

파리들은 생선가게 주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앵앵거리며 생선 위에 앉았다 날아올랐다를 반복하고 있다.

“앵앵 앵앵 우리 파리를 영어로 플라이(fly)라고 한다네. ‘날다’라는 뜻의 플라이(fly)와 철자도 같지. 나는 걸로는 우리를 따라잡기 힘들걸. 앵앵.”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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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12-05 0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리, 대단한 걸!

치유 2008-12-05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

마노아 2008-12-05 20:32   좋아요 0 | URL
제법이죠? ㅎㅎ

진주 2008-12-05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짜식...........
지딴에도 생각이 있었단 말이쥐....

마노아 2008-12-05 20:32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의외였다니까요^^ㅎㅎ
 
건투를 빈다 - 딴지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김어준 지음, 현태준 그림 / 푸른숲 / 2008년 11월
품절


지난 아테네 올림픽 때다. 우리 리포터가 풍물취재로 한 어부를 인터뷰했다. 잡은 생선 중 크고 좋은 놈들 따로 놓는 걸 보고 리포터는 당연하다는 듯 이쪽 상등품은 팔 거냐고 묻자, 어부는 무슨 소리냔 표정으로 먹을 거란다. 왜 값을 더 쳐줄 물건을 팔지 않냐 하자 나머지 판 돈만으로도 먹고살 수 있단다. 좋은 놈들은 와이프랑 먹을 거란다. 행복관이 판이한 게다. 이런 어부, 우리나라엔 없다. 왜. 우린 그렇게 배우질 않는다. 스웨덴 교과서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인간은 소유욕과 존재욕구를 가지는데 소유욕은 경제적 욕망을, 존재 욕구는 인간과 인간이,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의지를 뜻한다고. 그런데 그 존재 욕구를 희생해 소유욕을 충족시키는 건 병적 사회라고. 공교육이 처음 가르치는 게 그런 거다. 사회 시스템 역시 그 가치관에 기초해 구축되고.
아이가 어른이 되는 과정서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건 그렇게 자신의 삶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그 기본 태도에 관한 입장이어야 한다. 우린 그런 거 안 배운다. 대신 성공은 곧 돈이라는 거. 돈 없으면 무시당한다는 거. 그 경쟁에서의 낙오는 인생 실패를 의미한단 거. 그렇게 경제논리로 일관된 협박과 회유로 훈육된다.-13쪽

p.s. 행복에 이르는 방도의 가짓수가 적을수록 후진국이다. '747' 과업을 못 이룬 나라가 아니라. -15쪽

우리나라엔 남의 욕망에 복무하는 데 삶 전체를 다 쓰고 마는 사람들, 자기 공간은 텅텅 빈 사람들, 너무나 많다. 당신만의 노선을 찾고 그리고 거기서 자존감, 되찾으시라. 시간이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쉽지도 않다. 하지만 그 길은 당신 스스로 찾는 수밖에 없다. 다만, 결코 친절해지진 말라는 거. 오히려 이제부턴 차근차근, 남의 기대를 저버리는 연습을 하라는 거. 남의 기대를 저버린다고 당신, 하찮은 사람 되는 거 아니다. 반대다. 그렇게 제 욕망의 주인이 되시라. 어느 날, 삶의 자유가, 당신 것이 될지니.


p.s. 사람이 나이 들어 가장 허망해질 땐, 하나도 이룬 게 없을 때가 아니라 이룬다고 이룬 것들이 자신이 원했던 게 아니란 걸, 깨달았을 때다.

-25쪽

자존감이란 그런 거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부족하고 결핍되고 미치지 못하는 것까지 모두 다 받아들인 후에도 여전히 스스로에 대한 온전한 신뢰를 굳건하게 유지하는 거. 그 지점에 도달한 후엔 더 이상 타인에게 날 입증하기 위해 쓸데없는 힘을 낭비하지 않게 된다. 누구의 승인도 기다리지 않고 그저 자신이 하고 싶고, 재밌어하는 것에만 집중하게 된다. 다른 사람 역시 어떤 왜곡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만약 내가 서울대를 갔더라면 분명 그렇게 살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의 수많은 가치 중 겨우 공부 하나 잘하는 걸 가지고 스스로 존재 자체가 우월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어린 시절의 편협하고 유치한 멘탈리티, 그걸 결코 내려놓지 못했을 게다. 그리고 거기에 걸맞은 삶이라 생각되는 것들을 위해 내 인생 대부분을 소비하고 살았을 게다.
그렇게 누구의 기대도 저버리지 못했을 게다. 누군가의 기대를 저버린다는 건 내 존재의 우월함을 스스로 저버리는 거라 여겼을 테니까.
-28쪽

