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피 FOXY 팬티라이너 40P+40P
LG생활건강
평점 :
단종


가격대비 만족. 엄청 얇고 작지만 나름 쓸모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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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권 사진을 찍었다. 정면에서 볼 때 귀가 안 보인단다. 내 귀의 모양새는 부처님 귀인데 귓구멍은 작고(그래서 사오정인가?) 그나마도 옆으로 착! 붙었나보다.  

결국 귀 뒤에 휴지를 쑤셔넣어서(?) 귀를 좀 앞으로 밀어내고 사진을 찍었는데, 그 바람에 흐트러진 머리카락은 어쩔껴..;;;; 

2. 바시르와 왈츠를~을 하이퍼텍 나다에서 보았다. 내 자리는 손석희씨 이름 붙은 자리. 이승환이 아닌 건 아쉽지만, 손석희도 완소! 

3. 참으로 훌륭한 영화였는데, 난 정말 너무 피곤했단 말이지. 그래서 한 시간 지난 뒤 꾸벅 꾸벅 졸다가 실사 나오는 장면에서 눈 번쩍! 뜨고 말았던 게지. 그래서 급 반성하고 나왔단 말이지.ㅜ.ㅜ 

4. 여권 신청하러 동대문 구청으로 슈웅~ 본적을 적으라는데 모르겠단 말이지비. 엄마도 본적 주소 기억 못한다 하시공. 그냥 대강 적었다. 설마 그것 때문에 퇴짜 맞으려고...;;;; 

5. 현재 중국에 있는 오빠는 설 연휴 기간에 엄마가 꼭꼭 상해에 다녀가야 한다고 적극 강조했다. 비행기값도 보내주겠다고! 누구 같이 오겠냐고 묻길래 엄마는 내가 방학(무급 휴가!) 중이라고 같이 갔음 하는 내색을 보였지만 별 신통스런 대답은 없었다. 만약 큰 언니랑 가겠다고 했음 당장 오케이 했을 오빠라는 걸 안다. 왜냐하면 큰언니는 엄마랑 많이 닮았거든. 나랑 둘째 언니는 아빠를 많이 닮았고.  우린 엄마만 같기 때문에 오빠는 엄마를 닮은 큰언니만 늘 편애했다. 사실 우리 핏속에 들어있는 엄마 유전자의 분포도(?)는 모두 똑같은데도 말이지.  

그러나 어쩌랴. 언니는 오빠한테 관심이 없다. 같이 가잔대도 싫다 한다.   

6. 그래서 고민을 좀 했다. 숙식이 제공되는데 비행기만 저가로 구할 수 있다면 다녀와도 좋지 않을까 하고. 때마침 원고료도 우여곡절 끝에 받았고. 2월을 생각하면 답이 없지만, 그래도 지금은 다녀오고 싶은 마음. 설령 이번 기회엔 안 된다고 하더라도 여권의 유효기간은 10년이잖아. 비행기 한 번을 설마 못 탈까.  

7. 밤만 되면 기침이 나온다. 벌써 한 달째. 시작은 감기가 맞았는데 지금은 이게 천식이 아닐까 걱정이 스멀스멀. 어무이 말씀이 아빠 쪽으로 천식 환자가 많았다고. 아니, 그런 얘기를 진작에 해줬어야지...ㅜ.ㅜ 

엑스레이를 찍어보면 알 수 있으려나. 오미자 차가 좋다던데. 2009년도 병원과 함께 시작하는구나. (털썩!) 

8. 2008년은 참 힘든 한 해였다. 아마도 2009년은 더 힘들 거라고 보는 게 맞는 판단일 건데도, 나는 2008년이 가버려서 속 시원하다. 나이 한 살 더 먹는 것? 그걸 무슨 수로 막겠는가. 나이 먹는 것도 꼭 나쁜 것만은 아닐 수도 있는 거니까. 그걸 갖고 우울해 하진 않으련다.  

9. 새 다이어리를 펼치고, 새로 읽는 책들을 적어 놓고, 이제 읽을 책과 이제 볼 영화와, 이제 만날 사람들, 인연... 이런 것들을 상상해 본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소박한 설레임. 이제 조금 덜 소박한 바람이 있다면, 올해는 소의 해라는데, 제발 소가 뒷걸음을 쳐서 얍삽한 놈 하나 밟아주기를!  

