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전이 5권으로 완간됐다.  

올해는 이러저러한 일들로 봐야겠다고 맘 먹은 책들을 많이 못 본 게 아쉽다.  

이 시리즈도 그 중 하나다.  

하고 있는 일 마치면 이렇게 밀린 책들을 차분히 찾아봐야지.  

색깔은 마지막 5권이 가장 예쁘다.ㅎㅎ 

 

신의 물방울 18권. 와인을 소재로 한 드라마도 방영 중인데 반응이 어떤지 모르겠다. 그냥 와인만 소재로 한 그러저러한 트렌디 드라마가 아닐까 싶은데, 어쩌면 그게 정답일지도^^;;; 

사노 요코의 신작이다. 좀 더 빨리 나오지. 벌써 크리스마스인 것을...ㅜ.ㅜ 

평소와 사뭇 다른 색감이다. 좀 더 부드럽고 따스하다. 

거칠고 굵은 필선이 이번엔 좀 달라졌을 지도 모르겠다. 

그것 역시 작가의 좋은 장점이긴 하지만.  

  

 


 

역시나 빠른 출간이다. 코 얘기가 제목에 나오더니 표지 그림의 빨간 코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1권만 읽고 아직 2권을 못 읽었는데 금년 안에 읽을 계획이다. 

며칠 안 남았구나.  

허영만 선생님께는 그 무엇보다도 '성실상'부터 드리고 싶다. 

오랜 시간 지치지도 않는 끊임없는 열정에도 박수를...! 

 

아, 이 책이 나오는구나!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아직 미출간이다. 미출간본으로 선물 받았는데 바빠서 좀처럼 못 읽고 있다. 

앞소절만 읽었는데 번역가의 고투가 한 눈에 들어왔다. 

해설이 너무 길어서 뒷부분을 잘라서 옆에 두고 읽어야 했다.  

낯선 곳 도미니카를 배경으로 해서 더 관심이 갔더랬다.  

1월 달에는 읽을 수 있을 테지.  

흠, 나왔구나.;;; 

더 이상 할 말이 없...;;; 

연말의 보너스같은 신간 소식! 

표지가 평소랑 분위기가 좀 다르다. 낯선 모델이어서 그런가? 

엇그제 주문에 추가해야겠다. 아직 배송 전이니까. 

 

 진중권 교수의 이름 석자만으로도 반갑지만, '영화'를 다룬 거라 하니 호감도가 더 커진다. 그러니까 각 영화를 미학의 눈으로 들여다 봤다는 이야기? 

표지가 강렬하다.  

당장 읽을 책은 아니지만 도서관에 있다면 뽑아서 읽고 싶은 책이다. 그러니까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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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2-24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한국사전이 5편까지 나왔네요.
2편까지 샀지만 관심있는 인물만 골라 읽어서 제대로 다 읽은 건 하나도 없군요.
꼴은 2편까지 샀으니 3편도...아들녀석(푸른학)이 받는 땡스 투도 한 달에 한 권은 살만하거든요.^^

마노아 2008-12-24 10:06   좋아요 0 | URL
4편과 5편이 동시에 나왔어요. 방송분량이 있으니까 편집에 시간이 덜 걸렸나봐요.
성주의 땡스투도 만만치 않군요. 책 읽는 가족은 역시 든든해요. ^^
 
바다의 기별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김훈의 책은 이 계절에 어울린다. 해뜰 녘의 아침보다 해질 녘의 고요함에 더 어울리는 것처럼 한 해의 시작보다 한 해의 저물 무렵이 그의 글들과 더 궁합이 맞다. 표지의 빛깔과 가라앉은 글귀, 그리고 빛바랜 느낌의 제목 모양새까지 모두 다 그렇게 한 짝으로 어울린다. 글은 어떤 분위기일까?

 여러 매체에 소개했던 여러 시간대의 글들을 함께 담아 놓았다. 첫번째 글이 '바다의 기별'이다. 칼의 노래 이후 팬이 되어버린 나는, 김훈 작가의 책을 몇 권 빠지지 않고 거의 읽은 셈인데, 그가 썼던 많은 책과 에세이들에 관한 짧은 단상들이 이 작품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그걸 찾아 읽는 재미가 제법 컸다. 심지어 예전에 썼던 책의 서문에 '바다의 기별'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대목도 발견했다. 빙그레 웃게 되는 대목이다.

