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 - The Reader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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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다섯의 소년과 서른 여섯의 그녀가 만나 사랑했다. 소년은 책을 읽어주었고, 그녀는 그 울림을 들으며 울기도 했고 화도 냈으며 감동도 받았다. 알고 있는 건 서로의 이름 정도뿐. 더 알지도 못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알 필요도 없었는데, 그녀가 사라졌다. 어느 날 갑자기.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제는 법대생이 된  소년은 그녀를 다시 만난다. 법정의 피고인이 되어버린 그녀를. 

사실 영화는, 또 원작은, 여기서부터 제대로 시작된다고 할 수 있었다. 그녀가 왜 갑자기 사라져버렸는지, 그녀의 완고한 표정들이 모두 여기서 설명된다. 그녀가 감추고 싶어했던 비밀, 그리고 그녀의 족쇄가 되어버린 그 비밀 한 자락.   

 



그녀는 글을 읽을 줄 몰랐다. 문맹. 가장 감추고 싶었던 그 사실이 그녀를 세상 밖으로 발가벗겨 내쫓는 구실을 한다. 글을 읽을 줄 모른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 회사에서의 보장된 승진을 포기하고 아우슈비츠의 감시원으로 취직했던 그녀. 전쟁이 끝나고 전차 승무원으로 일하다가 역시나 사무직으로 승진이 예정되자 가차 없이 직장도 버리고 사랑했던 소년도 버리고 떠났던 그녀. 그랬던 그녀가 법정에서 문맹 사실을 감추기 위해 모든 죄를 홀로 뒤집어 쓰고 무기징역 형을 받는다.  

이제는 청년이 된 꼬마는, 혼란스럽다. 그가 배운, 그가 알고 있는 '정의'대로라면 그녀의 진실을 밝혀야 했다. 그녀의 죄과가 없어지진 않더라도 홀로 다 지고 가는 것은 옳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 평생을 감옥에서 보내야 할지언정 밝히고 싶지 않아하는 그 마음을 그만이 알고 있다. 감당하기 힘든 그 사실 앞에 그는 얼마나 좌절하고 번민했던가. 

그녀, 한나가 그랬다. 폭격을 맞은 교회 안에는 300명의 포로가 갇혀 있었고, 감시원은 6명이었다. 불이 났고, 온통 아비규환으로 변해버린 그 현장에서, 그녀와 다른 감시원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하지 못했다. 달리 무얼 어떻게 해야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자신들의 임무는 완수했지만, 인륜은 저버렸다. 전쟁이 온 세상을 덮었던 그 시절에, 그녀같이 혼란스러운 판단을 내려야 했던 무수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결정을, 혹은 침묵을 책임지며 살진 않았다. 대표 희생양 하나 내세워 가차 없이 돌을 던지고, 그 뒤에 숨어 지냈던 사람이, 더 많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처럼 배우지 못했던, 무엇을 잘못했는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조차 알지 못했던 사람도 있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복역을 했던 그녀. 가석방 일주일을 앞두고 재회한 자리에서, 꼬마였던 중년 신사는 묻는다. 감옥에서 무얼 배웠냐고. 무엇을 깨우쳤냐고. 그녀는 말한다. 글을 깨우쳤다고.  

그는 그녀가 과거와의 반성과 화해, 사죄를 했는지 알고 싶었다. 그게 중요했다. 그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따뜻한 온정을 기다렸다. 그의 답장을 받기 위해서 그가 녹음해준 테잎을 들으며 책을 읽고 그것으로 글을 깨우쳤다. 수십 년 만에 만난 그 자리에서, 따뜻하게 잡아주는 손을 기대했다.  

글을 배우지 못해 온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던 그녀를, 법대를 나와 변호사가 되어버린 많이 배운 그는, 이해하지 못했다. 늘 그녀가 밟히고 마음에 얹혀 있었지만,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그도 알지 못했다. 그녀가 그때 그 불타버린 교회 앞에서 어찌해야 할지 몰랐던 것처럼.  

