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로 연간 최대 120억 절약하세요~ [제 874 호/2009-02-09]


깻잎의 맛을 사수하려면 꽃이 피게 해선 안 된다. 깻잎의 맛과 꽃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의아해하겠지만 일단 꽃이 피면 깻잎의 맛이 많이 떨어진다. 그래서 깻잎이 꽃을 피우지 않도록 꽃대를 자르기도 하고, 시설재배할 경우 꽃이 피는 밤에 야간조명을 켜놓기도 한다. 최근 에너지 절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에너지 효율이 탁월한 LED 장치가 주목받고 있다.

LED(Light Emitting Diode)란 반도체 발광소자로 광 효율이 높고 반영구적인 차세대 광원이다. LED 광원은 백열등보다 수명이 10~30배 길고, 백열등과는 다르게 열이 나지 않으며, 전기에너지로부터 광전환 효율이 90%로 높아 에너지절감 효과가 매우 큰 장점이 있다. LED는 여러 산업분야에서 이미 매우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어 최근 휴대전화, 대형 전광판, 그리고 교통신호와 차량 조명에 대부분 LED가 이용되고 있다. 앞으로는 기존의 백열등이나 형광등도 LED로 대체될 전망이다.

LED가 어떻게 기존의 전구만큼 야간조명 역할을 잘해낼 수 있을까. 식물이 낮에 쬐는 태양광은 프리즘을 통과시키면 우리가 잘 아는 일곱 가지의 무지갯빛으로 나누어진다. 식물은 이런 각기 다른 색상(파장)에서 다양한 반응을 민감하게 나타낸다. 식물은 광수용단백질인 파이토크롬(phytochrome)에 의해 적색광(660nm)과 초적색광(730nm)의 변화를 감지한다. 광수용단백질은 불활성형태(Pr)로 존재하다가 적색광에 의해 활성형태로 전환되어 해 길이의 인지, 종자 발아, 광합성 산물의 체내이동, 개화, 색소 발현 등 식물의 반응을 유도하고 초적색광에 의해 다시 불활성형태(Pr)로 전환된다. 과실의 당도 향상, 생육촉진, 기능성 증진 등 농업적으로 유용한 작물의 특성들도 식물의 광수용단백인인 파이토크롬 작용의 유도로 조절될 수 있다.

국내외적으로 실용적인 광수용단백질의 발현 조절을 위한 적색광과 초적색광 이용기술은 실용화되어 있지 않았으며 이번에 새로 개발된 “농업용 적색 LED 광처리 장치”를 이용하여 농가현장에서 실용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농촌진흥청에서 우리나라 비닐하우스와 대형온실 형태에 사용하기 적합하도록 개발한 농업용 적색 LED 광처리 장치는 설치소요량이 적고, 균일한 광처리가 가능하고 광이용 효율이 높은 특징이 있다.

시험연구용으로 자체 제작하여 사용해 오던 막대형태의 LED 광처리 장치를 1,000m²(300평)의 비닐하우스에 설치하려면 약 250개가 필요하지만 새로 개발한 원추형의 LED 광처리 장치는 약 80개면 설치가 가능해 설치소요량을 약 68% 줄여 실용화가 가능하게 되었다. 원추형의 농업용 적색 LED 광처리 장치는 비닐하우스의 천정부착형, 대형온실의 기둥부착형, 과수원의 독립기둥형 등 7가지 형태와 35가지 광강도로 개발하여 2008년 특허출원하였고 2009년에는 일본, 미국, EU 등 농업선진국에 국제특허를 출원할 계획이다.

농업분야에서는 전기조명을 켜 주어 낮의 길이를 늘여 꽃피는 것을 억제시키고, 생산량을 늘리는 잎들깨와 국화, 딸기의 전조(電照)재배를 2,864ha 면적의 9,983 농가에서 하고 있는데 이때 해 길이 연장에는 적색광이 반드시 필요하다. 해 길이를 연장시키는 작용은 적색광이 백색광보다 효율이 5~6배 높고 기존의 백열등을 적색 LED 광으로 대체하면 전기사용량을 약 70~80%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전조재배 시, 식물은 밤에도 광합성 작용을 하게 되는데 적색광은 백색광보다 광합성 작용에 효율이 높아 잎들깨와 국화 작물의 생산량과 품질이 백열등보다 10~20% 향상시킬 수 있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참외에 초적색 LED 광을 해가 진 후 단시간 처리하면 참외 착과 수가 증가되어 참외 생산량이 25% 증가하는 것이 새롭게 밝혀졌다.