난 이제 자신이 온전히 자기 욕망의 주인이 된다는 게 얼마나 힘이 드는 것인지 안다. 그래서 이제 누구나 기대를 저버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대를 저버리는 연습 없이는, 평생을, 남의 기대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쓰고 만다. 단 한 번밖에 없는 삶에 그만한 낭비도 없다.

p.s. 그해 여름, 난 <딴지일보>를 창간했다. -29쪽

내 입장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에서 상대의 처지를 이해하는 능력, 그렇게 세상을 보편타당한 시각으로 바라볼 줄 아는 능력을 우린 지성이라고 한다. 역시 언제나 문제는 '지능'이 아니라 '지성'인 것이다. -37쪽

공부 열심히 하면 훌륭한 사람 된다? 거짓말이다. 우리나라 공교육 열심히 따라가면 시험 잘 치는 사람 된다. 그럼 시험 잘 치면 훌륭한 사람 되나? 아니다. 시험 잘 치면 점수 잘 나온다. 하지만 점수와 훌륭한 사람과의 상관관계, 없다. 그럼 판검사나 의사들은 다 훌륭하시게? 단, 점수 높으면 연봉 높을 확률, 상대적으로 높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건 또 아니다. 돈 버는 능력과 공부 능력, 별개다. 그럼 왜 어른들이 공부 공부 하나. 불안해서. 공부 외에 어떻게 훌륭한 사람 되는 건지 어른들도 모르니까. 아니 보다 근본적으로는 어떤 사람이 훌륭한 사람인지, 어른들 모른다. 물론 공부 잘하면 좋다. 유용하다. 하지만 공부와 훌륭한 사람, 관계없다. -43쪽

될 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한 우물을 파라? 아니다. 떡잎만 봐선 모른다. 떡잎은커녕 나이 서른 넘어도 몰라. 우리 공교육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사유하고 각성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 공교육 바로 그거 하라고 있는 건데. 하여 우리나라엔 대학 졸업하고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원하는 게 뭔지, 뭘 하고 싶은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그런데 어떻게 한 우물을 파. 그러니 호기심 가고 궁금한 건 뭐든 닥치는 대로 덤벼들 보시라. 인생 790년 못 산다. 하고 싶은 건 겁먹지 말고 다 해봐. -44쪽

영어는 도구다. 어른들은 영어를 신분의 표식, 능력의 징표로 여겼기 때문에 자기 열등감에 그렇게들 영어, 영어 하는 거다. 다시 말하는데 영어는 도구다. 취미 맞으면 하고 안 맞으면 그냥 다른 과목처럼만 해. 그래도 된다.

사랑의 매? 그런 거 없다. 매는 그냥 매다. 악법도 법이다? 아냐. 악법, 바꿔야 한다. 악법 만나면 싸워. 시민불복종 공부하고.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노. 하나 보면 하나 안다. 사람 속단하는 거 아니다. 남자는 군대 가야 사람 된다? 천만에. 가야 하니까 가는 거야.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 핑계다.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 구축하라고 국가 있다.

동방예의지국, 이건 우리 조상들이 공물 상납 잘하고 종주국 예우 잘했다는 중국인들 칭찬이다. 뭐 자랑스러울 거 없다. -45쪽

미래란, 애초, 불안한 거다. 누구도, 모르니까. 그 공포가 금융시스템 탄생의 주역이다. 그거 통제코자 저금하고 펀드 사고 보험 든다. 당장의 즐거움 중 일부는, 그렇게 이자율과 수익률로 계량되어, 유보된다. 차후 인출될 현금으로 그 희열, 보상받으리라 믿으며. 그렇다면, 그 쾌락 중 과연 얼마를 털어, 예치할 것인가. 이 교환가치의 개인적 기준을 관장하는 게, 바로 세계관이다. 당신과 남친은 이게, 안 맞는 거고. 당신 믿음과는 다르게, 여기에, 옳고 그르고, 없다. 근검절약에 의한 부의 축적을 신의 축복으로 환산해 낸 칼뱅 자본주의는, 절묘하긴 하나, 절대적인 거 아니다. 사표 내고 전세 털어 세계일주 하는 커플들, 삶에 무책임해 그러는 게 아니라고.
-48쪽

