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피곤함에 지치지 말고, 욕심도 부리지 말고, 적당히, 즐기면서 책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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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들 2- 조운선 침몰 사건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15년 2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7월 1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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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선집- Human Vol.1-14
최민식 지음 / 눈빛 / 2012년 12월
29,000원 → 27,550원(5%할인) / 마일리지 830원(3%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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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희 12
강경옥 글.그림 / 팝툰 / 2015년 9월
7,000원 → 6,300원(10%할인) / 마일리지 3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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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뮤지컬 The Musical 2015.9
클립서비스 편집부 엮음 / 클립서비스(월간지) / 2015년 8월
6,000원 → 5,400원(10%할인) / 마일리지 170원(3%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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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긁어서 관심을 유도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게 관심과 애정에 대한 결핍임을 물론 안다.

그래서 작은 걸로도 크게 칭찬해 주고 자꾸 이름 불러주며 관심을 보이려 애를 썼더니 아이가 많이 좋아졌더랬다.

이 아이의 특징은 주로 '외모'를 비하하는 걸로 관심을 유도한다.

 

샘, 오늘 눈화장 이상해요.

꼭 지렁이가 기어가는 것 같아요.

샘, 가까이서 보니까 눈이 징그러워요.

 

이런 말들은 기분은 나쁘지만 뭐 흘려들을만 하다. 사실이 아니니까.

근데, 오늘 들은 말은 콱 쥐어박고 싶은 충동을.....

 

접힌 부분 펼치기 ▼

 

샘, 박근혜 같아요.

 

펼친 부분 접기 ▲

 

 

헐!

 

오늘 내가 쉬폰 소재 롱원피스를 입고 출근했다. 

기장이 길어서 더운 까닭에 머리도 올렸다.

보통 이 옷을 입으면 여신 같다는 소리를 듣는다.(꺄아, 정말이다!)

여신은 아니어도 되는데, 차라리 지렁이가 덜 기분 나쁜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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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8-31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아-
전 압니다. 쉬폰 소재의 원피스를 입고 머리를 올린 마노아님이 여신 같다는 것을요.
제가 알아요.
하아-

박근혜라니, 녀석아. ㅠㅠ

마노아 2015-08-31 13:47   좋아요 0 | URL
이 아이가 여학생입니다. 털푸덕..ㅜ.ㅜ

다락방 2015-08-31 14:09   좋아요 0 | URL
선생님이 예뻐서 질투하는 거 아닐까요? ( ˝)

마노아 2015-08-31 21:28   좋아요 0 | URL
4월에 피크를 찍었는데 몇 달 만에 도돌이표를 찍네요. 며칠 전 보건실에서 친구들까지 데리고 가서 너무 오래 있어서 야단쳤더니 보복하는가 봅니다.(>_<)

무스탕 2015-08-31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 참.. 이눔시키 관심이 오묘하군요.. 어른된 입장에서 `너 오늘 화장 떡졌다` 라고 할 수도 없고...;;;

마노아 2015-08-31 21:28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똑같이 갚아주자니 면이 팔려서 그럴 수가 없네요.
그나저나 무스탕님! 생일 축하합니다아. 꺄아아아아(>_<)

감은빛 2015-08-31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기분 나쁜 말이군요. ㅠㅠ

마노아 2015-08-31 21:29   좋아요 0 | URL
이렇게 짧은 말로 이토록 기분 나빠질 수 있다는 게 놀랍습니다.ㅜ.ㅜ

책읽는나무 2015-08-31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학생도 아니고 여학생이
박근혜,지렁이 운운~~ㅜ
질투일 것같단 생각...저도 그리 생각됩니다
내새끼같음 혼꾸녕을 내줄텐데 학교에선 야단도 못치고 힘드셨겠습니다ㅜ

마노아 2015-08-31 21:29   좋아요 0 | URL
그 얘기 꺼내는 순간 같이 있던 친구가 이 녀석을 막 나무랐습니다. 자기들끼리 생각해도 심하게 들렸나봐요...;;;;;

북극곰 2015-08-31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최고의 모욕을.... ㅜㅜ

마노아 2015-08-31 21:30   좋아요 0 | URL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달콤한 인생 찍었습니다. 흑.ㅜ.ㅜ

순오기 2015-09-01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나쁜 가시내~ 박근혜라닛!!
마노아님의 미모는 내가 아는데~ 질투쟁이!!^^

마노아 2015-09-01 11:47   좋아요 0 | URL
나쁜 가시내! 이 말이 참 후련하게 들려요.^^

개인주의 2015-09-01 0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다가 하이킥 할 욕이군요..
내가 누구 닮았다고?????!!!!!!!!!!!!!
으르릉..