잎들깨를 재배할 때 전기요금은 1,000m²당 백열등의 경우 연간 약 32만원이 소요되나 LED의 경우 백열등에 비해 70%가 절감되어 연간 약 9만 6천원이 소요된다. 이때 약 22만 4천원의 소득이 발생하고, 이를 기초로 전국의 전조재배면적 2,864ha를 적색 LED로 대체한다면 2,864ha이 약 3,000평이므로 농업용 전기요금을 연간 약 64억원 절감할 수 있다. 여기에 잎들깨의 생산량 및 상품성 향상으로 연간 120억원의 농가소득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기 1kw를 생산하는데 이산화탄소 424g이 배출되므로 현재 전조재배하는 면적 2,864ha에 백열등 대신 LED 광으로 대체한다면 연간 13만 톤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흐린 날이나 비 오는 날이 계속되어 광이 부족할 경우와 하루해가 짧아 충분한 광을 받지 못할 경우에 태양광 대신 인공조명을 켜 주어 식물의 생장량 증가나 품질을 좋게 해주는 보광(補光)재배에도 LED가 효과적이다.

농촌진흥청은 앞으로 LED 광원을 이용하여 농업분야 전기에너지 절감, 원예작물의 생산량 증대와 품질향상 기술개발을 연구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식물 조직배양용 인공광 시스템에 관한 연구, 식물생산 자동화공장, 빌딩 농업 및 지하식물 생산공장 등의 미래농업을 위한 LED 적용 기술개발 연구 등을 계속 추진 중이다. 이 기술들을 농업현장에 적용함으로써 개방화 시대에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여 저탄소 녹색성장 농업기술 체계로의 전환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에너지는 우리 세대의 것이 아니다. 자연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미래세대에게 온전히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유산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는 이 소중한 유산을 마구 사용했다. 에너지 자원의 다양화와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차근차근히 마련하는 일이야말로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의 의무인 것이다.

글 : 홍성창 박사(농업진흥청 기후변화생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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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2-09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ED가 가격도 저렴하죠.

마노아 2009-02-09 12:32   좋아요 0 | URL
홍보 문구에 LED를 많이 봤는데 이런 효과가 있는 줄 미처 몰랐어요. 유용하네요.

후애(厚愛) 2009-02-09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집은 에너지 절약한다고 안 쓰는 전기는 코드를 빼고 전구도 새로 다 바꾸었답니다. 역시 과학향기는 배울 점이 많아서 좋아요.^^ 정말정말 감사해요~

마노아 2009-02-09 13:47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우리집도 이제 백열등은 없는 것 같아요. 화장실 전구 나간 뒤로는 LED로 바꿨거든요. 심지어 비상구의 불도...ㅎㅎㅎ
과학향기가 효자예요. ^^
 
Wink 2009.2.15 - No.4
윙크 편집부 엮음 / 서울문화사(잡지)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재밌었던 이번 호 작품들은 '하이힐을 신은 소녀', '마틴 앤 존', '하백의 신부', '탐나는도다', '다이 걸', '강특고 아이들' 그리고 '졸업'
중간부터 봐서 잘 모르겠는 절대마녀는 인체의 부자유스런 그림으로 여전히 별로 매력을 못 느끼겠다. 
김의정 작가의 단편 '졸업'은 꽤나 매력적이었는데 갑자기 귀신이 등장하는 것은 아닐까 반전을 기대했지만, 놀라운 반전보다 더 소중한 완성도를 보여주어서 기뻤다.


