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시즈 7SEEDS 13
타무라 유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읽기 전에 심호흡이 필요하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테니까.  

세븐 시즈는 호흡이 긴 작품이다. 예상하기로는 바사라보다도 더 긴 작품이 될 듯 싶다 그보다 무겁고, 그보다 더 아프다. 모든 것이 다 사라져 버린 미래의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 미래로 보내진 아이들. 그 아이들은 생존을 위해서 인간 됨을 버려가기도 하고, 자신이 이 세계에서 살아남은 의미를 찾기 위해 갈등하지만, 당장은 하루하루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한 그런 입장에 처해 있다.  

낯선 어린 아이를 발견했을 때, 치료하고 돌봐주는 것이 아니라 독이 있을 지도 모를 음식과 약초를 마루타처럼 실험해 보고, 육식 동물을 유인할 미끼로 쓴다. 무수한 사람들이 단 7명이 살아남을 수 있는 테스트를 통과하고자 죽었는데, 혼자서는 살아남을 힘조차 없는 연약한 존재가 버젓이 살아있다고 분노를 느끼는 이들. 그들이 견뎌온 시간 속에서는 그게 당연하다는 걸, 그래서 그들은 서로를 비난할 마음도 비난하지도 않는다는 것. 그걸 지켜보는 독자는 긴 숨을 내쉰다. 이런 막막한 지구. 이런 끔찍한 미래라니...... 

그런 참담한 환경에서도 누군가는 음악을 찾아낸다. 그 음악 소리를 들으며 누군가는 하늘을 날아왔다. 그런 극한의 순간에도 음악은 사람을 이끌고, 마음을 치료한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이 저릿하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서 알고서 출발한 여름 A팀. 그들은 서바이벌 훈련을 받았고, 실전이었던 그 서바이벌에서 살아남아 미래까지 '살아서' 도착한 사람들이다. 애석하게도, 그런 까닭에 가장 마음이 메말라 있고 가장 울분과 분노가 많은 사람들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뽑혀서' 온 게 아니라, 생존해서 온 그들은 어릴 적 담아둘 추억 따위도 없다. 그렇게 악착같이 살아남아서 도착한 이 빌어먹을 미래에서 그들은 어떻게 참담함을 견디며 하루하루를 버틸까.  

생태계가 완벽히 파괴된 지구라는 살벌한 미래 환경도 그렇지만, 문화 기반이 모든 게 사라진 곳에서 인간이 맞닥뜨리는 살벌한 심성의 문제도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출간 간격이 있고, 이야기는 좀처럼 끊어지지 않는 연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완결 전에 읽다 보면 좀 힘들어질 수 있는 작품이다. 그래도 그 시작과 끝을 함께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기다림은 지치지만 작품에 대한 기대와 감동은 늘 더 커지고 마니까.  

'미래'라는 단어는 뭔가 희망에 가득찬, 좀 더 진보한, 합리적인, 안전한 세계일 거라고 막연히 짐작하던 어린 시절이 있었는데, 한 달 앞, 일 년 뒤, 반세기 뒤의 '미래'를 상상해 보아도 그런 기대는 지나쳤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요즘이다. 생태계가 절멸직전까지 가지 않더라도, 인간은 이렇게 피폐해질 수 있다는 것을 미리부터 보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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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5
시미즈 레이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백귀야행의 작가 이마 이치코는, 본편의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맛보기로 의미심장한 컷과 대사를 꼭 초반에 보여준다. 그 자체만으로는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알 수 없으나, 본편의 이야기가 다 끝난 뒤 다시 되돌아가서 살펴보면 그 숨겨져 있던 의미와 은유가 드러나면서 작품을 더 맛깔나게 만든다. 그런 연출 기법은 그의 전매 특허는 아니지만 자주 쓰기 때문에 연상되어버렸다. 이 작품, 시미즈 레이코의 비밀에서도 그런 기법이 연출되었다.  

누군가 시체를 파묻고 있다. 그는 절규하고 있었고 분노하고 있었고, 또 누군가에게 용서를 구하고 있었다. 누구였을까. 그 시체는 누구의 짓이었을까. 파묻고 있던 그가 죽인 것일까. 그들의 관계는? 

