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엊그제 일이다. 은행 365 코너에 돈을 입금하러 갔는데, 출금은 기계 두 개 다 되지만, 입금은 한 쪽 밖에 안 되어서 줄 서 기다리는데, 내 앞의 아저씨가 대낮부터 어찌나 취해계시는지 계속 기계 잘못 눌러 삐삑 거리면서 비키지를 않는 거다.
10분. 기다리다 못해 서둘러 달라고 요청을 하니 아저씨가 자기 탓이 아니라 기계가 자기 카드를 먹고서 안 뱉었다고 주장한다. 보니까 기계는 멀쩡했다. 카드는 자기 손에 들고 있었음..;;;;
혹시 출금하시는 거면 옆쪽 기계를 써달라고 요청했더니 나더러 그쪽 쓰라며 자긴 먼저 왔으니 기다리란다. 요 얘기만 연속 3번 복창하심. 난 입금할 거라서 옆에 기계는 못 쓴다고 했더니 그건 은행 잘못이니까 은행가서 따지라고 한다. 여기까지 실랑이 다시 5분.
이야, 여기서 좀 더 욱하면 진짜 큰 싸움 나겠구나 싶었다. 짜증 지수 마구 급 상승.
급기야 이 아저씨 은행 인터폰으로 은행 직원 연결해서 날 바꿔준다. 허헛!
그 전화 받으면서 잽싸게 돈 입금했다.-_-;;;
직원이 무슨 일이냐고 하길래 술 취한 아저씨가 안 비킨다고 했더니 자기네 직원 보내준다고 한다. 전화 끊고 나가려는데 아저씨 항의. 자기만 나쁜 사람 되지 않았냐고. 수고하세요~하고 나와부렸다. 에잇!
2. 어제는 이력서를 한 통 넣었는데 직접 방문접수해야 하는 곳이었다. 모처럼 단정히 입고 모처럼 화장도 하고 나갔다. 단추도 답답했지만 목까지 꽉꽉 채우고(춥기도 했다.) 서류 제출. 집에서 가까운 곳이었는데 버스 잘못 타서 3번 타고 도착. 에잇!
3. 이어서 병원으로 갔는데, 화장실 거울을 보니 맨 위 단추는 채우고 그 아래 단추는 풀려 있구나. 에잇, 에잇!!!
4. 제일 병원 가는 셔틀버스는 충무로역에서 멈춘다. 매 15분 간격으로. 홈페이지를 보니 1번 출구라고 적혀 있어서 거기서 기다렸는데 20분이 되도록 버스가 안 온다. 에잇, 걸어간다! 하고 걸어갔는데, 나중에 안내판 보니, 걸어올 때는 1번 출구이고, 셔틀버스는 8번 출구(1번 출구 맞은 편)란다. 에잇...ㅠ.ㅠ
5. 산부인과로 바로 갔더니 초진이라고 옆에 외래 병동으로 가란다. 거기 2층이라고.
그래서 외래 병동 2층으로 갔더니 1층 가서 접수부터 하란다. 접수하고 혈압 재고 다시 접수. 여긴 한 명 빼고 모두 특진이다. 의사도 많지만 환자는 더 많구나.
6. 3주 조금 못 되어서 다시 받은 초음파 검사. 마음의 준비를 한 탓에 저번보다는 덜 민망했지만, 우야튼 무지 아프더라.
중년의 의사샘은 차분히 설명하신다. 기계적으로.
3,8*3.7cm 크기의 근종 2개. 어디 쯤에 있는지 위치 그려주고.
치료 방법. 고주파 융해술은 5cm크기가 4cm크기로 줄어드는 정도의 효과.
수술은, 재발 확률이 20~30%. 수술시 아기 낳을 땐 제왕절개.
수술을 하지 않을 시 임신 24주에 급격히 근종이 커지고 유산 위험이 커진단다.
근종은 언제까지 커지나? 폐경기까지.
좀 더 경과를 지켜보고 6개월 뒤에 상황봐서 수술을 해야 하는지 마는지 결정하자고 한다.
7. 빈혈 때문에 피검사를 했는데, 요건 아래 층 가서 일단 진료비 수납부터 해야 한단다. 어휴, 우리 동네 병원은 초음파 검사 비용 25,000원이었는데, 여긴 56,000원이다. 그밖에 진료비랑 특진비, 피검사 비용 가산. 후덜덜덜...;;;;
동네 작은 병원보다 확실히 나은 점은 피검사가 하루 걸리는 게 아니라 10분 뒤에 후딱 나온다는 것.
다시 위로 올라가서 설명 듣기. 피검사 결과 수치는 10.2 나왔다. 지난 12월에 6 나왔는데 두 달 약 먹고 좀 올랐다. 그치만 올라서 요 모양이라는 것..;;;;;
약 처방해 줄 테니 약도 지어가란다. 먹고 있는 약 있는데 같이 먹냐고 하니까 의사샘이 버럭 성낸다. 다 먹고나서 먹으라고.
아니, 몰라서 묻는데 왜 성질? 설명해준 종이 가져갈 수 있냐고 하니까 자기네 보관이란다. 복사해주면 좋을 것을, 그건 무린가?
8. 확실히, 두 병원을 다녀보니 차이점이 있다. 동네 병원은 섣불리 수술을 언급하는 미숙함을 보였지만, 적어도 환자를 걱정하는 느낌이 팍팍 왔더랬다. 이 큰 병원의 의사는 눈 한 번을 안 마주치고 기계적인 얘기를 높낮이 없이 주르륵 나열한다. 마치 녹음기를 틀어놓듯이. 그리고 질문을 하면 성을 낸다. 시간 아깝다는 거겠지? 병원의 환경과 비용도 비례한다. 그렇지만 어느 쪽이든 검사대 위에 올라가면 꼭 저울 위에 올라간 고깃덩어리가 된 기분이어서, 병원은 가급적 안 오고 싶다.
9. 월요일에 인터넷 전화를 신청했는데 설치하러 오신 기사님이 좀 어리버리 하셨다. 내 접수증을 다른 걸로 착각해서 기계 잘못 갖고 오시고(전화번호가 다르다), 혀가 짧으신 건지 말이 많이 어눌했다. 설치 다 하고 가시면서 기사 평가 전화 오면 7점 만점에 7점 부탁드린다고... 그거 점수 낮으면 월급이 깎인다고 신신당부하시고 가셨다.
10. 그 평가 전화가 오늘 왔는데, 제 시간에 왔는가, 제대로 설명을 해주었는가, 친절했는가, 용의복장은 단정했는가 등등을 묻는다. 7점 만 점 중에 몇 점이냐고. 모두 7점으로 말해주고 전화 끊는데 기분 참 거시기 하다. 예전에는 그저 친절하셨는가, 다른 문제는 없었는가 정도의 질문이었는데, 바뀌어진 규정은 세분화되면서 얼굴은 단정했냐고까지 묻고. 평가가 낮으면 월급이 깎인다니......
병원도 그렇고 설치 건도 그렇고, 사람은 보이지 않고 돈만 보여서 여간 씁쓸한 게 아니다. 새삼스러울 것은 없더라도.
그나저나, 어제 피아노 레슨까지 다녀오느라 지하철이랑 버스만 11번 탔다. 별로 한 일도 없이 무지 피곤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