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요일에 주문한 책이 아직 안 오고 있다. 예상 수령일이 오늘이고, 아침 8시에 강북 지점을 통과했는데 왜 안 올까.
며칠 전에도 이랬다. 수령 예상일까지 책은 오지 않았고, '책 잘 받으셨나요?' 메일이 먼저 왔다. 그래서 안 왔다고 한 마디 하려고 미배송 신고를 눌렀더니 멘트 쓰는 칸 없이 그저 신고만 접수가 되는 거다. 그리고 다음날 알라딘 고객센터의 말은 주말에 하루 일찍 먼저 작업해서 내보냈고 '확인'도 했다고.
글쎄, 먼저 일을 했건 안 했건 난 안 받았단 말이지. 그러니까 그건 택배사가 늦은 건데 아무튼 받지도 않은 책에 대해 잘 받았냐고 메일이 먼저 오고 '예상보다 일찍 처리되었어요.' 멘트가 뜨는 건 좀 불편하다는 거다.
그리고 그건 오늘 한 번 더 반복될 예정이다. 밤 11시에 택배 기사님이 오시지 않는 한.
2. 품절/절판 도사 입고 알림 문자가, 처음으로 울렸다. 세상에, 다시 입고 되기도 하는구나! 신청해 놓은 지 몇 년은 된 것 같은데 말이다.
아무튼 반갑다. 장 자끄 상뻬 책은 늘 잔잔하니 유쾌하다. 오늘처럼 울적한 날엔 안구 정화를 위해서 봐줘야 할 책이다. 얼마 전 중고샵에서 어렵게 구한 '랑베르 씨'를 읽어야겠다.
3. 며칠 전에 벤자민 버튼-을 보고 나오면서 모닝 글로리에 들러 휴대용 연필깎이와 지우개, 조카의 8칸 공책 한 권을 샀다.
시험 삼아 연필을 깎아 보았는데 좀 위태위태롭긴 하더라...;;;
돼지코 모양을 위로 들어올리면 연필 집어넣는 구멍이 나온다.
색깔도, 디자인도 몹시 맘에 들어서 흡족했는데,
오늘 이 녀석을 떠나 보내게 되었다.
이유는, 언니가 더 멋진 녀석을 선물했기 때문. 하하핫!

4.000원이 조금 안 되는 가격이라고 하는데 아주 깜찍 그 자체다. 일단 크기도 안정되어 있고.
그런데 고정 나사도 같이 들어 있던데 사용법을 모르겠다. 내일 언니 오면 물어봐야지.
요녀석이 생기는 바람에 저 위에 500원 주고 산 휴대용 연필깎이는 조카의 진정 '휴대용'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제 기차 모양 연필깎이를 부러워하지 않으리!
4. 건강 보험 공단에서 건강 검진 받으라는 우편물이 날아왔다. 내 연령대에 해당되는 것은 '자궁경부암' 하나 뿐이었는데 만으로 20대까지는 안 나오던 녀석이 만으로 서른을 넘기는 순간 날아오는구나!
내친 김에 초음파 검사도 받아서 혹시나 근종이 문제가 되는 건 아닌가 겸사겸사해서 검사를 받기로 했다.
우리 동네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산부인과는 의사샘들이 모두 여자다! 오, 반가운 걸!
5. 그래서 접수를 하고 먼저 상담을 받았는데, 검사 부위가 질 안쪽이어서 찢어진다는 거다. 이거 원, 임신진단 받고 나서야 받을 검사인가 보다. 일단 패쓰.
6. 그래서, 초음파 검사를 받았는데, 근종이 확인되었다. 이럴 수가. 초음파 검사 결과 4cm크기의 근종 두 개 발견. 보통 6cm정도 크기가 되면 수술을 한다는데 내 경우 빈혈이 상당히 심하므로 그 정도로 커지는 건 일도 아니며, 그걸 기다렸다가 수술하는 건 더 못할 짓이라는 거다. 그러니까 결론은, 수술하란다.
7. 수술 방법은 두 가지다. 개복술과 복강경 수술. 개복술은 5박 6일 입원이 필요하며 배에 수술 흔적이 남고, 복강경은 대학 병원으로 가야 하며 자궁 내부에 상처가 생길 위험이 있어 나중에 임신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거다. 내 비록 아직 임신과 출산은 좀 먼 나라 얘기로 들리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험할 수도 있다는 수술을 선뜻 고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개복술의 경우 수술 비용은 입원비 포함해서 100만원 정도 예상하면 된다고 한다.
8. 좀, 충격적이었다. 비염 관련 시술을 두 번 받았고, 라섹 수술도 받았지만, 그 녀석들은 모두 당일 퇴원이었다. 이건 좀 차원이 다른 수술이지 않은가. 게다가 수술비의 압박. 먹고 살기도 버거워 죽겠구만 이를 우째.
9. 일단은, 빈혈 수치를 최소 10까지는 올려놓아야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다. 지난 12월에 검진 받았을 때 내 수치는 6이었다. 그리고 한 달 약 먹었고, 다시 두 달 가까이 약을 놓친 상태다. 착잡한 마음에 돌아 나오는데, 눈물이 나더라. 그냥, 좀 막막했다.
나야 고작 '근종'인데, '암' 진단을 받거나 그 비슷한 무서운 소리를 들으면, 그 사람 정말 집에 어찌 돌아갈까 싶다. "너무 늦게 오셨습니다. 3개월 남았습니다. 준비하십시오." 이런 말을 안 들은 것을 생각하면 정말 감사할 일인데, 나는 좀, 사실은 많이 우울하다.
20대 중반에 근종으로 복강경 수술을 받은 친한 언니와 통화를 하고, 일단 제일 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받기로 결심했다. 6시를 넘어서 전화 예약이 안 되는데 내일 다시 통화해서 검진 날짜를 정해야겠다. 칼을 댈 것 같은 수술인데 검진비를 아낀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고...
10. 사람이, 나이가 차면 자연스레 결혼하고, 또 출산하고, 아이를 키우고, 그런 평범한 과정이 필요한 듯하다. 검진 받으면서 민망한 질문을 반복해서 받았는데, 무안하고 속상했다. 왜 나는, 함께 하는 사랑을 못 해봤을까. 나 혼자 좋아하거나, 아님 홀로 나를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고. 기껏 함께 좋았던 사람은 서둘러 떠나보내고. 그래놓고 나이만 먹고 있을까.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