마노아 2015-09-01 11:47   좋아요 0 | URL
그쵸! 이불 하이킥을 부르는 망언이었어요. 크르릉!!!

2015-09-01 16: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02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15-09-01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질투로군요!

마노아 2015-09-02 23:42   좋아요 0 | URL
제 친구 딸내미 이름과 같아서 부를 때마다 신경이 쓰입니다.^^;;
 

FOCUS 과학

제 2465 호/2015-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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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의 과학] 토마토가 익으면 의사의 얼굴이 파래진다?


먹는 것은 삶의 가장 기본적인 일이죠. 모두가 어려웠던 옛날에는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요즘 트렌드는 맛있는 음식을 건강하게 먹는 것입니다. 그런 트렌드를 반영하듯, TV 프로그램에서는 요리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늘어났고, 최근에는 메인 시간대에 편성되면서 대중의 인기를 받고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블로그나 카페에 다양한 요리법이나 영양소에 대한 내용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2015년 과학향기에서는 [COOKING의 과학]이라는 코너를 신설해 매월 제철 음식을 소개하고, 그 속에 담긴 영양소도 함께 전달하고자 합니다. 과학향기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건강을 위해서는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그러나 과일의 경우 당 성분 때문에 너무 많이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한다. 그러나 토마토의 경우 당 걱정이 필요 없다. 건강을 위한 가장 매력적인 작물 중에 하나는 바로 토마토다. 요즘같이 여름 늦더위가 이어지면 사람들은 보양식을 계속 찾게 된다. 보양식하면 대개 삼계탕, 개고기, 장어 같은 음식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런 고단백 보양식은 고기를 자주 먹지 못하던 과거의 보양식이고 오히려 요즘처럼 영양 과잉시대에 이상적인 여름 보양식은 바로 토마토다. 토마토는 무더운 여름이 제철이다. 

이렇게 토마토는 현재 전 세계인들이 즐겨 먹지만, 처음부터 환영받았던 작물은 아니었다. 토마토는 원래 남미 페루의 안데스 산맥에서 태어났다고 추정된다. 그러다가 16세기 초 남미에서 유럽으로 건너갔고 처음에는 독초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원래 건조하고 햇빛이 많은 곳에서 잘 자라는 토마토는 지중해 연안을 중심으로 재배되면서 그 진가가 알려졌고 사랑받기 시작했다. 그 후 북유럽 전체로 전파된 것이다. 이후 토마토는 점차 유럽 요리에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식품으로 발전했다. 그 후에는 고향을 떠난 지 거의 300년 만에 미국으로 다시 건너간 토마토는 중국음식으로 알려진 케찹과 결합해 토마토케찹으로 재탄생했다. 현재 토마토케찹은 전 세계인들의 요리에 빠지지 않는 중요한 소스다. 

처음에 우리나라에서는 토마토를 식용보다 관상용으로 심었다고 한다. 토마토라는 이름은 모두가 알지만 ‘일년감’이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일년감은 국어사전에 등재된 토마토의 한글이름이다. ‘일 년을 사는 감’이라는 뜻이다. 옛 문헌에는 한자이름 ‘일년시’ 라고 나온다. 토마토는 우리나라에 소개된 역사가 꽤 길다. 조선시대 유학자 이수광은 ‘지봉유설(芝峰類說)’이란 책에서 토마토를 감 ‘시(枾)’ 자를 써서 ‘남만시(南蠻枾)’ 라고 소개했다. ‘남쪽 오랑캐 땅에서 온 감’이라는 뜻이다. 지봉유설이 나온 건 1614년이니 그전에 이미 토마토가 우리나라에 들어왔음을 알 수 있다.

