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의 7일 이사카 코타로 사신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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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신 치바를 애정한다. 작품이 빼어나게 훌륭했다기보다는 그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이른바 내가 '흑집사'에 매료된 것과 같은 이유다. 


주인공은 사신 치바다. 죽을 사람 곁에서 7일 동안 머물며 지켜보고는 별 문제가 없으면 죽음에 승인 결정을 내린다. 그러면 그 사람은 죽는 것이다. 치바가 등장하면 항상 비가 내린다. 맑은 하늘은 본적이 없다. 인간이 아니고 당연히 인간의 감정을 모르는 치바가 인간이 만든 것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음악이다. 


“인간이 발명한 것 중에 최악인 게 정체야.” 얼결에 평소 늘 생각하던 걸 말해버렸다.

“최고는요?” 그렇게 물은 건 미키였다.

당연히 음악이지.” -45쪽


지금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유다가 부른 '마음속의 천국'을 듣고 있는데 절대 공감이다!


이번에 치바가 관찰하고 있는 인물은 소시오 패스에게 아이를 잃은 어느 작가다. 아이를 잃은 이후로 '오늘'이란 단어는 모르고 살아온 사람이다. 그러나 상대는 너무 치밀하고 악랄해서 법의 심판을 가볍게 피해가고 오히려 유가족을 또 다른 범죄의 가해자로 둔갑시키고 있는 중이다. 전작 사신 치바는 여러 단편들이 옴니버스처럼 연결되었는데, 이번 작품은 통으로 하나의 이야기여서 진행이 다소 느린 감이 있었다. 게다가 거의 막바지에 이르기 전까지는 이 나쁜 놈의 시키가 계속 승승장구 하니까 읽으면서 굉장히 피로해졌다. 제발 반격을 보여줘!!!


총 소지율이 높은 지역이 낮은 지역보다 자살률이 훨씬 높다. 총 매매를 금지한 곳에서는 자살은커녕 살인도 줄었다고 한다. 사람의 죽음이나 그 사인은 내 일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니 그쪽 정보는 자세히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총 소지가 금지되어 있는데도 연간 3만 명이나 자살하는데요.”

“총이 있으면 그보다 더 늘겠지. 요컨대 사람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건 안심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안심?”

“총을 사용하는 것은 본인이고 그러므로 사용하는 타이밍도 조절할 수 있다, 그러니 위험할 리 없다, 이렇게 생각해. 그보다는 의도치 않은 무서운 사건이 더 두렵다고 생각하지. 그래서 총을 수중에 넣으려고 하는 거야. 본인이 그 총으로 자살하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 못 하고. 왜냐하면 총을 만지는 건 본인이고, 본인은 본인이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아닌가요?”

“충동적으로 죽고 싶어졌을 때, 바로 곁에 있는 총으로 자신을 쏠 가능성도 훨씬 높아져.”

“그렇다고 그걸 총 탓이라고만은 할 수 없죠. 총이 없어도 다른 방법으로 죽을 수도 있고.”

“하지만 총은 미수로 끝나기 힘들어.” -229쪽


미국이 자살율이 어떤 지는 정확한 통계를 모르지만 저 말은 굉장히 일리 있다고 여겨진다. 총기 소지가 합법이 아닌 우리나라. 영화 '암살'을 찍을 때 사용한 총은 정말 1930년대 총인데, 아직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영화 찍을 때 총을 빌려서 저녁에 반납하고, 다음 날 다시 빌리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마땅히 그래야 해요.ㅜ.ㅜ


그래서 이어지는 이 대목도 아주 크게 수긍이 간다. 


“너무 믿는 거지.”

“너무 믿다니, 누굴 말이에요?”