하백의 신부에선 천계 인물들의 과거 이야기가 나왔는데 몹시 궁금할 대목에서 딱 잘라버렸다. 그래놓고는 단행본 작업을 위해서 한 호 쉬기까지..ㅠ.ㅠ 그러나 어쩌랴. 하백의 신부 단행본을 생각하며 기다려야지.
12월 초에 작가님들 일러스트 전시전을 갔는데 고작 6시 밖에 안 되었건만 그림 다 치우고 다음 날로 바뀌는 전시물 걸 준비를 하고 있어서 허탕을 친 적이 있다. 그때 못 본 그림 중 가장 아쉬웠던 게 하백의 신부였다. 다음 기회에 원화를 크게 만날 수 있기를!


'궁'은 역시나 뻔한 전개를 보여주어서 실망스러웠지만 작가님 후기에서 의식있는 발언을 해주셔서 급호감으로 돌변. 앞으로는 좀 더 좋아질 것 같다. 


희정샘 건강 안 좋다고 하시더니 마틴 앤 존은 분량이 너무 짧다. 그래도 장염이라니... 어여 나으시고 다시 원고에 매진해 주시기를!

강특고 아이들에서 드디어 세나 오빠가 졸업을 했다. 그러면 뭐하나. 세나를 졸업하지 못하는데. 귀여운 강특고 아이들 화이팅!

겨울이라지만 이번 호 제목 폰트 색깔은 너무 추워보인다. 다음 호는 좀 더 따스한 표지였으면 좋겠다. 

신인 만화가 공모전도 하던데 만화계를 책임질 발군의 신인들이 많이 등장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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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타이프 2009-02-12 0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식있는 발언이 뭘까 되게 궁금해지는데요.

마노아 2009-02-13 00:22   좋아요 0 | URL
용산 참사 관련 발언이었는데 함께 분노해 주어서 기뻤어요. ^^
 
앤서니 브라운의 킹콩
앤서니 브라운 지음 / 넥서스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유명한 피터 잭슨의 역작 '킹콩'은, 보지 못했다. 무려 3시간이 넘던데 엉덩이에 쥐가 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영화 킹콩(물론 이 작품은 원작인 1933년 작을 모티브로 했지만)을 그대로 동화로 옮긴 이 작품은 반갑게 만날 수 있었다. 앤서니 브라운이라는 믿을만한 이름 덕분일 것이다.  



뉴욕의 어느 겨울, 거리를 서성이는 한 괴짜 영화 감독 데넘. 그는 언제나 멀고 위험한 곳에서 영화를 찍는 것으로 유명했다. 다음 날 새벽 여섯 시에 그를 태울 배는 사실 위험한 무기도 많이 싣고 있어서 이렇게 시간 죽이고 있을 때가 아니었는데, 그는 신작 영화의 여주인공을 찾지 못해 거리를 배회하는 중인 것이다. 그가 찾고 있는 것은 미녀 배우였다. 미녀 배우는 많았지만 위험한 그의 영화에 출연하고자 하는 사람이 없었다. 게다가 목적지도 말해주지 않고 있으니 더더욱 사람들은 그를 신뢰하지 못했을 것이다. 앤서니 브라운이 그린 미녀 배우들 얼굴. 아마 고전 영화에 나왔을 법한 배우들 같은데 누군지 모르겠다.  

그러다가 배고픔을 못 이겨 사과를 훔치려고 하던 미모의 여인을 만나고, 그녀를 신작 영화의 여주인공으로 전격 캐스팅한다. 하룻밤 사이에 인생 역전을 당한 여배우의 이름은 앤 대로우.



저 점을 보니 아무래도 모델은 마릴린 먼로가 아닐까. 역대 킹콩 영화를 찾아보니 킹콩2의 여주인공은 린다 해밀턴이었다. 터미네이터의 그 여전사가 앤 대로우 역을 했었나? 하고 찾아 보니, 킹콩 속편에 해당하는 내용이라 앤 대로우가 다시 나오지는 않았다. 아무튼, 사과 한 알을 훔치려던 전직 여배우는 이제 사과를 쌓아놓고 먹을 수 있는 현역 여배우로 거듭난다. 그리고 감독과 스탭들과 함께 이름 모를 어느 섬을 향해 항해를 시작한다. 