서로가 인생의 혼돈 속에서 흔들렸지만 두 사람의 반응은 무척이나 달랐다. 그녀는 큰 죄를 저질렀지만, 그 죄에 대해서 변명하지 않았고 남의 뒤에 숨지 않았다. 죽은 사람은 살아 돌아오지 않지만, 살아있는 그녀는 살아서 그 업을 감당하려고 노력했다. 허리를 펴고 두 눈에 꼿꼿이 힘을 주고 당당히.  

그는, 도망쳤다. 결혼했지만 금방 이혼했고, 자식뿐 아니라 다른 가족과도 마음을 나누지 못했다. 그녀를 위해서 책을 읽고 그것을 녹음해서 보내었지만, 결정적 마음 한자락을 더 싣지 못했다. 그녀가 평생에 걸쳐서 숙명처럼 지고 살았던 죄짐을, 이젠 그가 지고 갈 차례다. 이제껏 무거웠던 그 마음에 그녀의 상처입은 마음까지 더 얹어서. 

책과 영화는 사소한 설정들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무시해도 좋을 차이들이었지만, 마지막에 그녀가 꼬마에게 남긴 메시지는 아쉬운 대목이다. 원작에서 그녀는 아무 것도 남기지 않는다. 남기지 않음으로써 가장 강렬한 메시지를 주었는데, 영화는 '따뜻한' 한나로 그녀를 남겨둔다. 그리고 한나가 과거와의 매듭을 풀지 못했다고 여겼던 그가 이제는 매듭을 풀기 위해 딸에게 그녀의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다. 너무 친절하려고 해서 원작의 맛과 영화적 멋이 오히려 감소한 게 아닐까 싶다.  

사족 1. 32살 때부터 랄프 파인즈가 나오는데, 어린 딸과 함께 있으니 마치 손녀 딸을 보는 기분이었다.  

사족 2. 케이트 윈슬렛의 연기는 정말 훌륭했는데, 예순 넘어서의 외모는 보여줬어도 목소리는 지나치게 젊었었다. 그래서 문득, '불멸의 이순신' 때 김명민 씨가 얼마나 연기를 잘 했는지 새삼 사무치기도. 

사족 3. 이 영화에서 올 누드, 나신~ 이런 단어들은 불필요한 것들인데, 영화의 포스터는 뭔가 관음증적 냄새가 나는 은밀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불만이다. 

사족 4. 남주인공 이름 '마이클'은 너무 미국적인 느낌이 아닌가? 원래 이름 미하엘과는 발음 차이겠지만, 그 이름이 주는 분위기 차이가 크다.

사족 5. 별점 다섯을 충분히 줄 만큼 좋았지만, 그래도 나는 슬럼독 밀리어네어보다, 더 리더보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더 좋았다. 그리고 '더 리더'라는 제목보단 '책 읽어주는 남자'가 더 마음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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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9-03-24 0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작과 영화를 모두 보셨군요 ^^
말씀대로 '책 읽어주는 남자'라는 제목도 느낌이 괜찮은데 말예요. 아마 비슷한 다른 제목들이 꽤 있어서 '더 리더'라고 했을까요?
원작 이름은 '마이클'이 아니었나보네요.

마노아 2009-03-24 11:11   좋아요 0 | URL
원작 이름이 '미하엘'이니까 그걸 미국식 발음으로 하면 '마이클'이 되겠네요. 맞나요?
그런데 미하엘이라고 부르는 것과 마이클로 부르는 것은 느낌 차이가 커요.
근래 우리나라에서 개봉하는 영화들은 원작 제목을 그대로 따올 때가 많아요. 그래서 온통 영어 제목을 한글로 발음한 제목들이 난무하지요. 예전에는 제목을 표현하는 것에서 있어서도 좀 창의력을 발휘했는데 말이에요.^^

아키타이프 2009-03-24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벤자민은 너무 길어서 상영 하는 내내 두번이나 화장실을 들락 거린다고(자리가 또 중앙인지라) 주위 사람들한테 미안하기도 했고, 집중하지 못한 경우라 날림 감상이라 그런지 크게 와 닿지 못하더라구요.

남주 이름이 책이랑 영화랑 다른게 맞군요. 전 책을 나중에 본 경우라 책을 읽으면서 남주 이름이 낯설다고 느꼈는데 영화의 각색 작업으로 인해서 바뀐게 맞군요.