김훈의 언어는 생경하다. 그의 글쓰는 방식은 독특하다. 수사를 배제한 채 문장의 군더더기를 붙이지 않는 간결한 그 문장이, 오히려 온갖 수사를 동원한 문장보다 화려하고 힘이 있다. 이 작품은 시간대가 좀 더 위로 올라가는 글들도 제법 있기 때문에 한창 때의 그 간결단호한 글들보다는 다소 수식어가 있는 편이다. 옛 시절의 글과 지금으로 올라오는 글들을 거슬러 오며 읽어보는 맛도 근사하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소설을 더 아끼고 에세이집은 집중이 좀 힘들었다. 소설은 그 문장의 힘으로 몰입이 쉬웠는데, 에세이는 그 자신의 경험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방해를 받는 편이었고, 간결함에도 난해해지기 쉬운 그의 문장이 나와는 겉돌 때가 많았다. 이 작품집 안에도 종종 그런 방향 잃은 헤맴이 내게 있었지만 대체로 한 걸음 안 쪽의 거리로 가까워진 독서가 가능해서 기뻤다.

1. 바다의 기별
2. 기다려라, 우리가 간다
3. 말과 사물

이라는 제목으로 나뉘어 있는데, 2장의 내용들이 유독 마음에 담겼다. 특히나 '1975년 2월 15일의 박경리' 편은 이미 고인되신 선생님의 그 꼿꼿했던 삶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해서 숭고해지는 느낌까지 들었다. 큰 기사감이 될 수도 있었건만 스스로를 자제했던 그 마음 써줌 역시 고마웠다.

3부는 강연 내용을 원고로 옮긴 것인데 차분하게 말씀해주시는 그 어투가 어찌나 친절하신지 김훈식 문장과는 참 차이가 있다. 실제로 작년 12월에는 강연회를 다녀오기도 했는데 그때의 분위기와도 사뭇 다르다. 역시 글쓰는 사람인지라 글로 표현할 때 여러 얼굴을 가질 수 있나보다.

부록으로 책들의 서문과 여러 상의 수상 소감을 함께 실었다. 솔직히 안일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책의 서문과 수상 소감들은 이미 나온 단행본들에서 접한 것들인데 재탕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 생각이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꼬리를 내린다. 생각 외로 무척, 재밌고 인상 깊게 박힌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그 책들을 들춰보지 않더라도 그 책들을 읽을 때 가졌던 설레임과 감동이 함께 전해지는 것 같아서. 이를 테면. 이 역시 '편집'의 힘인가 보다.

오치균 그림 이야기가 나올 때 그림이 같이 실리면 좋았겠는 걸... 하며 아쉬워 했는데 아니나다를까 뒤에 사북탄광을 그린 그림 몇 점이 실려 있다. 지두화로 표현한 사북의 풍광이 아스라이 펼쳐져 있다.

연도를 살펴보니, 전업 소설가가 된 이후 거의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매해 새 책이 나왔다. 그것은 소설이기도 했고 에세이집이기도 했고 또 기행문이기도 했다. 이렇게 바쁘게 밥벌이를 해오신 김훈 작가는 자신을 가리켜 늦깍이 신인이라고 표현했었는데, 이제 그 신인 딱지는 떼고도 한참 앞으로 달려가신 모양새다. 부디 늘 건강을 유지하셔서 해마다 이런 기쁨을 만나게 해주시기를... 자전거를 타시는 게 체력을 지키는 데에 큰 도움이 되실 터이니 그 또한 안심되는 일이다.

덧글) 35쪽 4줄에 오타가 있다.  '머리카락이 늘어질고'>>>늘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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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8-12-23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으니 읽고 싶은 충동이 생기네요. 저는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남한산성을 보았는데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아 망설이고 있었거든요. 우선 보관함에 담아 두어야겠어요.

