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자전거 배우기 지원이와 병관이 4
고대영 지음, 김영진 그림 / 길벗어린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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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영 작가와 김영진 작가가 만든 책이다.(몇 번째인지 모르겠지만 꽤 자주 같이 작업했다. 그것도 길벗에서~) 

자주 등장하던 지원이 동생 병관이가 주인공이다.  



병관이와 상현이는 둘도 없는 친구지만 또 라이벌이다. 아파트 단지에서 벌인 자전거 경주. 단지 안에서 네발 자전거 챔피언인 병관이가 이번에도 상현이를 앞질렀다. 의기양양 병관이. 

그러나 며칠 만에 상황은 반전되었다. 상현이가 병관이를 저만치 따돌리고 쌩하니 달려가는 것이다. 이럴 수가! 

비밀은 바로 바퀴에 있었다. 상현이는 며칠 새에 아빠에게 두발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워서 나타난 것이다. 

시새움 많는 병관이가 가만 있을 리가 없다. 누나의 자전거를 뺏어 타보았지만 단번에 자전거 익히기가 될 리 없잖은가! 




그래서 역시 떼쓸 사람은 아빠! 토요일을 기해서, 그것도 한강 둔치까지 가서 두발 자전거 타기 맹훈련에 돌입한 병관이! 

자전거 처음 배우는 사람이 그렇듯이 병관이도 무수히 넘어지고 깨지고 실수 연발이었지만, 또 우리가 알고 있다시피 한 순간에 갑자기! 자전거 균형이 잡히면서 두 발 자전거가 씽씽 나가지 않던가.  

병관이도 바로 그 희열의 순간을 맛보고 있다. 바로 이렇게! 



푸른 하늘엔 고래 구름(조각구름이 아니라...)이 쫓아오고, 저 멀리엔 펭귄(?) 구름이 손짓을 한다. 병관이는 지금 너무너무 행복하다는 거! 

그러니 외식하고 돌아가자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귀에 안 들어온다. 지금 병관이의 목표 대상은 하나뿐이다. 

짐작가는가? 자, 그림 속에서 병관이가 뭐라고 외쳤을까??? 



지고 못 사는 성미, 반드시 이겨야만 직성이 풀리고 이길 때까지 하자고 졸라대는 그런 성격을,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또 그런 마음이 인지상정이기도 하다는 걸 왜 모르겠는가. 더군다나 아이라면... 

병관이는 자신의 욕구와 바람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솔직한 성격의 아이다. 그걸 위해서 정당히 노력했으니 나무랄 게 없다. 그렇지만 상현이와의 재시합에서 또 다시 지게 된다면, 아빠는 앞으로도 계속 피곤해질 각오가 필요하겠다. 

너무 빨리 달리면 숲도 나무도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아직 병관이에게 알려주기는 무리겠지? 

초등 저학년 때면 두발 자전거를 배울 적당한 타이밍인데, 그런 아이들이 보면 좋아할 듯 싶다. 며칠 전 친구의 딸이 두발 자전거를 타고 있길래 무척 이르다 싶었는데 1학년이었던 작년부터 탔다고 해서 놀랐다. 난 초등 3학년인가 4학년 때부터 탔던 것 같은데 말이다. (당시 우리 동네엔 자전거 대여점이 몇 군데 있었다.) 

조카가 이 책을 보면 두발 자전거 배우겠다는 자극이 될 것 같다. (형부,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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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희망꿈 2009-05-05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보보니~ "지하철을 타고서"라는 책에서 보았던 주인공이군요.
그림의 표현들이 너무 재미있네요.^^

마노아 2009-05-05 23:19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 연작 시리즈의 하나네요. 순서 없이 어느 것을 보아도 재밌지요.^^
 
난 드레스 입을거야 비룡소의 그림동화 182
크리스틴 나우만 빌맹 지음, 이경혜 옮김, 마리안느 바르실롱 그림 / 비룡소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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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 톤의 예쁘장한 꽃분홍 책에 제목엔 무려 '드레스'가 들어가는 공주님 표 그림책일 것 같은데, 은근히 개성있는 그림책이다. 소신도 뚜렷하고.^^ 





엘리에트 공주는 진짜 멋쟁이다.
오늘 아침, 공주는 몸에 착 달라붙는 장밋빛 스타킹을 골랐다. 스타킹에는 조그만 리본들이 조롱조롱 달려 있었다. 

하지만 엄마는 그 옷은 안 된다고 했다.  

"우리 아가, 날씨가 춥잖니? 두꺼운 양말을 신어야지." 

뿐인가? 엘리에트 공주와 엄마의 대치는 계속 이어진다.  

공주는 벽장에서 나풀거리는 드레스를 꺼냈다. 작은 꽃무늬가 아롱진 어여쁜 드레스를. 

