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엔 너야 비룡소의 그림동화 61
에른스트 얀들 지음, 노르만 융에 그림, 박상순 옮김 / 비룡소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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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스름한 방에 어딘가 고장이 난 친구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방안에서 새어나오는 밝은 빛은 호기심과 긴장감을 함께 만들어낸다.

문이 열리고 하나가 나왔어.
앉아 있던 녀석들이 몸을 뒤로 젖히면서 바짝 긴장을 하네.
천장에 달려 있던 전등마저 이녀석들 따라 뒤로 몸을 젖히네.

대기 중이던 또 다른 한 친구가 들어갔어.
테엽을 감는 녀석인데 어쩐지 뒤뚱거리는 모습이야.
천장의 전등도 궁금한지 문쪽으로 몸체가 기울어 버렸어.
앉아 있는 곰 친구의 걱정스런 눈초리가 보이니?

넷이 남은 가운데 펭귄 친구가 방에서 나오는 거야.
그런데 상태가 아주 좋아졌지? 태엽감는 손잡이도 새로 생기고.
그렇지만 다음 차례가 된 외발 새는 표정이 아주 망가져 있어.
두렵고 무서운 거지. 아직 차례가 먼 개구리와 피노키오 녀석은 별 생각이 없어 보이네.

이번엔 외발 새 차례야.
천장에 달려 있는 전등도 드나드는 친구들 따라 자꾸 왔다갔다 하네.
녀석도 걱정스런 모양인가 봐.
대체 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제 셋이 남았어. 천장의 전등은 모처럼 똑바로 서 있고 아무 말도 없는 가운데 긴장감만이 도도히 흐르고 있지.
불빛이 새어나오는 저 방안에선 누가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문이 열리고 하나가 나왔어. 두 발을 제대로 달고서 나왔네.
이제 어딜 가든 기우뚱 거리지 않을 것 같아.
이렇게 곰, 개구리, 그리고 피노키오까지 순서가 다가오겠지?
맨 마지막에는 저 방의 정체도 등장한단다.
바짝 긴장해야 해. 왜냐하면......

다음엔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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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2-25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넘 귀여워요

마노아 2009-02-25 17:28   좋아요 0 | URL
그림도 앙증맞아요. ^^

순오기 2009-03-01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사랑스럽네요. 이 작가의 다른 책을 하나 본 거 같은데 제목이 떠오르지 않아요.ㅜㅜ

마노아 2009-03-01 15:56   좋아요 0 | URL
'아래로 아래로'가 아닐까요? 중고샵에서 보았는데 사진 않았어요. ^^;;
 


집도 내복을 꼼꼼히 챙겨입어요~ [제 881 호/2009-02-25]


휴일 늘어지게 잠이나 자려던 건축씨의 계획은 겨울채비를 위해 문풍지를 바르라는 아내의 요구에 보기 좋게 무산되었다. 이때 TV를 보던 아들 녀석의 질문이 반갑기만 하다.

“아빠~ 녹색성장이 뭐예요?”
“그건 말이다. 지구온난화란 말 들어봤지? 우리가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를 너무 많이 사용해서 지구를 덮고 있는 이불이 두꺼워져 지구가 더워지고, 때문에 여러 가지 기상이변으로….”

아들 녀석이 그쯤은 다 안다는 듯 아빠의 말을 가로막으며,
“에이, 그거 이산화탄소 때문이라는 거쯤은 다 알아요.”
“그래, 그 이산화탄소의 사용량을 줄여서 지구도 살리고 그곳에 사는 우리도 안전하게 살자는 거지. 그게 녹색성장이란다.”
“그럼~ 제일 먼저 자동차를 없애야 하겠네요.”

아들 녀석의 재빠른 응수에 건축씨는,
“음, 사람들이 이산화탄소하면 자동차를 떠올리는데 말이다. 에버하드 조헴(Eberhard K.jochem)이라는 학자가 연구한 바에 의하면 배출되는 온실가스 중 거의 35%는 건축물에서 나온다는구나. 그러니 건축물을 잘 짓고 관리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단다.”