“자신을 말이야.” 이 시대의 인간들에게는 비교적 친근한 담배나 약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사용빈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과신한 나머지 결국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통제할 수 없다는 핑계를 생각해내는 것과 목표를 변경하는 것이다. -231쪽


지금 두달 째 운동 중단 중..ㅜ.ㅜ 저녁 대용으로 샀던 닭가슴살은 지난 말복에 닭죽이 되어 이미 소화된 지 오래..;;;;


사신 집단은 정보부에서 정보를 얻어와서 죽음을 집행하는데, 데이터 집계의 실수로 '요절'이 너무 많이 잡힌 게 문제가 됐다고 한다. 그러니 의도적으로 '장수'를 조장해야 했다는 것. 그런데 그 대상이 저런 소시오패스에게 걸린다면 대략 낭패 중의 낭패! 권선징악 결말 원츄합니다!!


작품 곳곳에서 엉뚱한 치바의 매력이 한껏 발산된다. 그때마다 음악이 등장하는 것도 큰 재미. 물론 그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은 복장 터질 수 있다!


작품 말미에 제대로 된 한방을 먹여주는 대목이 있는데, '모방범'에서 범인을 흔들어 자백을 유도하는 부분이 겹쳐보였다. 장르가 비슷해서 그런가?


오타가 있다. 489쪽에 “그렇긴 한지만”이라고 말해버렸다.

그렇긴 하지만-으로 수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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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5-08-17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닭가슴살죽? ㅋㅋ

술도 담배도 아...
진짜 첨에 이걸 왜 배웠나싶어요
(ToT) (ToT) (ToT)

마노아 2015-08-18 09:29   좋아요 0 | URL
아아아, 첫단추가 중요한 건가요. 슬픕니다.
어제 고칼로리 먹었더니 아침에 또 중량 추가. 매우 슬퍼요.ㅜ.ㅜ
 
계속해보겠습니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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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서 수년 전에 읽었던 '서울, 밤의 산책자들'이 떠올랐다. 거기 실린 단편들 중 '양산펴기'라는 작품이 있었는데, 백화점 가판대에서 양산을 파는 알바생이 양산을 펴면서 핏, 팟... 뭐 이런 소리들을 반복했던 게 퍼뜩 생각난 것이다. 어쩐지 황정은의 느낌이었다. 찾아보니 동작가의 글이 맞았다. 


그때도 느꼈지만 황정은 작가는 굉장히 감성적인 문장을 구사하는 듯하다. 창비 팟캐스트 진행할 때의 목소리는 아주 허스키하고 건조한 편인데, 목소리와 글의 느낌은 많이 다르다. 둘 다 매력적이긴 하지만.


작품은 소라, 나나, 나기의 입장에서 가각 서술하고 마지막에 다시 나나가 서술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소라와 나나는 자매다. 어려서 아빠를 잃고 친지들의 배척 속에서 삶의 기력을 잃은 엄마와 함께 지하 단칸방으로 이사를 했는데, 그때 옆집 살았던 게 나기다. 나기라는 캐릭터도 참 좋았지만 그 엄마가 더 근사했다.


나기네 어머니는 떡을 우물우물 먹으며 살풍경한 부엌을 둘러보고, 설탕을 입에 묻히고 있는 나나와 나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끝까지 떡을 뱉지 않고 삼킨 뒤, 이 떡의 맛이 좋으니 자기네 밥이랑 바꿔 먹자며 나나와 나를 벽 건너편으로 데려갔다. -40쪽


이미 죽으려고 했었던 엄마 애자는 아이들을 잘 건사하지 못했다. 자매가 쉰 떡을 먹고 있는 걸 이웃집 나기 엄마가 발견했다. 그 떡을 뱉고서 아이들에게 밥을 먹여도 되었을 것을, 이 맘 깊은 아줌마는 쉬어버린 떡을 삼키고서 아이들 마음이 다치지 않게 선의를 베풀었다. 이런 엄마 밑에서 나기가 반듯하게 자란 것은 당연한 이치다. 


엄마가 되는 것은 애자가 되는 것.

