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수영장 수박 수영장
안녕달 글.그림 / 창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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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함박웃음 짓게 하는 해맑은 그림책을 만났다. 아, 싱그럽다!


햇살은 쨍쨍, 여름이 깊어간다. 저 뜨거운 햇살 받고 수박이 잘 익었다. 조금만 칼집을 내도 쩍하고 갈라질 만큼!



오늘 언니에게 이 책을 보여줬더니 수박을 저렇게 가로가 아니라 세로로 갈라야 더 잘 잘라진다고 한다. 응? 그런가?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문제였다. 엄마는 평생 그림처럼 가로로 자르셨는데 말이다. 내 생각에도 세로가 더 잘 잘라질 것 같긴 한데, 경험있는 분들 얘기 좀 해보세요~



자, 수박이 저렇게 익었다는 것은 수박 수영장이 문 열 때가 왔다는 신호!

아무도 발을 담그지 않은 시원한 수박 수영장에 일빠로 풍덩 했다면, 그야말로 계탄 것!!

할아버지 참 빠르십니다. ^^


옆 동네 어디메에는 코코넛 수영장도 개장했다던데, 과즙많은 과일은 모두 가능하겠다. 또 어떤 과일이 이렇게 시원할까?

색깔까지 점수로 매긴다면 단연코 수박 수영장이 최고최고!!


어린이 친구들도 너도나도 수박 수영장으로 달려왔다. 튜브를 갖고 있는 아이도, 혼자 헤엄을 치는 아이도 모두 모였다.

검은 씨앗이 장애물이 되곤 하지만 그것도 나름의 즐거움이고 놀이가 되지 않을까? 누가 더 많이 파서 치우나 내기를 해도 좋겠다. 


수박잎에서 다이빙하는 친구도 있다. 수박 수영장은 깊어 보이지만 한없이 가라앉지 않으므로 안전 걱정은 붙들어 매시라!

나란히 오픈한 옆 수영장으로 건너가는 것도 일도 아니다. 반가운 친구가 보이면 냉큼 건너가면 된다.




수박 덩어리를 떼어서 물풍선 던지듯이 하는 아이들. 온몸에 끼얹어도 문제 없다. 츄릅 핥아먹음 된다. ㅎㅎㅎ


이 작품에서 가장 하일라이트는 바로 구름 양산과 먹구름 샤워다. 와, 구름빵 이후 최고의 상상력이다.

먹구름 밑에서 달달한 수박즙을 씻어내고, 하얀 구름 밑에서 뜨거운 볕을 피한다.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휴가, 바캉스, 물놀이가 또 있을까!



아이들은 늘 모험을 찾아다니는 존재. 수박껍질을 미끄럼틀로 활용한다. 빨간색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파내는 게 핵심이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박 수영장에 심취해 있던 아이들.

그러나 시간은 정직해서 더 놀고 싶은 아이들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나의 방학이 끝나가는 것처럼!



세상의 색이 여름에서 가을로 물들어 가면 수박 수영장은 문을 닫아야 한다.

하지만 속상해 할 필요는 없다.

내년에도 여름은 무르익을 것이고, 수박 수영장은 또 문을 열 테니까.

그러니까 이제는 다가올 가을을 기다리며 준비하면 되겠다.

어느덧 밤이 되면 바람이 차서 내내 열어두었던 창문을 닫게 된다.

이렇게 정직하고도 한결같은 시간.

그러니 이 책은 해마다 여름이 빼꼼 문을 열 때면 한번씩 더 꺼내서 읽으면 참 좋겠다.

읽는 순간 수박 생각이 간절해질 것이고, 크게 썩썩 썰어낸 수박 조각이나 수박 화채 등으로 기분을 내면 더 좋겠다.

그리고 상상으로나마 수박 수영장에 몸을 담그는 거다. 아, 여기가 천국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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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걷는 선비 3 - 조선 뱀파이어 이야기
조주희 지음, 한승희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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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 표지 그림이 참 마음에 든다. 사극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갖게 되는 큰 즐거움 중의 하나가 의상과 소품 디자인이다. 요새 밤선비에서 이준기가 입고 나오는 한복은 꽃무늬가 많은데 그게 참 멋스럽다. 3권 표지에서는 꽃이 그려진 부채가 나오고 하얀 눈밭에 핏방울 같은 꽃잎이 날리고 있다. 상대가 뱀파이어라는 걸 떠올린다면 이 장면이 얼마나 매혹적이고 유혹적인지 감이 올 것이다.