10. 그 날을 위해 피--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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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3 0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9-01-03 01:31   좋아요 0 | URL
허억, 안 그래도 그런 지식인 글을 보긴 했어요. 우리집 앞 병원에서 지어먹은 약은 하나도 소용이 없어서 큰 병원을 가야 하나 생각했는데 진짜 종합병원으로 움직여야 하는 건가요? 아놔..ㅜ.ㅜ
근데 단순한 기관지염이나 편도선염이면 이건 엑스레이로 판명이 되나욤??? 님도 꼭 쾌차하시기를!!!

2009-01-03 0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03 1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09-01-03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제 친구도 옆에서 졸았어요.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ㅋㅋ

마노아 2009-01-03 13:46   좋아요 0 | URL
작품 좋았는데, 내 취향이었는데, 그걸 졸고 나와서 너무 슬퍼요. 그렇다고 다시 보긴 좀 그렇잖아요?
크흑, 끝부분 놓친 것 어쩔겨...ㅜ.ㅜ

하이드 2009-01-03 0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유럽영화제때 영화 20개쯤 봤는데, 유일하게 '잔' 영화였어요. ㅎㅎ

마노아 2009-01-03 13:47   좋아요 0 | URL
존 것도 아니고 잤군요! 아, 심하게 위로가 되고 있어요. ^^ㅎㅎㅎ

2009-01-03 04: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03 1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조기후 2009-01-03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에는 부디 건강해지시길^^
그래도 잔병치레가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사람보다 오래 산대요. (이걸 위로라고;)
복 많이 받으세요^^!


마노아 2009-01-03 13:50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며칠 전에 그런 대목을 읽었어요. 마광수 교수님 글이었던 것 같아요. ㅎㅎㅎ
원래 제 삶의 목표도 가늘고 길게 살자입니다.ㅡ.ㅡ;;;;
건조기후님도 새해 복 담뿍 받으시어요. 더 상냥한, 멋진 우리가 되어요~

야클 2009-01-03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관상학에서는 정면에서 보아 귀가 안 보이는 걸 귀격으로 칩니다. 게다가 부처님 귀 모양이라면 관상적으로는 100점이네요. 귀에 긍지(?)를 가지세요. ^^

마노아 2009-01-04 01:10   좋아요 0 | URL
오옷, 그렇군요! 뜻밖의 사실이네요. 제 귀에 긍지를 가져야겠습니다. 우후후훗!
야클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어요~

무스탕 2009-01-03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극장 자리에 이름이 붙어있어요? 제가 좋아라~ 하는 서키오라버니 자리였다니.. 부럽!!
저도 작년에 여권신청할때 본적을 잘 몰라서(잠깐! 전 제 본적은 번지수까지 기억해요. 다만 결혼하고 본적이 바뀌는 바람에 시집쪽 본적을 모를 뿐이지요. ㅎㅎ) 못 적었더니 옆에 민원서류(호적,등본 그런거..)발급하는 창구에서 물어보래요. 갔더니 여권신청하려구요.. 하면서 불러주더라구요.
상해, 가실수 있으면 꼭 다녀오세요. 기회는 날마다 혹은 쉽게 오는게 아니더라구요.
소가 뒷걸음질 치다 얍삽한 넘 하나 즈려밟지 못하면 제가 하나 묶어다 후진코스에 박아 놓을께요 ^^

마노아 2009-01-04 01:12   좋아요 0 | URL
유명인들의 이름이 좌석에 붙어 있어요. 이승환 자리는 구석 자리랍니다..;;;
언제고 그 자리에 앉는 게 목표예요. ^^ㅎㅎㅎ
아, 옆 창구 가서 본적지 물어볼 것을, 그 생각을 못했네요.
오빠는 상해에 3년 동안만 있는데, 식구들이 갈 수 있는 기회가 그리 흔치 않으니, 가능하다면 저도 이번에 꼭 가고 싶어요.
그리고 소 뒷걸음 치게 해달라고 정한수 떠놓고 좀 빌어야겠습니다. 무스탕님의 활약도 기대할게요. ^^

다락방 2009-01-04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 얍삽한 놈 밟을 소가 더불어 제 몫까지 밟아줬으면 좋겠네요. 하하하하.