이때 따가운 아내의 눈초리가 느껴진 건축씨는 슬며시 아들 녀석을 데리고 창가로 데려가서 계속 이야기를 이어간다.
“아들아, 그래서 문풍지를 발라서 찬 공기가 집안으로 새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서 연료사용을 줄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단다.”

우리 몸도 체온유지를 위해 많은 양의 칼로리를 소비하는 것처럼, 건축물도 마찬가지야. 건물이 외부의 온도에 영향을 적게 받게 하는 것이 에너지절약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할 수 있지. 즉, 건물 외부의 차갑거나 더운 공기가 내부로 유입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것이 바로 단열(斷熱)이란다. 그렇다면 건물의 열손실은 어디가 가장 많을까? 천정에서 약 40%, 바닥에서 36%, 벽에서 14% 정도이며 문이나 창에서 10% 정도란다. 열이 손실되는 이유는 열의 전도를 통한 열관류가 발생하기 때문이야. 열관류란 열에너지가 고체를 통해 공기에서 공기로 전해지는 것을 뜻하는 거란다. 그래서 건물을 지을 때는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단열재라는 내복을 입혀둔단다. 여기서 건물 단열재의 기능은 열관류를 방해하여 외부에서 전도된 열에너지를 내부로 통과시키는 시간을 지연시키거나 최소화해서 외부환경의 변화에 대해 내부 환경이 덜 민감해지도록 하자는 목적인 거지.”




이야기를 듣던 건축씨의 아들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두 눈을 반짝이면서 건축씨에게 물어본다.

“그럼, 아빠. 건물의 지붕에서 가장 열이 잘 새어나간다는 거네요?”
“그렇단다. 단열재는 천정ㆍ벽ㆍ바닥 등 집의 벽체가 외부에 닿는 모든 부분에 설치하는데, 에너지 손실이 가장 큰 부분은 건물의 머리에 해당하는 지붕이란다. 그래서 지붕과 천장에는 가장 두꺼운 단열재를 사용하고, 또한 단열재의 두께는 지역의 기후특성을 고려하여 다른 기준이 적용되지. 그 위치는 벽체와 벽체 사이(내단열) 혹은 벽체 외부(외단열)에 설치할 수 있고 벽과 벽 사이를 띄워서 공기가 단열재의 역할을 하기도 한단다.”

이 말을 들은 아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토를 하나 붙인다.
“아, 그건 마치 에어메리 내복 같은 거네요? 저번에 엄마가 사 주었는데 아주 따뜻했어요.”
“그래, 우리 아들 정말 똑똑하구나!”
아들의 영특한 대답에 건축씨는 문풍지 바르는 일은 뒷전이다. 그러자 보다 못한 아내가 창으로 다가오더니 건축씨를 한 번 째려보고는 손에서 문풍지를 빼앗아 붙인다.

“하지만 아들아, 가끔 너 아무리 두꺼운 옷을 입고, 내복을 입어도 머플러를 안 하면, 목에 바람이 들어와서 감기 걸리고 그러지 않니?”
“네에, 엄마.”
“집도 마찬가지란다. 이제 마저 설명해요, 여보.”
아내의 눈치를 보던 건축씨는 신나게 아들에게 다시 설명을 시작한다.

“단열재로 건물에 꼼꼼히 내복을 입히지 않으면 열손실에 의한 에너지 사용량만 증가하는 것이 아니란다. 단열이 뚫린 틈으로 열교(thermal bridge) 현상이 발생하여 벽 모서리에 곰팡이가 생겨 실내환경을 나쁘게 하기도 하지. 또한 이렇게 생긴 곰팡이 등은 제거하기도 어려워.”