 

드디어 치산과 양선이 만났다. 치산은 무척 우직한 성격으로 보이는데 내가 흔히 비교하는 양과와 곽정 타입 중 곽정으로 보인다. 이런 캐릭터가 좀 답답해 보이기는 하는데 사람 됨됨이는 참 좋아 보인다. 많이 나오진 않았지만 문치산이 바로 곽정 과렷다!

양선이 그를 아는 척하지 않고 피하려는 이유는 충분히 납득 가능하다. 동시에 그런 양선을 알면서도 붙잡고 싶어하는 치산의 마음도 헤아려진다. 그에게도 부모 형제와 같은 존재들이었다. 양선의 잃어버린 가족들 말이다. 뜨거운 열정을 가진 사내다. 밤선비가 필연적으로 차가울 수밖에 없기에 더 대조적이다.

 

도봉산 사냥꾼 호연도 흡혈귀와 관련한 어떤 몹쓸 인연이 있나 보다. 기를 쓰고 잡으려 드는 걸 보니 말이다. 어쩌면 그 자신도 물렸던 것일까? 다만 흡혈귀로 변하지는 않은? 드라마에서 보면 양선은 제 아비에게 물렸으나 이준기의 도움을 받아서 살아남았고, 그때의 기억을 잃었지만 어떤 영향을 받은 것 같지는 않다. 그게 이 캐릭터의 설정과 연관이 있는 게 아닐까 혼자 짐작. 아님 말고~

 

아껴 보는 재미가 있다. 서두르지 않고 한권씩 야금야금. 12권이 출간됐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11권까지 마저 읽고 사야지. 후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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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 과학

제 2454 호/2015-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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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과 아빠 엄마, 오늘도 아침밥을 먹자마자 은행 문을 열고 들어선다. 이름 하여 뱅크피서를 위해서다. 하루 종일 쌩쌩 돌아가는 에어컨 아래 푹신한 소파에 앉아서 책도 보고 옥수수도 뜯으며 더위를 피하는 뱅크피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최강 넉살을 가진 아빠는, 몹시 염치없는 이 상황에서도 경비아저씨와 절친까지 맺었다. 

“그러니까 이런 증상이라는 거지? 두통이나 피로감, 어지러움과 함께 소화불량, 복부팽만감, 그리고 복통과 설사가 수시로 반복되고, 기억력도 점점 떨어지는 데다, 집중도 안 되고, 어떨 때는 팔다리가 욱신욱신 쑤시면서 허리까지 아프다 이거잖아.” 

“헐! 족집게셔. 어떻게 딱딱 알아맞히나 그래?” 

“감기인 듯 감기 아닌 감기 같은 증상이지? 낮에는 심하다가 저녁에 집에 가면 덜하고.” 

“흐헐! 나보다 나를 더 잘 알다니, 혹시 그동안 스토킹 한 거 아닌가?” 

“김경비는 어쩜, 오버하는 것까지 딱 내 스타일이이란 말이야. 허허. 암튼, 지금까지 얘기한 증상들은 몽땅 냉방병에 관한 걸세. 이렇게 추운 데서 일하려니 냉방병을 피하기 어려웠겠지.” 

“역시, 친구가 과학자니까 참 좋구먼. 그런데 시원한 데 있으면 몸도 정신도 더 짱짱해져야 하는 거 아닌가? 짱짱해지기는커녕 몽롱해지는 이런 병은 도대체 왜 생기는 거야?” 

안과 밖의 온도가 5~8°C 이상 벌어지는 곳에서 오랫동안 있으면 말초혈관이 빠르게 수축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당연히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요. 뇌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드니까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고 기운 없으면서 졸리게 되지. 또 위장으로 가는 혈류량도 줄어 소화기 쪽도 영 시원찮고 말이야. 거기다 자율신경계 기능에도 변화가 생겨서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여성의 경우 생리가 불규칙해지기도 해요. 근육이 뻐근하게 쑤실 때도 잦고.” 

“아, 이제야 싹 다 이해가 되는구먼. 남들은 시원한 데서 일한다고 날 부러워하지만, 냉방병이라는 슬픈 직업병을 앓는다는 사실을 아는 건 자네밖에 없을 걸세. 그런데 대체 우리 몸은 온도 차이에 왜 이리 예민한 건가?” 