자기 선택이 곧 자신이란 거, 이거, 사실, 곧이곧대로, 수용키 어렵다. 누구나 야비하고 몰염치하고 이기적이며 부도덕한 선택, 한다. 그리고 그런 선택 뒤 대다수는 사연부터 구한다. 그 선택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할. 그리고 그 속에 숨는다. 그리고 공감해줄 사람 찾는다. 피치 못 할 사연 있었단 거지. 자긴 원래 그런 사람 아니란 거지. 그런데. 아름답지 않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기 객관화의 임계점이란 게 있다. 그랬으면 하는 자기가 아니라 생겨 먹은 대로의 자신을, 덤덤하게,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그런 순간 있다. 자신이 멋지지 않다는 걸 인정하지 않고서 멋질 수는 결코 없는 법이란 걸 깨닫는. 이거 절로 안 온다. 도달해야 한다. 그러자면 대단한 분량의 용기가 지성과 함께 요구된다.




3. 모든 선택은 선택하지 않은 것들을 감당하는 거다. 사람들 선택 앞에서 고민하는 진짜 이유는 답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 선택으로 말미암은 비용을, 치르기 싫어서다. 당신은 그 관계로써 이젠 정숙한 아내, 윤리적 엄마가 아니다, 란 사실 감당하기 싫다. 그로 인한 죄의식, 불안 비용도 싫다. 반대 선택도 마찬가지다. 설레는 가슴, 정서적 충만, 격정적 사랑 잃고 건조한 결혼, 평범한 일상으로 되돌아가기 싫다. 둘 다 갖고 싶다. 선택하기 싫은 거다. 하지만. 공짜는 없다. 우주 원리다. 뉴턴은 이걸 작용, 반작용이라 했다. 근데. 이 말 가만 뒤집어 보면, 비용 지불한 건, 온전히, 자기 거란 소리다. 이 대목이, 포인트다. 공짜가 아니었잖아.


4. 내 결론은 그렇다. 자기 선택과 그 결과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그로 인한 비용 감당하겠다면, 그렇다면, 그 지점부터, 세상 누구 말도 들을 필요 없다. 다 조까라 그래. 타인 규범이 당신 삶에 우선할 수 없다. 당신, 생겨 먹은 대로 사시라. 그래도 된다.

-54쪽

자기객관화란 입체의 연속된 공간 속에서 자신의 상대적 위치를 스스로 인지하는 거다. 그리고 그렇기에 거기 도달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여행이다. 세계 속에 연결되어 존재하는 자신의 상대적 위치를 오감으로 직감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일정 거리 이상이 확보되어야 제 모습 전체가 조감되는 법이니까.
그러기 위해 우리 땅의 물리적 연결이 필요하다. 서울역에서 기차 타고 평양 거쳐 모스크바 지나 파리까지 갈 수 있어야 한다.

전쟁 끝난 지 50년이 넘었다. 싸우다 말고 50년씩 쉬는 전쟁, 인류 역사에 없다. 이거 휴전 아니다. 종전이다. 미국, 이거 50년째 안 하고 있다. 전쟁이 일시 중지 상태인ㅇ 건 전쟁이 거대한 비지니스 모델인 자들에게나 짭짤하다. 맥아더, 벌써 40년 전에 죽었다.
이제, 땅을, 연결하자. 그게 진짜 세계화다.-57쪽

당신이 지불할 수 있는 비용은 어디까진가.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다고? 그럼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거다.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하는 건 삶에 대한 응석에 불과하다.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다가 아니라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게다가 꿈을 말하며 용돈 타서 쓴다는 당신,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 수입 적으면 적게 쓰라. 없으면 자신이 번 만큼만 쓰라.
정신 똑바로 차리고 위의 세 가지 질문에 냉정하게 답한 후 '꿈'을 말해도 말하시라. 그런 질문 생략하고 그저 꿈만 말한다면, 그 단어 뒤에 숨어 부모한테 얹혀사는 팔자 좋은 놈팽이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꿈은 목표이지 핑계일 수 없다. -65쪽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냥 그 일을 하는 거다. 실패를 준비하며 핑계를 마련해두는 데 에너지를 쓸 게 아니라. 토 달지 말고, 그냥, 그 일을 하는 거, 그게 그 일을 가장 제대로 하는 법이다. 그런다고 하고 싶은 대로 다 되느냐.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겠나. 도리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는 거지. 하지만 해보지도 않는데 그걸 도대체 어떻게 알겠나. 하지도 않고 하고 싶은 대로 되길 바라는 건 멍청한 게 아니라 불쌍한 거다. 자기 인생에 스스로 사기 치는 거라고. 그리하여 난 꿈을 말하는 대신 이렇게 외쳐야 한다고 믿는다.
"하면, 된다! 아님 말고."-67쪽