토마토는 미국 타임즈가 선정한 10대 슈퍼푸드 중의 하나로 선정될 만큼 건강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어떤 성분들이 토마토를 이렇게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등극시켰는지 한번 따져보자. 먼저, 토마토에 함유돼 있는 성분으로는 각종 유기산, 아미노산, 루틴, 단백질, 당질, 회분, 칼슘, 칼륨, 철, 인, 비타민A, 비타민B1, 비타민B2, 비타민C, 식이섬유 등 많은 영양소가 들어 있다. 비타민C의 경우 토마토 한 개에 하루 섭취 권장량의 절반가량이 들어 있다. 또한 토마토에 함유된 비타민C는 피부에 탄력을 줘 잔주름을 예방하고, 멜라닌 색소가 생기는 것을 막아 기미 예방에도 효과가 뛰어나다. 또한 토마토에 많이 들어 있는 칼륨성분도 매우 중요하다. 칼륨은 체내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시켜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짜게 먹는 식습관에서 비롯된 고혈압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유럽 속담에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 얼굴이 파랗게 된다”는 말이 있다. 아주 오래 전부터 토마토는 의사가 필요치 않을 정도로 건강에 좋은 식품이라는 뜻으로 생각해왔다. 토마토가 건강식품으로 주목받은 가장 큰 이유는 ‘라이코펜(lycopene)’ 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토마토에는 라이코펜, 베타카로틴과 같은 항(抗)산화 물질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토마토가 예쁜 빨간색을 띠는 것은 ‘카로티노이드(carotinoid)’라는 식물영양소(phytonutrient)라는 성분 때문이고, 이 중에서도 특히 라이코펜이 주성분이다. 잘 익은 빨간 토마토 100g에는 라이코펜이 7∼12mg정도가 들어 있다. 토마토 한 개를 200g으로 본다면 20mg정도를 섭취하는 셈이다. 

토마토의 붉은색을 만드는 라이코펜은 노화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배출시켜 세포의 젊음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라이코펜은 남성의 전립선암, 여성의 유방암, 소화기계통의 암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 라이코펜이 알코올을 분해할 때 생기는 독성물질을 배출하는 역할을 하므로 술 마시기 전에 토마토 주스를 마시거나 토마토를 술안주로 먹는 것도 좋아 서양에서는 토마토를 해장용으로 먹기도 한다. 또한 토마토는 다이어트에도 제격인데 토마토 1개(195g)의 열량은 35kcal에 불과하며 수분과 식이섬유가 많아 포만감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사 전에 토마토 한 개를 먹으면 식사량을 줄일 수 있으며, 소화도 돕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효과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토마토를 주로 과일로 취급했다. 어릴 적이면 여름철에 엄마가 해주던 설탕 뿌린 달달한 토마토의 맛이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달랐다. 미국에서는 토마토가 세금문제 때문에 과일이냐 채소냐 하는 법정시비가 있었고, 대법원에서는 토마토를 채소로 판결을 내렸다. 

그럼, 토마토는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을까? 생으로 먹는다면 파란 것보다 빨간 것이 건강에 더 유익하므로 완전히 익혀 먹는 것이 좋다. 빨간 토마토에는 라이코펜이 많이 들어 있으나 그냥 먹으면 체내 흡수율이 다소 떨어지므로 열을 가해 조리해서 먹는 것이 좋다. 열을 가하면 라이코펜이 토마토 세포벽 밖으로 빠져나와 우리 몸에 잘 흡수된다. 토마토의 라이코펜과 지용성 비타민은 기름에 익힐 때 흡수가 잘 된다. 

라이코펜은 열에 강하고 지용성이라 기름에 볶아 먹으면 체내 흡수율이 높아진다. 따라서 토마토는 올리브오일이나 식용유를 곁들여 익혀 먹는 게 좋다. 또는 기름에 볶아 푹 익혀서 퓨레 상태로 만들어 두면 편리하다. 또한 토마토의 껍질을 벗기려면 끓는 물에 잠깐 담갔다가 건져서 찬물에서 벗기면 손쉽게 벗길 수 있다. 잘 익은 토마토 껍질을 벗기고 으깨면서 체에 걸러 졸인 것을 ‘토마토 퓨레’라고 한다. 파스타나 피자에 사용하는 토마토소스는 마늘과 쇠고기를 다져서 올리브유에 볶다가 적포도주 조금과 함께 토마토 퓨레를 넣으면 쉽게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세기 초에 남쪽 오랑캐가 전해 준 관상용 감 정도로 생각해 ‘남만시’라고 불렸던 토마토였지만 이제는 전 세계인들의 건강식품이 됐고, 우리 식탁에서의 위치도 달라졌다. 토마토를 생으로 먹는 것도 좋지만, 고기나 버섯처럼 구워 먹고, 올리브오일을 뿌려 구워먹는 것도 좋다. 또한 푸른 토마토로 김치나 장아찌를 담그는 것과 같이 우리나라 음식과 다양하게 응용해 보는 건 어떨까. 

