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클로 - Cyclo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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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새벽에 읽은 '끝없는 벌판'에서 보여주고 있는 비참한 빈민들의 삶을 영화로 옮겼다고 보면 좋을 영화 씨클로. 

씨클로는 자전거처럼 생긴 이동수단이다. 손님을 태우고 페달을 밟아 목적지까지 데려다 준 다음에 돈을 받는다. 

주인공은 18세의 소년으로 아버지 역시 씨클로 운전자였지만 사고로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어려서 잃었다.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일을 하는 누나와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물지게를 지는 누나, 그리고 구두를 닦는 어린 여동생. 그리고 날마다 씨클로를 몰고서 힘겹게 돈을 버는 주인공. 심지어 할아버지도 바퀴에 땜질을 하면서 적은 벌이일 망정 생활을 돕느라 애를 쓰신다.  

그런데 어느 날, 씨클로를 몰다가 잠시 담벼락에서 볼일을 보는 사이 양아치들에게 씨클로를 빼앗겨버린 주인공. 이 씨클로는 지역에서 힘 좀 쓰는 마님께 대여료를 물며 빌려 쓰는 것이었는데, 이제 그는 어쩔 수 없이 씨클로 대신 갱조직의 일원이 되어 어둠의 세계를 배회하게 된다. (씨클로 빼앗아간 놈 역시 마님 수하의 녀석이었는데 혹 마님이 파놓은 함정??)

그리고 이 작품에서 제일 이국적으로 생긴 출연진 양조위. 

1995년 영화라고 하니 당연한 얘기지만, 어찌나 젋고 팽팽한 양조위던지 적벽대전의 그 양조위와 너무 차이가 나서 당황스러웠다. 

이 영화에선 시작부터 끝까지(죽을 때까지!) 담배만 물고 나왔는데 촬영하면서 건강을 상하지 않았을까 염려된다.  

양조위는 여기서 시인이다. 시를 읊조리는 영혼이지만 몸은 마님에게 묵인 역시나 갱 조직의 일원.  

양조위가 사랑하는 여자는 씨클로를 모는 주인공의 누나다.(감독의 부인 되시겠다.) 주인공이 씨클로를 빼앗긴 뒤 갱조직에 빠져서 점차 범죄의 세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빠져드는 것처럼, 누나는 물지게를 지던 삶에서 사랑하는 남자 양조위의 주선으로 매춘의 세계에 빠져든다. 그녀가 접대하는 손님들은 다분히 변태 기질이 있는 사람들인데, 첫번째 양반은 물을 잔뜩 먹여서 서서 오줌을 누도록 시켰고, 두번째 남자는 스타킹을 애써 신긴 다음 구멍을 낸 뒤 발가락을 만졌고, 그 발가락에 매니큐어를 발라 주는 등 발가락에 엄청 집착했다. 그리고 세 번째 남자는 수갑 채워놓고 학대를 했는데, 거기서 끝나지 않고 여자의 순결까지 가져가버렸다. 여기서 충격받는 양조위. 

문득, 영화 '나쁜 남자'가 떠오른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완전히 망가뜨리고 애달파 하던 그 남자. 양조위도 말 한 마디 없고 간혹 시를 중얼거리기만 할 뿐, 시종 조용하게 나오는데, 그의 내면에선 사랑하는 여자를 향한 안타까운 마음이 요동을 친다. 자신이 사랑한 여자를 학대한 남자를 찾아가 끝내 죽여버리는 이 남자. 그 모든 중첩된 괴로움에 끝내 불을 지르고 불구덩이로 뛰어든 남자. 매춘을 알선한 대가로 받아오던 돈은 하나도 쓰지 못한 채 그와 함께 재가 되어버린다. 그는 애초 돈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인 양 묘사되었지만, 그가 진짜 돈 따위는 필요 없는 사람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남자 손 치고는 몹시 고운 선을 지녔다. 담배를 계속 물고 있었기 때문에 손이 자주 잡혔는데 얼굴보다 손에 더 눈길이 가더라.  대체 어떤 인연으로 양조위가 이 영화에 출연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한 편, 주인공은 쉽게 버는 돈에 마성을 느끼다가 방화를 저지르고, 살인 사건에 동원되는 등 자꾸만 망가져 간다. 그러다가 약물에 빠져들어 주최하지 못할 만큼 망가지는데...... 