아기를 낳는다는 것은 엄마가 된다는 것이고 엄마가 된다는 것은 애자가 되는 것. 회로가 그렇게 꼬여 있다. 생각이 아니고 심정의 영역에서.

그러므로 애초에 아기는 만들지 않는 게 좋다.

아기를 낳지 않는다면 엄마는 없지. 엄마가 없다면 애초에 애자도 없어. 더는 없어. 애자는 없는 게 좋다. 애자는 가엾지. 사랑스러울 정도로 가엾지만, 그래도 없는 게 좋아. 없는 세상이 좋아.

나는 어디까지나 소라.

소라로 일생을 끝낼 작정이다.

멸종이야.

소라,라는 이름의 부족으로. -45쪽


자신의 엄마가 어떤 엄마인지, 어떻게 생을 살아왔고 또 살고 있는 지를 아는 큰딸 소라는 엄마가 되고 싶지 않다. 애자의 비극도 이해가 가고, 그런 엄마를 닮고 싶지 않은 소라의 절박함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런데 나나가 임신을 했다. 이 아이에 대한 태도, 그리고 아이 아버지에 대한 태도에 나는 화가 났다. 나나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 보겠다고 단단한 결심을 내리는 것 모두 이해가 가는데, 그래도 내 가치관으로는 용납이 안 되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며칠 전에 할리퀸 로맨스를 한권 읽었다.(계속해 보겠습니다-는 읽은지 3개월이 지났다.) 무인도에 불시착했던 남녀가 헤어지고 난 뒤, 여자는 임신한 사실을 알았다. 아이를 낳기고 결심하고 남자를 찾아갔다. 결혼을 제시하고 결혼 뒤에 곧 이혼하자고 제안했다. 나름으로는 남자의 발목을 잡지 않으려는 생각이었겠지만, 남자는 이 여자가 간과하고 있는 가장 큰 실수를 바로 간파했다.


"혹시 생각해 본 적 있소? 당신은 지금 아이보다 당신 자신을 더 걱정하고 있다는 걸? 당신이 아이를 낳았을 때 결혼한 몸이었는지 아니었는지가 5년 뒤에도, 아니면 10년이나 20년 뒤에도 문제 될 거라고 정말 믿고 있는 거요? 아이가 행복하고 안정된 가정에서 자라느냐 아니냐보다 엄마가 자신을 낳았을 때 결혼한 몸이었는지 아니었는지에 더 신경 쓰리라고 생각하는 거요?" 


-버림받은 그녀 165쪽


아이 엄마가 아이를 임신한 탓으로 자신의 인생보다 아이를 항상 우선에 두어야 한다는 건 당연히 아니다. 그렇게 살수도 없고 그렇게 사는 게 맞다고도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 아빠의 권리와 의무, 당연히 아이가 아빠에게 받아야 할 마땅한 관심과 사랑, 보살핌의 기회를 뺏어가서도 안 된다고 여긴다. 과연 나나가 내린 결정에는 자신히 했어야 할 모든 노력의 최선을 다한 것인가 싶었다. 난 그 결정 반댈세!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런 생각 역시 내가 자라온 환경과, 그래서 가져온 가치관과 무관하지 않다. 그 모든 것들이 나를 이뤄온 거니까. 


나기 이야기도 잠시 해 보자.


나는 이것을 아주 가끔 피운다. 아주 가끔으로 정해두고 있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라서 삼가는 것은 아니고 혀가 둔해져 조리에 영향이 있을 것을 걱정한다거나 담뱃진이 밴 손가락으로 식재료를 만지는 걸 꺼리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너의 냄새.

너의 냄새로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이다.

너무 자주 피우면 내 냄새가 되어버리지.

피우는 의미가 사라져.

허공으로 길게 풀어져 사라질 때까지 담배 연기를 바라본다. 사과 냄새가 난다.

이것은 너의 냄새. -171쪽


셰프인 나기가 기피하는 담배를 굳이 아주 가끔 태우는 것은 그로 인해 떠올리고 싶은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가 깨진 앞니를 다시 채우지 않는 것과도 같은 이유다. 