글 : 정혜경 호서대학교 바이오산업학부 식품영양전공 교수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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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 2015 제39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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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샀던 건 순전히 표지 때문이었다. 강렬한 노란색이 유혹적으로 보였는데 제목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뭐랄까. 어떤 간절함이 느껴졌다.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 말이다. 책을 사고 얼마 뒤 이 작품이 큰상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오홋, 굽이굽이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조건들을 계속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냉큼 읽어야지!


제목에서 내가 느낀 것은 장편 소설이었는데 단편 소설집이었다. 아핫, 역시 나의 감은 역시 그다지 발달하지 않았군..;;


많은 이들이 그랬듯이 나 역시 구병모 작가의 책을 처음 만난 것은 '위저드 베이커리'였다. 당시 그 작품이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은 청소년 소설이라고 해서 과도한, 혹은 의도적인 희망 만들기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늘 끝난 드라마 '여왕의 꽃'을 화장품 바르면서 1분 정도 보았는데 악행을 지속했던 인물들이 인과응보 형식으로 벌을 받아서 비참한 형편이 된 게 묘사되었다. 으레 그렇듯이 이번에도 권선징악형 해피엔딩인가 보다. 사실, 현실처럼 좋은 놈은 계속 안 풀리고 나쁜 놈은 승승장구하는 내용으로 드라마가 끝난다면 방송국 홈페이지가 마비될 테지.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과 동떨어지게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구성으로 그리하여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고 끝나는 것도 너무 후지지 않던가. 그런 연장 선상에서 구병모 작가의 책들이 좋았다. 새침하고 시크하고 날카로운 이야기들의 서릿발 말이다.


물론,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고, 그 후유증으로 읽고 나면 우울해질 수 있다. 더군다나 작가님의 문장 스타일은 길게길게길게 이어진다. 문장이 마침표를 찍지 않고 계속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 의도된 문장 스타일이지만 이런 글은 읽는 사람을 지치게 한다. 안 그래도 너저분한 현실의 고리들을 계속해서 보여주는데, 문장마저도 숨이 턱 막히게 만드니 책을 읽으며 내가 소모되는 느낌이 드는 게 유일한 단점이다. 그런데 여러 권을 읽는 동안 계속 이런 스타일을 고수하시는 걸 보니, 작가님의 소신이라고 봐야겠다. 독자가 나름의 완급을 조절해서 알아서 읽을 수밖에. 그런 의미로 이 책이 단편집인 건 다행이었다. 쉬어갈 호흡을 마련해 주었으므로.


8편의 단편을 읽으면서 등장인물들의 내력에 주목하게 되었다. '여기 말고 저기, 그래 어쩌면 거기'에서는 대학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는 을 중의 을이 되어버린 시간 강사가 나오고, 그밖의 작품에서도 근거 없는 폭력에 노출되어버리는 사회복지사와 비서가 등장하고, 사회의 말단에서 언제든지 소모품으로 사라질 것만 같은 경비원, 콜센터 직원 등이 출연한다. 이들은 단지 설정 상의 바닥 계급이 아니라 작가의 치밀한 인터뷰나 사전조가사 뒷받침 되었을 것 같은 디테일함을 갖추고서 각자의 위치에서의 고단함을 보여주는데, 그 모든 현실들이 내일처럼 다가올 만큼 현실적이었다. 그것이, 몹시 슬펐다. 


그가 피 흘리며 구호도 외치는 사람이었을 적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쇠지레로 쑤시거나 구둣발로 걷어질러 해산을 종용했던 용역들이 주위에 집결했지만, 이제는 누구도 섣불리 그를 철거할 염을 내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225쪽


살아서 인간으로서 대접받지 못한 그가 하루아침에 덩굴식물의 형태로 괴상하게 죽어버리자 그 죽음 앞에서 주춤거리는 자가 나타났다. 멀쩡한 사람의 얼굴로서는 해내지 못할 일이었다. 이런 현실 인식이 슬프다. 그러나 이런 죽음이 도처에서 나타나자 이것도 무뎌져서 한때 사람이었던 그 사체는 쓰레기처럼 취급된다. 