시간은 이제 점프한다.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죽어가고 있다. 죽음을 눈앞에 둔 그는 과거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반성하며 용서를 구하고 싶어한다. 60년 전 그가 유괴해서 죽여 파묻었던 아이가 묻힌 위치를 말해준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시체가 발견되는데 밀랍처럼 변한 시랍화 사체. 그 사체를 두고 법의 제9 연구소가 투입된다. 

재밌는 것은, 노인이 말한 장소에서 발견된 어른 사체는 노인이 죽인 어린 아이 사체가 아니었다. 노인이 죽인 아이는 60전 전에 죽었고 이미 공소시효도 끝났지만, 같은 자리에서 발견된 남자 어른 시체는 20~25년 전 사체로 추정되며 시효가 만료되지도 않았다. 검시관 유키코는 이 사건을 파헤치길 원하지만 언제나 냉철한 마키 경감은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라고 경고한다. 어쨌든 그녀의 고집대로 사체의 뇌를 스캔하는 작업이 진행되는데...... 

매번 그랬지만 마키 경감의 안목은 놀랍기 그지 없다. 그는 짧은 시간 내에 사체에 얽혀 있을 여러 전황들을 파악해낸다. 마치 의뢰인이 집에 들어서자마자 그가 어떤 길로 어떤 과정을 거져서 어떻게 왔는지를 한 눈에 파악해 내는 홈즈처럼.  

매력적이고 뛰어난 검시관인 유키코가 이번 이야기에선 마키에게 제대로 한 방 먹는다. 아니, 그녀 자신의 덫에 스스로 걸렸다고 보아도 좋겠다. 감정이 앞서면 안 되는 그들 직업군의 세계에선 더 그러하다는 뼈아픈 교훈을 새긴 채. 

책의 맨 뒤에는 에필로그가 하나 실렸는데, 한 인상하는 오카베의 눈물 섞인 외침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MRI 수사가 없으면 죄를 억제하지 못하는 사회는 사회가 아니라고. 이건 문화도 과학도 아무 것도 아니라고. 서로 말도 통하지 않고 의사소통이 전혀 불가능한, 마치 짐승들만 사는 세상에서나 필요한 수단이라고. 어째서 가족 안에서 아이가 부모에게 증거를 보여주기 위해서 제 목숨을 걸어야 하느냐고! 

기술이 더욱 발달해질 게 분명한 미래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 것이지만, 실상은 이미 많은 기술이 발달한 지금 시점에도 정확히 들어맞는 대목이다. 우리는 점점 더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소통하려 들지 않고 점점 더 가혹하고 무지한 법률로 범죄를 억죄하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정작 범죄 환경이 잉태하지 않게 노력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은 채 말이다. 사이버 모욕죄니 짚시법이니, 갖잖은 법률들이 우르르 떠오른다.  

책의 잔상이 강해서, 주제 의식이, 충격적인 결말들이 마음을 요동치게 해서 읽은 지 한달이 지나서야 리뷰를 쓰게 되었다. 언제나 충격과 감동과 메시지를 함께 주는 시미즈 레이코, 이런 작가들이 맘껏 창작활동을 펼칠 수 있는 무대가 많이 부럽다. 이 나라는..... 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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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9-01-24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그냥 만화가 아니고, 잘짜인 드라마를 보는 거 같아요.

마노아 2009-01-24 22:40   좋아요 0 | URL
영화로 만들면 대박날 것 같은 소재인데 어째 잠잠해요. 이상하여라...

BRINY 2009-01-25 09:57   좋아요 0 | URL
영화로 잘못 만들면 욕 엄청 먹을 거 같아요 ㅎㅎ 누가 마키역을 잘 해낼까요?

마노아 2009-01-25 10:37   좋아요 0 | URL
그렇게 작고 어려보이는데, 게다가 아름답고 또 명석하기까지 한 수사관이라... 역시 쉽게 찾긴 어렵겠네요. 설정을 좀 바꿔야 할지도...^^;;;;

2009-02-04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만화로만 있는게 더 좋을 듯. 영화나 드라마는 원작에 훨씬 못 미쳐버릴겁니다. 그럼 실망할테니, 이대로가 더 좋다는. 잘 읽고 갑니다!

