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니아 이야기 8
토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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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당연한 거지만, 인생사 계획한 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똑똑한 에큐도 헛다리를 짚고,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더 엉망진창이 되기도 한다.  

뿐인가. 분명 자신을 피하는 것이라고 여겼던 타니아는 라이언의 변심에 아파하며 힘들어 했지만, 라이언은 정말 아팠던 것이었고 에큐와 타니아는 그저 삽질을 했을 뿐이다.  

라이언에게 사실은 아이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앞에서 나왔던 에피소드의 일부로 개연성은 충분히 있었는데 표현이 좀 급하게 되었는지 연결은 비교적 덜 매끄러웠다. 그의 탐스럽고 아름다운 붉은 머리카락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게 가장 안타까운 부분. 

이번 8편에서는 콘라드 왕자 이야기가 시리즈 3개로 나왔는데 제일 마음에 들었다. 무려 4번이나 남편을 잃은 고모 미네르바의 등장. (이름에서 일단 흠칫!) 

사모하는 타니아를 앞에 두고도 나서지 못하는 콘라드 왕자. 고모가 어려서부터 주입시켜온 남들이 알려주지 않는 진실은 무엇일까. 분명 '정치적'인 이유일 것이라고, 몹시 심각하고 아픈 이유일 거라고 여겼는데, 뜻밖에도 코믹으로 진행되어서 피식! 웃고 말았다. 그렇지. 제 눈에 안경이다. 짚신도 짝이 있는 법이고. 눈에 콩 깎지가 씌이면 남의 말이 절대로 들어오지 않는 법. 독특한 고모를 어려서 선생으로 두었던 콘라드 왕자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오히려 프로 후계자 교육을 받은 콘라드 왕자보다도 급하게 여왕에 등극한 타니아 쪽이 존재 면에서 더 두드러지고 제왕다운 면모를 과시한다. 그런 게 카리스마일까. 그렇다 하더라도, 타니아가 너무 스스로를 몰아치는 게 아닐까 걱정스럽다. 조금은 인간 타니아로서, 한 여성 타니아로서의 감성도 열어두면 좋을 것을.  

그래도 마지막에 가면 행복한 사랑의 결실을 맺지 않을까 내 멋대로 짐작해 본다. 완결은 결코 알 수 없는 진행 속도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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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집사 4
야나 토보소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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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예고편에서 알렸듯이 제멋대로 인도 왕자가 등장을 했는데, '엠마'에서 그랬듯 그런 쿨한 왕자님은 아니었고 적당히 어리광쟁이 찌질(?) 왕자님이었다. 오히려 그의 심복이 좀 대단한 녀석이었달까. 

런던에 새로운 사건이 터졌고, 여왕의 번견인 시엘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바쁠 때 애꿎은 식객이 들이 닥쳤다. 바로 저 위의 사진 속 두 녀석. 

그 중 앞의 검은 머리는 무려 26번째 왕자님 되시겠고, 뒤의 심복은 '신께서 주신 오른 손을 신을 위해 쓰겠다고' 거창하게 말하는 녀석인데, 거창하기만 할 뿐아니라, 정말 대단하더라. 심지어 세바스찬과 막상막하로 싸우기도. 무려, '악마'와 말이다. 



그나저나 결투 직전에 검을 척! 드는 장면이 꽤나 폼 난다. 적당히 화가 난 뜻 약간 찡그린 얼굴의 표정도! 

그런데 저 녀석은 힘만 센 것이 아니었고, 요리 실력과 정원 손질까지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는 팔방미인이었다. 게다가 마음씀씀이는 또 어떻고! 



늘 사고만 치는 식충이 노릇만 하던 다른 고용인들을 쓸모 있게(!) 만들어버리는 재주를 발휘했단 말이다. 

