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의 낮잠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39
미야니시 타츠야 글 그림, 한수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미야니시 타츠야의 그림책은 읽는 내내 쿡쿡쿡 웃을 수밖에 없다. 때로 진한 감동과 포근한 여운을, 그리고 정보와 감탄도 같이 제시해 준다. 이제는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린 저 단순하면서도 기괴한, 그렇지만 매력적인 그림이 눈에 몹시 정겹다. 



며칠 동안 비가 오지 않아 힘이 빠진 개구리. 나무 위에서 새근새근 낮잠이 들어버렸다. 

조금 지나자, 밑에서 무엇인가 불쑥 나타난다. 저 우둘툴한 돌기의 정체는 무엇일까나?? 



그건 바로, 사마귀! 저 커다란 사마귀에 비해서 개구리가 한없이 작게 느껴진다. 

그런데 실제로도 개구리보다 사마귀가 더 큰 것일까? 이 책이 먹이사슬을 보여주는 것이다 보니 그게 정답일 텐데, 내 기억 속의 사마귀는 어째 개구리보다 크거나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개구리가 파리를 잡아 먹는데, 파리와 사마귀의 크기를 떠올려 보면 사마귀가 훨씬 크긴 한데, 그 사마귀가 원래 개구리를 잡아 먹는 녀석이었나? 새로운 사실을 알아버렸다! 

자, 그렇다면 사마귀는 개구리를 실컷 포식(?) 하였을까? 좀 더 지켜보자. 



아니다. 도마뱀이 등장한 것! 미야니시 타츠야의 그림에선 저렇게 생긴 공룡도 나오고 늑대도 나오고 도마뱀도 나온다. 모두 비슷한 얼굴들인데 공룡이라고 믿으면 공룡으로 보이고, 마찬가지로 늑대, 그리고 도마뱀으로도 보인다. 이 작품 안에서도 저런 얼굴의 갖가지 다른 동물들은 줄곧 출연한다. 기대하시라! 



도마뱀도 결국 개구리를 잡아 먹지 못하고 눈물을 삼키며 스윽 물러난다. 그렇다면 지금 스물스물 올라오고 있는 저녀석의 정체는 무엇일까? 자, 상상해 보자. 녀석은 바로!!!  

쥐다!(사진이 흔들려서 지웠다ㅠ.ㅠ) 

그렇다면 개구리를 드디어 잡어먹는 행운(?)의 주인공은 쥐일까? 좀 더 지켜보자! 

쥐를 찍찍 꼬리를 내리고 도망가게 한 녀석은 바로 이 놈!

 

크아아악! 저렇게 귀엽게 생긴 뱀을 본 적이 있는가! 당장에 긴 혀를 낼름 내밀어 개구리를 한입에 삼킬 것 같은데, 그렇다면 개구리가 기어이 최후 승자???? 



무슨 말씀! 온 하늘을 덮은 저 거대한 독수리를 보시라! 부리부리 부리가 흉기 그 자체다. 그렇지만 앉은 자세가 그야말로 코믹이라는 것! 

뱀도 눈빛 한 방에 쫓아낼 저 독수리, 드디어 개구리의 진정한 위기가 닥친 것일까. 

처음엔 나무에 비스듬히 기대어 잠들었던 개구리 양반, 이젠 아예 드러누워버렸다. 천하 태평도 이 정도면 슈퍼 울트라 헤비급이다! 

아아, 그러나 독수리 녀석도 이 싸움(!)의 최종 승자가 아니었다. 개구리 양반의 명줄이 제법 길다. 




독수리는 엄청나게 큰 천둥소리와 함께 날아가버리고, 그 천둥소리와 함께 들려온 반가운 빗소리. 

지금 밖에도 비가 내리고 있는데 꼭 그만큼이나 반가워하며 눈을 뜬 개구리.  

자신에게 닥쳤던 행운의 연속도 모른 채 개구리는 비를 반가워한다.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재미있게 동화로 풀어주었다. 다음 순간에 어떤 동물이 나타날지 기대해 보는 재미가 크며, 그녀석보다 더 큰 녀석이 나타날 수 있다는 염두가 긴장감을 적절히 조성해 준다.  

