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립 퐁피두센터 특별전 : 화가들의 천국 - 천국의 이미지
디디에 오탱제 외 지음 / 지엔씨미디어(GNCmedia)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램브란트와 서양 미술 거장전을 보러 가기 전에 도록을 먼저 보았더니, 전시품 관람할 때 훨씬 눈에 잘 들어오고 감상도 즐거웠었다. 그 기억에 의존해서 퐁피두 전도 도록을 먼저 구입했다. 그 안에 들어있는 평일 관람 티켓도 요긴하니 더 안성맞춤.  

도록의 구성은 램브란트 전 때의 도록보다 좀 못했다. 서두에 해설이 어찌나 길고 지루한지 도저히 참아줄 수 없는 압박. 무조건 첨부터 읽는 성미를 버리고 그림 장으로 넘어갔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아르카디아' 아르카디아를 내 언어로 설명하기는 너무 힘이 드니 검색을 이용하자...;;; 

실제 전시장에서도  

제1장 황금시대
제2장 전령사
제3장 낙원
제4장 되찾은 낙원
제5장 풍요
제6장 허무
제7장 쾌락
제8장 조화
제9장 암흑
제10장 풀밭 위의 점심식사 

요런 구성인데, 책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푸생의 저 그림 안에 이 주제가 모두 부분별로 녹아 있다. 이 부분은 확실히 전시장에서 멀티미디어로 설명해주던 것이 귀에 쏙쏙 들어오니 쉽게 다가왔다.   

책에서는 해당 전시 그림이 어떤 배경으로 그려졌는지, 관련 그림과 참고 그림은 어떤 것인지 함께 보여주기 때문에 더 많은 그림을 볼 수 있다. 전시장에는 그렇게까지는 안 나오지만 도록을 먼저 감상하면 그런 뒷 이야기들이 있어서 그림 보는 재미가 더 크다.  

연세 지긋하신 할아버지 한 분이 혼자 뒷짐 지고 그림을 보시는 모습, 다리가 불편한 할머니 한 분이 느릿하게 그림을 감상하시는 모습이 참 좋았더랬다. 다른 누구랑 같이 하지 않고 혼자서 그림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근사했던 것이다.



멀티 룸에서 감상하던 수 메이 체의 "메아리" 4분 55초 짜리 동영상이다. 화가는 음악과 미술을 같이 공부했는데 절벽 위에서 첼로를 연주하고 그 울림을 녹화해왔다. 연주를 중간중간 쉬는데 그때마다 메아리쳐서 돌아오는 첼로의 낮고도 육중한 소리가 좋았다. 4분 55초를 다 채우지 못하고 나가는 분들이 많았는데 느긋이 앉아서 관람하는 기분이 고즈넉하니 좋았다.  



호앙 미로의 "블루 II" 저 푸른 색과 붉은 기둥, 검은 점까지. 그림이 꽤 컸는데 도록에 그림 크기가 적혀 있지만 실제로 눈으로 볼 때 확실히 양감이 느껴진다. 이 그림은 비어있어서 채워진 듯한 느낌을 주어서 오래오래 바라봤었다.  



이 그림은 아마도 사진 위에 채색을 한 것 같았다. 게다가 저 얇은 요와 밀짚 모자는 그림이 아니라 실제 물건을 그림 앞에 갖다 놓았다. 앞에 돗자리 깔아놓고. 다양한 시도가 신선했다. 



앙리 마티스의 그림이 여러 점이었는데 이 그림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실제 전시장에선 따로 걸려 있지만 도록에는 한 페이지에 실려 있다. '폴리네시아, 하늘'과 '폴리네시아, 바다'다. 색종이를 오려 만든 꼴라쥬 작품.  

색깔도 그림도 맘에 들고, 무엇보다도 별로 빈틈이 없는데도 자유롭게 느껴진다. 마음이 탁 트이는 그런 기분. 