저 감정 표현 인색한 세바스찬을 감탄케 한 대목이다. 그러니까 뭐랄까. 인내심을 뛰어넘은 '애정'이 보인다. 세바스찬으로서는 저 식충이 세트가 사고치면 수습하는 게 귀찮으니까 아무 것도 안 시키려고 하지만, 저 놀라운 오른팔을 자랑하는 아그니는 실수투성이 저 사람들이 해낼 수 있는 수준(!)의 일을 맡기고, 칭찬하고 격려해 준다. 그러니까 그건 '악마' 세바스찬이 따라가기 힘든 인간으로서의 절대 긍정적 우위의 덕목이라고 하겠다.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시엘에게 과거 있었던 충격적 사건의 윤곽이 조금 공개되었다. 다음 권에서 좀 더 내용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천하무적 세바스찬이 과연 누구라도 감탄할 카레를 만들 수 있으련가? 오늘 이대 근처에서 아주 맛있는 카레 냄새를 맡았는데 어느 집인지 못 찾았다. 근처에 인도 네팔 요리 집이 있다는 광고를 보았는데 혹시 그집인가? 아, 카레 먹고 싶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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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9-03-22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바스찬 + 집사 = "안녕하세요? 세바스찬입니다" 로 연상작용이 이어지네요. 꽤 재밌게 봤던 만화인데..

마노아 2009-03-22 10:49   좋아요 0 | URL
심혜진 작가님의 책 말이지요! 저도 재밌게 읽었어요. 토마토 먹는 흡혈귀, 너무 귀엽지요.^^

바람돌이 2009-03-22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집사 4권 나왔네요. 전 만화를 좋아하지만 이렇게 리뷰까지 써지지는 않더라구요. 늘 부지런하신 마노아님. ^^

마노아 2009-03-22 23:54   좋아요 0 | URL
5권까지 나왔어요. 일본에서 꽤 진행된 상태에서 국내 출간되어서 빨리빨리 나오더라구요. 6권 기다리고 있어요.^^
저야 거의 습관처럼 리뷰 쓰잖아요. 화장품에 기프트 상품에 심지어 면봉까지.ㅎㅎㅎㅎ
 
슬럼독 밀리어네어 - Slumdog Millionair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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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원작 소설을 읽은 것이 2년 전이었던가? 무척 재밌었고 인상깊었던 책인데, 영화로 만들어지면 화려하게 다시 베스트셀러가 되고 말았다. 게다가 아카데미 작품상이라는 거대한 타이틀까지 함께 달고. 

궁금했었다. 소설을 어떻게 옮겼을 지, 소설과는 다른 어떤 매력을 보여줄 것인지.  게다가 대니 보일 감독이니까 더 기대가 되었다.  

원작 소설의 주인공은 퀴즈쇼에서 12개의 문제를 푼다. 그 12개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는 그의 인생 여정에 있었고, 그 사이사이 그의 절친한 친구 살림과 좋아했던 여자 아이 니타가 들어가 있었다.  

영화는 좀 다르게 갔다. 당연하다. 12개의 문제마다 들어 있는 에피소드를 어찌 2시간 동안에 다 풀어낼까. 풀어낼 수 있다 하더라도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관객이 먼저 지루해할 테니까.  

주인공의 친구 살림은 형 살림으로, 이웃집 여자 아이 니타는 평생 동안 그리워하고 애타게 찾아 헤맨 라티카로.  

몇몇 에피소드는 닮아 있었지만, 대개의 에피소드는 바뀌어 있었다. 전혀 다른 분위기는 아니지만 대니 보일의 색깔을 입혀서. 헐리우드 식으로. 

그게 나빴냐 하면, 그렇지 않았다. 원작에서 보여준 각 에피소드에 녹아있는 인도의 현실과 인도인의 삶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했지만, 멜로를 부각시켜서 주인공의 절박한 심정과 이겨야 하는 당위성을 높여주었다.  

그런데 원작에선 10억 루피였는데, 영화에선 2천만 루피로 깎였다. 너무 차이가 나는 것 아닌가. 검색해 보니 우리 돈으로 6억원이라고 하는데, 그럼 원작대로 10억 루피였으면 우리 돈 300억인가? 어휴, 백만장자가 아니라 억만장자였구나! 

방청객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지만, 문제를 풀 때마다 극적 긴장감이 고조된다. 거기엔 사회자의 말솜씨가 한 몫했는데, 이 사람은 인도 배우일까? 피부색이 너무 하얘서 긴가민가 했다.  