“우리 몸은 빠른 변화를 아주 싫어한다네. 세포 하나하나를 재정비해가며 변화에 적응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거든. 환절기만 되면 감기 같은 각종 감염병이 늘어나는 이유도, 인체가 빠른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면역력이 떨어져 버리기 때문이라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오는 한 달 동안의 계절변화에도 쩔쩔매는 데, 하루에도 몇 번씩 5~8°C씩 온도가 오락가락하면 몸이 버텨내지 못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나?” 

“사람은 이래서 배워야 하는 걸세. 난 그런 것도 모르고 감기인 줄 알고 며칠째 종합감기약만 열심히 챙겨먹었지 뭔가.” 

“많은 사람이 감기와 냉방병을 헷갈리는데, 이걸 구분하는 팁을 하나 줌세. 기침이나 가래 같은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감기, 없으면 냉방병일 가능성이 높고. 그리고 냉방을 하지 않을 때 증상이 호전되면 냉방병, 그것과 상관없이 계속 증상이 이어지면 십중팔구 감기라네. 알겠나?” 

“오호, 아주 명쾌하구만! 그럼, 끝으로 하나만 더 물어봄세. 대체 이 냉방병은 어떻게 하면 고칠 수가 있나?” 

“음, 묘약이 딱 하나 있긴 하지. 에어컨을 끄고 하루 이틀만 지나면 금방 몸이 좋아진다네. 따뜻한 차를 마시거나 마사지를 해서 혈액순환을 도와주면 더 빨리 호전되고 말이야. 또 에어컨을 하루 종일 틀지 말고 가끔 20~30분씩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는 것도 냉방병을 예방하는 훌륭한 방법이지.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자네에겐 그림의 떡일 테니, 긴팔 옷을 입거나 목에 작은 수건 같은 걸 둘러서 체온이 너무 떨어지지 않게 막는 게 최선일 것 같구먼.” 

“음, 그런데 미안하지만, 사실 내 병은 냉방병이 아니네.” 

“아니 여태까지 듣고는, 갑자기 무슨 냉방병 걸린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린가?” 

“사실, 나의 두통이나 근육통, 어지러움, 소화불량, 복통, 설사는 실내외 기온 차 때문이 아니라네. 달랑 의자 10개가 전부인 작은 은행지점에 자네 가족이 벌써 사흘째 아침부터 저녁까지 진을 치고 있다는 게 내 병의 근원이야. 위에서는 어떻게 좀 해보라고 자꾸만 나를 닦달하고, 그렇다고 대놓고 나가라고 할 수도 없고, 하도 스트레스가 쌓여 온몸 여기저기가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네. 이보게 친구,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그만 나가주면 안 되겠나? 친구 하나 살리는 셈 치고 말일세. 흑흑.” 

“난 또 뭐라고. 성격이 왜 이리 급한가? 우물가서 숭늉 찾겠구먼. 허허. 조금만 더 참아보게, 나도 이제 휴가가 하루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참말로 뻔뻔하구먼. 벼룩도 갖고 있다는 그 낯짝이 왜 자네에게만 없는 것인가. 흑흑” 

“안 들린다, 안 들린다. 더 격렬하게 아무 말도 안 들린다.”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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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5-08-12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멋진 글이군요, 김희정님!
과학적 사실을 이렇게 맛깔스럽게 전하다니! 좋은 글 읽게 해 주신 마노아님도 감사 드려요.

마노아 2015-08-12 21:54   좋아요 0 | URL
과학향기 필진 중에서 김희정 씨 글이 가장 재밌고 내용도 쏙쏙 들어와요. 저 그림 캐릭터도 참 즐겁구요.^^
최근에 카페에서 죽치고 책 읽다가 저도 냉방병을 잠시 앓은 것 같은데 더운 집에 돌아오니 멀쩡해진 것 같아요. ㅎㅎㅎ
우리 냉방병 없이 이 여름을 지나가도록 해용~
 

1. 직진 본능


직진 이순재도 아니고, 길치인 나는 직진 본능이 있는데, 정말 아무 의심 없이 일단 직진하고 본다는 거다. 그래서 되돌아와야 했던 무수한 길들이....;;;


부산역 앞에서도, 성남구청 앞에서도, 잠실주경기장 앞에서도 나는 직진, 또 직진을 하고 말았다. 떠올리기만 해도 참... 덥다.