마시모 비탈리의 '피크닉 거리' 

무려 7미터 높이에 특수 삼각대를 세워놓고 찍었다. 그런 까닭에 저렇게 깊이 저 많은 사람들이 화면에 다 잡혀 버렸다. 의도된 연출이어서인지 같은 모양 이불이 보인다. 주최측(?)에서 나눠줬나보다. 이런 저런 카메라 의식 않고 낮잠을 자고 무언가를 먹고 수다를 떠는 사람들. 그야말로 피크닉 그 자체다. 1.5m x 1.81 크기인데 눈이 즐거워서 한참 보았더랬다. 전시관 거의 끄트머리에서 볼 수 있었는데 그 바람에 나로서는 피크닉이 끝나가는 기분도 느껴야 했지만. 

방학이 끝난 까닭에 사람도 너무 많지 않아서 좋았고, 중간중간 쉬어갈 틈이 있는 의자와 전시장 구성도 마음에 들었다. 교통편이 불편한 것만 빼면 시립미술관 전시는 늘 좋은 편이다.  

퐁피두 미술관 개관에 대한 영상물도 보았는데 지루할 줄 알았건만 뜻밖에 그것도 재밌었다. 아픈 다리를 쉬어서만은 절대 아니다. 6^^ 

실제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예술품에 비하면 이번 전시회에 가져온 것들은 새발의 피일 터지만, 한 주제 아래 묶여진 여러 작품들을 감상하는 소중한 기회였다. 그 기회를 더 의미있게 해준 것은 다름 아닌 도록이었고.  

또 다시 이런 전시회가 눈에 띄면 도록부터 보고 다녀오는 걸 잊지 않으련다. 그리고 기를 쓰고 혼자 다녀온 건 아니지만, 혼자 다녀오는 미술관, 참 낭만적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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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3-13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얼마나 못 찍었는지 온통 탁하게만 나왔다. 흑..ㅠ.ㅠ

웽스북스 2009-03-14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저 퐁피두, 렘브란트, 루벤스 다 다녀왔는데, 오늘 갔다온 한국근대미술전시가 제일 좋았어요. 좀 많이 좋아요. 22일까지니까 시간 괜찮으시면 꼭 다녀오세요. 덕수궁 입장료 1000원만 내면 되요 저는 오늘 저녁에 2시간 잡고 갔는데 시간 모자라서 다 못보고 내일 다시 갈까 해요. ㅜㅜ

마노아 2009-03-14 01:03   좋아요 0 | URL
오옷, 제가 덕수궁까지 갔으면 더 좋은 구경을 할 뻔 했던 거군요! 22일이요! 일주일 남았네요. 정보 고마워요. 덕수궁 못 가봤는데 이 참에 가야겠어요^^

Alicia 2009-03-14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노아님^^ 저두 지난 토요일에 퐁피두전 다녀왔는데 너무 좋았어요.
저는 도록이 없어서 좀 불편했는데 도록파는데 서서 도록 읽어보고 엽서만 사왔어요.ㅎㅎ
비디오설치 작품 <메아리>도 좋았구요.
모스부호를 찍는 것처럼 첼로를 연주하다 멈추었다 연주했다..이렇게 진행되잖아요.
결국 소통을 얘기하고 싶었던건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구-
위에 웬디양님 덧글을 보니 근대미술전시도 다녀와야겠네요^^

마노아 2009-03-15 01:07   좋아요 0 | URL
알리샤님~ 엽서도 사오셨군요! 전 엽서 생각은 못했네요^^
아, 모스 부호, 소통... 제가 생각지 못한 부분인데 공감이 가요.
추리소설에 보면 모스 부호 자주 나오던데 어쩐지 배우고 싶은 생각도 막 나는 거 있죠. 아주 잠깐씩이지만요~(좀 있어 보여서요. 호호홋!)
저도 담주 사이에 근대미술전 다녀와야겠어요.^^
 



지난 주 토요일에 이모 방문했을 때 둘째 언니가 만든 메뉴다. 왼쪽에다가 겨자 소스를 버무려서 샐러드를 먹었고, 오른쪽은 초고추장을 찍어 먹으면 되었는데 오징어라서 못 먹었고, 왼쪽 접시는 겨자가 너무 매워서 먹다가 눈물 났다.  

뭐, 어쨌건 거의 일주일 전 이야기고. 

어무이는 방금 멍멍탕 사준다는 모 집사님 전화 받고 나가셨고, 언니는 친구더러 갈비 사달라고 졸라서 나가버렸다. 