화장실에서 그가 일러준 답을 자말이 받아들일 것인지 버릴 것인지를 두고 무척 긴장감을 조성했다. 자말이 답을 내자, 일그러지는 사회자의 얼굴. 하핫, 쌤통이다. (-_-;;;) 

원작에서는 첫 회 출연자가 주인공이었는데, 영화에서는 엄청난 인기 프로그램으로 시청률이 꽤 나오는 TV 쇼로 설정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로또에 매달리듯이, 저 퀴즈 쇼에 열광하는 이유는, 인도인이 아니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영화 초반에 인도의 빈민가를 빠르게 보여주는 카메라는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한숨을 쉬자면 끝없을 그 슬럼가를 빠른 음악과 코믹한 장면으로 감독은 빠르게 지나쳤다. 역시, 현명한 선택이다.  

주인공 자말과 형 살림, 그리고 여주인공 라티카는 모두 세 사람의 배우가 나온다. 어린 아이, 조금 자란 아이, 그리고 성장한 청년까지.  

이렇게 귀여웠던 아이들이 금세 자라서 키가 훌쩍 커버린 자말이 되고, 인상 험한 살림이 되어버렸다.  

에피소드 중에 인도의 참모습을 보고 싶다는 미국 여행객들을 가이드 하는 동안 빈민가 아이들이 차를 터는 장면이 있었다. 때마침 나타난 경찰에게 구타 당하는 아이. 오히려 도난을 당한 관광객이 뇌물을 주고 뜯어 말려야 했는데, 이렇게 도둑이 들끓고 경찰이 구타를 하는 것이 인도의 참모습이었다면, 돈으로 사건을 무마시키는 것이 미국의 참모습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재밌고 아팠다. 어린 아이가 보살핌 대신 돈을 벌며 험하게 내쳐지는 모습에 마음 아파한 그 관광객의 마음은 진심이었을 것이고, 그런 부분도 물론 미국의 한 모습일 테지만. 

 

주인공의 키가 껑충하다 여겼는데 무려 187이라고 한다. 

스무 살의 이 청년은 눈이 맑고 표정이 참 순수했는데 이 캐릭터에 딱 어울리는 캐스팅이었다고 생각한다.  

동전을 던지는 습관이 빠진 게 아쉬웠는데 그 에피소드를 살리지 않았으니 필요 없는 곁가지였을 것이다.  

모든 영화나 드라마 등등에서 '첫사랑'을 늘 지나치게 미화하는 것이 다소 불만스럽긴 하지만, 그만큼 애틋한 이유를 찾기도 어려우니, 딴지를 걸 필요는 없겠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끝내 서로의 손을 잡았으니 축하를 하면 그 뿐. 

이 장면에서 여주인공의 얼굴에 원래 흉터가 있어야 하는데 이 사진에는 없다. 연습 장면인가???? 

개인적으로는 여주인공은 두번째 버전의 소녀가 제일 예뻤다. 호호홋! 

남주인공은 첫번째 버전의 어린 꼬마가 제일 귀여웠고. 

영화가 끝나면 관객에게 주는 선물처럼 출연진이 모두 다 나와서 함께 노래하며 춤추는 장면이 있다. 실컷 헐리우드 영화처럼 진행하다가, 그래도 여긴 인도고, 인도 사람들이 주인공이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인도식의 급 마무리였다. 

그게 나빴냐고? 전혀 아니다. 뜬금 없긴 했지만 유쾌했고 즐거웠다. 그것까지 다 보고 나가야 영화를 다 보았다는 느낌이 들 만큼.

다음 주 월요일, '더 리더' 시사회에 당첨되었다. 아직 보지 못했지만, 짐작에 이 작품보다 더 잘 만들었을 것 같은데 아카데미가 이 작품에 더 손을 들어준 까닭이 궁금하다. 영화를 보고 나면 알 수 있을까? 아무튼, 월요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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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3-21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영화를 통 못본것 같아서 내일 혼자 나가서 살랑살랑 보고 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영화를 예매할까 하다가 책도 안읽어서 그냥 그랜토리노 예매했어요. 이 영화는 책으로 먼저 보고 싶거든요, 라고 말하면서 책도 아직 안산 1人

안자고 뭐해요, 마노아님?

저 졸려요. 아웅.