책에서 나온 개구리<사마귀<도마뱀<쥐<뱀<독수리의 순서 말고 다른 종류의 먹이 사슬을 직접 구상해 보는 것도 좋은 학습이 될 것이다.  

아울러 생태계를 파괴시키는 현상들에 대한 짧은 언급으로 환경 보호의 중요성도 함께 심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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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2-13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네요. ^^ 항상 우리 아이들 책장은 마노아님 덕분에 풍성해집니다. ^^

마노아 2009-02-13 22:56   좋아요 0 | URL
도움이 되었다면 저야 기쁘지요~ ^^

bookJourney 2009-02-13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마귀가 개구리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어요. ^^;;

마노아 2009-02-13 22:56   좋아요 0 | URL
저만 몰랐던 게 아니군요! 다행이에요!(뭐가??)

꿈꾸는섬 2009-02-13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재밌어요. 생태계 먹이사슬을 알려주기도 좋겠구요.

마노아 2009-02-13 22:56   좋아요 0 | URL
학습이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공부도 늘 즐거울 거예요. ^^
 

◈지우개와 자를 겹쳐놓으면 왜 달라붙는 거죠?
필통에 무심코 넣은 지우개와 자를 꺼내려고 보면 녹아서 달라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름에만 그렇다면 온도 탓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겨울에도 달라붙어 있다. 지우개와 자를 겹쳐놓았을 때 달라붙는 이유는 지우개에 ‘디옥틸프탈레이트’ 등의 가소제가 첨가되어 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고무로 지우개를 만들었으나 요즘에는 폴리염화비닐 같은 플라스틱으로 지우개를 만든다. 폴리염화비닐은 잘 부서지는 특성이 있어 가소제를 첨가하여 탄성이 생기도록 만든다. 바로 이 가소제가 플라스틱 자를 녹이는 것이다. 플라스틱의 긴 끈 모양을 이루고 있는 분자들 사이에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데, 가소제가 이 힘을 약하게 만들어 플라스틱 자를 녹인다. 하지만 가소제는 플라스틱 중에서도 폴리스틸렌이나 아크릴은 잘 녹이고, 화학 물질에 견디는 성질을 가진 비닐이나 폴리프로필렌은 잘 녹이지 못한다. 또한 여름에는 온도가 높아 지우개의 가소제가 플라스틱 자를 녹이는 현상이 쉽게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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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9-02-13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그래서 그런거였구나! 울 아들놈한테 당장 써먹어야쥐~~=3=33

마노아 2009-02-14 01:30   좋아요 0 | URL
호홋, 적용도 빠른 진주님!
 


라면이 먼저냐, 스프가 먼저냐 [제 876 호/2009-02-13]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 말만큼 우리 생활에 무엇보다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 그것은 바로 라면을 끓일 때 라면을 먼저 넣느냐, 스프를 먼저 넣느냐 하는 문제. 우리는 라면과 스프의 두 갈래 길에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 이 두 가지를 넣는 순서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데, 여기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존재한다.

우선 맛있게 끓인 라면이 무엇인지부터 정의하자. 면이 불지 않고 적절히 익었으며, 스프의 맛이 적당히 면에 배고, 국물이 너무 짜거나 싱겁지 않으면 일반적으로 맛있는 라면일 것이다. 이 중에서 면의 익은 정도는 온도 및 조리 시간과 연관이 있다. 면은 끓는 물에 익히는데 모든 물질이 끓는 온도, 즉 끓는점은 물질에 따라 고유하다. 순수한 물은 외부압력이 1기압일 경우 섭씨 1백 도에서 끓어 기화한다. 끓는점은 여러 요소에 따라 변하는데 예를 들어, 기압이 1기압 이하일 경우 물의 끓는점은 1백 도보다 낮아진다. 끓는점이란 열에너지를 받은 물질이 기화하면서 발생하는 압력이 주변의 대기압을 넘어서는 순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고산지대에서 밥을 지으면 설익는 것도 이런 이유다. 같은 대기압하에서는 일반적으로 불순물이 용해되어 있을 경우 물의 끓는점이 상승한다.