영화는 거의 대사가 없다. 대사 없이 매일같이 벌어지는 일상 속의 베트남 사람들의 삶을 무심히 보여주는데, 방향 없는 그 장면들이 오히려 일상의 잔인함을 더 잘 표현하는 듯했다. 서로가 어려운 처지에서 구역 싸움을 하고, 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신년 인사 자리에서 돈을 훔치고, 그 와중에도 아이들은 학교에서 노래하며 책을 읽으며 내일을 준비한다.  

영화는 국제적인 큰 상을 받으며 호평을 받았지만, 정작 당국에서는 자국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켰다고 상영 금지 처분까지 받았다고 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소설 '끝없는 벌판'이 받았던 대접과 비슷한 수순이다.  

십 수년 전에 그랬던 베트남은,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빠르게 개혁 개방의 길로 내달리면서 경제의 규모는 훨씬 커졌을 테지만, 저렇게 가난한 사람들, 그래서 저렇게 망가지는 사람들, 그렇게 외롭고 서러운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어디 베트남 뿐이겠는가.

뱀꼬리. 이건 정말 사족이지만, 하얀 아오자이, 정말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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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2009-02-24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조위는 선이 이뿐 남정네지요. 눈빛도 아스라하고- 제가 증말 조아라 하는 배우여요. (내용도 좋은데 유독 양조위에 집착하는, ㅋ)

마노아 2009-02-24 22:20   좋아요 0 | URL
아스라한 눈빛! 딱이에요. 양조위는 악역을 맡아도 미워할 수 없는 연기를 할 거예요. 모성을 엄청 자극시킨다니까요.

다락방 2009-02-24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때문에 래디오 헤드의 크립이 갑자기 인기를 끌었을거에요. 저 혼자 좋아하던 노랜데 갑자기 인기가 많아졌단 말이죠. 흑 ㅜㅡ

마노아 2009-02-25 00:43   좋아요 0 | URL
저도 지금 연속 재생으로 계속 듣고 오던 중이에요. 가사를 전혀 모르고 들었는데 어딘가 나른하고 좀 쓸쓸한 분위기에요. 다락방님은 영화, 음악, 소설까지 두루두루 팔방미인이에요. ^^

다락방 2009-02-25 08:55   좋아요 0 | URL
그...그....그럴리가요 ^^;

마노아 2009-02-25 10:33   좋아요 0 | URL
엄훠, 겸손하시기는.. ^^

하늘바람 2009-02-25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볼때는 무지 인상깊었는데요. 하도 오래되어서 그런지 잘 기억이 안나네요

마노아 2009-02-25 10:34   좋아요 0 | URL
이렇게 대사 없이 너무 조용한 영화는 더 그럴 것 같아요.
저도 아주 인상깊게 읽었던 '모데라토 칸타빌레'가 생각이 거의 안 나서 몹시 슬프답니다.ㅠ.ㅠ

Mephistopheles 2009-03-20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얀색 아오자이가 아무리 이뻐도...영화는 지독하게 비참해요..^^

마노아 2009-03-20 11:4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아오자이만 예뻤다는...;;;
그린파파야의 향기도 이런 분위기일까요? 영화 보고나니 우울하더라구요..
 

1. 소울메이트 찾기! 
 

소울메이트는 저번해 해 보았고,  


2. 연예인과 궁합보기!  




당최 뉘신지 모르겠고, '마노아'로 했더니 몹쓸 신정환이 나와서 버럭! '노아'로 했더니 빅뱅의 태양, 아이디로 해봤더니 슈퍼주니어의 강인이 나왔다.  

(검색해 보니 '정진운'이란 이름의 가수다. 키가 무려 185다. 우워오오오!!!)

3. 미래의 자동차!  

여기서 웃긴 게 많이 나오던데, 내 차는 요거란다. 

 

이름이 어려워서 복사해 왔다. '포르쉐 파나메라' 라고 한다. 다크 나이트 보니까 람보르기니가 참 이쁘더만, 요차도 만만찮게 예쁘네. 실물은 더 죽이겠다.

누구는 세 발 자전거도 나오고 외로운 솔로에케 커플 카도 나오던데, 이 정도면 양호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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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넌 누구냐?
    from 조선인과 마로, 그리고 해람 2009-02-24 21:08 
    마노아님 따라.   소울메이트 --> 올림픽공원 홀로나무 --> 이건 몹시 마음에 든다. 연예인 궁합  --> 넌 누구냐? 여자냐 남자냐? 미래의 자동차 --> 기아 쏘울 --> 우리집 차가 기아 꺼긴 하지만... 쩝.
 