둘째 언니네 메뉴는 김치찌개. 아, 사흘 내내 김치찌개 먹었는데... 

안 되겠다. 오늘 저녁 나 홀로 메뉴는 왕뚜껑...(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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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9-03-13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막 돼지고기 넣고 김치찌개 끓여놓았는데 ^^ 아이의 요청에 의한 것이랍니다.
그런데 그것 하나만 상에 올릴 수는 없고, 뭘 또 만들어야 하나 머리짜내고 있던 중이었어요.
그런데 마노아님 언니분, 요리 배우러 다니셨나요? 와~ 이건 전문가의 솜씨인걸요.
마노아님 오징어 못드시나봐요? ^^

마노아 2009-03-13 20:03   좋아요 0 | URL
언니가 밥반찬은 못 만들고 간식용이랑 잔치용(?)을 잘 만들어요. ^^
제가 어릴 때 오징어 먹고 두 번이나 크게 채한 적이 있어서 그 후 오징어 비스무리한 것은 다 안 먹어요. 문어랑 회, 낙지...이렇게 물컹거리는 거요. 회식 할 때 횟집 가면 너무 맘이 아파요^^;;

무스탕 2009-03-13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랜만(은 아니고 1주일 만에 ^^;;)에 김치찌개 끓여 먹었어요.
우리집 김치찌개에는 열무김치가 들어가요. 통째로!
오랫동안 끓여서 무가 물렁물렁해지면 맛있게 먹어주는거지요 ^^

마노아 2009-03-13 21:47   좋아요 0 | URL
오오! 김치찌개에는 쉰 김치가 아니었단 말입니까? 열무김치 엄청 생소해요. 맛이 궁금해요^^

turnleft 2009-03-14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잌후, 너무 맛있어 보여요 ㅠ_ㅠ

마노아 2009-03-14 02:42   좋아요 0 | URL
저 오징어 요리는 좀 한국적인가요? 어머님 미국 도착하시면 한국 음식 많이 해달라고 하셔요ㅠ.ㅠ

전호인 2009-03-14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쐬주가 없군요. ㅋㅋ

마노아 2009-03-15 01:00   좋아요 0 | URL
오, 정답!
 

1. 어제는 퐁피두 전에 다녀왔다. 티켓이 오늘 마감이었기 때문. ^^;;  

도록만 보았을 때는 서양미술거장전 때만큼 강렬하게 가고 싶지 않았는데, 역시 다녀오니 실물이 훨씬 좋더라.(당연하지만.)  

2. 시립미술관 갈 때 버스를 잘못 타서 갈아탔다. 홈페이지에 안내된 버스였는데 왜 안 맞냐고 마구 궁시렁 대다가, 미술관 도착할 때쯤 깨달았다. 내가 간 방향은 역사박물관 쪽이었는데 아까 잘못 탔다고 여긴 버스는 시청으로 가는 거였나보다. 이궁..;;; 

3. 돌아나올 때는 덕수궁 쪽으로 오고 싶었는데 길을 모르겠는 거다. 그래도 직진하면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무작정 걸었더니 시청 방향으로 나온다. 덕수궁은 좀 더 걸어야겠지만. 암튼 길을 하나 찾아서 무척 기뻤다. 다음 번 방문 때까지 무사히 기억하고 있을 지는 자신 없다.(ㅡ.ㅡ;;;) 

4. 집에 돌아와서 이메일을 확인해 보니 영화 리뷰에 당첨되었다고 5만원이 적립되어 있었다. 메일 제목 보고는 리뷰 이벤트의 참가상 2천원이겠거니... 하고 열었는데 이 무슨 횡재인가! (고마워, 벤자민!)