따라서 물에 무언가 다른 물질이 많이 녹아 있을수록 더 높은 온도에서 끓고, 이때 면을 넣으면 빨리 익는다는 결론이다. 그러므로 스프를 먼저 넣으면 녹은 양에 비례해 끓는점을 올릴 수 있고, 이때 면을 넣으면 불기 전에 조금이라도 먼저 익힐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처럼 용액의 농도에 따라 끓는점이 상승하는 끓는점 오름 현상은 다른 곳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먹는 갖가지 국물 역시 조미료 등이 녹아있는 물이다. 그렇다면 끓는 국물은 끓는 물보다 높은 온도일 것이다. 따라서 끓는 국에 화상을 입었을 때는 물에 데는 것보다 더 큰 피해를 보게 된다.

바나나를 먹으면 변비에 걸리기 쉽다? 변비란 배변 활동의 장애이다. 그 종류는 여러 가지인데, 이 경우 언급되는 변비란 장기의 기능성 문제가 아닌 장 내용물의 특성과 관련된 얘기이다. 바나나를 먹으면 변비에 걸리기 쉽다는 것은 타닌 성분 때문에 나온 얘기이다. 타닌은 주로 떫은맛이 나는 과일에 들어 있으며 장 내용물 속의 지방질과 결합하여 변을 굳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감 또는 바나나를 먹으면 변비에 걸리기 쉽다는 얘기가 나온 것이다. 타닌산은 물 흡수력이 강해서 설사를 멈추는 효과가 있지만 철분과 쉽게 결합하고 배설되어 빈혈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한데 타닌은 과실의 성숙도에 따라 그 함량이 달라진다. 잘 익은 감을 먹으면 떫은맛이 거의 없다. 바나나도 마찬가지이다. 과일이 익어가면서 그 안에 들어 있던 각종 효소들이 서로 작용하고, 타닌 또한 이 과정을 통해 수용성에서 불용성으로 변하며 함량이 떨어진다. 따라서 푸른빛이 남은 바나나보다는 노랗게 후숙성 시킨 바나나를 먹으면 타닌의 영향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속설은 어디까지나 변의 굳기만을 변비와 직결시켜서 나온 얘기이다. 과일에는 타닌 이외에도 여러 요소들이 들어 있으며 그 중 하나는 식이섬유소이다. 변비와 미용에 좋다며 한창 광고하던 음료수들이 식이섬유성분을 내세우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노랗게 잘 익은 바나나는 효소의 작용에 의해 수용성 식물 섬유인 펙틴이 만들어진다. 이 펙틴은 장의 기능을 활발하게 해 오히려 변비와 설사에 좋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섬유질은 바나나 껍질의 안쪽, 실 같은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잘 익은 바나나를 가려먹는다면 거꾸로 변비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단 숙성이 너무 오래 진행된 경우 펙틴이 줄어들며 과일이 무르게 변하므로 그 이전에 섭취하는 것이 좋겠다.

설탕보다 물엿이 건강에 좋은 이유는? 당분이 전혀 없는 음식이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얼핏 단맛을 느낄 수 없는 음식에도 조리 과정에서 약간의 설탕 정도는 들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당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에너지원이다. 우리가 매일 먹는 밥은 포도당으로 분해돼 혈액으로 흡수되고 에너지로 쓰인다. 하지만 당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문제가 된다.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식품의 경우 여러 가지 식품 첨가물이 들어가는데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설탕이다.

설탕은 사탕수수, 사탕무 등의 식물에서 추출하기 때문에 한동안 천연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설탕은 그 정제 과정에서 단백질, 미네랄 등 대부분의 성분을 빼내고 단맛만을 부각시키기 때문에 인공감미료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설탕의 남용은 당분을 과잉공급하는 원인이 되고 이것이 누적되면 당뇨와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황설탕이나 흑설탕 등이 더 낫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결국 정제설탕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는 없다.

물엿의 주재료는 옥수수이다. 옥수수 내에 있는 전분을 정제하여 추출하고 이것을 효소 가수 분해해 물엿을 제조한다. 물엿이 혈당을 높이지 않는다는 보고가 있고 나서 물엿의 용도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2004년 미국에서는 물엿이 비만을 유발하고 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결국 지나친 당분의 섭취를 스스로 자제하는 것이 진정으로 건강을 생각하는 방법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짧은 상식 하나. ‘사과는 먹는 시간에 따라 아침에는 금, 점심에는 은, 저녁에는 동’이라는데, 그 이유는 뭘까? 우리 몸의 신진대사가 오후보다는 오전에 활발하므로 저녁에 과일의 당분을 섭취할 경우 쉽게 중성지방으로 저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과는 섬유소가 많아서 저녁에 먹으면 장이 소화하는 데 부담을 줄 수 있어 소화하는 시간이 비교적 많은 아침에 먹는 것이 좋은 것이다. 또한 사과의 산도는 위액의 산보다 훨씬 낮으므로 위산이 과다하게 분비되어 위가 나쁜 사람이 먹어도 좋다.