포스터의 야한 카피는 아무래도 임팩트 강한 부분이 性/폭력/실화...이런쪽이다 보니 관객 끌려는 수단이라 봐서 그냥 넘어간답니다. 영화 하얀궁전 한국판 포스터도 야하게만 나왔었는데 일본판 포스터는 그야말로 멜로적이라서 한동안 제 바탕화면으로 깔아둘 만큼 좋아했지요.

마노아 2009-03-24 11:28   좋아요 0 | URL
벤자민은 거의 3시간 육박이라서 시작 전에 음료수도 자제했어요. 보다가 화장실 가면 흥이 깨지잖아요. 어휴, 근데 두번이나 다녀오셨군요. 예전에 반지의 제왕 2편 보면서 저도 중간에 화장실 갔답니다. 두번째 관람이었기에 다행히 놓친 부분은 없었어요.^^
미하엘을 마이클로 바꾼 건데, 같은 이름이 발음 때문에 느낌이 확 변하잖아요. 영어 대사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이름은 좀 냅두지 그랬나 싶어요.
하얀 궁전은 처음 들어봐요. 포스터 급 궁금해집니다. 바탕화면으로까지 사용되었다니 더 궁금해요. 검색해봐야겠어요.6^^

무스탕 2009-03-24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정말 이 영화 볼거에요. 책도 샀지만, 아직 책은 들춰보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영화는 꼭 볼거에요.
엉엉엉.. 요즘 정말 어여 일이 끝나기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니까요.. ㅠ.ㅠ

마노아 2009-03-24 23:18   좋아요 0 | URL
아아, 무스탕님의 바쁜 기운이 저한테도 전해져요. 일 끝나고 할 일 머릿 속에 리스트 작성하셔요. 더 리더도 꼭 보시구요. 화이팅팅팅!!!

순오기 2009-03-26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어제 왔고요, 영화는 곧 봐야지요. 3월엔 아직 영화 한편도 안 보고 뭘했나 몰라요.ㅜㅜ

마노아 2009-03-26 21:37   좋아요 0 | URL
학교에 적을 둔 사람들은 3월이 가장 바쁘잖아요.^^
한숨 돌릴 때 이 영화 즐겁게 감상하셔요~ ^^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그림이 너무 촌스러워서 충격 하나. 이선희가 부른 이 노래가 원래 이렇게 끊기듯이 불렀었나? 하고 충격 둘.  

송도영씨가 세라 목소리를 했었구나. 역시 지존!

초등학교 2학년 때 이 애니가 방영되었는데 너무너무 좋아했더랬다. 

문방구에서 파는 100원 짜리 종이인형 무지 갖고 싶었더랬다.  

타샤 할머니가 그린 비밀의 화원으로 다시 볼까? 했었는데 책이 너무 두꺼워서 접었더라는 이야기가 있다...;;;; 

어릴 때 '작은 숙녀 링'이라는 제목의 애니도 무척 좋아했다.  

거기에 병약한 이복 언니 세라가 나오는데, 또 이웃집 멋진 꽃미남 형제 아서와 에드워드도 있었다. 이름은 에드워드가 더 좋았지만 인물은 형 아서가 좋았지. 

세라가 그린 그림을 전시회에 내기 위해서 아서가 말 타고서 기차 따라잡는 장면도 있었다..;;; 

링과 세라의 아버지가 새엄마와 헤어지고 작은 집에서 새출발하는 2부 때는 애들이 자란 것을 단지 다리 길이만 늘여서 표현하는 바람에 그림이 너무 어색했더랬다. 그때 링이 다니던 학교에 엄청 거친 말이 있었는데 그 어미 말이 새끼를 살리고 죽었던 게 기억난다.  애석하게도 애니를 끝까지 보지 못했다. 해피엔딩이었겠지만 그 후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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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03-23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덕분에 어여쁜 세라의 얼굴도 다시보고 노래까지 알게 되어 기뻐요~
가사 중에 '아! 울고 싶지만 울지 않을래... 힘차게 살아야 해' 너무나 마음에 와닿았답니다.
너무너무 감사해요.^^;;