마노아 2008-12-24 07:00   좋아요 0 | URL
저는 에세이집은 개인적으로 취향이 아니어서 소설을 더 아끼고 에세이집은 한 번 읽고 마는 경우가 많았어요. 근데 이 책은 일단 무척 예쁘답니다.^^
 
바다의 기별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1월
절판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품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만져지지 않는 것들과 불러지지 않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건널 수 없는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을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른다.-13쪽

창세기 이래로, 인간은 죽음으로써 지구를 구해냈을 것이다. 다들 죽어 없어지지 않았다면, 또 다들 살 자리가 없어서 죽었을 터이다. 그래서 죽음이야말로 인간이 세계와 후손을 위해서 베푸는 가장 큰 보시이며 은혜일 것이다. 나는 산 자들의 그 어떤 위업도 그 죽음이 베푸는 은혜만은 못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산 자는 필멸인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는 해도 보편적 죽음이 개별적 죽음을 설명하거나 위로하지는 못한다. 소각로 바닥의 흰 뼈를 들여다보면서 나는 알았다. 인간은 보편적 죽음 속에서, 그 보편성과는 사소한 관련도 없이 혼자서 죽는 것이다. 모든 죽음은 끝끝내 개별적이다. 다들 죽지만 다들 혼자서 저 자신의 죽음을 죽어야 하는 것이다. 죽음은 언어화되지 않고 공유화되지 않는다. 장모의 초상을 치르면서 나는 그 절대적인 개별성에 경악했다.-38쪽

시간은 인간과 놀아주지 않는다. 인간은 시간으로부터 제외되어 있다. 시간으로부터 제외된 인간이 그 시간에 관하여 말할 때, 인간의 말은 인간을 데리고 가지 않으려는 시간을 따라간다. -66쪽

"법을 만든 날이다. 새 옷을 입어라"고 어머니가 말씀하신 것으로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나는 그때 어려서 잘 몰랐지만, 그 설화적인 가난의 멍에를 지고 자유당의 무법천지를 살아가던 어머니에게 법을 만든 날은 자식에게 새 옷을 입혀주고 싶을 만큼 서러운 날이었던 모양이다. 어머니에게 헌법은 과연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하면 나는 지금도 눈물겹다. -96쪽

우리 가족은 피난 열차 지붕 꼭대기에 매달려서 부산까지 갔습니다. 열차의 지붕에 피난민들이 개미 떼처럼 들러붙어서 부산까지 내려간 것이죠. 많은 아이들이 부산까지 가는 도중에 죽었습니다. 졸다가 떨어져 죽고 바람에 날려가서 죽고 터널을 지나갈 때 천장에 늘어진 콘크리트 구조물에 머리가 부닥쳐서 죽은 아이들이 무수히 많았답니다. 아는 안 죽고 살았어요. 나는 안 죽고 살아서 오늘날 이 나라의 소설가가 되었습니다. 이 열차가 부산까지 왔는데, 그럼 열차 안에 객실은 어떤 모습이었느냐. 객실 안에는 이 나라의 고관대작들이 셰퍼드와 피아노를 싣고, 식모, 부리는 놈 다 싣고, 심지어 요강까지 거기다 싣고 내려온 자들이 있었다는 겁니다. 그것은 우리 부모님의 목격담입니다. 내가 세 살 때, 내 조국은 그런 나라였습니다. 나는 그런 조국을 증오하며 살았어요. 용서할 수 없는 조국이지요. 그러면 지금 내 조국은 대체 어떠한 나라인가를 나는 또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로부터, 그 피난 열차의 풍경으로부터 우리는 과연 얼마나 진화한 나라를 만들어 살아왔는가를 나는 돌이켜보고 있습니다.-124쪽

그러면 사람들은 왜 의견과 사실을 구별하지 않고 의견을 사실처럼 말해버리고 사실을 의견처럼 말해버리는가. 왜 그런가. 아마도 그들이 당파성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정이라고, 신념이라고 말하기 때문에 의견과 사실은 뒤죽박죽이 됩니다. 나는 신념에 가득 찬 자들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습니다. 나는 오히려 의심에 가득 찬 자들을 신뢰합니다. 내가 신념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니로되, 인간의 진실이 과연 신념 쪽에 있느냐 의심 쪽에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더 많은 진실은 의심 쪽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인 것입니다.
우리는 의견과 사실을 구별해서 말하는 능력을 이미 상실한 것이죠. 상실한 지가 오래됐어요. 한참 됐어요. 사회의 언어 자체가 소통불가능하게 되어버렸을 때, 우리는 민주주의를 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의견과 사실을 구분해서 말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를 만드는 기초이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는 소통에 의해서만 가능할 터인데, 소통되지 않은 언어로 무슨 민주정치를 하겠습니까.-135쪽