흉흉한 소문이 돌아 일시적으로 매출이 급감하여 한때 문을 닫을 뻔했던 패션몰은 각종 공격적인 이벤트와 모기업의 조직적 뒷받침으로 기사회생해서 오늘도 순조로운 영업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저가 패션몰 업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 이는 툭하면 픽픽 쓰러지거나 부서지거나 덩굴식물이 되어버리는 나약한 사람들보다는 자본의 흐름이 훨씬 정직하고 믿을 만하며 삶을 이루는 근간이 된다는 진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사례로 남게 되었다. -231쪽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우리나라가 OECD자살률 1위를 또 기록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인구 10만 명당 29명 꼴이란다. 이는 우리가 1위를 가로채기 전까진 부동의 1위를 자랑하던 일본의 18명 보다도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는 숫자다. 작품 속에서 덩굴 식물이 되어버린 사체를 치우는 미화원은 건조한 목소리로 이 일을 설명한다. 


"보기에 좀 불편해 그렇지, 못 본 척하고 가만있으면 지낼만은 합니다." -238쪽


미화원의 심드렁한 목소리에서 생명 경시 사상이 느껴진다고 성토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만연한 죽음이, 특히나 노동자의 죽음이 지나치게 익숙해져서 그 모든 걸 배경화면처럼 스윽 보고 지나가는 것은 아닌지, 그런 무관심이 우리에게 깊숙이 자리한 것은 아닌지 섬뜩하게 되돌아보게 된다. 


마지막 단편에서 택시에 오른 콜센터 계약직 직원은 자신의 집안을 이렇게 묘사했다.


아주 못사는 건 아니고 두 분 다 평범한 서민층이에요, 옛날 정치경제 교과서에서는 중산층이라고 주입시켰던 그 서민층요. 딱 먹고살 정도는 되고 그 이상 행복해지려거나 사치를 부리려면 다른 것을 반드시 희생해야 하는 그런 계층이죠.  -257쪽


적나라한 묘사다. 몇 해 전인가, 회원 수가 아주 많은 유명 주부 사이트에서 중산층이란 어떤 계층인가라는 질문이 베스트 게시물이 된 적이 있었다. 그때 사람들이 댓글로 표현한 중산층의 재산 규모에 입이 쩍 벌어졌다. 내 기준으로는 '재벌급'인 사람들이었는데, 그 정도 규모의 돈은 있어야 '중산층'이란다. 아니 내집 하나 있고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밥먹고 살 정도면 중산층이 아니었던가? 그럼 대한민국은 죄다 서민만 있고 아주 조금의 중산층과 극소수에 해당하는 자산가들이 사는 나라였던가? 내가 부러워했던 정도가 기껏해야 이 나라에서는 서민이라는 이 씁쓸한 현실 인식에 웃플 수밖에 없었다.


특히 마지막 단편의 인물은 혼자서 모든 대화를 주르륵 쏟아내는데, 서른을 코앞에 둔 이 젊은 여성의 한맺힌 듯한 수다에는 공감 가는 내용이 너무 많아서 몇 번이나 한숨을 몰아쉬어야 했다. 지나친 리얼리티는 독자를 통곡하게 만든다. 빌어먹을 현실이여!


이렇듯 절절한 사랑 얘기가 실려 있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독자는 가슴 저미며 책을 읽어야 했다. 그래서 이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하나 고르라면 단연코 두번째 수록작인 '파르마코스'다. 앞을 못보는 소년을 붙잡고 온 마을이 다 잠기도록 긴긴 이야기를 끝내지 않았던 주인공의 마음에 공감이 갔기 때문이다. 현실이라면 언감생신 결코 내릴 수 없는 결정, 누군가 그런 시늉이라도 한다면 결사반대했을 결정이지만, 그것이 문학이라면... 대리만족하는 마음으로 어쩐지 손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흡사 유시진 작가님의 '폐쇄자'처럼, 세상을 닫을 능력이 있다면, 이 세상이 마땅히 닫혀져야 할 만큼 더럽고 악하고 무의미하다면, 기꺼이 그 결정을 내리는 절대적 힘을 지닌 사람의 결정을 지지할 만큼, 마음이 슬퍼졌기 때문이다. 내가 내릴 수는 없는 결정, 내 손으로는 끊을 수 없는 세상의 고리. 그런데 그걸 해낼 누군가가 있다면 어쩐지 지지하고 싶어지는 그런 슬픈 마음이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그래서 또 아프다. 아마도 그런 마음이 나만은 아닐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작가님이 76쪽에 인용한 이 구절이 더 마음을 파고든다.


어느 곳이라도 좋다! 어느 곳이라도!

그것이 이 세상 밖이기만 하다면!


-


보들레르


덧글) 69쪽 첫번째 줄의 문장이 부자연스럽다. 