마노아 2009-03-23 14:28   좋아요 0 | URL
후애님을 위한 페이퍼였어요~ 호호홋, 저도 오랜만에 들으니 좋더라구요.
제가 어릴 때 만화영화 주제곡 따라 부르기를 참 좋아했답니다. 추억이 마구 밀려와요.^^

후애(厚愛) 2009-03-24 08:12   좋아요 0 | URL
아~ 감동..!!!
저를 위해 이런 수고까지 해 주시다니요. 정말 고맙고 감사드립니다.^^

마노아 2009-03-24 11:12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검색만 했을 뿐인데요. 호호홋^^

hnine 2009-03-23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공녀를 저 만화로 본 적은 없지만, 문득 엉뚱하게 성우 송도영씨가 요즘은 뭘할까 궁금해지네요. 목소리 참 예뻣고, 저 중학교때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도 진행했었거든요.

마노아 2009-03-24 00:40   좋아요 0 | URL
2001년도였던가, 성우 분들 녹음실 견학갔을 때 송도영씨를 만났어요. 여주인공이었거든요. 정말 목소리가 너무 낭랑해서 마법 같았어요. ^^

라주미힌 2009-03-23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가 저랬었나요... 심하게 성인가요 스타일로 불렀넹 ㅡ..ㅡ;;
노래도 완전 우울하다;;;;

마노아 2009-03-24 00:41   좋아요 0 | URL
제 기억보다 많이 꺾어서 부르네요. 이상해요ㅡ.ㅡ;;;
가사도 좀 우울하지요...;;;
 


신들의 음식에서 사랑 고백 선물까지 [제 892 호/2009-03-23]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좋아하는 간식인 초콜릿. 구글에서 초콜릿(chocolate)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무려 2억 개 이상의 홈페이지가 나올 정도다. 이렇게나 인기있는 먹을거리의 기원은 ‘신들의 음식’이라고 한다.

초콜릿은 테오브로마 카카오(Theobroma cacao)라는 나무에 열리는 카카오 콩으로 만든다. ‘테오브로마’는 그리스 어로 ‘신들의 음식’이란 뜻이다. 이런 이름이 붙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원래 초콜릿은 고대의 중앙아메리카에서 부족장이나 성직자처럼 높은 신분의 사람들만이 마실 수 있는 음료였다. 카카오는 적도 부근 열대우림에서 자라기 때문에 중앙아메리카는 카카오 산지로는 최적지였다.

마야인들은 서기 600년경부터 볶은 카카오 열매를 이용해서 특별한 음료수를 만들어 마셨다. 이들은 또 카카오 열매를 화폐로도 이용했다. 당시 카카오 열매 네 개로 호박 한 덩어리, 열 개로는 토끼 한 마리, 그리고 100개로는 노예 한 명을 살 수 있었다고 한다. 아즈텍인들 역시 카카오 열매로 음료를 만들어 마셨고 종교의식에도 이 열매를 사용했다.

특히 아즈텍 인들에게 카카오 열매가 귀중했던 이유는 그들의 신 중 하나인 퀘찰코틀, 즉 농업을 관장하는 신이 아즈텍 인들에게 카카오 나무를 물려주었다는 전설 때문이었다. 아즈텍 인들은 먼 옛날 퀘찰코틀이 신들의 왕에게 쫓겨났으나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거라고 믿고 있었다. 1517년 스페인 정복자 돈 코르테스가 아즈텍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드디어 전설의 퀘찰코틀이 돌아왔다며 그를 대대적으로 환영하고 초콜릿 음료를 대접했다. 아즈텍 인들은 오래지 않아 자신들의 판단이 틀렸음을 알았지만, 그때는 이미 스페인 군인들에 의한 무자비한 정복이 시작된 후였다.

아즈텍 문명을 멸망시킨 돈 코르테스는 1520년대에 아즈텍 문명의 여러 보물과 함께 초콜릿을 유럽에 최초로 소개했다. 스페인 가톨릭 교회와 귀족들은 초콜릿의 가치를 알아보고 100년 이상 초콜릿 수입 권한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그 후 17세기 들어 초콜릿은 서서히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고 다른 유럽 국가로 퍼져 나가게 된다. 이 당시 초콜릿은 음료수로만 알려졌었다. 현재처럼 고형의 딱딱한 초콜릿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흘러야 했다.