언어가 완강한 돌덩어리처럼 굳어져 다른 언어에 의해서 절대로 부서질 수 없다면, 그것은 언어가 아니고 무기입니다. 그런 언어는 소통되는 것이 아니죠. 그런데 지금 우리 시대의 언어는 무기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정의라고 말하는 것이죠. 소통을 단념한, 단절만의 정의이지요. 단절만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136쪽

요즘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언어적 비극은 듣기가 안 된다는 것이죠. 우리는 채팅만 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듣기가 안 되니까, 청각장애인들이 다 모여 있는 거죠. 인간의 언어에는 네 가지가 있는데,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입니다. 말하기는 쓰기와 같은 것입니다. 그것은 내가 나를 드러내 보이는 행위죠. 그리고 듣기는 읽기입니다. 이것은 내가 세상을 받아들이는 행위입니다. 그러니까 인간의 언어는 말하기와 듣기 두 가지가 있는 것입니다. -148쪽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듯이, 우리말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과학적이고 훌륭한 말이라고는 나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건 학교가 가르치는 거짓말이에요. 학교는 학교를 유지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가르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어요. 이것은 나쁜 일이 아니에요. 학교는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가르치지만 직업에는 정말 귀천이 없을까? 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면 대학을 왜 다녀. 그러나 학교는 또 그렇게 가르칠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나는 그것을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153쪽

나는 우륵이 조국을 배반하는 대목이 아주 맘에 들었어요. 악기를 들고 조국을 배반한다는 것은 예술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우륵의 악기에는 그 당시 가야금이라는 이름이 없고 그냥 금이었는데, 그 악기에 자기 조국의 이름을 붙여서 가야금이라는 이름으로 천년만년 전한 것이죠. 우륵은 사실 진흥왕을 이긴 사람일 수도 있어요. 대가야의 악기로 신라의 음악을 완전히 평정해버렸으니까. 가야금은 신라 최고의 악기, 최고의 음악이 되었습니다. 그 이름이 가야금으로, 자기각 배반해버린 조국의 이름을 거기다 붙여 천년만년 전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세상의 승부라는 것은 그렇게 간단히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죠. -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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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中庸)』에 보면 '誠者는 天之道요, 誠之者는 人之道'라는 말이 나옵니다. 성(誠)스러운 것은 하늘의 도(道)요, 성(誠)스러워지려고 하는 것은 인간의 도리라는 말입니다. 그 말을 들을 때면 완전한 것은 하늘의 도요, 완전해지려고 노력하는 자세는 곧 인간의 도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태 복음』에는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세리들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 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참사랑이란 한계를 두지 않는 것입니다. 용서란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요 너그럽고 관대해지는 마음입니다.

용서야말로 인간의 근본적인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태도요, 인간으로서 완전에 가까워지기 위한 어려운 걸음의 첫발을 디디는 마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용서하는 마음에는 꼭 인내를 필요로 하도록 배려하신 것입니다.

『사랑의 기도』의 저자 J. 갈로는 ?용서?에서 이렇게 기도하고 있습니다.

주님이 우리를 용서해 주시듯 우리도 이웃을 용서할 줄 알게 해 주십시오.
잠시라도 마음에 원한을 품는 일 없이 즉시 용서할 줄 알게 해 주십시오.
입으로만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모든 것을 용서할 줄 알게 해 주십시오.
조건을 붙이거나 제한을 두지 않고 온전히 용서할 줄 알게 해 주십시오.
( …… )
저 자신도 많은 잘못을 저질러 이웃의 용서를 받아야만 했으니 (…… ) 모쪼록 겸허한 마음으로 용서할 줄 알게 해 주십시오.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중 발췌-

****

마음에 폭풍이 일어 분노를 채워 잠이 들고, 분노에 잠이 깨던 새벽이었다. 그 아침에, 도종환의 편지는 '용서'를 말하고 있다.

용서하지 못해 폭풍이 이는 내 마음을 어찌 알았는지 바로 오늘 이 시간, 이런 글을 나로 하여금 읽게 한다.

나 자신이 연약한 마음을 지닌지라, 늘 넘지 못하는 고개가 있다.

어찌해야 용서할 수 있을까. 어찌해야 잊을 수 있을까. 어찌해야 자유로울 수 있을까.

매해, 매달, 매일, 나는 내 마음과 싸우는데.

나는 그가 미안함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왜 미안함을 늘 그렇게 몰염치로 표현하는 것일까.