이야기를 듣던 아들은 팔짱을 끼고서는 뭔가를 아는 듯 모르는 듯 표정을 짓는다.
“근데, 아빠. 온통 유리창으로 된 건물이 있잖아요. 거기에는 내복을 어떻게 입혀요?”
그 말에 문풍지를 바르던 아내도 이내 궁금한지 한쪽 귀를 건축씨 쪽으로 열어놓는다.
“그런 건물들은 보통 커튼월(Curtain wall) 건물이라고 하지. 근데, 그 건물도 역시 내복을 입는단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내복을 말이야.”




“커튼월로 된 건물들은 단열을 위해 보통 복층유리(Pair Glass)를 쓰는데, 유리 두 판을 사용해 그 사이에 공기층을 두어 단열을 한단다. 그러나 이도 충분하지 않아 복층 유리와 복층 유리 사이에 다시 공간을 두어 단열을 하는 경우가 있지. 이를 보통 이중외피(Double Skin)이라고 하는데, 이는 단열뿐만 아니라 내부공간의 쾌적성을 유지하는 데에도 큰 효과가 있어 현재 많은 건축물에 적용되고 있어. 얼마 전에 다녀온 고양 아람누리 도서관 서쪽에도 이중외피 커튼월 시스템을 사용했지.”

이제야 아들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엄마를 도와서 문풍지를 바르기 시작한다. 아들의 행동에 건축씨는 적잖이 당황을 한다.

“아빠 말을 들었으면 무슨 반응을 보여야지? 갑자기 왜 그러니?”
그 말에 아들은 아버지를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한마디 던진다.
“그렇게 잘 알면서 아빠는 왜 딴 짓 하면서 문풍지를 바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역시 말보다는 행동이죠. 그렇죠? 엄마.”
아들의 말에 건축씨는 말없이 가족과 함께 열심히 문풍지를 바르기 시작했다.

글 : 이재인 박사(어린이건축교실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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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의 반품을 접수하기 위하여 09:00~12:00에 방문 예정입니다.  

느무 친절한 사가와 택배 기사님 되시겠다. 

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보이는 인상인데, 엄청 씩씩하고 인사성 좋다.  

보통은 택배 상자 문 안쪽에 넣어놓고 가시기 바쁜데 꼭 사람 나와볼 때까지 기다린다.  

처음 우리집 올 때(지난 주였다.) 8시 전에 한 통화, 9시 전에 한 통화를 하고서 9시 반쯤 도착. 

오자마자 너무 급하다고 화장실부터 쓰신 기연이 있다. ㅋㅋㅋ 

그런데, 지금 새벽 한 시가 넘은 시간에 문자는 너무 오버라는 거지! 

알라딘 문자 시스템은 새벽 시간에는 중고샵 주문이 들어와도 다음날 아침으로 밀리는 편인데, 방금 이 문자는 개인 휴대폰으로 보낸 거라서 그런 걸까? 예약 걸어놓은 게 실수로 이 시간에 들어온 걸까, 아니면 문자 시스템의 오류일까. 

아무튼, 깨어 있기 망정이지 아니라면 인상 좀 쓸 뻔 했다.  

개인 판매자에게 주문한 책이 주문 일주일 만에 도착한 게 지난 주 금요일. 열어보니 엄청 심각한 상태에 결정적으로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전권 반품 신청하고 반품 책 받아가는 건 이번 주 수요일.  

휴우, 힘들구나. 예치금 돌려받기까지는 또 얼마나 걸릴까나.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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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2-25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하루는 검은 바탕 흰글씨, 피곤해도 버티자. 제길슨!

코코죠 2009-02-25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자마자 너무 급하다고 화장실부터 쓰신 기연이 있다. ㅋㅋㅋ

에서 빵 터졌어요
아아 우리 마노아님 일상은 왜 이리 시트콤인가요!!! 방향치 마노아님이 주인공이라 그런가요!