초콜릿 음료, 즉 코코아 음료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카카오 열매에 대한 수요도 늘어났다. 그러자 유럽 국가들은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의 식민지에 저마다 카카오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1660년 프랑스는 서인도 제도와 남아메리카에서 카카오 재배에 성공해 그 열매를 유럽 각국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879년에는 아프리카의 골드코스트 지역에서도 카카오 재배가 시작되었다. 카카오 재배는 이웃한 카메룬, 아이보리코스트, 나이지리아 등으로 확산되었다. 원래 아마존의 열대우림에서 자라던 카카오는 이 같은 경로를 통해 아프리카의 주요 작물로 변화한 것이다.

어떻게 하면 카카오 열매에서 초콜릿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 과정은 꽤 복잡하다. 우선 축구공만 한 크기의 카카오 열매에서 카카오 콩과 과육을 분리해서, 이 콩을 7~10일간 발효시킨다. 발효과정을 통해 카카오 콩 바깥쪽의 과육이 아세트산의 유도체로 변화되면서 초콜릿 특유의 향이 나기 시작한다. 이를 건조, 분류한 후에 카카오 콩을 볶는다. 흔히 말하는 ‘로스팅’이라는 과정이다. 로스팅한 카카오 콩의 껍질을 모두 제거한 다음, 콩을 작은 크기로 분쇄한다. 모래를 씹는 듯한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3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크기로 잘게 잘 분쇄해야 한다. 분쇄한 카카오 콩을 압착하여 코코아 버터를 제거하면 드디어 코코아가 얻어진다. 이 코코아를 다시 다양한 방식으로 가공하면 우리가 즐기는 초콜릿이 완성된다.

그런데 천 년도 넘는 옛날의 중앙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이 복잡한 과정을 어떻게 알아냈던 것일까? 아즈텍 주민들은 초콜릿을 발견하고 제조한 비결에 대해 어떤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 최초의 초콜릿 탄생 비화는 영원히 사라져 버린 셈이다.

초콜릿의 맛과 부드러운 느낌의 비결은 첨가된 지방 분자의 양과 분포, 적절한 결정화에 있다. 서로 다른 식용지방을 적절히 섞어서 가장 좋은 상태의 결정, 즉 맛있는 초콜릿을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초콜릿 제조공정에서 지방의 양과 분포를 지속적으로 측정하여 품질을 관리하게 된다.

최근에는 핵자기공명장치(NMR) 같은 첨단 장비까지 초콜릿 제조에 동원되고 있다. 이 장치는 핵자기공명 현상을 이용하여 식품의 동위 원소 분석이 가능하고 10초 이내로 측정을 끝낼 수 있다. 또한 추가적인 화학물질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 환경친화적이기 때문에 식품제조분야에서 점점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첨가된 지방분자는 초콜릿 입자 사이의 미세구멍을 통해 확산하게 된다. 특히 초콜릿의 표면으로 이동하면 초콜릿에서 탈색이 일어나는데, 초콜릿 제조업자들은 이를 ‘꽃이 피었다.’고 말한다. 또 코코아 입자의 크기를 조절하고 지방을 어느 정도 첨가하느냐에 따라 초콜릿의 굳기와 점도 등이 달라진다고 한다.

엄청난 칼로리에도 불구하고 항산화제인 폴리페놀이 많이 들어 있는 초콜릿은 또 다른 건강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폴리페놀은 다크 초콜릿에 가장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건강을 생각한다면 다크 초콜릿을 먹는 편이 낫다.

글 : 이식 박사(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

http://scent.ndsl.kr/View.do?type=1&class=100&seq=4087&B4Class=All&onlyBody=FALSE&meid=1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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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03-23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에는 추수감사절, 성탄절, 할리윈... 평소에도 초콜릿을 많이 즐기는 미국인들입니다. 마트에 가 보면 종류가 다른 초콜릿이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지요. 무엇보다 남녀사이에 초콜릿이 많은 인기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별로 즐기지는 않지만 아주 가끔씩 먹는답니다.^^

마노아 2009-03-23 14:02   좋아요 0 | URL
어제 읽은 흑집사에서 카레에 초콜릿을 넣더라구요. 그 안에 카카오를 비롯한 무수한 향료가 포함되어 있어 '감칠맛'을 주었다고 나오더라구요. 아, 다크 초콜릿 56%가 급 땡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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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화요일 비룡소의 그림동화 84
데이비드 위스너 글.그림 / 비룡소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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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으로 전하는 것보다 시로 전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느껴지는 것처럼, 글 없이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은 더 대단해 보인다. 에릭 로만의 '이상한 자연사 박물관'도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나 보다. 데이비드 위즈너의 그림책들은 많은 경우 글이 없다. 있을 때에도 몇 글자 없다. 이 책이 그랬다. 