마노아 2009-02-04 20:54   좋아요 0 | URL
원소스로만 남기기엔 좀 아깝다는 생각을 했어요. 원작에 못 미치는 2차 리메이크는 참 많기는 했지요.^^
 
생각하는 ㄱㄴㄷ - 글자그림책 ㄱA1 그림책은 내 친구 13
이지원 기획,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 논장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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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조카가 지금 둘째 조카 나이만할 때 '생각하는 ABC'란 책을 사주었었다. 녀석은 문자를 좋아해서 한글, 알파벳, 한자, 그리고 숫자 등도 매우 빨리 익혔다. 말은 엄청 느렸지만.  

그런데 둘째 다현이는 그닥 관심이 있어 보이질 않는다. 아이의 무관심보다 부모가 큰 아이보다 신경을 덜 써준 탓은 아닐까 싶지만...;;; 

암튼, 생각하는ㄱㄴㄷ이란 제목을 보고서 혹 같은 작가 그림이 아닐까 싶었는데 역시 같은 사람이었다. 폴란드 작가의 독특한 그림들의 행진이다. 구경하시라. 







 

 

각가의 자음 ㄱ부터 ㅎ까지 하나씩 하나씩 묘사를 해주는데, 그 자음으로 시작되는 단어들을 나열해 놓고 해당되는 그림을 찾을 수 있게 배치해 놓았다.  

단어 낱말 놀이를 한글 공부로 연장시켰다고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ㅁ'이 너무 맘에 들었다. 저 마법사의 마술 지팡이 원츄다.(>_<) 



 

 

 

 

새 동화책이 도착한 것을 보고 큰 조카는 으레 자기 것인줄 알고 쌩하니 집어갔지만, 둘째 거라고 갖고 오라고 하니 뾰로퉁해진다. 

넌 한글 다 알잖아...-_-;;; 

나 어릴 때 한글 배울 때는 가갸거겨고교구규그기....이랬던 것 같은데, 요즘 한글 책들은 참 재밌고 신나게 만들어졌다.  

알파벳이나 숫자 책도 마찬가지고. 교육의 도구는 더 다양해지고 창의력을 틔워주는 방향으로 발전해 가는데, 이넘의 나라에서 교육은 그 반대로 역행하는 듯 보이니 이 아이들이 청소년이 되었을 때의 모습은 가히 막막하다.  

현재 역주행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든 것이 순조롭게 제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우리의 갈 길이 참으로 멀구나. 

ㄱㄴㄷ 보면서 즐거워하다가 급 우울해지는 마무리였다. 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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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09-01-24 0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란드 작가가 한글을 그리다니.
저는 웨이터 그림의 'ㅋ'자가 마음에 듭니다.ㅋㅋㅋ

마노아 2009-01-24 11:19   좋아요 0 | URL
우리 문화에 호감이 많다고 하네요. 한글이 디자인적으로도 굉장히 아름답게 느껴지나봐요.
저 케이크, 단순하면서 맛나 보이네요. ^^

순오기 2009-01-24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글은 이렇게 다각도로 우수한데 그걸 우리가 외면한단 말이죠. 켁~~~
멋진 책이군요~ 조카 애기한테 사줄까요.^^

마노아 2009-01-24 19:42   좋아요 0 | URL
호호홋, 인터 공원에서 50% 세일해요. 냐하하핫!!! (찡긋!)

bookJourney 2009-01-24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저도 마법사의 지팡이가 나오는 ㅁ이 마음에 드는군요. ^^
그나저나 지난 2달 동안 너무 많이 질러서 한동안 참아야 하는데 ... 이 책 너무 욕심 나요. 꾸울꺽 --;;

마노아 2009-01-24 22:41   좋아요 0 | URL
책 지름신은 어디 도망가지도 않아요. 좀 쉬어주시지 않고^^;;;

비로그인 2010-10-14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의 새로운 상상그림책 <문제가 생겼어요!>가
최근에 출간 되었습니다.

마노아 2010-10-14 10:44   좋아요 0 | URL
네, 알고 있어요.
 
동강의 아이들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7
김재홍 지음 / 길벗어린이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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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유명한 것에 비해서 리뷰 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좀 놀랐다.  

김재홍 작가님의 그림은 사진을 보는 것처럼 섬세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동강의 풍취를 한껏 옮겨 놓은 이 책도 실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그러면서 동시에 유화인 듯 수채화인 듯한 다양한 느낌을 전달한다. 

장날이 되어 깨도 팔고 콩도 팔러 장터에 간 어머니를 기다리는 순이 동이 남매. 