하지만 엄마는 멜빵바지를 입어야 한다고 했고,  

방울이 달린 진주 목걸이 대신 낙타털 외투에 목도리를 두르라고 했다. 

화려한 나비 장식이 달린 멋진 구두도 퇴짜를 맞았다. 에스키모 털신이 엘리에트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촌 알리스를 만난 엘리에트. 엄마의 당부대로 완전무장을 해서 찬바람이 끼어들 틈이 전혀 없다.  

두 사람은 무엇을 하고 놀까 하다가 썰매를 타자고 했다. 썰매도 없는데 어떻게??? 

문제될 게 없다. 바로 이렇게 하면 된다! 





낙타털 외투는 썰매로 변신했고, 할머니 표 목도리는 타잔 놀이를 할 수 있게 해줬다.  

꼴보기 싫었던 헐렁이 스웨터는 뻥뻥 차고 놀 수 있는 공이 되었고(뻥 소리는 안 났겠다..;;;) 

모자에 눈을 담아 놀기도 하고, 예쁜 여자 눈사람을 만들기도 하였다.  

아니, '여자' 눈사람이라니! 

방법은 간단했다. 스타킹을 벗어서 땋은 머리를 표현해 주면 되었으니까. 엘리에트는 센스쟁이!(>_<) 

오늘 입은 옷들은 엘리에트가 원해서 입은 옷은 아니었지만 모두 쓸모가 많았다. 아이들은 즐겁게 놀았고 기뻐했고 만족스러워 했다.

만약 여기서 끝났다면, 역시 엄마 말을 들었더니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 식의 결말이 되었겠지만, 이 책은 그렇게 촌스러운 마무리를 하지 않는다.

내일도 이렇게 눈밭에서 놀 것인가, 아니다. 엘리에트는 입고 싶었던 옷들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앞에서 보았던 바로 그 옷들 말이다. 내일의 변신이 기대되지 않는가? 바로 이렇게 말이다! 



남자 아이들보다 섬세한, 감성이 풍부한 여자 아이의 마음과 욕구를 잘 표현했다. 엄마의 당부를 무조건 반항으로 거부하지 않았고, 그러면서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 지도 잊지 않고 있다. 그림도 예쁘고 이야기도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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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9-05-05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우리집 핑크 공주가 좋아할만한 책이네요. 찜이에요~. ^^

마노아 2009-05-05 01:01   좋아요 0 | URL
핑크 공주님이라면 이런 책 필수지요. 딱이에요.^^
 
지구별에 온 손님 그림책 보물창고 5
모디캐이 저스타인 글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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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캐이 저스타인의 그림책이다. 며칠 전 부처님 오신 날에 읽었더라면 더 좋았을 법한 아쉬움이 살짝 묻어난다. 



높디높은 티벳 고원, 어느 깊은 골짜기, 작디작은 마을에 한 남자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는 연날리기를 무척 좋아했다. 

아이는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저 은하수 너머의 다른 세상을 꼭 가보고 싶다고 중얼거리곤 했다. 

아이는 자라서 나무꾼이 되었고, 여전히 산 너머 다른 나라, 더 넓은 바다와 많은 도시 속에 사는 다른 사람들을 궁금해 하며 그들을 언제고 꼭 만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늘 바빴다. 열심히 일을 해사 가족들을 먹이고 보살펴야 했으니까. 

그는 아주 오래오래 살았지만, 결국 그 골짜기를 떠나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한 목소리를 듣는다. 



그 목소리는 그에게 선택의 기회를 준다. 흔히들 '천국'이라 일컫는 이 끝없는 우주의 일부가 될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생명으로 거듭 태어날 것인지. 

그는 새로운 세상을 보고 싶어했던 자신을 기억해냈다.  

그는 무수한 은하 중에서 소용돌이 치는 아름다운 은하계를 골랐고, 수많은 행성 중 태양계를, 그리고 다시 그 중에서 지구를 골랐다. 



지구라는 행성 안에 살고 있는 무수한 생물 종 속에서 그는 기어이 '인간'을 골랐고, 수많은 종족 중에서 피부가 누런 사람들을, 그들이 살고 있는 높은 고원과 푸른 골짜기를 골랐다.  

이제 짐작이 가는가? 그는 자신이 살았던, 전생의 그 삶을 다시 밟아가고 있는 중이다.  

고개 너머, 산 너머, 그리고 우주 너머의 다른 세상을 동경했지만 자신이 살았던 그 삶을 다시 택하고 있는 중이다. 좀 더 지켜보자. 

그는 자신의 부모가 될 수많은 젊은 부부들을 보았다. 모두들 사랑이 넘쳐흐르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유독 그의 마음을 이끄는 미소를, 편안함을, 따뜻함을 보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남자 아이로 태어날지, 여자 아이로 태어날지였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지난 생에 남자 아이로 살았던 것을 기억해내었다.  