화요일 저녁, 8시쯤. 

늪지대에 노을이 예쁘게 지고 있다. 달은 휘영청 밝은데 뭔가 수상한 기운을 느꼈는지 거북이가 긴 목을 빼콤히 쳐든다. 그리고 놀라야 할 시간! 



연꽃 잎을 타고서 비행하는 개구리들. 우주인일까? 아닐 걸? 나이 지긋해 보이는 거북이는 크게 놀란 기색이 아니지만 물고기떼들의 반응은 놀랍다. 무슨 수중 발레하는 것 마냥 모두 얼굴을 위로 올리고 구경하기 바쁘다. 그에 비해서 개구리들의 저 차분한 얼굴들. 첫 비행이 아닌가 보다. 대체 화요일 8시 경에 무슨 마법이 벌어진 것일까? 

익숙한 비행이다 보니 스릴을 즐기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연꽃잎에 탄 채 360도 회전을 하기도 하고 전깃줄에 앉아 있던 새들을 놀래키기도 한다. 날개 달린 녀석들이 비행하는 개구리 떼에 놀라 푸드득 도망치는 모습이라니. 약올리는 재미도 무시 못했을 것이다. 이런 날이 어디 날마다 오는가? 오늘은 특별한 화요일이란 말씀! 



반듯반듯 비슷하게 생긴 집들 위로 쭈욱 지나간다. 어느 집을 목표로 할 것인가 머리(눈알) 굴리고 있는 중일까? 

밤 11시 21분. 

야식으로 빵과 우유를 먹고 있던 한 남자가 창 밖으로 지나가는 개구리 떼를 목격한다. 자신의 눈을 의심하는 게 당연한 수순. 

그런데 이 태연자약한 개구리떼들은 개의치 않고 쭈욱 지나친다. 심지어 어떤 녀석은 손까지 흔든다. 어휴, 여유만만이다.  

전방에 빨랫줄에 걸린 이불 발견. 돌아가지도 않는다. 이쯤이야!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이불에 부딪혀서 본의 아니게 슈퍼맨 복장이 되었다. 나는야 슈퍼 개구리! 

망또만 두르면 천하무적이 되는 개구락지랍니다! 

때마침 창문이 열려 있는 집 발견! 

우리더러 어여 들어오라는 소리겠지?  

개구진 녀석들은 굴뚝을 통해서 집안으로 들어오기도! 

보아하니 겨울철이 아니니 재가 묻을 염려도 없다. 



어이쿠, 이 할머니! 이 역사적인 순간에 쿨쿨 주무시기만 하다니. 호기심쟁이 개구리들이 대신 TV를 시청한다. 

기다란 혀를 빼내어 리모콘도 눌러주는 센스! 

테이블 위의 시계를 보니 현재 시각은 새벽 1시 23분 정도.  

TV 대신 그림 감상하는 개구리도 있다. 그러고 보니 이 방에는 그림이 많이 걸려 있다. 아직 잠들지 않은, 혹은 깨어버린 고양이 한 마리 문 틈으로 개구리들을 지켜본다. 그리 경계하지 않는 걸 보니, 녀석 역시 이 친구들을 처음 보는 눈치가 아닌가보다.  연꽃잎 위에 앉아 있는 자세들도 모두 제각각이다. 바짝 엎드려서 누워있는 듯한 자세를 보이는 친구들도 있고, 연꽃잎을 붙잡고 바른 자세로 앉은 녀석도 있다. 졸린 모양인지 눈이 반쯤 풀린 녀석도 있다. 아무튼 시간은 무르익어 어느덧, 

새벽 4시 38분. 이제 다시 늪으로 돌아갈 시간이 닥쳐온다. 