2. 제일 맛있었던 건...


정말 계획 없이 충동적으로 떠난 부산행이었다. 부산 가자는 친구 말에 토달지 않고 그냥 '콜'을 외쳤고, 마침 너무 바쁜 때여서 모든 예매도 계획도 친구가 짰다. 그래서 미처 고려하지 못한 게 먹거리였다. 바닷가로 갔으니 회한접시 쯤 먹어줘야 마땅하고 부산은 돼지국밥? 이런 거 유명하다고 하니까 먹어주면 좋았을 텐데, 모두 내가 안 먹는 것들. 친구야 미안! 친구는 한번 도전해 볼래? 라는 말조차 없이 내가 못먹는 음식들을 피해서 메뉴를 골랐다. 친구야 땡큐!



도착해서 먹은 건 부산밀면과 갈비만두, 저녁은 순두부찌개와 비빔밥, 후식은 고디바 아이스크림, 그리고 야식은 치맥!

다음날 아침은 라면, 점심은 삼겹살, 간식은 씨앗 호떡과 어묵 등 주전부리...


이중 가장 맛있었던 건 3,500원밖에 하지 않는 밀면이었다. 가장 덥고 시장할 때 먹었기도 했지만 냉면 상상할 때의 맛이 아니었다. 훨씬 부드럽게 감기는 느낌. 서울에서 먹어도 같은 맛일까? 근데 서울에서도 파나? 설마 어딘가 팔겠지. 



원래 바닷물 입수 계획은 둘 다 없었다. 그래도 해운대까지 가서 발목은 적셔야 하지 않을까 싶어 정말 발목만 적셨다. 저러고도 모래가 많이 들어가서 고생했다. 친구는 발목조차도 적시지 않았다. ㅎㅎㅎ



우리가 치맥을 기울인 곳은 더 베이 101. 나름 홍콩삘 나는 야경이 유명하다는 곳이었다. 태풍전야여서 바람이 엄청 불었는데, 정말 테이블 위의 모든 것이 다 날라가서 붙잡느라 애먹었다. 그래도 꿋꿋이 버티고 먹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ㅎㅎㅎ

치맥의 조화는 좋지만 배불러서 더 즐길 수 없었다는 게 유일한 아쉬움!



3. 그녀의 미모


태종대에 갔을 때는 미친 듯이 불어닥치는 바람 때문에 사진이고 뭐고 아무 것도 찍을 수가 없었다. 셀카봉을 들고 갔지만 '거치대'를 두고 가는 바람에 그저 '봉'뿐인 셀카봉은 쓸모가 없었고, 내 팔 길이 안에서 셀카를 찍으려고 했더니 저 모양이 되고 말았다. 인생이 힘들어질 때 꺼내어 들여다 보면 빵 터질 사진 한장 구한 걸로 만족!



부산의 홍보대사 최지우. 최지우가 부산 출신이었나? 암튼 태종대 전망대에 그녀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바람 안 부는 곳에 도착해서 안도했고,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더 여신 포스 자랑하는 그녀의 미모에 홀딱 반했다. 아, 여자가 봐도 참으로 알흠답구나!


친구의 제안으로 최지우와 비슷한 자세로 나란히 찍은 사진이 하나 있는데 최지우 앞에 오징어가 한마리 널려 있는 느낌? 


감천문화마을에서 씨앗호떡과 어묵을 먹었는데 흐린 날씨 덕분에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아서 카페에서 한참 앉아 있었다. 그 바람에 원래 가려고 했던 헌책방 골목을 못 간 게 참으로 원통!


자갈치시장과 깡통시장과 국제시장이 붙어 있다고 하던데, 우린 자갈치 역에서 내려서 깡통 시장에 들러 어묵을 시식하고, 국제시장 꽃분이네 가서 소박한 기념품을 사고, 다시 국제시장 가서 어묵 한봉다리씩 샀다. 전자렌지에 데워 드시라고 했는데, 이 어묵은 담날 아침 반찬이 되어 나타났다. 밥반찬으로 먹고 있는데 막 치즈가 나와...;;;;;


계획적으로 움직였다면 어저께 있었던 부산락 페스티벌을 가는 거였는데, 거기까진 생각이 미치질 못했다. 울 공장장님 부산을 흠뻑 적셔주었다던데 아쉽아쉽!