용서하는 것이 이토록 힘들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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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2-22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일로 그 자신이 직접 고통당하지 않으니 말뿐인 미안이지요.
자기가 직접 죽을만치 고통스러워봐야 미안함도 생기겠죠.
대책 없는 사람을 어찌할까요?ㅜㅜ
나도 용서하지 못할 사람이 있어서 수년간 힘들게 살았는데
나는 직접 당하도록 응징하는 방법을 썼어요. 그러고나니까 용서가 되더라고요~ ㅜㅜ
용서하지 못해서 괴로웠던 시간을 생각하면 되돌리고 싶지 않지만, 용서도 내 맘대로 되는게 아니니까~
용서 못하는 거 때문에 괴로워하지는 말아요.

몰염치로 표현하는 미안함, 진정성이 없다고 봐요. 직접 고통을 당해봐야 안다니까요!!

2008-12-22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22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22 1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08-12-22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생을 용서하지 못할 사람들이 저에게 있습니다. 지난 간 일이라서 잊으려고 노력도 하고 용서를 해 주어야지 하면서도 그게 잘 안 되네요. 너무나 큰 고통을 안겨 준 이들이라서 그런지도 모르지요. 저의 마음이 닫힌 이상 이들에게 아무래도 용서는 불가능할 것 같아요. 고통을 주는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고통을 받은 사람은 마음의 상처가 깊다는 것을 평생 모를 겁니다.

마노아 2008-12-22 13:25   좋아요 0 | URL
고통의 현재성을 생각해요. 고통이 현재 당면한 문제가 아니라면 상처도 조금 옅어지고 어쩌면 용서에 가까이 다가갈 것도 같은데, 지금 당장 고통스러운데 용서까지 하라고 하면 인간의 마음으로서는 너무 힘든 것 같아요. 상처를 주고 받는 세상이 슬퍼요.

노이에자이트 2008-12-22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수할 용기가 없는 자는 용서할 용기도 없다.용서는 복수보다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하니까...제가 자주 하는 말이에요.그런데 다들 복수할 용기는 없고 그렇다고 비겁하다는 말은 듣기 싫고 해서 나는 그 친구를 용서했어...하고 큰소리치지만 속으로는 끙끙 앓죠.아이고 그 놈을 두들겨 팼어야 하는데...하면서...

마노아 2008-12-22 21:02   좋아요 0 | URL
중학교 1학년 때 한문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관용'이란 복수할 용기가 없는 자들이 핑계 삼아 내세우는 말이라고. 난 복수까진 바라지 않으니 더 이상 날 괴롭히지 말아주었음 좋겠어요.ㅜ.ㅜ

꿈꾸는섬 2008-12-22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서라는 건 정말 보통사람들에겐 힘든 일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괴로워하지 않으셨으면......

마노아 2008-12-22 23:35   좋아요 0 | URL
절반의 포기와 절반의 체념을 채우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어요. 노력으로 안 되는 부분들이 분명 있는 거니까요. 꿈꾸는섬님 고마워요.

2008-12-23 0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23 06: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망찬샘 2008-12-24 0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끝없는 용서~ 종교인이라도 쉽지 않지요. 누구나 용서되지 않는 마음의 어떤 부분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것 때문에 고통 받는 것은 선량한 사람들의 몫이기도 한 것 같고요. 힘내셔요~

마노아 2008-12-24 06:59   좋아요 0 | URL
용서가 되어야 내 마음에 자유가 올 것 같은데 그게 잘 안되어요. 잊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격려 고맙습니다.
 


제로데이 주의보 발령 [제 853 호/2008-12-22]


‘미션 임파서블’ 같은 스파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 컴퓨터 시스템을 뚫고 들어가서 중요한 문건을 습득하거나 중요한 군사 장비를 탈취하는 장면이다. 심지어 ‘주라기 공원1’에서는 열 살쯤 된 꼬마 아이가 주라기 공원의 제어 시스템에 들어가 마비된 공원의 전력 시스템을 재가동시키는 장면도 나온다. 그러나 이 말은 뒤집어보면, 그만큼이나 컴퓨터 시스템을 해킹하려는 시도가 많다는 뜻도 된다. 영화가 아니라 실제 상황에서 컴퓨터 시스템의 보안을 맡고 있는 사람이나 부서에서는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일 것이다.