마노아 2009-03-21 23:58   좋아요 0 | URL
그랜토리노 궁금해요! 오늘은 심각한 건 보고 싶지 않아서 가벼운 영화로 골랐어요. 잠 자려면 아직 3시간은 더 있어야 해요. 지금은 만화책 보고 있어요. 아주 유능한 악마가 집사로 일하고 있는 '흑집사'랍니다. 세바스찬을 다락방님께도 보여드리고 싶군요. 호홋, 굿나잇이에요~^^

비로그인 2009-03-22 01:24   좋아요 0 | URL
그랜토리노 좋아요. 주관적 의견이긴 하지만 후회 없으실듯해요.

마노아 2009-03-22 01:39   좋아요 0 | URL
오, 다락방님에 이어 저도 꼭 보겠사와요!

다락방 2009-03-22 20:12   좋아요 0 | URL
그랜토리노 보고 울었어요 ㅠㅠ

혼자 앉아서 눈물 흘리고 손수건도 없이 그냥 얼굴을 벅벅 닦았어요.

마노아 2009-03-22 21:45   좋아요 0 | URL
저도 손수건을 준비해 갈게요. 울어서 피곤하시겠어요. 오늘은 일찍 자요...

건조기후 2009-03-22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어기, 주인공의 친구 살림은 형 살림으로.. 살림을 합친거냐고 이상하다며 혼자;; 아하하;
한때 난독증이 아닌가 싶은 현상들 때문에 거의 죽고싶을만큼 괴로웠던 적이 있는데.. 순간적으로 또 움찔했어요ㅋ;
대체 정신줄은 왜 이렇게 잘 놔버리는지.

마노아 2009-03-22 21:46   좋아요 0 | URL
전 시력교정술 받은 이후로 집중력이 더 약해져서 멍해질 때가 많아요.
우웅... 우리 정신줄 꼭 잡아요!

프레이야 2009-03-22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더 리더 시사회 당첨 축하해용~
이 영화도 봐야하는데..^^

마노아 2009-03-22 21:46   좋아요 0 | URL
근데 같이 갈 사람이 없는 거 있죠. 흑...ㅠ.ㅠ

아키타이프 2009-03-22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하게 얘기해서 전 이 영화의 오프닝 때 보기1,2,3,4 나오는 부분과 엔딩크레딧이 좋았어요.
초중반까지 살짝 지루했거든요. 엔딩크레딧 때 마치 뮤지컬영화 처럼 인도식으로 마무리해서 좋더라구요.
그리고 영화라서 가능하다는 말이 시크하기도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꽤 귀엽게 느껴지더라구요.
사람들은 아닌척 하지만 영화 같은 인생을 원하잖아요^^

그랜토리노는 삽입 된 곡이 좋았어요.
뭐랄까...저에게는 썩 와닿지 않은 영화인데 음악 때문에 끝까지 보게 됐다고 할까요.
동양인으로 나온 애들이 너무 연기를 연기답게 하더라구요;;(칭찬 아님)

다들 좋은 영화라는데 저는 음악 빼고는 그다지...
저는 클린트 할배 영화 중에 (감독작으로) 퍼펙트월드가 가장 좋았어요.
안 보셨으면 추천할게요.

마노아 2009-03-22 21:50   좋아요 0 | URL
아, 그 얘기 빼먹었구나. 저도 오프닝과 엔딩의 연결이 좋았어요.
정말 '운명적인' 이야기를 했잖아요.
영화같은 인생이라니.. 워낙 삶이 드라마틱해서 해피엔딩이 아니라면 영화같은 삶보다 평범해도 지루한 삶이 나을 것 같아요..;;;;
퍼펙트 월드가 클린트 이스트우드 작품이었군요! 영화 내용은 대강 아는데 보진 못했어요.
무척 감동적인 엔딩으로 유명하잖아요.
그랜토리노에 나온 아그들이 연기를 연기답게 했군요. 으하핫, 보지도 않고 막 웃겨요.^^ㅎㅎㅎ
그래도 일단은 궁금합니다. 보고 나면 할 얘기가 더 많을 것 같아요.
퍼펙트 월드 추천 감사해요. 이것도 꼭 기억해 둘게요~
 
[사진리뷰] 데이비드 위즈너 그림책 리뷰 작성해 주세요~ 5분께 2만원 적립금을 드립니다!!
1999년 6월 29일 미래그림책 27
데이비드 위스너 글 그림, 이지유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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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참 좋아하는 데이비드 위즈너의 그림책. 국내 출간작 중 내가 보지 못한 마지막 그림책이다. 아, 아쉽구나! 