동생 순이는 어머니가 돌아오시면서 색연필하고 운동화도 사오신다고 해서 잔뜩 기다리는 중이다.  

칭얼대는 동생을 달래느라 도착한 강가. 즉 동강.  

순이는 큰새한테 엄마가 어디쯤 오셨나 물어보겠다고 한다. 아니, 큰 새라니??? 



저 바위를 보시라. '큰 새'가 물 위에 미끄러지듯 누워있는 듯 보이지 않는가. 바위 한 번 절묘하다. 

동이는 큰 새가 대답하는 것처럼 순이가 듣고 싶은 대답을 대신 해준다. 

"큰새가 그러는데, 지금 내 운동화 사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시는 길이래~" 

센스 만점인 오빠! 

순이가 다시 묻는다. 

"아기 곰아, 그럼 우리 엄마가 내 색연필요 사셨니?" 

이런, 아기 곰도 등장할까? 



물 위에 바짝 엎드려 있는 모습이 아기 곰을 연상시키는가?  

잘 모르겠다면 좀 더 열심히 들여다 보시라. 불빛 반사된 것은 패-쓰! 

엄마가 순이 색연필도 사오시는 중이라고 대답하니 좋다고 팔짝 뛰는 순이. 

아기 곰이 조용히 잘 수 있게 우리도 집에 가서 낮잠 자자고 하지만 엄마 마중 가겠다고 떼 쓰는 순이. 

맘씨 좋은 오빠는 동생을 놀리다가도 달래기에 여념이 없다. 물수제비 뜨는 것도 보여주는 멋쟁이 오빠! 



그러다가 발견한 바위 위에 박힌 빈 병 하나. 울퉁불퉁한 등허리와 사나운 저 눈까지! 

아이들은 그만 공룡이 쫓아온다고 느끼고 만다. 으아아아악! 

힘들다고 떨썩 주저앉은 순이를 덥썩 업어주는 상냥한 오빠. 마냥 좋아하는 순이의 표정이 참으로 맑고 행복해 보인다.  

오빠의 사심 없는 표정도 해맑음 그 자체! 



그리고 아이들 뒤의 저 바위를 보시라. 왼쪽으로 고개를 90도 꺾어서 보면 마치 순이를 업고 있는 동이처럼 보이지 않던가? 

초록빛 풀들이 꼭 순이의 땋은 머리를 닮아 있다. 감각쟁이 작가님! 



크고 넓고 단단한 바위를 보면서는 아빠를 떠올리고,  



살며시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는 저 바위는 꼭 엄마를 닮은 것만 같다.  

이렇게 물 맑고 바위 단단한 곳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들. 그리고 마침내 장터에서 돌아오는 엄마와의 만남. 

아이들의 기다림의 시간이 저 바위와 푸른 강물로 인해 하나의 동화가, 전설이 되고 말았다. 

책 뒤에는 실제 동강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실려 있는데 이 책을 읽고나서 보니 진짜 그림 속에 등장했던 곰이며 큰 새며 엄마 아빠 모습인 것처럼 느껴졌다. 

자연 속에서 아이들의 정서에 어울릴 소재를 찾아내고, 또 비밀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그 솜씨와 마음씀이 예쁘고 고맙다.  

겨울에 읽기엔 좀 추워 보이지만, 아이들이 읽기에 너무도 좋을 멋진 우리 그림책. 길벗어린이 책도 실망해 본 적이 없는 듯하다. 만족스런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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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1-24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과 비슷한 분위기의 책으로 <숲속에서>를 봤는데 참 좋았어요. 동강의 아이들도 좋네요.

마노아 2009-01-24 00:19   좋아요 0 | URL
저는 맨 처음에 '무지개'를 보고 그 다음에 '숲속에서'를 보았어요. 숲속에서의 숨은 그림 찾기는 좀 더 노골적인 재미가 있는데 동강의 아이들의 그림 찾기는 보다 은은하네요. 그림책 너무 좋아요. ^^

L.SHIN 2009-01-24 0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새하고 공룡 밖에 안보여요..ㅜ_ㅡ

마노아 2009-01-24 11:20   좋아요 0 | URL
오누이랑 아빠 엄마는 고개를 좌나 우로 꺾어야 보여요. ^^;;;

순오기 2009-01-24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나도 이 책은 리뷰를 안 썼군요.ㅋㅋ
애들은 이 책보다 숲속에서를 더 좋아하더라고요. 어른들은 이 책을 더 좋아하고..^^

마노아 2009-01-24 19:42   좋아요 0 | URL
전 숲속에서가 더 재밌었어요. 그런데 무지개를 더 좋아하구요. ^^;;;

노이에자이트 2009-01-24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동강 가보고 싶어...여름방학 때 놀러간 청령포...우리집에서 도보로 20분...단종이 폐위된 뒤 귀양간 곳...지금도 나룻배 운행은 하는지...