4. 문화가 있는 수요일 '세밀가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수요일이라고 하여 많은 문화 행사를 50% 할인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7월은 청자 공부에 열심이었던 달이어서 리움 미술관을 선택했다. 내가 보고 싶었던 청자가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세밀가귀'라는 기획전이 진행 중이었는데 친구가 저녁 약속이 있다고 해서 상설전만 끊었다.

그런데 내가 보고 싶었던 청자와 그림이 모두 기획전에 가 있지 뭔가. 별수 없이 다시 기획전을 끊어서 후다닥 보고 나왔다. 다리 아포...;;;




전시개요


접힌 부분 펼치기 ▼

 

‘세밀가귀’는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에 나오는 말로 중국 송나라의 사신 서긍(徐兢)이 고려의 나전을 보고 “세밀함이 뛰어나 가히 귀하다 할 수 있다”라 기록한 것이다. 이는 12세기 찬란했던 고려의 문화, 넓게는 한국미술의 역사에 이어져 온 ‘세밀함’, ‘섬세함’, ‘정교함’이라는 특징 전반에 적용될 수 있다. 선사시대 다뉴세문경부터, 고대 고분에서 출토된 금속공예품, 고려시대 불교회화와 나전을 비롯한 공예품들, 조선 왕실의 기록화에 이르기까지 섬세한 아름다움은 우리 미술을 대표하는 특징 중 하나이다. <세밀가귀 細密可貴: 한국미술의 품격>전은 한국미술사의 각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세밀함’의 아름다움에 주목하였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명품으로 인정받는 유물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시대를 대표하게 되었는지 살펴보고, 이를 통해 한국미술을 바라보는 시각을 확장시키고자 한다. 전시에는 금속공예, 고려불화, 도자기, 회화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는 총 130여 점의 유물들이 출품되며, 미국, 유럽, 일본 등 전 세계에 소장되어 있는 한국의 미술품 중 주요 작품들도 40여 점이 특별히 선보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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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는 만족스러웠다. 고아한 아름다움이었다. 이 귀한 것들이 이곳에서 어떤 쓰임새로 있는 것일까를 의심스런 눈빛으로 바라보기도 했지만, 작품 자체는 두말할 것도 없이 명품.


리움 가기 전에 이태원에서 밥을 먹었는데 유일하게 줄이 긴 '마이첼시'를 들어갔다. 홍석천이 낸 다섯 번째 매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어머나, 이태원은 홍석천이 접수한 겨? 


음식들은 맛있었다. 뭐, 비싸기도 했다. 암튼, 그런 건 다 그럴만 했는데, 이 사진은 정말이지.....



대체 무슨 의도로 걸어놓은 겨? 옷은 왜 벗었지?? 

하여간 오늘은 냉장고를 부탁해 하는 월요일~♡


5. 성남 다녀오는 길


뮤지컬 데스노트는 성남 아트 센터에서 공연 중이다. 낮에 가족들과 미션임파서블5를 용산 아이맥스에서 보고 저녁 공연 보기 위해 이동했다. 언니는 용산역에서 중앙선을 타고 왕십리까지 가서, 거기서 분당선을 갈아타고 가는 여정이 내게는 무리라고 했다. 분명히 헤맬 거라고. 난 호기롭게 출발했고, 하마터면 청춘선 타고 춘천에서 내릴 뻔했다. 다행히 열차 출발 전에 내렸다....;;;;;



홍광호는 짐작한 대로 안정적인 노래를 얄미울 정도로 잘 불렀고, 김준수는 음 이렇게 노래 하는구나... 하고 고개 끄덕였다. 잘 하기는 하지만 다른 뮤지컬 배우를 압도할 만큼의 매력은 못 느꼈다. 그래서 궁금했던 엘리자벳 시디는 안 사는 걸로... ㅎㅎ


위키드에서 별로였던 박혜나가 분위기 있는 사신 역할을 잘해내서 호감이 상승했다. 미사 역의 정선아도 좋았다. 분명 정선아 캐스팅의 뮤지컬을 여러 번 보았는데 딱히 생각나는 게 없다. 늘 남자 배우 중심으로 작품을 골라서 그런가 보다. 아무튼 굿굿!