첫장을 열자마자 작가 소개보다 먼저 독자를 찾아준 그림이다. 오옷, 이 무슨 엉뚱한 광경이란 말인가? 이제 차차 살펴보자. 



1999년 5월 11일. 오옷, 거의 10년 전 이야기다!  

미국 뉴저지 주 호호쿠스에 사는 홀리 에반스는 채소 씨앗을 심은 화분을 하늘로 날려보냈다.  

일주일 뒤 5월 18일. 꼬마 과학자 홀리는 과학 시간에 이 실험에 대해 발표했다. 하늘 높은 곳에서 채소가 어떻게 자라는지 궁금한 까닭에 이 실험을 시작했던 것이다. 하늘로 올라간 화분은 몇 주일 뒤에 다시 내려올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친구들은 홀리의 실험에 큰 관심이 없어보인다. 선생님의 표정조차도 그닥 신통찮아 보인다. 하지만 이 사람들 모두, 곧 크게 놀라게 되어버리니...... 

처음 화분을 올려보내고 7주 뒤인 6월 29일, 막 해가 뜰 무렵 한 등산객이 몬테나 주에 있는 로키 산맥을 오르다가 놀라운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그 등산객은 반쯤 넋이 나간 채 산장으로 돌아와, 몇 시간 동안 한 마디만 되풀이해서 외쳤다고 한다. 

"순무였어!" 

보이는가? 산을 가득 메운 저 커다란 순무를. 파고 들어가면 아늑한 집이 한 채 될 것만 같은 무우였다.  

등산객의 경악했을 얼굴이 어렵지 않게 그려진다. 

 



온 나라 하늘이 채소로 뒤덮였다.  

오이는 카라마주 하늘에서 오락가락하고,
리마 콩은 레비타운에 불쑥 나타났다. 
솜엉겅퀴는 앵커리지 위를 날아가고,
설탕당근은 프로비던스 하늘을 지나갔다. 

당연히, 홀리 에반스의 집 뒷마당에도 커다란 브로콜리가 내려앉았다. 썰매를 타도 좋을 크기와 매끄러움이다! 



아이오와 주 오툼와에 사는 한 농부는, 자기 밭의 양배추를 보고 기뻐 펄쩍 뛰었다. 채소왕 선발 대회 일등은 그의 차지라나 뭐라나! 

좋아하는 건 농부뿐이 아닌 듯 싶다. 토끼들은 또 얼마나 신이 났겠는가. 이 기막힌 상황 앞에서 생태계의 파괴를 걱정하지는 말자. 저렇게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채소에 맞아서 불시에 죽은 재수 없는 인간은 없는가 괜히 걱정하지는 말자. 그런 것들은 모두 패스할 수 있는 동화의 세계다! 

그렇지만 걱정 많은 독자를 위해 작가는 친절히 설명한다. 채소들은 점심때가 될 즈음에 '무사히' 땅으로 내려왔고~ 

아마도 비행을 멈추고 사뿐히 내려앉은 모습일 것이다.  

유독 잘 내려오지 않던 피망만 사람들이 끌어내렸다. 걸리버가 다녀간 소인국 사람들을 보는 기분이다. 

피망의 속이 비어 있어서 잘 안 내려온 것일까??? 



텔레비전에서는 하루 종일 '하늘에서 내려온 채소' 이야기만 나왔다.  

캘리포니아에 깔린 꽃양배추, 시카고를 덮은 시금치, 시애틀을 덮은 상추 소식들... 

홀리는 수상하게 여겼다. 자신의 실험 목록에 들어 있지 않은 채소들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긴, 자기가 올려보낸 그 채소들이 저렇게 커다랗게 뻥튀기 되어 돌아왔다고 하면 그게 더 수상하기는 하다! 

어마어마하게 큰 하늘에서 온 채소들은 많은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었고, 돈벌이가 되었고, 또 다양한 쓰임새로 사람들을 즐겁게 했는데.... 