실제로 컴퓨터 시스템이 해킹되면 막대한 금액이 손실되거나 중요한 기밀이 탐지되는 사태를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컴퓨터 시스템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해커들의 공격을 막기 위해 늘 진보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해커들의 공격 양상도 하루가 다르게 진일보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의 인터넷 공격은 악성코드에 의한 즉각적인 ‘제로데이(zero-day)’ 형태가 대부분이라 기존의 공격유형에 대해서 탐지하는 탐지기술로는 대응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컴퓨터 보안상의 취약점이 발견되면 제작자나 보안 담당자가 이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패치를 배포하고, 사용자가 이를 내려받아 사용하는 것이 수순이다. 그러나 제로데이 공격은 이 같은 보안 패치가 나오기 이전에 시행되는 공격이기 때문에, 컴퓨터 사용자 측에서는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제로데이’란 말은 보안상의 취약점이 발견된 후, 패치가 배포되기까지의 며칠을 기다리지 않고 그날 즉각적으로 공격이 이루어진다는 뜻에서 붙은 말이다. 즉 공격이 감행되는 시점이 취약점이 발견된 당일(zero-day)라는 의미인 것이다. 같은 의미에서 ‘제로아워(zero-hour)’ 공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제로데이 공격은 일단 공격이 시행된 후에야 이에 대한 대처법을 만들 수 있다. 여기에는 짧게는 서너 시간, 길게는 며칠이 걸리기 때문에 사용자의 컴퓨터는 그동안 무방비로 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에는 방어용 패치를 아예 못 만드는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제로데이 공격은 특히 중국 해커들에 의해 실행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중국의 해커들은 보안상의 취약점이 노출된 지 2~3일 후면 한국의 윈도우즈에서 실행되는 코드를 생성해내고, 이때부터 웹 서버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을 시작한다.

컴퓨터 시스템의 보안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개발업체에서 제공하는 패치를 계속 다운받아 적용시키는 것이다. 패치란 이미 발표된 소프트웨어 제품에서 발견된 오류의 수정 또는 사소한 기능개선을 위해 개발회사가 내놓은 업데이트 프로그램을 말한다. 하지만 제로데이 공격의 경우 대응책(패치)이 공표되기 전에 공격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존 방식으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특히 MS 인터넷 익스플로러 같은 많은 사용자를 가진 프로그램이 제로데이 공격을 받기 쉽고 그 피해도 크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로데이 공격자는 보안취약점을 이용, 정상적인 인터넷 사이트를 흉내 낸 악의적인 웹페이지를 구축하여 사용자의 방문을 유도하기까지 한다. 이 같은 방식을 통해 악성코드를 사용자의 PC에 설치하여 취약한 시스템의 권한을 완전히 획득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사용자의 PC는 제로데이 공격자의 조정대로 돌아가기 때문에 2차적인 피해가 무한정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최근 국가사이버안전센터(www.ncsc.go.kr)는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 신규 보안취약점이 발견되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는 보안 권고를 내린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 XML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원격코드 실행이 가능한 취약점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국가사이버안전센터는 때문에 모든 사용자와 기관들은 제로데이 공격에 대비하여 임시대응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유감스럽게도 현재까지는 제로데이 공격에서 컴퓨터를 지킬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인터넷에 접속할 때 인터넷 보안수준을 높게 설정하고, 액티브 스크립트 설정의 사용을 제한해 놓는 정도가 자신의 컴퓨터를 지키는 최선의 수단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는 일부 사이트를 열람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와 함께 의심스러운 사이트를 방문하지 않는 것, 수상한 이메일을 열람하지 않는 것도 제로데이 공격자를 피하는 한 방법이다.

보안기술이 발달되는 것과 비례해서 해커들 공격은 더욱 대담해지고 있다. 미국 국토안전부의 자료에 따르면 매일 15종 이상의 정보보안 취약점이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 또 IBM은 최근 통계에서 사이버 범죄자들이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취약점을 공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8년 상반기에 이루어진 온라인 공격의 94% 정도가 취약점 공식 공개 후 24시간 내에 감행되었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제작사들은 이 같은 제로데이 공격을 막기 위해 취약점과 패치를 동시에 공개하지만, 많은 경우 제로데이 공격은 사용자가 자신의 시스템에 패치가 필요한 취약점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도 전에 자행된다.

결국 현재까지 제로데이 공격에 대한 완벽한 방어시스템은 없는 셈이다. 인터넷을 사용할 때는 사용자 개개인이 항상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자신의 컴퓨터와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인 셈이다.

글 : 이식 박사(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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