써놓고 나니 왜 슬픈건지 ㅜㅡ

마노아 2009-01-04 23:2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웃자고 말해도, 사실은 슬프다는 거...ㅜ.ㅜ
 
서양미술거장전 - 렘브란트를 만나다
(주)기홍앤컴퍼니 엮음 / 컬처북스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도록 속에 들어있는 전시회 티켓의 날짜가 12월 31일인 까닭에 부랴부랴 읽게 되었다.  

小도록도 있었지만 티켓도 그렇거니와 아무래도 큰 도판으로 보고 싶었는데, 역시 내 선택이 더 나았던 듯 싶다.  

전시장에서 본 소도록은 너무 작고 표지가 얇아서 사람 손을 타니 말리고 후줄근해지는 게 영 마뜩치 않았다.  

표지는 두 개던데, 내가 갖고 있는 도록은 알라딘 이미지에 나와 있는 이 그림이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서양 미술 거장전-렘브란트를 만나다'는 러시아 국립 푸시킨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그림들을 가져온 것이다. 작년 이 맘때 러시아 미술 거장전을 참 즐겁게 보고 왔는데, 이번에도 그때와 같은 감동을 받고 돌아왔다. 그땐 이주헌씨의 '눈과 피의 러시아 미술'을 미리 읽고 갔음에도 겹치는 그림이 별로 없어서 좋게 말하면 신선했고, 나쁘게 말하면 좀 막막했다. 이번엔 전시작을 미리 도록으로 한 번 확인을 했고 안내 글과 소개를 짚고 갔기 때문에 좀 더 깊이 각인되고 좀 더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 감동을 맛볼 수 있었다.   

국립 푸시킨 미술관의 역사와 소장 경로 등은 좀 지루했지만, 그림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면 눈과 마음이 함께 황홀해진다.



小 피터르 브뤼헐의 사계 테마 중 겨울 스케이트 타기와 봄 정원 가꾸기다.  

이 도록의 센스 만점은, 이럴 경우 전시장에 걸리지 못한 '여름'과 '가을'의 작게나마 보여준다는 것이다. 왼쪽 모서리의 그림이 바로 여름과 가을이다.  모두 함께 연작으로 볼 수 있다면 더 만족스럽겠지만, 적어도 이렇게 소개시켜준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만족스럽다.  현장에서는 도슨트로 여름 가을 그림도 있다고 '안내'는 해줄지 모르겠지만 눈으로 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미리 도록을 보고 관람하는 것이 더 멋진 일이라고 나는 자꾸만 강조해 본다! 

그리고 그림이 작다고  느껴져 감질 날수도 있기 때문에 가끔 부분 확대 씬을 시원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이렇게! 



재밌게도, 때로 어떤 그림은 크기가 너무 작아 도판이 더 크게 나올 때도 있다. 그럴 땐 좀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어째 인쇄물이 더 근사해보일까... 하고. ^^ 

작년 전시회에서는 칸딘스키의 이름을 앞세웠지만, 사실 칸딘스키의 그림은 네 점에 불과했다. '유화'만 생각한다면 이번 전시회에서 램브란트의 작품은 달랑 하나 뿐이었다. 하지만, 램브란트의 이름을 앞세워도 부끄럽지 않게 만드는 것은 바로 '에칭' 덕분이다.  

'에칭'이란 동판 위에 질산에 부식되지 않는 초 같은 것을 바르고 그 표면에 바늘로 그림을 새긴 다음에 질산으로 부식하여 만드는 판화를 말한다. 판화 같지 않은 느낌을 주는데 대량 인쇄가 어렵다는 게 아쉬운 대목이다. 램브란트의 작품에는 몇번째 찍은 인쇄물인지가 표시되어 있는데 가장 많이 찍은 게 6번이었다. 그리고 단 한 번 찍은 작품도 꽤 됐다. 재료비가 적게 들기 때문에 선호하는 작업 방식이라고는 하지만 적어도 램브란트가 상업적인 목적 만으로 에칭을 대한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큰 도록은 에칭 그림을 전부 한 장씩 분리해서 두꺼운 종이에 인쇄를 했다. 반면 소 도록은 그걸 생략하고 설명 글만 실었으니, 설명 글 옆의 안내 그림은 아주 쬐끄마해서 도록을 미리 보는 즐거움은 많이 줄 듯하다. 실제로 에칭 그림은 6cm크기의 아주 작은 그림도 있기 때문에 도록이 훨씬 시원시원하게 보일 때도 많았다.  