상대에게 가 닿지 못한 사랑, 사랑하는 엄마에게도 밝힐 수 없는 사랑, 그래서 더 처연하고 더 잊을 수 없는 사랑. 


황정은 작가의 글을 몇 개 읽어보지 못했으니 선뜻 단정하는 건 무리지만, 왠지 그녀의 작품은 현대적이고 도시적인 느낌이 강하단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리듬감이 있다. 작가님 말투처럼 약간 천천히, 호흡을 뱉으면서 나직이 읽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런 표현 죄송하지만, 젊고 '맹랑한' 느낌이 가득하다. 작가님 특유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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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세월호 민변의 기록 - 세월호의 진실에 관한 공식적 기록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지음 / 생각의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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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는 금요일에 올라오던 김어준의 파파이스가 결방을 했는데(휴가 갔나??) 그 프로에서 '미친김감독'으로 불리는 분이 계시다. 이분이 세월호 관련 영화를 만들고 계시는데, 매번 새롭게 알게 된 놀라운 사실들을 오픈해 오셨다. 최근에는 세월호에 뭔가 강력한 게 부딪혀서 난간이 휘어진 것을 보여주었는데, 부딪치던 순간 잠자던 승객이 벌떡 일어나고, 난간에 있던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드는 장면이 있었다. 대체 그 정체가 무엇인지 많이 궁금하다. 세월호는, 파면 팔수록 더 수상하고 더 끔찍하다. 이 책을 읽을 때도 그랬다. 찍어둔 사진을 보는 것도 참 괴롭다. 



어제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백 투 더 비기닝'이라는 영화를 소개했다. 타임머신을 발견한 아이들이 과거로 돌아가서 한 일들이 현재에 어떤 영향을 주는, 뭐 그런 내용 같았다. 만약 타임머신이 발명되어서 내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일을 할까. 일단 당첨자가 안 나와서 누적된 복권 기금이 있는 주간으로 가서 당당히(?) 로또에 당첨되는, 그런 무의미한 상상도 당연히 해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세월호 생각을 했다. 사실 이건 지난 416 직후에도 자주 했던 생각이긴 하다. 배의 구조적인 침몰을 막을 수 없다면, 그 배를 타지 말라고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그게 안 된다면 가만히 있지 말고 당장 바다로 뛰어들어서라도 배에서 탈출하라고 전달만 해도 좋겠다고, 그런 생각들을 했었다. 역시, 가슴 아프고 무의미한 상상이다.



저 100% 생존율이 아득하기만 하다. 가장 생존율이 희박했던 게 교사였구나. 저 교사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눠서 죽음을 달리 대접했지. 비러머글!



'전문가'라는 단어의 뜻을 모르는 건가?



메르스 때 보건복지부 장관은 어땠더라? 



경향신문 기사에 박대통령의 위기 대응 4원칙 "모른 척한다"라는 기사 제목이 퍼뜩 떠오른다.



구조를 '말'로 하는가?



7시간, 반드시 밝혀야 한다. 반드시...!









잊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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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작가의 수첩 - 이이제이
이동형 지음 / 답(도서출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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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팟캐스트 방송 이이제이를 열심히 듣고 있다. 지금도 지난 주 녹음한 방송을 틀어놓은 채 이 글을 쓰고 있다. 주로 역사 속 인물을 많이 다루는데 그 인물은 이미 고인이 된 사람도 있지만 대체로 현대사에서 굵직한 궤적을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모로든 옮겨놓은 사람들이 많이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주기는 모르겠지만 인터뷰 방송도 곧잘 올라온다. 지금까지는 독립영화 감독들이 꽤 나왔던 것 같다. 이때의 독립영화는 우리가 연대하는 마음으로 보게 되는 영화들이 대체로 많았다. 이 책은 그런 연장선은로 느껴지기도 하는 인터뷰집이다. 