다행히 여행이 선사한 선과 색과 면의 세례를 나도 모르게 받아, 운 좋게도 몇 마디 더듬거릴 줄은 알게 된 난 이제, 돈 많이 버는 것보다, 비싼 집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더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제 나름의 고유한 스타일을 가지는 거라 믿는다. 그게 없는 사람은 도무지 섹시하지가 않다. -76쪽

더치페이가 결코 나쁜 건 아니지만 동시에 이걸 기억해둘 필요 있겠다. 딱 반이 항상 가장 공평한 건 아니라는 거. 사실 모든 인간관계가 다 그렇다. -81쪽

은퇴는 30대부터 대비해야 한다......

그렇게 지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어차피 다가올 시간을 위해 유보해버린다는 사고방식도 매력적이지 않지만, 나이를 먹으면 나이를 먹는 대로 하고 싶은 것이 또 따로 존재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사고방식은 노년이란 젊었을 때 모아둔 연금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퇴물이 되는 게 당연한 순리라고, 아예 사회적으로 못 박아버리는 것 같다는 거다. 물론 체력도 지력도 따라주지 않아 그러고 싶지 않아도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젊었을 때부터 미리 그런 상황만을 준비한다는 게 나로선 마뜩지 않다. 30대에 하고 싶은 것의 리스트가 있는데 70대에 하고 싶은 것 리스트가 없으란 법이 어디 있는가. -82쪽

테이블은 서너 개만 둘 것이며 부자 되자고 하는 건 아니니 가격은 딱 식당 돌아갈 만큼만 책정한다. 그러니 손님은 그냥 내가 준비한 걸 먹거나 아니면 꺼지거나 둘 중 하나만 할 수 있다. 그리고 지들끼리 밥만 처먹는 것들은 퇴장이다. 오면 당연히 대화에 동참해야 한다. 조선일보를 칭송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대화 내용에 문제 있어도 바로 퇴장이다. 그렇게 취향과 세계관이 비슷한 사람들과 먹고 마시고 떠들며 늙어가고 싶다.
이 식당을 위해 난 50대부터 요리를 배울 생각이다. 어느 날 갑자기 요리 학원 3개월 다녀 배우는 게 아니라 살면서 두 달에 하나씩 일년에 다섯 가지 정도. 그렇게 50대 내내 요리를 배울 생각이다.
그리고 그 모든 걸 한 사람의 동업자와 하고 싶다. 서빙을 내가 하면 요리를 그가 하고 요리를 내가 하면 서빙을 그가 하는. 따로 설명이나 지시 필요 없고 이윤과 역할 때문에 다투는 법 없는, 그런 동업 한 사람과 인생 마지막을 보내고 싶다. 인생 전체를 털어서 그런 동업자 한 사람, 그 나이에 남길 수 있다면, 그럼 성공한 삶이 아니겠나 싶다.-84쪽

부모를 바꾸려는 모든 시도는, 그것이 논리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들이 살아온 방식 자체를 부정하란 것으로 여겨지기에, 실패한다. 설득 대신 한겨레 구독해 우편으로 보내드리시라. 거기까지가, 예의다. 그리고 그 문제로 당신들끼리 싸우지 마시라. 슬프다. 대신 당신들 다음 세대에게는 이 유산, 절대로, 물려주지 않겠다는 걸로 매듭지으시라. 나쁜 것의 가장 나쁜 점은 유전된다는 거니까.

p.s. 조선일보, 편파적이어서가 아니라 그 편파에 이르는 과정이 공정하지 않기에, 나쁘다.-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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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니 2008-12-04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의 욕망에 복무하는 데 삶 전체를 다 쓰고 마는 사람들" 여기에 백배 공감합니다. 한국인은 타인의 기준으로 자기의 행복을 판단한다고 하죠..