그러니 이번엔 여자 아이로 태어나고 싶다고 말했다.(성별이 달랑 둘이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이 사내는 분명 많이 고민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높디높은 티벳 고원, 어느 깊은 골짜기, 작디작은 마을에 한 여자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는 연날리기를 무척 좋아했다.  

종교적인 느낌이 가득하긴 하지만, 그보다도 철학적인, 삶의 의미에 대해서 한 번쯤 돌아보게 하는 그림책이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가, 바로 나 자신이, 결국엔 나 스스로가 만들어낸, 그리고 선택해낸 존재라고 표현한다면, 이 책의 줄거리가 한 문장으로 표현되는 것일까. 현실에 대한 만족도에 따라서 그건 고맙기도 하고 혹은 억울하다고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겠다. 그렇지만 우리의 삶이 지속되고 있는 바로 이 순간에도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최선을 다해 성실한 삶을 산다면, 적어도 같은 생을 반복 선택할 만한 우리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저렇게 쓴 것은 그림책 용 모범답안이고, 개인적으로는 단 한 번의 삶으로 족하며, 그것만으로도 버겁다고 생각한다. 만약 다시 태어날 기회를 잡는다면 적어도 대한민국은 아니라고 말한다면, 그건 또 너무 비참한 거겠지? 그러니 한 번으로 족하다. 결단코! 

그나저나 원제도 '지구별에 온 손님'인지는 모르겠는데, 제목이 너무 근사하다. 제목 덕에 별점 하나 더 먹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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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9-05-05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제목, 참 근사하지요?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이후 죽음을 무서워하던 저희 아이에게 도움이 되었던 책이에요.

마노아 2009-05-05 00:59   좋아요 0 | URL
아, 아이에게 멋진 메시지를 줄 수 있었겠어요. 우리도 지구별에 온 손님이지요.^^
 
100단어 스티커 놀이책 어스본 스티커 시리즈
헤더 어메리 글, 스테판 카트라이트 그림 / 크레용하우스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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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의 어린이 날 선물 2탄. 이번엔 좀 제대로 붙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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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바이올린 - 베트남, 아무도 묻지 않았던 그들의 속내 이야기
정나원 지음 / 새물결 / 2005년 1월
품절


1945년에 북부를 휩쓸었던 대기근 이후로 베트남에서는 늘 '먹는 일'이 가장 큰 문제였다. 게다가 수십 년을 이어진 전쟁의 여파와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폐해로 인해 반세기 동안 기아선상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이머이 이후 이베 베트남은 미국, 태국에 이어 세계 제3위의 쌀 수출국으로 발돋움해 있다. -41쪽

우리 세대는 거의가 젊은 시절을 전쟁터에서 보냈어요. 전쟁 때, 사람은 아주 단순해져요. 그 단순함 때문에 한순간에 목숨을 내놓을 수 있는 겁니다. 우리 세대는 그렇게 자랐어요.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나니깐 무서운 게 너무 많아지더군요.
제일 공포스러웠던 건 역시 가난이었지요. 우리가 전선에 있을 때 ,심지어 전쟁이 막 끝나고도 '위'에서는 그러더군요. 조국이 통일만 되면 순식간에 나라가 일어설 거라고, 우리는 지상 낙원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고.
그때 우리가 쇠고기를 한 달에 300g씩 먹도록 돼 있었거든요. 한 주일이나 두 주일에 한 번씩 배급을 타 왔나봐요. 집에 와서 100g도 안 되는 고기를 장기판의 말처럼 아주 잘게 썰어요. 그런 다음 생선젓갈에 버무려 양념이 다 스며들면 프라이팬에 볶아요. 그걸 다시 병 속에 넣어두고는 매일 두 조각씩 꺼내 먹는 겁니다. 다음번에 배급을 탈 때까지 단백질도 '계획적으로' 섭취해야 됐지요. 단백질만이 아니라 우리의 모든 욕망과 꿈도 계획적으로 조절을 해야 했어요. -131쪽

'쯔엉선'이란 '기다란 산'이라는 뜻이다. 북베트남에서 남베트남으로 1,000km가 넘게 뻗어 있는 이 산맥을 따라 1번 국도가 함께 내려간다. 호찌밍 정부는 이를 이용해 1959년부터 쯔엉선 산속에 병력과 물자를 수송할 수 있는 군사작전 통로를 건설하기 시작했는데 바로 이것이 '호찌밍 트레일'이다.

1965년에서 1968년 사이에만 약 7만여 명의 여성들이 호찌밍 트레일을 건설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입대했다. 미국전생 시기만이 아니라 1954년 디엔비엔푸 전투 당시에도 군수품 보급부대에 동원되었던 약 2만 6천 명의 자원부대 가운데 절반이 여성이었다고 한다.