왼쪽의 램브란트 자화상이 아주 작은 그림인데 도록은 큼직하다. 오른쪽 그림은 램브란트의 어머니다.  

이렇게 보면 연필이나 목탄으로 그린 것 같은 느낌인데 이게 판화라니 놀라울 뿐이다. 게다가 '명암차'가 어찌나 잘 묘사되었는지 그 역시 신기했다. 이러니 그를 빛과 명암의 화가라고 부를 수밖에!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이 작품은 예수라는 인물의 고난을 압도적인 분위기로 묘사해 주었는데, 재밌게도 램브란트의 얼굴이 들어가 있다.  

빨간 동그라미 속의 인물을 위 자화상과 비교해 보시라. 마치 김홍도의 풍속화를 보면 부러 왼손에 오른손을 그려놓은 것 같은 귀여운 트릭이 생각난다.  



유명한 돌아온 탕자 그림이다. 소개 글이 인상적이었다. '소리'가 들리는 그림이라는 것. 

탕자기 짚고 돌아왔다가 떨어뜨린 지팡이, 막 문을 나서는 빨래를 든 하인, 그리고 창을 여는 사람. 울며 참회하는 아들, 그 아들을 붙잡아주는 아버지까지. 그림 속에는 무수한 소리들이 살아 울리고 있는 중이다. 전시장에서 볼 때도 그들이 내는 시끄럽지 않은 소음들에 귀 기울였다.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 정말 근사하다! 



근데 이사한 점! 유독 팔이 너무 짧게 그려져 있다. 램브란트의 자화상도 그렇고 다른 사람을 그린 그림도 그렇다.  

그런데 팔만 짧은 게 아니라 전반적으로 '키'도 엄청 짧다. 현재 네덜란드인이나 유럽인들의 평균 키를 생각한다면 왜 이렇게 작게 그려진 건지 의아할 정도. 약 350년 전 사람들이니 작을 수도 있는 거겠지만, 그때 당시엔 그들도 이렇게 '정겨운' 키를 자랑했다는 게 재밌게 느껴진다. 설마 램브란트만 일부러 이렇게 작게 그린 건 아니겠지? 



에칭 그림을 먼저 감상하고 나면, 해당 그림에 대한 설명을 볼 수 있다. 함께 실었다면 그림 감상에 조금 방해가 됐을 듯하다. 가독성은 떨어지지만 그림이 더 중요한 거니까 이런 스타일의 편집은 환영이다.  



세바스티아노 마초니의 '삼미신'이다. 각각 정숙, 청순, 사랑을 상징한다고 하는데 이들의 포즈가 꽤 인상적이었다.  

한 명은 반드시 등을 보이고 있는 형태를 보여준 이 그림은 루벤스나 부셰의 '삼미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친절한 도록의 왼쪽 구석에서 보여주는 바로 이 그림 말이다. 

세종문화회관에선 루벤스 전이 열리고 있는데 이 그림이 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몹시 궁금한 삼미신이다.  

미처 사진을 찍진 못했지만 최근 키티님의 서재에서 보았던 무리요의 이름이 익숙해, 딱 한 점 와 있던 그의 그림을 오래도록 전시장에서 바라보았다. 소녀인 듯 순진한 웃음을 짓고 있지만 어찌 보면 창녀의 교태스런 웃음같기도 했던 그 신비로운 그림이 오래오래 잔상에 남는다.  

이번 전시회에서 내게 가장 깊은 인상을 주었던 그림은 부셰의 '헤라클레스와 옴팔레'였다. '귀족들의 은밀한 사생활'에서 반가웠던 이름이었기에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1,000피스 퍼즐로 어찌나 갖고 싶던지..ㅜ.ㅜ 

한 해의 마무리를 멋진 책과 멋진 그림으로 장식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비록 리뷰는 해를 넘겨 쓰게 되었지만.;;; 

퐁피두전 도록도 주문했는데 어여 도착하기를...! 