꿀벌은 수분을 시키기 위해 취하며


>> 시키기 위해가 맞는가?? 내가 읽기에는 좀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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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뮤지컬 The Musical 2015.8
클립서비스 편집부 엮음 / 클립서비스(월간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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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뮤지컬 홀릭 주간이다. 아마도 9월 13일까지는 이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뮤지컬 음반 검색하다가 뮤지컬 전문 잡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주말에 구입해서 오늘 받았고 마침 오늘 도착한 음반을 들으면서 잡지를 읽었다. 평소 잡지를 잘 못 읽는 편인데 애정을 듬뿍 담아서 읽어갔다. 


표지가 맨 오블 라만차다. 아, 작렬하던 해바라기 무대가 떠오른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에서 해바라기 씬을 인상 깊어 한다고 기사에도 나온다. 내내 어두컴컴한 지하 감옥만 나오다가 태양을 담뿍 담은 해바라기 씬과 무어인들과 무희들이 유혹적인 춤을 추면서 등장하니 시선을 모두 빼앗길 수밖에.


구성이 참 알차다. 정말 많은 작품과 많은 배우들을 소개하고 있고, 배우가 아닌 스텝이나 제작자들, 심지어 배우들의 목관리를 해주는 의사까지 등장했다. 또 잘 알지 못하고 지나갔는데 8월에 뮤지컬 관련 행사가 많았다. 그 모든 화려한 행사들이 내가 이 책을 읽기 전인 어저께 모조리 끝났다는 건 참으로 통탄할 일. 그래서 늘 강조하지만 인생은 타이밍!!


뮤지컬 신과 함께는 원작 만화만 보고 무대는 보지 못했는데 무대장치 설명하는 기사를 보니 무척 흥미가 갔다. 워낙에 '바람의 나라'에 대한 애정으로 서울예술단 작품은 또 선호하는 편이다. 다시 보게 될 기회가 오리라. 


개화기와 신문물을 소재로 한 뮤지컬들이 속속 등장하나 보다. 사실 이 시대가 영화로도 드라마로도 꽤 매력적이다. 최근 '암살'에서도 '미츠코시 백화점'의 화려만 면면이 얼마나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던가. 이런 시대극들은 미장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간혹 그런 소품과 의상이 전부인 졸작들도 나오긴 하지만, 그것도 내눈으로 봐야 확인이 되는 것. 


<맨 오브 라만차> 초연 50주년을 기념해서 꽤 여러 페이지를 할애해서 이 작품을 직중 조명했다. 뮤지컬과 원작 소설을 비교해 준 것도 흥미로웠고, 무엇보다도 음악감독 김문정과 연출가 데이비드 스완의 대담이 참 좋았다. 무대를 만들었지만 무대 위에서 볼 수 없는 사람들의 진지한 이야기에 큰 호감이 갔다.


8월호는 많이 늦게 읽은 편인데 9월호부터는 일찍 읽고 싶은 마음에 신간 알림 서비스도 신청했다. 후후훗, 지금은 뮤지컬 홀릭 모드. 오늘 핸드폰 바탕화면을 박은태가 장식했다. 미안 승환오빠. 빠데이 전까지 잠시만 한눈 팔게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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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장미 2015-08-26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뮤지컬을 좋아하는 1인입니다. ^^ 9월 13일까지 홀릭주간을 유지할 것 같다고 하셔서 혹시 Jesus Christ Super Star를 보러 다니시나? 싶어서 댓글 남겨보아요. ^^ 맨오브라만차를 지난 일요일에 봤는데 재미있었어요. 해바라기씬 저도 생각나네요. ^^ 박은태님 새 기사는 인터넷에서 봤는데 더뮤지컬 기사인 줄은 몰랐어요. 사진이 넘 고와서 소장하고파요. 있던 잡지도 다 버리는 판인데 이번 더뮤지컬은 은태님 때문에 사야겠어요. ㅠㅠ

마노아 2015-08-26 10:0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초록장미님 반갑습니다.^^
네, 바로 지저스 맞습니다!! 저는 라만차를 지난 토요일에 보았어요. 아, 비슷하게 우리가 홀릭하고 있었네요.^^
이번호 더 뮤지컬에 박은태님 기사는 딱히 없지만 다른 분 인터뷰에서 몇 번 회자되는 정도였어요.
저는 다음 인물 기사를 어제 보았는데 저 사진이 참 마음에 들었더랍니다.^^
미용실 가서도 잡지 안 보는 성향인데 이제 이 잡지 모으려구요.^^;;;;;
홀릭과 빠심에는 약이 없네요. 뭐에 취한 듯한 기분이에요. 하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