정원을 날아가다가 집 잘 지키던 누렁 개에게 쫓기는 개구리 한 마리! 그러나 이쪽도 머릿수로는 뒤지지 않는다.  

개구리 떼가 사정 없이 달려오니(날아오니) 이번엔 누렁 개가 혀를 내빼고 냅다 도망친다. 해치지 않는다니까 그러네.... 

아앗, 날이 밝아오는구나. 모두 서둘러라. 정 안 되겠으면 그냥 입수!!! 



해가 뜨면 연꽃잎들이 자연스레 비행을 멈추고 땅으로 곤두박질 치는 것일까?  

물 가까이서 떨어지지 않으면 낭패! 

늑장 부리면 두 번 다시 이 황홀한 비행을 맛볼 수 없을 지도! 

자, 서두르자고!!! 

때아닌 들판에 개구리 떼가 귀향 중이다. 부지런한 농부가 일찍 일어났더라면 이 광경을 보았을 지도... 

 



밤새 신나는 모험을 즐겨놓고 시침 뚝 떼는 개구리 친구들! 

도로에는 온통 이들이 남겨놓은 연꽃잎들만 즐비한데... 

게다가 이 광경을 목격한 그 사내는 아직도 잠옷 바람인 채로 방송사와 취재 중이다. 그런데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했으니 사람들이 이 말을 믿어줄까? 

경찰관은 심각한 표정으로 아직도 물기가 떨어지는 연꽃잎을 지우개 달린 연필로 쓰윽 들어본다. 지문 묻지 않게 조심조심! 

지난 밤 혼이 났던 누렁 개도 킁킁 냄새를 맡지만, 이미 게임 끝났다니까...... 

이 기묘한 사건이 뉴스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겠지만, 사람들은 몰랐을 것이다. 그 다음 주 화요일에 일어날 일을...... 

호기심 많고 상상력이 넘치는 누군가라면 눈 부릅뜨고 이 광경을 목격할 수도 있겠지만...... 

자, 다음엔 네 차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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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3-23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멋졌어요. 그림이 정말 환상적이지 않아요?
우리 아이들도 그 그림에 홀딱 반해서 빠져보던걸요. ^^

마노아 2009-03-23 02:51   좋아요 0 | URL
말이 필요없지요. 보지 않았으면 말을 마~라고 한 마디 해줘야 한다니까요.^^

후애(厚愛) 2009-03-23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도 멋지고 개구리들도 멋지고 귀여워요. 전 원래 개구리들이 징그럽다고만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 본 개구리들은 전혀 징그럽지가 않아요. 화요일날 잠 자지 말고 한번 기다려 볼까요.^^ 책에서 벌어진 일들이 현실로 나타날지 모르는 일이잖아요.~ㅎ

마노아 2009-03-23 11:17   좋아요 0 | URL
그림 책 속의 쥐도 예쁘고, 개구리도 근사하고, 참 놀라운 세계예요.^^
화요일 날 밤을 꼬박 세우고 바깥을 관찰하면 우리도 뭔가 발견하지 않을까요? ㅎㅎㅎ

하늘바람 2009-03-23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환상이지요.이 책 집에 있는데 아직 태은이 안보여주고 있어요. 뭐 무숴워할 수도있지만 그거보다 아끼고 있답니다.^^

마노아 2009-03-23 11:18   좋아요 0 | URL
글이 없으니 그림만 보고서 태은이가 감상할 수 있겠어요. 아직은 너무 어릴까요? 조금 더 기다리면 태은이의 멋진 친구가 되어줄 거예요.^^

순오기 2009-03-26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욜 이 책 빌려와서 오늘 수업했어요. 아홉 권 중에 골라서 자유롭게 독후활동 했는데 아이들이 이 책을 많이 그렸어요.ㅋㅋ그런데 자유낙하는 어렵다고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어요. 고학년들에게 유도해봐야 할 듯...^^

마노아 2009-03-26 21:38   좋아요 0 | URL
자유낙하는 해설을 읽어야 이해가 될 거예요.^^
그럼 9명이 모여서 수업 듣는 건가요? 딱 적당한 숫자예요. 제가 거기 끼어서 10명을 채우고 싶어요.^^
 