보너스로 지식채널에서 방송했던 램브란트의 모델을 링크 걸어본다. 좀 더 짠한 감동이 전해질 것이다.  

http://serviceapi.nmv.naver.com/flash/NFPlayer.swf?vid=C337C92E57D53D51A8F6D6D300F32DEE5025&outKey=V129c468b5ad068b97d200e798e7b382bb0e8927d6aa30ddcc4ce0e798e7b382bb0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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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3 0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03 0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쥐를 잡게 된다 [제 858 호/2009-01-02]


2009년, 소의 해가 밝았다. 소는 옛날부터 농사꾼의 듬직한 존재였기에 부와 성실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우리 민족의 좋은 동반자 관계여서 그런지 유난히 소와 관련된 속담도 많은데, 그중에서 아마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속담은 우연히 행운을 얻게 된다는 뜻의 ‘소 뒷걸음질치다 쥐잡기’가 아닐까 싶다. 돌이켜보면 과학사에도 이러한 사례는 종종 있다.

실험 과정에서의 사소한 실수가 위대한 발견을 부르기도 한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발견 중 하나로 불리는 기적의 물질 페니실린도 실수가 없었다면 세상에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영국의 미생물학자인 플레밍은 세균을 관찰하는 실험을 하던 중, 세균 배양기 위에 콧물을 떨어뜨렸다. 칠칠치 못한 일이었으니 얼른 치워버렸으면 그만일 텐데, 그는 자신의 실수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관찰했다. 관찰 결과 콧물이 들어 있는 배양기의 세균이 모두 죽어버린 것을 알게 되었다. 콧물 속에 세균을 죽이는 리소자임이라는 물질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로부터 10여 년 뒤 플레밍은 실수를 통해 더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된다. 당시 플레밍은 아이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부스럼의 원인이 되는 포도상구균을 배양하고 있었다. 세균을 배양할 때는 다른 세균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배양기의 뚜껑을 잘 닫고, 다른 세균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실수로 뚜껑이 제대로 닫히지 않은 배양기가 있었고, 거기에 푸른곰팡이가 끼어 못쓰게 된 일이 생겼다. 배양기 뚜껑이 열린 사이 푸른곰팡이 포자가 날아와 붙었던 것. 그런데 신기하게도 곰팡이가 핀 배양기에는 세균이 모두 죽어 있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플레밍은 푸른곰팡이가 세균을 죽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플레밍이 맞았다. 그는 ‘페니실륨 노타튬’이라는 푸른곰팡이가 폐렴균, 탄저균 등의 세균을 죽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플레밍은 이 성분을 추출해 페니실린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최초의 항생제가 탄생한 것이다. 플레밍은 페니실린의 발견으로 1945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세균도 곰팡이도 수많은 종류가 있다. 플레밍이 뚜껑을 제대로 닫지 않은 배양기에 딱 알맞은 세균과 곰팡이가 만나 반응을 한 것은 정말 로또 당첨에 맞먹는 행운이라 할 수 있다.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 이후 병리학자인 플로리와 체인이 페니실린을 정제해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페니실린이 상용화되는데도 역시 우연의 힘이 작용했다. 실험 동물로 기니피그가 아니라 생쥐를 썼다는 점이다. 페니실린은 생쥐에게는 독성이 없지만 기니피그에게는 독성이 강하다. 따라서 기니피그를 실험용으로 사용했다면 페니실린을 약으로 쓸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을지 모른다. 현대 의학의 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항생제는 이렇게 이어진 우연의 결과로 세상에 선을 보였다.

많은 과학사가들이 20세기 과학의 기점으로 삼는 X선의 발견 역시 행운의 여신이 준 선물이다. 뢴트겐은 음극선에 대해 실험을 하던 중 우연히 X선을 발견하게 되었다. 검은 종이로 둘러싼 크룩스관으로 실험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그 근처에 있던 판이 형광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는 진공관에 전류를 흘려보내면 음극선이 금속 벽에 빠른 속도로 충돌하면서 투과력이 강한 새로운 광선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미지의 빛이라는 뜻에서 이 새로운 광선을 X선이라 명명했다. 뢴트겐은 이 발명으로 1901년 최초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가 되었다.

최근 우연한 발견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남성용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다.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의 원료 실데나필의 개발은 우연한 기회에 이루어졌다. 원래 연구팀은 심장병 환자를 위해 혈액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약제를 개발하던 중이었다. 이 약은 영국에서 심장병 환자들에게 투여되었는데, 심장 기능을 개선하는데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막상 약을 수거하려고 하자 환자들이 거부했다. 환자들은 그 이유를 “심장에는 도움이 안 될지 몰라도 성생활에는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약이 심장 기능을 회복시키는 효과는 미미하지만 부작용으로 음경 발기를 일으킨다는 것이 발견된 것이다. 이후 대대적인 심상 실험을 거쳐 화이자는 1998년 4월 비아그라를 출시했고 막대한 이익을 거두었다.