마노아 2009-01-24 19:43   좋아요 0 | URL
저도 동강 가보고 싶어요. 강 이름이 참 마음에 들어요. 나룻배라니, 운치 있어요!

프레이야 2009-01-25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 보았던 그림책이에요. 동양화 같은 맑은 그림이 참 좋지요.^^

마노아 2009-01-25 10:14   좋아요 0 | URL
한국적인 것에 대한 사랑이 그림 속에서 느껴져요. 우리 산과 우리 강물이요. ^^
 
세노 갓파의 인도 스케치 여행
세노 갓파 지음, 김이경 옮김 / 서해문집 / 2008년 12월
품절


독특한 책을 만났다.
인도 여행기이면서 역사서를 표방할 만큼 다양한 인도사를 지나가고,
기행문이니까 사진이 주를 이룰 것 같은데 사진은 단 한장도 들어가 있지 않다.
대신 무수한 스케치가 들어가 있다.
모두 세노 갓파 자신이 그린 그림들이다.

그의 본업은 무대 감독이다. 그리고 또 여행가이다.
여행을 갈 때 그는 스케치북을 늘 갖고 다니는데, 그가 만나는 무수한 사람과 사물, 그리고 건축물 등을 세심하게 그림으로 옮겨놓는다.
심지어 자신이 탔던 열차와 머물렀던 호텔 방의 도면까지 다 그린다.
그리고 그 물건 사이의 간격도 재고 실내 온도도 체크한다.
이 남자, 보통 특이한 인물이 아니다.

세노 갓파의 인도 여행은 두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다.
1978년과 1983년.
서른 해를 꼬박 넘긴 시간이니 이 여행기록은 꽤 오래된 데이타이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세노 갓파가 다녀온 것은 모든 것이 순식간에 변하는 그런 나라가 아니라
천천히 흘러가는 것이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인도'니까.

그는 멋진 자연 풍경에는 그닥 끌려하지 않았다.
사람 손을 탄 건축물들. 그것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과 역사 속에서 갖고 있는 의미,
그리고 현재 인도인들에게 어떤 실체인가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그가 인도의 역사와 인도의 종교, 인도의 풍습을 함께 얘기하는 모습을 듣다 보면 자연스레 그곳 사람들의 삶이 눈에 그려지게 된다.
게다가 이렇듯 친절한 그림도 함께하지 않는가.

타지마할을 조성시킨 샤자한 황제는 아내의 묘를 완성시킨 다음에 흑색으로 된 자신의 묘를 하나 더 만들 계획이었다고 한다.
만약 그 흑색 묘까지 완성되었다고 한다면 타지마할을 찾는 관광객은 더 엄청난 볼거리를 눈에 담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아쉬워하기에는, 저 공사에 동원되었을 무수한 백성들의 피눈물이 밟힌다.
없는 것은 없는 대로, 있는 것은 있는 대로 만족하도록 하자.

스케치가 워낙 조밀한 까닭에, 또 그 안에 담긴 글자들이 빡빡한 까닭에 있는 데에 시간이 제법 걸렸다.
게다가 원작의 편집을 그대로 살린 탓인지, 세로 읽기가 너무 많다.
일본 사람들이야 그게 익숙하겠지만 한국 사람들은 어디 그런가.
워낙에 집착하는 성격의 나는 글자 하나 안 놓치려고 용을 쓰다 보니 눈이 좀 쉽게 피로해지긴 했다는 전설...;;;;

호기심쟁이 갓파는 인도 여인들이 입은 전통 의상 입는 순서를 재현시켜 보고 자신도 직접 입어보는 등, 뭐든 자기 손으로 해보는 게 많았다.
그들의 전통 그림도 따라 그려보고, 순례자들의 고행 길도 마다하지 않는 열성을 보였다.
그 바람에 맨발로 땅을 걷는 일이 익숙한 그들과 달리 발바닥이 뜨겁게 달궈지는 통증을 맛보기도 했지만.