마노아 2009-02-25 10:29   좋아요 0 | URL
오옷, 그건 연결시켜보지 못한 이유군요. 아, 차마 옮기지 못한 길치 사연은 너무 많아요. 그거 다 옮기면 알라딘 공식 바보가 될 것 같아서 자제하고 있어요. 내 일상의 시트콤은 길치에서 비롯된 것이었어요!(>_<)

하늘바람 2009-02-25 0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제 밤 12시 전화받았답니다. 문앞에 놓고갔다고요

마노아 2009-02-25 10:30   좋아요 0 | URL
그 시간까지 수고하시다니 노고에 안쓰러움을 느껴요. 근데 타이밍 센스는 정말 아니에요ㅠ.ㅠ

행복희망꿈 2009-02-25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미있으면서도 황당하네요.
문자도 정말 예의를 지켰으면 좋겠네요.

마노아 2009-02-25 10:31   좋아요 0 | URL
근데 쇼핑몰 하는 울 언니를 지켜보니까, 새벽에 문자 보내서 물건 언제 오냐고, 좀 더 깎아줄 수 없냐고, 이런 문자가 막 온다니까요. 대따 황당해요.;;;

전호인 2009-02-25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일에 열정이 있으신 분일까요?

마노아 2009-02-25 10:31   좋아요 0 | URL
열정이 커서 시간을 잊어버렸나봐요. ㅎㅎㅎ

건조기후 2009-02-25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우리집에 오시는 사가와택배 아저씨도 굉장히 밝고 좋으세요.
낮엔 집에 거의 혼자 있는데 집전화를 귀찮아서 안받을 때가 많거든요.
사가와 아저씨는 어찌나 센스가 있는지.. 전화 한 번 안받았더니 다음부턴 폰으로도 전화 안하고 그냥 오세요.ㅋㅋㅋ
저두 오늘 하루 검은바탕~ㅠ

마노아 2009-02-25 11:39   좋아요 0 | URL
저 아저씨도 첫날은 모두 집전화로 걸었어요. 집전화로 오는 전화는 모두 엄니 전화여서 엄니가 두 번 다 받았는데, 이 양반은 왜 이리 자주 전화한다냐? 하셨어요.ㅎㅎㅎ 검은 바탕의 릴레이...크흑...ㅜ.ㅜ

진주 2009-02-25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머~그 택배 기사님 넘 구여버욤~~ㅋㅋ
특히, 화장실 건..ㅋㅋ(귀여움 도를 넘치니 한밤중의 문자 실수는 걍 눈감아준다 ㅋ)

마노아 2009-02-25 12:29   좋아요 0 | URL
너무 급해서 전화도 한 시간 간격으로 두 번 하고 오셨나봐욤^^ㅎㅎㅎ
이따 오시면 어제 왜 그랬냐고 물어볼까봐요. 진짜 궁금하거든요.ㅎㅎㅎ

무스탕 2009-02-25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동네 친절 사가와 아저씨가 그만두시고 다른 아저씨가 오신지 3달정도 된것 같은데 이 아저씨는 아직 눈치를 못채셨어요. 울 집이랑 옆집의 관계를요. ㅎㅎ
전의 아저씨는 울집 비어있으면 옆집에 놓고 가셨는데 지금 아저씨는 집이 비어 있으면 경비실에 맡기세요.
2~3번 전화통화로 옆집에 가신적이 있는데도 이러네요? 눈치가 슬쩍 부족하신 분 같다는.. ^^

마노아 2009-02-25 17:29   좋아요 0 | URL
아마 앞으로도 계속 모르실 거예요. 넌지시 다음 번엔 알려주세요. 경비실보다는 기꺼이 맡기시지 않을까요. ^^ㅎㅎ
 
마린보이 - Marine bo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알라딘 시사회 당첨으로 보고 온 영화다. 이 날은 개인적인 일로 감정이 온통 물러버려서 툭 치기만 해도 바로 눈물이 뚜둑 떨어지던 날이었다. 그런 날에 보기엔 전혀 적당하지 않은 영화였지만, 기왕에 당첨되었으니 보고 오자며 대한극장으로 고고씽. 영화보다도 극장을 더 맘에 들어했다는 후문이 있다.(개인적으로 대한극장을 사랑한다.) 