5. 때마침(꼭 때마침이다!) 화장품이 빈 게 생겨서 화장품이랑 노려보고 있던 박정현 씨디랑 책 몇 개 집어넣으니 5만원을 넘어버린다. 원래 쉽게 번 돈은 쉽게 쓴다.ㅠ.ㅠ 

6. 며칠 전에 주문했던 데이비드 위즈너의 '시간상자'. 예전엔 전부 '위스너'였는데 요새는 이름이 모두 '위즈너'로 바껴서 나온다. 암튼, 이 책 표지에 큼직하고 굵은 기스가 여러 개 나서 도착했다. 아랫쪽에는 끈끈이가 묻어 있고, 새책을 폈을 때 느껴지는 쩍쩍 갈라지는 그 느낌도 없다. 한 번 반품된 책이 아닐까 의심스럽다. 여하튼 교환 신청했다. 제길슨! 

7. 화요일에 입금된 유아 사진 리뷰전 적립금이 10만원이었다. 제세공과금을 제하지 않아서 의아했다. 작년 말에 했던 같은 리뷰전에도 제세공과금을 제하지 않아서, 아 안하기로 했나? 싶기도 하고, 잘못 적립시킨 거면 다시 가져가겠군...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착오였다고 오늘 아침에 메일이 왔다. 들어가 보니 22,000원 가져갔다. 풋! 알라딘이 요새 여러모로 사람 웃긴다. (본인들도 미치고 싶지 않을까? 요새 맨날 알라디너들로부터 욕 먹고 있으니 힘들겠다. 안쓰럽긴 한데 그래도 아닌 건 아닌 거지.) 

8. 노트북 비스타 쓰는 언니는 1년 3개월 만에 기어이 비스타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형부가 어제 와서 XP로 다시 깔아주고 갔는데 프로그램은 직접 깔라고 했는데 언니는 프로그램을 직접 못 까는 것이 아닌가. 처음 해보는 것도 아니고, 컴퓨터를 사용한 기간도 10년 훨씬 넘고, 그 중에서 4년 동안은 쇼핑몰을 직접 운영했는데 뭐라고라??? 

9. 언니 말로는 내가 길 못 찾는 거랑 똑같다고 한다. 훗, 반박을 못하겠다. (근데 정말 같은 거야????) 

10. 내일은 모처럼 좀 멀리 외출할 생각인데 꽃샘추위란다. 훗, 그치만 사랑으로 이겨내리!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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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lei 2009-03-13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 전혀 아닙니다.
워킹네비로 잘 알려져 있는 저도 프로그램 까넌거 정말 싫어합니다.

마노아 2009-03-13 18:39   좋아요 0 | URL
오옷, 그런 실사례가 있군요! 전 프로그램 까는 건 괜찮아요. 길을 못 찾아서 그렇지요ㅠ.ㅠ

무스탕 2009-03-13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내일도 모레도 출근해요...;;;;
오늘 바람이 하도 불어서 날아가는줄 알았어요...;;;;
엉엉엉엉.. 못하니까 더 하고싶은거 아시죠?
미술관도 가고싶고 전시회도 가고싶고 영화도 보고싶고... 엉엉엉.. ㅠ.ㅠ
저도 프로그램 그런거 전혀 몰라요. 하다못해 네비 업시키는것도 정성이 옆에 데리고 해야해요...;;;;

마노아 2009-03-13 21:46   좋아요 0 | URL
아, 방금 언니네 갔다가 왔는데 바람이 엄청 불더라구요. 내일 단디 입고 출근하셔요!
문화 생활도 가끔 해줘야 하는데 이를 어쩌나요. 일 다 끝나면 꼭 본인에게 휴가를 주세요~
프로그램 까는 것 대따 쉬운데..ㅠ.ㅠ 그냥 클릭클릭클릭 하면 되거든요. 울 언니는 길 못 찾는 내가 더 심한 거라고 하네요ㅠ.ㅠ

순오기 2009-03-14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번이요~ 알라딘 직원들 자기들도 정말 돌았나 할거예요~~ 내 신고로 오늘 적립금 들어왔는데 77,000원을 넣었어요.
정말 미치겠다니까요~~ 한가지 일로 몇 번의 실수를 하는 거냐고욧? 설마 함량미달 직원을 뽑은 건 아니겠죠.ㅜㅠ

마노아 2009-03-14 02:15   좋아요 0 | URL
으하하핫,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오네요. 그래놓고는 죄송합니다. 미안한 성의를 담아 10,000원 재적립해 드리겠습니다... 이러는 거 아닐까요? 요새 알라딘 나사 하나씩 풀린 것 같아요. 어이구...ㅠ.ㅠ
 


그는 당신에게 반했을까? - 페로몬의 신호 [제 888 호/2009-03-13]


오랜만에 저녁식사를 함께하게 된 대학동창 김소심 군과 이순진 양. 서로 근황이나 직장 얘기가 오고 가다가 분위기가 무르익자 김소심 군이 넌지시 한마디 꺼냈다.