 

 

 

 

 

피터 잭슨의 영화에서는 잭이 시나리오 작가였지만, 이 책의 잭은 항해사였다. 그의 직업이 무엇이든 앤과 사랑에 빠지는 역할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나만 그렇게 느끼나? 잭의 캐릭터가 작가 앤서니 브라운을 닮은 듯하다. 눈썹만 보면 알라딘의 전호인님과도 많이 닮았다. ^^;;; 

오랜 항해 끝에 그들이 도착한 곳은 해골섬. 지도로 보면 오스트레일리아의 남서쪽 끝이다. 

섬에는 킹콩이라 불리는 거대한 야수가 살고 있었다. 사실 '킹콩'이라는 이름이 너무 익숙해서 이 동물이 실제로 살아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을 수습하고 보니 상상속의 동물이다. 그런데 이 킹콩이 공룡 시대에는 혹시 지구에 살고 있었을까나?  



섬의 원주민들은 여자를 킹콩의 신부로 바치는 의식을 하고 있었는데 급작스레 끼어든 감독 일행과 금발 머리 앤을 보고는 제물을 바꿀 생각을 한다. 졸지에 납치 당해 제물이 되게 생긴 앤. 섬 원주민들의 그림자가 꼭 킹콩 그림자처럼 보인다. 이들이 킹콩 가면을 쓰고 있어서 그런 듯.  

이때부터 앤을 신부로 여긴 킹콩과, 킹콩으로부터 앤을 찾아오기 위한 사람들의 싸움이 시작된다. 사람들은 앤을 찾아오기 위해서 무차별적 공격을 감행하지만, 그 와중에도 킹콩은 무서운 동물들로부터 앤을 보호하기 위해 애쓴다. 이렇게! 



자기보다 키 큰 공룡도, 날아디는 익룡도, 커다란 뱀도 무서울 게 없다. 킹콩은 그 모두를 무찌르고 자신의 신부를 굳건히 보호해 낸다. 그러나 사람들은 킹콩보다 힘이 세진 않았지만 보다 영악했고 더 계산적이었다.  

저 무시무시하게 큰 킹콩을 무려 뉴욕 한복판으로 옮겨오기까지 했으니. 

그나저나 배에 어떻게 실었나 모르겠다. 한쪽에 실으면 그 배가 기울어서 가라앉지 않을까? 배가 얼마나 컸기에 저 녀석을 태우고 무사히 뉴욕까지 도착했을까. 도착할 때까지 한 번도 안 깨어났을까? 어디에 붙들어 맸을까? 그런 건 고려하지 말자. 이 작품은 원래 영화였으니까. 



데넘은 킹콩을 이용해서 큰 돈을 벌 생각이었다. 순식간에 한 섬의 왕이자 신이었던 존재가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모욕이라도 하려는 듯 씌워놓은 왕관이 어쩐지 서글퍼 보인다. 게다가 킹콩을 자극하려고 앤을 이용하기까지 하다니. 데넘도 너무하고 이용당하는 앤에게도 화가 난다.  

킹콩은 쇠사슬을 모두 끊어내고 호텔방에 있던 앤을 다시 납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으로 도망간다. 

아, 저 빌딩 무사하다는 것도 놀라울 지경. 유리 한 장 안 깨지는 것인가???? 



전투기들이 무차별 사격을 가하고 킹콩은 괴로워한다. 그는 아름다운 신부와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음을 본능적으로 깨닫는다. 앤을 바라볼 때의 킹콩의 표정은 늘 부드럽고 어딘가 안스럽기까지 하다. 앤은 킹콩에게 어떤 마음을 보여주었을까? 이 부분은 영화의 진행이 궁금하기는 하다. 



마침내 최후를 맞는 킹콩. 저 무거운 녀석이 빌딩 아래로 떨어졌는데 아래 사람들은 모두 무사했는지, 다른 건물들은 안 무너졌는지 모르겠다.  

여태 킹콩을 이용해 돈벌이 하려던 데넘이 킹콩의 사랑하는 마음을 향해 애도를 표하는 장면은 모순으로 보인다. 차라리 솔직하게 악당스러운 모습을 보여달란 말이다.  