사실 난 주연배우 김강우가 굉장히 약하다고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박시연도 임팩트가 강한 배우가 아니었고, 배우만 생각한다면 조재현 외에는 봐줄 게 없다고 생각했다.(영화 보고 나서도 그 생각엔 크게 변함이 없다. 쿨럭!) 

이 영화는 관전 포인트를 김강우의 다부진 몸매와 박시연의 섹시함에만 초점을 맞추었는데, 그거 외에는 그닥 내세울 게 없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저 근육 만드느라 몹시 고생했겠단 생각이 들었지만, 멋진 몸매 보여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멋진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 점에 있어서 이 영화는 너무, 허술했다. 

주인공 김강우는 수영 강사다. 도박으로 크게 한 몫 잡아서 필리핀의 멋진 섬으로 날아가 놀고 먹고 천국처럼 지내는 게 꿈이었는데, 마지막 한 판에서 밑천 다 날릴 뿐 아니라 사채 빚까지 썼으니, 오호 통재라~  

그 빚을 다 갚아주는 대신 심부름 하나 하라고 조재현이 내킨 카드가 바로 '마린 보이'다. 

마약을 신체에 미리 넣어서 무사히 일본으로부터 옮기는 것인데, 여태까지 마린보이가 살아남은 적이 없다고 한다. 비닐에 싸서 실에 꿴 것을 일일이 먹어서 나중에 토해 내기. 혹은 항문에 끼어서 운반하기 등등의 방법이 있는데 모두 부작용이 심했고, 결정적으로 사람이 다 죽었단든 것. 김강우로서는 달리 다른 방법이 없는 까닭에 여기에 응할 수밖에 없었는데, 조재현을 잡으려고 하는 경찰 쪽의 이중 스파이 노릇까지 하게 된다. 

제작진은 나름대로 반전에 반전을 준비한 시나리오인 듯한데 많이 부족했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에 긴박감도 없고, 마지막에 가선 완전 코미디로 전향해버리는, 실로 우스운 영화였다.  




대체 조재현이 왜 여기에 출연했을까 싶은 '아까움'이 가득했고, 다만 박시연은 연기력이 좀 나아진 듯 보였다. 클럽에서 노래 부를 때 직접 부른 건지 립싱크인지 모르겠는데, 그 노래 참 분위기 있고 좋더라. 박시연은 중국에서 먼저 데뷔를 했는데, 나의 사랑 초은준의 부인으로 나와서 한국에서 알려지기 전부터 눈길을 끌었던 배우다. 심지어 전에 여의도에 갔다가 박시연 인터뷰 때문에 지나가지 못하게 스텝이 붙잡아서 실랑이 벌였던 에피스드도 있다.ㅎㅎ 

암튼, 박시연은 '퇴폐적인' 분위기가 제법 잘 어울렸는데, 그것도 미모가 따라주니 가능한 게 아닐까 싶다. 

영화는 지들끼리 치고 받고 싸우다가 죽을 사람은 죽고 살 사람은 다 살아남는데, 몹시 '불의한' 결말을 끌어내어서 심사가 불편했었다. 

그러니까 전에도 한 번 얘기했지만, '범죄의 재구성'에서 그 주인공들이 또 다시 사기치면서 '신나게' 살며 마치 해피 엔딩인 척하는 그런 결말 말이다. 사람 잡고, 사람 죽인, 사람 망치는 저 마약으로 환상의 섬에서 호의호식하는 주인공이라... 이건 사행심을 조장시키고 일확천금을 강요하는, 퇴폐적인 결말이 아닌가. (영화 '작전'의 결말도 비슷하다. 무척 맘에 안 드는 요즘 영화들의 엔딩 추세다!) 