"나 얼마 전에 소개팅을 했는데…."
"어? 정말? 와~ 궁금하다. 말해줘!"
"응. 소개팅했던 여자친구랑 지금 사귀고 있긴 한데… 그 여자친구 마음을 아직 모르겠어. 그녀가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김소심 군은 이순진 양에게 여자의 심리에 대해서 물어볼 참이었다. 도대체 여자의 마음은 알다가도 모를 존재였다. 자초지종을 들은 이순진 양은 웃으면서 김소심 군에게 조언을 시작했다.

"하하, 소심 군! 네 얘기를 들어 보니까 너는 충분히 여자친구를 좋아하는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거지? 네가 표현을 안 하는데 어떻게 그녀가 네 마음을 알아봐 주길 바라니~"
"여자는 어떻게 표현해야 좋아하는 거야?"
"글쎄. 딱히 정해진 법은 없지 않을까? 그래도 최근에 페로몬에 대한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너한테 도움이 될 것 같다."

"페로몬?"
"그래, 페로몬(pheromone). 페로몬은 이성에게 성적 관심이 있음을 표현하는 화학 물질로 몸에서 분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과학적으로 감지하기가 어렵고 무의식적 상태에서 자신도 모르게 분비되기 때문에 그 실체를 알기 어려웠지."

"맞아. 나도 페로몬에 대해서 들어본 적은 있어."
"그럼 이해하기가 더 쉽겠다. 미국 라이스 대학 연구진들이 남자의 땀에 페로몬이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성적 흥분이 지속되는 동안 겨드랑이에서 분비되는 땀을 솜뭉치에 흡수시켰대. 물론 연구결과의 정확성을 위해 이 남성들에게는 며칠 동안 향수나 탈취제 등의 제품을 사용하지 않도록 했지."

"그래서 어떻게 됐어?"
"실험에 참가한 여성들에게 남성들의 땀이 묻은 솜뭉치를 맡도록 하고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 활동을 관찰했더니,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어. 감정이나 냄새, 사회적 반응을 관장하는 우측 안와전두엽과 우측 방추상전두엽이 여성들의 무의식중에서도 활발하게 반응한 거야. 말하자면 남자들이 굳이 행동이나 몸짓, 표정을 여성들에게 표현하지 않아도 남자들이 무의식중에 내뿜는 화학 물질을 통해 여성들이 신호를 받는다는 결론이지."

"아, 그렇다면 나의 그녀도 은연중에 내 마음을 알고 있을 거란 말이네? 다행이다!"
"그래~ 너무 걱정하지 마. 네 마음이 진심이라면 그녀도 알 거야."

저녁식사를 마치고 한껏 마음이 가벼워진 김소심 군과 이순진 양은 간단히 차 한잔 마시러 자리를 옮겼다. 김소심 군은 고민 상담을 해준 이순진 양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야, 순진아. 넌 저번에 좋아한다는 사람하고는 잘 되어가?"
"뭐, 아직 그대로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네가 먼저 고백해보는 건 어때?"
"고백? 으~ 잘할 수 있을까?"

"사랑은 쟁취하는 거야. 이렇게 해봐. 우선은 너의 마음이 담긴 선물을 전해주고 싶을 때는 그 사람이 평소에 가지고 싶어하던 선물을 주는 게 좋아. 이를테면 발렌타인데이라고 해서 초콜릿 선물을 주는 것보다 그가 원하는 선물을 주는 게 훨씬 효과가 좋은 거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엘리자베스 던 교수팀은 남성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에 한 그룹에게는 원하지 않는 선물을 주고, 다른 한 그룹에게는 평소 원하는 선물을 줬대. 그랬더니 원하는 선물을 받은 그룹은 선물을 준 여성에 대한 호감이 높아진 반면 원하지 않는 선물을 받은 그룹은 여성에 대한 호감이 훨씬 낮아졌어. 이런 걸 보면 그가 평소에 어떤 걸 가지고 싶어하는지 잘 알아두었다가 깜짝 선물을 하는 것도 관심 표현의 방법이지."