 
라로 2009-02-24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호한게 아니하 거의 최상급 아닌가요??ㅎㅎ자동차가,,ㅎㅎ
어디서 해요???나도 해보고 싶다,,ㅋㅋ

마노아 2009-02-24 23:02   좋아요 0 | URL
호호홋, 그런가요? 사실은 저게 얼마만큼 좋은 차인지 잘 몰라요. 다만 이쁘긴 무지 이쁘네요^^
굵게 표시된 제목 누르면 실행 페이지로 옮겨 가요~

건조기후 2009-02-25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울메이트 문희준ㅡㅡ^ 사진설명은 뭔지;; 관용의 아이콘 문희준이래요.;
연예인과 궁합보기는 유재석..ㅋㅋ
자동차는 부가티라고 나오는데 레이싱카 종류인가봐요.
허헛.. 멋지긴 하네요. 탈 일은 없을 것 같지만.ㅎㅎ

근데 이미지가 얼핏 하늘인가 바다인가 했는데.. 자세히보니 드림팩토리 건물이군요. ^^

마노아 2009-02-25 00:59   좋아요 0 | URL
'관용의 아이콘'이라굽쇼? 어쩐지 우주 언어 같아요.
궁합은 유부남과...ㅎㅎㅎ
레이싱카, 멋져요! 저처럼 타보기는 힘들어도 기분은 좋은 차네요^^
헤헷, 저 이미지는 드림팩토리 직공님이 직접 찍은 사진인데 예뻐서 제가 업어왔어요. 시원하지요~
 
끝없는 벌판
응웬옥뜨 지음, 하재홍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베트남에 대한 자료를 찾을 때 제일 많이 눈에 띄는 것은 '베트남 전쟁'이었다. 그 다음은 '베트남어'. 

내가 알고 싶었던 건 베트남 사람들의 '삶'이었다. 잠시 여행 가서 들여다보는 것 말고,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래서 문학을 찾아보았고, 그때 이 책을 알게 되었다. 200쪽도 되지 않는 비교적 짧은 이 소설, 베트남을 '응웬옥뜨' 열풍으로 가득 채웠다는 찬사가 잔뜩 담겨 있다. 뚜껑은 열어보아야 알지, 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이 소설. 흔히 얘기하는 뚜렷한 기승전결의 구도도 아닌, 시점조차도 1인칭 시점과 전지적 작가 시점이 왔다 갔다 하는, 소설인데 시 같고, 시인데 산문같기도 한 이 소설은, 갖고 있는 많은 장점들 중에서도 으뜸으로 '마음'을 울린다는 점에서 쏟아지던 찬사가 과장이 아님을 인정하게 했다. 이 소설, 참 아프다. 

메콩 강을 둥둥 떠가는 거룻배. 가로 2미터, 세로 3미터에 불과한 이 작은 배에 아버지와, 이제 18세 된 누이와, 17세 된 남동생이 함께 타고 있다. 이들은 오리를 키우며 강가를 떠돌지만 쌀 한톨도 구하기 힘든 극심한 가난 속에서 오리를 팔며 생계를 유지하긴 힘들었다. 그리고 그 지독한 가난은 이들의 것만이 아닌, 그곳 메콩 강가에 사는 모든 이들의 체험이고 삶이고 운명이었다. 그 '가난'이 이 작품에 깔려 있는 배경이자 사건들의 이유, 그네들 슬픔의 원천이었다.  

어느 나라인들 가난하지 않은 국민이 있겠냐마는, 그곳 가난한 처녀들이 우리나라 시골 노총각들에게 시집 와 기구하게 사는 이야기들을 지금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우리는, 그네들의 처연한 삶이 남일 같지 않다. 더군다나 분단의 아픔과 전쟁의 비극을 함께 겪었던 비슷한 역사를 가진 공통성을 생각하니 더욱 그렇다.  