'재미'를 위해서, 나름의 '전개'를 위해서 그렇게 마무리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여간 씁쓸한 게 아니었다. 아주 신나게 재밌던 것도 아니었는데, 이렇게 '부도덕한' 결말은 지양했으면 한다. 설령 노파심이라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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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9-02-25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의 영화에 대한 식견에 동의합니다. 저는 마린보이, 마약, 섹스 등과 관련한 소재의 진부함에 이 영화는 힘들겠다라는 선입견까지 있었습니다. 다만, 작전은 영화 최초(?)로 주식을 소재로 했고 제가 주식과 많은 관계가 있었기에 꼭 보고싶어 본 영화였답니다. 나름 탄탄한 소재와 짜임새 있는 구성이 좋았고, 주식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했던 영화였습니다. 주관에 따라 감흥은 다르겠지만요. ㅎㅎ ^*^

마노아 2009-02-25 11:41   좋아요 0 | URL
영화 작전은 재밌게 보았어요. 마린보이하고는 격이 좀 다르죠. 그런데 마무리를 보면서는 씁쓸했어요. 되는 놈만 된다!라고 가르쳐주는 것 같아서요. 장점이 많은 영환데 마무리가 씁쓸해서 아쉬웠답니다.

프레이야 2009-02-26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강우를 좋아해서 봤어요. 그런대로..
조재현의 연기는 워낙 좋은 편이라 기대했지만 뒤로 갈수록 약해지는 듯..
오프닝은 산뜻하더이다.

마노아 2009-02-27 00:19   좋아요 0 | URL
오프닝에서 일단 눈길을 확 사로잡았지요.
조재현씨는 엔딩에서 그렇게 가버리는 바람에 엄청 황당했어요. 무슨 논개도 아니고...;;;
 
이름 짓기 좋아하는 할머니 I LOVE 그림책
캐드린 브라운 그림, 신시아 라일런트 글,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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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짓기를 무척 좋아하는 할머니가 있었다. 할머니는 낡은 자가용에게 '베치'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고, 헌 의자에게는 '프레드'라는 이름을, 밤마다 누워 자는 침대에게는 '로잰느'라고, 그리고 오래오래 살아온 집에게는 '프랭클린'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매일 아침 할머니는 로잰느에서 일어나, 프레드에 앉아 코코아를 마시고는, 베치를 몰고서 우체국으로 달려갔다. 늘 누군가로부터 올 편지를 기다렸지만 세금 고지서 밖에 날아오지 않는다. 할머니보다 더 오래 사는 친구가 한 명도 없었기 때문에 편지를 받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할머니는 친구가 하나도 없는 외로운 노인이 되는 게 싫었다. 다정하게 이름을 부를 친구가 없다는 것도 싫었다. 그래서였다. 할머니가 이름 짓기를 좋아하게 된 것은. 하지만 할머니에게도 규칙이 있었다. 할머니보다 '오래' 살 수 있는 것들에게만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다. 할머니는 자신보다 먼저 사라질, 죽어버릴, 또 다시 감당해야 할 이별을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녹이 슨 출입문에는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다.  

그렇게 씩씩한 척 살지만 사실은 많이 외로운 할머니에게 어느 날 손님이 찾아온다. 

 