음식은 살아가는 데에 필수불가결하지만 그 종류가 워낙 다양해 잘못된 인식이나 근거 없는 속설 또한 적지 않은 편이다. 또한 가공 식품들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유해물질들이 알려지기도 하고, 그에 따라 소비자들의 혼란이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과학적인 근거를 따져보는 것이 건강하고 즐거운 식생활을 유지하는 방법일 것이다.

글 : 김창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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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02-13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에 저는 라면을 먼저 넣어 먹다가 나중에 울랑이 그걸 보고 스프가 먼저라고 말을 하더군요. 그러다 서로 라면이 먼저다, 스프가 먼저다 하면서 우기다가 결국에는 제가 졌답니다.^^ 제가 변비가 심한 편이라서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과일을 많이 먹어라고 하더군요. 그 과일 속에 바나나도 들어 있었지요. 그러다 나중에 다시 병원에 갔더니 이번에는 다른 의사인데 절대로 바나나는 먹지 말라고 하는데 도대체 누구 말을 들어야 하는지 몰랐는데 과학향기가 답을 주었네요.^^

마노아 2009-02-13 10:44   좋아요 0 | URL
저도 의심 없이 라면을 먼저 넣었는데 이제 스프부터 넣으려고 해요.
아침 바나나 다이어트 해볼까 하고 책을 샀는데 변비 소리에 깜딱 놀랐어요. 다행히 해결책도 알려주었네요. ^^

꿈꾸는섬 2009-02-13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의 향기가 라면끓이는 방법까지 바꾸겠어요.ㅎㅎ

마노아 2009-02-13 12:21   좋아요 0 | URL
우리 삶 곳곳에 과학이 숨어 있어요. ^^

자하(紫霞) 2009-02-14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저는 김치찌개끓일 때도 참치캔을 먼저 따서 넣는다죠.기름잔뜩~ 끓는점 상승!!^^

마노아 2009-02-14 17:48   좋아요 0 | URL
오오, 생활의 지혜 편이에요~ 저도 꼭 기억하겠습니다. ^^

hnine 2009-02-15 0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면 끓일 때 스프 먼저 넣으면 맛있다는 거 저는 아주 오래 전에 직장 동료에게 들어 알고 있었는데~ ^^
제가 "왜 그렇죠?" 했더니, "끓는 점이 올라가잖아요." 그러더라구요. 아하~
끓는 점 오름, 어는 점 내림...중학교 물상 시간에 배운 기억이 어렴풋이 나네요.

이런 글 좋아요. 무엇이 몸에 좋다더라, 나쁘다더라, 이렇게 단편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음식이라도 먹는 시간 따라 다르고, 숙성 정도 따라 다르고... 그 음식이 왜 좋은지, 왜 안 좋은지, 원인과 함께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요. 그냥 따라하기는 쉽지만, 조금 더 알아보는 것에는 부지런하지 못해서 무작정 따라하기가 유행인것 같거든요.

마노아 2009-02-15 10:31   좋아요 0 | URL
어제 라면 끓이면서 스프 먼저 넣었어요. 기분 상으로도 훨씬 더 맛있는 것 같았답니다. ^^
과학향기가 어려울 것 같은 과학을 대중 속으로 쉽게 다가와주어서 더 고마운 것 같아요. 막연하고 복잡할 것 같은 이치를 생활 속에서 쉽게 이해시켜 주니까요. 앎에는 확실히 부지런함이 필요해요. 그게 많은 사람들의 한계이기도 하구요.
 