돌아오는 길은 쉽다고 여겼다. 분당선 타고 왕십리까지 가고, 거기서 성동구청 앞에서 우리집까지 가는 버스를 타면 된다고 네이년이 알려주었다. 3번 출구로 나온 나는 직진본능에 따라 200여 미터를 이동했는데, 생각해 보니 횡단보도를 건넌 건 실수 같았다. 하지만 그 다음 길은 우회전인데 옆으로 가란 소리가 없어서 무조건 직진했던 것이다. 시간은 늦었고 구청 불은 다 꺼졌고, 건물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던 나는 지도를 검색해 봤다. 하지만 방향을 모르겠어..;;;;


결국 횡단보도 건너는 어떤 커플을 불러 세워 방향을 물어봤다. 역시 우회전이었다. 총총총 버스 정거장까지 갔는데, 내가 타야 할 버스 막차가 15초 전에 떠났...;;;;


그래서,,,, 여러 우여곡절 끝에 결국 택시 탔다. 음, 결론은 그러했던 것이다. 뭘 새삼...ㅜ.ㅜ









6. wet vs dry


이승환은 공연에 제목을 잘 붙인다. 데뷔 때부터 그랬다. 대형 공연을 주로 했던 0-2000년대 초반과 달리 인기가 많이 꺾인 뒤로는 소규모 클럽 공연도 많이 해왔다. 물론, 그 '소'규모가 누군가에겐 꿈의 객석규모일 테지만. 암튼, 여름엔 wet공연을 통해 흠뻑 적시는 공연을 주로 했는데 올해에 'dry'가 생겼다. 그러니까 럭셔~리 공연장에서 우아하고 고고하게, 땀흘리지 않고 공연하자는 취지이지만, 그의 스타일상 땀 없는 공연은 없다. 그래도 확실히 wet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고, 스탠딩임에도 자리 선점이 좋았던 이번 공연의 만족도는 평소보다 더 좋았다. 이 공연장에서 그가 '빠데이'를 언급했다. 3년 전 5시간 40분 공연을 통해 60여 곡 노래를 불렀던 전설의 그 공연을 다시 한댄다. 당시 야간 근무였던 나는 울며 공연을 불참해야 했는데 드디어 다시 기회가 온 것이다. 오, 지저스! 이건 반드시 가야 해!


예매 공지가 떴다. 표값이 198,000원. 응? 잘못 봤나 싶었다. 다시 봐도 그대로다. 헉, 2천원 모자란 20만원이다. 하긴, 공연시간이 6시간이면 일반 공연의 세배 규모이니 세배 값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언제 이승환이 공연에 돈 아꼈던가? 나는 보고서 돈 아까웠던 적이 있던가? 문제는 예매에 성공하는 것! 자리에 크게 욕심 부리지 않는 편이므로 적절히 중간이나 약간 뒤쪽을 공략하면 표는 충분히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정말이지, 내가 표를 못 구할 거라고, 아니 예매를 아예 하지도 못할 거라곤 정말 상당도 못했다. 그런데 그런 일이 벌어졌다. 아, 더위 먹었나 봐..ㅜ.ㅜ


이 공연은 전야제가 있다. 전야제 티켓은 오늘(8월 10일) 오픈인데, 빠데이 티켓팅 실패한 사람을 위한 공연이라고 설명하면 되겠다. 그러니까 본공연인 빠데이 예매(8월 6일)가 먼저인 게 맞는데, 나는 이 둘의 날짜를 바꿔서 기억하고 있었다. 빠데이를 기필코 갈 생각이었던 나는 전야제 예매를 흘려버렸고, 그 결과 사실은 빠데이 예매를 놓쳤다. 세상에 이럴 수가!


예매전쟁에 참여하고도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이 수두룩하지만, 도전조차 못한 내가 더 억울해.ㅜ.ㅜ

그래서 지난 목요일 이후 또 다시 시작된 무한 새로고침. 벌써 4장의 표를 눈앞에서 놓쳤다. 누군가가 취소한 표 중 세장은 활성화도 되기 전에 놓쳤고, 오늘 아침엔 클릭까지 갔건만 먼저 결제를 한 누군가에게 또 밀려버렸다. 하아, 내표 내표..ㅜ.ㅜ 망가질 테닷!