순해 보이는 갈색 강아지 한 마리. 강아지는 배가 고파 보였다. 할머니는 강아지에게 먹을 것을 내주었지만 집 안으로 들이지는 않았따. 당연히 이름도 지어주지 않았다. 할머니의 핑계는 구구절절하다. 베치가 내뿜는 연기가 해로울 것 같고, 프레드는 좀처럼 자기 위에 강아지를 앉히려 들지 않을 것이고, 로잰느는 강아지와 할머니가 함께 눕기엔 너무 비좁을 거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프랭클린은 강아지 털 날리는 것을 못 견뎌할 거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사실 이유는 한 가지다. 강아지가 할머니보다 오래 살 것 같지 않았기 때문에. 이름을 준다는 건 정을 준다는 것, 마음을 준다는 것이다. 정주고 마음 주고 사랑도 줬는데, 어느 순간 자신을 두고서 훌쩍 떠나버릴 존재를 또 다시 곁에 둔다는 것을 할머니는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날마다 찾아오지만 먹을 것만 챙겨주고 곁을 내주지 않는 할머니.  그 사이 할머니 집에는 새 옷장이 '빌'이란 이름을 달고 정착했고, 새로 산 외바퀴는 '프랜신'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고, 정원 한 귀퉁이에 새로 들여놓은 돼지 조각상도 '버드'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지만, 할머니로부터 정성껏 먹이를 챙겨받는 강아지만은 이름이 없었다. 그럼에도 다음 날이면 어김 없이 찾아오던 순해 보이는 갈색 강아지. 그런데, 어느 날 이 강아지가 소식이 없다.  

할머니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강아지는 보이지 않았다. 할머니는 슬퍼지고 말았다. 이름을 주지 않았더라도 이미 정 주고 마음 주고 사랑을 준 존재. 그 존재가 이름 한 번 불러보지 못하고 사라지려는 순간이다. 그건 이름을 주고서 헤어지는 것보다 더 비극적인 일이었다. 

떠돌이 개를 잡아들이는 사람에게 전화를 했지만, 찾고 있는 개에게는 이름이 없기 때문에, 어떤 개를 찾는지 설명할 길이 없었다. 할머니가 저지른 치명적인 실수에 발목이 잡히는 순간! 

결국, 할머니는 직접 움직이기로 결심했다. 개 사육사를 찾아가 '우리 개'를 찾으러 왔다고 말하는 할머니.  

사육사가 개의 이름을 물었다. 할머니는 생각한다.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던 친구들이 떠오른다. 그 사랑스런 친구들의 이름이 그 순간에 도움이 되어주고 말았다. 할머니는 자신있게 말했다. 

"우리 개 이름은 '러키'랍니다! '행운'이라는 뜻이 담긴 이름이죠." 

 

목소리 때문이었을까, 할머니가 타고 온 베키 때문이었을까. 순둥이 개는 자신을 향하여 부르는 '러키'라는 이름에 바로 반응하여 달려왔다. 그것이 자신의 이름임을 직감적으로 알아챈 것일까.  

러키와 함께 돌아온 집은 그 어느 때보다도 다정했다. 베치가 내뿜는 연기가 러키를 해치지 않았고, 프레드도 기꺼이 자기 위에 러키가 앉는 것을 허락했고, 프랭클린은 러키의 털이 날리는 것도 탓하지 않았다.  



그리고 로잰느의 따뜻한 품은 ,매일 밤 러키와 할머니가 함께 눕고도 남을 만큼 넓고도 넉넉했다. 

처음에 만났을 때는 자그마했던 러키가 이제는 저렇게 커버렸다. 할머니는 그만큼 더 주름진 얼굴을 하게 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함께 나이 먹어감을 할머니는 더 이상 슬퍼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고 했던가. 사랑이 끝날 것을, 이별의 순간을 두려워하여 시작도 않는다면, 그건 사랑의 끝보다 더 큰 비극이 아니던가. 마음껏 사랑하자. 마음껏 이름을 불러주자. 이미 충분히 '나의 의미'가 되어버린 그 존재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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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3-01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시아 라일런트, 언제나 기대를 배반하지 않지요.^^
할머니 마음, 알 거 같죠? 짠하면서도 귀여운~~~~ 하늘로 치솟은 할머니 헤어스타일 짱!^^

마노아 2009-03-01 15:55   좋아요 0 | URL
할머니 스타일에서도 한 멋짐! 하시더라구요. 사람들이 왜 신시아 라일런트에 열광하는지 알 것 같았어요. 나도 이제 팬 되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