작품은 거의 대부분 누나의 입장에서 서술된다. 한 살 터울의 남동생은 아홉살 때부터 눈물이 멎지 않는 병에 걸렸다. 아이가 눈물이 멎지 않게 된 건 어떤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었다. 옷감 장수가 마을에 들어왔고, 엄마는 유난히 화려하고 반짝거리던 옷을 맘에 들어했고, 그 옷 한 벌의 대가로 아버지가 없는 사이 옷장수와 몸을 섞었다. 아이들이 집을 비웠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들은 집에 있었고, 현장을 목격한다. 그때부터, 남동생은 눈물이 멎지 않는 아이가 되었고, 그 사실을 엄마에게 밝히자 엄마는 그 길로 집을 나가버렸다. 그리고, 그후로 아버지는 돌변한다. 마치 '여자'라는 종족에게 원한이 서린 것처럼 무수히 많은 여자들을 옆자리에 앉혔고, 아무렇지 않게 버렸고, 그들에게 상처와 모욕을 주었다. 그렇게 아버지가 망가져가는 모습을 십 년 가까이 보고서 성장한 아이들은 그들 나름의 상처를 끌어안느라 온통 만신창이가 되었다.  

작품 속에서는 그렇게 집을 나간 엄마뿐 아니라 그 비슷한 많은 여자들이 등장하지만, 그들 누구에게도(심지어 이 무정한 아버지에게조차도) 윤리적인 비난을 던지지 않는다. 아이들 또한 마찬가지다. 두려움과 연민이 공존하지만 그것을 원한으로, 원망으로, 저주로 바꾸지 않는다. 슬픔을 분노로 바꾸는 방법 따위도 아이들은 알지 못하는 것이다.  

아버지가 유혹해서 꼬드긴 그 여자들도 가정이 있었고, 자식이 있었다. 그 모든 걸 다 내던지고 따라오던 여자들을 버리고, 욕하고, 모욕주고, 상처를 주어서 내치는 아버지 역시 가슴 속에 깊은 상처가 있다. 그 상처는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되물림이 된다. 아이들은 몸은 자라지만 내적인 성숙을 함께 갖추지 못했고, 위기의 순간에 도움을 청하는 방법조차도 깨닫지 못했다.  

그 무심한 아버지가 달라지기 시작한 건 아버지로 인해 또 다시 내쳐진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된 아들이 그 여자를 찾아 떠나면서부터였다.  딸과 단 둘뿐이라는 것. 그 딸도 자신을 떠날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이 아버지에게도 스며들었을 것이다.  

저 가난한 삶에, 남편과 자식을 버리는 어미, 아비만 나오겠는가. 저 가난하고 신산한 삶 속에서 배우지 못하고 일을 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청춘들은 얼마나 고약하게 망가질 것인가. 그런 환경에서 예쁘기만 하고 나약한 이 처녀가 자신을 지킬 방법이라는 건 대체 어디에 있을까.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비참한 결과가 무수히 따라나오는 순간이다.  

겁탈의 끔찍한 순간이 지나가고, 자신 안에 들어선 물컹한 무언가가 아기로 변하게 될까 봐 처녀 아이는 눈물을 떨군다. 그런데, 다음 순간 이 아이가 상상하는 앞날이란 독자를 당황시킨다.  

   
 

 세상에, 내가 아이를 낳을 수도 있어. 비록 잔인한 일이긴 하지만 녀석은 그것을 감수해야 한다(녀석에게는 고난을 감수하는 것 자체가 몸에 익은 습관이었다). 

그래, 아이 이름은 반드시 뜨엉이나 녀, 또는 지우, 혹은 쑤엔, 흐엉......으로 지어야지. 아빠 없는 아이지만 반드시 학교를 다니게 할 거야. 아이가 한평생 즐겁고 생기발랄하게 살 수 있도록 보살펴줘야지. 엄마의 가르침으로, 때때로 어른들의 잘못도 용서할 줄 아는, 속 깊은 아이로 키워볼 거야.

 
   


그 지독한 현실 앞에서 눈물 떨구며 주저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는 다음 순간을 준비한다. '고난'이 몸에 익어서 습관이 되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어디서 그런 용기와 희망을 배웠는지 태어날(만약 태어난다면!) 아이에게는 다른 인생을 살 수 있게 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 어떤 지독한 가난도, 그 어떤 가혹한 운명도 파괴할 수 없을 듯한 모성을, 생명력을 이미 지닌 채로 말이다.  

이 정도의 각오가 그네들의 참혹한 현실을 버티게 해 줄 '희망'으로 읽히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 애잔한 삶에 조용한 응원을 보내게 되는 미소를 짓게 한다. 그들이 살고 있는 그 '끝없는 벌판'에도 어김 없이 다가올 인생의 어떤 따뜻한 순간을 상상해 보면서 말이다.  