통일 이후 하노이 정부는 '반동계급'으로 분류된 남베트남인들을 수용하기 위해 일명 재교육촌이라고 불리운 수용소를 세웠는데 약 40여 개소에 2백만가량이 수용되었다고 한다.-136쪽

원래 우리네 풍습으로는 누가 죽으면 처음에 봉분을 씌운 자리에 한 3년 뒀다가 꼭 이장을 해야 돼요. 3년쯤 지나면 살이 다 썩고 뼈만 남질 않소. 우리는 그 뼈에 죽은 사람의 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어요. 그래서 뼈만 추려가지고 다시 새로 묻어줘야 돼. 그래야 죽은 사람의 영혼이 푹 쉴 수 있는 거라고.
호찌밍은, 그때가 1969년이었으니까 전쟁 통에 죽었질 않소. 유언에서는 화장을 해달라고 했어요. 통일이 되면 자신의 유해를 베트남의 북부와 중부 그리고 남부에 뿌려달라고 했지. 베트남 시골에 가면 어느 마을에나 사당이 있질 않소. 그이도 그런 조그만 사당이나 하나 지어달라고 그랬어. 주변에 나무나 몇 그루 심어서 사람들이 찾아올 때마다 거기 앉아 좀 쉬었다 가기도 하고, 애들은 나무 그늘 밑에서 놀다가 가고 그랬으면 좋겠다고.-142쪽

호찌밍은 우리한테 그런 존재였어요. 누구한테나 허물이 없는 사람이었다고. 중국의 '마오 주석'이나 북한의 '김일성 수령'하고는 좀 다르다는 얘기지. 그래서 미국 사람들이 우리가 그이를 보고 '엉클 호'라고 불렀다고 그러는데, 그것도 뭘 모르고 하는 얘기야. 미국 애들이야 외숙이고 백부고 다 엉클이니까.
그게 삼촌은 삼촌인데 예사 삼촌은 아니고, 우리말로 '박호(Bac Ho)'는 큰아버지라는 뜻이에요. 거, 집안에서도 아버지한테 직접 못할 얘기는 큰아버지나 삼촌한테 가서 하고는 하잖소. 어리광도 부리고 하소연도 하고. 그러니까 집안에 대사가 나면 나서서 처리도 하고, 집안에 분란이 나면 식구들을 다독거려서 집안이 화목하도록 이끌어 가는 역할이란 말이지. 나는 박호가 그런 사람이었다고 생각해요.-142-143쪽

우리 옛말에 이런 얘기가 있어요.
"문을 열면 바람도 들어오지만 먼지도 들어온다."
도이머이 이후에 물질적인 여건이 나아지고 있다는 건 나도 인정해요. 내가 독립운동에 뛰어들 때만 해도, 내가 이 나이가 뙜을 때는 베트남이 엄청나게 발전된 사회주의 국가가 돼 있을 줄 알았지. 이 프렌치 빌라를 다 차지하고 살고 있을 줄 알았다고. 그런데 아니야. 아직도 아니지.
그래도 우리는 나라 이름 아직 안 바꿨어요. 소련은 문패 갈았지만, 우린 아직도 베트남 사회주의공화국이라고.-153쪽

베트남에서는 어느 집에 들어서든 그 집 조상을 모시는 제단과 제일 먼저 마주하게 되어 있다. 늘 드나드는 출입문 바로 맞은편에 두기 때문이다. 농부들은 들에 나갈 때도 조상 앞에 고하고,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제일 먼저 조상에게 고한다. 아무리 삶이 궁핍할지언정 매일 아침 물 한 그릇과 들꽃 한 송이 올리는 일을 잊지 않는다.
하노이 구시가의 들머리에 들어서면 자그마한 사당과 마주하게 된다. 사당은 늘 열려 있어 향내음이 그윽하고 그곳엔 늘 누군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하노이에서 나고 자란 이들 가운데 30년 동안 이어진 전쟁에서 세상을 달리한 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서이다.
-271쪽

사당을 돌아 나오면 제단 물품이며 장례식용 물품들이 거리를 따라 이어진다. 구정이 다가오면 이 거리는 제단을 손질하고 향로를 새로 바꾸는 사람들로 그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게 된다. 향로나 꽃병은 베트남인들에게 가장 신성한 일상 용품이며, 집안에 두어 개의 제단을 모시는 풍습은 지난 반세기 동안 베트남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 '종교적인' 전통이다. 고통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살아온 베트남인들에게 제단은 망자들의 혼을 달래는 곳이기도 하거니와 산 자들이 거친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 모태와 같은 곳이다.-271쪽

1975년부터 배급제가 폐지되는 1989년까지 약 1백만 명이 베트남을 떠났다고 한다. 현재 베트남의 해외 동포는 3백만 명에 이르며 70여 개국에 흩어져 살고 있다. -2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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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4 17: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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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4 17: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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