엉망진창 섬 비룡소의 그림동화 80
윌리엄 스타이그 글 그림, 조은수 옮김 / 비룡소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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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스타이그의 동화는 그림이 아주 독특하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어린이가 그렸다면 딱 이랬을 것 같은 느낌으로 그림을 그렸다.
거칠고 제멋대로고 때로 엽기적이기까지 한 그림들은, 그러나 어린이와 닮아 있어서 귀엽고 예쁘고 정겹기까지 하다.

여기, 아주 볼썽사납게 생긴 섬이 하나 있다.
울퉁불퉁 바위투성이에 뒤죽박죽 엉망 그 자체!
모난 돌들이 나뒹굴고, 화산은 불과 연기를 내뿜고 있다.
뜨거운 용암만 흐르는 것이 아니라, 그 화중에 독화살도 날아가고, 머리 둘 달린 두꺼비들까지 튀어나오는, 정말 엉망진창 섬이다.

낮에는 시뻘건 용암이 흐르는 섬이 마구 폭발을 하지만,
이 섬에도 밤이 내려오면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그 자리에서 꽁꽁 얼어붙는다.
그러다가 해가 뜨면 다시 녹아서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꼭 지구가 처음 생겼을 때 이런 모양은 아니었을까 싶은 요상방통한 섬!

이 섬에서는 바다도 평범하지 않다.
물속에는 뱀이랑 집게발 달린 게, 전기 뱀장어, 날카로운 이빨과 가시 돋친 지느러미가 달린 기분 나쁜 물고기들이 우글거렸다.
모두들 이를 번쩍 빛내며 덤벼드는데, 그럼에도 저 색깔과 표정들은 예쁘고 귀엽기만 하다. 그게 바로 윌리엄 스타이그의 재주!

이 섬에는 괴물들이 살고 있다. 저 모양새들을 보시라.
하나같이 기괴하기 그지 없다.
삐죽삐죽 솟은 뿔과 발톱, 털들이 제멋대로인 표정과 함께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눈 셋 달린 저 녀석은 공룡인가 무엇인가???

벌레들마저도 평범하지 않고, 손톱 세우고 덤벼드는 이 섬에서, 서로 잘난 척하고 싸우고 질투하는 이 섬에서! 그런데 이변이 생기고 만다.
보이는가? 이 섬하고는 너무도 안 어울리게 생긴 아름다운 꽃 한 송이가 핀 것이!
괴물들은 처음에 무서워 했다. 이 기괴한 섬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아름다운 꽃의 존재가 두려웠던 것이다.
이때부터 괴물들은 폭주하기 시작한다.

평소에도 있던 그 싸움이 더 커져서 마음 깊은 곳 미움이라는 악마가 뛰쳐나온 것!
이제 그들은 미쳐 날뛰기 시작한다. 이건 뭐랄까.
스바루에서 보면 감옥에 갇혀 있던 죄수들이 영혼을 울리는 황홀한 발레를 보고서는 갇힌 자신들의 현실을 자각하며 폭주하기 시작했던 딱 그 느낌이다!

결국 괴물들이 택할 수 있는 선택은 자폭 뿐!
지칠 줄 모르고 타오르던 섬에 비가 내렸다. 억수같이 퍼붓다가 살살 내리기 시작한 비.
그 비 덕분에 밤에도 섬이 얼어붙지 않게 되었다.
섬에서 무서운 추위만 사라진 것이 아니다. 서로 싸우고 증오하고 미워하던 괴물들도 사라졌다.
그림 상으로는 귀여운 녀석들이었는데 안타까운 마음마저 들지 뭔가.

섬은 새롭게 변신했다. 더 이상 '엉망진창' 섬이라고 불려서는 안 될 만큼.
색색들이 예쁜 꽃과 분화구에서 피어난 나무. 푸른 하늘과 잠잠한 바다까지.
모든 게 너무 곱기만 하다.
괴물들이 살았던 섬은 이제 '낙원'과 무지개의 섬이 되고 말았다.
아, 멋지구리 섬!
책은 여기서 끝나지만, 반전을 하나 심어놓을 수도 있겠다.
여기에 두 발로 걷는, 만물의 영장이라고 불리는 괴물딱지 몇만 들어서면 세대를 거듭하다가 다시 엉망진창 섬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그러니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어야 하는 우리는 반전 따위 심지 말고 아름다운 섬으로만 기억해 두자. 윌리엄 스타이그의 놀라운 그림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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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02-12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번도 보지 못한 괴물들이 많군요. 그림을 재미나게 그려서 그런지 괴물들이 하나도 안 무서워요.^^ 괴물들이 귀엽게까지 보였는데 결국에는 서로 싸우다 죽는군요. 안타깝네요.