조장을 하는 곳이라고 한다.
아무 것도 가져가지 않고, 온 그대로 떠나는 장례 문화.
무엇도 더럽히지 않는 정신이 돋보인다.
그림으로는 잘 상상이 안 가지만 실제로 보면 압도 당할 것 같다는 느낌이다.
다른 종교의 의식을 들여다 보자니 엄숙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새들이 와서 먹는다고 생각하면 좀 으스스해지기는 하지만.

이걸 다 어떻게 그렸을까 궁금할 것이다.
그 자리에서 직접 그리는 것은 분명한데 완성까지 다 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그는 사진을 찍고, 사진을 토대로 가급적 사실적으로 스케치를 해낸다.
어떤 호수에서는 300척의 배를 다 그리고 싶었지만 180척의 배를 그려넣은 것을 아쉬워하는 대목이 있었다. 180척도 대단하다.
심지어 궁전 같은 경우 창문의 숫자까지 모두 일치하게 그린다니 이 남자의 집착 정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듯.

인도를 여행하기 위한 '안내서'라기 보다, 인도라는 나라를 들여다 보며 호기심을 더 건드리는 책으로 이 책은 더 적합해 보인다.
인도인다운 능청스러움과 조화로움, 자연스러움 등을 접할 기회도 많이 만날 수 있다.
인문지리서이면서 역사서, 그리고 그림책이기도 한 독특한 책과의 만남!
세로 읽기의 압박만 뺀다면 참 멋진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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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9-01-24 0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리뷰는 정말 멋져요 +_+ 사진 없는 여행기라니 ㄷㄷㄷㄷㄷ
저도 인도 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진짜 힘들어서 인도 장기 여행 하시는 분들 너무 존경스럽더군요 -_-b

마노아 2009-01-24 11:18   좋아요 0 | URL
세노 갓파는 한달 반씩 두 차례 다녀왔어요. 제 친구도 예전에 인도 여행 두달 동안 다녀오던데, 그만큼 넓고 볼거리도 많고 다양한 나라란 의미겠죠? 키티님은 세계 곳곳을 다니시공, 완전 부러워요. ^^

순오기 2009-01-24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정말 특별한 책이네요.
스케치 잘하는 사람 부럽드만~ 세노 갓파 기억해야겠어요.^^

마노아 2009-01-24 19:44   좋아요 0 | URL
인도에서 대화가 안 되면 그림으로 그려주더라구요. 멋진 의사 소통이지요. ^^

노이에자이트 2009-01-24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노 갓파의 일본여행 읽었는데 그림을 정말 잘 그리더군요.그리고 저는 세로글도 좋아해요.헌책을 많이 봐서 그런가봐요.

마노아 2009-01-24 19:45   좋아요 0 | URL
일본 사람의 일본 여행기라니, 궁금해져요. 거기도 이렇게 스케치가 많겠지요? 세로글도 좋아하는 노이에자이트님의 내공에 무릎을 꿇겠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1-24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그림이 정말 볼 만했어요.반했지요.그리고 저는 본격적인 독서를 삼성문고로 시작했는데 이게 세로줄에 국한문 혼용이었어요.그래서 그런 글에 익숙한 편이지요.

마노아 2009-01-24 22:42   좋아요 0 | URL
세로 읽기도 모자라 국한문 혼용이었다고요???? 아, 대단해요. ㅜㅜ제대로 공부를 하셨군요. 존경스럽습니다!

다락방 2009-01-25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책 , 그림에 대한 설명까지 읽느라고 의외로 시간이 꽤 걸렸던 책이네요. 이 책을 마노아님도 읽으셨다니! 반갑잖아욧 >.<

마노아 2009-01-25 21:50   좋아요 0 | URL
세노 갓파는 편집증자일지도 몰라요. ㅎㅎㅎ
엄청 꼼꼼하다 못해서 숫자에 집착하더라구요. 숫자에 집착하는 건 나랑 좀 비슷하기도^^;;;;
저도 다락방님 홈페이지 가서 이 책 보고는 아앗! 했어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