이 책을 보면서 고릴라와 침팬지, 오랑우탄 등등이 어떻게 다른 걸까 궁금했다. 모두 원숭이 비스무리하게 생겼지만 꼬리가 없다는 데서 유인원과에 속할 것인데, 그거 말고는 어떻게 다른 걸까? 앤서니 브라운의 책에서는 침팬지도 가끔 나오지만 고릴라가 더 사랑받곤 하는데 그럼 오랑우탄은???? 궁금하구나,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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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2-09 0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서니 브라운 '우리는 친구'에서 킹콩 나오는 영화를 보던 고릴라가 TV를 부셔버리죠.^^
킹콩 영화는 두 편 다 봤는데 이 책은 못 봤어요.ㅜㅜ
앤서니 브라운은 고릴라와 특별한 친분이 있나 봐요~ ^^

마노아 2009-02-09 10:28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 책에서 영화 킹콩이 나오죠. 고릴라가 승질 부리다가 경 칠 뻔 했던^^;;;;
앤서니 브라운에겐 고릴라에 대한 특별한 추억이 있나봐요~
 
회색 늑대의 눈 비룡소의 그림동화 56
조나단 런던 글, 존 반 질 그림, 김세희 옮김 / 비룡소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한 눈매하시는 우리의 회색 늑대님 되시겠다. 올가미에 짝을 잃고 외로운 사냥길에 나선 회색 늑대.  

북쪽의 밤은 춥고도 조용하다. 회색 늑대는 눈 위를 미끄러지듯 걸어가는데, 보진 못했지만 그 모습은 몹시 우아했을 거라고(그래야만 한다고) 상상해 본다.  

가다가 멈춰 서서 킁킁 냄새를 맡아보기도 하고, 여기는 내 땅이라고 영역 표시를 하기도 한다.  

무려 일 년 전에 숨겨둔 고깃덩이를 찾아보기도 하지만 이미 독수리, 족제비, 오소리들이 먹어치웠을 것이다. 

골짜기 꼭대기에 이르러서는 목을 길게 빼고 긴 울음을 토해낸다. 외로움의 표시일까, 영역 표시일까. 그 울음 소리에 놀란 작은 동물들은 잽싸게 도망쳤을까, 두려워서 몸이 얼어붙었을까. 

다시 사냥길에 나선 회색 늑대. 이번 목표는 하얀 토끼다. 그.런.데. 



이 토끼, 귀엽기는커녕 너무 튼실해 주신다. 하도 크게 그려놔서 늑대도 잡아 먹게 생겼다. 두려움과 공포에 질린 토끼라기보단 체력장하는 토끼처럼 보인다. 이럴 수가! 

그런데 이때, 토끼를 그냥 놓아주는 회색 늑대. 토끼가 불쌍해서? 아니다. 뭔가 다른 낌새를 눈치챈 것이다. 



(접사로 찍을 때 플래시 끄면 안 되는 건가? 사진이 붉게 나왔다.ㅠ.ㅠ) 

눈숲 주변에 희번득 드러나는 위협스런 눈동자들. 그리고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까지. 

회색 늑대의 목 주변 털들이 바싹 일어선다. 경계하는 모습이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횃불처럼 이글거리는 늑대의 눈빛. 대장 늑대가 앞장서서 회색 늑대를 탐색한다. 공격하려는 것일까? 무리를 이루고 있는데 홀로 움직이는 늑대 한 마리를 내쫓거나 아님 그들의 세계로 영입하려는 것일까? 정답은 이거다! 



아, 아름답구나! 저 눈부시게 하얀 늑대. 달빛을 온통 배경으로 만들어버리는 놀라운 포스의 주인공 되시겠다. 

그렇다. 회색 늑대와 저 하얀 늑대를 짝지워주려고 대장 늑대가 탐색전을 나선 것이다. 뭣도 모르고 무작정 덤비기만 했으면 회색 늑대는 늘씬하게 얻어터질 뿐아니라 새 짝을 맞는 복도 잃어버렸을 것이다.  

둘이 마주서자 나무들마저 긴장한 나머지 숨쉬기를 멈춘다. 마침내 두 늑대가 마음이 맞았음을 꼬리로 확인을 하고 무리를 벗어나자 나무들도 긴 숨을 토해낸다. 긴장감 조성 끝!