이 작품은 베트남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지만 정부 당국은 희망의 전형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미풍양속을 헤쳤다고, 작가의 도덕, 정신적 교육을 운운하기까지 했다. 이 책이 그곳에서 최고의 작품상을 받으면서 그런 움직임들은 죽어버렸지만, 작품이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만으로 제재를 받고 검열을 받는 그 현실이 어쩐지 남의 일 같지 않아서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황석영 작가의 '바리데기'를 언뜻 떠올리게 하는 구조, 그러나 그보다 더 담담하고 보다 가슴을 저미는 구석이 있다. 한 소녀의 성장기, 혹은 보편적으로 가난한 어느 민중의 처연한 삶의 이야기로 읽어도 무방하겠다. 내가 만난 첫번째 베트남 문학, 반갑고 아프다. 

덧글)번역이 정말 훌륭하다. 메콩 강가의 그 방언을 옮길 수 없기에 표준어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분위기를 올곧이 옮겨왔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번역을 제2의 창작이라고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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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터 : 라스트 미션 - Transporter 3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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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스태덤은 뱅크잡으로 처음 만났다. 목소리가 좀 별로지만 은근히 멋이 나는 배우였다. 대머리가 될 상임에도 불구하고 눈길이 갈 정도니까. ^^ 

트랜스포터 3. 1편과 2편을 보지 못했지만 내용 연결에 전혀 지장이 없다고 하고,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워낙 자세히 일러주어서 따라가지 못할 게 전혀 없었다. 문제는,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게 거의 다라는 것! 

액션 영화라서 그렇다기 보다는, 영화 자체의 준비가 부족한 듯 보였다. 멋진 남자배우의 멋진 액션이 끝이었으니까. 

근육이 훌륭한 편이지만, 제이슨은 양복 입었을 때가 가장 근사했다. 

그 자신도 이 작품 속에선 양복을 '유니폼'으로 사용하는데 그의 검은 차와 함께 상징처럼 사용된다.  

전문 배달부 프랭크. 그가 배달하는 것은 사람이 되기도 하고 물건이 되기도 하는데, 무엇을 배달하는지 알려하지 않고, 누구에게 가는지, 누가 맡기는 건지 알지 않는 철저한 익명성 등으로 유명했다.  

전직 특수부대 출신의 이 미스터리한 남자는, 그런데 피할 수 없이 자신의 룰을 어기면서 일을 진행시킨다. 3편에선 어처구니 없게 폭탄이 장착된 팔찌를 차게 되면서 본의 아니게 배달 일을 맡게 된다. 당연히 목숨 여러 번 내놓으면서.  

자신이 배달해야 하는 것은 어떤 여자였다. 약간 정신 나가 보이는...-_-;;;; 

게다가 미모롭지도 않았으니, 관객은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난감했다는 후문이 있다. 

주근깨가 온통 얼굴을 덮고 있었는데 왜 메이크업으로 가리지 않았을까 싶다.  

죽을 날이 곧 닥쳐올 거라고 예상하고 정신줄 완전히 놓는 여인네로 나오는데, 프랭크가 거기에 응해준 게 너무 마음에 안 들었다.  

여자한테 무심한 프로로 나왔으면 더 매력적이었을 텐데 말이다.  

이 영화 보고 나서 1편과 2편도 보았는데, 1편엔 서기가 나오면서 역시나 애정물이 되어버렸고, 2편에선 유괴된 어린 아이 찾아오는 이야기였는데, 여자가 있긴 했지만 별다른 로맨스 없이 지나갔다. 개인적으론 2편이 제일 재밌었고, 아무래도 액션은 최근작인 3편이 가장 빼어났다.  