흑집사 5
야나 토보소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보통은 흑집사 단행본 한 권 분량의 내용이 흑집사 애니 2회 분량의 내용이었다. 4.5권을 내리 읽고서 애니를 보았는데, 본편에 전혀 없는 내용이 5회 연속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러다가 기어이 4.5권 분량의 내용은 애니 13.14.15회에서 마주쳤다. 완벽하게 똑같은 내용은 아니다. 애니 쪽은 내용이 더 들어가 있고 캐릭터도 더 늘어나 있다. 애니의 내용도 같은 작가가 쓰는지 알 수가 없다. 기본 설정만 같게 하고 따로 스토리 작가가 있는 건 아닐가 의심도 간다.  

아무튼. 각자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다. 아무래도 나는 책으로 보는 쪽이 더 섬세하고 재밌는 편인데, 애니 쪽은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보다 역동적인 장면에서 눈을 즐겁게 해주는 맛이 있다. 게다가 내용도 더 많으니까 에피소드의 소소한 매력도 추가되기 마련이다.  

5권 읽으면서 발견한 건데, 매 권 시작할 때 첫 속지 칼라 그림은 무조건 흑백 그림에 칼라 포인트를 준다. 노랑색, 파랑색, 빨강색 등등. 5권의 색은 다홍색이다. 기본으로 등장하는 흑집사 세바스찬과 백작 시엘이 있고, 그밖에 해당 권의 주요 등장인물이 추가된다. 매번 등장하는 두 캐릭터도 옷차림에 약간의 변화가 있다. 손수건의 모양과 장식, 모자의 꽃, 브로치나 리본 등등에서 말이다. 심지어 늘 연미복 차림인 세바스찬의 옷에도 잔주름의 변화가 있다. 소소한 발견의 기쁨이다. 

그리고 제목 말인데, 늘 '그 집사, 무엇무엇...'이런 식의 제목인데, 그 앞에 번호를 매기지 않고 이렇게 제목이 매겨진다. 'in the morning', 'in
the afternoon', 'at night', 'at midnight'  작품이 진행되는 날짜와 시간에 상관없이 일종의 번호처럼 등장하는 문구다. 매회 그렇다. 5권을 읽어서야 발견하다니...;;;;  
                                                                       

 

 

 

 

 

 

지난 4권에 등장했던 인도 왕자와 신의 오른 손을 가진 아그니. 그를 상대해서 제대로 된 카레 요리를 만들어야 했던 세바스찬의 미션. 크리스털 박람장이랑 빅토리아 여왕까지 등장하며 제법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했는데, 가장 즐거웠던 건, 그 후 집에서 있었단 '자수 소동' 막기였다. 완전 제대로 개그였는데, 이 부분은 애니로 보면 더 웃길 것 같았건만 16화 예고에 없는 걸 보니 애니 내용에선 빠진 듯하다. 아쉽다. 



흑집사는 굉장히 가볍게 보기 시작한 작품이었는데 갈수록 완소 작품이 되어버렸다. 캐릭터들은 모두 그 나름의 어떤 과거와 상처가 있고, 그 덕분에 에피소드들이 풍성해진다. 심지어 식충이라고 맨날 구박했던 고용인들조차 저마다의 어떤 사연이 있는 듯하다. 아직 드러나진 않았지만.  

흑집사 세바스찬은 본성은 악마인지라, 인간들이 보여주는 온갖 군상들에 냉소로 답할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기본적인 '예의'를 갖고 있다. 때로는 '상냥함'을 보태어서. 그 모순된 모습이 보여주는 아찔한 교훈과 재미가 작품 속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일본 아마존에 들어가서 검색을 해보니 일본판은 6권까지 나온 듯하다. 1월 출간이었으니 7권은 약 4개월 걸리지 않을까? 한국에선 아직 6권도 미출간이지만.  

2권 부록이었던 스티커를 오늘 다이어리에 죄다 붙여버렸다. 후훗, 재밌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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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3-23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사의 주된 업무는 요리인 듯해요

마노아 2009-03-23 00:21   좋아요 0 | URL
1일 다역을 소화해 내지만 요리할 때 가장 자부심을 갖고 있는 듯해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