호기심쟁이 홀리는 이 채소들의 정체에 대해서 다시 궁금증을 키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더불어 생각한다. 내가 올려보낸 채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자, 정말로 어떻게 된 일일까. 1999년 6월 29일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 모든 것들은 꿈이 아니란 말인가??? 

궁금한 사람들은 책을 보아야 할 것이다. 그래도 가비얍게 힌트로, 그림만 덧붙여 보겠다. 무슨 일이 있었을 지는 각자 상상해 보시기를......! 





아, 너무도 사랑스러운 데이비드 위즈너의 그림책이다. 출간작은 모두 보았는데 번역 안 된 책이 더 있는 듯하다. 낯선 제목이 프로필에 있는 것을 보니. 

이 책은 글이 있지만, 위즈너의 그림책은 많은 경우 글 없이 그림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한다. 그리고 그럴 때에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해 주곤 했다.  

위즈너의 그림책들은 어떤 교훈이나 감동을 주기보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감탄을 자아내며 독자를 멋진 상상의 세계로 끌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건 그것대로의 감동과 설렘을 주는데, 만남을 가질 때마다 고마움을 느끼게 한다. 권위있는 상을 꼭 받아야 훌륭한 작가는 아니지만, 칼데콧이 무려 다섯 번이나 선택한 작가라면 우와~하고 감탄을 해도 지나치진 않을 것이다.

이지유 씨의 번역인데, '이상한 자연사 박물관'의 해설을 기억한다면 더 신뢰가 갈 것이다. 데이비드 위즈너의 '자유낙하'도 동 번역가의 해설이 포함되어 있다.

얼마 전에 그토록 원했던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책이 번역되어 나왔는데, 위즈너의 그림책 '메스꺼운 용'과 'Night of the Gargoyles'도 번역되어 독자를 만나주기를 간절히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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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9-03-21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요즘 알게된 위즈너 작가 책들은 정말 좋아요!
오늘 '이상한 화요일'을 받아서 정성이랑 보면서 마구마구 좋아했지요.
정성이가 다음 화요일엔 뭘까? 하길래 고양일거야 그랬어요 ^^

마노아 2009-03-21 22:04   좋아요 0 | URL
'이상한 화요일'도 끝내주지요? 다음 화요일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니까요.
데이비드 위즈너, 완소예요!

순오기 2009-03-22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위즈너 책은 요거 하나 봤어요. 어쩌면 내가 찍은 사진이랑 다 같게 찍었어요.ㅋㅋㅋ
어제 보강하면서 애들이 독후활동을 다양하게 해서 사진 리뷰 쓰기엔 최고일 거 같아요.^^

마노아 2009-03-22 10:50   좋아요 0 | URL
데이비드 위즈너 책은 리뷰를 다 써서 이벤트 참가하려면 사진을 다시 찍어야 해요.^^
저야말로 독후 활동이 필요해요. 호호홋!

하늘바람 2009-03-23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책 못보았어요. 아쉽네요^^

마노아 2009-03-23 11:18   좋아요 0 | URL
아껴두었다가 짠!하고 보셔요. 즐거운 기다림일 거예요.^^
 
[피터래빗] 4x6 포켓앨범(50매) 05823-5 - 핑크
(주)아이비스코리아
평점 :
절판


원래는 4*6 싸이즈 사진 앨범이지만, 모아놓은 엽서를 보관하는 용도로 쓰기로 했다.  

가로로 긴 판형이어서 전부 가로 그림만 꽂아보았다.  



옆에 메모를 남길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사진이었다면 뭔가 끄적거릴 게 있었겠지만, 엽서를 꽂은 나로서는 마땅히 쓸 말이 없었다. 분홍색으로 구입했는데 바탕이 흰색이었으면 엽서든 사진이든 더 눈에 도드라질 수 있을 듯하다. 구매시 참고하기를~ 



엽서는 대체로 규격 사이즈지만 가끔 좀 크다 싶은 것들이 있다. 무리해서 집어넣으면 경계선 이음새 3부분이 튿어질 수 있으므로 조심조심! 



세로로 긴 엽서도 여기 꽂힌 것만큼 남아있는데 세로형 앨범은 없나 두리번 거리는 중이다.  