마노아 2008-12-04 22:48   좋아요 0 | URL
한국인들은 본인이 가진 것에 비해서 힘들게, 혹은 불행하게 사는 듯 보여요. 그게 바로 남의 욕망에 복무하는데 삶 전체를 쓰는 까닭인 듯 싶어요. 휴우...

다락방 2008-12-04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재미있겠어요. 보관함에 또 넣고.

마노아 2008-12-04 22:48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이 책 생각보다 훨씬 더 괜찮아요! 전 후배 선물하려고 한 권 더 주문했어요.
오늘 주문하면 알사탕 1,100개 주거든요^^ㅎㅎㅎ

노이에자이트 2008-12-05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공부라고 생각하는 거 교과서 참고서 자습서 읽고 쓰고....그거 공부 아닙디다.제가 아는 캐나다 사나이가 그랬어요.한국학생들 학교에서 밤 늦게까지 있는데 그건 공부가 아니다...

마노아 2008-12-05 20:35   좋아요 0 | URL
어릴 때 우리나라와 민족의 자질, 능력에 대해서 자학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나쁘다고 배웠어요. 그런 건 일제 때 심어진 나쁜 습관이라고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요즘엔 식민사관이 아니라 진짜 뭔가 나쁜 형질이 있는 건 아닐까 갑갑스럽기도 해요. 대체 제대로 하는 건 뭐가 있나 싶어서요. 이런 피로감, 절망감이 그때 그들이 원했던 정체성일까요.

순오기 2008-12-06 0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간밤에 여기에 내가 댓글 달았는데 어디로 사라졌지?
꿈속에서 달았나? 분명 감동받고 끼적거렸는데~~~~~
댓글저장을 안 눌렀나?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ㅜㅜ

마노아 2008-12-06 08:18   좋아요 0 | URL
아아, 이런! 순오기님의 댓글을 누가 삼켰을까요! 아까워요. 우워어!!ㅜ.ㅜ

노이에자이트 2008-12-06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학도 나쁘지만 모든 걸 남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가장 비주체적인 사고방식이지요.일본이 들어오기 전에 이미 뿌리박힌 관행도 많다고 봐야죠.

마노아 2008-12-06 23:06   좋아요 0 | URL
그게 정답이네요. 자학도, 남탓도 금물이지요. 속도 상하고 화도 나고 답답하기도 한데, 그래도 그조차도 못 느끼는 것에 비하면 낫다는 생각은 합니다. 지레 지쳐서도 안 되겠고요.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81204093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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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12-04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한 건지, 답답한 건지 ...

마노아 2008-12-04 22:50   좋아요 0 | URL
이 글을 보면서 착하다는 게 이처럼 욕으로 들릴 수 있다는 사실에 절망스러웠어요. 이건 착한 게 아니라 미련한 거죠ㅠ.ㅠ

BRINY 2008-12-05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미련합니다.

마노아 2008-12-05 20:32   좋아요 0 | URL
아, 쓰라려요ㅠ.ㅠ
 






  원문 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32519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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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8-12-04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 전에 지역 theater 에서 저소득층 아이들 음악 교육을 위한 fund raising 을 한다고 전화가 와서 약간의 금액을 기부했어요. 한국에서는 악기 배운다고 하면 우선 돈 많은 집 애들이라고 생각하는데, 꼭 돈이 없어도 자신이 배우고 싶은걸 배우게 도와주는 제도가 있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삶을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예술가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마노아 2008-12-04 10:33   좋아요 0 | URL
그런 것들이 '저력'인 것 같아요. 알면알수록 대한민국에 화딱지 나는 것들이 많아져서 참 마음이 아파요. 그렇게 자연스런 '공생'이 언제쯤 가능해질까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도움을 보탠 좌회전님,근사해요!

치유 2008-12-04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죽이는데 뭐 있는 특별한 토끼나라.

마노아 2008-12-04 10:35   좋아요 0 | URL
그 나라가 이상한지도 모르고 사는 이상한 나라!(ㅡㅡ;)

노이에자이트 2008-12-04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가끔 외국이야기를 들어봐야 우리나라가 심하게 잘못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좋은 정보네요.

마노아 2008-12-04 13:31   좋아요 0 | URL
본질적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게끔 해준 내용이었어요. 그리고 그런 원조를 받는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당연한 거라는 인식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참 부족해요. 적극적인 기부 행위도 마찬가지구요.

2008-12-05 1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05 2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