흰색 늑대는 평화로이 잠들어 있지만 회색 늑대는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기합이 잔뜩 들어 있다. 누구도 침범 못할 그들의 가족이다. 봄이 되면 그들 사이에 귀여운 아기 늑대들도 태어날 테지. 흰색, 회색, 검은색 골고루 태어나면 좋겠다.  



1700년대까지만 해도 북아메리카 전 지역에서 늑대가 살고 있었지만 지금은 캐나다와 알래스카, 미국에서는 미네소타 주 정도에서만 늑대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땅의 원주인을 모두 몰아낸 그들은 동물들마저도 제 살 곳에서 몰아내어 더 북쪽으로 북쪽으로 밀어낸 것이다.  

늑대란 원래 수줍은 동물이었다는 작가 노트에서 화들짝 놀란다.  

동화속 늑대는 대개 약한 동물들을 괴롭히는 존재로 묘사되곤 하는데 이 책은 늑대가 주인공일 뿐 아니라 습성과 성향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사실적인 그림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워싱턴 주에 다시 늑대가 살 수 있게 늑대 보호주의자들이 노력하고 있다는데 트와일라잇 시리즈 '뉴문'의 주인공 늑대 인간이 퍼뜩 떠올랐다. 책은 아직 보지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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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2-08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인간들의 몸쓸 편견 때문에 핍박을 받았군요. 인간은 동물들을 의인화해서 곧잘 악마화 하곤 하는데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이후로 종 다양성이 많이 훼손되었다는 것을 볼 때 인간이야말로 잔인한것 같아요.

마노아 2009-02-09 00:18   좋아요 0 | URL
자신의 나약함을 감추기 위해서 더 송곳을 내세우고 사나봐요. 이제 충분히 위협적인데 그만 해치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인류 말이지요.

순오기 2009-02-09 0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늑대를 좋게 그려낸 책은 많지 않은 거 같죠?
시튼동물기에 그려진 늑대왕 로보가 떠오르네요.^^

마노아 2009-02-09 10:36   좋아요 0 | URL
최근에야 수줍은 늑대, 감동받는 늑대 이런 식으로 좀 보이는 것 같고 어릴 때는 참 보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시튼 동물기는 읽었지만 기억이 안 나는 거 있죠ㅠ.ㅠ
 
숲 속에서 비룡소의 그림동화 130
클레어 A. 니볼라 글 그림, 김기택 옮김 / 비룡소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부엉이와 보름달'일 읽으면서 나를 감동시킨 것은 '성장'을 위한 '통과의례'였다.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부딪쳤던, 또 언젠가는 부딪쳐야 할 그 과정을 아이들에게 친절한 그림과 따스한 글, 그리고 감동으로 전달해 주는 이런 책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김재홍 작가의 '숲 속에서'와 똑같은 제목이지만 느낌은 너무나 다른 클레어 니볼라의 '숲 속에서'를 만나본다. 



따뜻한 집의 풍경이다. 안정과 안락과 보호의 느낌이 꽉 차 있다. 주홍색과 파란색의 보색 대비도 예쁘게 정착되어 있다. 액자 속 인물들의 모습이 모두 쥐다. 쥐가족, 쥐 마을인 것이다. 이들의 작은 키를 고려할 때 천장은 한없이 높구나. 난 천장 높은 집이 좋은데. 



주인공 친구가 걷기 시작하는 마을 안의 모습. 손바닥처럼 훤한 길들. 곳곳에 아는 사람들이 있고, 아는 길목에, 익숙한 풍경이 들어 차 있다. 이 안에서는 예상못할 위험이나 두려움, 공포 따위는 없을 것만 같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과 안심의 무게.  

그런데 그 무게를 내려놓고, 낯섬과 불편함, 그리고 두려움의 세계로 발을 디뎌본다. 바로 마을 너머 먼 숲 속으로. 



망설임과 두려움으로 뒤를 돌아본다. 점처럼 작아진 마을이 눈 앞의 숲보다 더 가까울 것만 같은데...... 

지금이라도 돌아서 저곳으로 돌아가야 할 것만 같은데...... 

여기까지 와서 되돌아 갈 것인가, 아이는 선택의 순간을 맞는다.  