하나 더 사서 겉모습을 통일시켜도 좋겠지만, 꽂은 것을 볼 때 돌려봐야 하므로, 기왕이면 세로로 꽂을 수 있는 앨범이면 좋겠다. 그런데 있는 할까? 세로 전용 앨범! 



추억의 엽서들... 어떤 엽서들은 20년도 더 전의 것이기도 했다. 



생각해 보니 만화가들 일러스트 엽서만 따로 모아놓은 스크랩북이 있는데 요 앨범 절반 사이즈다. 그건 세로 전용이었는데, 그런 용도의 앨범을 기필코 찾아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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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3-21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 님은 엽서를 모으시는군요^^

마노아 2009-03-21 10:29   좋아요 0 | URL
중학교 때 엽서를 많이 모았어요. 묵혀만 두기 아까워서 정리하기로 했어요.^^

후애(厚愛) 2009-03-21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심이 생기는데요. 달라고 하면 안 주실터이고..가까이 살면 좀 훔쳐올텐데..ㅎㅎ

마노아 2009-03-21 10:29   좋아요 0 | URL
으헤헷, 엽서들이 그럴싸해 보이나요? 호홋..^^

후애(厚愛) 2009-03-21 13:22   좋아요 0 | URL
갖고 싶은 욕심이 자꾸만 생겨요.^^ 정말 멋진 아이디어에요!~~~
근데 잃어버린 홀로서기 엽서 한장은 찾으셨나요?

마노아 2009-03-21 22:02   좋아요 0 | URL
하하핫, 기억하고 계셨군요! 엽서 정리하다가 저번에 못 찾은 홀로서기 엽서 한 장 찾았어요.
무척 기뻤답니다. 그 녀석들은 너무 길어서 앨범에 정리하면 멋이 안 나는데 고민을 좀 해야겠어요.^^

무스탕 2009-03-21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중고딩때 엽서 엄청나게 모았어요. 정말 엄청나게.. 그것도 다 만화 그림으로..
그런데 몇 년전에 그 엽서들을 저보다 더 이뻐해줄 어느분께 선물로 보내드렸지요.
지금도 가끔 이쁜 그림 엽서보면 무심코 사게되요 ^^

마노아 2009-03-21 22:03   좋아요 0 | URL
최근엔 문방구 외출을 잘 못해서 엽서랑 멀어졌어요. 이제 차차 다시 가까워지고 싶어요.
우와, 엄청난 만화 엽서를 모두 선물로~ 무스탕님은 마음이 너무 넓어요~

bookJourney 2009-03-21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번째 사진의 엽서들은 저도 가지고 있어요. 두 번째 사진의 엽서들과 분위기가 거의 같은 엽서도 있고요. ^^
스누피 엽서는 몹시 탐나는데요~~ ^^*

마노아 2009-03-21 22:04   좋아요 0 | URL
첫번째 시리즈 넘넘 좋아요~ 깜장고무신 삘이 나지요.ㅎㅎㅎ
스누피 엽서는 플라스틱으로 된 것도 있더라구요. 앨범엔 안 꽂았어요. 어쩐지 아까워서요.^^

순오기 2009-03-22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나도 우편으로 받은 엽서도 여러개 있는데 이렇게 정리하면 좋겠네요.
아직 앨범도 안 샀는데 요것도 같이 사서 편지와 엽서 정리하면 좋을 것 같네요.
둣 아이디어, 쌩유~ ^^

마노아 2009-03-22 10:50   좋아요 0 | URL
편지도 이렇게 보관하면 찾아보기 편할 것 같아요. 그런데 편지는 사이즈가 더 제각각이라는 게 좀 그렇지요.^^;;;

하늘바람 2009-03-23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때 이렇게 했었는데 지금은 다 없어져 버렸네요

마노아 2009-03-23 11:18   좋아요 0 | URL
많은 소녀들의 취미였지요. 엽서 모으기...^^

Kitty 2009-04-13 0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저 스누피 엽서 저도 있어요!!!!!!! 한국가서 찾아보고 싶어요!!!!!!! 급흥분!!!

마노아 2009-04-13 10:12   좋아요 0 | URL
오, 같은 엽서 동지가 여기 또 있군요~! 하핫, 그 흥분이 이해가 갑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