영화의 내용은 깊게 파고들면 짜증이 날 수 있으므로, 관람 포인트는 프랭크의 신들린 운전 기술과 멋드러진 차의 외형, 그리고 프랭크의 찰진 근육과 말은 안 되지만 일단 멋진 액션 정도? 여자주인공은 뇌리에서 지워버리길! 레드 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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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2-24 0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성관객들도 고려해서 그런 것 아닐까용 ^-^

마노아 2009-02-24 10:41   좋아요 0 | URL
1편의 서기는 남성관객들을 위한 출연이란 느낌이 드는데, 3편의 저 배우는 약해요, 약해...;;;
게다가 둘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너무 허술해요. ;;;

전호인 2009-02-24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글쎄요. 액션영화에 멜로를 결합해야 하는 이유가 있겠지요. 지나친 남성위주의 영화로 기울다보면 관객들에게 외면 받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

마노아 2009-02-24 10:42   좋아요 0 | URL
액션 영화에 멜로도 자연스러워야지요. 이 영화는 공식대로 끼워맞추기만 했단 느낌이에요. 미션임파서블2가 1이나 3에 비해 엉망이었다고 느껴지는 딱 그 느낌이었어요.

다락방 2009-02-24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
마노아님. 너무 재밌어요. 특히 이 부분.

[자신이 배달해야 하는 것은 어떤 여자였다. 약간 정신 나가 보이는...-_-;;;; ]

아, 완전 웃었어요.

재이슨 스태덤은 제 이상형, 제 완소배우. 완전 짱 좋아라 하는 배우.
저는 감독의 최고는 구스 반 산트, 남자 배우 혹은 남성의 최고는 재이슨 스태덤이라고 생각해요. ^^v
사랑해요, 재이슨 스태덤!



(음...에드워드를...어떡하지? orz)


마노아 2009-02-24 13:52   좋아요 0 | URL
어머, 에드워드가 밀릴 만큼 좋아하는 거였어요? 호곡!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영화로 굿윌 헌팅 말고는 본 게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밀크'는 개봉하면 보려고 해요. 아직 안 한 거 맞죠?
트랜스 포터3의 여주인공은 너무 비호감이었어요. 아니, 어떻게 저런 여자한테 빠질 수가 있죠?
재이슨도 감독님이 미웠을지도 몰라요.ㅎㅎㅎ
 


휴대전화 영토확장의 주인공, USIM [제 880 호/2009-02-23]


010으로 시작되는 3세대 휴대전화를 새로 구입하면 배터리 외에 손톱만 한 크기의 카드를 하나 더 구입해야 한다. 이 카드의 이름은 USIM. ‘Universal Subscriber Identity Module’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우리말로 하면 ‘범용가입자인증모듈’이라는 다소 긴 단어로 번역된다. 이 카드는 휴대전화 뒷면 배터리 옆에 장착하게끔 되어 있다.

‘범용가입자인증모듈’이라고 하면 무슨 소린지 알쏭달쏭하지만 이 카드는 쉽게 설명하면 아무 휴대전화에나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메모리카드다. 이 카드 안에는 가입자의 고유번호인 ESN(Electronic Serial Number)을 비롯해 비밀번호 등 서비스 개통에 필요한 정보가 모두 들어 있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휴대전화를 갖고 있지 않다고 해도 이 카드만 가지고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어떤 휴대전화에나 붙여서 자신의 휴대전화처럼 쓸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해외 출장을 갔을 때도 현지에서 휴대전화를 하나 빌려 자신의 USIM 카드를 붙이기만 하면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USIM 카드에 저장된 전화번호는 별도의 번거로운 절차 없이 새 휴대전화에서 바로 불러서 사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USIM 카드는 은행 공인인증서, 교통카드 기능 등을 모두 넣을 수 있어서 휴대전화의 기능은 물론, 회사 출입카드나 신용카드의 기능까지도 한다. 말 그대로 ‘만능의 카드’인 셈이다. 또한 이 카드는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복제폰’ 문제도 방지할 수 있다. USIM 카드는 복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USIM 카드의 중요한 장점 중 하나는 통신사업자에 상관없이 어떤 휴대전화에나 사용이 가능한 ‘범용’이라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통신사업자에 상관없이 쉽게 휴대전화를 바꿀 수 있게 된다. 즉, 시장의 중심이 공급자에서 소비자로 이동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한때 이동통신사들은 USIM 카드의 잠금장치 해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카드의 장점이 워낙 많기 때문에 이동통신사의 입장에서도 무조건 반대만 할 수는 없었다. 결국 2008년 7월, USIM 카드의 호환이 가능한 범용 휴대전화 단말기가 출시되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소비자의 마음대로 매월 이동통신사를 달리해가며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해진 셈이다.