첫번째 인터뷰 대상은 성남시장 이재명이다. 총 8개의 인터뷰 중에서 가장 시원시원한 메시지를 들려주었다. 이분에게선 일종의 '성깔'이 느껴지는데, 이런 의분에 찬 목소리는 고 노무현을 종종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더 응원도 하게 되고, 그래서 또 한편으로 좀 짠하기도 한 그런 기분이 든다. 


우리가 보통 정치에서 말하는 타협과 개방성, 포용이라는 것은 인정할 가치가 있는 나와 다른 것들을 포용하는 거지. 나쁜 것, 없어져야 할 것들과 타협하고 포용하는 게 아니에요. 그런데 지금은 나쁜 것들하고도 타협하라 이런단 말이지요. 범죄와 타협할까요? 백만 원 훔칠 거 오십만 원 훔쳤다고 봐 줄까요? 그러면 안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정치라는 이름으로 불의와 타협을 강요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나 저는 불의와는 타협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불의는 제거하고, 우리가 용인할 수 있는 나와 다른 가치를 지닌 정당한 일과는 타협하고 적응하고 양보해야 된다는 것이 저의 기본적 입장입니다. -26쪽


정치판에서 무조건 배타적인 게 능사는 아닐 거라고 여긴다. 그렇지만 불의와 타협하는 것과 정당한 타협 및 용인은 구분해야 마땅하다. 이 초심을 절대 잊지 않기를! 기대하고 또 고대한다. 


저쪽은 전체에 대한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기 식구를 확실히 챙기니까 단단한 거예요. 지지율이 안 나눠진다는 겁니다. 왜냐면 전체를 가지고 자기 진영을 먹여 살리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절반도 못 가지고 있는데 전체를 커버 하겠다고 자꾸 남의 집을 집적거리니까 지지기반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거예요. -28쪽


새정련은 제발 새겨들었으면 한다.(그리고 이름 좀 얼른 바꿔주기를!) 제 식구도 못 챙기면서 되도 않는 오지랖은 그만 떨기를. 모두를 아우르는 정책은 집권하고서 펼치란 말이다. 


시장 한 명을 잘 뽑아놓고 나니 성남 사는 사람들의 삶의 질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빚더미 위에 놓여 있던 성남 시의 재정을 완전 탈바꿈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대한민국 전체로 범위를 확장한다면.... 하아... 여기까지만 얘기하자.


두번째 인터뷰는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 대표 이준석 편이다.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혁신위원장 역할을 했던 젊은 청년이다. 방송에서 이름은 많이 언급되어 낯설지 않지만 얼굴은 이번에 제대로 본 듯하다. 일부러 색안경을 끼고서 보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딱히 기억에 남는 메시지는 없었다. 


세번째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이철희 편도 임팩트가 다소 약했다. 그래도 이런 지적은 새겨들을 만하다.


패배가 내면화 되어있다는 게 크죠. 그래서 자기 편 안 들어 주는 사람에 대해서 인색하죠. 주류나 이기는 데에 익숙한 사람들은 상대를 인정하는 품이 좀 넓어져요. 그런데 자꾸 지다 보면 그럴 여유가 안 생겨요. 대게 진보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품이 좀 좁아요. 왜냐면 보수는 가진 게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좀 넉넉하니까 품이 넓을 수밖에 없죠. 진보는 거기에 도전해서 뭔가를 해야 되니까 힘든 삶을 살아가니까 품이 좁을 수밖에 없는 건 맞아요. -124쪽


원래 보수 쪽 인사들이 입고 다니는 입성도 훌륭하다. 일단 돈이 많으므로..;;; 왜 있는 집 자식들이 요새는 더 예의바르고 성품도 모나지 않더란 말들도 있지 않던가. 그런 연장선상에서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다. 그러니 진보 쪽 지지하는 사람들도 왜 비지니스석을 탔느냐, 비싼 브랜드 옷을 입었느냐.. 뭐 이런 유치한 걸로 타박 놓지 말기를 바란다. 그리고 '재능기부'를 강요하지도 말고. 그게 열정페이와 뭐가 다른가. 정당한 노동에 대해서 정당한 대가는 꼭 지불하기를! 그리고 이번에도 당연히 질 거라고 미리 포기하지 말기를!