7. 50미터 수영장


지난 금요일에 둘째 조카가 수영 대회에 참가했다. 성북구의 초등학교가 다 모인 대회였는데 잠실 실내수영장에서 진행됐다. 너무 일찍 가야 해서 나는 자유영은 패쓰하고 접영은 보기로 하고 2차로 출발했다. 먼저 눈에 보였던 건 1수영장, 다행히 2수영장은 금방 찾았는데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모르겠는 거다. 입구는 대기 중인 선수들이 막고 있었고 다른 길은 보이지 않고, 나는 땀을 비오듯이 흘리는 중이었다. 그때 나를 부르는 목소리, 


"마노아님?"


어머나 세상에, 일주일 전에 만났던 알라디너께서 이곳에! 덕분에 무사히 2층으로 진입. 세상 참 좁구나. ㅎㅎㅎ

D님, 반갑고 고마웠어요.^^


50미터 수영장은 처음 보는데, 다이빙 구간은 깊이가 2미터, 도착 지점은 1미터였다. 선수들은 이런 곳에서 운동하는구나. 신기신기!


8.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이 뮤지컬은 2006년에 임태경 지저스에 김종서 유다로 보았더랬다. 연기 못하는 두 사람이 주연이었으니 뮤지컬은 대략난감이었고, 내용도 공감이 안 가고 여러모로 건질 것 없이 기억 저편에 접어두었다. 다시 봐야겠다고 결심한 건 박은태+한지상 케미가 아주 기대가 됐고, 50% 할인도 매력적이었다. 그리하여 지난 토요일에 보았는데 결과는 대박!


아, 나 지금 지저스 앓이하고 있다. 너무 좋아, 너무 좋아. 너무 좋아. 빠데이 티켓 끝내 못 구하면 지저스를 좋은 자리에서 한 번 더 볼까 생각 중이다.  



마이클 리 버전도 좋던데 연기는 어떨지 잘 모르겠다. 아직도 인터뷰는 영어로 하던데 연기 괜찮을라나...

유다 역은 한지상, 윤형렬, 최재림인데 내가 좋아하는 윤형렬이지만 그의 목소리는 유다 역에 별로 어울리는 것 같지 않다. 들어 보니 역시 셋중에는 제일 별로. 최재림도 괜찮은데 그래도 한지상 쪽이 압도적으로 좋다. 흥이 많은 배우다.


겟세마네를 연속 듣다 보니 불후의 명곡 이승철 편에서 영지가 부른 '마지막 콘서트'가 생각났다.
노래 중간에 겟세마네의 하일라이트를 삽입해서 불렀는데, 잘 불렀지만 생뚱 맞았다.
그래도 여전히 내가 자주 듣는 곡...

공연실황을 담은 dvd도 찾아봤는데, 극장에서 보고 온 나의 야곱이 별로였다는 말에 장바구니에서 덜어냈다. 역시 현장에서 봐야 해. dvd값에 만원 보태면 라이브로 볼 수 있어!


 





참, 이번 공연엔 독특하게도 지휘자가 남자였다. 그동안 십수년 동안 뮤지컬 보는 동안 남자 지휘자를 한번도 보지 못했다. 늘 여자 지휘자만 봐서 이것도 뭔가 영역싸움인가 싶었는데, 처음으로 발견해서 깜놀!

그나저나, 뮤지컬 한국어판 ost가 왜 이리 안 나오나 모르겠다. 이번 공연도 네이버 뮤직에선 검색되지만 다운은 되지 않는다. 이 노래들을 갖고 싶구나!!


공연 보던 날의 손톱은 이러했다. 의상 때문에 전날 급히 바른 매니큐어다.


(펑!)


의상컨셉은 레드! 

외출할 때 언니가 화들짝 놀라했다. 그렇게 입고 어딜 가냐고!

훗, 뮤지컬 보러 간다~

(이 뽀샤시함은 당연히 어플의 힘이다. )


9. 오션월드


오션월드를 가는 날짜를 오래 고심했다. 너무 덥거나 너무 비가 많이 왔거나, 너무 비싸거나... 하여간 '너무'가 너무 많았다.

작년에 비오는 날 가서 추워서 많이 고생했다. 비도 안 오고 값도 좀 떨어진 날을 고르자니, 나는 이번 주 수요일 정도를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어제 다녀오게 되었다. 오늘부터 입장료가 떨어지는데 아까비. 하지만 조카 학원 빠지는 게 더 손해니 별 수 없음.