사실 유럽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USIM 카드와 유사한 SIM(Subscriber Identity Module) 카드를 사용해 왔다. 유럽은 우리와는 달리 여러 나라가 국경을 맞대고 있기 때문에 국경을 넘나들며 비즈니스를 하거나 거주하는 사람이 많았다. 예를 들면 벨기에에 살면서 프랑스의 회사로 출퇴근하거나 스웨덴과 덴마크를 오가며 사업을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국경을 오가며 사업하는 사람의 경우는 국가별로 다른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니거나 국경을 넘을 때마다 별도의 해외 로밍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SIM 카드 방식을 사용하면서 이런 불편함은 많이 해소되었다. 국가별 또는 휴대전화 사업자별로 SIM 카드를 구매해 두었다가 국경을 넘을 때 SIM 카드만 바꾸어 끼우면 한 대의 휴대전화를 계속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별도의 로밍 비용이 들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이러한 지리적 특수성 때문에 SIM 카드는 유럽에서는 일찌감치 정착되었다.

USIM 카드를 사용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비스에 필요한 모든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에 이 카드를 잃어버리면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것 이상으로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도난 자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고객정보가 조그만 카드에 모두 들어 있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USIM 카드의 잠금(lock) 기능은 아주 중요하다. 잠금을 설정해놓으면 암호를 입력하기 전에는 카드에 저장된 내용을 전혀 볼 수 없고 내용을 바꿀 수도 없다. 그래서 사용자가 정해놓은 횟수(보통 3회) 이상으로 틀린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USIM 카드는 모든 입출력 기능을 스스로 파괴하도록 설정되어 있다. 만약 비밀번호를 잃어버리면 주인이라고 해도 큰 낭패를 보게 되는 셈이다.

최근 이동통신사들은 시중은행, 금융결제원과 협력하여 뱅킹서비스인 ‘유비터치(UbiTouch)’를 선보이며 USIM 카드의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 USIM 카드에 여러 은행의 계좌정보를 발급받으면, 현금인출기에서 계좌이체 및 잔액조회 등이 가능하고 교통카드로도 쓸 수 있다. 예전에도 은행 서비스가 가능한 휴대전화나 교통카드 기능을 하는 휴대전화가 있었지만 모든 은행의 서비스가 휴대전화 한 대로 가능하게 된 것은 USIM 카드가 선보이면서부터다.

USIM 카드의 메모리 용량은 144KB로 아주 작게 느껴지지만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개발하여 본격적인 PC 시대를 연 애플 컴퓨터의 64 KB 메모리보다 2배 이상 크다. 64KB 메모리에 컴퓨터를 구동할 수 있는 운영체제와 프로그램, 데이터가 모두 탑재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144KB로도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많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국민 대다수가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 전화를 단순히 통화의 수단으로만 사용하기에는 아까운 측면이 있다. 또 이동통신사의 입장에서는 이미 고객의 수가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새로운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나 서비스를 계속 발굴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필요와 요구 사항들이 맞물려서 한때 USIM 카드의 도입을 꺼리던 이동통신사들은 USIM 카드의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앞으로 USIM을 이종산업과의 통합을 위한 허브이자 휴대전화의 브레인 역할을 하도록 발전시킨다는 것이 이동통신사들의 구상이다.

ID카드, 전자화폐, 전자통장, 전자티켓, 모바일 인증서, 글로벌 결제서비스, 방송, 멤버십, 예약 등 이동통신사들이 개발하고 있는 대부분의 부가서비스 핵심에는 USIM 카드의 존재가 있다. USIM 카드가 활성화되면 지갑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수많은 신용카드와 회원카드가 필요 없어지게 되는 셈이다. 이를 위해서 144KB라는 기존 USIM의 메모리 용량을 늘리기 위한 고집적(HD) USIM 연구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장기적으로 USIM 카드는 근거리 통신이나 결재, 무선인식(RFID) 등과 결합해서 모바일 오피스, 전자책, 모바일 게임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즉, 통신이나 금융 중심 서비스에서 콘텐츠 및 어플리케이션의 중심축으로 그 영역이 넓혀진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한 개의 USIM에서 복수의 플랫폼 사용이 가능한 플랫폼 독립적인 휴대전화도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한 대의 휴대전화에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즈, 맥 OS, 리눅스 등 다양한 운영체제를 설치해두고 필요에 따라 적당한 운영체제로 변경해서 사용하는 방식도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가까운 미래에 USIM의 저장공간이 커져서 사용자의 다양한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면 USIM은 다른 기술이 넘보기 어려운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글 : 이식 박사(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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