네번째는 국민TV의 김용민 피디다.


박근혜는 14년 동안 정치를 했고 그중, 4년을 당대표를 했고 그 4년 동안 망한 정당 일으켰고 질 정당을 이기게 만들었어요. 물론 그 과정 속에서 벌어졌던 고인에 대한 기만, 구태정치, 줄 세우기 많죠. 하지만 지도자로서 뭔가 통솔하고 뭔가 일사불란하게 조직화하고 결속을 보여줬던 리더십을 국민들이 인정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박근혜까 되면 왠지 안정적으로 강력한 리더십이 있어서 어마어마한 자본권력 이런 세력들에 맞서서 국민의 권익을 대변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한마디로 오해에 기초한 기대를 갖게 했던 것도 박근혜의 강력한 리더십이었거든요. -143쪽


본인의 능력이 있든 없든, 반듯하고 번듯한 생각이 있든 없든, 어쨌든 간데 박근혜는 새누리당 안에서 훌륭한 정치적 자산이었다. 오해에 기초한 기대라 할지라도 그걸 극대화해서 대통령까지 되었다. 지도자의 안정적인 리더십과 그를 뒷받침해주는 당의 강력한 지지, 그것 좀 배우시라. 상대방에게서 말이다. 나쁜 짓하는 걸 배우라는 게 아니라 장점은 갖고 오라는 소리다. 듣고 있나 새민련?



사실 사진은 문성근 백만 송이 국민의 명령 상임위원장 때문에 찍었다. 두 사람 모두 참 싱그럽게 웃었다. 건강한 웃음으로 보여서 내친 김에 다른 인터뷰이들도 같이 찍었다.


아마 장준하는 목회자로서 혹은 작가로서 아니면 언론인으로서 그것도 아니라면 학자로서 자신의 재능을 꽃 피우며 살았을 것이다. 그런데 시대가 장준하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나오라고 그를 불러냈다. 우리에게 희망을 달라고 소리쳤다. 문성근도 그렇지 않을까? 시대가 그를 연기자로서 살게 두지 않는게 아닐까? 연기만 하고 살아야 할 천부적 재능을 지닌 연기자가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이 아닌 이전투구의 정치판에서 뒹굴고 있는 것이 너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가 하루 빨리 “문성근”이라는 이름을 가장 빛나게 할 수 있는 자리로 돌아가길 바란다. -164쪽


이 부분은 인터뷰 내용 등장하기 전에 이작가가 쓴 부분이다. 진심으로 공감이 갔다. 시대가 그를 불러서, 역사가 그를 필요로 해서 그의 능력이 이렇게 쓰이고 있다. 그 자신의 꿈과 재능을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또 그 헌신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지난 주에 영화 '협녀'를 보았는데, 영화는 정말, 전도연이 왜 이런 영화를 찍었을까 싶을 만큼 형편없었다(이병헌의 연기는 훌륭했다. 전도연은 미스 캐스팅). 그런데 짱짱한 배우들 틈에서 아주 짧은 컷만 나왔지만 미친 존재감을 드러낸 게 문성근이었다. 분량은 이경영이 더 많았는데, 이 분은 말을 빨리 하면 발음이 많이 뭉쳐서 대사 전달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게다가 요새 한국영화 10편 중 8편은 모두 출연하시니 보는 사람이 다 피곤할 지경. 반면 가뭄에 단비 만나듯 드물게 만난 문성근은 무척 반가웠다. 이번에도(?) 악역이긴 했지만, 다양한 많은 영화에서 더 자주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계적으로 인구 8천만에 소득 3만 불인 나라가 미국, 독일, 일본 세 나라 밖에 없어요. 그런데 우리가 남북한 합치면 일단 8천만이고요. 그리고 연변 자치구까지 합치면 우즈벡, 카자흐스탄까지... 그렇게 하면 9천만이 되는 거잖아요. 우리가 8천만 이상, 3만 불 이상이 되는 네 번째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거를 자기들의 정권 연장을 위해서 이렇게 허송세월만 하고 있고 더 나아가 북한을 자꾸 떠밀어서 중국에 갖다 바치고 있는 거죠.  -181쪽


