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전에 근무했던 학교 선생님으로부터의 뜻밖의 전화. 감기 때문에 잔뜩 갈라진 목소리로도 나는 무척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근데 알고 보니 학생한테 걸려던 것이 잘못 걸어서 나한테 온 거다.
이분, 실례했다고 급 사과하더니 바로 끊는다.
잘못 걸린 전화더라도 서로 알던 사인데 안부 정도는 물을 수 있는 거 아닌가? 못 걸을 때 건 것처럼 참...;;;
2. 향상음악회는 성황리(?)에 마쳤다. 그런 무대는 또 처음인지라 얼굴 발개져서 잔뜩 긴장하고 인사하는 것 깜박해서 다시 나와 인사하고 완전 허둥지둥.
조카랑 두 곡, 선생님이랑 한 곡. 그래도 다 마치니까 어찌나 뿌듯하던지.
형부가 촬영을 해 놓았는데, 어케 보는 건지 모르겠다. 내일 보여달라고 해야지.
3. 초등학교 4학년 때 전학가는 바람에 연락이 끊긴 옛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 친구는 몇 해 전 알럽 스쿨~ 때에 연락이 닿은 뒤 줄기차게 함 만나자고 조르곤 했었는데 번번히 바쁘단 이유로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만나지 못했다. 격렬하게 보고파하는 친구에겐 미안했지만, 하루하루가 너무 바쁘고 고단했었던 나는 십 수년 전의 친구를 만나고 있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 이 친구 전화를 받고는 너 사는 곳이 어디냐 물으니, 내가 가는 피아노 학원 바로 앞에 사는 게 아닌가. 이건 만나라는 운명인가보다! 하고는 만나기로 했다.
무려 20년 만에 만났다. 11살 소녀들은 이제 서른 한살이 되어 있었다. 서로가 예전 그 얼굴을 지금 얼굴에서 찾아낼 수 있었다. 나도 그렇지만 너도 별로 변하지 않았구나.
어찌 지내니, 결혼은 했니? 하고 물으니 청첩장을 내민다. 다음 주 토요일이다. 순간, 쪼오금 화가 날 뻔도 했지만 몇 년 전부터 만나자고 한 걸 피한 건 나니까, 의도적으로 지금 만나게 된 건 아니니까. 그러니까 화낼 이유는 없는 거다.
친구의 결혼은 축복해줘야지. 그러고 보니 금년엔 이런 저런 이유로 결혼식을 한 번도 못 갔는데 마지막에 한 번을 끊는구나. 뭐 입고 간다지?
4. 친구가 갈비 먹자며 음식점 안으로 들어갔다. 헉, 콜레스테롤 약 먹는데..ㅜ.ㅜ
친구는 날 보고는 너무 행복해 보인다고, 얼굴에 근심이 하나도 없고 해맑다며 만사형통이냐고 한다.
허헛, 이것 참...;;;;
그런 얘기는 곧잘 듣는다. 작년에 내 별명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회 선생님'이었으니까.
내 비록 마음 창이 곧잘 흐려지곤 하지만,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것보다는 낫지 않더냐. 행복해 보이는 얼굴도 내 은혜로다.
5. 친구의 집은 울 둘째 언니가 올 봄까지 살던 집 근처. 친구가 나온 고등학교는 9월 달에 접은 가게 근처, 친구가 나온 대학교는 우리 집 근처. 사실은 계속 지근거리에서 살았더랬는데, 다시 만나지기까지는 20년이 걸렸다. 지금이 우리가 만날 제 타이밍이었나보다. 그렇게 큰 숫자가 지나갔다는 게 신기하다.
6. 그러고 보니, 우리집 앞 약국의 그 동창 약사는, 나와 겨우 인사했던 바로 그 주에 이사를 가버렸다. 그때 인사 하지 않았더라면 마음이 좀 불편했을 테지. 역시 모든 일엔 타이밍이라는 게 있다. 적어도 늦지만 않는다면 감사할 수 있는 그런 타이밍.
7. 
오늘 내게 온 책들이다. 집에 도착해 보니 나를 기다리는 반가운 얼굴들!
바람구두님께서 보내주신 예쁜 책이랑, 내가 중고샵에서 건진 칠칠단의 비밀, 개구리의 낮잠.
그리고 베트남 소설이기에 구입해 본 끝없는 벌판.
그리고 2주 지난 늦은 생일 선물 펭귄 클래식 두 권!
그런데... 상자를 해체했는데 텀블러가 없다. 이럴 수가!
내가 텀블러 행사 중이라고 꼭 집어 얘기했는데, 보내준 이가 알라딘이 아닌 리브로에서 주문을 한 거다.
텀블러도 속 쓰리고 리브로도 속 쓰리구나.
알라딘 컵도 못 받았는데 텀블러도 못 받고... 흑흑, 컵이랑 인연이 없다.

8. 게다가 크로이체르 소나타는 책을 떨어뜨린 건지 찍힌 자국이 있다. 이러언!
리브로가 미우니 핑계삼아 확 물리고 텀블러 주는 알라딘에서 재구매하고 싶지만, 내가 주문한 게 아니라 그럴 수가 없구나. 크흑!
9. 그렇다 해도, 이 표지는 정말 알흠답다.
뭔가 놰쇄적인 떨림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 펭귄 클래식은 책을 꽂았을 때 보이는 책 등이 너무 컴컴해서 이건 민음사의 그것에는 많이 뒤진다.
펭귄 클래식 책이 너무 이뻐서 민음사 책이 후져 보였는데, 다시 취소다.
(역시 하이드님의 안목이란!)
또 책이 가벼워서 좋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재생지는 일반 종이보다 많이 가볍다.
이번에 다이어리 구경하면서 재생지로 엮은 다이어리는 양장본이어도 무척 가벼웠던 걸 보았다. 디자인이 별로여서 구입하진 않았지만.
10. 내일은 기념 삼아 조카랑 예배 시간에 오늘 연주했던 성탄 연탄 곡을 같이 연주하련다. 오 베들레헴 작은 곳~과 징글벨이다.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