제품의 부작용이 각광받은 사례는 탈모제에도 있다. 탈모 치료제인 프로페시아와 미녹시딜은 원래 각각 전립선 치료제와 고혈압약으로 개발되었는데 둘 다 머리, 팔, 다리 등에 다모증이 생기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미국 제약회사 MSD는 자사의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프로스카를 사용한 사람에게 다모증이 생기는 점에 착안, 제품에 포함된 피나스테리드 용량을 1mg 줄여서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를 내놓았다. 먹는 고혈압 치료제로 혈관확장제였던 미녹시딜은 바르는 탈모 치료제가 되었다. 미녹시딜은 남성호르몬과 무관하게 모발을 자라게 하기 때문에 여성 탈모나 원형 탈모증 등 남성 탈모와 다른 유형의 탈모증에도 널리 쓰이게 되었다. 물론 고혈압 치료제로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다.

이처럼 의약품 중에는 본래 의도와는 다른 효과를 내는 것들이 종종 있다. 우울증 치료제로 개발된 부프로피온(상품명 웰부트린)도 그런 예다. 이 약은 니코틴 성분이 없지만 흡연에 대한 갈망과 니코틴 금단 증상을 완화시킨다. 금연 이후 체중이 느는 것도 막는 효과가 있다.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해 안락감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정확하게 어떤 기전으로 금연을 돕는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빨강, 노랑, 분홍, 복숭아색 등 여러 가지 색의 장미꽃이 있지만, 파란색 장미는 없었다. 파란색 장미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도 우연히 찾아왔다. 지난 2004년 미국 밴더빌트대학의 생화학자 2명은 암과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연구하던 중 박테리아가 파랗게 변하는 모습을 발견했고, 이 박테아의 유전자를 장미에 옮겨 넣으면 파란색 장미가 될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실현 여부를 떠나 작은 현상이라도 놓치지 않는 관찰력과, 하나의 생각을 다른 분야에 적용해보는 열린 마음이 낳은 결과다.

이 밖에도 우연이 만들어낸 과학적인 성과는 셀 수 없이 많다. 3M은 강력 접착제를 연구하다가 의도와는 전혀 다른 물건인, 붙였다 뗐다 하는 접착물질을 이용해 포스트잇을 만들어냈다. 듀폰사의 플룬케트는 우주선을 열로부터 보호하는 물질을 연구하다가 테플론을 발명했다. 이러한 의외의 발명품들은 획기적인 과학 발달의 계기가 되기도 했고, 막대한 상업적인 이익을 낳기도 했다. 본래의 의도대로라면 실패한 결과지만 연구자들이 그 사건이나 현상이 주는 중요함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만일 플레밍이 곰팡이가 낀 접시를 그냥 내다 버렸다면, 뢴트겐이 실험실을 주의 깊게 살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콜럼버스는 인도를 향해 가다가 아메리카 대륙에 닿았다. 하지만 그가 인도를 향해 그 길고 험난한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결코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과학사의 우연이라는 것도 끈질긴 연구의 결과로 얻어지는 결과이다. 과학적인 지식과 어떤 현상에 숨겨진 비밀을 캐기 위한 열정이야말로 세기의 과학적 발견과 발명을 이끌어내는 로또다. 부디 기축년 새해에는 여러분에게도 이런 행운이 오길 바란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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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루나 파크 : 사춘기 직장인
홍인혜 지음 / 애니북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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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해지는 직장인 루나의 사랑스러운 일기. 공감가는 그녀의 일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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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9-01-02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 책을 읽은적은 없는데 40자평을 보니까 티비에서 해줬던 직장인 안나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요즘 유선에서 해주는데 정성이가 대따 좋아해요..;;;

마노아 2009-01-02 11:59   좋아요 0 | URL
안나 이야기 저도 UCC로 보았어요. 무척 웃기더라구요. 특히 그 회사 분위기^^ㅎㅎㅎ
루나는 굉장히 소심하지만 또 열심히 사는 자기 얘기를 귀엽게 풀어나가고 있어요. 사랑스러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