말이 발휘하는 효과가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반도의 작은 나라라는 말을 너무 자주 쓰고, 또 그 말에 갇혀서 우리가 가진 것을 너무 하찮게 볼 때가 많은 것 같다. 세상에, 정말 저렇게 세 나라밖에 없단 말인가? 인구 8천만 수준에 소득 3만 불 이상인 나라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때의 방북 성과를 이어서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이 결실을 맺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사실 통일, 안보 이런 것은 원래 보수 쪽 가치 아니던가? 정권 창출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는 것 말고, 국가 전체, 민족 전체를 아우르는 대승적 차원에서 좋은 쪽으로 통일을 이용할 마음은 정말 없는가? 역시 정권교체 말고는 답이 없나? 


방송인 김미화 씨와의 인터뷰는 그녀의 카페 호미에서 이뤄졌다. 임신 중인 아내와 함께 찾아가서 바람도 쐬었다고 하는데, 책을 읽으면서 검색을 해보니 도저히 대중교통으로 찾아갈 엄두는 나지 않는 곳이었다. 용인시 수지 사는 내 친구 생각했는데 수지와 비교할 수 없는 거리였음..;;;;


팟캐스트를 통해 시사방송 진행하는 김미화 씨를 많이 접했는데 근래에는 방송이 없어서 아쉬웠다. 나는 꼽사리다 들을 때도 말이 장황하고 정리가 잘 안 되는 우석훈 선대인 사이에서 평범한 청취자의 입장에서 균형을 잘 잡아주었더랬다. 인터뷰에서도 그녀의 다부진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현장감이 더 두드러졌다.


SBS아나운서 배성재와의 인터뷰는 주로 정치 시사 얘기하다가 감초 같은 맛이었고, 마지막에는 이이제이 방송을 함께 만들어 가는 이박사 이종우와 세작 윤종훈의 인터뷰를 담았다. 이이제이 방송이 2012년 총선 즈음부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초반엔 욕이 난무하는 거친 방송 진행에 거부감이 많이 들었는데, 내용이 워낙 진국이어서 감수하고서 들었더랬다. 그런데 3년이 지나고 나니 그런 거친 언사 없이도 적절한 균형점을 찾은 듯하다. (초반에는 일부러 욕을 많이 하는 컨셉이었다고 한다.) 방대한 자료의 보고는 이작가가 담당하는 것 같고, 물론 다른 두 멤버도 자료를 찾겠지만, 이박사는 재현연기에 뜻밖의 재능을 보이고 있고, 세작은 감성적으로 내용을 잘 정리하는 것 같다. 방송을 통해 이들도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하고 날개를 펼치는 게 보인다. 


전체적으로 인터뷰 내용이 빡빡하지 않다. 입말이 잘 살아 있고, 내용도 자연스럽게 전개된다. 실제 방송에서도 사전 질문지를 안 주는 걸로 유명한데, 이 책도 그랬을 거란 생각이 든다. 



출간 직후 이이제이 안가에서 진행하는 이작가와의 만남(?)에서 받은 싸인이다. 엄청 빠르게 휘갈기더니 순식간에 저렇게 써 주었다. 맨 위에 내 이름은 생략~ 


작가님이 책에서 맨 마지막에 인용한 글은 에릭 홉스봄의 "세상은 저절로 바귀지 않는다"였다.