"이왕이면 선물 줄 때 예쁘게 보이고 싶은데 남자들은 어떤 스타일 좋아해?"
"그거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다른 색깔보다도 빨간색 옷을 입는 게 좋아. 미국 로체스터대 심리학과 앤드루 엘리엇 교수팀은 남성들에게 빨간색, 파란색, 녹색, 회색 옷을 입은 여성의 사진을 보여주고 매력도를 점수로 평가했더니, 빨간색의 매력도가 가장 높았대. 심리학적으로도 빨간색은 열정이나 사랑을 상징하고, 파란색은 냉정이나 침착함을 상징하잖아."

"음… 듣고 보니 일리가 있다. 김소심, 네 덕분에 용기가 생기는 거 같아."
"나도 네 조언 많이 도움이 됐어. 좋은 소식 있길 바란다~"

글 : 이상화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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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니아 이야기 6
토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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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현대적인 감각과 유머를 자랑하지만, 그래도 여왕이 있고 귀족이 있는 시대물 만화인지라, 가끔 주인공들이 그 직분을 제대로 직시하는 내용들이 전개될 때가 있다.  

에큐가 공작가의 영양이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좀 더 수월하게 목표로 하는 것을 얻어낼 때가 그랬고, 타니아의 선생인 라이언 닉슨 공작이 에큐를 사랑하는 사이임에도 대신들은 타니아의 배필이 될 수 있는 인물로 점찍어 놓은 것이 그랬다. 심지어 에큐의 아버지조차도.  

뿐인가. 타니아와 같은 왕족들은 나라에 쿠데타와 같은 위급 사항이 생겼을 때 어떻게 몸을 피할 것인가를 평소에 훈련과 경험으로 숙련시켜 놓는 점이 절묘했다. 그런 상황에서 제일 위험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에큐의 집안이라는 것도. 그렇지만 발랄 여왕 타니아는 돈 될 물건 들고 튀는 게 더 장땡이라는 평소 소신을 굽히지 않아서 나름대로 안심이랄까...^^;;; 

에큐가 라이언을 상대로 질투를 느꼈다는 것이 두 사람 사이의 청신호로 보인다. 늘 선머슴 같은 에큐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라이언을 늘 주시하고 있었다는 거였으니까. 워낙에 남색 선호였던 라이언이었던지라, 11살 가슴과 엉덩이 그대로인 에큐가 그를 경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가 좋아하는 게 에큐 그 자신인지, 아님 사내처럼 보이는 에큐인지 확신이 필요했으니. 라이언은 분명 진심으로 에큐를 좋아하는 것 같긴 한데, 에큐가 염려하는 부분이 완전히 해소된 것 같진 않다는 느낌이다. 그러니 두 사람의 어떤 진전은 좀 더 기다려야겠다.  

파마 왕국의 콘라드 왕자 에피소드도 사람 냄새가 좀 나서 좋았더랬다. 너무나 완벽하게 교육받은 터라 실수라곤 전혀 할 것 같지 않던 이 왕자님이 질투를 하고, 번민을 하고, 또 연민을 갖고 책임감을 갖는다. 정략혼을 하는 여동생을 염려하고 사랑 없는 결혼이어서 동생이 불행해질 것 같으면 체면 불사하고 동생을 데려올 각오까지 하다니. 이런 콘라드 왕자라면 칼바니아 여왕과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콘라드 왕자와 달리 타니아는 아직 결혼 생각이 없다. ^^ 

처음 등장한 풋푸는 예상 외의 나이를 자랑(?)하는데 이번엔 짧게 등장했으니 다음 번 활약을 좀 기대해야겠다.  

재미는 앞 이야기보다 다소 떨어졌지만 좀 더 진지한 이야기가 진행되어 그 또한 나쁘지 않았다. 모처럼 뒷표지를 장식한 로프스, 축하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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