마침내 고민과 갈등 끝에 도착한 숲의 입구.  

높다랗게 자라 있는 나무 앞에서 내 모습은 작기 그지 없다.  

저 거대한 세계로 과연 내가 들어가도 되는 것일까. 

그 안에서 나는 안전할까. 

나는 저 안에서 무엇을 만날 것인가. 

그리고 되돌아올 수 있을까. 

내가 알던 밝고 따뜻한, 무엇보다도 안전한 세계로 말이다. 

자, 새로운 세계로 한걸음을 내딛는다. 

두렵다. 귓가를 스치는 소리 한자락에도 화드드 놀랄 수밖에 없다.  

쿵쾅쿵쾅 뛰는 가슴의 박동 소리. 무언가 나를 덮치는 것 같고 나는 땅에 곤두박질 치고 만다. 울고 싶고 도망치고 싶고,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때, 가만히 모든 것을 멈추고 조용히 주변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여기는 어디인가. 내 눈앞에 무엇이 펼쳐져 있는가. 내가 있는 곳은 정말 위험한 곳인가. 자, 용기를 내어 마주해 보자! 


눈을 떠 보니, 내 코가 닿은 곳은 깃털처럼 부드럽고 조그마한 이끼의 숲.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빗줄기처럼 쏟아져 내려와 등을 따듯하게 간질인다. 

부드러운 바람은 내 몸을 여유있게 휘감는다. 

나는, 살아 있다. 나비가 날개를 폈다 접었하 하는 이곳에서. 

마치 수호천사처럼 나를 보호해 주는 곳에서. 

안전한 마을에서 바라볼 때는 무섭고 두렵고 어둡기만 한 그 숲 속에는, 사실 놀라운 세계가 있었던 것이다. 나의 집처럼 따뜻하고 안락한, 그리고 멋지기까지 한.  

두려움의 문을 열고, 용기의 한 발자국을 내딛었을 때 마주친 또 다른 세계.  

그 안에서 아이는 성장을 한다.  

이제 눈을 들어 그 숲을, 그 세계를 바라보며 감상하고 즐긴다. 느낀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계. 이토록 신비로운 세계. 온 세계가, 이토록 경이로운 자연이, 이토록 넓은 우주가 나를 향해 손짓한다.  

나를 만나 반가웠다고 노래한다.  

아이가 만나는 집과 가족 밖의 세계를 그려본다. 그 세계는 무서워보이기도 하고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어두워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한 발자국을 내딛어 정면으로 마주한 세계는 전혀 다른 길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의 인생 길이 그럴 것이다. 새로운 도전과 새로운 만남, 새로운 세계에 대한 설레임과 기대를 상기시켜 보자. 우리가 마주친 모든 '첫날'에 대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의 눈에 비친 마을의 모습이다. 처음 숲으로 향할 때의 그 무서운 길은 안락한 집으로 따뜻한 길로 바뀌어 있다. 어둡고 침침했던, 깊은 구멍같던 숲은 천진하게 웃을 뿐이다. 붉게 가라앉는 태양, 그리고 푸르게 빛나는 별까지, 모든 게 하나로 어우러져 아름답기만 한 이 풍경. 평화로운 이 정경. 

이제 숲에 들어서기 전의 아이와 숲을 다녀온 뒤의 아이는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다. 그것이 성취고 만남이고 도전이고 인생이다.  

언제고 자신의 아이에게, 또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 줄 숲의 비밀, 이름, 아름다움, 그것들을 또 기대해 본다. 우리의 인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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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2-08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런 따뜻하고 부드러운 그림을 좋아하는데 그림 속에서 살고 싶네요.

마노아 2009-02-09 00:06   좋아요 0 | URL
따뜻하고 부드러운 그림! 딱 맞아요. 저도 저 속에 들어가고 싶어요. 너무 아름답네요.

순오기 2009-02-09 0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성장의 통과의례 그림책, 쥐돌이의 모험이 끝난 후 바라보는 세상은 얼마나 경이로울지 상상이 될 듯해요.^^

마노아 2009-02-09 10:32   좋아요 0 | URL
그래서 모험과 도전, 성장은 늘 붙어다니다 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