세상은 저절로 바뀌지 않는다. 그러니까 우리가 움직여야 한다. 지금보다는 더 나은 세상에서 살고 싶다면. 최소한, 최소한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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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걷는 선비 4 - 조선 뱀파이어 이야기
조주희 지음, 한승희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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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고작 4권 읽은 거지만 이제껏 중 가장 좋았다. 그리고 드라마보다 압도적으로 좋았다. 지난 주 방송은 솔직히 지루했음..;;;



지난 권에서 꼬마 흡혈귀의 공격을 받은 치산은 핏물 때문에 앞이 잘 안 보였다. 그 와중에 밤선비님 출동하였고, 단숨에 흡혈귀를 제압했다. 그런 그를 향해 치산이 너는 누구냐고 물었다. 이 질문이 김성열을 120여 년 전 과거로 끌고 올라갔다. 


이 대목이 정말 좋았다. 국어 선생님답게 문학스러운 설정이기도 하다. 


영조 시대에서 120년을 거슬러 올라가니 소현세자가 등장한다. 아, 정말 절묘하다! 우리 역사에서 안타깝게 죽은 세자로 사도세자와 쌍벽을 겨루지 않던가! 



그들로부터 배워 그들을 넘는다!

소현세자의 이런 각오가 참 좋다. 볼모로 잡힌 비루한 신세였지만, 신세한탄만 하지 않았고,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벗어나려고 노력했고, 단지 부러워하거나 쫄아버린 것도 아니고, 그걸 배워서 달라진 조선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 말이다. 아마도 그랬을 거라고 짐작한다.


그런데 조선에 돌아온 그는 두달 만에 젊은 목숨을 버려야 했다. 실제로는 독살이 의심되지만 이 작품에서는 '귀'의 존재로 그 죽음을 설명한다. 사실, 아비가 아들을 죽이는 비정한 권력의 세계보다 '귀'에게 선택되지 못한 왕자의 비극 쪽이 덜 슬퍼 보인다. 애석하게도.



다시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돌아온다.

김성열이 어떻게 흡혈귀가 되었는지는 설명되었다. 

귀가 어떻게 흡혈귀가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만큼 강한 존재가 되었는지는 설명해 주었다.


Who am I? 


이런 질문이 사실 필요하다. 그래야 성장한다고 믿는다. 답을 찾는 과정이 어렵고 힘들지만 그렇게 뛰어넘어야 스스로를 납득시킬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질문 끝에 김성열은 양선을 만났다. 자연스러운 전개다. 우연이 아닌 필연을, 필연이 갖고 온 운명적 만남 말이다.


진행도 빠르고 시원시원하다. 게다가 그림들은 또 얼마나 아름답던지!


점점 더 뒷 이야기가 기대된다. 야금야금 아껴보는 재미가 크다. 절대로 한번에 다 읽지 말아야지. 아껴서 봐야 해.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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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5-08-17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나중에 마노아님께 빌려달라고 해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

마노아 2015-08-17 15:51   좋아요 0 | URL
완결 되면 빌려가요. 저 괜찮은 만화책 엄청 많이 갖고 있어용. 유후~

단발머리 2015-08-17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두 보고는 싶지만... 으허허... 흐르는 저 액체가 정녕 피란 말입니까?

마노아 2015-08-17 15:52   좋아요 0 | URL
저 정도면 피도 예쁘게 뿌린 것 같지 않습니까? 하하핫^^ㅎㅎㅎ

오후즈음 2015-08-17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그림 너무 예쁩니다. 드라마는 갈수록 힘이빠져서 재미가 없어져 안타깝네요.

마노아 2015-08-18 09:29   좋아요 0 | URL
그림 연출이 아주 탁월하더라구요. 볼수록 더 매력적입니다.
드라마는 볼수록 매력이 떨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애정으로 끝까지 가보렵니다. 너무 길지 않았으면 좋겠어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