마노아 2009-02-13 00:22   좋아요 0 | URL
저렇게 재밌게 생긴 괴물들이 모두 죽어버려서 안타까웠어요.
우리 마음 속 괴물들도 착하고 아름다운 것들과 자주 마주치면 그렇게 죽어버릴까요? 그렇게 생각해야겠지요.

2009-02-12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13 0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너는 최고의 작품이란다 Max Lucado's Hermie & Friends (허미와 친구들) 1
맥스 루케이도 지음, 글루웍스 애니메이션 그림 / 두란노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애벌레 허미는 멋드러진 날개를 자랑하는 나비를 보며 한숨을 짓는다. 볼품 없는 자신과 비교할 때 너무 근사한 날개를 가진 나비가 한없이 부러웠기 때문. 하다 못해 다른 애벌레들처럼 멋진 줄무늬도 없는 자신의 몸이 허미는 너무 싫었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을 하나님께 털어놓는다.  

"하나님! 왜 저를 이렇게 볼품없는 애벌레로 만드셨나요? 불라불라불라~~~!!!" 

항의하는 허미에게 하나님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나는 너희 모습 그대로 사랑한단다. 기대하렴. 나는 너희를 최고의 작품으로 만드는 중이란다." 

허미는 하나님의 말씀에 다음 날로 바로 멋진 자신이 될 거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하루, 이틀, 날마다 똑같은 자기 모습에 살망이 거듭할 뿐이다.


 

개미처럼 힘이 세서 자기보다 몇 십배나 무거운 짐을 번쩍 들지도 못하고, 달팽이처럼 집을 갖고 있어서 비를 피하지도 못하고, 무당벌레처럼 예쁜 점이 있어서 섹시미를 자랑하지도 못하니...  

그때마다 허미는 하나님께 항의를 했지만 하나님의 대답은 늘 똑같았다. 네 모습 그대로도 훌륭하다고, 그리고 나는 너를 최고의 작품으로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그나저나 달팽이 집에는 책이 가득하다. 근사한 걸?!)
 



 그렇게 기대하고, 실망하고, 떼 쓰고, 한 번 더 믿기를 몇 번이나 거듭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극심한 피로를 느끼며 깊은 잠에 빠져든 허미. 그리고 만난 꿈속에서 자신은 너무도 멋진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그게 꿈이 아니고 현실이길 얼마나 고대했던가. 그리고 마침내 선물의 시간이 다가온다. 바로 이렇게!



기대하고 고대하고 또 열렬히 사모했던 그 순간. 바로 나비가 된 것이다. 저 아름다운 날개를 보라지. 이젠 하늘을 날 수도 있다. 허미는 하나님이 자신에게 해주신 약속이 이뤄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제 허미는 또 다른 애벌레들의 '꿈' 자체가 된 것이다. 네가 꿈을 이루면, 너는 다른 사람의 꿈이 된단다! 

아마도 애니메이션의 3D 그림을 종이 그림으로 옮겨온 듯한 그림이다.  

지당하고 당연한 진리를 예쁘게 표현해 낸 작품이다. 하나님과 피조물의 관계가 아니라, 부모님과 아이의 관계로 바꿔서 읽어도 다르게 읽히지 않을 듯하다. 결말이 지극히 당연하게 예상되는 까닭에 별점을 하나 빼긴 했지만, 부족하고 모자라다고 여기는 나 자신을 이대로도 훌륭하다고, 하지만 더 큰 작품으로 변하기 위한 과도기라고 말해준다면 눈물나게 고마울 듯하다. 이런 메시지를 전달해줄 수 있는 우리들을, 그리고 그 믿음대로 더 아름답게 변해가는 우리를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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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9-02-12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가 꿈을 이루면, 너는 다른 사람의 꿈이 된다 ... 리뷰 제목에 추천 꾸욱~ ^^

마노아 2009-02-13 00:23   좋아요 0 | URL
제목이 근사하지요. 저도 몇 해 전 어디선가 들었는데 마음에 꼭 와 닿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