교회 다녀와서 밥 먹고 출발해서 도착한 게 오후 4시경이었다. 종일권을 끊어서 오후 10시 마감 시간까지 놀았다. 해 떠 있을 때는 엄청 뜨거웠고, 해 지자마자 엄청 추워졌다. 몬스터 블라스터는 길이가 300미터 짜리인데 물놀이용 청룡열차 쯤 되겠다. 사람이 엄청 많아서 거의 한시간을 줄 서서 탔는데,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언니가 가방이 너무 무거우니 먹어서 비우자고 해서 우린 서서 열심히 수박을 먹었을 뿐인데 누군가 나를 부른다. 읭???


아아아, 정말 민망했다. 그러니까 거기엔 내 학생이 떡하니!!


물에 쫄딱 젖어서 머리 꼴이 말이 아니었고, 핫팬츠 래쉬가드는 어쩔 것이며, 무엇보다도 서서 수박 먹던 이 상황....


아, 정말이지 세상은 왜 이리 좁은 것인가.ㅜ.ㅜ


10. 엑


엑셀 연수를 듣고 있다. 엑셀은..... 외계어 같다. 흑...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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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5-08-10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 다녀가셨군요. 파주 사는 언니는 부산 오면 돼지국밥과 밀면을 꼭 먹고 가요. 동생이 서울 가서 밀면 장사하면 잘 되지 않을까 하더니, 근데 누가 해 봤는데 쫄딱 망했다더라나 뭐라나... 하더라고요! ^^

마노아 2015-08-10 22:57   좋아요 0 | URL
하하핫, 모두들 저 맛을 보고 나면 그런 생각을 하게 되나 보네요.
하지만 역시 본고장에서 먹어야 제맛이겠죠.^^

2015-08-10 2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0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1 0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1 0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5-08-11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진마노아, 허당마노아 또 뭐 없을까.....
아..이쁜마노아도 있네요.
^^::::::::::

빠데이 예매 부디 성공하시길!!!!!!!!!!!!!!

마노아 2015-08-12 01:36   좋아요 0 | URL
아아악, 오늘 언니네 집 앞에서 한자리 나왔는데 자리 활성화가 안 되더라구요.
누군가 저보다 먼저 잡아서 결제한 겁니다.
아흐 동동다리....
저의 데이터는 모두 새로고침으로 다 쓸 것 같아요. 흑흑...;;;;

단발머리 2015-08-11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죄송합니다. 직진본능 이야기 넘넘 재미져요. ^^
승환님 표를 꼭 구하셔야 할텐데,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우리 만났던 토요일에, [데스노트] 보셨다고 해서, 저는 `홍광호 이야기` 많이 듣고 싶었거든요.
근데, 타이밍을 놓쳤어요. 홍광호 칭찬하시는데, 완전 뿌듯하더라구요.
저도 표 구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워낙 준수팬이 많아서리...
정상적으로 표를 구할 수 있을지..

하핫!!! 그리고.. 여러분~~~~~~~저기 7번의 D가 접니다.
제가 마노아님을 바른 길로 인도.... 하였습니다.
마노아님은 더운 날씨에도, 땀 많이 흘려도 이쁘다는 걸, 제가 몸소 확인했어요. ㅎㅎㅎ

마노아 2015-08-12 01:39   좋아요 0 | URL
어이쿠, 홍광호 얘기를 마저 못하고 와서 아쉽네요.
저 예전에 홍광호 주연의 지킬 앤 하이드 봤는데, 그땐 노래 좋음에도 연기가 많이 부족했어요.
선덕여왕에서 `발밤발잠` 부른 직후였거든요.
근데 이번엔 연기가 많이 안정되고 좋았어요. 하긴 해외에서도 인정받았는데 일취월장이 당연하긴 해요.^^
자리 욕심을 버리시면 표는 얼마든지 구하실 수 있을 겁니다. ㅎㅎㅎ

으하하핫, 알라디너 D님이 여기 바로 계십니다.
저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 주심...
아니었음 땀뻘뻘 흘리면서 저는 얼마나 더 헤맸을까요.
어휴 저의 구세주셨어요. 다시 한번 배꼽 인사~ (^^)(__)(^^)
 
캘빈의 마술쇼 사계절 그림책
크리스 반 알스버그 지음, 서애경 옮김 / 사계절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기시감이 든다 여겼는데 프로버디티! 주문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 이미 본 책이다. 개정판이 나온 걸 새책으로 알고 주문했구나. 털썩.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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